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그들만의 리그, ‘이권 카르텔’

등록일 2023-08-10 16:03 게재일 2023-08-11 19면
스크랩버튼
홍석봉 대구지사장
홍석봉 대구지사장

고려대교우회, 호남향우회, 해병대전우회는 조직력이 단단하기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결속력이 강한 인맥 집단이다. 또한 가장 배타적인 집단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한국 3대 마피아’라고 칭해지기도 했다. 이들의 조직은 국내는 물론 세계로 뻗어있다.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는 대표적인 인맥 집단이다. 이 3대 조직도 사정이 예전만은 못한 듯 하다. 젊은 세대의 정서에 맞지 않아 회원수 격감 등으로 쇠퇴하고 있다. 그래도 끈끈한 유대는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권 카르텔’이 주목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병폐로 자리잡았다. 윤 대통령은 2021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권 카르텔’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문재인 정권을 겨냥했다. 이후 각종 ‘이권 카르텔’이 등장했다. 척결 대상이 됐다. 노조와 시민단체가 타깃이 됐다. 정부가 노조에 메스를 댔다. 민간단체 보조금을 유용한 시민단체도 ‘이권 카르텔’의 한 부류가 됐다.

이권 카르텔의 대상은 우후죽순으로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도 대상이 됐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부정과 부패의 온상으로 이권 카르텔로 지목됐다. 수능 킬러문항 논란 이후 ‘사교육 이권 카르텔’이 등장했다. 최근엔 ‘순살 아파트’사태로 LH의 ‘전관 카르텔’ 특혜 시비가 불거졌다.

대통령은 신임 차관에게 임용장을 주면서 현 정부를 ‘반카르텔 정부’로 규정하고 “이권 카르텔과 가차 없이 싸워달라”고 주문했다.

‘50억 클럽’의혹의 당사자인 박영수 특별검사의 구속을 계기로 법조 카르텔이 주목받았다. 이권 카르텔을 깨는 첨병인 검찰도 도마위에 올랐다. 법조 카르텔에 침묵하는 검찰에 대해 여론은 비판적이다.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때 위세를 떨쳤던 ‘하나회’는 카르텔의 원조다. 군부내에 패거리문화를 조장했었다. 관가에서는 한때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했던 ‘모피아’가 대표적 카르텔이다. 재무부와 재경부 출신들이 요직을 독차지하고 그들끼리 대물림했었다. 최근 문제가 된 LH의 전관 업체 특혜도 공무원 사회에 이어져 온 ‘전관 카르텔’의 하나다. 법조계에 만연한 전관 예우 풍토는 대표적인 전관 카르텔이다. 문화권력자들의 이권 카르텔과 운동권의 좌파 카르텔은 사회의 암덩이가 됐다.

이 같이 우리 사회 곳곳에 각종 카르텔이 판을 치고 있다. ‘관행’이란 이름하에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혈연·지연·학연이 판을 치던 연고 사회의 변형된 모습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이권 카르텔’이 적지 않다. 오히려 더 조직화되고 내부 결속이 더 단단해지는 느낌이다. 애교심과 애향심, 동지애는 잘 어우러지면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온다. 하지만 권력 지향과 이념이 덧입혀지면 또다른 ‘이권 카르텔’이 된다. 조심해야 한다. 그래도 이권 카르텔이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되거나, 비판 세력이라고 해서 낙인찍기는 곤란하다. ‘이권 카르텔’이라는 이름으로 조자룡 헌칼쓰듯 단죄 해서도 안 된다. 자칫 전임 정부의 적폐청산 재판(再版)이 될 수 있다.

홍석봉의 視角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