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를 자랑으로 여긴다는 사랑스러운 동생아<Br>나도 항상 자긍심 가지고 국토수호 매진한단다
서울도 이제 많이 쌀쌀해졌겠구나. 수능 시험은 잘 쳤을 것으로 믿는다.
대학입학 준비로 정신없이 하루하루 보내고 있을 네 모습을 생각하니 아련해지네. 요즘 들어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입대를 한 지 벌써 1년이 다돼가면서 계절도 몇 번이나 바뀌었고, 소대에는 이제 나를 가르쳐주던 선임들보다 새로운 후임들이 더 많아.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가르쳐줘야 할 책임감을 느끼고 사소한 것이라도 좀 더 신중히 생각하고 어떤 일이든 간에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단다.
소대 막내로 독도에 처음 들어왔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야. 얼마 전 10월25일은 독도의 날이었어. 많은 방송사와 언론사들이 독도의 날을 맞아 독도에 큰 관심을 보여주었다. 그날은 도서지역 합동훈련도 했는데 실전처럼 훈련하면서 겉만 번지르한 독도경비대원이 아닌 진정한 독도경비대원으로서 더욱 뿌듯함과 사명감을 느낄 수 있었단다.
섬이라는 고립된 지역에서 생활하다 보니 어떨 때는 고립감을 느끼기도 하고 외로움을 타기도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네 오빠는 독도경비대원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철저히 국토수호를 하고 있단다.
사실 입대 전 나는 많은 걱정이 있었다. 또래 친구들이 대부분 전역을 하고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하고 있는 걸 보니깐 뒤처진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
너도 알고 있을 거야. 하지만, 그 당시 나로서는 사실 피하고 싶은 것을 즐긴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
어느덧 20대 중반이라는 꼬리표가 나를 따라다니고 있었고 취업은 취업대로 걱정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한 달 정도 걱정을 하다가 우연히 인터넷으로 독도경비대라는 것을 알게 됐어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다시 한 번 이 식상한 문장 하나가 내 뇌리에 박히더라고. 이번에는 가슴 깊이 다가왔지.
대한건아로 태어난 이상, 국방의 의무는 당연히 져야 하는데 이왕 하는 군 생활 정말 멋지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독도경비대 입대를 신청하게 됐지, 지역적 특성 때문에 스스로 걱정도 많이 했고 부모님께서도 처음에는 반대하셨지만 지금은 잘해내고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단다.
또한, 그 만큼 노력하고 있고. 지난봄 새 학기가 시작되고 지리 시간에 독도경비대원 오빠를 둔 것을 자랑스럽게 얘기했었다는 네가 기억나. 그때 나는 한창 전입신고를 마치고 소대생활에 적응하느라 바빴던 시기였다.
너의 그 한마디가 얼마나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던지 너는 모를 거다. 정말 고마웠단다. 동생아. 이제 그만 줄여야 할 것 같네.
스스로 잘 해내리라 믿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마무리 잘할 수 있도록 하고, 너무 걱정하지 말고 즐기면서 잘 이겨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 또한 대한민국 민족의 섬 독도를 지키는 자랑스러운 독도경비대원 오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