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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주민 괴롭힌 ‘경북 산불’ 149시간 만에 주불 진화

경북 의성군에서 성묘객 실화로 발생해 북동부 5개 시·군으로 확산했던 역대 최악의 산불이 발화 149시간여 만에 꺼졌다. 이번 불로 축구장 6만 3245개, 여의도 156개 면적의 국토가 잿더미로 변했다. 28일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영덕과 영양을 시작으로 피해 5개 시·군의 산불 주불이 차례로 잡혔다. 지난 22일 오전 11시25분쯤 의성군 안평면·안계면 2곳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은 이후 초속 10m가 넘는 강풍을 타고 북동부권 4개 시·군으로 번졌다. 안동·청송·영양 등 내륙뿐만 아니라 최초 발화지에서 80㎞ 떨어진 동해안 영덕까지 피해 범위에 들었다. 산불 발생 후 산불 대응 3단계를 발령한 산림 당국은 매일 진화 헬기와 인력, 장비 등을 대거 동원해 주불 진화, 국가주요시설·민가·문화유산 주변 방화선 구축 등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극도로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맞물려 불을 끄는 작업은 더디게 이뤄졌다. 산불 확산 경로를 따라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했고,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2∼3㎞ 앞까지 불길이 근접하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하지만 전날 오후부터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5개 시·군에 1∼3㎜가량 비가 내리면서 상황은 극적으로 변했다. 비록 적은 양이지만 밤새 내린 비로 산불 확산 속도가 둔화됐고, 진화 헬기 운용에 장애로 작용하는 연무도 잦아드는 등 유리한 기상 환경이 조성되며 전날 오후 5시 기준 63%에 머물렀던 진화율은 이날 낮 12시 기준 94%까지 치솟았다. 1주일째 이어진 이번 경북 산불에 따른 산불영향구역은 이날 오전까지 4만 5157㏊로 집계돼 역대 최대 산불 피해를 냈다.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산불 피해 범위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산불은 진화됐지만 이재민 대책, 산림 및 문화재 복구 등 앞으로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영향 등으로 산불이 상시화, 대형화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산불진화 시스템 구축과 장비·인력 보강 등 진화대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3-28

우원식 국회의장 산불 피해지역인 의성군 방문

우원식 국회의장이 28일 산불 피해를 입은 의성군을 방문했다. 우 의장은 이날 산불통합지휘본부가 있는 의성군청 임시청사에서 관계자 등으로부터 산불 피해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철우 지사 등 관계자들과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철우 지사는 “이번 산불은 기존의 대처 매뉴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재난이었다”며 “산불 등 진화하는 재난에 맞서 메뉴얼을 새롭게 구성하는 등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대형산불진화헬기와 야간에도 산불 진화에 동원할 수 있는 핼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우 의장은 “정부와 국회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산불 복구에 필요한 예산 등이 시급히 지원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지사님이 말씀하신 내용에 대해서도 국회 차원에서 충분히 논의해 보겠다”고 전했다. 이어 우 의장은 지난 26일 의성군 신평면에서 사불을 진화하다 추락해 사망한 故박현우 기장의 분향소 찾아 헌화하며 애도했으며, 의성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를 찾아 이재민들을 위로 했다. 우 의장은 “이재민 여러분들의 심정을 백번 공감한다”며 “조속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3-28

고용노동부 안동지청 ‘특별재난지역’ 신속 지원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안동지청은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고 산불 피해가 확산됨에 따라, 지청장을 반장으로 하는 산불 피해 상황실을 구성하고, 피해 지역 주민의 고용이나 생활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현장지원 TF’를 즉각 운영키로 했다. 안동지청은 먼저 이들 지역 실업급여 수급자의 경우 고용복지+센터 방문 없이 온라인으로 실업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별도 증빙서류 없이 실업인정일을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또한, 국민취업지원제도 참여자도 고용복지+센터 방문 없이 유선 상담으로 취업활동계획(IAP)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고, 수립 기간도 7일 범위 내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직업훈련 참여자에게는 훈련 출석요건을 완화하고 산불 피해로 중도 탈락한 참여자에 대해서는 불이익(내일배움카드 계좌 잔액 차감 등)이 없도록 할 예정이다. 산불 피해로 직장을 잃은 주민은 조속히 재취업할 수 있도록 고용복지+센터에서 취업지원 전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심리 안정이 필요한 경우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를 무제한(기존 최대 6회)으로 지원한다. 산불로 피해를 입은 사업장 및 근로자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조업이 중단된 사업장이 휴업·휴직 등 고용유지 조치를 하면, 고용유지지원금(연 180일, 근로자당 1일 6만6000원 한도) 지원 대상으로 인정하여 산불 피해 근로자들의 고용과 생활 안정도 도모할 예정이다. 김두영 안동지청장은 “안동, 의성, 예천, 영양, 청송, 영덕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많은 피해가 발생해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피해를 입은 국민들과 사업장이 조속히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고용·생활 안정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화재 진화 및 복구과정 등에서 근로자가 죽거나 다치는 등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장 및 관련 부서에서 안전 관리에 더욱 철저한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3-28

전남도, 경북 산불 이재민 위해 경북적십자사에 2억5000만원 전달

전남도가 지난 27일 경북 지역 산불 피해 이재민을 돕기 위해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에 기부금 2억 원과 5000만 원 상당의 구호 물품(김치, 김, 고구마빵)을 전달했다. 이날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재왕 경북적십자사 회장은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를 방문해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공무원, 적십자 봉사원들을 격려하고, 기부금품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김영록 전남지사는 “갑작스러운 산불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북 지역 주민들에게 전남도민의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전라남도와 경상북도는 매우 관계가 좋으며 평소 이철우 지사님은 존경하는 분”이라며 “앞으로도 재난 극복을 위해 경상북도와 협력하며 상생의 가치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철우 지사는 “전남도의 신속한 지원과 관심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경북도 또한 피해 복구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재왕 경북적십자사 회장은 “전남의 기부금과 물품 지원이 피해 주민들에게 큰 위로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적십자사도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피해 주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3-28

한덕수 대행 "북한의 어떤 도발도 압도적 대응"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8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강력한 전투 역량과 확고한 대비 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즉각적이고 압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북한 정권은 오직 권력 세습만을 추구하며 주민들의 참담한 삶은 외면한 채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며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며 북한 전역을 요새화하고, 미사일 발사와 GPS(위치정보시스템) 전파 교란 등 위협적인 도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의 불법적인 무기 거래를 통해 우리를 겨냥한 무기 체계를 개량하면서 새로운 양상의 도발을 획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권한대행은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고, 국제사회와 연대를 강화함으로써 감히 대한민국을 넘볼 수 없도록 안보 태세를 확고히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 정부와 군은 국민 여러분이 안심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권한대행은 “조금 전 서해 수호를 위해 장렬히 산화한 쉰다섯 분의 영웅들이 잠들어 계신 묘역을 참배했다”며 “한 분 한 분의 고귀한 헌신을 가슴 깊이 새기며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을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의 불법적인 무기 거래를 통해 우리를 겨냥한 무기 체계를 개량하면서 새로운 양상의 도발을 획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권한대행은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고, 국제사회와 연대를 강화함으로써 감히 대한민국을 넘볼 수 없도록 안보 태세를 확고히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 정부와 군은 국민 여러분이 안심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권한대행은 “조금 전 서해 수호를 위해 장렬히 산화한 쉰다섯 분의 영웅들이 잠들어 계신 묘역을 참배했다”며 “한 분 한 분의 고귀한 헌신을 가슴 깊이 새기며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을 다짐했다”고 말했다. 서해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전으로 희생된 서해 55용사를 기리고 국토 수호 의지를 다지기 위해 2016년부터 매년 3월 넷째 금요일에 정부기념식으로 거행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이 3가지 사건의 소개와 함께 사건별 인물의 이야기를 실제 연평도 포격전 참전 장병인 배우 이한 씨의 내레이션으로 표현했다. 또 서해수호 55용사의 이름을 모두 부르는 시간과 후배 장병들의 각오를 담은 영상 상연,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추모 비행 등이 이어졌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3-28

경북 잿더미 만든 산불, 중대 고비 맞는다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간밤 내린 비와 느려진 풍속으로 진화 골든타임을 맞았다. 28일 산림청과 각 자치단체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기준 경북 산불의 평균 진화율은 평균 85%를 기록하고 있다. 산불이 처음 발생한 의성 지역의 진화율은 95%로 곧 진화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선 277㎞ 중 263㎞의 진화가 완료됐다. 안동시의 진화율은 85%를 기록 중이다. 화선 171㎞ 가운데 145㎞의 진화가 완료됐다. 청송군의 진화율은 89%이다. 전체 화선 187㎞ 중 166㎞ 구간의 진화가 끝났다. 영덕군의 진화율은 65%를 기록하고 있다. 화선 108㎞ 중 70㎞에 대한 진화가 완료됐다. 영양군의 진화율은 76%로 화선 185㎞ 가운데 141㎞에 대한 진화가 완료됐다. 불이 번진 경북 북부에는 지난 밤사이 1㎜ 안팎의 비가 내린 데다 풍속도 초속 2∼3m 수준으로 느려지면서 산불이 번지는 속도도 느려졌다. 특히 안동 지역에는 자정이 지난 직후 우산이 필요할 정도의 비가 20분 정도 내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양군 등 일부 지역에는 이날 오전에도 소량의 비가 내려 진화에 작은 도움이라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가 지나면 비 예보도 당분간 없는 만큼 산림청과 각 자치단체는 헬기와 장비, 인력을 최대한 동원해 진화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현재까지 산불로 인한 경북 지역 사망자는 주민 22명, 진화에 투입된 헬기 조종사 1명, 산불감시원 1명 등 총 24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역별 사망자로 영덕에서 가장 많은 9명이 숨졌고 영양 6명, 청송·안동 각 4명, 의성 1명이 숨졌다. 재산피해는 주택 2221채, 공장 3채, 창고 68채, 기타 120채 등 총 2412개소에서 2411동이 불에 탔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3-28

이철우 지사 "산불 발생지 국가 유산 보호 위해 수목 제거"

경상북도는 경북 북부지역에 발생한 전대미문의 대형산불로부터 국가유산을 지키기 위해 주변 수목을 모두 제거하여 국가유산을 지키기로 했다. 경북도는 지난 26일부터 세계문화유산과 국가유산 보호를 위한 수목정리 작업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께 먼저 보고하고, 국가유산청장, 산림청장과 업무협의하에 긴급으로 진행했다. 국가유산 주변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은 문화유산법상 현상변경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신청에서 허가까지 법적 처리기한은 30일, 통상 15일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관련 부서는 27일 병산서원, 봉정사, 대전사, 도산서원 등 국가유산 주변의 수목을 신속히 제거했다. 하회마을은 28일부터 수목제거 작업을 시행한다. 이철우 지사는 화마로부터 국가유산을 보호하는데 효과가 있는 방염포도 적극 활용하도록 지시했다. 실제 미스터선샤인 촬영장으로 유명한 안동의 만휴정은 당초에는 화재로 소실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만휴정은 방염포와 소방예방 조치로 안전하게 지켜냈다. 또한 이번 화마로 소실된 의성 고운사에서도 방염포를 씌운 삼층석탑이 보존되는 등 방염포의 효과가 입증됨에 따라 경북도는 안동의 봉정사, 청송 대전사 등 주요사찰의 건축물과 석탑 등 이송이 불가능한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방염포 작업을 확대해 철저한 대비를 완료했다. 아울러 경북도는 방염포가 필요한 시군에 긴급지원과 동시에 3개 단체 문화유산돌봄 사업단을 총동원 해 방염포 작업을 지원했고, 국가유산청에서도 방염포 300롤을 경북도로 보내 국가유산을 지키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산불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의 동산 문화유산을 미리 이동시켜 상당수의 유산도 지켜냈다. 실제 이번 산불로 소실된 의성 운람사의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이 이번 이동 조치로 지켜낸 사례다. 이철우 지사는 “목조건물이 대다수인 국가유산의 특성상 대형산불과 같은 재난 시에는 담대한 행정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혁신적이고 신속한 행정을 통해 국가유산을 보존함과 동시에 이번 산불로 소실된 소중한 유산들을 조속히 복구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2025-03-28

시도교육감협의회,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 역사 왜곡 규탄

“역사는 우리 민족의 뿌리이며, 그 진실을 지켜내는 일은 우리 모두의 숭고한 책무입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이하 협의회)가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의 역사 왜곡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앞서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25일 독도, 강제 징용, 일본군 위안부 등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고등학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켰다. 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일본 정부는 사회과 계열 34종의 교과서에 심각한 역사 왜곡 사실이 포함돼 있음에도 이를 공식 교과서로 검정 통과시켰다”며 “이는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고 미래 세대에게 허위의 역사를 주입하려는 행위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2010년부터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독도, 강제 징용,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면서 “이는 제국주의 침략과 식민 지배의 역사를 지우고, 가해의 책임을 모면하려는 파렴치한 역사 왜곡이며, 진실을 외면하는 행위이자 한일 양국의 미래를 퇴보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지리·역사·공공 교과서를 살펴보면 모두 독도의 영유권과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임을 기술하고 있다. 또한, 정치·경제 교과서에는 강제 징용과 관련해서 ‘한반도에서 일본에 연행됐다’는 표현을 ‘동원’으로 변경했다. 심지어 ‘일본군 위안부’라는 표현도 ‘여성과 학생 근로동원 노동자’로 바뀌었다. 이는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과 역사적 죄에 대해 스스로 면죄부를 주고, 독도에 대한 허황된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하며 침략의 역사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라고 협의회는 분석했다. 강은희 협의회장은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에 맞서 우리 교육계를 비롯한 온 국민이 하나 돼 결연한 의지를 모아야 한다”며 “역사 교육과 독도 교육을 비롯해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계기 교육과 체험 중심의 역사 교육을 대폭 확대하고 심화해 우리 아이들이 역사의 진실을 온몸으로 체득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3-28

[속보] 산불 진화율 82%까지 크게 올랐다

경북  5개지역 산불 진화율이 82%까지 올랐다.  경북 의성에서 발화돼 인근 시군으로 확산되고 있던 산불진화율이 크게 올랐다.  밤 사이 내린 비도 확산세를 꺾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 산림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5시기준 경북 5개지역 산불진화율을 평균 82%까지 상승했다.  의성 95%,  청송 89%, , 안동 85%, 영양 76%, 영덕 65% 등이다. 특히  안동지역 산불 기세가 꺾여 28일 오전 5시기준 진화율이 95%까지  상승했다. 28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그동안 계속 확산하던 남후면 고하리·고상리, 풍천면 어담리, 길안면 송사리의 화선이 거의 제압됐다. 산림 당국은 전체 화선 277㎞ 가운데 263㎞ 화선을 잡았고 나머지 화선은 헬기 13대와 진화차,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진화하고 있다. 산불영향 구역은 9천896㏊다. 안동지역에는 밤사이 1㎜ 이하의 비가 내렸으나 산불 진화에 큰 도움이 됐다. 안동시 관계자는 "현재 지역별로 시야도 확보돼 헬기를 집중적으로 투입돼 진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그동안 불길이 셌던 지역에도 불길이 안 보이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불이 안동·청송·영양·영덕 등 5개 지역으로 확산한 지 7일째인 28일 날이 밝으며 주간 진화작업도 재개됐다. 산림 당국은 이날 6시 30분을 전후해 진화작업을 시작했다. 이날 진화작업은 산불영향 구역이 넓은 영덕과 산불 확산 위험이 있는 청송·영양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질 계획이다. 전날 오후 11시까지만 해도 시내 쪽으로 확산이 우려됐던 안동과 발화지인 의성은 밤사이 산불의 기세가 잦아들었다. 산림청 관계자는 “습도가 높고 밤사이 불이 난 지역에 비가 조금이나마 내리면서 의성과 안동은 큰 불길이 잡혔다”면서도 “주불이 진화됐다고 볼 수는 없고, 오늘 오후 바람이 분다면 (의성과 안동에서도) 다시 불길이 확산할 수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쯤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진화 작업 중인 5개 시군에는 1.5㎜가량의 비가 내렸다. 영덕을 비롯한 경북 동해안에는 이날 오전 5㎜ 미만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며칠간 잦아들었던 바람은 이날 오후부터 초속 15m 미터 내외로 다시 강하게 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산불로 인한 경북지역 사망자는 24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영덕에서 가장 많은 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영양 6명, 청송·안동 각 4명, 의성 1명 등 총 24명이 숨졌다. /이창훈 기자

2025-03-28

안동·청송·영양·영덕 특별재난지역에 추가

지난 22일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6일째 이어진 27일 정부가 안동과 청송, 영양, 영덕 등 4개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선포했다. 특별재난지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의 재난이 발생했을 때 빠르고 효과적으로 피해를 수습하기 위해 선포된다. 중앙안전관리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선포·공고한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재난 구호와 복구 등에 필요한 행정·금융·의료 등의 지원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다.  사유시설과 공공시설에 대한 복구비 일부를 국비로 지원하고 피해 주민은 생계 구호를 위한 생활안정지원금 외에 지방세 등 납부 유예, 공공요금 감면 등을 지원받는다. 또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36조에 따라, 재난사태 선포 지역에는 재난경보 발령, 인력·장비·물자 동원, 위험구역 설정, 대피명령, 응급지원 등 조처와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가능해진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위험지역에 대한 출입 제한과 통제도 강화된다. 정부는 향후 합동 피해 조사를 통해 복구계획을 수립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거쳐 구체적인 지원사항을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4일 경북 의성과 경남 산청·하동, 울산 울주 등 4개 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특별교부세 26억 원을 지원한데 이어 이날 특별교부세 55억 원을 추가 지원키로 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3-27

5개 시·군 휩쓸며 동해안까지 위협… 산불 피해 ‘역대 최악’

경북 북동부 지역을 휩쓴 대형 산불이 발생 6일 만에 역대 최악의 피해 규모를 기록하며 동쪽으로 계속 확산되고 있다. 관련기사 2·3·4·5·7면 지난 22일 의성에서 시작된 불길은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5개 시·군으로 번지며 피해 면적을 넓혔다. 당초 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강수량은 27일 대부분 지역에서 미미한 수준에 그쳤으며, 진화율 마저 급격히 하락해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림청은 27일 헬기 79대와 인력 4635명, 장비 693대를 산불 현장에 투입해 동시다발적 진화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초속 15m에 달하는 강풍과 섭씨 21~22도의 고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진화 작업에 난항을 겪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경북 북동부에 예보된 비의 양은 5mm 미만으로 극히 제한적이다. 강수량이 매우 적어 건조한 대기를 적시면서 습도를 높이는 역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 강수 이후 다음 비 소식이 4월 초에나 예보돼 있고, 강풍과 건조한 기상 조건이 지속되면 산불이 계속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진화 현장에 투입된 인력의 피로가 누적되는 가운데 산불 진화율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정오 기준 71%까지 상승했던 의성·안동 산불 진화율은 사흘 만에 50% 초반으로 떨어졌다. 특히 인명 피해가 집중된 영덕과 영양의 진화율도 10~20% 수준이다. 이번 산불의 확산 속도는 시간당 8.2km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7일 오전 기준 산불영향구역은 3만 3204㏊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0년 강원도 동해안 산불 당시 피해 면적인 2만 3794㏊를 이미 초과한 수치다. 인명 피해도 심각한 상황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안동 4명, 청송 3명, 영양 6명, 영덕 9명 등 총 22명의 주민이 사망했으며, 의성에서는 진화 헬기 추락 사고로 70대 조종사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재산 피해 역시 급증해 주택과 공장 등 2572건의 건축물이 피해를 입었다. 해안가에 위치한 영덕에서는 어선과 양식장 피해가 속출하고 있으며, 일시적으로 전지역 통신이 두절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서산영덕고속도로 청송휴게소 양방향 건물도 화재로 소실됐다. 안동에서는 27일 오전 산불이 남후면 무릉리에서 시내 지역으로 향하면서 재난 문자로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청송 주왕산국립공원 내 천년고찰 대전사 등 문화재 보호를 위한 노력도 분주히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안동, 의성, 청송, 영양, 영덕 등에서 3만 3000여명의 주민이 실내체육관 등 임시 대피소로 몸을 피한 상태다. 산불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합동분향소도 속속 설치됐다. 청송군은 27일 청송군보건의료원에서 분향소 운영을 시작했으며, 의성군은 헬기 추락 사고로 희생된 고 박현우 기장 분향소를 차렸다. 안동시와 영양군·영덕군도 설치 논의를 마치고 곧 마련할 계획이다. 행정안전부는 경북·경남·울산 등에서 발생한 대형산불 수습과 피해자 지원, 이재민의 일상 복귀를 위해 27일부터 ‘중앙합동지원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권역별로 모두 2곳이 설치되며 경북 안동시 안동체육관에는 경북합동지원센터가, 경남 산청군 덕산체육공원 시천게이트볼장에 경남합동지원센터가 각각 마련돼 본격적인 지원활동에 들어갔다. 경북지원센터는 안동시·의성군·청송군·영양군·영덕군을 관할한다. /이석윤기자 lsy72km@kbmaeil.com

2025-03-27

‘무더기 제적’ 현실화… 의대생 복귀 목소리 커진다

휴학 중인 의과대학생들의 ‘무더기 제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의대생의 복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북대는 지난 21일까지 복학원을 제출하지 않은 의대생들에게 최근 제적 예정 통보를 하면서, “오는 4월 8일까지 등록을 하지 않거나, 수업일수 4분의 3선(5월 26일)까지 질병·육아·군휴학을 신청하지 않으면 제적에 관한 행정 절차가 진행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경북대 의대생들은 절반 정도 복학원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학교 측은 정확한 숫자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구·경북 의과대학 중 영남대는 27일까지, 계명대·대구가톨릭대·동국대 와이즈캠퍼스는 이달말까지가 복학신청 마감 시한이다. 현재까진 모두 학생복귀가 순조롭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대와 같이 지난 21일을 복학원 제출 데드라인으로 정한 연세대는 전체 의대생(881명) 중 398명에게 제적 예정 통보서를 보냈다. 고려대는 오늘(28일) 제적처리를 할 방침이지만, 학부모들의 복귀문의가 쏟아져 복학신청을 한시적으로 받아줄지를 검토하고 있다. 전국 의과대학들은 지난 26일 서울대 의대(의정갈등 대응 TF)가 소속학생 645명 중 군휴학 등을 이유로 참여하지 못한 학생을 제외한 607명을 대상으로 등록·미등록 수요 조사를 한 결과 65.7%인 399명이 ‘등록찬성’ 견해를 밝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서울대 의대 의정갈등 대응 TF는 학생들에게 “27일 오후 2시까지 복학원 제출 및 수강신청을 통해 등록 절차를 마무리해달라”며 “등록 후 투쟁 방향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빠른 시일 내에 안내하겠다”고 통보했다. 서울대 의대생들의 강의실 복귀 여부는 다른 대학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복귀 의대생 상당수는 복귀의사가 있지만 다른 학생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등록을 미루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의실로 돌아가고 싶지만 배신자로 낙인 찍히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이와 관련 고려대 의대 전 학생대표 5명이 지난 25일 “수업 거부로 인한 책임은 오롯이 개인 몫이지만 리스트 작성과 공유, 무분별한 마녀사냥 등이 이어지면서 온전한 자유의지로 복귀 선택을 할 수 없는 분위기”라며 “본인의 결정을 주저함 없이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문을 내 주목받았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3-27

마을주민 6명 참변… “목숨은 건졌지만 살아도 산 게 아니야”

“하늘이 도와 목숨은 건졌지만, 살아도 산 게 아닙니다” 27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에서 만난 한 80대 주민은 이같이 말하며 울먹였다. 지난 22일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은 25일 저녁 영덕을 집어삼켰다. 현재까지 영덕에서는 9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매정리는 이번 산불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마을로, 모두 6명의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 대다수의 주민이 70대 이상으로,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한 노인들이 많았다. 이날 찾아간 매정1리는 마을 곳곳이 불에 타 폐허로 변했다. 집 내부에는 불에 탄 가재도구들이 널려 있었고, 외부에 건물을 지탱하는 금속 구조물은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었다. 붕괴된 건물의 잔해 사이에서는 짙은 연기가 끊임없이 피어올랐다.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표정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불에 탄 집을 정리하던 80대 마을 주민은 “살아남은 사람들도 몸만 집에서 겨우 빠져 나왔다”면서 “돌아갈 집도 없는데, 앞으로 살아갈 길이 정말 막막하다”며 울었다. 마을 유일의 교회도 붉은색 외벽만 남긴채 새까맣게 불에 탔다. 승용차와 자전거는 앙상한 골조만 남아있었다. 하늘에서는 검은 재가 눈 처럼 내렸다. 매정2리의 상황도 심각하긴 마찬가지였다. 이 마을의 집 90% 이상이 불에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민은 “집을 잃은 마을사람들이 실내 정자에 모여 있는데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밤만 되면 오들오들 떨고 있다”면서 “전화선도 불에 타버려 통신이 두절되면서 타지에서 걱정하고 있을 자식들에게 전화 한통도 못해줬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매정리 일대는 이때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통신망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도로 곳곳에는 통신망 연결 공사가 한창이었다. 매정리 요양원에서 대피하던 중 차량 폭발로 3명이 숨진 현장에는 차가 모두 치워져 있었다. 건물 외벽에는 차 형태만 남고 그을려 있어 사고 당시 불길이 어느 정도거셌는지 짐작케 했다. /박윤식·이시라기자

2025-03-27

서한, 대구도시철도 4호선 1공구 공사 수주

대구도시철도 4호선 1공구 건설사업권을 (주)서한이 낙찰받았다. 대구시와 대구교통공사는 지난 25일 턴키(설계·시공 일괄 진행) 방식의 대구도시철도 4호선 1공구 사업자 선정 평가(설계심의)에서 (주)서한을 최종 사업권자로 선정했다. 이날 총점 기준 서한 컨소시엄은 88.68점을 받았고, 그 뒤를 이어 HS화성 컨소시엄은 87.88점, 진흥기업 컨소시엄은 84.08점을 획득했다. 차등 적용 후에는 각각 88.68점, 81.68점, 74.68점을 기록했다. 건설·엔지니어링 업계에 따르면, 심사위원 14명 가운데 6명이 서한 컨소시엄 설계안에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또 HS화성 컨소시엄 설계안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준 위원은 4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한 컨소시엄과 HS화성 컨소시엄은 교통 분야에서 박빙을 이룬 것으로 분석됐다. (주)서한은 이번 사업을 위해 HL디앤아이한라·경상종합건설·동서개발 등과 손을 맞잡았다. 설계는 대한콘설턴트가 담당한다. 대구도시철도 4호선은 3호선 수성구민운동장역에서 동대구역과 엑스코역 등을 거쳐 동구 봉무동 이시아폴리스역까지 총 길이 12.5㎞를 연결하는 노선으로, 12개의 정거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약 6000억원 규모다. (주)서한이 공사할 대구도시철도 4호선 1공구는 수성구 범어동에서 동구 신암동까지 3.34㎞ 구간에 4개 정거장이 들어선다. 총 사업비는 1400억원으로 2030년 개통을 목표로 한다. /김재욱기자

2025-03-27

창문 뚫고 코 찌르는 탄내산불 연기, 주민 건강 위협

안동 시내에서 무용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윤예원(26) 씨는 27일 “처음 불이 난 25일 밤 연기를 피해 창문을 모두 잠그고 집안에만 머물러 있었는데 다음날부터 매캐한 연기가 집안까지 스며들었다”며 “코를 찌르는 탄내를 계속 맡아 속이 따갑고 어지럼증이 심해져 지인의 본가로 거처를 옮겼다”고 말했다. 윤 씨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피해예방 행동 지침을 전달받을 창구가 없다”며 “개별적으로 실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지인들 사이에 나누는 정보에만 의지하고 있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등 5개 시군에 걸친 대형 산불이 장기화하면서 산림·주택·농작물 피해와 함께 짙은 연기로 인한 주민들의 건강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산불 연기에는 초미세먼지, 일산화탄소, 벤젠 등 유해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관지염,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들에게 매우 위험하다. 산불연기는 또 혈압상승과 심장 리듬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어 고혈압이나 심장병 환자는 물론 고령자와 임산부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기침, 호흡곤란, 목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눈 따가움, 알레르기성 비염, 피부 가려움 등의 증상도 자주 발생한다. 실제로 지난 24일 의성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된 40대 소방대원 A씨가 연기로 인한 어지러움증을 호소했다. A씨는 당시 구토 증세도 보였다. 산불연기를 마시는 것이 일상이 된 주민들도 하나 같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의성 주민 임순연(여·74·의성읍)씨는 “산불이 난 이후 계속해서 목이 따갑고 숨쉬기가 답답하다. 가만히 있다가 어지러움을 느끼기도 한다”며 “산불이 빨리 꺼져야 연기도 사라질 텐데 매캐한 냄새와 함께 연기까지 겹치면서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김상학(52·안평면) 씨는 “하루종일 산불 연기가 자욱한 상태에서 생활하다 보니 목과 눈이 따가운 일이 흔하다”며 “큰 호홉 대신 작게 숨을 쉬는 버릇까지 생겼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산불 연기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면 창문을 꼭 닫아 연기의 실내 유입을 차단하고, 외출시 KF94 이상의 마스크를 곡 착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연기로 인한 기관지 건조를 막기 위해 충분한 수분 섭취와 실내 습도 유지도 중요하다”면서 “만약 기침이 심해지거나 숨 쉬기 불편할 경우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3-27

대구경북 지역 행사·축제, 줄줄이 취소·연기

경북을 삼킨 ‘괴물 산불’의 여파로 대구·경북 지역의 행사와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봉화군은 27일 예정된 지역 축제 3개를 연기 및 취소한다고 밝혔다. 취소된 행사는 29일 봉성면 동양리에서 예정됐던 ‘산수유 신춘 시 낭송회’와 4월 11일부터 13일까지 물야면 오전리 일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5년 벚꽃엔딩축제’다. 벚꽃엔딩축제와 연계해 4월 12일 진행 예정이던 ‘외씨버선길 함께 걷기’ 행사도 잠정 연기했다. 김천시도 오는 29일부터 열릴 예정인 연화지 벚꽃 페스타와 벚꽃길 걷기, 식목일 기념 나무심기, 농촌 협약식 등 각종 행사를 취소 또는 축소하기로 했다. 앞서 안동시도 오는 31일부터 4월 13일까지 예정된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행사’와 4월 2일부터 진행될 ‘안동벚꽃축제’,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영덕군과 예천군은 지난 26일 개최하려던 ‘제67회 예천군민아카데미’와 영덕 황금은어 방류행사를 전격 취소했다. 포항시 역시 27일 진행하려던 ‘농촌협약 공모 선정 협약식’을 잠정 연기했다. 대구지역의 봄 축제들도 대부분 취소되거나 축소될 모양새다. 달성군은 28일부터 열릴 예정이었던 ‘달창지길 벚꽃축제’와 ‘옥포 벚꽃 축제’를 취소했다. 다만 지역민들 중심으로 준비해 온 행사인 점을 고려해 벚꽃을 보러 방문하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한 교통 안내와 먹거리 장터 운영은 유지한다. 남구청은 29일부터 4월 6일까지 예정된 ‘앞산 블라썸 위크’축제를 무기한 연기했고, 서구청은 와룡산 ‘와봄축제’행사 취소를 검토 중이다. 행사를 취소한 지자체들은 “산불 진화와 희생자애도가 우선이라는 원칙에서 행사를 취소 또는 연기하게 됐다”면서 “안정된 여건 속에서 더욱 알차고 의미 있는 행사로 다시 찾아뵐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들도 축제 취소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승현(37·대구 수성구)씨는 “대형 산불로 인한 피해가 너무 크다보니 마음이 편치 않다”면서 “축제는 매년 돌아오지만, 사람의 생명은 돌아올 수 없으니 항상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모두가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2025-03-27

삶의 터전 잃은 이재민들 힘겨운 대피생활 “막막하네”

의성에서 난 산불이 엿새째 경북 북동부지역으로 확산하며 주민 불편도 가중되고 있다. 27일 산불 피해 지역 주민들은 집과 생활 터전을 잃은 채 며칠째 불편한 대피소 생활을 이어갔다. 경북 안동시 길안면 길안중학교 대피소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속옷도 한 장 못 챙겨서 나와 같은 속옷을 5일째 입고 있다. 불이 난 뒤 잠시 집에 들렀더니 모든게 불에 타고 아무것도 없었다”며 “상황이 길어져 너무 힘들고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번 산불로 인한 경북도내 대피 인원은 3만 3000여 명이다. 이들 중 1만 5400여 명은 여전히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 집이 전소돼 갈 곳이 없거나 마을에 통신과 전기·수도가 모두 끊겨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주민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산불에 따른 짙은 연무와 단전·단수, 교통 통제까지 더해져 고통스런 일상을 보낸다. 퍼진 연기와 연무가 대피소 안으로 들어와 마스크를 쓰지 않고서는 생활이 힘들어 일부 이재민들은 두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산불로 가압장에 전기 공급이 끊기며 안동시 일직면, 남선면, 길안면, 임하면, 남후면, 임동면, 풍천면 일부 지역에는 이틀째 수돗물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다. 안동시는 비상 급수와 생수를 지원하고 있으나 정상적인 생활을 회복하기는 역부족이다. 일직면, 남선면, 길안면, 임하면, 임동면 2487가구 주민들은 정전됐다가 전날 대부분 복구됐으나 177가구는 아직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다. 영덕에서도 지난 25일 오후 5시 54분쯤 청송군 신촌면 산불이 지품면 황장리로 넘어와 초속 25m 이상의 강풍을 타고 해안까지 휩쓸면서 단전과 단수가 속출했다. 지품 정수장이 불에 타고 영덕 정수장 전기가 끊겨 달산면 전 지역과 지품면 일부와 매정 2·3리, 삼계리 등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변전소 가동이 멈추면서 25일 오후 9시 6분쯤 관내 전 지역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가 대부분 복구됐으나 지품면 등 산불 피해가 극심한 지역에서는 아직 복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곳도 있다. 영덕은 지난 25일 밤 10시부터 통신이 두절됐다가 다음 날 새벽에 대부분 다시 개통됐다. 피해가 심한 지품면 일부에서는 다시 휴대전화에 장애가 발생했다가 정상화되기도 했다. 영양군 입암면, 청기면, 석보면 지역도 정전이 발생했다가 복구됐다. 도로 통제와 해제가 반복하면서 이동도 여의찮다. 서산영덕고속도로 동상주 나들목(IC)∼영덕 IC 구간 양방향과 중앙고속도로 의성 IC∼풍기 IC 구간 양방향의 차량통행이 통제됐다. 안동 임동면 마령리 마령교 삼거리에서 영양 입암면 산해리 산해 교차로를 연결하는 도로도 26일 오후 3시 45분부터 통제 중이다. 안동 길안면 천지리∼길안면 배방리 지방도 차량 통행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외에 국도와 지방도, 군도 8개 구간과 일부 철도 노선은 통제됐다가 통행이 재개됐다. /단정민기자

2025-03-27

꽃피는 봄날의 모꼬지 행사

톡 톡 꽃망울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춘삼월. 옆집 담장 넘어 매화나무 한 그루가 온 동네를 그윽한 향으로 채우는가 싶더니 벌써 4월의 벚꽃축제 소식이 여기저기서 난무하다. 여자들의 바깥출입이 쉽지 않던 시절에도 봄이 오면 진달래 꽃잎 따다 찹쌀전에 곱게 얹어 화전의 풍미를 음미하며 봄을 즐겼다. 화사한 봄꽃 소식은 예나 지금이나 다양한 모꼬지 행사를 부추긴다. ‘모꼬지’는 순 우리말이다. 놀이나 잔치 또는 그 밖의 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을 뜻한다. 모내기의 다른 표현인 ‘모 꽂이’가 ‘모꼬지’로 변모했다는 것이 민간어원설이다. 농경사회에서 가장 큰 일인 농사를 시작하는 봄철이면 품앗이가 생활이던 마을사람들이 모두 모여 볍씨로 싹을 틔워 둔 모를 쪄서 두레질한 논에 옮겨 심었던 모내기가 모 꽂이라는 설이다. 모꼬지는‘MT(Membership Training)’를 대신해 쓰기도 한다. 하지만 모꼬지는 사사로운 모임을 뜻하고 MT는 공식적인 수련모임을 뜻한다 해서 다소 의미가 다르다는 이유로 모꼬지로 대신하는 것을 꺼리기도 한다. 봄날의 많은 모꼬지 행사 중 화수회(花樹會)라는 것이 있다. 같은 성(姓)을 가진 사람들이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모임이다. 종친회와 유사한 친족 모임이지만 본관이 달라도 성이 같으면 함께 한다. 산업화에 따라 고향을 떠난 이들이 타향에서 만난 같은 성을 가진 친족들을 집안사람들이라는 유대로 덕담을 나누고 조상에 대한 은덕을 기리며 뿌리를 알아가는 소중한 모꼬지인 것이다. 화수회 개념의 집안 모꼬지 행사도 있다. 1년에 한 번, 꽃피는 3월에 타 지역에서 살고 있는 집안의 삼촌, 사촌, 오촌, 육촌이 고향에 모여 먼저가신 선조를 기리고 촌수의 개념도 알리며 친족끼리 친목을 다진다. 그러나 화수회나 집안 모꼬지 행사는 기성세대들에 한하는 경향이 있고, 젊은 친구들의 참석 유도가 쉽지 않다. 집안모임이나 제사에 대한 개념이 예전과 사뭇 다른데다 이미 우리나라 법은 조건이 합당하면 친모 성(姓)으로 성본 변경이 가능한 사회로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에는 가문대대로 잘 정리되어 내려오는 족보(族譜)가 있어 자신의 혈통을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족보는 개인의 역사뿐만 아니라 한 집안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한 서양학자는 이를 두고 국가·사회·가정의 질서를 잡아주고 자손을 도덕적으로 바른길로 인도하는 족보의 기능을 높게 보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은 족보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많은 견해 차이가 있어 일부는 기득권의 상징으로 보기도 한다. 봄꽃들의 향연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 마음을 들뜨게 한다. 진달래 꽃잎 따다 화전을 부치는 사람은 보기 힘들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상춘객이 되어 이 봄을 즐긴다. 달라진 세월 속에서 가까운 사촌끼리도 서먹서먹한 지금, 춘삼월 꽃 필 때의 친족 모꼬지행사가 계속 대(代)를 이을지는 모를 일이다. 매화를 지극히 사랑했던 퇴계 이황은 ‘시류를 따르라’ 했다. 지금은 AI 시대. 봄날 집안 모꼬지 행사를 다녀와 500여 년 전 다른 시대를 살다간 퇴계 선생의 이 말을 깊이 되새겨 본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3-27

마음이 아플 때는 詩라는 약을 복용하라

살다 보면 누구나 힘든 날이 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듯 막막한 그런 날 말이다. 이 세상에 나를 도와줄 사람 하나 없이 혼자 내팽개쳐진 것 같은 절망이 밀려온다. 얼마 전 그런 일을 겪었다. 우주의 미아가 된 듯 누구 하나 손잡아 줄 이가 없어 보였다. 부모님은 오래전 돌아가셨고 친정 식구들은 모두 멀리서 제각각 살기 바쁘다. 허물없이 찾아갈 친구도 생각나지 않았다. 혼자 쓸쓸히 걸으면서 생각에 잠기었다. 또각또각 내 구두 소리만이 밤거리에 울렸다. 이렇게 답답할 때는 무엇을 해야 할까. 걸으면서도 머릿속은 복잡했다. 자꾸 부정적으로 빠져드는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나를 도와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데 마음의 방향을 바꾸어야 함을 깨달았다. 문병란 시인의 시 ‘희망가’를 한 줄씩 암송했다. “얼음장 밑에서도 / 고기는 헤엄을 치고 / 눈보라 속에서도 /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 절망 속에서도 /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 보리는 뿌리를 뻗고 / 마늘은 빙점에서도 / 그 매운맛 향기를 지닌다. //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 고통은 행복의 스승 /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 긴 고행 길 멈추지 말라 / 인생항로 / 파도는 높고 /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 한 고비 지나면 /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 문병란 시 ‘희망가’ 전문 시인이 IMF 시절 힘든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쓴 시라고 한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묘한 것이어서 어떤 어려움 앞에서 다시는 희망이 없을 것처럼 절망하고는 한다. 그래서 좋지 않은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지금 어두운 감정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 감정에 깊이 몰입되어 자꾸 절망 쪽으로 빠졌었다.‘희망가’를 한 줄 한 줄 소리 내어 읊조리다 보니 어두웠던 마음이 조금씩 희석되었다.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힘을 내야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시낭송이 주는 치유 효과를 새삼 느꼈다. 시가 영혼의 상처를 어루만짐도 절실히 느꼈다. 사람은 우울하면 말을 하기 싫어진다. 그럴 때 일부러라도 또렷한 발음으로 천천히 시를 낭송해 보기 바란다. 사람의 말소리는 참으로 신비로운 것이어서 긍정적이고 좋은 문장을 말하면 그 소리에 스스로 용기를 얻게 된다. 자꾸 반복해서 소리를 내면 어느 사이엔가 깊은 어둠에서 빠져나온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마음이 온갖 생각으로 복잡하고 괴로울 때면 다 덮어두고 시를 암송해 보길 권한다. 입 속으로 말고 꼭 소리를 내서 시를 읽어보기 바란다. 마음이 아플 때 시만큼 큰 치유의 약도 없다.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3-27

불국사 목련

찬바람 불던 계절에도 관음전에 오르면 습관처럼 목련나무를 쳐다봤다. 언제쯤 피려나. 이번엔 때를 놓치지 않겠다 벼르고 있었다. 봄 강아지 꼬리 같은 보송한 모습을 한 꽃봉오리는 겨우 내내, 그리고 완연한 봄이 임박했을 때도 꿈적하지 않고 있었다. 아이를 등교 시킨 후 불국사로 향했다. 평일 오전이라 비교적 조용한 모습이다. 오늘은 대규모 단체 관광팀도 보이지 않는다. 달라진 날씨 탓인지 겹벚꽃이 벌써 꽃을 틔울 태세다. 철을 기다리느라 애써 붙잡고 있는 봉오리 사이로 진분홍 꽃잎이 제법 삐져나와 있다. 늘 조금 긴장하며 들어서는 사천왕문을 지나자 성급한 매화는 벌써 꽃잎을 떨구고 있다. 대웅전으로 올라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목적지로 향했다. 가파른 낙가교가 언제나 부담스러운 관음전이다. 관음전은 불국사 내 동쪽,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관세음보살을 모신 법당으로 조선 초기 건축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계단을 오르는 수고스러움은 뒤에 만날 관음전 뒷마당의 매력과 비교할 수 없는 까닭에 열심히 오른다. 계단을 다 오르자 새하얀 목련이 눈에 들어왔다. 주인께 먼저 예를 표하는 것이 맞다 싶어 처마 아래에 섰다. 합장하며 올려다본 관음보살상 얼굴에 미소가 느껴졌다. 신기하게도 그날그날 찾아간 마음 따라 표정이 달라진다. 인사를 마친 후 뒷마당으로 넘어갔다. 햇볕에 바싹 말라 하얘져 버린 모래가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 위로 드려진 기와 그림자가 선명하게 내려 앉아있다. 목련 나무가 있는 곳엔 이미 관광객 몇과 커다란 사진기를 든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동안 뒷 마당을 구경하며 잠시 시간을 두고 기다렸다. 경내에서도 조용한 편인데다 사람들이 오래 머무르지 않는 까닭에 조용함을 즐기기에 좋은 장소다. 멀리서 들려오는 염불 소리와 새 소리, 바람 소리가 어우러져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롭다. 보통 10시쯤이면 염불이 시작된다. 사바세계, 극락세계에서 중생들의 고뇌를 해소해 주는 대자대비 보살로 알려진 관세음보살이 머무르는 공간이어서일까. 금세 마음이 편안해졌다. 잠시 후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자 목련 나무 앞에 섰다. 짙은 무채색 기와 담장 옆에 자리 잡은 하얀 꽃들이 파란 하늘을 만나 더 환해 보인다. 세월과 자연이 만나 만든 색들은 조금의 이질감 없이 잘 어우러진다. 합장하듯 모아진 덜 여문 꽃봉오리는 좀 더 노란 빛을 완전히 펼쳐진 꽃잎들은 더 하얗게 조금씩 다른 얼굴들이다. 이쪽저쪽 아쉬울 것 없이 한참을 들여다 보고 나서야 마당을 떠났다. 가장 아래로 내려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입구에 있는 매점에 들러 습관처럼 콘아이스크림을 샀다. 따뜻한 날만큼 부드럽고 달콤하다. 봄은 봄이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3-27

경북 산불 확산에 국가유산 18건 피해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안동과 청송, 영양, 영덕 등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유산 피해도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27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이날 안동 용담사 무량전(경북도 문화유산)과 금정암 화엄강당(경북도 문화유산), 의성에서 관덕동 석조보살좌상(경북도 유형문화유산)에서 피해가 확인됐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용담사 무량전 부속건물 1채가 모두 불에 탔으며 용담사 금정암 화엄강당과 의성 관덕동 석조보살좌상도 전소됐다”며 “현재 국가유산 현장에 750여 명을 투입해 긴급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지금까지 확인된 산불 피해 국가유산 건수는 모두 11건으로 이 중 국가지정 문화유산은 보물 2건, 명승 3건, 천연기념물 3건, 국가민속문화유산 3건이 피해를 입었다. 또한, 시·도지정 문화유산은 유형문화유산 2건, 기념물 1건, 문화유산자료 4건이 피해를 당했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산불 피해 예방을 위해 안동 봉정사 등 사찰에 있는 유물 3건 1566점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하회마을, 병산서원, 도산서원, 봉정사 등 주변 수목을 제거해 방화선을 구축했다. 또 드론을 동원해 국가유산을 관찰하며 피해 현황을 기록하고 있다. 피현진 기자 phj@kbmaeil.com

2025-03-27

“홀딱 타버린 집… 앞으로 어디서 사나”

“산불이 덮치기 전 긴급대피문자에도 설마설마 했는데 정말로 불덩어리가 비 오듯 쏟아졌어요. 정신없이 내달려 대피소로 왔는데 집은 이미 다 불타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지난 24일 강한 바람에 날려온 산불에 모든 것을 다 잃었다는 권(55)모 씨는 안동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 텐트에서 대피하던 상황을 이렇게 얘기했다. 권 씨가 살던 남선면에 산불이 덮친 것은 25일 밤이다. 지난 22일 의성군 안평면에서 시작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24일 안동시 길안면으로 확산하더니 급기야 25일 오후 강한 바람을 만나면서 남선면까지 넘어왔다. 권 씨는 당시 산불이 크게 나 의성군 점곡면과 길안면 등으로 번졌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남선면까지 올 줄은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긴급대피문자도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하지만 상황은 급격하게 돌아갔다. 어느 순간 산불로 인한 연기가 온 마을을 덮더니 급기야 강한 바람에 마을로 불덩어리들이 날아들었다. 권 씨의 집 마당에서 불덩어리가 날아왔다. 그때서야 권 씨는 차를 몰고 마을을 빠져나왔다. 당시 안동시내로 향하는 도로 옆으로는 이미 불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대피소에 도착했다. 나중에 같은 마을 사람에게 들어 안 사실이지만 권 씨의 집은 이미 모든 것이 불에 타 없어졌다. 권 씨는 “이번 산불로 모든 것을 다 잃었다. 집도 불타고 과수원의 나무도 대부분 불에 탔다고 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며 “외지에 있는 친인척에게 기대는 것도 못할 짓이고 답답한 마음 하소연 할 곳도 없다”고 힘없는 목소리롤 말했다. 같은 날 일직면에서 안동체육관으로 온 김(68)모씨 부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동안 힘든 농사일로 자식들 키우고 하다 보니 남은 것이라고는 낡기는 했지만 집 한 채가 전부였는데 그 집이 이번 산불로 다 타버렸다. 김 씨는 “불길이 소용돌이 치듯 날아 다녔다. 그러다보니 우리집은 다 탔는데 조금 떨어진 옆집은 멀쩡했다. 무슨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집을 잃었다는 생각에 앞으로 우리 노부부 어디가서 살아야 하나라는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도 있었다. 안동체육관에서 이재민들을 대상으로 의료지원을 펼치고 있는 안동시보건소 관계자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재민들도 많고, 화재 당시 상황이 계속 눈앞에 아른거린다는 분들도 많다”며 “너무 큰 피해에 심신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호소하거나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날 5mm 안팎의 비 예보에 잠시 산불이 꺼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졌던 분들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비소식에 없자 하늘을 원망하기도 했다. 안동체육관 대피소 밖에서 마을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던 권(71) 모씨는 “뉴스에서 오늘 비가 온다고 했는데 아직 빗방울 하나 보지 못했다. 얼마나 올지... 안온 것 보다는 나을 것이기에 밖에서 하늘만 보고 있다”며 “산불이 꺼져야 일상으로 돌아갈텐데 온다는 비는 소식도 없고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한탄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