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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경비대 박민규 수경

등록일 2013-07-22 00:28 게재일 2013-07-2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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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서 보내온 편지<BR>“독도는 명백한 대한민국의 영토”<BR>제대후 해외서도 당당히 알릴 것

지난 일주일간 독도에는 패기 넘치고 용감한 우리 독도경비대원들의 충성소리가 울려 퍼지지 못했다. 우리나라 곳곳에 불볕더위주의보가 내려져 국민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날씨예보가 무색할 만큼 최근 며칠 독도에는 세찬 바람이 불고 있다.

오늘(20일) 아침, 거칠고 높은 파도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저 독도 주위만을 돌던 씨스타 2호는 결국 독도에 접안 하지 못했다. 멀리서 봐도 멀미가 날 정도로 휘청거리던 씨스타 2호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배 밖으로 나와 멀리서나마 손을 흔드는 관광객들의 마음은 큰 위안이 된다. 우리와 인사하진 못했지만 `제2의 독도 경비대`인 갈매기 떼가 우리를 대신해 배 위를 날아다니며 관광객들을 맞아 줬다.

매일 관광객을 맞고자 오르락내리락하던 70도가 넘는 수직으로 뻗은 333개의 계단을 바라보며 `이번 주 빨래 양이 줄어 당번들은 좋아하겠군` 하는 생각이 잠시 스치지만, 환희와 감동의 표정으로 독도에 내리던 관광객들을 며칠 볼 수 없었다는 것이, 또 나에게는 그들에게 `충성!` 경례를 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이는 힘들게 독도를 찾아와 `만세!`하고 소리칠 순간 기대하고 있었던 관광객들 역시 마찬가지였으리라. 입대 전 10여 년간 해외에서 거주하며 네, 다섯 나라를 거쳐 내가 돌아온 곳은 바로 이곳 내 나라,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영토 독도였다.

10년 가까이 해외 생활을 하며 또래보다 다양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보았지만 독도는 커녕 대한민국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상당수였다. 대한민국 청년으로 이 안타까운 현실을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제대 후에도 외국으로 나가겠지만 난 더욱 당당히 알릴 것이다. 내 손으로 직접 지킨 대한민국 최동단 작은 섬 독도는 명백한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약 2년 전 `독도경비대 의경 1기`로 지원하며 여러 면접관 앞에서 외쳤던 지원 동기다.

독도경비대원 의무경찰 1기, 독도에서 맞은 성탄절, 2013년 새해 첫날 일출, 독도에서의 생일, 그리고 독도 제대… 어느 하나 의미 없지 않은 것들이 없다. 구름 사이를 뚫고 쏟아지는 대한민국 첫 일출의 햇살, 그 햇살 아래로 바윗돌까지 훤히 비치는 투명한 바다, 마치 8·15 해방의 기쁨을 만끽하듯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갈매기들의 비행, 독도 전역을 뛰어다니는 용맹한 삽살개 `서도`의 모습은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다시 볼 수 없는 광경임이 분명하다.

뉴욕의 타임스퀘어, 베이징의 만리장성이 그 아름다움으로 세계적인 찬양을 받듯이 독도의 아름다움도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독도와의 이별은 아쉽기만 하지만 제대 후 남들보다 더 많은 곳에 독도를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쁘다.

어머니와 통화할 때면 언제나 배경음을 깔아주는 갈매기들의 울음소리에 `그래도 갈매기랑 놀면 재미있긴 하겠다`라는 어머니의 농담도, 갈매기 울음소리를 알람 삼아 기상할 날도 몇 번 남지 않았다는 걸 문득 느끼며 한 번 더 독도 땅을 밟아본다.

새벽 근무를 마치고 내무반으로 가는 길엔 삽살개 `서도`가 잠도 안 자고 기다린 건지 반갑게 뛰어와 우리의 무거운 발걸음을 한층 가볍게 만들어준다. 녀석도 나와 함께 내무반으로 걸어갈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걸 아는 듯 내 뒤를 쫓아와 꼬리를 흔들었다. 짧게 자른 서도의 모습이 마치 갓 들어온 이등병을 연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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