대구시민이 먹는 수돗물의 안전성을 위한 취수원 이전 사업이 또다시 표류하게 됐다. 그동안 대구시가 추진해왔던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낙동강 상류인 안동댐에서 대구까지 110㎞ 길이의 도수관로를 연결해 문산·매곡 정수장까지 원수 공급)이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열린 국회 예결위 정책질의에서 금한승 환경부 차관은 “대구 취수원 이전 사업은 어느 한 대안에 매몰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원점에서 다시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임미애 의원(비례대표, 전 경북도의원)이 맑은물 하이웨이 사업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묻자 이같이 답변한 것이다.
임 의원은 “안동댐 수질은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나온 중금속으로 굉장히 오염돼 있다”면서 맑은물 하이웨이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특별법 제정을 반대해 왔다. 이와관련, 구미시가 최근 구미보 상류지점을 대구취수원 이전 새 후보수역으로 정하고 환경부와 대구시의 요청이 들어올 경우 이 수역을 공식 제안할 방침이어서 주목된다.
구미공단에서 흘러나오는 오염된 낙동강 물을 수돗물로 사용하고 있는 대구시민들로선 취수원 이전 문제가 최대 숙원이다. 지난 1991년 수돗물 페놀오염사태를 경험한 대구시민 대부분은 현재 수돗물을 바로 식수로 사용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대구 취수원 바로 위에서 구미공단이 수천 종에 이르는 화학물질을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2, 제3의 페놀 오염사태가 언제든 생길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실제 환경단체가 매년 발표하는 자료를 보면, 낙동강 원수의 질이 전국에서 가장 오염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매곡·문산취수장 원수에 포함된 전체 탄소량을 의미하는 총유기탄소량(TOC) 농도가 낙동강 최하류에 있는 부산 물금취수장과 매리취수장의 농도보다 더 짙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재명 정부가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에 브레이크를 건 만큼, 하루빨리 대안을 마련해 수돗물 노이로제에 시달리는 대구시민의 불안을 없애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