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60대 이상의 남녀를 매칭시켜 주는 방송을 보았다. 출연자들의 평균 연령이 68.5세라고 한다. 공중파 방송에서는 미혼 남녀를 연결해주는 ‘나는 솔로’가 4년째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고, 이혼한 젊은 남녀를 연결해주는 ‘돌싱글즈’라는 프로그램도 방영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공중파 방송도 아니고 일회성 이벤트 성격이 강하지만, 그래도 이런 방송은 앞으로 더 나올 것 같다.
남자 셋이 먼저 앉아 있고 나중에 여자 셋이 들어와 각자 마음에 드는 남자 옆에 앉는다. 중간에 남자가 여자를 선택하는 시간이 있으니 처음에 여자가 먼저 남자를 선택하는 것이 불공평한 것은 아니다. 두 여성은 딸이 신청해서 나오게 되었다는데 그렇다고 전혀 소극적이지 않았다.
여성들은 9년에서 20여 년 전에 사별한 것 같은데, 자녀들을 키우느라 지금까지 남자 친구를 사귈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여자로서 남자 친구도 사귀고 손도 잡고 뽀뽀도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이 방송을 보자니, 몇 년 전 읽은 ‘프랑스 여자는 80세에도 사랑을 한다’(2018년 번역)라는 책이 생각난다. 이 책은 일본 출신 기자 노구치 마사코가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여 프랑스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이웃에 사는 프랑스 여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느낀 것을 쓴 것이다. 그 책에 나온 프랑스 여자들이 모든 프랑스 여자를 대변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웃에 사는 프랑스 여자들의 삶을 보고 느낀 바를 쓴 것이니 어느 정도 보편성은 있으리라 생각한다.
80세에 사랑이라니, 제목만 봐서는 좀 철없어 보여서 큰 관심이 없었지만, 그래도 독서 모임 교재라 반쯤은 억지로 읽게 되었는데, 의외로 지금까지도 가끔 생각나는 책이다. 자유롭고 인생을 즐기는 프랑스 여자들의 삶의 철학은 소소한 에피소드에서 잘 드러난다.
그중에서도 두 가지가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데, 하나는 80세 할머니가 빨간 코트를 입고 등을 펴고 걷는 사진이다. 책을 읽을 당시에는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몰랐지만, 이제는 이 할머니가 존경스럽다. 다른 하나는, 어느 할머니가 저자에게 그날 만날 수도 있는 사랑을 위해 항상 속옷을 섹시하게 갖춰 입는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속옷 할머니 이야기에서는 여전히 문화적 차이가 많이 느껴지지만, 이제 우리도 60대 이상의 남녀를 연결하는 방송이 나왔다는 것은 우리 사회도 많이 변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물론 일부 수위가 센 발언은 조회 수를 위해 연출이 가미된 것이겠지만, 그래도 남자와 손잡고 농사도 같이 짓고 싶다는 한 여성의 소망은 현실감 있게 느껴졌다.
기대 수명이 길어지면서 황혼 이혼을 하거나 사별해서 노년에 혼자 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1인 가구는 800만3000 가구인데, 이 중 60세 이상 1인 가구가 300만 가구에 육박한다. 이들이 모두 남은 생을 무색무취한 무성의 인간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우아하고 독립적이면서도 섹시함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노년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유영희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