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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산불’에 당하고 보니

등록일 2025-03-27 18:33 게재일 2025-03-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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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예기치 않았던 대형 산불이 영남지방을 불태우고 있다. 지난 21일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은 지리산 기슭까지 파고들었고, 22일 경북 의성에서 성묘객의 실화로 시작된 대형 산불은 6일째 강풍을 타고 안동 청송 영덕까지 산과 마을을 까맣게 태우고 있으며, 25일 울산 울주군에서 일어난 2건의 산불은 거의 진화된 상태이다. 이들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는 진화 대원을 포함한 사상자가 50명을 넘었고 피해 면적 또한 역대 최고로 기록되었다. 산불을 진화하던 헬기가 추락하여 기장이 순직한 안타까운 일도 있다.

지난주에는 폭설이 쏟아져 붉은 설중매가 아름다운 봄날을 노래했었는데 이번 주에는 강풍을 타고 ‘괴물 산불’이 영남지역을 할퀴고 있으니 이 무슨 난리인가! 산불은 70% 이상이 소소한 실수로 인한 화재이다. 이번 산불도 비가 적게 내린 3월에 바싹 마른 낙엽이 쌓인 숲을 태풍급 바람을 타고 넘어 마을을 덮쳐 인명 피해도 엄청나다.

산림청은 산불 재난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하고, 정부는 해당 지역에 ‘재난 사태’를 선포하여 헬기 130여 대와 진화인력 4600여 명을 투입하여 산불 끄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불길은 커졌다 줄었다하며 마음을 태운다. 가장 심한 곳은 경북지방,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고운사의 가운루 등을 전소시키고 강한 남서풍을 타고 안동까지 타들어 가서 하회마을과 문화유산을 화재 위험에 빠트리며 한국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문화유산 대피작전’을 펴게 했다. 산청 산불은 하동의 900년 된 은행나무를 불태웠고 영양 답곡리 산불에 400년생 만지송은 무사했지만 국가 자연유산 피해도 크다.

의성 산불이 안동까지 번지는 데는 이틀밖에 걸리지 않는 등 불붙은 나뭇가지나 솔방울 같은 도깨비불 비화(飛火)에 대한 행정 당국의 대응이 미숙했을 수도 있다. 수시로 안내문자를 보내어 주민 대피를 유도했지만 대피 장소의 알림이 확실하지 않고 주로 학교, 경로당, 마을회관이지만 먼 곳일 수도 있어 인명 피해가 큰 듯하고 거의 기동이 힘든 7080대 노인들이다. 이웃을 구하려던 영양군 이장 부부, 영덕 매정리 실버타운 입소자 3명이 이동 중 화염에 차량이 폭발하여 사망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약 2만8000명의 주민들이 대피소에서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있으며 안동과 영덕은 전 주민에 대피명령이 내려져 있고, 건물도 300동 이상이 타버렸다. NASA 위성 관측 사진에도 우리나라 3곳에서 피어오르는 흰 연기가 선명하고 산불 현장 항공 사진에는 산이 온통 새까맣다.

이렇게 산불이 확산하는 이유를 건조한 기후, 숲의 발화성, 지형적 요인들을 꼽을 수 있겠지만 숲 가까운 건축물의 난연성 구조도 고려해 봐야 될 것이다. 또 주민들이 고통을 겪는 정전과 단수(斷水), 휴교, 철도와 고속도로 운행 중단에 대한 신속한 대응 지침도 마련되어야 한다.

산불 발생을 막아주는 큰비 소식은 거의 없고 다음 주부터는 맑은 날들이 계속된다니 반갑지만은 않다. 곳곳에 예정된 봄꽃 축제도 이번 대형 산불로 마냥 힘을 잃을 것만 같아서 좀 섭섭한 마음이다. 하늘이시여, 봄비를 흠뻑 내려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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