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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경비대 독수리 지역대 김용준 일경

등록일 2013-10-28 02:01 게재일 2013-10-2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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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도 찾는 모든 이들에 부끄럽지 않은 경비대원 되고파
대한민국에서 가장 태양이 먼저 떠오르는 곳, 대한민국 영토의 최동단인 이 곳 독도에서 쓰는 편지다. 독도에 온지 벌써 2주가 지났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새들의 고향`이라는 별명을 가진 독도에 그 많은 괭이갈매기들이 오늘따라 보이지 않는다. 독도에 오기위해 울릉도에서 약 200리 뱃길을 따라 배들이 접안지 근처로 다가오면 독도경비대원들은 도열을 해 거수경례를 하는 것으로 접안지 근무를 시작한다.

독도 땅을 밟고 환호하는 분들을 보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나온다. 때로는 멀미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도 계신다. 독도의 멋진 경관을 분주히 카메라에 담고 태극기나 `독도사랑`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

많은 분들이 독도를 오가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분이 있다. 어느 날 양팔이 온전치 못한 아저씨가 다가와 “수고가 많네”라며 과자와 음료수가 담긴 비닐봉지를 건넸다. 양손이 없어서 짧은 양팔로 태극기를 들고는 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태극기가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 겨우 사진을 찍었다. 떠나면서 아저씨는 “내가 몸이 성했더라면 자네처럼 독도를 지켰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뭉클한 진한 감동이 뇌리를 스쳤다. 독도를 지키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정말 감사하게 느껴진다.

또 어느 날은 정신지체 장애 우들이 독도를 찾았다. 다들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손도 잡아주고 포옹도 했다. 그 중 한 꼬마가 멋있다고 하면서 나중에 커서 멋진 경찰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 꼬마와 기념사진을 찍고 나중에 꼭 멋진 경찰이 돼 다시 만나자고 했다. 그렇게 새끼손가락을 걸며 기약 없는 약속을 했다. 그 꼬마에게 부끄럽지 않는 독도경비대원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근무를 마치고 바라보는 독도는 너무나 아름답다. 석양으로 붉게 물든 노을이 가득 퍼진 수평선과 그 아래로 지는 태양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 멍해질 때도 있다.

독도는 몇 백만 년 동안 거친 파도와 모진 바람을 견디어 왔다. 앞으로도 독도는 영겁의 세월을 묵묵히 살아갈 것이다. 수백만 년의 삶을 산 독도에 비하면 나는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하지만 독도는 나에게 큰 폭풍처럼 깨우침을 준다. 독도라는 곳에 첫 발을 내디딜 그 때의 그 기분과 다짐으로 독도수호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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