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순, 봄이 오는 길목이다. 그런데 훈풍에 화사한 꽃비가 내려야 좋을 계절에 영동할매의 심술인지 전국에 강풍을 동반한 차가운 눈비가 내렸다. 강원 영동에는 나흘째 폭설이 내렸고 제주에는 강풍이 불고 있다니 봄의 시작이 스산하다. 경칩에 겨울잠 자던 동물들이 깨어나겠지만 일찍 깬 개구리는 얼어 죽지는 않을까. 예부터 개구리 첫 울음소리에 농사의 길흉과 식복(食福)을 점쳤다고 하는데….
다음 주에는 맑은 날씨를 회복하여 따뜻한 봄날이 될 것이라고 하니 겨울 가뭄에 바짝 마른 동해안은 그동안 내린 눈이 녹아 산불 염려도 한숨 돌리게 하고 파란 새싹을 움트게 할 것이다. 농촌에서는 밭갈이 나설 테고 옛날에는 임금님이 적전(藉田)에서 직접 농사지으며 선농제도 지냈다지만 올봄의 이 나라는 정부와 국회 모두가 국민의 삶은 뒷전인 듯하다.
각급 학교가 개학을 했다. 초등학교는 올망졸망 귀여운 아동들의 발걸음에 밝은 웃음소리가 가득할 테지만 입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가 전국 184개 학교로 작년보다 27개교가 증가했고 경북도는 42개교로 잠정 집계되어 전국 최고이다. 거기에다 입학생이 1명만 있는 ‘나 홀로 입학식’을 한 학교도 수십 개가 된다고 하니 출산율 감소와 수도권 집중 및 농어촌 공동화에 따른 지방소멸로 통폐합 또는 ‘줄폐교’가 늘어나고 있음은 나라의 미래를 볼 때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의대 정원도 해결하지 못한 정부의 고민도 크겠지만 교육체계 전반에 대한 백년대계를 세워야 할 것이다.
국제관계도 걱정이다. 한반도에 동쪽 해양의 저기압과 서쪽 대륙의 고기압이 마주치면 난기류가 형성되고 비바람이 불 듯, 미국의 일방적 관세정책으로 중국 등이 반발하며 글로벌 무역전쟁이라는 암운이 예견되는 가운데 우리는 자세를 바로 잡아야 한다. 미국과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무관세 교역을 하고 있는데 평균 관세가 4배라고 우기고 있으니 큰일이다. 더구나 트럼프의 광물 협정을 젤렌스키가 평화에 대한 의지로 받아들여 종전된다면, 그동안 현대전을 익힌 북한이 우리에게 어떤 도발을 할지도 모르는, 봄도 봄 같지 않은 날을 맞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우리 아파트 정원수들은 벌써 전지(剪枝)를 했다. 시원스레 잘려나간 가지들은 묵묵히 봄을 기다리며 조용하다. 불량 가지, 죽은 가지뿐만 아니라 서로 엇갈리는 가지, 혼자 쭉 뻗은 가지, 밑으로 자란 가지 등을 잘라내니 통풍과 채광이 잘되고 목련꽃 망울도 부풀고 있다. 시골집 배롱나무와 가죽나무도 가지치기하니 그 옆에 있는 매화꽃 망울이 눈을 뜬다. 서울 여의도 정원수들도 전지를 해야할텐데….
올해 제21회 죽장 고로쇠 축제는 긴 겨울 가뭄으로 수액이 많지 않을지 걱정이다. 그러나 3월 초, 사흘간 열린 울진 대게축제는 6만여 명의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루었고 14일부터 강구 해파랑공원에서 열리게 되는 영덕 대게축제도 새로 개통된 동해중부선을 타고 오는 봄바람으로 흥청대는 풍성한 먹거리 축제가 되었으면 한다.
생명이 움트는 3월, 정녕 봄처녀가 꽃향기 흩날리는 맑은 봄이 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