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아버지가 혼자 사실 때 가장 힘들어한 것이 대화 상대가 없는 것이었다. 파킨슨 병으로 14년 간 투병하시는 엄마 간병의 고통보다 대화 상대가 없는 외로움의 고통이 더 힘들다고 호소하셨다. 자식들이 자주 가고 요양보호사도 세 시간씩 방문하지만 24시간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래도 자식들과 같이 사는 것은 한사코 거부하시다가 결국 엄마가 돌아가신 후 7개월만에 아버지도 엄마를 따라가셨다. 외로움은 노인의 심신 건강에 이렇게 치명적이다.
만약 그때 돌봄 로봇이 있었다면 아버지의 외로움은 줄어들었을까? 2024년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에서 아기처럼 생긴 AI 로봇을 개발했다. 영상을 보니, 이 로봇이 독거노인과 함께 살면서노인들의 건강이 좋아졌다는 내용이 나온다. 어떤 할머니는 효돌이 로봇에게 옷도 만들어 입히거나 장신구도 달아주고 안아준다. 효돌이는 할머니에게 약 먹을 시간도 알려주고 애교 있는 말도 해준다. 어떤 할머니는 민희라고 이름 붙인 AI 로봇 덕에 두 달 만에 우울증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에서 2013년 제작된 ‘체인징 배터리’라는 5분짜리 애니메이션에도 돌봄 로봇이 나온다. 이 영상은 할머니 혼자 사는 집에 아들이 로봇 선물을 보내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할머니가 무언으로 로봇과 교감하면서 기쁨을 되찾았다. 그러던 어느날 로봇이 작동을 멈추자 배터리를 갈아주어 살린다. 시간이 지나 할머니가 눈을 뜨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 로봇은 자기처럼 할머니를 살리기 위해 배터리를 가져오지만 소용이 없다. 그렇게 할머니가 먼저 죽고 로봇도 결국 배터리를 갈아줄 사람이 없어서 정지한다. 그때 할머니 영혼이 와서 로봇의 손을 잡고 하늘로 같이 간다. 슬프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AI 로봇의 유용성과 필요성을 설득하는 영상이다.
그러나 효돌이든 애니메이션의 로봇이든 이들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외로움 극복에 실제 도움 될지 아직은 실감 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6월에 나온 뉴스를 보니 2029년이 되면 전 세계 돌봄 로봇 시장은 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1999년에 처음 개발된 돌봄 로봇이 2010년대까지만 해도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돌봄 로봇의 수요가 급성장한 것이다.
일본은 올해 3월 와세다대 연구진이 요양 환자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욕창을 예방하는 등 실제 돌봄 인력의 업무를 대신할 수 있는 돌봄 로봇 ‘AIREC’를 개발했고 보험 지원도 해준다고 한다. 우리나라 효돌이 판매를 검색해보니, 현재 90만 원에서 150만 원 정도이고 복지 혜택을 받으면 28만 원 정도다.
이렇게 돌봄이 기계로 대체되는 추세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것이 최선일지는 의문이 든다. 올해 말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출시될 가정용 로봇 ‘볼리’와 ‘Q9’는 기계처럼 생겨서 효돌이만큼 교감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 아버지가 생전에 효돌이가 있었다 해도 외로움은 해소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사람에게는 여러 사람과의 관계도 필요하고 약간의 갈등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영희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