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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여름나기

등록일 2023-08-08 19:59 게재일 2023-08-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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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구 논설위원
우정구 논설위원

더위를 표현한 우리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습도가 높아 찌는듯한 더위 때는 무더위, 찜통더위, 가마솥더위 등으로 표현하고 습도가 높지 않으나 햇볕이 뜨겁게 내리 쬐는 더위를 불볕더위, 불더위, 강더위라 부른다.

한자말로 삼복염천(三伏炎天)은 삼복기간의 매우 더운 날을 이르는 표현인데 지금이 그 시기다. 지금은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이 있어 혹독한 한여름 더위도 그런대로 시원하게 보낼 수가 있다. 그러나 문명이기 혜택을 못 누린 우리의 조상들은 지금처럼 무더운 여름날을 어떻게 보냈을까 궁금하다.

조선시대 왕들의 여름나기는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보면 조금씩은 알 수 있다. 당시 왕들도 기발한 피서법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개가 궁내 후궁 피서지인 창덕궁 후원에서 수박과 참외 등을 먹으며 더위를 식히는 게 고작이다.

조선 7대 왕 세조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오대산 계곡을 자주 찾은 것으로 기록돼 있고, 22대 정조는 책을 읽으며 더위를 이겨냈다고 한다. 그는 “책을 읽으면 몸이 치우치지 않고 마음의 중심에 선다. 그래서 더운 기운이 몸에 들어오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전하고 있다.

조선시대 양반들은 산수가 좋은 계곡을 찾아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시를 읊으며 경치를 즐기는 탁족회를 자주 즐겼다. 집안에서는 사랑방 옆 마루에 돗자리를 깔고 눕거나 차가운 감촉의 죽부인과 부채 등으로 더위를 달랬다.

유난히 더운 여름을 맞고 있다. 14일째 전국에 걸쳐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여름철 전력 수요도 역대급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온열질환 사망자도 급증한다. 건강한 여름나기에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겠다.

/우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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