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나자마자 SNS에서 21대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가 무엇인지 투표하라는 광고가 떴다. 나는 망설임 없이 경제 살리기를 선택했는데 투표 결과를 보니 2위였다. 대통령의 생각은 무엇일까 호기심을 가지고 취임식을 기다렸다.
대통령 선서의 시간, 취임사의 맨 앞에 ‘벼랑 끝에 몰린 민생을 되살리고, 성장을 회복해 모두가 행복한 내일을 만들자’는 말이 나온다. 뒤이어 ‘정쟁 수단으로 전락한 안보와 평화, 무관심과 무능 무책임으로 무너진 민생과 경제, 장갑차와 자동소총에 파괴된 우리의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시간이라면서 공존과 화해와 연대를 호소하며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중도 보수와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이재명에게 지나치게 우클릭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과 불안의 눈초리를 보낸 사람들에게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선언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타당성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SNS에서 국정운영 최우선 과제 투표 결과 1위가 내란 극복인 것을 보면, 민생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는 것이 불만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국민의 이해관계가 모두 다른데 모두의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의회를 마비시키려 했던 20대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분명한 국헌 문란이므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과제이다. 당나라 때 시인 한유는 문장이란 모름지기 ‘진리’를 실어야 한다면서 ‘가장 좋은 문장은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문장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좋아하는 문장’이라고 일갈하였고,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 공자 역시 마을 사람 모두에게 칭찬받고 싶어하는 사람을 ‘향원’이라고 하면서 그런 사람이야말로 ‘공동체를 살리는 진정한 사랑’을 해치는 도둑이라고 성토하였다. 공자는 심지어 공동체를 해치는 사람과는 같은 나라에서 살 수 없다며 멀리 유배 보내야 한다고 단호하게 내쳤다. 그러고 보면,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할 대통령이 모든 사람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실제로 통합과 화해를 강조하는 취임사 영상 댓글에는 조롱과 혐오의 표현이 달리고,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통합과 화해가 빛깔 좋은 수사일 뿐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나 전 여당의 김문수 후보가 40% 이상의 득표율을 얻은 현실에서 국헌 문란에 대한 책임 규명을 제일 서두르는 것처럼 보인다면 야당 탄압이니 독재니 하면서 갈등이 증폭될 것이다.
그러나 경제 각료 인선을 가장 먼저 서두르는 이재명 대통령의 모습에 국민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가능하면 더 많은 국민에게 지지받아야 내란 종식도 원만하게 이루어진다. 민생이 안정되면 국민은 지지한다. 내란 책임을 묻는 궁극적 목적도 국민 화합과 행복이다. 성별, 나이별, 지역별로 갈기갈기 찢어져 서로 괴물 취급하는 일은 누구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다. 국민주권 정부는 경청과 설득을 엔진으로 삼아 민생 살리기에 힘쓰면서 내란 종식에 힘써주기를 바란다.
/유영희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