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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경비대 청룡지역대 곽동훈 상경

등록일 2013-10-07 02:01 게재일 2013-10-0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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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치 음식재료 구입으로 채소는 늘 부족 <br>균형잡힌 식단 못 챙겨줘 미안한 마음뿐…

유난히도 길게 느껴지던 이번 여름도 지나갔다. 하루하루 제대일을 손꼽아 세는 대한민국 군인들, 그리고 예비역이면 지금 이 하루의 더딤을 누구보다 공감하지 않을까. 글을 쓰기전에 앞서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각지에서 고생하는 대한민국 군인 모두에게 파이팅을 외친다.

이곳 독도경비대의 취사는 힘들다. 보통의 식당대원들이 다 그러하듯이 주된 업무는 `취사` 즉 밥 짓는 일이다. 이곳은 오전 6시만 되도 언제 새벽이 왔었느냐는 듯 날이 훤하다.

지난달 23일 월요일의 아침 메뉴는 비엔나볶음, 쇠고기 미역국이었다. 아침은 비교적 간단한 메뉴여서 밥 짓기가 한결 수월하다. 아침점호가 끝남과 동시에 독도경비대의 아침 식사가 시작된다.

점심메뉴는 찜닭, 고구마맛탕, 육개장이다. 독도에서의 메뉴는 육류는 많지만, 채소류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독도 입도 시에 50일치의 음식재료를 한꺼번에 사들여 와야 하고 냉동 보관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전에 식단표를 미리 짠다. 물론 20대의 혈기왕성한 대원들은 언제나 고기요리를 선호하기 때문에 채소의 빈자리는 그리 크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지역 대의 식당대원으로서 균형잡힌 식단을 챙겨주지 못해 늘 미안하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군인들의 한 끼가 화려해 봐야 얼마나 되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독도경비대 청룡지역 대 식당대원들의 역량은 꽤 높은 수준이다. 자랑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외람된 말이지만 경찰청 측에서 요리 경연대회를 주최해서 독도경비대의 명예를 드높일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다려 본다. 이렇게 한 끼 한 끼를 만들다 보면 어느새 또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섬이라는 특성상 균형 잡힌 식사를 제공할 수 없고, 물·전기 등의 자원을 직접 만들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늘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만들어 내야 한다.

독도경비대 생활이 힘든 만큼 얻는 것도 많기에 오늘 하루도 씩씩하게 살아간다. 독도경비대의 식당대원으로서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요리를 만들어 내자. 남은 군생활의 그날까지 쉬지 않고 노력할 것이다.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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