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 소속 장애인 부모들이 국회의사당 본관 계단 앞에서 환한 얼굴로 ‘오체투지 보고대회’를 열었다. 4일 이재명 정부 첫 추경에서 발달장애인 지원 예산 249억원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잡은 2025년도 예산이 4천3십억 원이었으니 6%가량 증액한 셈이다.
이 추경 예산이 장애인 부모들에게 특히 의미 있는 이유는 무더운 날씨에 지난달 16일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매일 100배 제자리 오체투지를 하면서 발달장애인 추경 예산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부모연대의 시위가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거의 매년 발달장애인 복지를 위해 시위했고, 3년 전에는 부모들이 삭발 시위까지 했다. 이런 꾸준한 노력으로 얻은 결과인 셈이다.
내가 발달장애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경계선 지능을 가진 청소년과 자주 만난다는 개인적인 인연 때문이다. 그 청소년은 지능지수가 경계선 지능 중에서도 낮은 편에 속하는 데도 부모의 각별한 관심으로 상당한 수준으로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스무 살이 넘으니 독립에 대한 욕구가 많은데 사회적 지원 체계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을 위한 추경 예산 확정 소식을 본 것은 일간지가 아니라 어느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 소식 sns다. 검색해보니 실제로 주요 일간지에서는 다루지 않았고 장애인 관련 인터넷 신문에서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그만큼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뜻이리라. 심지어 발달장애인 권익 요구 관련 뉴스에는 대부분 부정적인 댓글이 달린다. ‘지원해줄수록 더 달라고 한다’부터 심하게는 ‘발달장애인이 사람이냐’까지 부정 의견의 스펙트럼은 넓다.
그러나 정상이라는 범주를 설정해놓고 그 범주를 벗어난 존재를 ‘인간’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것은 장애인을 가스실로 보냈던 나치와 다를 바 없다. 지금 당장 내게, 내 가족에게 장애가 없다고 해서 장애가 영원히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할 수도 없다. 치매에 걸릴 수도 있고, 사고로 다칠 수도 있다.
며칠 전, 박산호의 ‘다르게 걷기’를 읽다가 장애인 인권활동가 변재원의 인터뷰를 만났다. 어려서 큰 병을 앓고 의료사고까지 당해서 척수마비에 걸려 장애인이 되었지만 그 상황을 못 받아들인 엄마의 폭력까지 견뎌야 했다고 한다. 그의 발달장애와는 다른 후천적 신체장애이고 지적 능력에는 문제가 없는데도 아들에게 폭력을 행사할 정도로 엄마가 불안이 컸던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내 모습과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은 머리로는 어렵다. 사회에서 나와 다른 사람을 자주 만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그들도 독립적인 한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 급선무다. 서울 혜화동에는 느린 학습자를 위한 도서관 ‘라이브러리 피치’가 있다. 이곳에 가면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존중받는 기분이 든다. 나와 다른 사람을 연결하는 경험이 일상에서 더 많이 이루어지면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사라질 것이다.
/유영희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