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가 ‘청림문화복지회관’의 무허가 운영과 회계 부정 논란<본지 2월 2일·2월 3일자 5면 보도>에 이어 적자가 쌓인 목욕 시설을 인수해 매년 억대 혈세를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 복지를 명분으로 내세운 지자체의 ‘적자 행정’이 영세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빼앗는 ‘상권 살생부’로 돌변했다는 지적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포항시 남구 ‘호미곶 해수탕’은 지난 20여 년간 지역 어촌계가 수익 사업으로 운영해왔다. 하지만 경영 미숙과 시설 노후화로 적자가 쌓이자 어촌계는 운영권을 시에 넘기는 ‘기부채납’을 택했다. 민간의 경영 실패를 시가 떠안은 셈이지만, 포항시는 수억 원의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임에도 기본적인 타당성 조사조차 생략한 채 이를 수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는 지난해 4월부터 해수탕 운영권을 넘겨받아 직접 운영에 나섰다. 이때부터 해당 시설은 본격적인 ‘세금 먹는 하마’로 변질됐다. 해당 시설 운영을 위해 매년 인건비 5700만 원, 전기·수도료 7200만 원 등 최소 1억 3000만 원의 시 예산이 투입된다. 여기에 세탁기 교체 등 수시로 발생하는 유지 보수비는 별도다.
이 혈세 지원은 고스란히 인근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인위적인 가격 파괴’로 이어졌다. 어촌계 운영 시절 8000원이었던 요금은 시가 인수하자마자 반토막인 4000원으로 낮아졌다. 시가 운영비 전액을 세금으로 보전해 주기에 가능한 기형적 가격이다.
이 때문에 9000원을 받아도 적자를 걱정하는 인근 구룡포 일대 민간 목욕탕들은 손님을 다 뺏기며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다.
지역 목욕업계 관계자는 “시가 세금으로 적자를 메꿔주며 가격을 깎으니 자영업자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며 “이것은 복지가 아니라 영세 상인들을 사지로 모는 살생부”라고 울분을 토했다.
운영 방식은 더 후진적이다. 억대 예산이 투입됨에도 카드 단말기나 키오스크 하나 없이 오직 ‘현금’만 받고 있다. 근무자가 장부에 이용객 수를 손으로 적어 정산하는 방식은 앞서 보도된 청림동의 사례와 판박이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민간 사업이 아닌 시 주체 사업이라 인건비와 시설비 보조는 당연하다”면서도, 억대 예산이 투입되는 시설 인수 과정에 대해서는 “당시 타당성 조사까지는 거치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상권 침해 논란에 대해서는 “민간 업자들의 이의 제기는 알고 있다”며 “요금을 5000원으로 올리는 것은 주민들도 이해할 선이라 판단해 검토 중”이라는 안일한 해명만 내놨다.
포항시의회 A 의원은 “그간 포항시 행정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형적 기부채납이었다”며 “당시에도 시의 재정 부담을 우려해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았지만, ‘오지 주민 복지’라는 명분에 밀려 결국 시가 모든 독배를 마시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해수탕 특성상 염분으로 인한 노후화가 빨라 앞으로 매년 수억 원의 수리비와 유지비가 추가 투입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특정 시설의 운영 문제를 넘어 인근 구룡포 상권과의 시장 질서 교란은 물론 시 재정 전반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A 의원은 “선거를 의식해 한 치 앞만 보는 ‘포퓰리즘 행정’이 반복된다면 앞으로 동네마다 쏟아질 유사한 요구들을 감당할 재간이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선심성 복지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기부채납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확립하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행정의 틀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