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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절제된 표현속에 큰 울림있어”

등록일 2026-02-01 16:20 게재일 2026-02-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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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여 시인의 시세계와 존재의 철학
정호승 문학관 초청 토크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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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문학관 초청 토크쇼에 출연한 손수여 시인(오른쪽)과 정지홍 재능낭송회장.

지난 30일 저녁. 정호승문학관(대구시 수성구 들안로 403-1)은 시와 철학이 어우러진 향기로운 시간으로 물들었다. 이날 열린 ‘손수여 문학박사 초청 토크쇼’에는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시인이 걸어온 길과 그의 시 세계가 품은 깊은 사유를 함께 나누었다.

내빈으로 죽순문학회장 문성희 시인, 영남문학예술인협회이사장 장사현 평론가, 도동문학회 김용주 회장, 전 예술대학장 한대곤씨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재능낭송회 정지홍 회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손 시인의 따뜻하면서도 예리한 언어가 청중의 마음을 오랫동안 울렸다.

손수여 시인은 시를 “짧고 쉽게, 그러나 삶의 결을 고운 언어로 직조하는 예술”로 정의한다. 그는 “시의 본질은 압축과 함축에 있으며, 절제된 표현 속에 가장 큰 울림이 있다”고 말한다. 그의 시론은 최근 복잡한 언어 구조나 형이상학적 난해함에 치우친 현대 시 흐름에 대한 반성과도 맞닿아 있다.

손 시인은 “시란 꽈배기처럼 꼬인 사유의 장식이 아니라, 맑은 결로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작품들에는 삶을 향한 겸허함과 존재에 대한 성찰이 짙게 배어 있다. 시인은 문학을 “삶의 소산이며 투영”이라고 정의하며, 인간의 고독과 관계, 그리고 자연과의 조화를 중심 주제로 삼는다. 

그가 말하듯 “삶은 사람의 합성어이며, 생(生)은 외줄 위의 소(牛)가 선 형상”이다. 이 철학은 그가 언어를 다루는 태도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위태롭되 포기하지 않고, 아프되 버리지 않는 인간의 존엄이 그의 시 전체를 관통하는 정조다. 대표작 ‘암각화 2 – 고래의 항변’은 이러한 시인의 철학이 가장 투명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오래된 암각화 속 고래의 형상을 통해 그는 인간의 탐욕이 훼손한 자연의 목소리를 전한다. “고래가 인간을 향해 절규한다”는 역설은 인간 중심의 세계관을 흔들며, 생명 전체에 대한 연민과 생태적 윤리의식을 일깨운다.

손 시인에게 시란 언어의 미학을 넘어, 존재를 향한 도덕적 응시이자 실천의 한 방식이다. 또한 ‘아내 같은 아, 내 같은 시’에서는 시와 자신의 관계를 부부의 삶에 빗대어 그려낸다. 그는 시를 일상의 반려자이자 자신을 비추는 또 다른 자아로 바라보며, “남은 빈칸을 채워가는 주체”로서 시의 존재 이유를 설명한다. 언어의 점 하나, 쉼표 하나조차 생명처럼 다루는 그의 태도는 시를 통해 삶을 완성해가는 시인의 철학적 자세를 잘 보여준다.

이번 정호승문학관 초청 토크쇼는, 시를 삶의 본질로 삼아온 손수여 시인의 내적 여정을 되돌아보는 자리였다. 그의 시는 장식적 수사나 감정의 과시 대신, 절제된 언어 속에서 인간의 진실을 발견하게 한다. 짧지만 깊은 시, 쉬우나 사유가 깃든 언어, 그것이 손수여 시학의 핵심이다. 오늘날 속도와 소비의 시대 속에서, 그의 시는 여전히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의 삶은 얼마나 고요하게 빛나고 있는가.” 그 물음이야말로 손수여 시인이 시를 통해 우리에게 남기고자 한 존재의 철학적 울림이다. 

/김윤숙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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