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立春)이다. 열흘 넘게 날씨가 추웠던 탓에 봄이라는 말만 들어도 괜히 온몸으로 따스함이 전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더 반가운 입춘이다.
주변의 지인들의 ‘날씨가 추우니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 ‘입춘을 기점으로 날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 ‘한편으로 다시 새로운 절기가 시작되니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라고 하는 말에서도 입춘을 기다리는 마음을 읽는다.
입춘은 일 년을 24절기로 나눈 그 첫 번째 절기다. 절기로 다시 새해를 맞이하는 셈이다. 봄이 선다는 입춘을 시작으로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의 봄과 관련된 절기가 차례로 이어진다. 도시에 살다 보니 지금까지 계절이 오고 가는 것에 둔감해졌고 이런 절기(節氣)에도 거의 무관심하게 지냈다. 어렸을 때, 농사 달력에 표시되었던 것을 의미도 모르면서 어렴풋이 본 것과 중학교 한자 시간에 선생님이 잠깐 설명해 주신 희미한 기억만 있을 뿐이다. 절기에 다시 관심이 생기게 된 것은 최근이다. 즐겨듣는 라디오 북카페의 책을 소개하는 코너에서 김신지 작가의 ‘제철 행복’이라는 책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작가는 절기(節氣)에 관한 이야기를 썼다. 사람들이 이 계절에, 절기에 딱 맞는 자신만의 연례행사가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했다. 일 년 치의 계획을 한꺼번에 세우는 것보다 절기에 따라 나누면 실천하기도 어렵지 않고 그만큼의 기쁨도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보면서 계절마다 해야 할 것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어서 정말 좋다고 생각했지만, 지난가을에 책을 잠깐 책을 펼쳤다가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전 다시 책을 펼쳐보았다. 나만의 봄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입춘은 봄이 일어선다는 첫 번째 절기이다. 입춘(立春)은 항상 설립(立)자를 쓰는데 기억하기로는 그 의미를 봄에 들어선다는 들입(入) 자로 기억되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봄이 일어선다는 뜻이다. 겨울 동안 멈췄던 기운이 다시 위로 향하기 시작했다는 걸 조금 더 강조하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인지 추웠던 날씨도 조금 잠잠해진 것 같다.
입춘에는 입춘첩(立春帖)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걸 만들어 보겠다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크게 일었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입춘이 되면 입춘첩을 직접 붓으로 써서 큰 방 입구에다 붙여 놓으셨다. 그 기억에선지 봄 맞을 결심으로 입춘첩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었다. 아이들 책상 서랍에 흩어져 있는 종이들 사이로 한지를 찾아 붓펜으로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라는 한자를 적었다.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하다‘는 뜻이다. 글자를 적으며 무엇보다도 가족들이 건강하기를 빌었고 무탈하게 한 해를 보낼 수 있기를 입춘첩에 담았다. 현관에 붙이고 보니 벌써 봄기운과 좋은 일이 집안에 들어온 것 같다.
입춘에는 챙겨 먹는 음식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이때 먹는 음식이 오신채인데 파, 마늘, 부추, 달래, 미나리를 말한다. 이때쯤 나오는 봄나물이 봄의 기운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녁에 달래 넣은 된장찌개라도 끓여야 할까보다.
입춘이어도 날씨는 아직 찬 기운이 가득하니 마음에서 먼저 봄을 맞이할 결심이다. 그리고 올해 입춘 시간은 2월 4일 오전 5시 2분이라고 하니 참고하시길.
/허명화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