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 Volume3’
쉽지 않았던 만남을 어떻게 정리해야할까. 만남도 쉽지 않지만 헤어짐도 만만치 않다. 시작은 내 모든 것을 내놓으며 어필하지만 헤어질 때는 무엇을 남겨야 하는가의 문제가 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1’편이 상영된 것이 10년 전이니 이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편에서는 강산이 변하는 시간 동안의 추억을 뒤로 하고 아름답게 헤어져야만 한다.
10년 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1’편(2014년), 우주의 어딘가에서 하나 둘씩 모였던 이들은 이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편에 이르러 각자의 소망을 담아 흩어진다. 각자가 떠나왔던 곳으로 되돌아 가거나,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나간다.
1편에서 불편한 동맹을 맺고 일명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결성하는 5명의 이력은 불안전한 가족관계에서 출발한다.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우주로 납치되는 스타로드(퀼)와 암살자로 길러지는 가모라, 아내와 딸을 잃고 복수심 하나로 살아가는 드랙스, 현상금 사냥꾼으로 말하는 너구리 로켓과 그의 동료 나무인간 그루트. 어설프고 불안전한 이들의 합체가 이루어진다. 파괴된 가족관계가 불안전한 가족관계를 이루는 과정이 유사 가족의 탄생을 다룬다. 이들은 여타의 히어로들처럼 탁월함이나 월등함으로 가공할 악당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가볍고 불안한 어느 지점에서 무모하리만큼 저돌적인 상황을 만들어 내면서 활극을 펼친다. 마음 한 구석에는 각자의 슬픔과 고통을 가지고 있지만 부조화와 능청, 진지한 상황 속에서 어긋나는 말과 행동의 ‘삑사리’를 통해 유머로 영화를 이끈다.
어설프고 불안전한 성정의 5명이 모여 우주의 수호자로 거듭나는 이야기의 1편이 유사 가족의 탄생을 다루었다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2017년)는 멤버들의 가슴 깊은 곳에 있었던 근원적 슬픔과 고통인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가족의 의미를 다룬다. 스타로드의 생물학적 아버지며 우주의 신적인 존재인 에고의 등장으로 탄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하지만 에고의 음모에 맞서 그를 구하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스타로드를 키워왔던 욘두의 희생이다.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 에고는 악당이 되어 파멸되고, 자신을 길러주었던 해적 욘두는 스타로드를 구하고 이들의 가슴 속에 남는다. 혈연이라는 생물학적 의미의 가족보다는 ‘희생’과 ‘동료애’라는 함께하는 가치에 가족의 의미를 두고 있다.
이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3부작으로 막을 내렸다. 3편에서는 그간 과거가 드러나지 않았던 말하는 너구리 로켓의 과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새로운 과거의 탄생과 가족의 의미를 물었던 전작에서 각자의 슬픔과 고통을 가지고 뭉쳤던 유사 가족의 여정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어떻게 헤어질 것인가를 보여준다. 바로 자신이 떠나왔던 그곳으로 되돌아가는 선택을 한다. 그곳에서 그간 숨겨왔으며 피해왔던, 동료들에게도 공유할 수 없었던, 오롯이 개인이 마주해야했던 진실이 있는 곳으로 떠난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아서 새로운 팀(유사 가족)을 이룬다. 그들이 쌓아왔던 견고한 세계 속에서 이별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남겨야하는지 깨알같은 솜씨로 보여주고 있다. 우주의 어느 곳에서 만났던 오합지졸들은 동료가 되어 어떻게든 악당을 물리치고 은하계를 지키는 영웅으로 성장해 가지만 이들이 지킨 것은 세상이 아닌 동료를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을 뿐이다.
3편에서는 무모하고 어설프며 뭔가 부족한 결핍의 존재들이 완벽을 추구하는 악당과 마주한다. 완벽함과 부족함, 진지함과 어설픔이 충돌하면서 유머와 감동이 빚어진다. 지난 10여 년의 여정을 단순하게 말하자면 오래 전 뜻하지 않게 집을 떠나 온 이가 우주적 차원의 별종들과 어울려 우여곡절을 겪은 후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다. 오합지졸들의 사연을 하나 하나 어루만지며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이 뭉클하다. 대사하나 표정 하나까지 알뜰하게 챙긴다. /(주)Engine42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