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목월은 ‘4월의 노래’에서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며 꿈의 계절을 노래했는데, 영국 시인 엘리엇은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우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고 ‘가장 잔인한 달’이라 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일깨우는 무엇이 있어서일까?
그러고 보니 우리의 4월에는 가슴 아픈 기억의 날들이 많다. 해방 4년 후 터진 제주 4·3사건은 탄압과 학살로 제주도민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겼고, 4·19혁명은 민주화로 나라의 운명을 바꾸었으며, 10여 년 전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수학여행 가던 단원고 학생들의 꿈을 노란 리본에 묶어버린 충격적인 사건이다. 참으로 잔인한 4월의 기억들이지만 이러한 마음의 상처를 보듬듯 화사한 봄의 정령이 우리 앞에서 하늘하늘 춤추고 있다.
청명날 맑은 공기 마시며 풍년을 빌어야 하고, 한식에는 예의를 갖추어 조상님 묘소를 돌봐야 하는데 이날은 또 산불 조심도 해야 한다. 지난 3월의 대형 산불로 인해 넓은 산림과 많은 마을이 새까맣게 잿더미가 되어 버린 기억은 아직도 마음속 잔불을 정리하고 있는데, 마음이 타고 있을 이재민에게 각계각층에서 보내준 온정의 손길이 이들을 치유해 주기를 바란다.
곧 식목일이다. 울창한 산림을 위해서 나무를 심는 것과 함께 관리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식목일은 1949년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어 ‘산림복구’라는 국가적 과제를 잘 수행하여 50여 년 전만 해도 황폐된 산림의 ‘복구 불가’ 판정을 받은 나라가 2020년 10월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로부터 최근 25년간 산림 증가율 세계 1위, 산림 크기 4위라는 ‘기적의 나라’로 판정받았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식목일은 1949년 법정 공휴일로 정해졌었다. 60년 ‘사방(砂防)의 날’로 폐지되었다가 다음 해 복귀되었고, 2006년 다시 제외되어 법정기념일로 되었다. 그런 탓인지 식목에 대한 국민 인식이 줄어든 듯하니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 및 생물 다양성 감소 등에 대한 인식 전환과 참여로 식목일이 국민 마음에 다시 살아나도록 힘쓰자. 공휴일이 아니더라도 단체 나무 심기 등으로 산림 보호에도 신경을 써야겠다.
4월은 축제의 달이기도 한데, 이번 산불로 여러 지자체에서 예정된 식목 행사가 취소되었고, 포항도 이달 중순에 계획되었던 해병대 축제를 비롯하여 호미곶 돌문어 축제와 장량떡고개 벚꽃 문화축제도 연기되었다. 그러나 4월에는 부활절이 있다. 나무 십자가에 못 박혔던 예수님의 부활을 축하하듯, 산불 피해를 입어 잘 곳과 생활 터를 잃은 주민들에게 사랑의 성금과 봉사활동으로 따뜻한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부활의 의지를 줘야겠다.
SNS를 읽다가 깜짝 놀랐다. 식목일이 법정공휴일로 지정되었고 4월7일이 임시공휴일로 결정됐다고….‘끝까지 읽어보세요’ 한다. 뜻밖의 일이라 쭉 읽어봤더니 아! ‘오늘은 만우절’이라는 거짓말 6행 시였다. 남을 속이려는 ‘빨간 거짓말’은 아니고 그렇다고 남을 편안하게 하는 선의의 ‘하얀 거짓말’도 아니고 자신의 죄를 덮으려는 ‘까만 거짓말’도 아닌데…. 만우절에 회색 거짓말일까? 4월은 그래도 봄꽃이 화려한 행복의 꽃밭이기를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