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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서예교실

등록일 2023-08-09 15:58 게재일 2023-08-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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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삼복더위가 무색할 정도로 학동(學童)들이 서예삼매에 빠져든다. 벼루에 물을 부어 사각사각 조심스럽게 먹을 갈고, 은은하게 피어나는 먹내음을 맡으면서 붓에 먹물을 찍어 화선지에 천천히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모습들이 사뭇 진지하고 정겹게 보인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들은 태어나서 처음 잡아보는 붓과 생전 겪어보지 못한 붓글씨 쓰기 실습으로 새로운 배움의 세계에 빠져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묵향에 흠뻑 젖어 들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최근 포항제철소 묵향붓글씨봉사단이 구룡포읍에 위치한 꾸러기마을돌봄센터를 찾아가서 아동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붓글씨 체험학습 프로그램 ‘찾아가는 서예교실’의 활동장면들이다. 여름방학을 맞은 학생들에게 평소 접하기 어려운 우리 고유의 서예를 알리고 몸소 체험하도록 함으로써 전통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2022년 7월부터 송도동, 해도동에서 시작된 서예체험교실은 주로 지역아동센터를 찾아가서 실기 위주의 붓글씨 쓰기로 진행되는데, 1년새 열 세 차례나 열렸다.

포항시 읍면단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열린 이번 서예수업은 1부 서예에 대한 설명과 지필연묵 용구 소개, 먹갈기, 붓잡는 방법, 화선지 재단, 기초 점획 연습과 자신의 이름 및 장래 희망을 붓으로 쓰는 등으로 진행됐다. 그리고 1부 수업 후 휴식시간에는 구룡포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지원한 치킨과 음료, 과일 등을 학생들이 간식으로 맛있게 먹으면서 즐거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어 2부에서는 삼복더위에 필요한 부채작품 쓰기로, 학생들은 합죽선, 원형부채, 모시부채, 오죽선 등의 다양한 부채에 자신들의 꿈과 희망의 글귀를 붓으로 직접 쓰거나 그림을 곁들여 ‘나만의 부채작품’을 완성해 흥미와 자신감을 더했다. 이날 서예교실에 참여한 10여 명의 학생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쓰고 그린 다양한 붓글씨와 먹그림을 벽면에 부착해 전시하기도 하고, 또한 각자가 만든 부채작품을 보면서 서로 부채질을 해주는 등 시종 밝고 신나는 모습들이었다.

“버겁고 여린 손길/어느새 익숙터니//먹 갈고 붓 놀리기/신명으로 삼는 나날//초롱한 망울 속으로/피어나는/꿈 자락” -拙시조 ‘書童’전문(2000년)

서예는 문자를 매개로 하여 자신의 심성을 표현하는 예술이지만 독특한 품격과 매력을 갖고 있어서 생활환경을 미화시키고 실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효용가치가 큰 심신활동이다. 그리고 서예를 배움은 단지 글씨를 잘 쓰기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그것의 매우 유익한 활동으로서 개인의 사상과 인격수양, 예술적 재능과 문화 교양의 개발, 침착성과 인내심 그리고 의지의 단련을 강화시키며, 또한 심신의 건강과 심미안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비록 재능봉사활동 차원에서 일회성으로 지역아동센터를 찾아다니며 주마간산 격의 서예수업을 진행하고 있다지만, 이 마저도 없다면 부조전래의 서예의 명맥과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은 어떻게 될까? 서예인구의 저변확대를 꾀하고 꿈나무 육성을 위한 제도적, 교육적인 안목과 보완책이 필요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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