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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과 옳음, 그 사이

등록일 2025-07-06 18:02 게재일 2025-07-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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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교수

우연한 계기로 21년째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 질병으로 죽으면 다시 길냥이를 들여서 많을 때는 네 마리를 키운 적도 있고, 지금도 12년 째 세 마리를 키우고 있다. 그래서인지 반려동물 기사에는 눈이 간다. 지난 2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여수시법원이 A씨가 자기 반려견을 공격한 개의 주인인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A씨 손을 들어주었다는 기사도 그 중 하나다. 피해견 견주는 개 치료비 80만원, 본인 손 다친 치료비 3만원에 위자료 200만원을 더해 283만원을 청구했는데 승소한 것이다. 사건 발생일이 2023년 9월이라고 하니 거의 2년 동안 재판한 셈이다.

이 기사가 특별했던 것은 A씨가 배우자와 자녀 등 가족을 모두 잃은 상황에서 반려견과 교감해와 A씨에게 개는 가족에 준하는 존재였다고 했기 때문이고, 이 판결을 반대하는 댓글이 많이 달렸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면 위자료가 2백만 원일 수는 없으므로 재판부가 개를 실제 가족이라고 간주한 것은 아니다. 개가 피해를 본 사건에 대해 견주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그런데도 여러 매체에서 뉴스로 다뤘다는 것은 위자료 지급이 여전히 특기할 만한 사건이라는 뜻이다.

댓글에는 판사가 사람과 개를 구분 못 한다는 비난부터 밴에 개 5마리 태우고 가면 버스전용차선으로 가도 되느냐는 조롱까지 대부분 부정적인 내용들이다. 실제로 현행 민법(98조)에서는 동물을 공간을 차지하는 물건으로 본다. 그러나 소유물을 잃어버렸을 때와는 달리 키우던 동물이 죽었을 때 주인은 ‘펫로스 증후군’(반려동물이 죽은 뒤 겪는 상실감과 우울증상)을 겪는다. 그래서 이런 사고에 대해 법원도 정신적 피해 부분을 인정해준다. 위자료 산정을 둘러싼 논란에는 동물의 위상을 어디까지 인정해 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담겨 있다.

키우는 동물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하는 것은 쉽게 결정하기 힘들다. 실제로 지난주 글쓰기 수업에서 한 수강생이 반려동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라는 주제로 쓴 글에도 이 문제의식이 담겨 있었다. 동물 학대와 유기도 문제지만 지나친 동물 사랑도 문제라는 내용이었다. 설날에 강아지 떡국을 마련하거나 집을 비울 때 강아지를 비싼 호텔에 맡기기도 하고 죽으면 장례식장에서 화장하고 납골함을 마련하는 사람들의 세태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물 해방’의 저자 피터 싱어는 사람과 동물을 다르게 보는 것을 ‘종 차별’이라며 비판한다. 피터 싱어의 목적은 동물 착취를 반대하는 것이지만 그 논리를 확대해서 동물 복지를 추구하고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하면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굳이 이런 이론을 동원할 것도 없이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태도는 옳음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취향의 영역이기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을 대할 때도 상대의 취향이나 관심을 존중해야 하듯이 정말로 반려동물을 사랑한다면 동물에게 인간 문명을 적용하려 드는 것은 조심해야 할 일이다. 동물들의 이익관심(interests)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피터 싱어의 말은 여기서도 유효하다.

/유영희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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