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은 대개 적도 부근에서 발생해 천천히 서진한 후 소멸하는 경로를 취하는 것과 발생 후 북상해 북위 20~30도 부근에서 진로를 북동쪽으로 바꾼 다음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지만 태풍의 진로는 종잡을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떤 태풍은 지그재그로 움직이고, 한동안 제자리에 멈춰 서 있기도 하며, 원 모양으로 움직이기도 해 진로 예측을 어렵게 한다. 태풍의 약 12%가 이상 행보를 한다는 통계도 있다.
북상 중인 6호 태풍 ‘카눈’ 때문에 온 나라가 비상이 걸렸다. 그런데 카눈의 궤적이 이례적이다. ‘카눈’은 갈지(之)자 행보를 하다가 다시 방향을 틀어 오키나와를 거쳐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이다. 오키나와를 강타한 카눈이 대만 동쪽 해상까지 갔다가 갑자기 ‘유턴’해 다시 오키나와를 덮쳤다. 이어 북쪽으로 방향을 90도 꺾어 일본 규슈 방면으로 향했다. 기상청은 카눈이 10일 오전 경남 통영 인근에 상륙 후 한반도를 관통해 11일 오전 북한 평양 부근에 이르겠다고 예보했다.
전문가들은 카눈이 특이한 궤적을 보이는 이유가 태평양 상공에 형성된 고기압에 막혀 길을 찾지 못한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카눈은 당초 부산에 상륙, 포항 등을 거쳐 동해안을 훑고 지나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경로를 점차 서쪽으로 바꿔 통영 상륙이 예보됐다. 많은 강우와 강풍을 동반해 큰 피해가 우려된다. 더구나 지난번 집중호우 피해 복구도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마당이다.
카눈(KHANUN)은 태국에서 제출한 이름이다. 열대과일의 이름을 따왔다. 8월 들어 태풍의 내습이 본격화 됐다. 앞으로 어떤 태풍이 더 닥칠 지 알 수 없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홍석봉(대구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