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이장님 외손자와 동명이인 인연<br>진수성찬 한상 가득 대접 받고 감동
모든 만남에는 이유가 있다. 그저 우연히 이뤄지는 만남은 없으며, 어떤 만남이든 그 이유는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여러 종류의 만남이 있으며, 이러한 만남은 모두 소중하다. 내가 지금 발을 디딘 이곳 독도의 독도경비대 또한 내 인생에서의 어떤 소중한 만남을 위한 필연풍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독도는 동도와 서도로 나뉘는데 동도에는 우리 독도경비대가 있고, 서도에는 독도관리사무소 직원들과 김성도, 김신열 독도 이장님 부부가 거주하고 있다.
독도에 입도하고 며칠 뒤, 동향근무를 끝마치고 접안지에 있는데 서도 김신열 할머니께서 기동복에 적힌 나의 이름을 유심히 보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신경을 안 쓰고 지나갔다. 근무 때문에 며칠간 접안지에 내려가지 못했는데 다른 대원들에게 전해 듣기로 할머니께서 나를 찾았다는 것이었다.
며칠 뒤 할머니는 손자와 나의 이름이 똑같아서 나를 찾았다는 것이다. 김씨 부부의 외손자 이름이 김 환이었다.
내가 경험한 21년, 나와 이름이 같은 사람을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입대 중에 독도라는 장소에서 이렇게 알게 되니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외로운 섬 독도. 그곳에서 당신도 외로우셨을 텐데 접안지에 내려가 있는 짧은 순간만이라도 나를 손자처럼 대해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늠름한 손자가 되고자 노력해야겠다.
며칠 뒤 태풍으로 잠시 울릉도에 계시다가 들어온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근무 중인 나에게 다가왔다. 예전부터 홍합밥 한 번 만들어 먹이고 싶다고 자주 말했는데…. 나는 그냥 하는 말이겠지 싶어 그리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늘은 뜻이 확고한 것 같아, 진짜로 가도 되겠느냐고 여쭤보니 할아버지께서 오라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지휘요원 분들과 동행 하에 이장님 댁에 방문했다.
나는 할머니를 도와 식사 준비를 하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과거 해녀 출신이었던 할머니께서는 직접 잡은 가지각색의 자연산 독도해산물로 진수성찬을 차렸다. 명불허전. 독도는 황금어장이라는 말이 손색 없을 정도였다.
음식의 맛에서 할머니의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면서 추석을 맞아 고향에 내려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동도로 돌아오는 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육지가 있는 서쪽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향수에 젖었다.
하지만, 막사로 돌아가는 순간 그러한 기분은 독도경비대원으로서의 마음가짐을 흔들 수도 있기에 잠시 접어두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누군가의 아들, 손자, 친구이기 이전에 나는 국가의 부름을 받은 대한민국 최동단을 지키는 경찰이기에…. 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