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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버리는 힘

등록일 2026-01-21 18:21 게재일 2026-01-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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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 인문학자

사회교육기관에서 글쓰기 강의와 인지력 강화 교육을 하고 있다. 인지력 강화를 위해 중요한 것은 질 좋은 수면과 식사, 운동, 그리고 독서와 글쓰기다. 그중에서 나는 독서와 글쓰기로 진행하고 있다. 글을 쓰다 보면 혼란스러웠던 생각이 정리되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서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중앙치매센터에서도 치매 예방을 위한 세 가지 권장 사항 중에 글쓰기를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글을 쓰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리정돈이다. 따지고 보면, 글쓰기도 정리의 한 분야다. 물건을 정리할 때도 마음과 생각이 깊이 관여한다. 많은 사람이 정리정돈을 못하는 이유는 과거에 대한 미련과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라고 하니, 정리정돈을 못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마음과 생각이 정리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정리를 잘하려면 무엇보다 버리기가 필수다. 그러나 버리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인지력 강화 교육에 참여한 분들 역시 버릴 수 없다고 난감해한다. 나 역시 오랫동안 버려왔지만, 아직도 뭔가 정리되지 않은 기분이 든다. 많이 줄였다는 핑계를 대며 미루고 있지만 사실은 무엇을 남겨야 할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작년 9월 느닷없이 계단에서 낙상하여 어깨뼈가 골절된 후 불편한 상황을 겪으면서 무엇을 내게 남겨두어야 할지 기준이 세워지고 있다. 처음에는 조금 골절된 거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한 달간 오른팔을 깁스한 후부터 건강 이슈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10월 초에는 발가락을 집에 있는 실내자전거에 부딪혔는데 그게 골절이 되었고, 10월 중순부터는 왼쪽 다리에 통증이 와서 갖은 치료를 해도 제대로 걷지 못한 지 석 달이 되어간다.

이렇게 몇 달 동안 몸이 불편하다 보니 우울감까지 와서 그야말로 심신 모두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래도 다행히 일주일 전부터는 상태가 호전되어 가면서 여러 가지 나의 생활을 되돌아보고 있다. 특히 어떤 물건을 남길 것인가 하는 문제에 관심을 두고 정리하고 있다.

역시 내게 정리하기 가장 힘든 것은 책과 가방이다.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무거운 가방을 무슨 벼슬이나 되는 양 지고 다녔고 책 욕심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 A4 파일과 책 한 권 들어가는 아주 가벼운 크로스 가방만 남겼고, 책 역시 매일 5권씩 버리고 있다. 이것은 다리 통증이라는 내 신체의 한계와 공간의 한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더구나 책에 대한 관심이 현실 도피일 수 있다는 깨달음은 책을 버리는 큰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극적인 이슈가 없더라도 누구에게나 한계는 있다. 다만 평소에는 그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무시한다. 그래서 생각정리나 물건정리가 어렵다. 내가 원하는 것,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감각도 상실하게 만든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내 한계가 무엇인지 또렷하게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는 욕구는 인간을 나락에 빠트린다. 매일 버리는 힘은 인지력을 높이고 행복해지는 지름길이다.

/유영희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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