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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 않기를 바라지 말고

등록일 2025-08-10 18:07 게재일 2025-08-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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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교수

지난주 인지 건강 강의에서 공자의 즐거움을 소개했다. ‘논어’의 첫 문장,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는 인지 건강에 중요 요소인 공부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뒤이어 나오는 ‘친구가 멀리서 찾아오면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으면 어찌 군자가 아니겠는가’도 당연히 소개했다. 수업이 끝날 때 수강생들은 배우는 기쁨을 한껏 느꼈다면서 한문을 다 같이 소리 내어 읽을 때는 전율이 느껴진다고도 하셨다.

공자만 소개하면 서운해서 맹자의 삼락도 덧붙였다. 칠십 대 이상인 분들도 있어서 ‘부모가 모두 생존하고 형제가 무탈한 첫 번째 즐거움’과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시키는 세 번째 즐거움’은 생략하고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굽어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은 두 번째 즐거움’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한 수강생이 ‘이건 불가능해요.’라고 하신다. 순간 아, 그렇지, 하고 바로 수긍하게 되었다.

하늘에 부끄러움 없기야 말할 것도 없이 불가능하지만 사람에게 부끄러움 없기도 쉽지는 않다. 맹자는 물론, 제아무리 공자라도 부끄러움이 하나도 없게 떳떳했을까 의문이 든다. 설령 그들 스스로 부끄러움 없다고 자부했다면 그것이 더 수상쩍지 않을 수 없다. 세상에 잘못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나 그런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러나 너무나 떳떳하여 부끄러움이 전혀 없는 상태를 즐거움으로 삼는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그는 다른 사람에게 가혹할 가능성이 많다. 그런 즐거움이라면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 그러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하고 또 가능한 일은 잘못을 저지르는 자신을 인정하고 그것을 반성할 줄 아는 것일 게다.

지난 3월 7일 구속취소되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넉 달만인 7월 10일 재구속되었다. 구속취소 전에도 모든 조사를 거부했고, 재구속 이후의 조사도 다 거부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속옷만 입고 누워서 버텼다는 보도가 나와 국민을 당황하게 하더니 7일에도 완강히 거부해서 부상을 우려한 특검팀이 결국 체포 집행을 중단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정설이 없다. 혹시나 부끄러워서 그러는 것일까? 아니면 무서워서 그러는 것일까? 그러나 시민 104명이 12·3 불법계엄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나자 바로 항소한 것을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더군다나 윤 전 대통령 변호인 측이 ‘10여 명의 젊은 사람들이 앉아있는 대통령을 양쪽에 팔을 끼고 다리를 붙잡고 그대로 차량에 탑승시키려 했다’면서 이것은 ‘법치국가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관계자들을 불법체포감금죄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성토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자신들이 무고한 시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더 당당하게 나와서 조사받아야 할 텐데 일관성이 없다.

부끄럽지 않을 경지를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잘못을 반성할 줄 아는 것은 배워서 할 수 있다. 공부를 놓지 말아야 할 이유다.

/유영희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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