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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복지, 빠른 복지

등록일 2025-10-12 16:20 게재일 2025-10-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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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교수

3주 전 일요일 어느 회사 이벤트에 참여했다가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넘어졌다. 당시에는 잠시 어지럼증을 느낄 정도로 충격이 컸고 가장 먼저 바닥에 닿은 오른팔은 전혀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있었으나 행사 스태프들이 얼음주머니 등 발 빠른 응급조치를 해주어 통증이 금세 완화되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정형외과에 방문하여 사진을 찍어보니 상완골 골절이라면서 4주간 깁스를 해야 한다고 한다. 낭패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고 후 일주일은 특별히 유의해서 움직임을 최소로 해야 한다고 하니 걱정이 밀려왔다. 걸을 수도 있고 말하는 것도 문제는 없으니 강의는 할 수 있지만 손을 써야 하는 강의 준비는 물론이고, 음식 준비와 청소 등은 혼자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지인에게 부탁했다.

지인은 강의 자료 만드는 일에 손 빠르게 도움을 준 것은 물론이고 며칠간 먹을 식사까지 챙겨주면서 정말 절실한 정보까지 알려주었다. 그것은 바로 돌봄 SOS라는 복지제도이다. 돌봄 SOS는 일시 재가 서비스로, 거주지 주민센터에 신청하면 담당자가 방문하여 상태를 점검하고, 관련기관에 의뢰하여 요양보호사를 파견해 준다고 한다. 이 제도는 서울시에서 시작하여 전국으로 확대 중이라고 한다. 전혀 몰랐던 정보였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알고리즘으로 본 영상에서 우리나라 복지정책이 수백 가지라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닿지 않는 사례가 많다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영상을 본 것이 생각났다. 이번에 다시 찾아보면서 복지정책 단순화에 대한 논의가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까이는 작년 10월 7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4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이 있는데 ‘안심소득’으로 불렸던 ‘서울디딤돌소득’을 평가하는 자리였다. 이 정책은 복지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 그때 발표한 쉐퍼 교수는 ‘마이너스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라는 개념을 주장하면서 최소 소득 하한선을 설정해 일정한 소득을 제공하면 복지 시스템이 단순해져 행정 비용도 줄어든다고 한다.

그런데 이미 8년 전 한 일간지의 집중취재에서는 이보다 더 과격한 주장이 실렸다. 제임스 퍼거슨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인류학)가 복지를 위해 기본소득제를 주장한 것이다. 기본소득제란 소득과 상관없이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기본소득제는 원래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우파가 지향하는 정책으로, 모든 복지제도를 폐지하고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실제 2012년 일본의 극우 정치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전 오사카 시장이 선거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기본소득제든 선별 지원이든 복지정책의 단순화는 비용 절감과 복지 혜택의 접근성을 위해 필요하다. 복지제도가 단순해지면 긴급 돌봄이 필요할 때도 빠르게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1인 가구라 외부 도움이 없으면 왼손만으로 일상을 영위하기 어려운데 돌봄 SOS 신청한 지 3주가 되도록 자격심사 중이라고 한다. 아마도 이번 돌봄 SOS 신청은 헛일이 될 것 같다.

/유영희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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