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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들었던 나의 모든 ‘감정’들에 대해서

등록일 2024-12-10 18:21 게재일 2024-12-1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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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시 맨 감독의  ‘인사이드 아웃2’
‘인사이드 아웃2’포스터.

전편에서 다섯 개의 감정을 캐릭터화했던 ‘인사이드 아웃’은 영화 속 2년의 시간이 흘러 ‘인사이드 아웃2’에서 네 개의 새로운 감정이 등장한다. 정확히 12살까지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라는 다섯 개의 감정으로도 아이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아니 성장과정을 그려나가는데 있어서 크게 무리가 없었다. 특정한 감정이 두드러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의 감정들이 뒤섞이며 조율되는 과정 속에서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의 관계화 과정을 보여주었다. 이때까지 아이에게 세상의 중심은 ‘가족’이었다. 자신이 어떻게 가족 구성원이 될 수 있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어떠한 감정으로 상대에게 가닿아야하는지, 스스로를 어떻게 드러내야하는지에 대한 감정의 작용을 보여주었다.

‘인사이드 아웃2’는 이제 막 13살이 된 라일리의 감정에 불안이, 당황, 따분, 부럽이라는 네 가지의 새로운 감정이 추가로 등장한다. 이전의 감정들과는 색깔과 결이 다르고 감정의 표현은 조합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늘어난만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지속적이지 않으며, 일관되지 않으며 출렁임과 가라앉음을 반복한다. 바로 사춘기로 접어든 것이다. 학교를 다니고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시작해 조금씩 바깥 세상과의 접촉을 늘려가면서 아이의 세계는 확정해 간다. 확장되어가는 세계 속에서 새로운 관계가 생겨나고, 그 관계 속에서 여러가지 감정들이 뒤섞이면서 가족애와는 다른 사회화 과정이 시작된다.

영화는 이를 자신의 경험에 대한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신념의 섬’이 생겨나고 이를 통해서 ‘자아’라는 나무가 자라난다고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경험의 축적에 의해 거대한 저수지같은 심연의 신념에서 자라나는 자아는 영화 초반부에 푸른빛의 나무 뿌리처럼 하나의 균질한 색깔들로 묘사된다. 새로운 감정의 등장과 함께 ‘불안’이라는 감정이 지배하는 사춘기를 그리고 있는 영화 중반부부터는 주황색의 또 다른 색깔의 신념들이 자라나면서 자아는 그 색깔을 바꾸어 간다.

사춘기는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그 어디쯤이다. 성숙되기 이전, 현재의 내가 아닌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경우의 수들이 지배하는 심리. 그 심리의 기저에 깔린 불안이라는 감정이 왜,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감정의 의인화를 통해서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영화 속에서 독창적이면서도 흥미로웠던 것은 의식과 무의식을 처리하는 작동원리를 시각화하여 보여주고 있었다는 것이다. 살아오면서 겪었던 경험들 속에서 잊어버리고 싶었던 것들, 혹은 잊어버렸던 것들에 대한 기억이 우리의 무의식 속에서 어떻게 처리되어지고 다시 되살아 나는가에 대한 재미난 의인화를 영화가 보여주고 있다.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불안정한 상태. 나날이 몸의 변화는 빠르게 진행되어 가지만 그 속도보다 느리게 경험과 지식은 쌓여가면서 그 간격을 ‘불안’이 장악하는 시기. 확장되어지는 세계 속에서 뒤떨어지지 않으려는 안간힘과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발칙하면서도 무모한 시도가 곧잘 실수로 이어지던 시기를 영화는 그리고 있다.

‘인사이드 아웃1’의 주인공이며 중심 감정은 기쁨이고 2편의 중심 감정은 불안이다. 이것은 살아 온 날들보다 살아가야할 날들이 많은 라일리의 입장에서는 이전까지 키워왔던 자아로는 감당하지 못할 그 무엇의 압박으로 작용하고 신념의 섬에서 과거의 자아를 부정하며 피어올리는 또 다른 자아가 자라나는 시기, 질풍노도의 시기 사춘기를 다룬다.

결말은 역시 전편과 같이 모든 감정들은 라일리의 삶을 만들어가는데 꼭 필요한 감정들이라는 것이다. 실수하는 나와 완벽하지 않은 나와 관계 속에서 좌충우돌하는 그 모든 모습, 있는 그대로의 모든 것들이 나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 모든 것들이 바로 ‘나’라는 것이다. /(주)Engine42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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