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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열정과 신념의 세계로 초대! QSS개선리더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유명한 베스트 셀러인 책 중에서 ‘시크릿, 신념의 마력’이라는 책이 있다. 4세기경 유명한 성직자인 아우구스티누스는 “신념은 아직 보지 못한 것을 믿는 것이며, 그 신념에 대한 보상은 믿는 것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많은 단어가 상형문자가 발전하여 한문이 되었는데, 신념과 개선이 바로 그러하다.신념(信念)이란 한문을 풀어보면 사람인(人) 변에 말씀 언(言)이 믿을 신(信)자이며, 이제 금(今)에 마음 심(心)이 더해져서 생각 념(念)이란 글자가 만들어졌다. 따라서 풀이해보면 “사람이 지금 자기 마음에 끊임없이 하는 말”로 풀이가 된다. 다시 말해 끊임없이 “하면 된다”고 굳게 믿는 마음이다.P사에서 추진하는 인재양성 프로그램 중 스스로를 희생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돌이켜보며 “할 수 있다”라고 열정과 신념으로 똘똘 뭉친 QSS(Quick Six Sigma·낭비제거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활동을 위해 쉽고 빠르게 하는 혁신방법론) 개선리더 프로그램을 소개하고자 한다.개선(改善)이란 ‘잘못된 것을 고쳐서 더 좋게 만든다’는 것이다.여기서의 리더(leader)란 조직 전체를 이끌어 가는 위치에 있는 사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개선팀을 운영하여 팀 리더로서 팀원과 함께 개선을 주도하는 개선 전문가이다.따라서 P사는 개선 리더에게 팀 리더의 역할과 책임을 배우게 하고, 과제를 수행하게 한다. 이로서 인재양성은 물론 강건하고 활기찬 현장을 구현한다. P사는 직원수가 100수준의 공장 당 3명 정도를 빠짐없이 Off Job으로 하고, 4개월 주기로 팀을 변경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Off Job으로 7천여 명의 개선리더를 양성 배출하였다. 이 수치는 670만의 Off Job 시간이며, 일일 급여를 20만원으로 책정했을 때 1천700억원의 투자 비용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교육은 물론 국내 및 해외 우수기업 연수기회를 부여하는 것까지 더한다면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고 있다.필자는 개선리더를 양성할 때 3감을 배우도록 유도한다. 3감(感)은 바로 자신감, 책임감, 성취감이다. 변화관리 교육과 해외 벤치마킹 등을 통하여 자신감을 체득하도록 하며, 고질적이고 어려운 도전과제를 부여하여 책임감을 갖게하며, 그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도록 지원하여 성취감을 갖도록 한다. 그래서 4개월의 기간이 주어진다. 이렇게 탄생한 개선리더는 이후 본연의 업무로 복귀하여 매일개선 매일 실천하는 개선 전문가로서 활동한다.이렇게 개선이 반복됨으로 자연스럽게 개선문화가 싹트게 되며, 직원들과 공유하는 신념이 되고, 회사의 일하는 ‘방식(Way)’이 되는 것이다.필자는 많은 기업에서 이 개선리더 양성 프로그램 방법을 적용하였으면 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경영자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정성을 주어 밭을 갈고, 나무를 심고, 물을 주어 가꾸어야만 결실을 맺듯 경영자는 초기투자가 필요하다.강력한 리더십으로 개선리더 인재양성에 꾸준히 투자하여 고유의 혁신DNA를 구축한 P사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2022-11-29

김강 작가의 연재소설 ‘Grasp reflex’ 읽고

신문 연재소설이 전작소설의 창작보다 어려운 건 ‘독자와의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있다는 것 때문이 아닐지.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스타일과 집필 패턴을 조절하며 쓰는 게 가능한 전작소설(여러 회로 나누지 않고 한꺼번에 발표하는 작품)과 달리 연재소설은 ‘매일, 혹은 매주 같은 시간에 신문 구독자들이 작품을 읽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마지막까지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창작될 수밖에 없다.그러기에 이전 신문 연재소설은 많은 에피소드를 낳았다. 1974년 시작돼 10년을 ‘한국일보’에 게재된 황석영 작가의 장편소설 연재 ‘장길산’.지금처럼 이메일이나 SNS가 없던 시절이었으니, 황석영은 원고지에 급하게 쓴 1주일, 혹은 2주일 분량의 작품을 자신이 기거하던 도시의 버스터미널에서 서울로 가는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맡기며 “이걸 늦지 않게 한국일보 편집국에 전달해주시오”라고 부탁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할 정도다.소설가 김강(50)은 2년 전 인터뷰를 진행하며 만났다.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며 그에게서 본 것은 문학을 향한 진정성과 성실함이었다.향후 김 작가의 문장이 동시대 평론가와 독자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지는 지금으로선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그러나, 한 가지. 누구보다 바쁘게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없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 작품을 써내는 문학을 향한 그의 열정은 작품 마감 일자, 그러니까 자신의 소설을 읽는 사람들과의 약속 지키기로 이어질 게 분명한 듯했다.대부분이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기에 자신을 중심축에 놓고 사는 소설가와 시인들. 김강의 성실성은 보편 예술가들 사이에선 쉽게 발견하기 힘든 미덕으로 다가왔다.그것이었다. “소설을 연재하고 싶다”는 김 작가의 제의를 본지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른바 ‘연재 펑크’가 없을 것이라 믿었던 것.예측은 엇나가지 않았다. 김 작가는 연재가 계속된 11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원고 마감 시간’을 지키지 않은 적이 없다.올 1월 첫 주 시작된 연재소설 ‘Grasp reflex’는 11월까지 지속됐고, 적지 않은 독자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이는 김강의 동시대적 문제의식을 공감하고 공유한 이들이 많았다는 이야기가 아닐까?“텍스트는 텍스트로서 받아들이면 된다”는 게 현대 소설을 이해하는 가장 유효한 방법이다.그러니, “나는 어떤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이 소설을 썼다”라는 작가의 부연이나 “이 작품을 해석할 수 있는 잣대는 어떤 문학이론에서 발견할 수 있고, 소설가가 이걸 통해 말하고자 하는 건 이러저러한 것이다”라는 구구절절한 비평도 여기서는 그닥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긴 기간 연재된 김강의 소설 ‘Grasp reflex’를 따라 읽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다종다양한 지향을 가지고 삶을 이어온 사람들의 버릴 수도 없고, 부정할 수도 없는 명명백백한 욕망을 서술·묘사하고 있다.돈과 권력을 독점한 이들의 ‘불사(不死) 욕망’, 거기에 얹혀 자신의 삶을 우화등선(羽化登仙)시키고 싶은 이들의 ‘신분상승 욕망’, 그것이 자신의 이익과 연관된다면 혈친도 버릴 수 있는 사람들의 ‘돈에 대한 욕망’….21세기 현대화된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와 그 속을 유령처럼 헤매 다니는 등장인물들이 가득한 김강의 소설 ‘Grasp reflex’는 어둡고 음습하게 읽힐 수도 있는 작품이다.그럼에도 이 연재소설이 마냥 절망적인 디스토피아(Dystopia)의 문학적 재현에 그치지 않고, 어둠 속에서도 존재해온 희미한 빛으로 은유되는 ‘희망’의 한 조각을 보여줄 수 있는 건 김 작가의 태생적 ‘낙관성’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동서와 고금을 통틀어 낙관(樂觀)이란 미래에 관한 긍정에서 출발하는 것이며, 그걸 가진 이들만이 낙관을 이룰 수 없게 만드는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사회적 조건과 싸울 수 있는 것 아니겠나.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소설가를 포함한 예술가들은 ‘모두가 낙관 속에서 사는 웃음 가득한 세상’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라고 말해도 좋을 터.어쨌건 이로써 본지에서의 연재는 끝났다. 머지않아 김강의 첫 경장편 ‘Grasp reflex’는 책으로 모습을 바꿔 또 다른 독자들과 만날 것이다.작품의 제목이 어떻게 바뀌건 2022년 경북매일에 연재된 소설 ‘Grasp reflex’와 소설가 김강의 문학적 미래를 축원하는 마음 간절하다. 끝/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2-11-28

구원을 찾아 떠나는 순례의 여정

제임스 게일이 존 번연의 ‘천로역정’을 번역한 ‘텬로력뎡’의 삽화. 기산 김준근이 그렸다. 고뇌에 빠진 기독교도가 전도사를 만나 가르침을 얻는 대목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신의 구원을 찾아 순례를 떠났던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종교적 대상이 탄생한 이른바 신성한 영역에 발을 들여보고자 그토록 먼 길을, 심지어 죽을 위기까지도 넘겨 가며 찾아가 마침내 보고 오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한 여정이 아니라 어떤 필연적인 이끌림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것이라 단지 신앙의 유무나 종교의 형태를 넘어서는 울림을 준다.사실, 순례(巡禮)라는 단어가 지칭하는 어떤 대상을 돌아보는 행위 속에는 이미 그 대상에 대한 예의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신적인 대상이 남긴 흔적을 따라 선교사들이 떠났던 산티아고 순례가 이제는 ‘나’를 찾아 떠나는 순례의 대명사가 된 것처럼 순례의 대상은 바뀔지언정, 순례라는 여정이 이끄는 대상에 대한 경건한 태도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좁은 인간의 머릿속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고뇌는 결국 신의 영역에서만 해결될 수 있고, 해결되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인류가 존재해왔던 모든 순간들 속에서 이처럼 신에 이끌릴 수밖에 없는, 순례를 떠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순간들에 얽힌 이야기들은 그것이 신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바로 그렇게 목숨을 걸고 떠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욱 크고 넓게 울린다.신적 대상이 남겨둔 흔적을 따라 실제의 길을 걷는 순례의 여정뿐만 아니라 미술작품이나 문학작품을 통해 신적 대상에 이끌린 순례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기록들은 훨씬 더 많다. 특별한 종교에 이끌리는 것이 아니더라도 특히 문학이란 어떤 대상에 대한 이끌림과 관계되어 있으니, 신의 구원이나 기적을 향한, 인간의 아스라한 마음을 향한 모든 예술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어떤 대상을 향해 순례의 길을 떠나고 있는 과정이 아니겠는가.19세기 후반 유럽과 미국의 선교사들은 포교를 위해 해가 뜨는 조용한 나라, 조선으로 이끌리듯 건너오기 시작했다. 그들 중 대표적인 선교사인 제임스 게일(James S.Gale·1863~1937)이 번역했던 것은 존 번연(John Bunyan·1628~1688)의 ‘천로역정’(The Pilgrim’s Progress)이었다. 기독교적인 순례의 가장 대표적인 대상이 성경일 것이며, 단테의 ‘신곡’ 역시 인간의 죽음 이후의 세계에 다녀오는 순례일 것이나, 이 시기 가장 대표적인 순례 문학은 바로 ‘천로역정’이었다. 게일은 당시 원산에서 선교활동을 하면서, 1894년에 순한글로 ‘텬로력뎡’을 번역했다. 당시 선교사 게일은 성서를 번역하고, 한영사전을 내고 있던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이 책을 번역했고, 부산 초량에서 활동하고 있던 화가 기산 김준근과 함께 상의하여 상하 권을 통틀어 마흔 점 가까운 삽화를 싣기도 했다.이 책에서 지옥의 불길 속에 떨어질지 모른다는 기독교도는 구원을 찾아 집을 나와 순례를 떠난다. 그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가르침을 얻기도 하며 자신을 유혹하려는 대상과 맞서기도 하며 자신이 갖고 있던 답을 찾아내고 결국 천국으로 들어간다. 죽음 뒤에 존재하는 암흑의 세계에서 천국이라는 신적인 대상을 향해 찾아가는 순례가 바로 이 ‘천로역정’의 여정인 것이다. 게일이 번역한 이 ‘천로역정’은 한국 개화기 독립협회의 지식인들이 기독교를 갖게 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자신이 갖고 있는 인간으로서는 풀 수 없던 물음들이 풀려가면서 결국 천국으로 가게 되는 과정들이, 암흑에 가까워 바로 앞도 보이지 않던 당시의 현실과 겹쳐져 그 기독교도의 순례에 공감하게 되었기 때문일 터이다. 이어, 이 ‘천로역정’은 이후 여러 번 다시 번역되었지만, 제임스 게일의 이 번역이 가진 가치가 여전히 대단한 것은 그 번역 자체가 선교사 제임스 게일의 순례의 여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홍익대 교수 송민호

2022-11-28

KTX구미정차 운운하기 전에 동구미역 확정부터

김락현경북부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과 강기정 광주시장이 만나 민선8기 달빛동맹 협약을 맺으면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이 탄력을 받고 있다. 대구시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이 연내 제정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특별법이 제정되면 신공항과 관련된 여러 사업들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지 않게 되기에 통합신공항 최대 수혜 지역으로 꼽히는 구미지역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동구미역 신설사업도 그 중 하나이다.하지만, 실제 동구미역 신설사업이 현재까지 아무런 진척도 없는 상태에다가 정치적인 요인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최근 김영식 국회의원(구미을·국민의힘)이 ‘대구경북선 KTX동구미역 유치 활동 나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긴 했지만, 이는 신설 예정인 대구경북선(통합신공항 철도노선)을 고속화 설계해 고속열차인 ‘KTX-이음’을 투입해 서대구-동구미-신공항-의성을 오가도록 해야한다고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국토부에 요청한 내용이다.국회의원으로서 요청은 할 수 있으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년~2030년)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동구미역 신설사업인데, 어떻게 동구미역에 ‘KTX-이음’을 정차시킬 것인지 의문이 든다.물론, 김 의원 주장대로만 이뤄진다면 구미시가 그토록 염원하던 KTX정차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통합신공항 철도의 선로가 서대구역에서 칠곡군 지천면을 지나 북쪽인 의성쪽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구미지역에 역을 신설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구미지역에서는 매우 타당하고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허나, 냉정하게 따지고 들면 통합신공항 철도의 주 이용고객은 구미시민이 아니라 대구시민이다. 대구입장에서 철도를 굳이 구미지역으로 약간 치우쳐 갈 이유가 필요하다.그렇기 때문에 지금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동구미역 신설사업부터 확정시켜야 한다. 그리고 실시설계까지 들어가도록 해야한다.민선8기 들어서면서 취수원 이전 문제로 대구와 구미의 감정이 좋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취수원 이전 반대에 앞장섰던 구미지역 두 국회의원이 정치생명을 걸고 동구미역 신설을 확정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kimrh@kbmaeil.com

2022-11-28

영주시, 시장 사법처리 앞두고 어수선

김세동경북부·영주 영주시가 6.1지방선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지난 6·1지방선거 당시 당내 경선때 금품선거 위반 혐의를 수사중인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박남서 영주시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해둔 상태다.영장실질 심사는 29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다. 만약 법원에서 구속이 필요하다고 인정돼 영장이 발부되면 영주시는 시장 공석 사태를 맞게 된다.박시장선거 캠프에 있던 관계자 2명도 다수의 지역 청년을 선거에 동원하고 유권자에게 수천만원의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이외에도 선거캠프 회계담당자 등 10여명이 경찰 조사를 받고 검찰에 송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정가와 시민들은 어수선한 분위기다.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은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 받은 다음 날인 지난 18일 전격적으로 영주시장실과 박 시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시장실의 압수수색 이후 시청 내부는 어수선한 분위기다.공직자 A씨는 “시가 현재 추진중인 모든 일에 대해서는 계획대로 이행해 나갈 것”이라며 “시민들의 불편과 행정 공백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 말했다.하지만 내부 분위기는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특히 박 시장과 관련된 질문과 대화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지역 정가에서는 박 시장에 대한 평가나 현재 상황에 대해 조심스런 반응들이다.선거 후유증에 시달리는 지역 분위기와는 달리 벌써 보궐선거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일부 시민들은 선거에 대한 염증을 드러내기도 했다.김모(62·자영업)씨는 “과거와 같이 관선 시대가 오면 좋겠다,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민선시대는 선거 때마다 지역민간 갈등, 선거 관련 후유증만 증폭 시키고 있다”며“영주시가 선거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시점에서 보궐선거를 운운하는 일부 지역민들의 자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박 시장이 이달 16일 코로나 확진으로 자가격리중인 시점에서도 구속설 등 각종 루머들이 나돌정도로 지역민들은 박 시장의 사법처리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실정이다.영장실질 심사 결과에 따라 지역에 미치는 선거 후유증은 더욱 커질 전망이어서 걱정된다./kimsdyj@kbmaeil.com

2022-11-28

유네스코 기록물 ‘내방가사’

홍석봉정치에디터 안동지역의 ‘내방가사’가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내방가사는 주로 규방의 여성들에 의해 창작되고 전해져 왔다. 규방가사라고도 부른다. ‘내방가사’는 경북 안동 지역 양반가의 부녀자들이 짓고 낭송하면서 기록한 여성들만의 문학 장르다.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한 교훈적인 내용부터 남성 중심의 유교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비애와 노동의 고단함, 기행(紀行) 등 여성들의 의식과 생활 체험에서 겪는 모든 것이 소재가 됐다. 두루마리나 책 등의 형태로 필사하고 여성들의 모임에서 낭송함으로써 전승, 전파돼 왔다.이번에 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내방가사는 조선시대 여성들의 사회적 인식을 담은 기록이자 한글이 공식 문자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기록물이라는 가치를 인정받아 최종 등재가 결정됐다.내방가사는 여성들의 한글을 익히기 위한 용도로 활용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유교적 이념과 남성 중심주의가 문화를 형성하고 있었다. 상류층 여성일지라도 교육과 사회참여는 거의 불가능했다. 여성들은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삶을 표현하는 것은 물론, 글을 배우는 것도 어려웠다. 내방가사는 여성들의 배움에 대한 욕구가 만들었다. ‘내방가사’는 동아시아의 남성중심주의 사회를 바라보는 여성들의 시선과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녹아 있다.유네스코 기록물 등재는 안동지역 여성들의 곡진한 삶과 문학정신의 가치를 세계인에게서 인정받은 셈이다. 하지만 급격한 사회변화로 내방가사의 전승이 중단되고 맥이 끊어질 위기다. 이에 안동시가 내방가사전승보존회를 발족해 내방가사 경창대회를 열고 가사모음집을 발간,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점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귀중한 문화유산을 지키는 것은 후손의 도리다./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1-28

권력과 책임

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국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헌법에는 국가의 최고의무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하지만 이태원에서 10·29 참사가 일어났을 때 국민은 “압사당할 것 같다”, “살려 달라”고 절규했는데, 국가는 응답이 없었다. 무책임한 국가를 믿었던 순진한 청춘들의 비극이었다.이번 참사와 관련하여 고위공직자들이 보여준 행태는 개탄스럽다. “경찰이나 소방인력을 미리 배치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행안부장관), “국정상황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대통령 비서실장), “핼러윈은 축제가 아니라 현상”(용산구청장)이라는 등 모두가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또한 참사가 일어났던 그 시간, 경찰청장과 용산경찰서장은 비상연락이 되지 않았고, 용산구청장은 참사 전후의 대책회의에 모두 불참했다. 게다가 책임을 추궁 받는 국감장에서 홍보수석과 시민사회수석은 “웃기고 있네”라고 필담을 하다가 들켜서 같은 당 주호영 위원장에 의해 퇴장 당했다. 이처럼 공직자들의 무능과 무책임이 총체적이니 문제가 심각하다.철학자 베른하르트 그림(Bernhard A. Grimm)은 “책임을 지지 않는 권력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민주정치는 책임정치다. 국민을 책임지지 못하는 정권은 교체된다. 책임의 크기는 권력의 크기에 비례한다. 고위직일수록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다. 책임은 법적 책임은 물론, 정치적 책임까지 포함된다. 고위공직자는 형사책임이 없다고 해서 정치적 책임도 없는 것은 아니다. 10·29 참사와 관련하여 “장관과 경찰청장에 대한 경질요구는 후진적”이라는 대통령 비서실장의 인식이야말로 후진적이다. 비서실장의 책임의식이 이러하니 공직사회의 책임윤리가 바로 설 수 있겠는가?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정치인은 신념윤리와 책임윤리가 충돌할 때 책임윤리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 정치는 결과로써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하고, 선의(善意)가 반드시 선한 결과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권력자의 신념윤리가 강할수록 정치는 이념화되고 실용성은 떨어진다. 책임윤리는 없고 권력의지만 강한 정치인은 국민에게 재앙이다. 고위공직자는 법적 책임을 묻기 이전에 스스로 도덕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윤리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검사 출신 대통령이 법적 책임과 정치적 책임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대통령이 법적 책임만 따진다면 분노한 민심을 더욱 격앙시킬 뿐이다. 법적 책임은 향후 법원이 판단할 것이니 대통령은 먼저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야당의 무책임한 정치공세는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국정을 책임진 정부여당이 10·29 참사의 책임을 야당에 돌릴 수는 없다. 대통령에게 중요한 것은 ‘측근의 보호가 아니라 국민의 고통과 함께하는 것’이다.책임윤리가 실종된 고위공직자들이 좌고우면(左顧右眄)하면서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그들에게 권력에 따른 올바른 책임의식을 심어주어야 하는 것은 바로 대통령의 책임이다.

2022-11-28

정치가 국운을 가로막지 않게

김진국 고문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관심 사업 예산을 모두 없애고 있다. 국회에서 169석이라는 절대다수를 장악한 힘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새 정부가 일을 못 하게 하라는 ‘정부완박’ 횡포”라고 분개했다. 그렇지만 속수무책이다.영빈관 신축 예산 497억4천600만 원 등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한 예산을 없애버렸다. 새 정부가 만든 법무부 내 경찰국의 기본경비와 인건비,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기본경비도 잘라버렸다. 문재인 정부 때처럼 민정수석을 부활하고, 청와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업무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이런 식으로 윤 대통령의 관심 사업만 골라 칼을 들이대 1조2천억 원을 삭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공약했던 사업은 8조6천억 원가량 예산을 늘렸다.물론 아직은 예비심사단계다. 민주당이 원하는 사업비를 받아내기 위해 협상카드일 수 있다. 그렇지만 국민의힘은 답답하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제출한 82개 법안은 하나도 통과시키지 않는 입법 발목잡기에 이은 예산 발목잡기는 대선 불복에 가깝다”라고 주장했다. 선거로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반쪽 정부다.대통령은 국민의힘에서 나왔어도, 돈과 관련 법률은 민주당이 휘두르고, 정부와 공기업 곳곳에 민주당 사람이 알박기해 있다. 국정은 안 움직이고, 책임은 서로 떠넘긴다. 죽어나는 건 국민이다. 이런 무책임한 정치가 어디 있나.여소야대(與小野大)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처음 여소야대 국회가 됐다. 그러나 그때 가장 많은 일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안 처리도, 청문회도, 과거에 없던 새로운 정국을 슬기롭게 풀었다.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많이 참고, 많이 양보했다. 야당 지도자 3김씨는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했다. 첫 야대(野大)였지만 요즘 정치인과 달리 절제할 줄 알았다. 지금은 정치력도 없고, 대화도 없다. 쓰레기 같은 천박한 말을 쏟아내며 이기려고만 한다. 국정이 안중에 없다. 87년 체제가 수명을 다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정치가 실종된 상태에서 여소야대는 자칫 재앙일 수 있다. 언제든 국정이 마비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렇다고 여대야소여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국회가 거수기로 전락할 또 다른 위험이 있다. 정부·여당이 한패가 되어 국정을 몰아가고, 다른 의견은 용납하지 않는 전체주의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정치인에게 갈등을 해결할 능력이 없다면 제도로 강제해야 한다. 극단적인 진영 대결과 국정 마비의 위험은 줄일 장치를 찾아야 한다. 그동안에도 이런 위험이 수없이 지적됐다. 특히 내각제론자들의 지적이다. 내각제라면 의회의 다수당이 내각을 구성해, 정부와 국회가 극한 대립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연립정권을 구성해야 한다. 대화와 타협과 관용과 상생의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 소수 정당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일단 국정 운영을 맡게 되면 책임 소재가 분명하다.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대규모 감세로 파운드화가 폭락하자 취임한 지 45일 만에 사임했다. 신뢰만 얻는다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나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처럼 대통령 이상으로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나라가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그렇지만 국민 여론은 내각제에 부정적이다.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행태를 보면 도저히 믿음이 가지 않는다. 유권자들도 좋아하는 스타 정치인에게 연예인을 향한 팬덤 같은 지지를, 경쟁자에게는 비난을 보낸다. 새로운 정치문화다. 권력을 분산한 국회의원보다 한 명의 ‘정도령’을 원한다.대통령제에서도 임기나 권한을 조정하는 방법이 있다. 4년 중임제도 거론된다. 정치권의 부패를 감시할 독립적인 사법제도도 중요하다. 신뢰를 높이는 길이다. 선거에서 무슨 짓을 해도 당선만 되면 끝이라는 낡은 생각을 부술 수 있다. 지금 정치를 보면 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갈 길이 멀다. 그렇지만 이제라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본사 고문

2022-11-27

‘봉화형 농업’과 ‘체류형 관광산업’으로 지역 살리겠다

박현국 봉화군수 민선 8기 출범 이후 지난 4개월간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 지역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지역의 미래를 논의하며 군정 운영의 기초를 다지고 지역발전을 위한 세부전략을 마련했다.2023년은 민선 8기 군정의 실질적 원년으로 본격적인 군정비전 실현의 밑그림을 완성하는 중요한 해다. 내년부터는 공약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쳐 성과를 내야 한다.지난 7월 1일 취임식 때 군민들 앞에서 “군민이 주인인 희망찬 봉화를 비전으로 1조 원 소득의 봉화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천혜의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하는 봉화형 농업과 체류형 관광산업으로 농촌과 상경기를 살리고 인구가 늘어나는 봉화를 군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특히 농업의 비중이 지역 산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농업육성에 집중하려고 한다. 창의적인 농정혁신을 통해 부자 농업인을 육성하고 소득 증가를 꾀하겠다.이를 위해선 고추냉이 재배 시범 사업과 고랭지 멜론 재배 시범 사업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전략작목 발굴에 관심을 가지고 청년농업인 육성을 위한 창업보육 사업을 추진해 지속가능한 농업생태 구축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안정적 소득기반을 갖춘 정예 청년농업인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청년농업인 영농정착 지원사업과 청년농부 육성 지원사업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젊고 유능한 인재들의 농업 분야 진출을 촉진하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면서 농업 인적 구조를 개선하겠다.또 복합환경 제어 및 ICT기술연계 시설 등을 포함한 임대형 수직농장 등 봉화형 스마트팜 기반 조성사업을 추진해 첨단농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이 적정한 임대료로 창농해 재배역량을 향상시키고 농업경영의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이밖에도 한국임업진흥원분원을 유치해 임산물의 체계적인 품질관리 및 연구를 통한 임업인 소득 향상에 힘쓰며 문화·관광 분야에서는 대표적으로 베트남 국민의 존경의 대상인 리(Ly)왕조 후손 유적지인 봉화 충효당을 관광명소화하는 봉화 베트남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해 관광산업을 혁신할 계획이다.소로리, 삼계리에 신규마을 조성을 위한 65호 규모의 전원주택단지를 만들고 북지리 작은정원 조성사업과 연계한 15호 규모의 도시민 체류형 농촌체험주택단지를 조성해 매력있는 도시민 인구유치 기반을 만들어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봉화형 정주여건 조성에도 힘쓸 계획이다.전문가 및 지역대표, 시민단체, 주민 등으로 구성된 군민참여 군정자문위원회를 만들어 군정 주요 현안에 군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군민이 주인인 행정 실현을 목표로 다양한 주민 의견 수렴 창구 운영으로 주민의 정책 참여 통로도 넓히고자 한다.지난 4개월간 지역 현장을 다니며 봉화군의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봤다. 이 가능성을 토대로 군민들에게 약속한 공약사업들을 하나하나 완성해나가겠다. 민선 8기 공약으로 봉화군 전역 확대를 약속한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사업’은 3년 연속 공모선정으로 공약이행의 안정적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게 됐으며 경북도의 ‘경북형 소규모마을 활성화’ 시범사업공모에 명호 양삼마을의 청량산 유학센터가 선정돼 인구활력화 사업비 4억 원을 확보하게 됐다.지난 9월에는 재산면 평기지구가 행정안전부의 ‘2023 풍수해 생활권 정비사업’에 선정돼 국비 228억 원을 포함한 총사업비 456억 원을 확보하는 쾌거를 거뒀으며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은어축제’와 ‘송이축제’도 성공적으로 개최해 각각 약 100억 원과 65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거두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무엇보다 군민들에게 한발 더 다가가는 공감행정을 실현을 위해 청사 내 민원인 주차 공간 확보 및 안내 명패 설치 등 군민의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민원서비스 변화를 추진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25년 전 39세의 나이로 지방정치에 입문한 뒤 늘 지역의 발전을 최우선시해왔다. 주민소득 1조 원 시대를 이루기 위해서는 각자가 아닌 함께 같은 방향을 향해 나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에서 군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군민과 같은 곳을 바라볼 때 성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군민들에게 혜택이 크게 돌아간다.당장의 성과에 조급하지 않고 신중한 결단과 현명한 선택으로 공약사업들을 진행해 ‘주민소득 1조원 시대’ 약속을 현실화하겠다.

2022-11-27

유머 넘치는 신화 염소자리

물병자리 남쪽과 궁수자리 동쪽 사이 큰 별과 자잘한 별이 뒤집어진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데 이것이 염소자리다. 황도12궁 중에서 10궁에 속하며 이 별자리 β별인 다비흐(Dabih)가 견우별(牽牛星)이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제자들은 염소자리를 ‘신들의 문’이라 부르면서, 그 문을 통해 고통과 속박에서 벗어난 영혼이 천국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여겼다.그리스 신화 대부분이 비극적이거나 영웅적인 내용이지만, 이 염소자리에는 거의 유일하게도 우스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판(Pan)은 목축의 신이다. 판은 전령의 신 헤르메스와 아이러니하게도 오이칼리에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리오페 사이에서 태어났다. 판은 태어날 때부터 얼굴에 털이 숭숭 나 있어 어머니조차도 징그럽다며 젖을 물리지 않고 도망쳤을 정도였다. 그러나 헤르메스는 희한하게 생긴 아들을 좋아했다. 다른 신들도 늘 명랑한 판을 좋아해서 ‘모든 것’이란 의미인 ‘판’으로 이름 붙여주었다.판이 짝사랑하던 님프 시링크스를 따라갔는데 놀란 시링크스가 급하게 도망치다가 풀로 변했다. 판은 잔혹하게도 그 풀을 꺾어 풀피리를 만들어 불며 들판이나 숲에서 노래와 춤을 즐겼다. 그 피리로 다양한 소리를 내 숲속 님프들을 놀라게 하곤 했다. 뿐만 아니라 잠든 사람에게 악몽을 꾸게 만드는 다소 짓궂은 면도 있었으며, 때때로는 사람을 공포로 몰아넣기도 했다. 공황(恐慌)을 뜻하는 ‘패닉’ 어원이 판에 의해 생겨난다. 반면에 다소 덜렁대기도 해서 신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어느 가을날, 이집트 나일강변에서 제우스를 비롯해 헤라, 아르테미스, 아폴론 등 올림포스 신들이 모두 모여 성대한 축제를 열었다. 축제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 티폰이 공격해왔다. 티폰은 양팔을 벌리면 그 손이 동쪽 끝과 서쪽 끝에 닿는 데다, 머리는 은하수에 다다를 정도로 큰 괴물이었다. 상체는 백 개의 머리를 가졌으며, 하체는 거대한 뱀이 꿈틀거렸다. 타이폰, 즉 태풍의 어원이 티폰에서 유래되었다.당황한 제우스는 물론 신들이 동물로 변신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치던 판이 나일강변에 이르렀다. 그는 물고기로 변해야 했지만, 허둥대다가 주문을 덜 외운 채 물에 뛰어든 탓에 하반신은 물고기로 변했지만 상반신은 염소 모습 그대로 남았다. 정작 이 사실을 몰랐던 판은 마치 자신이 완벽한 물고기인 양 헤엄쳤다. 그 모습을 본 신들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신들은 이를 기념하겠다면서 판이 싫다는데도 막무가내로 하늘에 올려 별자리로 만들었던 것이다.유쾌하면서도 엉뚱한, 그러나 남을 놀래거나 괴롭히는 신이라니 다양한 신성을 지녔다. 인간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대는 스마트폰 천국이다. 그렇지만 좋은 기술을 가지고도 범죄에 더 많이 이용되는 현실이다. 선한 사람이 만들면 선한 인공지능이 되고, 악한 사람이 만들면 악한 인공지능이 된다고 한다. 본성 중 후천적인 교육을 통해 장점만 활용해 살아가거나 단점에 지배당하는 삶이 결정된다. 장점만 살려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올바른 교육이나 건전한 사색이 필요하다.신들의 잔치에 나타나 공격했던 괴물 티폰은 어찌 되었을까? 사전에 의하면 신들의 제왕 제우스가 잡아, 시칠리아 동쪽 해안 에트나산 아래에 가둬놓았다. 이 산은 지중해 섬들 중 가장 높은 산이다. 자연은 간혹 인간에게 경고로써 말을 건네곤 한다. 에트나화산은 2007년 9월에도 분출했다. 티폰이 살아 발버둥 치는 것은 아닐까? 환경은 실천의 문제라고 말이다. /박필우 스토리텔러

2022-11-27

이솝 우화를 고쳐 쓰다가

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이솝의 우화를 읽다 보면, 세상 물정에 대한 번뜩이는 통찰을 얻는 때가 많다. 답답한 도덕 교과서도 아니어서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에 읽은 우화는 답답하면서도 절망적인 느낌이 들었다.한번은 늑대들과 개들이 서로 적대했다. 개들은 그리스 개를 자신들의 장군으로 뽑았다. 그리스 개는 늑대들이 심하게 위협해 오는 데도 전투를 시작하기를 망설였다. “너희는 내가 왜 망설이는지 알겠나? 늑대들은 종족도 같고 색깔도 같지만, 우리 군사는 관습도 다르고 색깔도 달라서 조화롭지 못하니, 이렇게 모든 점에서 다른 자들을 내가 어떻게 싸움터로 인도할 수 있겠나?”이것은 천병희 교수가 번역한 ‘정본 이솝 우화’의 ‘늑대와 개들의 싸움’ 이야기를 약간 줄인 것이다. 현재 전해지는 ‘이솝 우화’는 본문과 교훈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교훈은 이솝의 작품이 아니고, 이솝이 살았던 시대보다 최소 200년이 지난 헬레니즘 시대에 덧붙여졌다고 한다. 우화의 의미를 이해할 때 교훈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교훈이 다 옳다고 믿을 필요는 없다. 그런 점에서 ‘군대에게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의지와 생각의 통일이라는 것이다’라는 이 우화의 교훈 역시 지금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지 망설여진다.개들이 그리스 개를 장군으로 뽑았다는 것은 그만큼 의견이 통일되어 있다는 증거이다. 개들의 출신과 크기와 털 색깔이 늑대와의 싸움에 불리하다는 증거도 없고, 설사 불리하다 해도 그것을 이유로 싸움터에 나가기를 망설인다는 것은 장군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이렇게 장군이 자기 할 일을 안 하고 머뭇거리면 개들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문장 하나 덧붙여서 이 우화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개들은 늑대한테 다 잡아먹혔다’고.이제 이 우화의 교훈은 확실하게 ‘장군 한번 잘못 뽑으면 개들이 다 죽는다.’가 되어 버린다. 장군 하나 잘못 뽑은 대가가 너무 큰가? 그러나 지도자가 잘못해서 국민이 도탄에 빠진 일은 역사에서 비일비재하다.그렇다면 좀 더 낙관적으로 고쳐 써 보면 어떨까? ‘개들은 그리스 개를 무리에서 영원히 추방하고 새 장군을 뽑았다. 새 장군은 개들의 출신, 크기, 털 색깔을 적절히 활용하여 각개전투 방식으로 늑대를 혼란에 빠트려 완벽하게 물리쳤다’고. 이솝이 아폴론 신전 사제의 탐욕을 고발해서 죽음을 당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렇게 마무리하는 것도 이솝의 의도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을 것 같지는 않다.이렇게 ‘늑대와 개들의 싸움’을 읽으며 고쳐 쓰기를 하노라니, 슬그머니 요즘의 현실이 겹쳐 보인다. 사실을 보도한, 또는 사실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보도하지 않은 한 방송국을 악의적이라고 비난하며 대통령 전용기 탑승도 배제하고 도어스테핑까지 중단한 대통령실의 태도는 마치 개들 크기와 털 색깔이 다르다고 자기가 할 일을 안 하겠다는 그리스 개와 오묘하게 닮은 듯하다. 현실 고치기는 우화 고쳐 쓰듯 할 수 없으니, 맥없이 우화만 고쳐 쓰면서 상상의 날개를 펴본다.

2022-11-27

만남, 20221124

강길수 수필가 눈길이 저절로 멈추었다. 늦가을, 그것도 11월 하순에 이런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평소 출근보다 1시간 빠른 출장길이다. 북향 7번 국도가 제법 붐빈다. 벌어먹으려고 직장가는 차들이 꼬리를 문다. 알게 모르게 이 근교에도 일자리들이 생긴 결과이리라. 송라를 벗어나자 차량이 줄었다. 저지난밤 100mm 안팎의 많은 가을비가 내렸던 흔적이 도롯가나 들녘에 드러나도 생각만큼 심해 보이지 않는다.일찍 집을 나선 덕인가, 경고인가, 깨우침인가. 눈길 멈춘 곳 앞 도로 가드레일 위에 쪼그리고 앉았다. 원자력 발전소의 한 건물 녹지 곁 도로다. 찬찬히 살펴본다. 저쪽 크지 않은 앙상한 모과나무 밑에, 노란 모과 한 개가 낙엽과 섞인 푸른 풀들을 베고 누워있다. 그 오른편에 낮은 관목 두 그루가 마지막 잎새 몇 개를 달고 떤다.나무 앞 제법 넓은 면적에 어린 클로버가 밭을 이뤘다. 6월의 클로버만큼이나 많은 흰 꽃을 피워냈다. 그 밭 가장자리엔 노란 민들레꽃 하나 해님이다. 곁에 서 있는 민들레 관모 서너 송이는 작은 솜사탕이다. 솜사탕 뒤로 나지막한 옥향나무들이 가드레일을 따라 줄지어 섰다. 용케도 무시무시한 예초기 날을 피했을 개망초 한 포기가, 두 옥향나무 사이에서 계란프라이 모양 꽃 일고여덟을 달고 늦가을을 노래한다.6일만 지나면 12월인데, 꽃 피운 클로버와 민들레와 개망초 그리고 푸른 풀들, 낙엽과 앙상한 나무들은 어떤 메시지를 사람에게 보내고 있을까. ‘당신들 때문에 우리는 지금 봄이라고 착각한 채 살고 있어요’라고 할까. ‘우리는 속이지 못해요. 이 발전소 근로자들처럼 정직하게 살아낼 뿐입니다’라 말할까. 또는 ‘지구촌 아니, 우주 공동운명체 안에서 우리는 설계된 디엔에이대로 살잖아요’라고 할까.땅거미 내리는 7번 국도를 따라 돌아오는 차창 밖을 보며 생각했다. ‘그래. 올 11월 24일 만난 클로버꽃과 민들레꽃, 개망초꽃, 누운 모과, 앙상한 가지, 팔랑이는 마지막 잎새는 정직하고, 진실했던 거다. 기후변화에 따라 살며, 꽃피우고, 열매 맺으며, 주어진 삶을 그대로 주위에 보여주고 있다. 마지 발전소 현장 근로자들처럼’….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떤가. 어떤 성직자들은 대통령이 죽기를 바랐다. 제1야당 대표는 개발사업 비리 의혹에 사업 시행 지자체 최종결재자이면서도 ‘모르쇠’가 되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는 오만으로 일관한다. 어떤 정치권은 자기편의 일방적 안을 ‘정의’라고 우기며 왜곡을 일삼는 언론을 무기로 선동하고 강요한다. 북핵이 국민을 위협해도 정치권은 걱정이 없다. 일군의 선각자들이, 부정선거 문제를 복음처럼 외쳐도 응답하는 정치권은 없다.한마디로, 우리 사회는 진실과 정직을 버린 맛이 간 사회다. 국민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모름지기 정치인은 국민 목소리를 찾아 듣고, 그 해결의 길에 나서야만 한다. 정치권이 변화에 정직한 식물과 자기 일에 정직한 근로자들의 숨은 진실을 본받는 길…. 그 길이,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살리고 더 꽃피워 열매 맺을 테니까.

2022-11-27

면책특권

우정구 논설위원 국회의원에게는 두가지 특권이 있다. 하나는 면책특권이고 또 다른 하나는 불체포특권이다. 특권이라는 용어에 강한 거부감이 있지만 국회의원에게 이를 부여한 것은 민의를 대표하는 신분이기 때문이다.헌법 제45조에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가 절대권력이나 집권자의 부당한 압력 또는 탄압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취지다.국회가 정부의 정책통제기관으로서 기능을 다하고 의원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민의를 충실히 반영하라는 뜻이다. 이 제도는 의회의 나라 영국에서 출발해 지금은 세계 각국이 도입하고 있다.그러나 국민을 위해 쓰도록 한 권리가 국민이 아닌 정당이나 정파적 이익을 위해 악용되는 경우가 있어 이를 제한하자는 비판 여론도 없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발언 내용이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이를 적시해 타인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는 면책특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시도 한 적이 있다. 면책특권 범위의 모호성이 문제의 논란이다.최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거짓으로 드러나 면책특권이 또다시 비판 대상으로 떠올랐다. 제도의 잘못보다 주어진 권리를 남용하는 국회의원 개인의 양식이나 도덕성 그리고 자질 부족이 제도의 취지를 못 살린다는 비판이 많다.뻔히 알면서 면책특권의 가면을 쓰고 이를 악용하는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국회 스스로가 강한 척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여론이다.논란을 일으킨 김 의원에 대해 법무부장관이 책임을 묻겠다고 했으니 그 결과를 주목하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새 전기 삼는 중의가 모아져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11-27

‘자칭(自稱)’ 선진국

김규종 경북대 교수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되었다. 누가 어떤 근거로 선진과 후진을 규정하는지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올랐다고 한다. 좋은 일이다. 반갑고 가슴 벅찬 일이다. 어린 시절엔 후진국 소리를 들어야 했고, 청소년 시기엔 개발도상국 소리를 지겨울 정도로 들어야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되어 있었다. 실로 경천동지할 일 아닌가?!닷새 전인 11월 23일 서울 서대문구 다세대주택에서 모녀 사망 사고가 보고된다. 그들이 살던 방 앞에는 미납된 5개월분 전기요금과 월세를 독촉하는 주인의 편지가 있었다고 한다. 언론은 숨진 60대와 30대 모녀는 극심한 생활고를 겪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전한다. 지난 8월에는 수원에서 세 모녀가 생활고를 겪다가 숨진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으니, 복지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자살자들의 행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이번에 일어난 두 사건을 보면서 2014년에 일어난 송파구 세 모녀 자살 사건을 떠올린 사람은 비단 나만은 아닐 것이다.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 반지하에 살던 세 모녀가 번개탄을 피워놓고 자살한 사건은 한국 사회를 크게 동요시켰다. 그들은 전 재산 70만 원을 짤막한 유서와 함께 남기고 지옥 같은 이 나라를 영원히 떠나갔다.“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보다 더 절절하게 인간의 영혼을 후벼파는 글이 있었던가?!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물었다. “자네들에게 마지막 70만 원이 남았다면, 그걸로 집세와 공과금을 내겠나, 아니면 탕진하고 생을 마감하겠는가?!”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돈을 다 쓰고 죽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60대 모친과 30대 두 딸에게 그토록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행위를 추동한 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렇게 순정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 나라의 정체는 무엇이고, 권력자와 정치가들은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송파구 세 모녀 자살 사건이 일어나고 불과 두 달이 지나지 않아서 세월호 대참사가 일어났다. 단원고 학생 250명을 포함한 304명이 우리가 보는 앞에서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생매장되었다. 이 사건을 책임지는 정부 고위직 인사는 아무도 없었다.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로 158명이 사망하고 196명이 다쳤다. 지금까지 이 사건으로 옷을 벗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뭉개고들 있을 뿐이다. 혹여 책임의 파편이 날아올까 전전긍긍하면서!삶의 의지를 꺾어버리는 참혹한 나라, 사람이 죽어 나가도 돈만 외치는 인간 장사꾼들의 나라, 누가 죽든 나와 내 가족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는 아귀들의 나라, 오직 아파트 가격 하락만 걱정하는 경제 동물들의 나라, 세상이 어찌 되든 월드컵에 정신 놓은 인간들의 나라, 국민의 삶과 죽음에 무관심한 자칭 권력자들의 나라, 정치는 사라지고 권력욕만 판을 치는 하이에나들의 나라, 대한민국!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는 근저에는 인간적인 정과 유대가 있는 법이다. 최소한의 인간적인 정리(情理)가 사라지면 그 사회와 국가는 소멸하는 법이다. 이것을 모두가 기억했으면 한다.

2022-11-27

무당 내치지 않으면 미래 없다

홍석봉정치에디터 민주노총이 정치투쟁을 벌이고 있다. 국가 물류와 교통을 인질로 삼았다. 노란봉투법 통과와 노동개악 중단이 명분이다. 총파업과 총력 투쟁을 선포했다. 화물연대 등이 릴레이파업에 돌입하면서 온 나라가 비상이다. 정부는 엄정 대응 엄포를 놓았지만 민노총은 눈도 꿈쩍 않는다.지금 우리나라는 안보 및 경제 위기로 안팎곱사등이 신세다. 이런 와중에 주사파 종북세력이 끊임없이 나라를 흔들고 있다. 보수가 맞불을 놓으면서 사회는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주말마다 서울 한복판에서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총칼없는 전쟁이 벌어진다. 수 년 째 광화문 일대에서 펼쳐지는 풍경이다.국가 존망이 흔들리는 백척간두의 위기다. 주사파 종북세력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합법의 탈을 쓴 채 극단적인 주장을 펴며 사회 기강을 흔들고 있다. 환상에 빠진 민주화 추종 세력들이 볼모가 됐다. 뜬구름 주장에 끌려가며 거수기와 심부름꾼 노릇을 하고 있다.정치판은 주사파를 계승한 586 세력이 장악한 후 난파선이 된지 오래다. 민주당은 사사건건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잡으며 반대를 위한 반대에 골몰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를 조롱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이젠 김건희 스토커가 됐다. 대장동 수사 검찰의 칼끝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턱밑에 다달았다.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됐다. 민주당은 이재명 지키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민주당 최대 위기다. 경고음도 안 들린다. 끓는 주전자 안의 개구리처럼, 죽는 지도 모르고 있다. 함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댄다. 민주당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내로남불을 지켜보는 국민은 피곤하다.윤석열 정부 출범 6개월 동안 국회를 통과한 정부 법안은 전무하다. 70여 개 민생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TK 염원인 군위군 대구편입과 통합신공항특별법 법안 소위도 연기됐다. 시한내 통과가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횡포 때문이다.서문표는 전국시대 위(魏)나라의 정치가다. 서문표가 업 땅 수령으로 부임했을 때 하백을 믿는 이 곳 백성들이 해마다 처녀를 골라 하백에게 제사지내기 위해 강물에 던지는 폐습이 있었다. 서문표는 무당과 추종자, 착취를 일삼은 고을 원로 및 아전들을 황하에 던져 미신에 시달리던 백성들의 고통을 일소했다. 오랫동안 지방 정치를 농단하고 지역민들을 수탈해온 토호세력들을 기지로 굴복시켰다. 우리에게 지금 서문표가 필요하다. 민주를 앞세워 국민을 혼란과 고통으로 내모는 무당 세력을 일소해야 한다.윤석열 대통령은 “종북 주사파는 반국가세력이고, 반헌법 세력이다. 이들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사기 춘신군전에 ‘당단부단 반수기란(當斷不斷 反受其亂)’이라는 말이 나온다. ‘당연히 처단해야 할 것을 주저하여 처단하지 않으면 훗날 그로 말미암아 도리어 화를 입게 된다’는 뜻이다.심복대환이 된 주사파 종북세력 척결이 급선무다. 철 지난 유행가나 읊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사회 정의는 팽개친 무당을 몰아내지 않고서는 우리의 미래는 없다.

2022-11-24

고향세

우정구 논설위원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고향사랑기부금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준비가 한창이다. 고향사랑기부금을 낸 사람에게 돌려줄 답례품 선정에서부터 더 많은 기부금을 확보하기 위한 각종 노력이 병행, 추진되고 있다.그러나 진작 이 제도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제도 정착을 위한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여론조사 기관의 고향사랑기부금제에 관한 인식조사에서 “고향세를 들어봤거나 알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27%에 불과했다. 73%는 “전혀 모른다”는 답변을 해 고향세 시행에 따른 성과가 제대로 나올지 의문이다.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에 의하면 시행 첫해 모아질 기부금의 규모가 전국적으로 576억∼865억원 정도로 예측됐다. 우리보다 앞서 시행한 일본처럼 인지도가 최대한 높아질 경우 최대 7천767억원의 기부금이 조성될 것으로 연구원은 내다봤다. 일본의 경우 2008년 처음 시행하면서 첫해 865억원의 기부금이 모아졌으나 2020년에는 7조원이 넘는 돈이 고향을 위해 기부된 것으로 조사됐다.고향사랑기부금제는 출향인사들의 자발적인 기부를 통해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시행을 한 달여 앞둔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대다수 국민이 제도를 잘 알지 못하고 있어 제도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자체가 기부자에 대한 답례품으로 해당 지역 농축산물을 주로 이용하기로 하면서 농민들의 기대는 커가고 있으나 기부금 모금이 부진할 경우 되레 실망감이 커질 수 있다.지금부터라도 고향세에 대한 적극적 홍보를 벌여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1-24

다시 한번, 대~한민국

윤영대 수필가 2022 FIFA월드컵 대회가 카타르에서 열리고 있다. 전 세계 지역 예선을 통과한 32개국이 나라의 명예를 걸고 한 달간의 열띤 경기를 벌이는 세계인의 축구 축제가 사상 처음으로 중동의 무더운 나라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통상 6~7월에 열렸으나 카타르의 무더위 탓에 이번에는 11월부터 12월까지, 그것도 아랍 이슬람 국가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월드컵 경기이다.우리나라는 1954년 스위스 대회에 처음으로 참가하여 헝가리와 터키에 참패를 당했지만, 그 후 실력을 쌓아 1986년부터 9회 연속 본선 진출 팀이 되었으며 우리가 너무나도 잘 기억하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은 대회 유치는 물론 패배 없는 2승1무로 4강 진출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었다. 그리고 2018년에 지난 대회 우승팀인 독일을 2-0으로 격파한 손흥민의 활약을 기억하며 이번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 되었고 앞으로 한 달간 또 하나 우승의 꿈을 이루어나갈 것이다.개막식은 20일 오후 5시 40분이었으나 시차가 6시간인 우리나라에서는 자정 무렵에 중계되었다. 우리나라의 첫 경기도 거의 한밤중인 24일 밤 10시 되어서 볼 수 있었다. 조금은 피곤했지만 그래도 우리의 태극전사들을 위하여 잠 못 이루는 응원을 펼쳤다.이번 카타르 월드컵의 슬로건은 ‘놀라움을 기대하라(Expect Amazing)’이며 개회식에서 방탄소년단 BTS 정욱의 단독 공연을 보노라면 20년 전, 2002 한·일 월드컵 대회 때 불렀던 응원가 ‘오 필승 코리아’가 불현듯 생각난다. 그때의 슬로건이었던 ‘새천년, 새 만남, 새 출발’처럼 우리는 포르투갈과 이탈리아를 차례로 꺾고 8강에 올랐으며 스페인과의 승부차기로 이겼을 때, 나는 유럽 연수여행을 가던 비행기 안에서 승리를 귀띔받고 환호했던 날로 기억하고 있다. 독일과의 준결승 경기는 시내 일정을 잠시 미루고 파리시청 앞 광장에 앉아서 응원했는데 패하여 씁쓸한 마음이 되었었고, 귀국하는 날 3∼4위 전에서 터키에 또 패배하여 4위가 되었으나 우리 축구 응원단 ‘붉은 악마’는 국민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았고 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세계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문을 열었다. 도심 한복판을 붉은 응원의 물결로 넘실거리게 했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흔들며 전국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었다.이제 다시 그 붉은 악마의 힘찬 함성이 뜨겁게 되살아나려는 분위기이다. 아직 이태원 참사의 아픔이 사라지지 않은 만큼 거리응원을 하더라도 조심하고 질서를 지켜 마음을 합치는 월드컵이 되었으면 한다. 중동에서 불어오는 열풍으로 얼어붙은 남북관계와 국내 정치계도 녹이고 서로 투닥이는 말싸움도 한마음 응원가로 씻어내자. 이번 카타르 월드컵의 열기가 국민 모두의 가슴 속에 힘찬 응원의 힘을 불어넣어 월드컵 4강을 이루고 그 기치를 높이 들어 주기를 소망해 본다.다시 한번 외쳐 보자. 오! 필승 코리아, 대~한민국 짜짜짜 짜짜.

2022-11-24

죽음에 대한 예의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우리나라의 연간 사망자수는 30만을 넘는다. 그 중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경우도 3천명 가까이 되고, 자살 사망자는 1만3천명을 넘어 하루 평균 36명꼴이라 한다.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는 828명이고 살인사건의 희생자 수도 300명이 넘는다. 그러니까 노령이나 질병으로 사망하는 경우를 제외한, 교통사고 등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수만도 연간 4천명 이상이라는 통계다.신(神) 앞에 만인이 평등하듯 죽음 앞에서도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누구나 예외 없이 결국에는 죽는다는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사회학적인 측면에서는 죽음에도 천차만별 종류가 있고 의미와 가치가 다르다. 예수처럼 인류를 위해 희생한 거룩한 죽음이 있는가 하면,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그 벌로 처형되는 죽음도 있다. 그것은 물론 죽음이라는 생물학적 현상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죽음 직전까지의 삶에 대한 평가인 것이다.동서를 막론하고 죽음 앞에서는 경건하게 예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보편적인 인식이고 정서다. 유가(儒家)에서는 관혼상제(冠婚喪祭)의 예식을 인생의 가장 중요한 통과의례로 삼는데, 그 중 절반인 상례(喪禮)와 제례(祭禮)는 죽음에 관한 것이다. 삶과 죽음을 같은 비율로 본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서양에도 죽음을 상기시키는 ‘메멘토모리’란 말이 있지만, 죽음을 우리의 삶 속에 끌어들여 내면화하는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함의를 갖는 일이라 할 것이다.한 장소에서 한꺼번에 많은 죽음이 발생한 참사는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게 마련이다. 2014년의 세월호사건이 그렇고, 지난 10월의 이태원사건이 그렇다. 개별적으로 볼 때는 다른 사고사와 다르지 않지만, 대형 참사에는 분명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반드시 책임소재의 규명과 시정대책이 따라야 한다. 며칠을 애도의 기간으로 정하여 국민 모두가 조의를 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대형 참사가 인재(人災)일 경우에는 원인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이 신속히 수행되어야 한다, 세월호사건의 경우, 여객선에 대한 관계기관의 철저한 감시감독과 사고발생시의 매뉴얼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제도화하고 수시로 점검을 해야 한다. 이태원의 참사는 그 경위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운집하는 장소에 대한 사전 점검과 대처 매뉴얼을 만들어 유사시에 차질이 없도록 대비하면 얼마든지 방지할 수 있는 일이다.죽음에 대한 예의는 곧 인간에 대한 예의다. 그리고 예의의 기본은 절도(節度)다. 모자라서도 안 되지만 지나쳐서도 무례가 된다. 행여 죽음을 왜곡하거나 불순한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무례를 넘어 망자를 모욕하는 악행이다. 유족들의 아픔과 슬픔이야 한이 없겠지만, 제3자들이 나서서 난리를 치는 것은 예의가 아닐뿐더러 저의가 의심스러운 일이다. 경건한 마음으로 초의를 표했으면 더 이상은 관여를 말고 잊는 것이 예의다. 무례하게 날뛰는 자들이 많아서 하는 말이다.

2022-11-24

저널리즘의 존재 이유

장규열 한동대 교수 언론은 왜 필요한가. 디지털세계는 소통의 형태와 소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온라인과 사이버 세상은 온갖 정보를 범람하게 만들어 필요한 정보와 소식은 딱히 언론기관을 통하지 않아도 쉽게 접하게 되었다. 수 년 전 미국 카네기멜론(Carnegie Mellon)대학의 보고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하루에 소통되는 정보의 양이 어마어마한 가운데 99퍼센트는 의미없는 대화일 뿐이라고 하였다. 웹정보분석회사 시만텍(Symantec)은 주고받는 이메일의 70퍼센트 이상이 스팸(Spam)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메일과 스팸, 블로그와 트윗, 페이스북과 카톡 등 온갖 통로를 활용하는 정보와 소식들 가운데에도 ‘저널리즘(Journalism)’이라 일컫는 언론행위에는 아직도 대중이 거는 비교적 높은 기대가 있다.소비자 대중은 언론에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 언론이 지향하는 소통에는 다른 소통방식들과 어떤 차이와 까닭이 있어 끊임없는 주목과 관심을 향유하는 것일까. 오늘처럼 바뀐 미디어환경에서 언론은 어떻게 변화해 가야하는 것일까. 수다한 스토리들과 연예공연물, 스포츠와 오락콘텐츠, 의견과 주장, 광고와 선전물들이 득실거리는 현대 미디어의 틈바구니에서 취재와 보도를 기반으로 하는 언론행위가 명맥을 유지하는 일이 쉽지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저널리즘이라 불리우는 이 독특한 영역이 아직까지는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으로 보인다. ‘기레기’라는 멸칭이 특정한 의미를 동반하며 언론인들을 공격하지만, 기자들이 아니면 불가능에 가까울 영역이 존재하므로 언론의 존재 이유는 남아있는 터이다.사실보도를 비롯하여 논설집필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필요를 채우는 언론의 사명은 퇴색하지 않았다. 미디어환경에서 감지되는 정보의 무분별한 범람으로 인하여 정돈되고 분석력이 넘치는 고급 정보콘텐츠는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 언론행위의 목적은 독자시민들로 하여금 일상생활에서 보다 나은 다양한 결정이 가능하도록 사실에 근거한 진실을 전하는 데에 있다. 사실을 사실로 확인하는 수고를 독자를 대신하여 성실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언론행위의 가치는 충분히 보인다.진실을 전한다는 맥락에서 언론이 때로는 독자를 대신하여 권력에 맞서야 한다. 정치적, 경제적, 제도적으로 힘을 가진 이들이 가진 권력을 온당하게 행사하는지 감시하고 살피는 역할은 언론에게 특별히 지워진 책임이며 사명인 셈이다. 민주주의가 제공하는 삼권분립에 더하여 언론을 네 번째 축으로 여기는 까닭이 그에 있지 않을까. 나라의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언론에 특별하게 허용하는 까닭도 언론이 자임하는 ‘감시자의 역할’에 기인한다.언론은 사회가 공동체적 의미를 회복하고 공론의 장을 펼치는 데 기여해야 한다. 비판과 타협을 사회적으로 숙성시키는 일에도 언론의 책임이 크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여러 영역에도 목소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공기로서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여도 언론이 가진 본연의 사명과 역할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면서 가진 책임에 오히려 치열하게 복무하는 언론을 만나고 싶다. 언론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2022-11-23

군위 인각사의 수난

홍석봉정치에디터 ‘삼국유사’는 경북 군위군의 트레이드 마크다. 군위군 삼국유사면에 있는 인각사(麟角寺)는 고려말 승려인 일연(1206∼1289)이 삼국유사를 편찬한 곳으로 이름 높다. 643년 원효(元曉)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절 입구에 깎아지른 듯한 바위에 기린이 뿔을 얹었다고 해서 절 이름을 인각사라고 지었다고 한다. 삼국유사를 지은 일연은 인각사를 중창하고 이곳에서 입적했다.보물로 지정된 인각사보각국사탑 및 비석이 중요문화재다. 2008년 인각사 건물지 유구에서 출토된 금속공예품과 청자 등 18점의 유물도 보물로 지정됐다.삼국유사와 인각사의 가치를 꿰뚫어 본 군위군은 2010년부터 삼국유사의 역사를 관광자원화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11년엔 삼국유사 테마파크가 문 열었다. 2021년엔 기존의 고로면의 명칭을 삼국유사면으로 바꿔 삼국유사의 고장 조성에 한 획을 그었다.군위군은 소중한 기록 문화유산인 삼국유사를 유네스코 기록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인각사에서 삼국유사 유네스코 기록물 등재를 기원하는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그런데 이런 군위군의 노력에 재를 뿌리는 일이 발생했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인 인각사 주변에 수자원공사가 무단으로 전봇대를 세웠다가 철거하는 소동을 빚었다. 수자원공사는 인각사 부근 삼국유사로에 전봇대 12개를 세우고 시설물을 설치하려다 군청의 공사중지와 함께 원상복구 명령을 받았다. 인근 군위댐의 수상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인각사 인근에서 문화재청 허가 없이는 어떤 개발 사업도 할 수 없는데도 이를 무시한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공기업의 행태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 /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1-23

선거 낙마로 힘들때 힘이 돼준 양식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은 인간의 원초적 질문임과 동시에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숙연한 물음으로 연말이 다가오는 이맘때 즈음이면 많은 사람이 문득 그런 생각에 빠질지 모르겠다.러시아 출신의 레프 니콜라이비치 톨스토이(1828~1910)는 그의 뛰어난 장편소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 등을 통해 많은 등장인물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내며 작품 속에 그의 생각을 녹여 넣은 세계적인 문학가일 뿐 아니라 뛰어난 사상가로서도 평가되고 있다.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사람은 과연 무엇으로 사는가?이러한 근본적 질문에 대한 답과 함께 삶의 의지를 일깨워 준 책이 바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이다.오늘날 고전으로 불리는 그의 훌륭한 장편들보다 특별히 1885년 발표된 이 단편소설을 소개하고자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가난한 구두 수선공 세묜과 그의 아내 마트료나, 하나님의 벌을 받고 인간 세상에 떨어진 천사 미하일, 부유하고 거만한 모피 신사와 쌍둥이 아이를 자식으로 받아들여 키우는 마리아를 통해 인간 삶의 본질과 한계, 그리고 삶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에 대해 매우 쉽고 따뜻한 이야기로 전하고 있다.이 소설은 등장인물 미하일에게 비추는 한 줄기 빛처럼 다가왔다. 마치 19세기 러시아의 톨스토이가 21세기 대한민국의 김하수를 위해 쓴 책이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가슴 깊은 울림을 주었다. 집도 농토도 없이 세 들어 살면서 하루하루 구두 수선으로 자신들의 앞가림에 급급하던 세묜과 마트료나 부부가 고단한 일상에도 내면 깊숙한 곳에서 끌어올리는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사랑,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며 1년 동안이나 끄떡없이 신을 수 있는 가죽 장화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한 신사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죽게 되는 일, 아무런 혈연관계도 없는 마리아가 엄마를 잃은 이웃집 쌍둥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사랑으로 기르는 일,인간에 대한 측은지심으로 하느님의 명령을 거부하다 날개를 꺾여 인간 세상으로 보내진 천사 미하일이 마침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세 가지 본질을 알아 가는 과정은 한편의 감동적인 드라마다. 이들의 행동이 가슴 깊이 다가온 것은 그 당시 심한 좌절과 고통 속에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고민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람에게는 사랑이 있고, 없는 것은 자신에게 어떤 미래가 올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며 그럼에도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면서 그 힘으로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일찍이 가톨릭에 몸담아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경상북도의회 의원으로 보람을 느끼고 꿈을 키우며 고향 청도의 군수 선거에 나섰다가 근소한 표 차이의 연이은 낙마로 스스로 능력과 한계에 대해 질문하며 힘들어하던 나에게 한 줄기 빛으로 다가왔던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한나절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부족한 인간이지만 내면의 사랑을 끌어올려 그 힘으로 함께 어울려 살아가라고 말했다.신이 주신 소명이라는 생각으로 군수로 당선되면서 ‘청도를 새롭게! 군민을 힘 나게’의 슬로건을 실제 현장에서 구현하고자 기꺼운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다. 사랑하는 고향 청도의 발전과 군민 행복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오늘에 감사하며 “더 큰 사랑으로 군민들과 하느님께서 주신 소명을 실현하겠다”는 약속의 다짐을 한다.

2022-11-23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큰 아이가 인라인 스케이트를 배우기 시작하며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경기장에 나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경기장에 온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스케이트를 타는 것을 보며 90분의 강습 시간을 기다린다. 수업은 상급·중급·초급으로 구분해서 진행되지만, 초급반의 경우 아이들 실력 차이가 제법 난다. 이제 처음 강습을 받기 시작한 아이와 스케이트를 배운지 두 달이 넘은 아이는 같은 초급반이지만, 도저히 함께 배우기 어려울 정도의 실력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문제는 이런 구조에서 생겨났다. 처음 배우는 아이들은 자주 넘어진다. 하지만 초급반 강사는 다른 아이들을 지도하느라 넘어지는 아이 한 명을 챙겨줄 수가 없다. 보통의 부모는 넘어진 아이를 안타까운 눈으로 지켜보지만, 일부의 부모는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경기장 안으로 달려온다. 90분의 시간은 귀한 우리 아이를 향한 부모의 마음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시간이다. 그 시간이 불편해진 나는 경기장 주변을 달리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지만, 아이의 요청에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얼마 전 학과의 학생회장과 이야기하다 학생회비 사용처를 묻는 학부모의 전화를 자주 받는다는 말을 들었다. 학생회비의 사용처는 투명하게 학생들에게 공개하지만, 학생-부모 사이의 소통이 제대로 안 되자 답답해진 부모가 학생회장에게 직접 연락을 한 것이다. 이 정도는 귀여운 상황이다. 학생회 활동의 적절성까지 따지는 부모가 있다니, 이쯤이면 자식 사랑이 남다르다고 생각하며 넘어가기에는 석연치 않다.2010년대 중반, 교수에게 아이의 성적 이의신청을 한 엄마 이야기를 듣고 크게 놀란 적이 있다. 좀 더 시간이 지난 지금, 여전히 그런 부모는 존재한다. 아니 이제 부모는 대학에서 아이가 겪는 크고 작은 문제를 직접 나서서 해결해주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중·고등학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모가 직접 대입을 설계하고 자식이 따라가지 못할 때 생기는 갈등은 너무 많아서 열거하기도 힘들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낙오한 아이들은 상처받고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된다.왜, 넘어진 아이가 스스로 일어나게 지켜보지 못하는 것일까? 왜, 성인이 된 자식이 겪는 어려움까지 해결해주려고 하는 걸까?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서 원인을 분석하기 쉽지 않다. 일단 지적하고 싶은 것은 입시 위주의 대한민국 교육이 만든 결과라는 점이다. ‘공부’하기도 부족한 아이를 위해 공부 이외의 일은 아예 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부모의 열정(?)을 온전히 부모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지만, 그들은 적지 않은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과학기술의 시대에는 공부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요즘 대학이 강조하는 ‘플립러닝’이나 문제해결기반학습(PBL)은 이런 문제의식을 반영한 수업 방법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스스로 생각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갑자기 생겨나지 않는다. 우리 아이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2022-11-23

집회와 문화

오낙률 시인·국악인 산야에 무리를 지어 피는 꽃의 광경을 축제적 의미로 생각하는 것은 아마도 사람들의 일반적 시각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꽃이 모여 피는 모습에서 그 꽃들이 모여서 피는 것에 목적이 있고 인간에게 요구사항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어떠한 느낌이 들까? 아마도 그 광경은 오늘날의 인간을 상대로 하는 꽃들의 집회 내지는 시위라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싶어 더 좋은 자연적 환경을 인간에게 요구하는 꽃들의 절박한 집회라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해마다 철마다 사람들은 영문도 모르고 야단법석을 떨며 꽃 잔치를 즐긴다고 가정한다면 아마도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낮 빛은 꽃보다 더 붉어야 함이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집회라는 것은 애당초,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고 나약함이 모여 강함을 이루어 내려는 여린 생명들의 소박한 지혜가 아닐까도 싶다.언젠가 서울역 인근에서 벌어진 어느 단체의 집회 현장에서 의도치 않게 충실한 관객이 되어드린 기억이 있다. 무릎이 불편한 탓에 지하철역에 내려서 행사 현장까지 걷는 불편을 덜고 싶은 마음에 택시를 탔는데, 그 순간의 선택이 십 분이면 갈 곳을 한 시간 십 분 만에 도착하게 한 황당한 기억이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서울역 주변과 종로 주변에 조그만 공터만 있어도 각기 다른 이름의 단체들이 다투어 집회장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택시기사님의 말에 의하면, 한 단체는 집회 참가자가 6만 명이나 된다고 하였는데 그들은 여러 대의 커다란 방송 차량을 앞세우며 거리 행진을 하고 있었다. 교차로마다 수많은 경찰이 동원되어 교통 통제를 하고 있었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느낀 경찰의 모습은 도로에서 볼모로 잡혀있는 시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시위참가자를 위한 경찰처럼 느껴졌었다. 종로 일대가 교통지옥이 되었는데도 그들은 쩌렁쩌렁하게 확성기로 구호를 외치며 거리 행진을 하고 있었다.시민의 불편을 볼모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려는 행위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집회가 아니다. 이는 마치 강력범죄 사건을 다루는 영화에서나 봄 직한 인질극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민주주의 탈을 쓴 조직적 폭력이라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집회와 시위로 인해 도로 한복판에서 몇 시간을 인질로 잡혀있던 사람들은 감히 그 행사 주최 측에 항의할 엄두도 못 내었을 것은 뻔한 일이고, 오히려 다수의 군중과 개인 간에 느낄 수 있는 공포심마저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이제 우리나라도 집회와 시위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해서 필자는 이참에 국가에서 집회와 시위를 위한 공원이나 대규모 광장 하나쯤 조성하면 어떨까 싶다. 국제 공항을 건설하듯, 변두리 평야 어디쯤 여의도 면적 크기의 부지를 확보하여 그곳으로 국회의사당도 옮기고 대통령 집무실도 옮기고 신문사, 방송국 등 각종 언론매체도 이주시키고, 모든 집회와 시위를 그곳에서만 이뤄지도록 법령도 만들고 해서, 제발 도심 한가운데서 거리 행진을 벌이는 그런 이기적인 집회가 ‘집회문화’라는 탈을 쓰고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지 않았으면 좋을 것 같다.

2022-11-23

소설(小雪)즈음에

배문경 수필가 차창 밖으로 풍경이 지나간다. 단풍을 보려고 창문을 열자 찬바람이 먼저 들어앉는다. 가을인가 했더니 십일월이 벌써 겨울이다. 바람에 내려앉은 낙엽이 차바퀴 바람에 춤을 춘다. 따라나서는 은행잎이며 가로수 잎이 버석하다.김동길은 나이만큼 세월은 가속도가 붙는다고 했던가. 흔하고 흔한 이야기로 모를 사람이 없지만 세월이 내달리는 속도에 현기증이 난다. 하루하루가 활시위를 떠난 화살촉처럼 저 끝 어딘가를 향해 달리고 있다.그 화살은 계속 날아가지만 불혹을 넘기고서야 조금씩 마음이 편안해진다. 집착과 안달하던 시간이 조금씩 미풍처럼 부드러워진다. 사람도 사랑도 그리움도 한 발씩만 벗어나면 편안해지는 것을 놓지도 버리지도 못하고 늘 앵앵거렸다. 그 마음이 엉덩이를 깔고 앉으니 그 만큼 편해진다.친구들과 함께 한겨울 대관령을 갔었다. 언덕을 오르자 때 묻은 양떼들이 마른 짚을 먹으려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그림에만 보던 양들이었다. 중년의 여자들이 양털이 정말 옷에 사용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얼굴에 와 닿던 찬 기운 때문에 웃음꽃이 피었다. 일 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하는 여고 친구들은 쟁여놓은 이야기보따리로 2박3일이 늘 모자란다. 더 늙기 전에 제주도로 일본이든 중국이든 외국여행을 떠나자며 호들갑을 떨었다.오래전, 한여름 바닷가에 아이들을 풀어놓으면 밀려오던 파도와 달리고 모래성을 쌓으며 시간을 보내고 와서는 배가 고프다했다. 수다삼매경에 빠져 있다가 아이들을 건사하고 푸른 바다 앞에서 마시던 한 잔의 커피는 어쩌면 힘들게 낳은 아이들로부터 잠시잠깐의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이제는 현관으로 들어서는 아이들이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것을 보면 대견하다. 조바심 내던 시간들이 안정적이고 등두드릴만큼 커줘서 고맙기까지 하다.나이 들고 나이를 먹고 나이가 차는 일이 늘고 지치고 힘들지 만은 않다. 먹고 사는 일로 바쁜 일상을 살다 문인협회 일을 보조하다보니 거의 한 달에 한 번씩은 행사를 한다. 눈부신 햇살 아래 넉넉한 날, 백일장에서 환하게 웃음 짓는 아이들의 표정에서 노고가 절로 녹는다. 뿌듯하고 감사하다. 넉넉해진 마음자리를 느낄 때가 많다.혼자 토함산 등산을 하고 내려왔다. 주말이라 제법 사람들로 버스를 기다리는 승강장이 붐볐다. 버스를 기다리는 또래의 여자에게 다가가서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었더니 대구에서 왔단다. 남산 산행 후 토함산을 다시 오르고 내려온 상황이었다. 등산을 좋아한다는 것과 또래라는 것에 버스손잡이를 붙잡고 흔들리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쉬 나를 털어놓고 타인의 삶에 공감할 나이란 얼마나 편안한가.소설가 박경리는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렇게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고 했고 노년의 박완서 또한 “나이가 드니 마음 놓고 고무줄 바지를 입을 수 있는 것처럼 나 편한 데로 헐렁하게 살 수 있어서 좋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할 수 있어 좋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좋은데 젊음과 바꾸겠는가?”라고 했다.수레가 달려봐야 얼마나 달릴 수 있었을까. 기차가 생기고 나서 인상파 화가가 생겼다는 일설이 있다. 기차가 속도를 내며 달리자 들판의 나무며 꽃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속도감은 낱낱이 상세히 보이던 정밀을 놓치는 대신 커다란 시각적 변화를 가져왔다. 흐리게 그러나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시야와 마음의 부피도 커진 만큼 풍요롭고 편안해질 수 있다. 시야가 넉넉해지는 것이 화풍(畵風)의 변화만은 아닐 것이다. 바삐 내달리는 인생 후반전이 더 많은 것으로 마음을 채우는 일이 된다. 살아온 만큼 쌓아둔 곳간의 곡식처럼 이제 마음의 양식으로 넉넉해지면 좋겠다.따뜻한 겨울 준비로 소설(小雪)에 김장을 챙긴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씻고 물을 빼고 양념에 버무려 통에 담으며 늘 해 오던 일이 주는 감사를 손으로 느낀다. 익어 식탁에 오르는 김치처럼 일상이 잘 버무려져 풍미를 더해갈 일이다. 익어감에 감사하며.

2022-11-23

을유(乙酉)

육십갑자 중 스물두 번째에 해당하는 을유(乙酉)다. 천간(天干)은 을목(乙木)이고, 지지(地支)는 유금(酉金)이다. 을목과 유금은 음 기운이다. 을목은 연약한 나무나 담쟁이넝쿨, 꽃 등으로 여성적이다. 유금은 금(金)의 결정체로서 단단함을 가진다. 동물로는 닭이다.을유일주(乙酉日柱)는 겉모습이 화초다. 여린 나무라 부드럽지만, 속은 유금의 속성으로 날카로운 칼의 형상이다. 겉은 부드럽고 속은 단단한 외유내강한 사람이다. 남의 눈치를 보지만 자존심이 강하고 다른 사람과는 타협을 싫어한다. 어떤 위기에서도 풍파를 이기고 나온 화초같이 노련한 지혜와 고집이 있다.을유일주는 단단한 바위 사이에 핀 화초, 담장을 타고 자라는 능소화로 비유된다. 남을 의식하여 좋게 보이는 것을 좋아한다. 출세 지향적이며, 우아하고 단아하다. 내적으로는 끊임없이 불안하고 흔들린다.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 성실하고 적응력이 뛰어나다.중국 당나라 때 백거이문집 ‘유목편’에 나오는 시다.“꽃나무 능소화는 곱기도 하여도 고상하다고는 못하네/ 옆에선 나무를 타고, 넝쿨 넝쿨 백 자나 뻗어 나가며 발부리 돋아 내어 나무줄기에 붙이고, 나뭇가지 끝마다 꽃을 피우네/ 스스로 꿋꿋함을 뽐내며 태풍인들 나를 흔들까 으스대지만/ 어느 날 아침 의지하던 나무가 쓰러지고 나니/ 홀로 서있는 것이 어느새 깃발처럼 나부끼네/ 문득 동풍이 불어 닥치니 아침밥 먹기도 전에 부러지누나/ 해 뜰 때 구름 같던 꽃들이 해도 지기 전에 쓰러져 땔나무로 되는구나.”스스로 일어서려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맥없이 쓰러지는 저 꽃나무를 배우지 말아야 한다. 남의 세력을 등에 업고 스스로 뽐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렇지만 사람은 처한 환경에 따라 행운과 불행이 결정된다.환경이 뿌리를 내리기 어렵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않지만, 날카롭고 끈질긴 성격으로 공과 사는 분명하다. 감정기복이 심한 편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은 높지만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괴롭게 만들기 때문에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무리 어려운 역경이라도 겨울에 꽃피는 인동초 같은 끈질김도 있다.을유일주는 지지 유금(酉金)이 도화(桃花)를 뜻하는 글자이기에 감각적인 면이 뛰어나서 연예계나 예술계에서 능력을 발휘한다. 동물로는 닭이다. 닭 벼슬처럼 남녀 모두 고고한 이미지나 유려한 모습이 있는 분들이 많다. 남자는 부드럽고 지적인 얼굴에 날카롭고 차가워 보인다. 여자는 화분에 심은 꽃처럼 아름답고 치장을 잘한다. 특히 평균 이상의 미인이 많다.을유일주는 지지 유금(酉金)안에 경금(庚金)과 신금(辛金)이 차가운 칼을 가지고 있는 형상이기에 냉정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릴 정도로 차가운 사람으로 변한다. 특히 원수가 되면 언젠가는 복수를 하고 마는 기질이 있다. 가급적 원한을 살 일이나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여자의 경우는 질곡의 삶을 암시하기도 한다.프랑스 작가 에밀졸라(1840~1902년)의 소설 ‘목로주점’은 성실하고 착했던 여성 제르베즈의 삶이 자신의 의지나 노력과 상관없이 숙명적으로 철저하게 파멸되어가는 과정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절름발이이지만 착하고 예쁜 제르베즈는 가족과 함께 파리에 정착한다. 그러나 씀씀이가 헤프고 바람둥이인 남편 랑치에는 제르베즈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도망쳐 버린다. 그녀는 불행을 딛고 세탁소의 점원이 되어 열심히 살면서 자식들의 뒷바라지에 최선을 다한다.이때 기와장이 쿠포의 거듭된 청혼에 그녀는 재혼을 하게 되고, 일시적이나마 안정과 행복을 찾는다. 그러나 쿠포가 작업 중 추락사고를 겪으면서 다시 몰락의 길로 들어선다. 사고 이후 불쑥 나타난 전남편 랑치에가 한집에서 기숙하게 되고, 그녀의 몰락은 가속된다. 제르베즈는 세탁소를 처분하고 남의 집 세탁부로 나선다. 이 와중에 딸 나나도 가출과 타락의 길을 걷게 된다. 그리고 쿠포도 알코올 중독으로 비참한 삶을 마감한다. 제르베즈도 역시 알코올 중독과 정신이상으로 죽고 만다.19세기 자연주의는 인간의 삶이란 개인의 노력과 구상과 결심에 의해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상황과 유전적 소인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우리나라에서는 계용묵(1904∼1961)의 소설 ‘백치 아다다’가 좋은 예다. 아다다는 백치, 벙어리에다가 소박데기다. 노총각 수롱이는 사고무친에다 가난뱅이였다. 볼품없는 외모, 제 깜냥 갖고는 평생 장가 한 번 들어보지 못하고 죽을 판에 아다다를 아내로 맞아들인다. 그녀가 비록 불구였지만 부지런하고 순진해서 수족처럼 움직여주니 더 바랄 데 없다. 거기에다 명색이 김초시의 딸 아닌가. 류대창 명리연구자 둘은 신미도라는 섬 마을로 도망쳐 살림을 차린다. 수롱이가 아다다에게 뭉칫돈을 꺼내면서 밭을 사서 둘이 열심히 농사지으면 큰돈을 벌 것이라고 신이 났다. 하지만 아다다는 깊은 수심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첫 남편과의 짧은 결혼생활이 생각난 것이다. 싸들고 간 지참금 덕에 한 밑천 잡게 되자. 번듯한 여자를 들여놓고서는 아다다를 소박을 놓아버렸다.수롱이도 그럴지 모른다는 생각에 뭉칫돈을 꺼내어 바다로 가서 흩뿌려 버린다. 그러자 수롱이는 아다다를 개 패듯이 팬 다음 바다에 던져버린다. 결국 돈 없이 가난해도 사랑하며 살 수 있다는 아다다의 희망은 파도에 묻혀 버렸다.유전과 환경이 삶의 고비와 곡절을 온통 지배한다는 생각은 그 시대의 편견인 듯 여겨진다. 사람은 물건처럼 단순한 존재가 아닌 것이다. 신체결함을 지닌 채 살아가는 하층민의 삶에도 충실함과 소박함, 수고로움이 녹아있다. 경제개발 과정을 통해 성취한 부와 안락한 생활을 위해 숱한 아다다를 바다에 던지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본다. 인간의 존엄성을 되새기면서 진정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물어 본다.

2022-11-23

마음의 상처

조현태수필가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어렵게 살아가는 한 남자가 있었다. 폐품을 모아 힘겹게 생활하는 중에 치매를 앓던 어머니마저 돌아가셨다.그 남자에게 남은 가족이 있다면 칠 년여를 함께 살아온 ‘똘이’라는 개 한 마리. 그 개에게도 남자가 유일한 가족이지만 갑자기 사라졌다. 왜냐면 어느 날 그 집에 화재가 발생해 집이 다 타버렸기 때문이다. 남자는 크게 화상을 입어 119구급차로 이송되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똘이 역시 화상으로 다리를 절룩거렸지만 아픈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직 주인 남자가 없다는 것만이 관심이었다. 전소된 집터에 널브러진 남자의 바지 하나와 평소에 똘이가 누웠던 자리만 보면 애타게 주인을 찾는 소리를 질렀다. 바지에서 맡아지는 익숙한 주인 냄새를 맡을 때마다 길게 우짖는 소리. 집 앞을 지나다니는 차량을 유심히 살피는 눈길. 갑자기 혼자만 남겨두고 왜 주인도 사라지고 집도 없어졌는지 모르겠다는 똘이의 표정은 불안하고 어둡기만 했다.한편 남자는 매우 아픈 화상치료에 정신이 팔려 똘이를 깜빡 잊고 있었다. 알고 보니 똘이도 화상을 입은 채 절룩거리면서도 자기를 애타게 찾아다니고 있었다. 벌써 한 달이 넘어가는데 똘이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자신을 탓하며 울먹인다. 그렇다고 개를 병원으로 데려올 수도 없으며 만나러 나가는 외출도 허용되지 않으니 안타까울 뿐이었다.이런 사실을 알게 된 이웃이 나섰다. 개를 붙잡아 치료도 하고 먹이도 제공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먹지 않고 불안한 눈만 굴리고 있었다. 갑자기 당한 생이별이 얼마나 큰 간극을 벌려놨는지 훤히 보이는 장면이었다. 동물병원 수의사가 말했다. 육체에 생긴 상처로 아프고 쓰라린 고통은 별거 아니지만 생이별하게 된 마음의 상처는 설명되지 않는 깊은 고통을 남긴다고 했다. 둘 사이에 생이별을 해결해 줄 방법은 다시 만나게 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우선 주인의 영상을 보여주고 ‘어서 와, 밥 먹어’라는 녹음된 음성도 듣게 했다. 익숙한 목소리에 관심을 갖는 듯 하다가 주인의 모자와 지갑을 먹이 곁에 놓아주고서야 똘이가 경계를 풀고 먹이를 조심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병원에서도 특별히 배려하여 똘이를 병원 뒷마당까지 데려와도 된다고 허용했다. 이제는 영상이 아니라 직접 만나는 기쁨까지 누리게 해 주었다. 미리 뒷마당에 나와 똘이를 애타게 기다리는 주인의 감정과 멋모르고 실려와 ‘똘이야’부르는 정겨운 소리를 얼른 알아차리고 뛰어가서 안기고 핥아주는 감정이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단 둘만 남은 가족인데 재활치료가 끝나면 다시 한 집에서 더욱 사랑하며 살 것만 같았다.이러한 형편을 알게 된 이웃들이 힘을 합하여 불타버린 집도 새로 마련하고 세간과 똘이 집까지 마련하여 주었다. 텔레비전에서 이 방송을 시청하면서 콧날이 찡 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남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일이 처처에 있다. 그나마 상처 준 잘못을 깨달으면 똘이처럼 치유가 되겠지만 상처를 주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면 아! 똘이보다 못한…. 필자는 희망을 갖는다. 우리에게는 선하고 아름다운 이웃이 있다는 것을.

2022-11-22

모기보다도 간담 서늘한

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맹호가 울 밑에서 으르렁대도 / 나는 코 골며 잠잘 수 있고 / 긴 뱀이 처마 끝에 걸려 있어도 / 누워서 꿈틀대는 꼴 볼 수 있지만 / 모기 한 마리 왱 하고 귓가에 들려오면 / 기가 질려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구나 / 부리 박아 피를 빨면 그것으로 족해야지 / 어이하여 뼈에까지 독기를 불어넣느냐”조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문집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에 실려 있는 한시 ‘증문’(憎蚊, 얄미운 모기)의 첫 8행이다. 조선 시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73세라는 나이로 장수를 하기도 했지만, 조선 후기 유학의 한 학풍인 실학을 기반으로 하여 천문, 지리에서부터 수학, 의학, 동물학에까지 학문적 업적을 남기고 사회, 경제, 사상의 거의 모든 영역에 걸친 500여 권이라는 엄청난 저서를 남긴 정약용은 2012년의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물론 이 시에서의 모기는 호랑이나 뱀과 같은 거대 권력 권력이 아닌 말단 관리의 횡포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기는 하지만 위대한 학자인 정약용에게도 모기는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존재였음은 분명하다.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3년째 겨울을 맞고 있다. 11월 22일 현재 전 세계의 확진자 수는 6억4천160여만 명에 사망자는 662만 명에 이르고, 한국 역시 인구 절반 가까운 2천658만여 명의 확진자에 사망자는 3만 명이 넘었다. 하도 코로나가 입에 오르내리다 보니 마치 코로나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희생자를 발생시킨 전염병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까지 한다. 그러나, 역사상 사람을 가장 많이 해친 전염병은 말라리아이다. 그리고 이 말라리아 전염병을 인간에게 퍼뜨린 것이 바로 모기이다.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영화 ‘쥬라기 공원’(Jurassic Park)에서는 호박에 갇혀 화석이 된 모기가 빨아 먹은 공룡의 피에서 DNA를 복제하여 공룡을 부활시킨다. 이처럼 모기는 인류보다 훨씬 전에 지구상에 등장하였다고 한다. 그 생명의 연원이 오랜 만큼 모기는 지속적으로 인간을 괴롭혀 왔고 엄청난 해를 끼쳤다. 2019년에 한국에서 번역 출판된 티모시 C. 와인가드가 쓴 ‘모기 : 인류 역사를 결정지은 치명적인 살인자’라는 책에 따르면, 모기가 유발한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의 숫자가 연간 100만 명에서 300만 명에 이르고,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약 20만 년 동안 존재했던 1천80억 명의 사람 중에서 약 520억 명의 목숨을 모기가 앗아갔다고 한다.이쯤 되면 코로나는 별 것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된다. 우리나라의 확진자 수는 아직도 매일 1만 명에서 5만 명대를 오르내리고 있지만 사람들은 이제 그 숫자의 많고 적음에 그다지 동요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나는 한국에서 돌고 있는 색깔 덧씌우기라는 전염병이 코로나보다도 모기를 매개로 한 전염병보다도 더 우려스럽다. 단순히 색깔 덧씌우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색깔이 다르다고 생각되면 서로를 비난하고 그러다가 급기야는 상대를 향한 눈과 귀를 막고 문을 닫아 버리는 지금의 한국사회의 모습이 모기보다도 모질고 간담이 서늘하게 느껴진다.

2022-11-22

“대~한민국” 함성이여

우정구 논설위원 붉은 악마는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 서포터즈의 이름이다. 1997년 PC통신의 한 축구동호회가 국가대표팀을 공식적으로 응원할 서포터즈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으면서 탄생했다.붉은 악마의 응원전은 이듬해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지역 1차 예선부터 시작됐고, 그해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인 한·일전 때는 길거리 응원전으로 확대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와서는 길거리 응원이 절정에 이르러 대회기간 동안 동원된 연 인원이 무려 2천400만명에 달했다고 하니 실로 놀라운 일이 벌어진 셈이다.붉은 악마란 이름은 1983년 멕시코 세계 청소년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우리나라가 4강에 올라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을 당시 외국 언론들이 대표팀을 ‘붉은 악령’으로 부른 데서 유래했다. 붉은 색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때부터 선수들이 상의를 붉은 색으로 입어와 대표팀 상징 색으로 어색함이 없다. 붉은 악마는 치우천왕기를 응원기로 쓰는데, 치우천왕은 환인의 후손으로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한다는 전설의 군신(軍神)으로 알려진 인물이다.일본도 국가대표 공식 서포터즈로 ‘울트라닛폰’이 있고, 중국은 ‘볼에 미친 사람’이란 뜻의 ‘치우미(球迷)’란 이름의 서포터즈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붉은 악마처럼 외국언론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는 활약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개막되면서 붉은 악마의 서울 광화문 거리 응원전을 두고 갑론을박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국민을 하나로 만든 응원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이태원 참사가 있은지 얼마 되지 않아 거리응원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맞서 있다.결정이 어떻게 나든 “대~한민국”의 함성은 또다시 울려 퍼질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11-22

“대구가 삼성 비메모리 사업의 최적지”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 주말 열린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의 추도행사가 주목을 받으면서 삼성과 대구와의 운명적인 인연을 떠올리게 된다.이 회장이 대구를 첫 사업 장소로 선택한 것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 때다. 1938년, 28세였던 그는 중국과 만주를 떠돌며 중계무역을 경험한 후, 서문시장(큰장) 맞은편에 전문 경영인 두 명과 함께 지금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를 설립했다. ‘별표국수’라는 브랜드를 가진 삼성상회는 창업초기부터 국수를 생산하면서 큰돈을 벌었다. 6·25전쟁 중에는 별표국수가 피난민들의 주식(主食)이 되다시피 했다. 전쟁 중 삼성상회 앞에는 매일 피난민과 대구시민들이 몰려와 장사진을 쳤다고 전해진다. 그는 삼성상회에서 얻은 수익금으로 부산에 삼성물산을 재건했다.이 회장은 1954년에는 대구에 제일모직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대구는 당시에도 섬유산업이 발전한데다, 서문시장에는 전국적인 섬유류 도매상이 몰려 있었다. 여기에다 대구시가지를 가로지르는 신천이 공업용수를 공급해 주었기 때문에 공장입지로는 최적지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신천인근에 있는 침산동 논밭 7만여 평을 공장부지로 확보했다.제일모직 건설 당시 이 회장은 가건물에 사장집무실과 숙소를 만들고, 공사현장을 직접 지휘했다. 그는 특히 제일모직 사원들의 기숙사를 지을 때 와세다대학 재학 시절에 읽은 ‘여공애사(女工哀史)’라는 소설에 영향을 받아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1956년 5월 2일 제일모직이 ‘골덴텍스’ 생산을 시작한 이후에도 이 회장은 자주 대구에 내려와 제일모직 숙소에서 기거했다. 대구시는 중구 ‘삼성상회’ 터와 제일모직이 있던 자리인 북구 대구삼성창조캠퍼스까지 4㎞ 구간을 ‘경제 신화 도보길’로 조성해, 이 회장의 발자취를 기념하고 있다.삼성그룹을 승계한 이재용 회장이 최근 비메모리 반도체분야 투자적지를 찾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전 세계 비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은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1위와의 격차가 매우 큰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초격차(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 격차)’를 달성하려면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과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천명을 채용한다는 계획도 발표해 놓은 상태다.삼성그룹이 잘 파악하고 있겠지만, 대구에 있는 경북대와 디지스트(DGIST)의 비메모리분야 RD 인프라는 국내 어떤 대학보다 경쟁력이 있다. 대구·경북지역 대학에서 한 해 배출되는 반도체 전문인력도 수도권에 뒤지지 않는다. 특히 대구에는 K-2군공항이 이전하면 정주여건이 최고 수준인 후적지가 생겨난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취임 직후부터 비메모리 반도체 대기업 유치를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이재용 회장이 최첨단 반도체 생산 인프라를 갖춘 투자처를 찾는다면, 삼성상회와 제일모직 설립 때 할아버지 이병철 회장이 선택한 것처럼 대구가 최적지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2022-11-22

상대평가라는 허상

어느새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날이 추워졌고, 낙엽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한 학기가 끝나간다는 신호다. 학기 내내 얼른 종강만 했으면 좋겠다고, 하루라도 좀 맘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종강이 가까워지자 괜시리 마음이 바빠진다. 편치 않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평가할 방법들을 점검한다. 내가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게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내가 맡은 수업은 말하기 수업과 글쓰기 수업인데, 객관적인 평가가 다소 어려운 과목이다 보니 어떤 기준으로 평가를 하는 게 좋은 방법인지 항상 궁금해진다. 사실 말하기와 글쓰기는 개인의 노력 여하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부분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 결과물을 중심으로 평가를 하는 것이 옳은지 늘 고민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의 말하기와 글쓰기를 성취도로 평가를 하자니, 객관적인 결과물이 눈앞에 놓여있어 그 또한 석연찮기는 마찬가지이다.그래서 일종의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상호평가였다. 평가 점수의 절반은 내가 책정하고, 나머지 절반은 같은 반의 학생들이 책정하도록 했다. 단순히 점수만이 아니라 피드백 또한 해줄 것을 부탁했다. 생각보다 학생들이 성실하게 평가를 해주었던 덕분에, 1학기 때에는 성적 평가를 하기 꽤 수월했던 것 같다. 또, 해당 성적에 대해서 이의가 들어온 경우에도 이를 해명하고 설득하기에 꽤 도움이 되었다. 어쨌든 자신 또한 평가의 주체였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하지만 이렇게 학생들을 각각의 점수에 따라 줄을 세우더라도 여전히 의구심이 남곤 한다. 나는 정말 아이들을 잘 가르친 걸까? 아이들은 내가 가르친 걸 잘 흡수한 걸까? 막상 이런 방식으로 평가를 하다보면 매 수업 성실하게 임했던 학생들이 항상 좋은 결과를 받는 것은 아니기에 더욱 그런 것 같다. 수업을 성실하게 들은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재능이든 뭐든 좋은 결과물을 내놓는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 맞는 것인지 늘 헷갈리곤 한다. 어쨌든 둘을 절충하는 방식으로 성적을 내곤 하지만, 그렇다고 의구심이 사라지지는 않는 것 같다.사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상대평가 방식을 썩 신뢰하지 않는다. 절대적인 성취도가 아닌 상대적인 결과를 가지고 평가를 하는 것이다 보니 그다지 성취도가 높지 않더라도 한 반 안에서 상대적으로 잘하기만 한다면 A+를 받을 수 있다. 반면에 운이 안 좋게 학업 집중력이 높은 학생들이 많은 학과에서는 비슷한 성취도를 보이더라도 같은 성적을 받으리라 보장할 수 없다. 예컨대, 수업 반마다 성적을 책정하다보니, 한 반 내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그걸 학교 전체의 규모로 놓고 보게 되면, 어쩔 수 없는 결과적인 불평등이 생기곤 한다.그리고 또 한 가지, 반 전체의 분위기가 다 같이 열심히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때면 정말 걷잡을 수 없어진다. 어차피 성적은 상대적으로 결정 나는 것이다 보니, 다른 아이들보다 약간만 열심히 하면 될 뿐, 교강사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대학 내 상대평가 비중의 강화가 경쟁력 강화를 위함이었다는 것을 떠올려보자면, 이건 아무래도 예상치 못한 폐해가 아닐까 싶다.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학교의 목적이 지식의 습득이라는 점을 생각해보자면, 이처럼 지식의 습득 여부가 아닌 상대적인 결과에 따라 성적을 매기는 건 어쩐지 주객이 전도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입사를 비롯한 여러 과정에 있어 대학에서의 성적이 공신력과 변별력을 가질 수 있도록 상대평가의 비중을 늘렸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과연 지식의 습득에 도움이 되는 결정인지에 대해서는 왠지 고민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인문학 교사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면, 아무래도 아이들이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거기에 골몰하는 것보다는 수업 시간을 통해 이후에는 해볼 수 없는 고민을 해봤으면 싶다. 사실 입사를 비롯한 이후의 과정들에 대학에서의 성적이 그렇게 큰 변별력을 갖지도 못하는데, 왜 학생들이 오직 좋은 성적을 받는 것에만 골몰하도록 만드는 것일까. 대학교육의 실패란, 단지 사람들이 상식이 부족해진다거나 하는 지점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사람들을 점점 더 아무런 사유도 질문도 하지 않도록 만들어가는 그 과정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하지만 어쨌든, 이번 학기에도 나는 학생들을 평가하고 제도와 규칙에 따라 성적을 배분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고민들을 학생들에 대한 평가에 녹여낼 수 있을지, 과연 이런 고민이 언젠가 끝나기는 할지. 어쨌든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삶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좋은 평가방법을 고민해보는 수밖에 없겠다.

2022-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