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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경비대 백주호 일경

백주호 일경
등록일 2013-07-29 00:58 게재일 2013-07-2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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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서 보내온 편지<br>부모님 독도방문 소식에 `두근두근`<BR>이발대원으로서의 역할도 보람있어
독도경비대 백주호 일경

나는 독도경비대 상황실에서 서류 등을 작성,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독도 접안지에 내려가 선박 및 울릉도에서 들어오는 관광객을 맞는 일과는 달리, 대부분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다 보니 울릉도에서 복무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외로움과 쓸쓸함을 종종 느낀다.

그래서인지 독도에 들어와 근무할 때마다 더욱더 부모님과의 통화가 잦아지는 것 같다. 딱히 드릴 말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5분 정도의 짧은 통화가 저에게는 큰 힘이 된다.

그러던 중 그저께 어머니께서 다음 주 중으로 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독도로 오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휴가를 나가지 않아도 가족들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기뻤고, 현재 사는 서울에서 독도까지 먼 길을 와주신다는 것에 대해 감사했다.

근무 시간이 끝나면 독도경비대 이발 대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개인정비를 취하다가도 다른 대원이 이발을 부탁하면 즉시 원하는 스타일대로 머리를 손질해준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다 똑같은 군인 아저씨처럼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부대 내에서는 ㎜단위로 신경 쓸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발병으로서 맡은 역할이 절대 가볍지 않다.

그래도 단순한 스타일을 반복해서 자르다 보니 익숙해져서 그런지 처음 머리손질 해줄 때와는 다르게 긴장감이 떨어졌다. 그러던 중 어제 부대장님이 저에게 이발을 부탁했다. 이발 대원이라는 역할을 맡은 지 반년 만에 처음으로 지휘 요원이 저의 손님이 되는 순간이었다.

어찌나 떨리던지, 단 한 번의 잘못된 손짓이 부대장님의 멋진 외모를 손상시킬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저한테 본인의 머리를 맡길 정도로 저의 실력을 믿는다는 사실에 기뻤다.

다행히 이발은 무사히 끝났고, 더욱 멋지게 변한 부대장님을 바라보니 뿌듯한 미소가 절로 나왔다. 역시 이발 대원이 보람을 느낄 때는 상대방이 한층 더 깔끔하고 멋있는 모습으로 변할 때인 것 같다.

오늘(26일)은 2013년 대망의 현무 탁구대회 개막식이 열린 날이다. 개막식으로 일경 계급의 대원 둘이 맞붙었는데 21대1이라는 점수 차이로 싱겁게 승부가 끝나 같은 계급이어도 현격한 실력 차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울릉경비대 4개 지역대 중 하나인 저희 현무지역대에는 탁구를 잘 하는 사람들이 많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과연 대회가 끝나는 3일 후에 누가 웃을지 굉장히 궁금해진다.

물론 나는 이번 탁구 대회에서 3일도 못 버티고 내일 중으로 끝날 것 같지만 말이다.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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