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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불국사 목련

찬바람 불던 계절에도 관음전에 오르면 습관처럼 목련나무를 쳐다봤다. 언제쯤 피려나. 이번엔 때를 놓치지 않겠다 벼르고 있었다. 봄 강아지 꼬리 같은 보송한 모습을 한 꽃봉오리는 겨우 내내, 그리고 완연한 봄이 임박했을 때도 꿈적하지 않고 있었다. 아이를 등교 시킨 후 불국사로 향했다. 평일 오전이라 비교적 조용한 모습이다. 오늘은 대규모 단체 관광팀도 보이지 않는다. 달라진 날씨 탓인지 겹벚꽃이 벌써 꽃을 틔울 태세다. 철을 기다리느라 애써 붙잡고 있는 봉오리 사이로 진분홍 꽃잎이 제법 삐져나와 있다. 늘 조금 긴장하며 들어서는 사천왕문을 지나자 성급한 매화는 벌써 꽃잎을 떨구고 있다. 대웅전으로 올라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목적지로 향했다. 가파른 낙가교가 언제나 부담스러운 관음전이다. 관음전은 불국사 내 동쪽,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관세음보살을 모신 법당으로 조선 초기 건축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계단을 오르는 수고스러움은 뒤에 만날 관음전 뒷마당의 매력과 비교할 수 없는 까닭에 열심히 오른다. 계단을 다 오르자 새하얀 목련이 눈에 들어왔다. 주인께 먼저 예를 표하는 것이 맞다 싶어 처마 아래에 섰다. 합장하며 올려다본 관음보살상 얼굴에 미소가 느껴졌다. 신기하게도 그날그날 찾아간 마음 따라 표정이 달라진다. 인사를 마친 후 뒷마당으로 넘어갔다. 햇볕에 바싹 말라 하얘져 버린 모래가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 위로 드려진 기와 그림자가 선명하게 내려 앉아있다. 목련 나무가 있는 곳엔 이미 관광객 몇과 커다란 사진기를 든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동안 뒷 마당을 구경하며 잠시 시간을 두고 기다렸다. 경내에서도 조용한 편인데다 사람들이 오래 머무르지 않는 까닭에 조용함을 즐기기에 좋은 장소다. 멀리서 들려오는 염불 소리와 새 소리, 바람 소리가 어우러져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롭다. 보통 10시쯤이면 염불이 시작된다. 사바세계, 극락세계에서 중생들의 고뇌를 해소해 주는 대자대비 보살로 알려진 관세음보살이 머무르는 공간이어서일까. 금세 마음이 편안해졌다. 잠시 후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자 목련 나무 앞에 섰다. 짙은 무채색 기와 담장 옆에 자리 잡은 하얀 꽃들이 파란 하늘을 만나 더 환해 보인다. 세월과 자연이 만나 만든 색들은 조금의 이질감 없이 잘 어우러진다. 합장하듯 모아진 덜 여문 꽃봉오리는 좀 더 노란 빛을 완전히 펼쳐진 꽃잎들은 더 하얗게 조금씩 다른 얼굴들이다. 이쪽저쪽 아쉬울 것 없이 한참을 들여다 보고 나서야 마당을 떠났다. 가장 아래로 내려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입구에 있는 매점에 들러 습관처럼 콘아이스크림을 샀다. 따뜻한 날만큼 부드럽고 달콤하다. 봄은 봄이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3-27

경북 산불 확산에 국가유산 18건 피해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안동과 청송, 영양, 영덕 등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유산 피해도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27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이날 안동 용담사 무량전(경북도 문화유산)과 금정암 화엄강당(경북도 문화유산), 의성에서 관덕동 석조보살좌상(경북도 유형문화유산)에서 피해가 확인됐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용담사 무량전 부속건물 1채가 모두 불에 탔으며 용담사 금정암 화엄강당과 의성 관덕동 석조보살좌상도 전소됐다”며 “현재 국가유산 현장에 750여 명을 투입해 긴급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지금까지 확인된 산불 피해 국가유산 건수는 모두 11건으로 이 중 국가지정 문화유산은 보물 2건, 명승 3건, 천연기념물 3건, 국가민속문화유산 3건이 피해를 입었다. 또한, 시·도지정 문화유산은 유형문화유산 2건, 기념물 1건, 문화유산자료 4건이 피해를 당했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산불 피해 예방을 위해 안동 봉정사 등 사찰에 있는 유물 3건 1566점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하회마을, 병산서원, 도산서원, 봉정사 등 주변 수목을 제거해 방화선을 구축했다. 또 드론을 동원해 국가유산을 관찰하며 피해 현황을 기록하고 있다. 피현진 기자 phj@kbmaeil.com

2025-03-27

“홀딱 타버린 집… 앞으로 어디서 사나”

“산불이 덮치기 전 긴급대피문자에도 설마설마 했는데 정말로 불덩어리가 비 오듯 쏟아졌어요. 정신없이 내달려 대피소로 왔는데 집은 이미 다 불타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지난 24일 강한 바람에 날려온 산불에 모든 것을 다 잃었다는 권(55)모 씨는 안동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 텐트에서 대피하던 상황을 이렇게 얘기했다. 권 씨가 살던 남선면에 산불이 덮친 것은 25일 밤이다. 지난 22일 의성군 안평면에서 시작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24일 안동시 길안면으로 확산하더니 급기야 25일 오후 강한 바람을 만나면서 남선면까지 넘어왔다. 권 씨는 당시 산불이 크게 나 의성군 점곡면과 길안면 등으로 번졌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남선면까지 올 줄은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긴급대피문자도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하지만 상황은 급격하게 돌아갔다. 어느 순간 산불로 인한 연기가 온 마을을 덮더니 급기야 강한 바람에 마을로 불덩어리들이 날아들었다. 권 씨의 집 마당에서 불덩어리가 날아왔다. 그때서야 권 씨는 차를 몰고 마을을 빠져나왔다. 당시 안동시내로 향하는 도로 옆으로는 이미 불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대피소에 도착했다. 나중에 같은 마을 사람에게 들어 안 사실이지만 권 씨의 집은 이미 모든 것이 불에 타 없어졌다. 권 씨는 “이번 산불로 모든 것을 다 잃었다. 집도 불타고 과수원의 나무도 대부분 불에 탔다고 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며 “외지에 있는 친인척에게 기대는 것도 못할 짓이고 답답한 마음 하소연 할 곳도 없다”고 힘없는 목소리롤 말했다. 같은 날 일직면에서 안동체육관으로 온 김(68)모씨 부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동안 힘든 농사일로 자식들 키우고 하다 보니 남은 것이라고는 낡기는 했지만 집 한 채가 전부였는데 그 집이 이번 산불로 다 타버렸다. 김 씨는 “불길이 소용돌이 치듯 날아 다녔다. 그러다보니 우리집은 다 탔는데 조금 떨어진 옆집은 멀쩡했다. 무슨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집을 잃었다는 생각에 앞으로 우리 노부부 어디가서 살아야 하나라는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도 있었다. 안동체육관에서 이재민들을 대상으로 의료지원을 펼치고 있는 안동시보건소 관계자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재민들도 많고, 화재 당시 상황이 계속 눈앞에 아른거린다는 분들도 많다”며 “너무 큰 피해에 심신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호소하거나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날 5mm 안팎의 비 예보에 잠시 산불이 꺼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졌던 분들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비소식에 없자 하늘을 원망하기도 했다. 안동체육관 대피소 밖에서 마을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던 권(71) 모씨는 “뉴스에서 오늘 비가 온다고 했는데 아직 빗방울 하나 보지 못했다. 얼마나 올지... 안온 것 보다는 나을 것이기에 밖에서 하늘만 보고 있다”며 “산불이 꺼져야 일상으로 돌아갈텐데 온다는 비는 소식도 없고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한탄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3-27

국가민속문화재 ‘청송 송소고택’ 장주가 지켜

‘괴물 산불’에 맞서 민속문화재를 지켜낸 사람이 있다. 지난 25일 오후 5시 5분쯤 의성 산불이 청송군 파천면 지경리로 번졌다. 산불 길목에 자리잡은 송소고택이 소실 위기를 맞았다. 송고주택 장주 심재호(심호택의 4대주손·사진)씨는 위기에 처한 송고주택을 지켜내기 위해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는 “산불 때문에 모든 소방차량이 출동된 상황이어서 지원이 어렵다”는 회신을 받았다. 심씨는 긴급히 소화전으로 달려가 고택 전체에 직접 물을 뿌리며 고택 방어에 나섰다. 이곳 해설사와 함께 고택 전체에 쉼 없이 물을 뿌린 결과 산불은 건물을 덮치지 못하고 스쳐갔다. 이후에도 심씨는 안심할 수 없었다. 혹시나 고택으로 잔불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지난 26일까지 혼자 남아 물 뿌리기를 계속했다. 심씨는 “이런 상황에 누굴 탓 할 것 없이 일단 소화전으로 달려갔다”면서 “불이 고택에는 옮겨붙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지나간 일들은 생각조차 하기 싫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청송 송소고택은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에 있는 심처대의 7대손인 송소 심호택 관련 주택이다. 2007년 국가민속문화재(현 국가민속문화유산)로 지정됐다. 1880년쯤 건축한 가옥으로 ‘송소세장’ 현판이 걸려 있다. 10채의 건물이 경내에 있는데, 그 중 안채·사랑채와 대문간채는 개화기 이후의 건물이다. 대문간채는 정면 7칸, 측면 1칸의 기와를 이은 맞배지붕이며 대문 좌우로 행랑채가 있다. 마당채는 대문간채와 이웃한 북방에 있다. 안채에는 안방과 함께 사랑방이 공존하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이 고택은 경상북도 북부 민가 양식으로 상류 주택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종철기자 kjc2476@kbmaeil.com

2025-03-27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합동분향소 마련 “화마 희생자 애도합니다”

의성과 안동, 청송, 영양, 영덕 5개 지자체가 대형 산불에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를 설치한다. 27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청송군은 이날 청송군보건의료원에서 지역 산불 희생자 3명을 애도하는 합동분향소 운영을 시작했다. 운영 기간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오는 31일 오후 8시까지다. 의성군은 산불 진화 도중 헬기 추락 사고로 희생된 고 박현우 기장 분향소를 설치했다. 의성군청소년문화의집 다목적 강당에 마련된 분향소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오는 29일 오후 9시까지 운영된다. 주민 6명이 화마에 희생된 영양군은 오는 28일 오후 1시부터 다음달 1일까지 오후 6시까지 군청 앞 잔디광장에서 ‘영양군 산불화재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운영한다. 영양군 관계자는 “산불사고 희생자를 애도하고 이들에 대한 예우를 다하고자 한다”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설치 운영 방침을 준용해 예비비 3천만원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주민 4명이 숨진 안동시도 합동분향소 설치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60대 산불감시원을 포함해 모두 9명이 희생된 영덕군은 이날 오전 군청에서 합동분향소 설치 논의를 마쳤고, 곧 분향소를 마련할 계획이다. 영덕군 관계자는 “현재 희생자 시신 인계, 장례 절차 논의와 함께 합동분향소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며 “조속히 결정해 군민 모두가 희생자들을 애도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의성에서 시작해 경북 북동부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 중인 이번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까지 23명으로 집계됐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3-27

이철우 지사 "행정력 총동원 오늘 중으로 주불 진화하라"

이철우 도지사는 27일 긴급 간부회의를 통해 행정력을 총동원해 오늘중으로 반드시 주불을 진압하도록 지시했다. 이 도지사는 간부회의에서 산림청, 소방 당국, 지자체, 관련 산하기관 등 관계기관이 인력과 장비 등 모든 자원을 동원해 더 이상 불이 확산하지 않도록 반드시 주불을 진화할 것을 거듭 주문했다. 특히,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체계 아래 국가적인 행정 동원을 모두 고려해 한시라도 빨리 산불을 진화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하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지사는 주택 전소 등 재산 피해가 계속됨에 따라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주거 대책을 철저히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이 지사는 “지난 수해 상황과 마찬가지로 선진국형 이재민 대책을 마련하고 현장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직접 살펴서 대처하고 지원하는 현장형 행정을 펼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숙식이 편안한 호텔급 숙박시설로 최대한 안내하는 등 선진국형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바로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 또 “지난 울진산불과 경북 북부권 수해 발생 때도 선진국형 이재민 주거 대책을 마련했었다”면서 “경북도는 앞으로의 재난 발생 때 선진국형 이재민 주거 대책을 적극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도 안전행정실은 시군과 함께 대피한 이주민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숙박시설을 확보해 대피장소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안동지역 산불 이재민 중 일부는 리첼호텔에 머물고 있다. 한편, 경북도는 지난 2022년 울진산불 당시 이재민을 덕구온천리조트로 옮겨 머물게 했다.

2025-03-27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것

지난 22일 의성군 안평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6일째 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인근 안동·청송·영양·영덕 등으로 확산하면서 단일 산불로는 사상 최대의 피해가 발생했다. 27일 산림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5개 시·군의 산불 피해 면적이 3만3204㏊(1억44만2100평)로 잠정 집계됐다. 진화율은 의성 54%, 안동 52%, 청송 77%, 영양 18%, 영덕 10%로 나타났다. 이 같은 피해 잠정치는 역대 가장 피해 규모가 컸던 강원 강릉·동해·삼척·고성 산불의 피해 면적 2만3913ha를 뛰어넘는 수치로 관계자들은 최종 피해 면적이 2020년 강릉 산불의 두배가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26일까지 2572의 건축물이 화마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주택 피해가 2448채, 공장 2채, 창고 50채, 기타 72채가 피해를 입었으며, 반소 15채, 부분소 45채를 제외한 대부분의 건축물이 전소 피해를 입었다. 지역별로는 안동시에서 952채가 전부 전소하는 피해를 입었으며, 이어 영덕군이 862채, 청송군이 491채의 건축물이 전부 전소 피해를 입었다. 산불이 시작된 의성군은 194채(반소 16, 부분소 45), 영양군 73채의 피해가 발생했다. 산림청 분석에 따르면 1980년대 연평균 238건 발생하던 산불이 2020년대(2020∼2023년) 들어 연평균 580건 발생하고, 피해 면적도 1980년대 연평균 1112ha에서 2020년대 연평균 8369ha로 대폭 넓어졌다. 또한, 봄·가을철 산불조심기간 외에도 최근 10년 산불 발생 비율이 28.3%로 높았고, 산불 발생 일수도 2000년 136일에서 2010년대 143일, 2020년 161일로 증가세를 보였다. 한편, 이날 경북지역에 5mm 가량의 비 소식이 전해졌으나 현재까지 비가 오는 지역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 예보 상황도 지역마다 다르지만 비가 내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3-27

대구 달성군 산불 12시간여만에 진화

지난 26일 오후 대구 달성군 옥포읍 함박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12시간 30여분만에 꺼졌다. 27일 대구시와 산림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29분쯤 화원읍과 옥포읍 사이에 있는 함박산 정상 부근에서 난 불이 이날 오전 8시쯤 진화됐다. 불이 나자 대구시와 산림 당국은 산불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산림재난기동대와 소방대 등 총 571명을 투입해 밤새 현장에서 산불 진화작업을 펼쳤다. 김정기 대구시 행정부시장도 즉시 현장을 찾아 통합지휘본부를 통해 야간 진화작업을 직접 지휘했다. 날이 밝으면서 산림 당국은 헬기 5대와 인력 500여명을 투입해 본격적인 진화작업에 나서 불길을 완전히 잡았다. 이번 산불로 산림 약 8㏊가 소실됐으며, 인명 피해나 재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홍준표 대구시장은 “등산로도 아닌데 야간 8부 능선에서 산불이 난 것은 이례적”이라며 “철저히 원인 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이번 산불을 초기에 진압한 것은 얼마 전 산불 진화 훈련을 미리 달성군 지역에서 실시한 덕분”이라며 “관계 공무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리고, 현재 산불 상황이 엄중한 만큼 예방활동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비 예보가 있는 만큼, 경북·경남의 산불이 조속히 진화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산림 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함께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3-27

산불로 주지 스님도 희생…영양군 석보면 법성사 선정 스님 "

의성에서 번진 산불은 영양군의 한 작은마을의 상징과도 같았던 사찰을 집어삼켰다. 영양군 석보면 화매1리에 자리잡은 대한불교법화종 법성사. 불에 타 무너진 사찰 건물 안에서 주지 선정 스님(85)이 숨진 채 발견됐다. 선정 스님은 2002년 법성사 주지가 되기 전부터 이곳에서 수행 공부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오전 방문한 법성사 일대는 화마가 들이닥친 지난 25일 당시 치열했던 상황을 짐작케 했다. 완전히 무너져 대웅전 터에서 아직도 연기가 피어 올랐다. 온전하게 남아 있는 극락전이 절터였슴을 알려주고 있다. 스님을 마지막으로 봤다는 요양보호사 김모(여ㆍ53)씨. 연로한 스님을 위해 주5일 식사를 챙겨주었다고 한다. 김씨는 스님이 숨지기 전날 저녁을 챙겨주었단다. “아이스크림을 유난히 좋아하셔서 내일 올때 꼭 사다드린다고 약속했는데 밤새 이런 비보를 전해 들었다”며 울먹였다. 유년 시절부터 스님을 보고 자란 마을 이장은 마을의 큰 어른을 잃었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김진득 화매1리 이장은 “오래전부터 혼자 사찰을 지키셨다”며 “부처 그 자체였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늘 웃고 남달리 정이 많았다”며 “어려운 일이 있으면 고민 상담도 했었는데 이제 그럴 수가 없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주민 한모씨는 “스님은 혼자 사는 분들을 재워주거나 음식을 나눠주기도 했다”며 “늘 남에게 베풀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김 이장은 지난 25일 오후 산불이 빠른 속도로 번져와 스님을 대피시킬 상황이 안 됐었다고 전했다. 김 이장은 “순식간에 불씨가 산을 타고 넘어왔다”며 “5분 만에 동네 전체가 불바다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찰이 산속에 있어서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고 소방관도 들어갈 수가 없었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장유수기자 jang7775@kbmaeil.com

2025-03-27

평균 진화율 44.3%,...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산불 피해

경북 의성에서 발생해 경북 북동부로 6일째 지속해서 번지고 있는 산불이 역대 최악의 산불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이번 산불의 영향구역이  3만3204㏊로 추산됐다.  산불 영향구역은 화재 현장에 형성된 화선 안에 포함된 면적으로 진화가 완료된 뒤 확인하는 피해 면적과는 다른 개념이다.  진화가 완료된 뒤 타지 않은 부분은 산불 영향면적에는 포함되지만 피해 면적에는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통상 영향면적이 실제 피해면적보다 넓게 잡힌다. 이번 산불의 영향면적은 지역별로 의성이 1만2685㏊로 가장 넓고, 영덕 7819㏊, 청송 5천㏊, 안동 4500㏊, 영양 3200㏊ 순이다. 이날 오전 기준 평균 진화율은 44.3%. 청송이 77%로 가장 높지만 산불이 처음 발생한 의성은 54%,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화마의 위협을 받는 안동은 52%에 불과하다.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영덕의 진화율은 10%, 영양의 진화율은 18%로 추정된다. 현재 진화율을 고려할 때 불이 완진되면 피해 면적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북 북부 산불 이전 가장 많은 산림 피해를 낸 산불은 2000년 강원도 동해안에서 발생한 산불이다. 당시엔 2만3천794㏊가 피해를 보았다.  경북 북부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빠른 속도로 번지고, 진화에 도움이 될  정도로 비가 내린다는 예보도 없어 완전 진화 시기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산림·소방당국은 현재도 헬기 79대와 인력 4천여명, 진화차량 661대 등을 현장에 투입해 진화작업을 진행 중이다. /피현진 기자

2025-03-27

[투데이 핫 클릭!] 산불로부터 새끼들 지킨 진돗개...쇠사슬에 묶여서도 필사의 몸부림

자식에 대한 애정과 보호 본능은 비단 인간에게만 한정되는 게 아닌 모양이다.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쉽사리 잡히지 않고, 주변 일대를 지옥처럼 만들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해줄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최근 동물구조단체 '유엄빠'는 산불이 타오르는 곳에서 쇠줄에 묶인 진돗개가 새끼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다했다는 사실을 이들 단체 SNS를 통해 알렸다. 사연을 요약하면 이렇다. 의성 화재 현장에서 새끼들과 함께 발견된 한 진돗개. 그 개는 뜬장 속 쇠줄에 묶여 있었다. 불을 피하기 힘든 상황임에도 뜨거운 불길에 위협당하는 새끼들을 지키려고 한 듯 피부가 찢길 정도로 필사적 몸부림을 친 흔적이 보였다고. 안타깝게도 새끼 한 마리는 죽었지만, 살아남은 진돗개와 강아지들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이송됐다고 한다. 유엄빠 회원들은 모성을 지킨 이 진돗개가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새끼들을 지켜낸 엄마”라며 ‘금처럼 귀하게 살라’는 뜻을 담아 ‘금순이’라는 이름을 선물했다고 한다. 이 뉴스를 접한 네티즌들은 “인간을 향한 개의 충성심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자식 사랑까지 사람과 다를 바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금순이와 새끼 강아지들의 고통스런 기억을 잊고 새 삶을 시작하길 바란다”는 등이 의견을 기사 댓글을 통해 남기고 있다. /홍성식 기자

2025-03-27

산불 진화 속개돼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해 사망자가 대거 나오는 등 엄청난 피해를 키우며, 경북 북동부로 빠르게 확산 중인 대형 산불 진화 작업이  27일  날이 밝으며 재개됐다. 산림 당국은 산불 6일째를 맞은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헬기를 비롯  소방차량, 진화 대원 등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시작했다.  진화 인력과 장비를 산불 인접 시·군으로 분산배치해 동시다발적인 진화에 나섰다. 밤사이 산불이 소강상태를 보인 세계문화유산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주변에는 이날부터 헬기를 투입, 산불 확산 및 접근을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오전 7시 기준 투입 인력은 4천635명, 헬기 79대, 장비 693대로 예정됐다. 앞서 산림 당국은 전날 주간에 헬기 87대, 인력 5천421명, 장비 656대를 투입했고, 일몰 후부터는 인력 3천333명을 투입해 야간 대응 체제를 유지했다. 한때 산불이 병산서원 인근 3㎞ 내외까지 접근해 안동시가 인근 주민 긴급 대피를 안내하기도 했으나 밤새 소강상태를 보이며 현재까지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청송군 주왕산국립공원에 다시 산불이 확산하며 천년고찰 대전사에서도 긴급 방재 작업이 진행됐으나, 다행히 이날 새벽께부터 불이 잦아들었다. 이날 경북에는 5㎜ 안팎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나, 산불 영향권이 경북 북동부로 급격히 넓어지는 양상이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기준 의성·안동을 제외한 청송·영양·영덕 3곳의 산불영향 구역은 1만6천19㏊로 집계됐다. 의성·안동 2곳은 여전히 추산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경북 북동부권 5개 시·군 수치를 합한 전체 규모는 이미 3만㏊를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화선의 길이는 의성·안동 279㎞로 이 중 192㎞ 구간에 진화를 완료했다. 청송·영양·영덕 3곳의 화선은 아직 분석 중이다. 전날까지 산불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만 안동 4명, 청송 3명, 영양 6명, 영덕 8명 등 모두 21명으로 확인됐다. 이와 별도로 의성군 산불 현장에서는 진화 작업에 나섰던 헬기가 추락하는 사고도 나 기장 A(73)씨가 숨졌다. 경북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경북 의성·안동 등지에서는 3만2천989명이 긴급 대피에 나섰고 이 중 1만5천490명이 귀가하지 못하고 대피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산불로 이날 오전 7시까지 주택과 공장 등 건축물 2천572개소·2천660동이피해를 입었다. 주택 2천448개소, 공장 2개소, 창고 50개소, 사찰 등 기타 72개소다. 소실 정도로는 2천599동이 전소됐으며 16동이 반소, 45동이 부분 소실됐다. 산불 영향으로 오전 7시 현재 서산영덕고속도로 동상주 나들목(IC)∼영덕 IC 구간(105.5㎞) 양방향, 중앙고속도로 의성 IC∼풍기 IC 구간(73.3㎞) 양방향 통제가 유지되고 있다. /이창훈 기자

2025-03-27

'괴물 산불' 기세 꺾이지 않았는데, 예고된 비는 겨우 5㎜

의성 산불이 경북 북동부로 확산 중인 가운데 진화 작업이 27일 아침 다시 시작됐다. 산불 발생 엿새째 이날 산림 당국은 오전 6시 30분부터 헬기와 진화 차량, 진화 대원 등을 투입해 불을 끄고 있다. 산불 확산에 따라 진화 인력과 장비를 산불 인접 시·군으로 분산시킨 당국은 이날도 산불 현장 곳곳에 분산 배치해 동시에 진화에 나선다. 세계문화유산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주변에는 오전부터 헬기를 투입해 산불 확산을 저지할 계획이다. “어제까지 하회마을 부근 시정이 좋지 않아 헬기 진입이 어려웠다. 오늘은 출동하는 것으로 헬기 대기 중인데, 기상 상황을 보니 오전에 투입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 산림청의 설명. 이날 오전 7시 현재 투입 인력은 4635명, 헬기 79대, 장비 693대로 예정됐다. 앞서 산림 당국은 전날 주간에 헬기 87대, 인력 5421명, 장비 656대를 투입했고, 해가 진 이후에는 인력 3333명을 투입해 야간 대응 체제를 지켰다. 지난 밤에는 전력 시설, 민가, 다중이용시설, 국가문화 유산 등과 같은 중요 보호시설 인근의 방화선 구축에 노력했다.  산불은 한때 병산서원 인근 3㎞ 내외까지 접근해 안동시가 인근 주민 긴급 대피를 안내하기도 했으나, 밤새 소강상태를 보이며 현재까지 피해는 없다. 전날 청송군 주왕산국립공원에 다시 산불이 확산하며 천년고찰 대전사에서도 긴급 방재 작업이 진행됐으나, 다행히 이날 새벽께부터 불이 잦아들었다. 건조 특보가 유지 중인 경북에는 이날 5㎜ 안팎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나, 산불 영향권이 경북 북동부로 급격히 넓어지는 양상이라 안심할 수 없는 상황. 전날 오후 7시 기준 의성·안동을 제외한 청송·영양·영덕 3곳의 산불영향 구역은 1만6천19㏊로 집계됐다. 의성·안동 2곳은 여전히 추산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전체 화선의 길이는 의성·안동 279㎞로 이 중 192㎞ 구간에 진화를 완료했다. 청송·영양·영덕 3곳의 화선은 아직 분석 중이다. /피현진 기자

2025-03-27

간절한 단비 내려도 진화까진 역부족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등 경북 동북부 산불 발생지역 주민들이 간절히 바랐던 비 소식도 산불의 자연진화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부터 제주를 시작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하지만, 강수량은 5~20mm로 많지 않은 수준이다. 27일 오전에는 중부지역을 시작으로 비가 영남지역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5~10㎜ 정도의 비가 예상된다. 특히 산불이 급속히 확산하는 의성과 안동의 강우확률은 30~60%에 불과하다. 더욱이 서쪽에서 다가오는 비구름대가 백두대간과 부딪치며 약해져 산불이 발생한 지역의 강수량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적겠다. 27일 새벽에서 오전 사이에는 비가 일시적으로 소강상태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강수량이 많지 않아 산불 진화에 큰 도움이 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그나마 경북 동북부 산지에 바람이 크게 불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산불의 추가 확산 을 막는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2022년 3월 213시간여 동안 이어져 국내 최장기 대형 산불로 기록된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산불도 결국에는 진화작업 마지막 날에 비가 내리면서 꺼졌다. 지난 2023년 3월 11일 경남 하동군 지리산국립공원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산불도 다음날 오전부터 비가 오면서 진화됐다. /이석윤기자 lsy72km@kbmaeil.com

2025-03-26

빠른 확산에 통행 중단·정전 등 주민 불편도 속출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빠르게 동쪽으로 확산하며 주변 지역 도로·철도 운행이 곳곳에서 한때 통제되거나 중단됐다. 26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서산영덕고속도로 동상주 나들목(IC)∼영덕 IC 구간(105.5㎞) 양방향, 중앙고속도로 의성 IC∼예천 IC 구간(51㎞) 양방향이 전면 통제됐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산불 진화 상황에 따라 통행이 차단되는 구간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운전자들은 교통 속보를 계속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산불로 청송휴게소 건물(양방향)과 점곡임시휴게소 화장실 등이 화재 피해를 봤다”며 “청송과 군위 지역에서는 광케이블이 소실되면서 서산영덕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 29기가 영상을 보낼 수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전날부터 운행이 중단됐던 중앙선(영주∼안동∼영천) 및 동해선(동해∼포항) 구간 열차를 이날 낮 12시부터 정상 운행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선로와 시설물을 철저하게 점검하고 운행에 지장이 없는 점을 확인한 후 열차를 다시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또 “안전한 열차 이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후에도 현장 직원과 승객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불이 정전사태를 초래하고 펌프시설 가동중단 등에 의한 단수사태로 이어지면서 주민들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안동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15분쯤 산불로 가압장이 정전(단전)돼 임하, 남후, 일직, 남선, 임동, 풍천, 길안 등 일부 고지대 지역에 단수가 발생했다. 시는 현재 긴급 복구 및 운반 급수 중이라고 밝혔다. 통신두절 사태도 여러군데서 발생했다. 이때문에 산불지역에 사는 주민과 외지 자녀 및 친인척·지인들과의 연락이 끊기기도 했다. 울진군에서는 SK텔레콤 이동통신 서비스가 전날 밤부터 중단돼 KT 회선을 사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난 로밍 조치가 이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의 통신 선로에 불길이 옮겨붙었기 때문으로 추측하고 있다. 의성, 안동 등 경북 북부 지역의 방송·통신 장애는 대형 산불에 따른 사고 위험 방지를 위한 한전의 전력 차단 조치로 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산불 확산 및 방송·통신 장애 발생에 따라 24시간 모니터링 및 총력 대응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재난 상황에서 국민의 방송·통신서비스 이용을 보장하기 위해 대응과 복구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3-26

“트랙터 치워달라” 전화에… 집으로 향하던 일가족 3명 참사

의성산불이 서풍을 타고 동해안으로 넘어오면서 영향권에 있던 영양에서도 6명이 숨졌다. 사망자는 모두 석보면 관내에서 나왔다. 특히 지난 25일 긴급대피 하라는 안내 문자를 받고 영양군민체육관으로 피신했던 3명은 농기계를 치워달라는 전화를 받은 후 집으로 향하던 중 질식사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석보면 포산리 권 모(65)씨는 불이 번져오자 이날 오후 6시쯤 부인 우 모(60)씨, 손위 처남댁 류모(62)씨와 함께 영양군민체육관으로 대피했다. 그러나 마을에서 누군가가 전화를 걸어 “트랙터를 치워달라”고 하자 부인, 처남댁을 태우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이때가 오후 7시쯤이었다. 조금 달리니 도로변에 연기가 가득했다. 당연히 차량을 돌려야 했으나 평생을 함께 한 동네 주민의 부탁이었던 만큼 그대로 차를 몰았다. 마음이 앞섰던 권씨는 10여분을 달리다 앞이 잘 안보이자 운전 부주의로 차량을 논두렁에 처박는 사고를 냈다. 부인, 처남댁과 사고 차량을 빠져 나온 권씨는 사방에 불길이 보이자 급한 나머지 함께 물을 대는 농수로 관으로 들어갔다. 순간적으로 선택한 응급 피신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이 생의 마지막이었다. 권 씨 등 3명은 산불 복사열로 농수로관이 데워지면서 그 안에서 질식사 했다. 집으로 향하던 것을 걱정하던 주민들이 수시로 연락했지만 통화가 연결되지 않자 오후 7시15분쯤 군에 위치추적을 신고했다. 불길이 지나간 후 현장에 도착한 진화대원들은 이들 3명이 숨졌음을 확인하고 울음을 삼켰다. 전화 한통이 낳은 비참한 참사였다. 석보면에서는 이들 외 3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이들은 모두 대피하지 못하고 집에 있다가 변을 당했다. 화마가 휩쓸고 간 다음날(26일) 오전 석보면 삼의1리 권영선ㆍ우분선 이장 부부 집을 찾았다. 아직까지 거실등이 그대로 켜져 있어 집주인이 잠시 외출한 듯 너무나 평온해 보였다. 모두 6명의 주민이 참변을 당한 이 마을은 주민들이 모두 군민회관으로 피난을 떠나 텅비어 있다. 숨진 주민들은 영양병원에 안치돼 있다. 신원 파악을 위한 부검절차가 남아 있어 장례식장도 만들지 못했다. 그러니 아직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 영양군은 불이 나자 주민 1300여명을 긴급 대피시키는 등 분주히 움직였으나 인명피해를 막지 못했다. 산불은 26일 오후까지 꺼지지 않고 계속 번졌다. /장유수기자 jang7775@kbmaeil.com

2025-03-26

“전 재산 잃었어요” 송이버섯 농가 발 동동

“전 재산을 다 잃었습니다” 경북 영덕에서 대를 이어 송이버섯 채취를 생업으로 삼고 있는 이상범(54) 씨는 의성에서 번진 산불로 10만 평에 달하는 소나무 군락지를 잃었다. 이 씨는 “서 너시간 만에 산이 모두 불에 탔다”며 “살다 살다 그런 불은 처음 봤다. 할아버지 때부터 대를 이어 관리해 온 송이밭이 완전히 전멸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송이버섯 수확에 필요한 장비들도 다 타버렸다. 불길이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송이버섯은 환경에 매우 민감하다.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를 회복하는데 수십년이 걸릴텐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5일째 이어지며 인근 시·군으로 확산한 가운데 영덕 송이버섯 농가들은 번져가는 불길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산에서 자라는 자연산 송이반의 경우 산불화염이 한번 쓸고 가면 땅이 황폐화하면서 회복하는데만도 수십년이 걸릴 정도로 피해가 크다. 영덕군은 지난 수년간 가뭄 등의 영향으로 2023년 송이 채취량이 15만 3000kg에서 지난해 4000kg, 능이버섯도 2만 5000kg에서 7000kg으로 감소하며 전년에 비해 생산량이 50% 정도 떨어졌다. 특히 이번 산불이 주요 군락지인 지품지역 일대도 침범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올해 가을 영덕을 비롯한 경북도의 송이버섯, 능이버섯은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영덕군 내 가을 자연산 송이 생산량은 전국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그동안 절대적 주산지 역할을 해 왔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3-26

영덕만 사망 8명·부상 9명·실종 1명

영덕군이 산불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6일 영덕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오후 6시 현재까지 숨진 주민은 8명(남 4명, 여 4명), 실종자 1명·부상자 9명(남 4명, 여 5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피해 면적은 영덕읍, 지품면, 축산면, 영해면을 포함해 2만ha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영덕군 전체 면적의 27%를 차지한다. 군은 이날 인력 1709명과 장비 104대를 투입해 산불 진화 작업에 나섰다. 헬기는 15대, 소방차 14대, 고성능살수차 2대, 특장차 11대가 투입됐다. 이 산불로 주민 1055명은 11개 대피소로 이동해 있는 상태다. 주택과 공공시설 피해도 잇따랐다. 주택 800동(추정)이 전파됐으며, 7번 국도내 차량 버스 1대와 승용차 2대가 소실됐다. 지품정수장이 전소됐고, 영덕정수장의 전기가 단전됐다. 황금은어양식장의 2만여마리의 은어가 폐사됐다. 육상양식장과 배 6척이 불에탔다 영덕은 지금도 곳곳에 불길이 번지고 있어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마을 하나가 불에 타 처참한 모습도 보이고 있고,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산림도 소실됐다.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통신선 전선 등도 다 끊기고 잠겨 먹통 상태에 놓였다. 영덕군은 야간 방화선 구축, 물품 보급 등 주민 안전을 위해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청송군 주왕산면 산불 확산에 따라 달산면 전 마을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이 다시 내려졌다. /이시라기자

2025-03-26

“삽시간에 마을 집어 삼켜… 죽기 살기로 방파제로 뛰었니더”

박춘옥씨 “살기 위해서 죽기 살기로 방파제로 뛰었니더” 26일 오전 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에서 만난 박춘옥(88·여)씨는 산불이 급습했던 긴박한 상황을 얘기하면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박씨는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불이 마을 전체를 그대로 집어삼켜 버렸다”면서 “100여 명의 마을 주민이 대피할 수 있는 장소는 100m 남짓한 방파제 위 뿐이었다”고 했다. 지난 25일 밤 영덕에는 시속 50km 안팎의 강풍이 불었다. 지품면 황장제에서 시작된 불이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지품면과 창수면, 영해면, 축산면 일대를 뒤덮었다. 축산면 경정리 일대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다수의 집이 전소됐고, 마을에 500년된 당산나무인 향나무도 이번 불에 소실됐다. 한 고령의 마을 주민은 “이런 재난은 내가 태어난 뒤 80년 만에 처음이었다”면서 “6·25때의 난리는 난리도 아니었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날 만난 마을주민들은 영덕군의 체계없는 재난문자와 허술한 재난 대응 매뉴얼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실제로 마을 주민들은 산불 대피 관련 아무런 안내도 받지 못했다. 아비규환으로 변해버린 마을에서 살아남기 위해 집에서 몸만 겨우 빠져나와 무작정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뜀박질을 하는게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했다. 이 마을 인구 80% 이상은 70세 이상 노인들이다. 불이 번지고 있던 위급한 순간에 마을에 살고 있던 몇 안되는 50대 남성들이 차량을 총동원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태우고 마을 방파제에 도착했고, 행정당국의 구조를 간절히 기다렸다. 하지만 끝내 그 도움의 손길은 닿지 않았다. 주민 김모(80·여)씨는 “나이 많은 사람들은 문자 메시지를 보지 못하고, 마을 방송을 하지 않으면 불이 나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며 답답해했다. 여러 주민들은 해경이 경정3리 주민 61명을 구조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주민은 “마을 주민이 신고한 지 2시간이 지나서야 해경이 도착했고, 그 중 일부 주민만 배에 태웠다”면서 “인원 체크를 한다는 핑계로 이리저리 대피를 늦추자 애가 탄 마을 주민들이 위험한 불길 속을 뜷고 자력으로 마을 밖으로 빠져나올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국가적 재난이 발생한 상황에서 조직상부에 보내는 보고내용 보다는 사람의 목숨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임필경 경정3리 이장은 “하루 빨리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발 빠른 지원이 필요하다”면서도 “간절한 주민들의 희망을 외면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영덕군 관계자는 “유례없는 재난 상황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었다”면서도 “주민을 재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박윤식·이시라기자

2025-03-26

태양광시설도 통째로 파괴… “멀쩡한 게 하나도 없어요”

대형 산불이 경북 북부와 동부를 흽쓸면서 태양광발전 시설도 쑥대밭이 됐다. 태양광발전 사업이 개인·기업 사업자로 운영되다보니 피해자들이 직접 신고를 하지 않아 정확한 피해 사항은 집계되지 않고 있으나 불이 지나간 태양광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지난 24일 오전 화마가 지나간 의성군 점곡면에 위치한 모 태양광발전 시설은 현재 완전 작동을 멈췄다. 태양광 모듈이 세워진 산비탈은 새카맣게 변했고, 변압기 등 각종 설비가 들어간 전기실은 불 열기에 녹아내려 버렸다. 회사 대표는 보수로는 안되고 모듈을 교체해야 재가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시설을 한다고 대출받은 17억원은 어떻게 갚을지 앞이 캄캄하다고 울먹였다. 이 태양광발전 시설은 시간당 1㎿(메가와트)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 모듈 5500개와 설비 등을 갖추고 있어 부품 구입 등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또다른 태양광발전 시설을 운영하는 60대 A씨는 “산불이 나던 날 급하게 시설을 보러 왔지만 이미 도로는 통제 중이었고 멀리서 바라본 시설은 통째 파괴됐다”며 “화재보험은 다행히 들어놨지만 불안해 도통 잠을 잘 수 없다고 한숨지었다. 산불이 계속 확산되면서 경북 의성과 청송, 영덕 일대에 얼마나 많은 태양광발전소가 피해를 입었는지 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영덕지역의 한 태양광발전소에 투자한 B씨(대구)는 “불이 훑고 간 지역의 태양광 시설은 멀쩡한게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태양광발전이 대부분 산비탈에 위치해 있다보니 더 큰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다행히 산불로 인한 송전선로와 변전소 등은 피해가 크지 않아 작동중이다. 일부 지역에서 정전되기도 했지만 바로 복구했다. 한전 측은 현재 대부분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때 일부 변전소에서는 예방 차원의 전기 차단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영덕변전소와 청송 진보변전소가 전날 산불이 확산하자 사전에 부하를 전환하는 ‘무압 조치’를 취했고 26일 새벽 정상화시켰다. 한전은 “현재까지 철탑 35기와 송전선로 12.4㎞에 대한 점검을 마쳤고, 이동용 변압기(30MVA)를 현장에 배치하는 등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산불로 인한 전국 송전선로 고장 사고는 2020년 7건, 2022년 54건, 2023년 2건이 각각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