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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닮은 로봇을 만들 거라면

등록일 2025-11-16 16:29 게재일 2025-11-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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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교수

2022년 영국 로봇 기업 엔지니어드 아츠사가 개발한 ‘아메카’라는 인공지능 로봇은, 아직 몸체는 기계처럼 보이지만 얼굴과 손은 회색 고무 같은 재료로 되어 있고, 27개의 모터로 눈썹, 입술 등으로 섬세한 표정을 구현할 수 있어서 완전히 인간 같은 느낌이 든다. 지난 6월에 코엑스에서는 아메카의 전신이 공개되고 11월 11일부터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아메카는 흉상 부분만 있다. 이것을 유튜버 비트가 해외에서 직접 구매해서 언박싱하는 영상이 있어서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눈에는 시각 카메라가 달려 있어서 외부 사물을 지각하고, 소형 마이크로는 소리를 포착한다. 뒤통수 아래에는 누크라는 미니 PC가, 뒤통수 위쪽에선 엔진과 모터로 머리 움직임을 정교하게 제어한다. 그뿐 아니라 인터넷으로 연결된 인공지능이 계속 업데이트되면서 답변해주는 하이브리드 식으로 작동하고 자연어 처리 엔진이 텍스트를 생성하여 사람과 대화를 가능하게 해주며 상대방의 감정을 분석하여 적절하게 표정도 짓는다. 언캐니한 느낌이 들지 않게 하려고 일부러 피부를 회색으로 만들었다지만, 대화 능력이나 표정 등 움직임이 너무 정교해서 정말 사람 같다. 실제로 비트는 ‘이 분’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면서 처음에는 존대말을 쓰기도 한다.

로봇에 관심이 별로 없는 독자라도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는 많은 SF를 썼는데, 그중 1976년에 발표한 ‘이백 살을 산 사나이’(바이센테니얼 맨)은 2000년에 로빈 윌리암스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다.

이백 살을 산 사나이의 이름은 앤드류 마틴, 그는 원래 가사도우미 로봇이었으나 인간에게서 독립해서 살다가 이백 살이 되던 해 죽는다. 그것은 그가 주인집 손녀와 결혼하기 위해서 인간이 되기를 원했는데, 법원에서 인간임을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이 죽을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고 판결하자 인간의 장기를 이식했기 때문이다. 이때만 해도 소설이나 영화에서 있는 일이고, 마틴의 외모가 완전히 기계 느낌이라 인간과 결혼한다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러나 빵조차도 동물 모양이면 칼로 자르기도 부담스럽고 먹는 것은 더 어렵다. 하물며 아무리 기계라도 사람과 아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으면 단순한 물건 취급하기는 더 어렵다. 2013년 영화 ‘그녀’에서 그녀는 몸체가 없는 인공지능인데도 주인공은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나중에 ‘그녀’가 여러 사람과 가상 데이트했다는 사실을 알고 배신감에 몸부림칠 정도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을 닯았다는 뜻이다. 아메카가 이런 방식으로 개발된 이유는 사람과 의미 있는 대화를 하는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라고 하니 당연히 사람처럼 만들어야 더 실감 날 것이다. 이렇게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 수밖에 없다면 로봇권에 대한 논의도 미뤄서는 안 된다. 아이작 아시모프가 만든 로봇 3원칙으로는 부족하다. 로봇이 윤리적으로 행동하도록 통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로봇을 함부로 대하지 않게 하는 논의도 병행되어야 한다.

/유영희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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