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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판결 범위는 어디까지

등록일 2025-04-06 18:22 게재일 2025-04-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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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교수
유영희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교수

4월 4일 온 국민이 가슴 졸이며 기다리던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한 판결이 나왔다. 헌재가 있는 안국 역을 비롯해서 근처 광화문역까지 지하철 운행을 통제하고 365일 영업하는 교보문고까지 휴업하는 등 만일에 있을 사태를 대비해서 그런지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다.

법 조항으로 볼 때 이번 대통령 탄핵소추안 판결은 단순한 사안이다. 12·3 비상 계엄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상황이 현실적으로 발생하여야 한다’는 조건에 전혀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판결에서 8명 재판관 모두 탄핵소추 5개 사유에 대해 만장일치로 인용했다.

그러나 2월 25일 최종 변론 후 30일이 훌쩍 넘어도 판결이 나오지 않자 재판관의 정치적 성향과 인맥을 문제 삼으며 헌재의 존재 이유를 의심하는 주장이 나왔다. 국민이 선출한 국회에서 3분의 2 동의를 얻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임명직 재판관 몇 명이 결정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제 대통령 파면 판결로 이런 논란은 잠잠해졌지만, 나는 이것을 계기로 헌법재판소의 역할을 숙고하게 되었다. 유시민을 비롯해서 탄핵 찬성 쪽 국민들이 판결문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장으로 꼽은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는 대목에 대해 나는 이것이 헌재가 판결 기준으로 삼을 항목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 것이다.

‘국민의 신임 여부’라는 근거가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가까이는 한덕수 총리 탄핵 판결에서부터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노무현, 박근혜 두 대통령의 탄핵 판결에도 나온다. 2004년 헌재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기각’ 결정문에서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벗어나거나 국민의 신임을 배신해 자격을 상실한 경우라고 했고, 이것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문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그러나 국민의 신임 여부가 헌재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기능이 더 많다. 이런 식으로 되면 국민의 신임 배반을 판단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오남용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한덕수 탄핵소추만 보아도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는 의견이 5명이었는데도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 4명인 것은 위헌을 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주었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힘들다.

작년 12월 18일 어느 매체에서 언급했듯이, 헌법재판의 본질이 ‘정치적 사법 작용’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국민의 신임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는 ‘여론’이니, 찬반 여론전에 국민의 반목만 심해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65조에서 탄핵은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국민의 신임 배반’이라는 조항은 없다. 그러니 파면 여부를 결정할 중요한 키는 국민의 신임이 아니라 위헌이어야 한다. 앞으로 헌재는 피소추인의 헌법 조항 위반 여부만 신중하고 신속하게 판단해서 국론 분열과 국력 낭비를 줄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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