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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전 소리사’에 얽힌 추억

토요일 오후 2시 사람도 차도 붐비는 시간. 평소라면 대릉원 쪽 도로로 진입을 했을 터이지만 조금 둘러가더라도 시장 쪽으로 차를 돌렸다. 거리는 조금 더 멀어져도 시간은 단축된다. 몇 년 사이 참 많이 달라졌다. 붐비는 시내를 피하려 둘러 다니던 황남동은 이제 반대 입장이 되었다. 중심상가가 오늘따라 더 조용하다. 간판이 낡지 않았는데 임대 문의가 붙은 곳들이 보인다. 주차를 하고 잠시 걸어 목적지인 대전 소리사로 향했다. 1969년 문을 연 이곳은 이제 경주 유일의 음반 판매점이 되었다. 시작은 전자제품들을 판매하면서 함께 끼워 팔던 한 두 장의 음반들로부터 시작되었다. 기계를 사갔던 고객들이 다시 찾아 추가로 음반들을 구매하면서 수요가 점점 늘어났다. 경주에선 클래식 음반을 흔히 구하기 힘들었던 때라 유일한 판매처였던 이곳을 찾는 이가 많았다. 경주관광전문대와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가 생겨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교육청에서 음반 구입 사업을 진행한 것도 한 몫 했다. 학창 시절 등굣길, 점심시간을 채우던 클래식 음악들의 출처였다.지금은 유일한 음반가게가 되었지만 20~30년 전만 해도 열댓 개의 음반 판매점이 성업 중이었다. 당시 회원 가게들이 적힌 한국음반협회 경주시 지부회 회원 수첩을 보여주셨다. 익숙한 이름이 더러 보였다. 매달 평양냉면집에서 모임을 가졌는데 여러 회칙들이 적혀있다. 그 중 재밌는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협회에서 정해 둔 쉬는 날이 있는데 문을 열면 벌금으로 쌀 한가마니를 내야 한다. 그리고 회원 경조사에 대한 부분들도 상세히 적혀있었다.오래된 역사만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많으리라 여쭤보았다. 잠시 지긋이 하늘을 올려다 보시더니 한자락 한자락 추억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가게 문을 열고 지금까지 규칙이 술을 마신 사람이나 취한 이에겐 음반을 판매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술 냄새를 풍기는 손님이 문 앞에 서서 이미자 음반을 찾았다. 거절할 핑계삼아 음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음반이 인기 음반이라 입구에서 떡하니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어서 금방 들통나버렸다. 지금이야 웃으며 말씀하시지만 당시엔 참 난감한 순간이었으리라.지금은 낯선 이가 음식이나 먹거리를 주면 지레 겁먹고 거절하거나 피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과거엔 작은 콩 한 쪽도 나눠먹던 시절이었다며 또 하나의 에피소드를 알려주셨다.최진희 음반을 사갔던 고객에 대한 기억이다. 음반을 사간 후 몇 차례 교환을 하러 들렀던 그녀는 어느 날 감자를 가져다주었다. 고마움에 대한 표시로 가져온 선물이었다. 요소 비료 포대 안에 감자를 담고 새끼줄로 감아 감포에서 시내까지 가져온 것이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추억 중 하나다.그리고 월성원자력 발전소가 생길 쯤 타지역 사람들과 외국인들이 종종 이곳을 찾았는데 어느 날은 캐나다 사람들로 가게가 가득 차기도 했었다. 그러다 울산간 도로가 생기고부터는 보기 힘들어졌다.명절이 되면 가게 한켠에 강정 두자루가 자리 잡았다. 고향을 찾지 못하는 이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준비한 강정들이었다.지금이야 스마트 폰으로 몇 번 누르면 승차권 예약쯤은 별일 아니지만 당시엔 멀리 사는 단골들을 대신해 고속버스 터미널 예약을 대신 해주기도 했다. 마음 없이는 할 수 없는 번거로운 일이었음에도 추억을 떠올리는 사장님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인터뷰를 하는 동안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꼬마 손님 몇이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 음반을 찾아 다녀갔다. 특히 어린이날이 되면 부모님 손을 잡고 많이 찾는다고 한다. 수기로 적는 주문서엔 메모로 가득 차 있었다.한 시간 가량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갑자기 중요한 질문 하나를 놓친 걸 깨달았다.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대전 소리사는 어떻게 해서 지어진 이름일까요? “예전엔 장사를 크게 잘해서 밭이랑 논 같은 땅을 많이 사라고 그렇게들 지었어.” 30년 만에 궁금증이 풀린 시간이었다.옆에서 함께 하던 서점과 가게들이 벌써 몇 차례 바뀌었고 내일 풍경은 오늘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 그 안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아날로그 시대의 낭만. 대전 소리사만큼은 오래도록 남아주길 바라본다. 오랜만에 구입한 빨간색 커버의 비틀즈 음반이 오후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박선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8-15

울진 연호공원

비 오는 아침, 울진군 울진읍 연지리를 찾았다. 국도를 달리다 내려서니 금방 커다란 호수가 보였다. 둘레에 산책로를 만들어 놓아 우산을 받쳐 들고서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주차장은 넓고 무료다. 입구 화장실 건물에 등나무 덩쿨이 무성한데 뒤늦게 핀 보랏빛 등꽃 몇 송이가 일행을 반긴다. 그 앞에 연호공원이라고 글자 조형물이 섰다. 사진 찍기 좋게 양 끝에 앉는 자리까지 놓였다. 공원은 시내 중심에 자리하여 접근성이 좋은 관계로 울진군민뿐 아니라 울진을 찾은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 중 한 곳이다.호수를 감싼 언덕에 오르니 소나무가 숲을 이룬다. 숲에서 호수 경치가 잘 보이는 곳에 연호정이 자리했다. 이 연호정이 있는 곳은 원래는 1815년(조선 순조 15년)에 건립한 향원정이라는 정자가 자리하고 있었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정자가 퇴락하여 1922년 옛 동헌의 객사 건물을 향원정의 자리에 옮겨 세우고 연호정(蓮湖亭)이라 명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소나무 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호수에 연꽃이 한창이다. 연꽃이 가득한 호수를 내려다보기에 좋은 정자라는 이름이 딱 어울린다. 그런데 풍경 중앙에 정자가 하나 더 보인다. 호수 가운데 세운 월연정이다. 아래로 내려서니 입구에 어락교라는 나무다리가 있는데 월연정까지 인도교로 폭 4m에 길이 51.9m의 규모다. 장자의 ‘물고기의 즐거움’이라는 사유 세계를 따서 지었다고 한다.월연정에 오르니 호수를 사방으로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정자 기둥과 기둥 사이가 액자처럼 서로 다른 경치를 보여준다. 울진과학체험관과 전망대가 한 장면, 그 옆으로 코스모스가 한 장면, 눈을 돌리니 금계국이 한켠에 피었다. 무엇보다 호수 둘레를 따라 분홍빛으로 핀 연꽃이 가장 잘 보이는 정자다. 지역 선비들이 연호정에서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기던 선비들이 달에 비친 연꽃에 취한다는 의미로 월연정(月蓮亭)이라 지었다고 한다. 이름값을 하는 정자다.우리도 연꽃의 향에 취하려고 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울진군에서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벤치를 곳곳에 배치했다. 그중에 센스가 돋보이는 의자는 앉아서 휴대폰 충전이 가능한 것이다. 좋은 글귀를 읽으며 연꽃 구경까지 하다 보면 시간이 스르륵 흘러 배터리가 가득 찬다.보슬비가 하염없이 연잎에 내렸다. 커다란 잎에 작은 연못이 만들어졌다. 고려 시대 문장가들은 특히 연꽃을 사랑하였다. 맑고 강직한 성품의 곽예는 비가 오면 혼자 우산을 들고 연못으로 가 오래도록 연꽃을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시를 남겼다. 최해라는 시인의 ‘빗속의 연꽃’이라는 시에는 당나라의 탐욕스러운 관리인 원재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죽고 나서 그 사람의 창고에서 후추가 팔백 가마나 나왔고 종유 기름도 오백 냥이 나왔는데 평생을 써도 절대로 쓸 수 없는 엄청난 양이었다. 두 번째 구절은 천년을 두고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다고 적었다.세 번째 구절에는 푸른 옥으로 됫박을 만들었다고 적었는데 푸른 옥은 연잎을 말한다. 그럼 됫박은 무엇일까? 비 오는 날 쪼그리고 앉아 연잎을 가만히 보다 보면 그 의미를 알게 된다. 빗방울이 연잎에 떨어지면 또르르 굴러 가운데로 모인다. 이제 마지막 구절을 보자. ‘종일 맑은 구슬을 담고 또 담는가’라고 맺는다. 하늘에서 내려온 구술이 모이고 모이면 연잎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살짝 기울어진다. 그동안 모은 구슬을 연못 위로 쏟아붓는다. 그 모습을 됫박질로 표현한 것이다.연호에 연잎이 종일 모은 구슬로 가득 찼다. 비 오는 날에는 울진의 연지리에 가서 곽예가 되었다가 최해가 되었다가 하며 하루를 보내도 좋을 듯하다./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8-15

여름방학 ‘탐구생활’의 추억

뜨거운 여름방학을 보내고 온 아이들은 까맣게 타서 돌아왔다. 더러는 벌겋게 목덜미 살갗이 벗겨져 있기도 했다. 선크림 따위는 없던 시절이었다. 여름방학 동안 우리에겐 어김없이 ‘탐구생활’이라는 큰 숙제가 주어졌다. 잠자리, 나비, 무당벌레 등 개학 때면 각자가 채집해 박제한 곤충의 스크랩을 비교해보느라 시끌벅적했다. 간혹 실물 곤충을 케이지 안에 넣어온 아이가 있어 한바탕 야단법석을 떨기도 했다. 밀린 일기를 쓰느라 기상청에 전화해 지나간 날의 날씨를 기록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먼저 일기를 쓴 친구들의 날씨를 베껴 적곤 했다.우리는 따분한 여름을 산으로 강으로 계곡으로 돌아다녔다. 그 시절 내륙지방의 여름은 큰맘 먹고 떠나보는 것이 영덕 해수욕장 정도였다. 기동력이 없던 시절이라 떠나도 모두 동해안 언저리여서 영덕 가서 회 먹고 돌아오는 거면 호사 중에도 큰 호사였다. 꾸불꾸불한 34호 국도를 타고 다녔던 영덕은 고속도로 개통으로 이제 안동에서 한 시간이면 도착 가능한 거리가 되었다.개학을 맞이하면 때론 빈자리가 보이기도 했다. 여름 물놀이에 휩쓸려 영영 돌아오지 않는 아이의 자리였다. 잠시 슬퍼했지만 우리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어렸으니까.개미굴에 개미는 몇 마리가 들어가는지, 고추잠자리 날개 한쪽을 뜯어내도 잘 나는지를 지켜보는 데만 한나절이 걸렸다. 놀 시간이 모자라도 괜찮았다. 내일 다시 만나 놀면 됐으니까. 비상연락망에 적힌 연락처에는 간혹 ‘안집’이라고 적힌 아이도 있었다. 세 들어 살던 아이들이 주인집 전화번호를 적어둔 것이다. 그런 모든 것들이 아랑곳없던 시절, 하루 종일 휴대폰 없이 밖으로 돌아다녀도 부모님들은 걱정하지 않았다. 저녁을 집에서 먹는다는 건 그 시절 어린이들의 ‘국룰’이었으므로.물 맑은 길안천에서 골부리를 줍고 모기향을 피운 골목길 들마루에 누워 두런두런 어른들의 수다에 잠들던 여름밤. 수박서리를 하다 걸려 원두막 아래에서 벌서던 친구들을 놀리던 기억까지, 그 시절 우리가 채집한 추억은 얼마나 많이 박제되어 있을까.이번 주부터 학교별로 개학을 맞이한다. 겨울방학에 비해 여름방학은 유난히 짧은 느낌이다. 방과후 수업을 받거나 학원을 다니거나, 아이들은 짧은 탐구생활을 마치고 학교에 복귀한다. 매미소리에 귀 기울이고 땡볕에도 맘껏 뛰놀던 시절은 지났지만 밀린 방학숙제에 괴로워하는 모습은 똑같은 개학이 다가왔다. /백소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8-15

잇단 공공요금 인상, 서민 경제 갈수록 팍팍

지난 7월 집중호우와 함께 기록적인 폭염을 겪고 있는 지금, 하반기에도 공공요금 인상으로 인한 서민 경제가 갈수록 팍팍해질 전망이다.지난달 30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 그동안 물가안정 차원에서 동결했던 수도, 가스, 대중교통 요금 등을 잇따라 인상하고 있다. 우선 대구시가 이달부터 도시가스 소비자 요금을 0.6% 인상하기로 했고 경북에서는 지난달 17일 ‘경상북도 물가대책위원회’를 개최해 하반기에 도시가스 공급 비용을 3.76% 올리기로 결정했다. 가정용 월평균 사용량(2253MJ)을 기준으로 포항권역 4.18%(250원 인상), 구미권역 4.98%(300원 인상), 경주권역 2.24%(140원 인상), 안동권역 3.64%(290원 인상)로 각각 인상했다. 이에 따라 경북에서는 도시가스 사용 가구의 요금이 평균 0.44%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반기부터 적용되는 경북의 택시 기본요금도 700원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세수 확보가 급한 각 지자체에서는 서민들의 부담을 최소화한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원가 상승이 공공요금의 인상을 결정한 배경이라고 말하고 있다.이는 소비자 물가의 상승률이 최근 2개월 연속으로 전년(2022년) 대비 2%대로 내려왔지만,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3.9% 올랐고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1.8%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10월부터는 원유가격이 1ℓ당 88원 인상될 예정이다.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직장인의 점심값, 자영업자의 운영비(전기, 가스, 재룟값), 주부의 장바구니 물가가 공공요금의 인상과 함께 집중호우와 계속되는 폭염으로 여전히 ‘물가 상승 중’인 이유다.특히 지난달 집중호우로 인해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채소류의 가격이 폭등했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7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6월)과 비교해 채소류는 7.1%, 농산물은 4.7%로 올랐다. 품목별로 보면 상추는 83.3%, 시금치는 66.9% 등 잎채소류 가격이 크게 오름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음식점·주점업의 소비도 다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높은 외식 물가가 그 이유인데 지난해 3분기에는 21년 만에 최대 폭인 8.7%나 상승하면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2분기까지 7~8%의 높은 증가 폭을 보였다.포항시 북구에서 음식점을 수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 모(57·양덕동)씨는 “최근에 재룟값이 너무 올랐다. 그동안 손님상에 상추를 내놓았는데 가격이 너무 올라 이제는 쌈배추를 쓰고 있다. 직장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라 점심 손님이 매출의 대부분인데 지난 5월부터는 손님도 줄어드는 것 같다. 그나마 다른 직원 쓰지 않고 가족들끼리 하니까 버티고 있다. 재룟값 인상으로 가격을 올릴까도 고민하고 있는데 막상 올리자니 또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 초곡에서 칼국수 집을 운영하는 정 모(55) 씨도 “김치와 깍두기를 일주일마다 10포기 정도를 손수 담그고 있는데 며칠 전에는 배춧값이 전보다 2천원 정도 오른 것 같다. 이러다간 직원들 월급 주는 것도 부담이 된다”고 푸념했다.마트 온라인 배달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주부 박 모(46)씨는 “물가 상승이 쥐도 새도 모르게 오르고 있는 것 같다. 신용카드 유료서비스로 온라인 몰 5천원 할인되는 쿠폰이 3만원 이상에서 5만 원으로 바뀌었는데 쿠폰 적용이 안돼서 안내글을 보니 이번 달부터 가격이 5만원대부터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금액이 오르니 기분이 상당히 안 좋다”고 말했다./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8-08

봉화 도암정의 우아한 연꽃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진 정자를 배경 삼아 피어난 연꽃의 우아함에 한여름 더위를 잠시 잊는다.도암정 연꽃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정자는 화려하지는 않으나 은은하고 엄숙함이 묻어나고, 계자 난간은 근엄한 선비처럼 힘이 있고 곡선의 멋스런 운치는 더할 나위 없다.아홉 봉우리를 이루며 병풍처럼 마을을 감싼 구봉산에 학이 둥지를 튼 듯한 ‘비룡학소형’의 황전마을 입구에 도암정과 연지가 있다. 이맘때면 연꽃이 만발해 장관을 이뤄 길손들의 발길을 잡는 곳이다. 도암정은 봉화 읍내에서 가까운 곳에 있으며, 황파 김종걸이 1650년 건립해 사림의 석학지사를 모아 학술을 논하고 나랏일을 공론했던 장소였다. 독바위 옆에 정자를 짓고 도암정(陶巖亭)이라 불렀다. 정자는 정면 3칸 측면 1칸 반 규모의 팔각 기와집인데 전면에는 방지를 조성 하였으며, 연못을 향한 전면을 제외한 삼면에는 토석 담장을 두른 후 좌우측에 사주문을 세워 정자로 출입했다. 연꽃이 만발한 네모난 연못 중앙에 소나무를 심은 인공섬인 당주(唐州)가 있고, 정자 우측에 큰 바위를 독바위, 단지바위, 도암이라고 부르며 천년에 한 번씩 뚜껑을 벗는다고 하여 천년바위라고도 부른다. 연못은 수백 년 동안 한 번도 물이 마른 적이 없으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탐스러운 연꽃이 만개하고, 누가 기르는 일도 없는데 많은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다.도암정을 중수한 김종걸의 후손인 김구한이 중수기(1831년)에 정자의 주변 바위와 연못의 뛰어난 경치를 칭찬했는데 “하늘이 아끼고 땅이 비장(秘藏)해 둔 것”이라고 하듯 아름다운 경관에 정자가 들어서 있다.여름이면 연꽃이 만발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정자와 독바위, 느티나무, 소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은 조화를 이루어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심미관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재청이 도암정 원림을 명승으로 지정 예고를 할 만큼 빼어난 경관이다.도암정이 있는 황전마을은 의성 김씨의 집성촌으로 종가인 경암헌, 서원인 봉산리사, 봉산서당 등이 사적 및 지방문화재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짙푸른 연잎은 바람이 스칠 때마다 파도처럼 일렁이고, 틈새마다 연꽃이 활짝 피었다.어쩌면 이토록 화려할까? 고고한 자태다. 필 때는 신비하고 피어서는 기품 있고, 질 때는 고고한 도암정 연꽃의 모습이 길손을 유혹한다. /류중천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8-08

휴가와 함께 해양 정화활동도 펼쳐요

최근 연이은 폭염으로 인해 바깥 활동을 자제하는 문자를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받아볼 수 있다. 휴가철을 맞이하여 더위를 피해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산이나 계곡, 바닷가를 많이 찾는다. 특히 해수욕장이 개장을 하여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바닷물의 시원함을 뒤로한 채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쉽게 쓰고 버릴 수 있는 편의성 때문에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 이것이 해양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 된다. 폐그물, 비닐, 미세플라스틱 등의 여러 가지 해양쓰레기로 바다생물이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으며, 멸종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이에 각국에서는 해양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안가에서는 줍깅(걷거나 뛰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이나 업사이클링(upgrade+recycling)을 통하여 해양 환경을 정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많이 일고 있다.최근 국립해양과학관에서는 초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해양플라스틱 폐품, 재활용품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작품 제작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해양과학 업사이클링 메이커톤 발명대회’를 주관하기도 하였다. 한 달 동안 예선과 본선으로 진행된 이 대회는 지난달 29일 시상식과 함께 막을 내렸다.같은 날, 국립해양과학관 다목적강당에서는 ‘에그박사에게 물어보세요’라는 프로그램으로 해양생물에 대해서 알아보는 토크콘서트와 퀴즈쇼도 열렸다.에그박사는 곤충과 동물의 자연 생물 이야기를 들려주는 50만 구독자의 유튜버다. 사전 예약으로 한정된 인원만 참여할 수 있었으며, 대부분 유치원생-초등학생들이었다. 필자는 에그박사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에그박사가 등장했을 때 환호 소리를 듣고나니 에그박사의 엄청난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사전 예약 시 해양 생물과 심해생물에 대한 궁금증을 댓글로 달면 토크콘서트 현장에서 에그박사와 양박사가 상세하게 대답을 해줬다. 온라인 댓글 이벤트에서 당첨된 질문들은 선물도 주어졌다.여름철 바다에서 만날 수 있는 해양생물에 대해서 알아보고, 기후 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동해에 출몰하고 있는 해파리, 상어에 대한 위험성도 알려줬다. 더운 여름, 휴가를 즐기면서 해양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 한 가지를 선택해 실천해보면 어떨까?/사공은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8-08

한 여름의 황성공원

8월의 황성공원이 시끌시끌하다. 황토로 만든 산책로에 건강을 챙기려 맨발로 걷는 시민들의 두런거리는 소리, 아름드리 소나무 그늘을 황홀한 보라색으로 물들인 맥문동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의 웃음소리, 바로 근처 물놀이장에서 첨벙거리는 아이들의 즐거움이 뒤섞였다.황성공원은 신라 시대에 경주 북쪽 땅의 기운이 약하다 해서 소나무를 심어 땅의 기운을 북돋웠다고 한다. 멀리서도 보이는 김유신 동상이 공원 언덕에 세워진 이유는 이곳이 그 옛날 화랑들의 수련장이었기 때문이다. 소나무 숲이 좋아서 오래전부터 경주시민들의 산책코스로 잘 알려졌다. 아침 운동하는 사람도 많은데 지금은 천년 맨발길 코스가 있어 더 많은 이가 찾는 곳이다. 황토를 새로 더 깔아서 맨발로 조금만 걸어도 발바닥에 물이 밴다. 기분 좋은 느낌까지 물들어서 그저 그만이다.거기다 7월부터 조금씩 피기 시작한 보라색 맥문동이 8월에 숲을 가득 채워서 멀리서도 그 색이 보일 정도로 면적이 넓다. 경주시는 올해 황성공원 산책로 주변으로 맥문동 10만5천포기를 더 심어 약 2.2㏊ 규모 맥문동 단지를 조성했다. 맥문동은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그늘에서 잘 자라 그늘진 정원에 많이 심는다. 자주색 꽃이 피고 뿌리를 약재로 사용한다.백일홍이 여름 내내 100일이 핀다면 맥문동도 오래 볼 수 있다. 맥문동이란 이름에서 단단함이 느껴진다. 뿌리의 생김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한방에서는 소염, 강장, 거담재로 활용한다. 꽃말은 겸손, 인내이다. 곧게 선 줄기에 보라색의 꽃이 핀다. 한두 송이 정원에 폈다면 흘려보기 쉽지만 황성공원처럼 빽빽하게 있으면 진한 보라색에 발길이 멈춰지기 마련이다. 산책로 곳곳에 삼각대를 세운 사람들로 붐빈다.큰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맥문동 꽃밭과 물놀이장이 있다. 지난 2019년 문을 연 이후 매년 1만여 명의 경주시민들이 무더운 여름철이면 찾아오는 지역 명소가 되는 황성공원 어린이 물놀이장이 개장했다. 2천500㎡ 규모로 사업비 15억원을 들여 지난달 1일 개장했다. 코로나19 완화에 따라 7월 1일부터 8월 27일까지 50일간 운영할 예정이며, 단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별도의 이용요금은 없다.운영시간은 1부 오전 10시30분부터 낮 12시30분까지, 2부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3부 오후 3시30분부터 5시까지다. 수질관리를 위해 동시 입장 인원은 200명으로 제한하며, 이용대상은 초등학생까지이며 7세 이하 영유아는 보호자를 동반해야 가능하다. 특히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요원 5명, 간호 요원 2명을 배치했다.경주시는 올해는 물놀이장 내 유휴부지에 그늘 공간을 추가로 조성하는 등 가족 단위 이용객들을 위한 휴식 공간 마련에 행정력을 집중했다. 황성공원 맥문동 단지 가려면 시립도서관 쪽에서 가는 길도 있지만, 시민운동장을 검색해서 가는 게 빠르다. 주차하기도 좋고 시민운동장 뒤편으로 살짝 돌아가 주차하면 바로 맥문동 단지가 보인다. 더울 땐 많이 걷는 것도 꺼려져서 차에서 내려 맥문동 단지 보고 바로 수영장에 풍덩하면 금상첨화다.도서관 주차장에 주차했다면 문을 연 지 70년의 역사를 가진 시립도서관에 들어가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져 더위를 잊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올해의 도서 선정 작가 초청 북 콘서트, 도서관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전시회 등 부대행사도 마련된다. 도서관 마당과 황성공원 일원에서는 책과 사람이 함께하는 책인(冊人) 축제도 열린다. 야외 북크닉, 작업 공방, 책 전시회, 중고서적 벼룩장터, 특별강연 등 다채롭다. 경주 황성공원이 주는 네 가지 즐거움을 이 여름에 다 느껴보길 바란다. /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8-08

대구·경북 폭염종합대책 문제 없나

연일 가마솥 찜통 더위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달 경북 경주에서는 섭씨 36도를 기록하는 등 전국적으로 폭염특보 일상이 되고 있다.온열질환자도 전국적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구와 경북 도내 지자체들은 폭염을 대비한 종합대책을 확대하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로 불리는 대구시는 지난해(2022년) 폭염 일수가 45일로 평년의 27.6일에 비해 17.4일이나 많았고 2021년보다는 22일이나 많았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도 많이 발생하고 있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9월 30일까지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또 지역의 응급의료기관과 협력해 온열질환자 발생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효과도 보고 있다.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보통 일사병과 열사병으로 나타난다. 40도 이상의 고열이 나타나면 열사병이고 땀을 많이 흘리며 어지러우면 일사병이다. 노년층은 체온조절 기능의 약화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데 오심과 구토 증상에는 젖은 수건으로 열을 식혀야 하며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경북 지역은 5월 20일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 무더위 쉼터 5천여 개를 운영하고 있다. 무더위 시설에는 쿨매트를 보급하는 등 냉방시설을 점검하며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 각 지자체마다 다양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청송군에서는 전통시장의 상인들에게 얼음 생수를 나눠주고 있으며 홀몸 노인에게 생활관리사와 자율방재단원이 전화와 방문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예천시는 읍·면 행정복지센터에서 무료로 대여할 수 있는 ‘양심양산’을 비치하고 있다. 구미시는 노인 일자리의 경우 폭염 시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며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대상자 및 응급안전안심서비스 대상자 안전 확인 및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의성군에서는 폭염 취약계층의 주민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무더위 쉼터의 상시 개방과 마을 방송, 포스터 등을 통해 폭염 피해 예방 홍보도 강화하고 있다.포항지역에서도 전방위적인 폭염 대비에 나서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안전총괄과와 노인장애복지과, 남·북구 보건소, 농업정책과 등 13개의 부서 협업 하에 폭염 대책 기간인 9월 30일까지 종합적인 폭염 대비를 하고 있다.경로당 630개소를 무더위 쉼터로 지정한 포항은 신속한 폭염 정보 전달 체계를 구축해 재난 문자 발송, 전광판, 마을 방송을 하고 폭염 취약계층에는 재난 도우미를 지정해 안부 전화, 방문 건강 체크를 하고 있다. 시민들이 즐겨 이용하는 철길 숲에는 쿨링포그 설치를 하고 도심 살수차도 운영한다. 농어촌 지역에서는 가축 피해 예방으로 현장기술지원단을 운영해 가축 관리대책도 수립하고 농어민 대상 폭염 행동 교육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 현재 유동 인구가 많은 교차로 건널목 앞이나 교통섬에서 신호대기 중인 보행자의 편의 제공을 위해 185곳에서 그늘막을 운영하고 있는데 10곳에 더 설치 중이다.포항 북구의 시민 A씨는 “아파트의 무더위 쉼터 경로당을 이용하고 있는데 실제 이용자는 5~7명 정도다. 300세대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무더위 쉼터를 제대로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 아쉽다. 홍보 부족이라 생각하는데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은 물론이고 도서관, 관공서 등에서 적극적인 폭염 홍보를 하고 물과 아이스팩, 무료 양산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8-01

‘장독대 그림의 대가’ 화가 최용대씨

장독대 그림의 대가, 경주를 대표하는 작가. 경주미술사 연구회 수석 연구원. 그를 표현하는 수식어는 많다. 그는 오늘도 새로운 작업을 위해 실험 중이다. 옹기가 그렇듯 늘 온화해 보이는 그의 겉모습과 달리 내면엔 뜨거운 열기가 가득하다. 그래서 그는 여전히 청년이다. 그의 아버지는 경주의 1세대 사진작가 최원호씨. 아버지는 그가 화가가 되는 걸 반대하셨다. 어린 시절 마냥 그림이 좋았지만 어려운 아버지의 뜻을 반대하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학창시절 교사들이 미술부를 권유했지만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그 시절 계림숲은 많은 화가들을 매료시켰다. 아버지 몰래 계림숲으로 그림을 그리러 다녔다. 한겨울 찬바람을 피해 둑방을 의지해 그림을 그렸다. 바람은 피했으나 얼음의 물통이 얼어붙는 건 막을 수 없었다.어느 날 아버지는 그를 부르셨다. 앞으로 어떻게 살거냐는 질문에 미대 진학의 소망을 비쳤다. 그렇게 한 차례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당시 경주엔 마땅한 입시학원도 없었고 짧은 서울 생활로는 입시의 벽이 높았다. 그렇게 기회가 사라지고 사진관 생활이 시작됐다. 하지만 그토록 원하던 그림이 손에서 놓아질리 없었다. 그때 조희수 선생을 만나게 된다. 선생은 서울에서 지내다 가끔 경주에서 지내며 사생을 했는데 주로 계림, 향교를 자주 찾았다. 사진관 일을 하며 몰래 그림을 그리던 때라 그림 재료는 향교에다 숨겨두고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미대 진학이 어려워진 걸 알고 공모전을 추천했다. 목우회, 국전 모두 합격이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허락도 떨어졌다. 사진관 일에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라는 단서와 함께.그 사이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하루는 중앙파출소에서 신원조회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1970년 중반. 당시 신원조회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 그 무렵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가 가난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모 부처에 불려가 고생을 하고 나왔다는 이야기도 돌았다.그림에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초가집을 그린 게 문제일까. 며칠을 맘고생으로 보낸 뒤 돌아온 답은 허무했다. 국전 시상식에 전 박대통령이 참석하기로 되었고 그로 인해 참석 가능자들 모두 신원조회에 들어간 것이었다.지금은 장독대와 최용대가 떠오를 정도지만 처음부터 그의 작품에 장독이 등장한 것은 아니다. 초기 작품엔 풍경 속 일부분이었다. 그러다 오묘한 빛 반사와 옹기의 디테일에 매료되었고 그렇게 작품 전면에 옹기들이 등장했다.그리고 10년 전부터 그의 작품에 큰 변화가 생겼다. 기존 작품에서는 서정적 이야기들이 담겼다면 새로운 분청사기 시리즈에선 이야기 대신 대상인 사물에 기운을 집중해서 그리고 있다. 평소 고미술에 조예가 깊었던 작가는 분청사기에 집중하게 된다. 다양한 표현기법과 자유롭고 활달한 표현, 깊은 감동을 안겨주는 분청사기의 귀얄, 인화, 조화, 박지, 덤벙의 기법을 회화적으로 풀어내고 있다.그는 말했다. 작품의 본질에 집중해야 울림이 있다. 작품은 관객에 울림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방문 당일도 작업실은 실험을 하기 위한 재료들과 그의 열정을 담아낼 캔버스들로 가득했다.수많은 담금질을 통해서 단단한 강철이 만들어지듯 최용대 작가의 작품이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것은 오랜 기간 쉬지 않고 스스로를 담금질 해 온 이유일 것이다./박선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8-01

달빛이 들려주는 안동 문화재 이야기

달빛이 들려주는 안동의 문화재 이야기를 주제로 ‘2023 안동 문화재야행(월영야행)’이 지난 7월 29~30일 안동댐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예천군 등 이웃 지역이 수해로 고통을 받고 있어 유흥·축제성 행사를 없애고 안동이 지닌 문화재를 활용해 긴 장마로 지친 시민과 관광객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프로그램을 위주로 진행됐다. 그중 특히 눈길을 끈 행사는 문화 토크 콘서트 ‘안동문화살롱’이다. ‘안동문화살롱’은 29, 30일 양일에 걸쳐 한국사 강사 최태성, 방송인 타일러 라쉬의 토크 콘서트로 꾸며졌다. ‘큰별쌤’으로 불리는 최태성 강사는 tvN 벌거벗은 한국사의 강사로도 유명하다. 29일 문화살롱에서는 안동 독립운동의 역사를 짚어보고 안동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강렬하고 불꽃 같았던 삶의 한 자락을 들려주는 시간이 되었다. 가족 단위의 참석자들이 많았으며 역사 인물 퀴즈를 통해 관객이 함께 참여하는 알찬 시간으로 꾸려졌다. 30일에는 방송인 타일러 라쉬가 각종 생물 이야기와 자신의 고향 미국 버몬트 지역의 이야기 등 경험담을 통해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진지한 화두를 던져주었다. 특히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지방소멸의 시대 문화의 다양성을 대하는 지역민의 고충에 대한 이야기 등 밀도 있는 대화가 오갔다. 양일간 열린 최태성, 타일러 라쉬의 문화살롱은 열대야 속에서도 달빛 아래 매미 소리 가득한 여름밤을 채웠다.‘2023 안동 문화재야행(월영야행)’은 8월 4~6일에도 이어질 예정이며 4일에는 ‘삼국지 아저씨’로 유명한 역사학자 임용한의 강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강의와 함께 경주 동궁과 월지 부럽지 않은 안동 월영교의 멋진 야경을 함께 감상해보면 즐겁고 뜻 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백소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8-01

배롱나무가 여름 100일을 밝힌다

비가 자주 내린다. 장마라고 하기엔 이젠 스콜이라고 불러야 하나 싶게 소나기가 자주 내린다. 여름의 한가운데를 지나노라니 여름꽃이 한창이다. 100일 동안 붉은 꽃을 피운다고 해서 백일홍이란 이름 붙여진 배롱나무가 아름다운 곳이 여러 곳 눈에 들어온다. 기계 숲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도원정사가 그중에 하나이다.경북 포항시 북구 기계면 현내리 두봉산(頭峰山)의 남쪽 기슭에 자리 잡았다. 조선 중기의 학자 이말동(李末仝)을 기리기 위하여 창건하였는데 정면 5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건물이다. 건물 주위로 소나무와 은행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으며, 연잎이 가득한 연못이 마당 가운데 중심을 잡고 앉았다. 배롱나무가 연못 가까이 비탈진 곳에서 가지를 뻗어 정원과 잘 어우러져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대문을 들어서면 바로 연못이 반긴다. 이 집의 주인이 연못이라 해도 될 정도이다. 그 못을 초록 융단을 깔아놓은 것처럼 연잎이 가득해 물이 안보일 정도다. 조금 전 소나기가 지나간 연잎에 구슬 같은 물방울이 고였다. 물방울 사이사이 붉은 배롱나무의 꽃잎이 떨어져 서로 잘 어울어진다. 비 오는 날 특히 찾아오라고 꾸며놓은 후손들을 위한 선물이다.연못을 건너가기에 좋도록 나무다리가 놓였다. 다리 위도 붉다. 배롱나무의 품이 넓어서인지 빗줄기에 맞아 낙화한 흔적이 곱다. 밟기에 아까워 살포시 지나야 한다. 도원정사에 모신 이말동은 1480년(성종 11)에 사마시(司馬試)에 합격하였으나, 연산군이 즉위하자 벼슬에 뜻을 버리고 포항의 기계(杞溪)에 은거하며 많은 시문을 남겼다. 선비들이 좋아한 나무가 배롱나무요, 즐겨한 꽃이 연꽃이라 정자를 꾸밀 때 두 가지 꽃을 다 심었으리라.기와를 얹은 담장에도 붉은 꽃잎이 내렸다. 집안 둘레에 심은 배롱나무가 나무에도 바닥에도 자신만의 색깔로 물들였다. 비가 지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이라 붉은색이 더 진하다. 햇살이 없어서 천천히 마르며 이곳에 오는 사람들에게 꽃내림을 더 오래 보여준다.도원정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배롱나무 맛집이 또 있다. 종오정이다. 종오정이 있는 마을은 손곡마을 중에서도 연정마을이라고 한다. 정자가 있는 연못가의 마을이다. 정자에서 보면 연꽃 가득한 연못이 펼쳐지고 오른쪽에는 오래된 측백나무와 못 안으로 길게 누운 배롱나무가 눈에 들어온다.연못 바로 옆에 선 까닭에 가지의 반은 연못의 연잎을 어루만지고 반은 종오정을 방문하는 손님들을 맞이하려고 길 입구에 늘어뜨렸다. 가지 끝이 흙길에 닿을 듯 말 듯 바람에 살랑이며 며칠 먼저 핀 꽃잎을 흘렸다. 레드카펫을 깔아두고 손님을 맞이한다. 고택 체험을 하러 온 사람들이 꽃을 보며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아서 고택에서 느끼는 약간의 불편함마저 즐기게 만든다.종오정은 주인이 살지 않는 빈집이 아니라, 늘 사람이 드나드는 살아있는 집이다. 머물다간 이들의 후기를 보면 아침에 일어나 연못이 보이는 창을 열고 커피 한 잔 내려서 마시며 연꽃과 배롱나무를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고 적었다. 또 어떤 이는 시골 할머니 집 온돌방에 엎드려 과일 먹으며 보냈던 방학이 떠올라 할머니 집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했다.여름이 다 가기 전에 찾아가 볼 배롱나무 성지가 더 있다. 포항 가까이 대구에 있는 신숭겸 장군 유적지, 하목정, 육신사 가실성당 등속이다. 그중에 하목정에는 후손이 머물며 관람객을 맞고 가실성당 또한 예배 장소로 열려있다. 한옥을 오래 보존하는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이 사람의 발길 손길 입김이라고 했다. 종오정처럼 도원정사도 사람의 눈길을 받아 살아 숨 쉬면서 오래 우리 곁에 남아있길 바란다./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8-01

공포의 ‘묻지마 범죄’ 획기적 대책 필요

“대낮인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니 너무 잔인하고 무서워요. 이제는 길을 걷다가 한 번씩 뒤를 돌아보게 되네요” (37·포항시민 한 모씨)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근처 상가에서 ‘묻지마 칼부림’이 일어나 4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최근 ‘부산 돌려차기’, 또래 살인 ‘정유정 사건’ 등 ‘묻지마 범죄’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고 시민들은 일상이 공포가 되고 있다며 불안해하고 있다.‘묻지마 범죄’는 이유 없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무차별로 공격하는 범죄를 말하는데 특별한 동기와 대상이 정해져 있지 않아 대비하기 힘들고 무고한 사람들도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불안감을 야기하고 있다. 가해자의 재범률도 70% 가까이 이른다.2022년 대검찰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2012~2016년)간 ‘묻지마 범죄’로 분류돼 기소된 사건은 총 270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상해는 142건 발생했고, 연평균 28.4건에 이르렀다. ‘묻지마 범죄’ 중 강력범죄가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한데 살인(미수 포함)은 63건으로 연평균 12.6건에 달했다.지난해 경찰은 ‘묻지마 범죄’를 ‘이상동기 범죄’로 명명하고 담당 조직을 가동했다. ‘묻지마 범죄’의 대상이 되는 여성과 노약자 대상 범죄를 심층분석하고 고위험 정신질환자, 자살 시도자, 주취자에 대한 효율적 관리 체계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이상동기 범죄는 범행동기가 명확하지 않고 범행 대상에 필연적인 이유가 없는 범죄이다. 20여 년 전부터 ‘묻지마 범죄’라는 용어가 사용되었지만 명확한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아 관련 통계가 부족하고 피해자는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다.이상동기 범죄의 관리 주체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실제 적극적인 대응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 범죄의 상당수는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여서 경찰은 물론 검찰, 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여러 부처가 관련되어 있어 부처 간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전문가들은 “이상동기의 범죄예방은 분노조절장애, 사회적 적대감 등을 드러내는 정신질환적인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는 데서 시작한다”며 “정신보건 영역부터 치안까지 포괄적인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피해자들에 대한 지원도 포괄적이어야 하는데 현재는 국선변호사 선임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폭력, 장애인 학대, 인신매매 사건 피해자만 국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피해자 지원책에 대해 범죄심리학 전문가는 “성범죄나 파트너 폭력의 테두리 안에서는 피해자에게 임시 조치나 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죄목의 테두리에서 벗어나면 피해자가 법률 조력 등의 보호를 받기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현실적인 지원의 한계로 모든 피해자 지원이 불가능하다면 각 사건의 죄목을 정확하고 빠르게 가려 가능한 한 피해자 지원 조치를 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포항시민 이 모(45)씨는 “이번 신림역 사건도 평소대로 길을 가다가 일어난 사건이라 너무 안타깝고 한 편으로는 무섭다. 포항에서도 2018년에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남성이 일으킨 약국 사건과 길에서 할머니 등을 흉기로 찌르는 ‘묻지마’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다. 내 주변에서 이런 일이 안 일어날 거란 보장이 없는데 경찰에서는 사고가 날 때만 반짝하는 것 같다. ‘묻지마 범죄’를 일으키는 피의자에 대한 관련 부서들의 대응도 적극적이지 않다니 화가 난다. CCTV가 있어도 충동적인 범죄는 예방이 어렵다고 말하는데 전과나 정신질환자가 일으키는 범죄에 대비하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7-25

폭염 피해 연호공원에서 즐기는 힐링

울진읍에 위치한 연호공원에 연꽃을 보기 위해 얼마 전 방문했다. 자연 호수인 연호지는 접근성이 가까워 군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바닥은 폴리우레탄 재질이 깔려있어 걷기 운동을 하기 좋고, 자전거가 다닐 수 있도록 길도 따로 만들어져 있다. 연호공원은 건강을 위해서 걷는 운동코스와 산책코스로 많이 이용된다. 무릎에 무리가 덜 가면서 운동 기구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원 안에는 포토존이 있어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입구 쪽에는 공연장이 있어서 주말마다 공연과 프리마켓과 같은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쪽에는 ‘방방’이라고 불리는 놀이기구가 있어 아이들이 자주 이용하곤 한다. 자칫 순서를 바꾸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면 주인 할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져 모두를 놀라게 한다. 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할아버지의 깊은 마음을 알기에 잠시 놀라지만 금세 재미있게 즐긴다.계단을 올라가면 뒤는 소나무로 이루어져 있고 앞은 연꽃 호수가 보이는 솔향기가 가득한 연호정이 있다. 과거에 연회가 자주 있을 법한 크기로 풍류를 즐기던 선인들의 삶이 엿보인다.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연꽃, 가을에는 단풍이 드는데, 7월인 지금은 연꽃이 봉우리를 피워 예쁘게 꽃을 피웠다. 연꽃은 수련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연못이나 낮은 호수에서 서식한다. 관상용으로도 많이 키우고, 식용으로도 쓰인다. 우리가 먹는 연근은 고혈압을 예방하고 혈당조절에 좋다. 연잎차는 노화방지와 혈액순환에 좋다. 크게 벌어진 연잎을 보면 어릴 적 만화영화인 ‘개구리 왕눈이’가 생각이 난다.겨울에는 천연기념물인 고니와 청둥오리를 볼 수 있다. 폭 4m에 길이 51.9m의 규모로 만들어진 나무 다리인 어락교를 걸어가면 호수 중앙에 있는 월연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어락’은 물고기의 즐거움이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지역 선비들이 달에 비친 연꽃에 취했다 해서 팔각정자 월연정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폭염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요즈음. 잠깐앉아 있으면 시원한 바람과 절정기를 맞은 연꽃을 보면서 잠시 더위를 잊기도 한다.공원 주변에는 과학체험관과 어린이 놀이터도 있어 군민들의 휴식과 힐링의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울진을 방문한 관광객들도 한 번 둘러보길 추천해본다./사공은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7-25

고석사

옛날에, 스님이 끼니때마다 바위에서 한 알씩 나오는 쌀을 받아서 모아 한 그릇의 밥을 지어서 먹었다고 한다. 어느 날, 욕심이 생긴 스님이 더 많은 쌀을 얻으려고 바위를 파 보았더니 쌀은 없고 물만 나왔다고 한다. 장기 근처에 이 전설을 간직한 절이 있다. 그 절에 화장을 곱게 했던 부처님도 있다고 해서 보러 갔다. 포항시 남구 장기면 방산리에 자리한 고석사였다. 고석사는 이름에 옛 고자를 넣은 만큼 오래된 역사를 지녔다. 신라 선덕여왕이 세웠다 하니 얼마나 긴 세월 그 자리에 있었는지 백 년도 겨우 사는 인간이 가늠하기 힘든 시간이다. 선덕이 왕좌에 오른 지 7년(638), 동쪽으로부터 세 줄기 서광이 3일 동안 궁전을 비추는 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서 그 빛의 발원지를 찾게 하니, 지금의 고석사 바위에서 발하는 빛이었다. 왕이 태사관에게 점을 치게 하니, 그 바위를 다듬어서 불상을 만들고 절을 지으면 길하다고 하여, 불상을 조각하고 이 석불을 모실 법당인 보광전(普光殿)을 지었다고 한다. 창건 이후의 역사는 미상이다. 지금은 보광전과 산신각, 극락전이 있다.천 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킨 절이다. 하얗게 덧칠했던 화장을 말끔히 지웠다는 불상이 궁금해 설명문도 대충 훑고 보광전에 올랐다. 종교는 다르지만, 절에 들어갈 때는 적은 금액이라도 시주를 하라기에 지폐 한 장 접어서 불전함에 넣었다. 절하는 건 생략하고 미륵불과 마주했다.세 개의 산 모양을 등에 지고 부처님이 온화한 미소를 짓는다. 보광전 안에 위치해서 바람과 비를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제가 두껍게 칠한 석고를 벗겨내며 상한 것인지 흘러내린 옷깃 여기저기 풍파를 한껏 맞은 모습이다.다른 곳의 불상들은 앞면만 보여주지만, 고석사는 불상 주위를 한 바퀴 돌며 감상할 수 있다. 돌에 난 작은 구멍에 동전과 지폐를 끼워 넣고 신도들이 자신들의 소망을 빈 흔적이 가득하다.2007년 찍은 하얀 불상의 사진을 찾아봤다. 다 벗겨낸 지금의 모습과 비교하니 전혀 다른 부처님이다. 옷부터 온몸이 하얗고 입술은 발갛다. 머리만 까맣게 칠을 해서 사진으로만 보니 모자를 씌운 듯한 느낌도 난다. 1923년경 석고로 치장한 것으로 추정하며, 2009년에 덧씌운 화장을 지웠다.신라 시대 사람들이 새긴 부처님을 일제시대에 누가 석고를 돌 표면에 발라 하얀 모습으로 억지 화장을 시켰을까, 무슨 이유였을까? 사람이 세월을 덧입고 나이 들어가듯 돌에 새긴 부처님도 천 년의 시간을 덧입어야 자연스러운데 말이다.익산 미륵사지의 탑과 안동 법흥사지 7층 전탑을 수리한다고 바른 콘크리트와 무엇이 다른가. 미륵사지는 콘크리트를 걷어냈고, 법흥사지는 근처를 지나는 철길을 들어내는 중이다. 가부키 배우 같은 두꺼운 화장을 지운 부처님이 편안해 보였다.보광전 약사여래불 주위를 돌다 문득, 이렇게 큰 돌을 어떻게 건물 안에 넣었을까 궁금했다. 해설사에게 물으니 자연석에 새긴 마애불 위에 건물을 얹은 것이라 했다. 어리석은 나와 달리 신라 사람들은 참 현명했다. 또 부처님이 동쪽이 아니라 서쪽을 향해 앉은 것은 경주 불국사를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광전을 나와 망해산으로 올랐다. 오르는 길을 가만히 보니 바위를 차례로 깎아 계단을 만들었다. 절이 앉은 자리 전체가 하나의 큰 바위였다. 고석사라는 이름이 잘 어울렸다.산신각을 돌아보며 고석사 전설을 이야기했다. 누군가에게 전해 들었을 터인데 찾아보니, 이 이야기는 고석사가 아닌 근처 임중리의 국구암의 ‘쌀바위 전설’이 고석사로 잘 못 알려진 듯하다. /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7-25

폭우 피해 입은 봉화군, 복구에 구슬땀

집중호우로 큰 피해가 발생한 봉화군은 민관군이 합심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폭우에 의한 산사태가 주택을 덮쳐 봉화군 춘양면 학산리 50대 하모(54)씨와 김모(53)씨 부부가 사망했고, 인근 마을 서동리에서도 60대 박모씨 등 2명이 숨졌다.도로 50여 곳, 하천 20여 곳, 철도 4곳이 유실되는 등 공공시설 100여 곳에 피해가 발생했고, 주택 붕괴와 농경지 침수 등으로 곳곳이 복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봉화군은 개최 예정이던 봉화은어축제와 산타마을 개장식을 취소하고 행정력을 동원해 수해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피해가 심한 춘양면은 제방 유실과 주택 유실이 많았다. 유실된 운곡천 복구작업을 위해 굴삭기와 덤프트럭이 곳곳에서 쉼 없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학산리에선 20여 채의 주택이 피해를 보았는데 그중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주택도 있다 . 10여 년 전 귀농한 도모씨(50대)는 사과 과수원을 하며 겨우 자리를 잡았었다. 산사태 전 긴급 피신하여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옷가지 하나도 건지지 못한 채 지금은 마을회관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실정. 귀농인의 희망이 허망하게 쓸려간 듯해 안타까움이 크다.학산리 이은신 이장은 진입로 유실로 마을이 고립되자 수도 공사차 들어와 있던 굴삭기 기사를 호출해 도로를 복구하고 차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기지를 발휘했다. 소로리 엄우섭 이장은 밤 12시에 산사태와 수몰 위험지역을 돌며 노약자와 어르신들을 마을회관으로 피신시키며 밤을 새웠다고 한다. 이처럼 이장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수해는 생각보다 빠르게 복구되고 있다.도심3리에도 소하천이 막히고 토사가 섞인 물이 둑을 넘쳐 주택 침수로 이어질 수 있었다. 황순관 이장은 굴삭기와 덤프트럭을 이용해 발 빠르게 하천의 물길을 터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황 이장 집도 산사태로 인해 부셔졌고, 사과밭도 엉망이 됐지만, 이를 뒤로 하고 마을 피해복구에 힘을 쏟고 있어 주민들로부터 칭찬을 받고 있다.집중호우로 대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봉화군은 신속하게 피해복구를 하고 있지만, 워낙 많은 곳에 피해가 있다 보니 행정력이 미치지 못한 곳에서는 이장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중이다./류중천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7-25

체감도 낮은 자치경찰제, 갈 길이 멀다

2021년 7월 출범한 자치경찰제가 올해로 2년째를 맞았다. 하지만 지역 주민에게 여전히 낯설고 체감도 낮은 자치경찰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자치경찰제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도를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등에서 80~90%의 응답자가 자치경찰의 존재에 관해 ‘잘 모른다’고 답했다. 경남과 전남에서도 자치경찰제를 알고 있다는 응답이 70%를 넘지 않았다.경북자치경찰위원회에서도 지난 4월 25일부터 6월 7일까지 조사한 도민체감인지도조사가 인지도 조사라기보다는 앞으로 강화되어야 할 정책에 대한 설문조사와 가까워 참여자들의 불만을 샀다. 이처럼 아직 자치경찰제에 대한 주민들의 실질적인 인지도와 체감도는 극히 낮은 게 현실이다.자치경찰제는 지방분권이념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고 경찰의 설치, 유지, 운영에 관한 책임을 지자체가 담당하는 제도다. 이는 국가 전체를 관할하는 국가경찰(중앙경찰)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중앙집권적 행정 체계가 지방자치제로 변했듯이 국가경찰에서 자치경찰로 바뀌고 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생활안전과 교통·경비 등을 담당하고자 출범했다.지역 맞춤형으로 활동을 시작한 경북자치경찰에서는 거점 병원이 없다는 일선 경찰서의 의견을 반영해 고위험 정신질환자가 24시간 응급 입원할 수 있도록 북부에 전담병원을 지정하기로 한 것으로 첫 안건을 시행했다. 또 관련법에 따라 위원 7명 중 여성위원 3명(여성단체 출신, 변호사, 성폭력 상담소장)을 다양한 직업군으로 구성해 최근 1년간 발생한 지역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등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위원회는 지역에서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 아동학대, 가정폭력 등에 대한 주민들의 해결 요구가 나타나 범죄우발지역에 대한 순찰 강화와 셉테드(범죄예방 환경설계) 시설 확충으로 주민 생활 밀접 치안 활동 전개 등에 힘을 보탰다. 지난 6월에는 교통협력단체와 동행 간담회를 개최해 현장에서의 실태를 파악하고 활동을 보완하고 있다.이를 통해 지역의 교통 문제를 청취하고 해결해나가고자 한다. 경북자치경찰위원회에서는 대구·경북지역 대학생으로 구성된 경상북도 자치경찰위원회 정책홍보기자단도 활약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직접 자치경찰 정책 콘텐츠를 제작 홍보하고 지역의 치안 문제점을 조사하며 경북도민의 의견을 청취해 경북만의 특색 있는 치안 정책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있다. 주요활동을 보면 경북형 치안정책의 홍보, 가정폭력·학교폭력·스토킹범죄 예방 등 사회적 약자 보호 SNS릴레이 챌린지, 도민소통공감 정책 취재, 우리동네 치안아이디어 발굴 등 다양한 홍보 콘텐츠 제작을 통해 자치경찰에 대한 이해 및 홍보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포항시민 정모 씨(52)는 “아직 자치경찰이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고 이전과 비교해서도 특별한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 일선 경찰에서도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 닿게 바뀐 것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자치경찰제 시행 2년 차이지만 과제가 수두룩하고 도 단위나 광역단위가 아닌 지역 단위에서의 주민과 경찰, 시군의 조직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지역마다 맞춤 치안이라고는 하지만 정책들도 비슷비슷하다.여기에 대해 한 전문가는 “실질적인 자치경찰 조직이 없는 상태이고 주민도 모르는 자치경찰이 주민 밀착형이 되려면 파출소가 자치경찰제로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낮은 체감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사권과 예산에 있어서도 안정적이어야 한다”고 전했다./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7-18

‘국공립극단 페스티벌’ 즐기며 더위 잊어볼까요

흰색의 깃털옷을 차려입은 백조 가족이 등장하면서 극이 시작되었다. 안데르센 원작의 ‘미운 오리 새끼’를 각색한 부산시립극단의 가족 뮤지컬이다.하늘을 나는 연습 중이던 백조 가족. 막내 백조의 실수로 아빠 백조가 사냥꾼의 총에 맞아 죽게 된다. 충격으로 기억을 잊은 막내는 날개를 다친 오리 엄마의 도움으로 기억을 잊은 채 살아간다.다른 외모의 막내를 괴롭히는 아기 오리들. 포식자임을 알지만 다친 강아지를 구해주게 된 막내와 엄마 오리. 사냥개에 사로잡힌 오리들을 구하기 위해 나선 엄마 오리. 오리들은 탈출에 성공하지만 엄마 오리는 사로잡히게 된다.그리고 이어지는 막내와 친구들의 엄마 구출 대작전. 극은 한 시간가량 진행되며 미움, 이해, 공포, 사랑 등 여러 감정이 담겨 있다.가족뮤지컬이라 해서 예쁘고 밝은 모습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덕분에 극 중간중간 막내 백조의 감정에 몰입한 어린 아기 친구들이 대성통곡 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그리고 지역의 유명 관광 명소들을 대사 중간에 넣음으로써 관객들에게 친근감과 큰 웃음을 안겨줬다. 왠지 극이 끝나면 반월성에 가서 백조 가족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부산시립극단의 미운 오리 새끼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메시지 전달, 지방 어린이들의 문화 체험 빈곤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이번 무대는 제14회 대한민국 국공립극단 페스티벌 프로그램 중 하나다.지난 5일부터 8월 6일까지 8개의 국공립극단이 참여한다.5일 수원시립공연단의 ‘몽연’, 6일 인천시립극단의 ‘전명출평전’, 9일 경산시립극단의 ‘울고넘는 박달재’, 15·16일 부산시립극단 ‘미운오리새끼’, 23일 목포시립극단 ‘보물섬’, 26일 포항시립연극단 ‘펭귄’, 29일 경남도립극단 ‘앙금당실 토별가’, 8월 4, 5, 6일 경주시립극단 ‘1915 경주 세금 마차 사건’ 순으로 경주 예술의전당 원화홀에서 진행된다.그중 ‘울고 넘는 박달재’(5세 이상), ‘미운 오리 새끼’(36개월 이상), ‘보물섬’(36개월 이상) 세 편은 유아들도 함께 관람 가능한 가족 연극이다.그리고 ‘앙금당실 토별가’와 ‘1915 경주 세금 마차 사건’은 초등학생 이상이면 관람 가능하다. 어린 아이를 둔 부모님들은 아이를 데리고 연극이나 영화, 연주회를 보러 가게 되면 지레 눈치가 보여 주눅이 든 적이 많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지역의 단점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문화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국공립 페스티벌은 특별하다. 여러 지역에서 참가한 우수한 극단들의 작품을 한 편에 5천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관람이 가능하다.더 넓게 홍보가 되어 많은 시민들이 혜택을 누림으로써 페스티벌이 오래도록 유지되기를 바란다. /박선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7-18

해바라기

“누나의 얼굴은/해바라기 얼굴/해가 금방 뜨자/일터에 간다/해바라기 얼굴은/누나의 얼굴/얼굴이 숙어들어/집으로 온다”윤동주 시인이 1938년 5월 쓴 ‘해바라기 얼굴’이란 제목의 시이다.해바라기를 자세히 바라본 적이 있는가. 해바라기는 해를 바라기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이름처럼 아침에 해가 뜨는 동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서서히 해를 따라 서쪽으로 움직이는 줄 알았다. 하지만 꽃 자체가 움직이기보다는, 잎들이 움직이는 편이다. 밤에는 서쪽으로 보고있다가 아침에는 동쪽으로 향해 있다고 한다.이유는 빛을 최대한 받아 광합성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해바라기꽃은 해바라기 안 한다고 하니 낭만은 없어 보인다.윤동주는 누나가 아침에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일어나 일을 가지만, 일터에서 온갖 고생을 하고 돌아온 누나의 표정은 기운이 없어 해바라기꽃이 햇살이 없으면 고개를 숙이듯이, 누나의 기분이나 표정을 꽃에 비유한 것이다. 해바라기를 관찰하고 쓴 게 아닌가 싶다.호미곶으로 해바라기를 보러 간 시간이 낮 12시 즈음이었다. 꽃은 모두 동해를 바라보고 있어서 길가에서는 꽃의 뒤꼭지만 보였다. 그래서 함께 간 일행을 꽃밭 중간으로 걸어가게 한 다음,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해바라기 얼굴이 카메라를 보는 위치 즉 상생의 손 쪽에서 찍어야 했다. 물론 등돌린 해바라기도 어여쁘긴 하다.포항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대부분은 구룡포 호미곶 광장을 찾는다. 그래서 시에서는 봄부터 유채꽃을 심어 노란 빛깔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지게 했다.유채꽃이 진 자리에는 메밀을 흩뿌려 하얀 소금이 뿌려진듯 흐믓한 광경이 펼쳐지게 해서 사람들의 발길을 잡았다.여름이 깊어지면서 메밀꽃이 빛이 바래져 갈 때, 해바라기를 심어서 꽃이 쉼 없이 이어달리기 하게 만들었다.최근엔 관상용으로 주로 키우지만, 본래는 해바라기씨를 얻기 위해 재배해왔다. 씨앗은 간식이나 사료나 약, 혹은 기름을 짜는 데 쓰기도 한다.수천 개의 꽃들이 모인 꽃인 만큼 꿀도 많아서 벌이 자주 모이고 실제로 해바라기꿀도 있다. 재물과 복을 불러들인다고 해서 해바라기 그림을 현관에 걸어두기도 한다.7월에 만개해서 8월 말까지 누나의 얼굴처럼 동쪽으로 서쪽으로 고개를 떨구며 호미곶을 지킬 것이다.새천년기념관 주차장에 주차를 하면 바로 앞에도 해바라기 밭이 있다. 원두막에 등을 돌리고 앉아 사진을 찍으면 쉽게 안생샷을 건질 수 있다. 한 가지 소 키우는 냄새가 꽃향처럼 풍겨서 다소 안타깝다.포항 가까이에 있는 경주는 해바라기를 문화재와 더불어 인증샷을 남기도록 설정했다. 많이 알려진 곳으로는 첨성대 앞이다. 이곳은 사시사철 여러가지 다양한 꽃들이 핀다. 지금은 여름꽃으로 해바라기와 연꽃이 더불어 들을 밝힌다.또 한 곳으로는 월정교 주변이다. 내를 따라 둔치 가득 꽃 크기가 작은 해바라기를 심어서 사진 찍기가 좀 더 수월하다. 다리 밑으로 흐르는 남천에 월정교가 비치고 파란 하늘과 노란 해바라기가 어울려 누가 봐도 경주라는 걸 알게 해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한다. 교촌마을로 향하는 징검다리를 다 건너지 말고 멈춰서서 찍는다.다만 해바라기가 촘촘히 심어져 아름다움을 뿜어낼 때는 사람들도 붐빈다는 것이다. 주차장도 복잡해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른 아침 시간에 찾거나 노을이 질 때 이용하거나, 주말을 피해 주중에 방문하면 좋을 듯하다./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7-18

비 오는 날, 안동 동부동 골목길을 걷다

비 오는 날은 파전에 막걸리 한잔, 내리는 비를 보며 괜히 센티해지기도 하고 낭만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연일 집중호우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인명피해가 크고 주택이 매몰되고 도로가 물에 잠겼다. 이 재난이 하루빨리 수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기후위기 속에 우리나라도 이제 습하고 비가 많이 오는 동남아 날씨를 닮아가고 있다. 수시로 울리는 안전안내문자에 외출하기가 겁이 난다. 하여 안동의 원도심 동부동 골목길을 거닐어 보았다.안동시 동부동은 옛 안동역과 가까이 있는 동네로, 안동의 동쪽에 있다 하여 동부동으로 불렸다. 마을 앞에는 안동의 관아가 있었으며 관아 안 수령의 관사에는 안동의 부신목(府神木)이 있었다. 이 부신목에 안동부사가 동제를 지냈다고 하고 그 풍습은 지금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어 매년 정월대보름이면 안동시장이 제사를 지내고 있다. 부신목은 안동 웅부공원에 자리하고 있다.고려말 홍건적의 난으로 공민왕이 안동으로 피난을 왔을 때 마을 입구를 동문거리라 불렀고 지금도 그렇게 부르고 있다. 또 옛날에 한 여인이 멀리 떠나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귓밥을 만지면서 기다리던 귀다리목 오솔길이 있었다고 한다.이렇듯 원도심의 오랜 역사를 지닌 동부동 골목길을 찬찬히 거닐다 보면 텃밭에 달린 고추, 활짝 피어난 상추, 발갛게 익은 방울토마토가 달린 정겨운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두 잔 집’이라는 대폿집이 있었다. 그곳에서 술 한잔 하고 동문로타리까지 걸어 나와 헤어졌던 청춘들의 추억의 동부동 골목길에 오늘도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백소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7-18

왜 봉화에 베트남 마을이 조성되는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정자를 보유하고 있는 봉화. 베트남과 관련된 충효당이란 특별한 정자도 있다.봉화의 베트남 마을 조성사업 중심에는 베트남 왕조 후손인 화산 이씨가 있다. 화산 이씨는 12세기 생긴 귀화 성씨로 시조는 베트남 리 왕조(1009~1226)의 마지막 왕자인 이용상이다.당시 베트남 국명은 대월이었다. 이용상은 황제 영종의 7남. 쩐투도 장군의 쿠데타로 전복된 뒤 새로 집권한 진씨. 이씨 왕족 전멸작전에 따라 목숨을 잃을 위기에 몰리자 이용상은 탈출해 지금의 황해도 옹진군 화산에 상륙했다.고려 조정은 이용상 왕자와 필담으로 대월 왕자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고려 여인과 혼인시켜 고려에 정착하도록 도왔다. 이때 고려 왕은 화산 이씨라는 성씨를 선물했다. 오늘날 화산 이씨가 생긴 유래다.올해로 베트남과 수교 30주년을 맞았다. 1990년대 초 한국과의 국교 수립을 앞두고 있던 베트남 정부는 13세기 초 이후 멸족된 줄로만 알고 있던 옛 이씨 왕조의 후손들이 한국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매년 화산 이씨 종친회장을 탕롱(베트남 북부의 고대 도시)에 모셔져 있는 종묘(宗廟)의 제주(祭主)로 특별히 초청하고 있다현재 베트남인과 동등한 법적 대우 및 왕손 인정 등의 호의를 베풀고, 베트남 인사가 한국을 방문할 경우 이들을 방문하는 것도 관례가 됐다. 화산 이씨가 양국 관계에서 가교 구실을 하고 있는 것.화산 이씨 후손 이장발(1574~1592)은 19세 나이로 왜적과 싸우다 문경새재에서 전사했다. 그 애국심을 기려 충효당이라는 정자를 세우게 된다. 봉화 출신인 이장발은 어려서부터 재질과 의지가 굳었고 효성이 남달랐다.충효당은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 문수산 서쪽에 자리 잡고 있다. 1750년경 후손과 유림에서 충효정신을 기리기 위해 건립했고, 전면 4칸 측면 2칸반 규모의 팔작지붕인데 평면은 2칸 대청을 중심으로 좌우 온돌방을 둔 중당 협실형이다.세월의 정취가 정겨움으로 다가오고 유난히 큰 충효당 현판이 근엄하게 내려다보는 마루에는 이장발의 순절시 편액과 충효당기의 기문 편액이 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 중후한 품격으로 고고한 옛 멋을 풍긴다.충효당 좌측 뒤쪽에 비각 ‘충효당 화산이공 유허비’ 역시 이장발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 봉화군이 베트남 마을을 조성하려는 곳이 바로 충효당 일대다. 거기에 베트남 전통마을과 리 왕조 유적지 재현 공간, 연수, 숙박, 문화 공연장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장발의 행적을 더듬으며 베트남 리 왕조 흥망성쇠의 이치를 새겨보고, 충효당 앞에서 숙연한 마음으로 베트남 마을을 기대해 본다./류중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7-11

시행 6개월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 위한 개선 대책 필요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한 ‘고향사랑기부제’가 6개월이 지났다. 첫발은 떼었지만, 아직 시민들에게 낯선 고향사랑기부제는 홍보 제한과 기부금 절차의 불편함, 기부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향사랑기부제는 인구감소를 겪는 지방을 살리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개인의 기부를 통한 지방재정의 확충에 있다. 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 도시에 정착한 많은 출향인이 고향을 돕게 하고 도시에서 지방으로의 기부를 목적으로 한다. 기부는 내가 살고 있는 주소지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 연간 500만 원까지 기부할 수 있다. 또 10만 원 이하는 100% 세액 공제, 10만 원 초과분의 16.5%의 기부자 세액 공제의 혜택이 있으며 기부액의 30%를 그 지역의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다.고향사랑기부제의 효과에 대한 국회 1분기 조사분석에 따르면 실적을 공개한 140곳의 지방자치단체 중 상위 30곳에 경북지역은 경주(10위)와 영덕(12위), 포항(28위)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영덕은 1인 평균 기부금액 전국 1위다. 이는 중소도시에 비해 대도시의 모금액이 저조하고 출향인이 많은 지역일수록 초기실적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지방정부의 홍보력에 따라 실적 차이가 나는데 홍보의 제한으로 개인을 제외한 향우회, 동창회 등 단체는 홍보가 어려워서이다. 고향사랑기부제의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답례품에 있다. 경주의 경우 기부자들이 특히 선호하는 답례품은 현금처럼 쓸 수 있는 경주페이였다. 벌초 대행 서비스도 화제가 됐다. 울진은 홍게를 말린 ‘도래 붉은 포’가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포항은 지역특산물뿐 아니라 체험과 여행상품을 내세웠는데 포항 흥해 용안의 서핑 강습과 다이빙체험, 요트투어, 핫플레이스를 여행할 수 있는 포항 관광택시 이용의 답례품이 인기다. 이처럼 답례품은 지역의 특산품에 국한되지 않은 다채롭고 지역의 역량과도 직결되는 매력적인 답례품 개발이 중요하다.기부에 있어서는 유일한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에서 할 수 있는데 시스템 접속, 회원가입, 기부금과 기부지역 결정, 답례품 선택, 배송지 입력으로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시간으로는 일반 온라인 쇼핑몰에 비해 평균적으로 12분이 소요된다. 오프라인에서는 오직 농협에서 기부가 가능하다. 하지만 답례품은 고향사랑e음에서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앞으로 개선이 되어야 할 부분이다.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답례품은 기부해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다. 당연히 지역색, 정체성을 드러내야 하고 이를 통해 ‘포항’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다시 오고 싶어지게 되고 포항의 경기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시행 초기라서 제도의 취지라던가 혜택이라던가 하는 부분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 직접 전화나 서신 등의 다양한 홍보 방법이 허용된다면 더 활성화가 될 것 같다. 10만 원 기부자가 많은 데 기부금도 상한선을 없애고 전액 세액 공제도 할 수 있다면 기부금 확대 조성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기부금 사용처는 지역의 문화공간 조성이나 취약계층 지원 의견이 많았다. 이를 토대로 사업의 방향이나 선정을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향사랑기부제의 한 전문가는 “가장 중요한 것은 고향사랑기부제의 지속성인데 기부제를 통해 정치나 정부가 할 수 없었던 일을 민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시민단체나 주민단체, 기후 문제라던가 동물보호 같은 자신의 관심 분야에도 기부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지방의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7-11

덕구온천에서 즐기는 행복한 물놀이

울진군 북면에 위치한 덕구온천은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온천으로 유명하다. 인위적으로 땅을 파서 모터로 뽑아낸 온천이 아니라 하루 약 2천t 정도 넉넉한 양이 자연용출되기 때문에 양이 모자라서 일반 지하수를 데워서 섞을 일이 없다.온천수를 투명 용기에 넣고 관찰해보면 시간이 지나면 불순물이 생기는 타 온천과 달리 불순물이 생기지 않는 신비의 청정수이다. 칼륨, 칼슘, 철, 중탄산, 불소 등이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약알칼리성이기에 온천수로는 귀한 수질이다.자연용출 온도는 42.4℃로 신경통, 류마티스성 질환, 근육통, 만성피부염 등에 효과가 있으며, 특히 등산으로 인한 뭉친 근육을 풀어주거나 여성피부미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필자도 온천을 이용한 일주일 정도는 피부에 광이 날 정도이다. 대온천장 외에도 스파월드가 있어서 아이들과 물놀이하기도 좋다. 스파월드를 이용할 때는 수영복과 수영 모자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특히 키가 130cm 미만의 아이들은 반드시 구명조끼도 착용해야 하며, 대여도 가능하다.아이들은 미끄럼틀을 즐기고 어른들은 액션 스파를 즐길 수 있을 만큼 가족 단위로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밖에는 노천온천이 있어서 자연 경관을 즐기며 심신을 안정시키기 좋다. 온천 주위에 있는 덕구계곡은 조물주가 창조한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협곡으로 세계에서 유명한 다리 13개를 축소하여 만들어졌다.각 다리의 특징을 읽으며 옆에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어 산을 오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원탕까지 오르는 길이 평탄하여 1시간 반 정도면 오를 수 있어 남녀노소 많이 찾는다. 족욕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원탕까지 올라와 족욕 체험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원탕에서 덕구온천 아래쪽으로 연결된 관에 앉아만 있어도 엉덩이가 따뜻해지면서 온몸에 피로가 풀리는 듯하다. 이 지역은 응봉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산림 식물의 유전자와 종, 산림생태계의 보전을 위하여 산림청에서 보호하고 있다.지방산림청장의 허가 없이는 벌채나 채취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다. 사람들에 의해서 훼손되지 않은 탓인지 물이 너무 깨끗해서 안이 훤하게 들여다보일 정도이다. 위에서 떨어지는 폭포 소리의 웅장함과 함께 멋진 경관을 눈에 담고 싶다면 덕구계곡을 방문해보길 바란다./사공은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7-11

모감주 나무 노란 꽃물결 넘실거릴 호미반도

모감주나무가 몇 그루 심겨진 호미곶 대동배2리. 포항시는 2023년부터 호미반도 해안을 따라 지역 향토수종이자 천연기념물인 ‘모감주나무’를 집중적으로 심어 특색있는 가로수 길을 만들려고 한다. 포항시 동해면 발산리 일원에는 전국 최대 규모로 자생하고 있는 ‘모감주나무와 병아리꽃나무 군락지’가 천연기념물 제371호로 지정돼 있다.이 사업을 위해 포항시는 지난 2020년도 ‘경상북도 산림신사업아이디어’ 공모에 선정돼 2021년 ‘모감주나무 군락 후계림 조성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국비 확보 노력을 지속해 왔다. 그 결과 산림청 지역특화 조림 사업으로 선정돼 연차별 사업계획에 따라 첫해인 2023년도에 6억2천여만 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사업 대상지는 호미반도 해파랑길 주변과 국도 31호선 주변 임야 38㎞구간 약 190㏊이다. 시는 모감주나무 1만여 그루를 심어 개화 시기인 7~8월 노란 꽃물결이 동해안을 따라 넘실거리는 특별한 경관을 조성하려고 한다. 특히,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를 입은 도로변 가시권 임야 위주로 피해목 벌채 후 집중 식재해 경관 복구도 함께 진행한다는 계획이다.모감주나무는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닳거나 줄어든다는 뜻에서 모감(耗減)이라고 하고, 열매로 염주를 만들기에 염주나무라고 한다. 노란색 꽃이 하늘에서 아니 나무에서 떨어질 때면 그야말로 황금비를 맞는 기분이다. 그래서 Golden Rain Tree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포항시 동해면 발산리에 군락지가 있다. 꽃이 피기 전에는 그곳이 어디인지 찾기 힘들지만 6월에서 7월에 만개할 때면 멀리서도 황금빛 꽃동네가 눈에 들어온다. 지금이 꽃놀이하기에 가장 좋은 시절이다.꽃말은 자유로운 마음, 기다림이다. 모감주의 씨앗이 이런 이름을 낳게 했을 것이다. 초여름의 열매는 피망같이 부풀어 오른다. 공기가 한껏 들어있어 작은 풍선을 나무에 매달은 듯 보인다. 갈색에서 진갈색으로 열매의 껍질은 바짝 말라간다. 그리고 드디어 세 갈래로 갈라진다. 갈라진 한 껍질에는 두서너 개의 씨앗이 붙어 있다. 바람은 씨방을 분리 시킨 뒤 날려 보낸다. 씨방의 형태는 바람을 잘 받을 수 있는 구조여서 120미터까지 날아갈 수 있다. 모감주는 이 껍질을 파도에 실어 보내려고 바닷가 근처에 군락지를 이루었다.모감주는 여행에 필요한 도구를 안고 태어났다. 껍질은 어느새 열매를 나르는 돛단배가 된다. 모래톱에 정박도 하지만 잠시뿐이다. 모감주 씨앗이 바다를 건너 육지에 도착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겨울 편서풍을 만나야 하고 다섯 달 이내에 3천500킬로미터를 이동해야 성공한다. 이 모든 조건이 맞아야 꽃을 피운다. 하지만 모감주 씨앗은 이 험난한 모험을 선택했고 성공했기에 포항시 동해면 발산리에 자신의 영토를 넓힐 수 있었다. 군락지의 가지를 잘라 환호동 해맞이공원 여기저기에 또 바닷가 산책로에 노란 꽃등을 내걸었다. 군락지가 확장된 것이다. 꽃이 혼자 애쓰던 일을 포항 사람들이 거들고 나섰다.지금 노란빛의 여행자 모감주의 계절이다. 하지만 포항이 모감주 군락지라는 사실을 포항 사람들도 사실 잘 모른다. 홍보를 위한 방법으로 시민 한 사람이 모감주나무 한 그루 갖기, 모감주 아래서 사진 인증하기 챌린지 같은 참여 프로그램도 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사람들이 사진에 진심이고, 그 사진에 꽃 담기를 즐긴다. 파란 해파랑길 따라 노란 꽃이 피어나면 휴대전화를 들이대는 사람으로 북적일 것이다./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7-11

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적인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2023년 1학기 포스텍 문명시민강좌인 ‘Global KoreanⅡ’는 총 6강으로 진행되고 있다.5강으로 최근 포스코 체인지업그라운드 이벤트홀에서 방송인이자 금융인인 마크 테토(TCK인베스트먼트 공동 대표이사·문화외교자문위원)의 강의가 열렸다. 그의 인기만큼 많은 시민들이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해 강의장을 꽉 채웠다.2010년 삼성전자에 스카웃되어 한국으로 온 마크 테토가 어떻게 한국적인 아름다움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는지, 그리고 2015년 ‘평행제’라는 북촌 한옥에 살면서 느낀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소개했다. 한옥에서의 삶은 그의 인생에서 큰 변화를 안겨주는 계기가 되었으며, 한국의 전통 건축물과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기와, 한옥 문창살과 정원, 백자, 고가구, 그리고 국악 등의 매력에서부터 찾게 된 것은 한국의 여백, 미니멀리즘, 그리고 일보일경, 정(精), 추억, 자연 그대로, 불완전함의 매력까지 그의 관심이 한국사람 그 이상이었다.“한 공간이 한 인간에게 이렇게 영향을 끼칠지 몰랐어요.”한옥에 살면서 그는 한걸음 걸을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고 한다. 즉 일보일경(一步一景)을 통해 여백을 알려주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리빙센스 잡지의 ‘마크 테토의 물물기행’ 그리고 ‘마크 테토의 아트스페이스’ 시리즈 연재를 통해 한국의 예술가들을 만나면서 그는 한국이 가진 여백의 미를 만나게 되었다.그가 찾은 여백의 미(美)란 무엇일까?구본창 작가의 ‘항아리’ 시리즈에서 항아리 안의 여백을 발견하게 되어 아트컬렉션의 시작이 되었고, 설치미술가 지니 서의 작품과 대담에서 전통산수화 속에도 일보일경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박서보 작가의 스트라이프 작업 과정에서는 반복적인 행위 자체가 마음을 비우게 되고 단색화가 마음의 여백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한다.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여백이란 비어있는 것, 부족한 것이라고 느끼겠지만, 그는 여백을 절제(節制), 불완전함의 매력으로 이야기한다.이제까지 보여준 한국의 아름다움 중에서 자신을 은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야시대 토기’라고 하였다. 달항아리보다 가격이 싸지만 그에게 이 토기는 불완전함의 매력을 준다고 한다.우리가 몰랐던 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적인 아름다움은 불완전하지만 주변 환경으로 인해 완전하게 되는 것이지 않을까? 사람의 매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마크 테토가 자신을 불완전함의 매력으로 표현한 가야시대 토기처럼 꾸며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 그리고 여백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한 때이다. /서종숙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7-04

저출산·고령화 시대, 다문화 넘어 ‘이민정책’ 고려할 때

저출산·고령화가 고착화되고 있는 지금,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그간의 다문화 정책이 이민정책으로 고려되고 있다. 경북은 현재 전체 인구의 24%가 65세 이상으로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각하다. 특히 25세에서 49세 사이 핵심 생산인구의 비율은 앞으로 20년 사이 14% 포인트 줄어들고 경북 경제의 심장인 구미와 경산, 포항이 30%의 비율로 떨어질 전망이다.그 대안으로 이민정책이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2022년 12월 기준 국내 총인구의 5%에 가까워지면서 OECD 기준 ‘다문화·다인종 국가’에 편입되기 직전의 상황에 이르렀다. 한국에 정착한 다문화 가정 인구수도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통계청의 2019년 다문화 인구 동태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한 부부의 10쌍 중 1쌍은 배우자가 외국인이나 귀화자로 더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고 있다. 2019년 다문화 혼인 건수는 2만4천700건으로 전체 혼인의 10.3% 정도인데 이 비율이 10%를 넘은 건 2010년 이후 처음이다. 또한, 2016년 이후 다문화 혼인 증가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도내 다문화 가정 인구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경북의 다문화 가정 가구는 1만8천58세대 5만7천102명으로 전국 대비 4.7%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문화 자녀는 매년 증가 추세에 있으며 1만7천432명으로 이중 40%인 6천957명이 초등학생이다. 경북은 올해 다문화 정책 방향을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양성’으로 정하고 이주 여성과 다문화 자녀 미래 인재 육성을 지원한다. 이는 다(多) 민족화와 이민자 유입도 확대해 인구를 늘리고 경북이 지방시대의 선두주자가 되고 자 함이다.경북은 결혼이주여성의 이중언어 능력과 글로벌 환경을 활용해 전문 경영인으로 육성하고자‘글로벌 레이디 양성사업’을 추진해 지난해 1기 졸업생을 배출했다.칠곡에 거주하고 있는 베트남 출신인 한 이주여성은 무역회사의 대표로 식품과 화장품을 베트남에 수출해 연 매출 8억을 달성했다. 포항에서는 결혼이주여성 7명이 글로벌 레이디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네이버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지역 농산물을 판매해 농민과 다문화 가정을 연결해 지역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아직 여전히 소외되고 있는 다문화 가정 청소년을 미래 대한민국 경제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 이중언어대회, 자녀 학습지원, 글로벌 인재 육성 프로젝트도 실시하고 있다. 이중언어 대회는 올해로 10회를 맞았으며 경북에서 유일하게 추진되고 있다. 도에서는 대학생을 받으면 부모까지 함께 비자를 주고 우수한 인재들은 박사 과정을 받으면 여기에서 바로 이민할 수 있는 정책을 국회에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선진국에선 일자리 갈등과 부적응 등 이민정책 실패 사례가 많은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이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먼저다. 우리보다 인구절벽을 먼저 겪은 서유럽, 특히 세계에서 가장 이주민에게 관용적인 나라인 독일의 사례를 보면 지난 10여 년 동안 927만여 명의 이주민을 받아들였다. 한 기업에서는 직원의 4분의 1이 이민자들이다. 은퇴로 인한 공백을 이민자를 채용해 교육하고 정직원으로의 채용하고 있다. 친 이민자 정책을 이어나가고 있는 독일은 어떤 범주에 속하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5년 뒤에 영주권을 취득 자격을 준다.한국에서 20여 년간 거주한 독일의 한 기자는 “지난해 한국의 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었다. 이제 한국은 외국인 없이 미래를 생각할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노동력이 사라져 인력난에 시달렸고 그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인이 외국인과 함께 사는 것에 대한 인식을 넓혀야 할 때”라고 말했다./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7-04

메타버스로 미래교육의 날개를 달다

밀레니엄 시대에 사람들은 도토리로 아바타를 꾸미고 방의 인테리어를 바꾸고 배경음악을 구입했다. 우리는 이미 ‘싸이월드’라는 메타버스 공간을 체험했던 것이다. 메타버스를 간단히 설명한다면 3차원 가상 세계를 의미하며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가상공간에서 현실세계가 구현되는 플랫폼이라 생각하면 된다.매년 그해에 가장 이슈가 되는 키워드가 있는데 올해는 단연 메타버스, 챗GPT 등이 아닐까 싶다. 경북에서는 특히 메타버스 확산으로 창출될 새로운 경제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지만 메타버스의 실체에 대한 이해와 저변 확산에 대해서는 대중들의 체감 온도가 아직은 낮은 편이다.이러한 메타버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실생활에서 접근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교육과 문화를 통하는 방법이다. 안동용상초등학교는 2023학년도 메타버스 선도학교로 선정돼 지난 6월 29일 ‘메타버스로 미래교육의 날개를 달다’를 주제로 ‘너와 내가 만나는 세상, 안동용상 온(On)누리 메타버스 체험행사’를 진행했다.학교 체육관과 각급 교실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전교생이 참여해 메타버스 기술 체험을 직접 시연해보는 시간이었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실시간 방송을 체험해보는 해피 크리에이터, 증강현실을 활용한 색칠놀이, OX 게임, 세계탐험, 인체 VR 체험, 가상현실 체험, 로봇 축구 등 다양한 체험 부스 활동으로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 냈다. 또한 호국보훈의 달 기념식 및 시상식 등 학교에서 진행하는 각종 행사도 메타버스 선도학교답게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실시간 진행하기도 했다.류동현 교장은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적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포부를 밝혔다.“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완료를 기념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체험 기회를 주기 위해 이번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본교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학생과 학부모 교육 방안을 모색하고 적용해서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메타버스로 지방시대를 선도해나가는 방법은 반드시 큰 프로젝트와 거대 신산업 중심이 아니어도 괜찮을 것이다. 학교나 일상 속에서 체험하는 생활밀착형 메타버스야 말로 지방시대 메타버스 첫걸음을 떼는 것이 아닐까./백소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7-04

신라고분정보센터 나들이 어때요?

계절따라 빛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연두색 고분들은 경주 풍경의 상징이다. 최근 천마총 발굴 50주년 기념 등으로 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오며가며 보이는 능의 외관은 눈에 익지만 내부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다. 최근 신라고분정보센터가 문을 열었다. 시내 중심권이자 황리단길 진입로에 위치해 관람객 및 시민들의 접근성이 뛰어나다. 출입구 좌측 벽 위로 금속판에 시기별, 발굴 장소 등에 관한 정보가 간략히 적혀있다. 식전 애피타이저 같은 느낌. 시각 장애인을 위한 노란색 보도블럭도 설치돼 있다. 우측엔 일렬로 심어진 대나무가 외부와 경계를 만드는 한편 그늘을 만들어 열기도 식혀준다. 전시장 내부는 뜨거운 바깥과 다른 세상처럼 시원하다.전시장은 대략 6군데로 나눠져 있다. 안내데스크를 지나자 탑동 칠초동검 복원품이 보였다. 날카로우면서 강렬한 형태가 당시의 기술력을 감탄케 했다. 그리고 안내데스크 뒤편으로 들어서면 디지털 실감영상실이 있다. 암막 커튼을 열고 들어가니 영상물이 상영 중이다. 신라고분 1천년, 신라인의 삶과 죽음, 천마총 발굴 50주년, 하늘에서 본 고분을 주제로 시간별로 상영된다.벽과 바닥 등 내부 전체가 화면이 되어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특히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다. 다음은 인터렉티브 영상체험실로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문양을 체험할 수 있다. 화면에 뜨는 유물들을 손으로 터치하면 관련 영상이 뜬다. 그 중 하나의 유물은 영상이 끝나면 포토존도 등장한다.함께 관람하던 외국인 가족은 서둘러 사진 촬영에 들어갔다. 어느 유물인지는 직접 체험해 보고 찾길 바란다. 다섯 개의 유물을 모두 확인 한 후 밖으로 나오자 신라 고분 엽서체험이 기다리고 있다. 안내데스크에서 받은 엽서의 바코드 부분을 인식시키자 화면에 해당 엽서 이미지가 떴다. 버튼을 돌리자 화면 이동이 가능했다.체험을 마치고 돌아서자 뒤편 전시장 중심부에 고분 형태의 조형물이 보였다. 들어서니 아이들을 위한 작은 책상과 의자가 준비돼 있다. 책상 위엔 신라 고분 모형이 놓여져 조립체험을 할 수 있게 돼있다. 얼핏 보면 귀여워 보이는 모형들이다. 그런데 관 속에 시신을 넣는 단계부터 준비되어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어서 조금 놀랐다. 덕분에 태어나 처음으로 무덤을 축조해 보았다.그리고 신라 고분조형물 외부엔 좌석이 비치돼 있는데 함께 비치된 터치패드로 신라 고분의 모든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다시 안내데스크 쪽으로 가서 좌측을 보면 금관총 축조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돌무지 덧널 무덤 금관총의 축소모형 위에 맵핑 영상으로 축조과정과 장례모습을 연출해 놓았다. 그리고 그 옆엔 신라금관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디자인 할 수 있게 돼있다. 화면에 여러 종류의 금관 부속품들이 뜨면 아바타 인형 옷을 고르듯 하나씩 골라 하나의 금관으로 완성하는 방식. 조립 후 자신의 이름까지 입력하면 화면에 완성된 금관과 이름이 적힌 영상이 등장한다. 체험은 여기에서 끝나지만 놓치면 아쉬운 또 한 가지 이야기가 있다.입구 부분의 천장과 금관 조립 체험을 하던 곳의 구조가 고분 내부의 형태를 차용해 왔다는 점이다. 황남대총 남분 매장주체부의 주곽과 부곽의 두 개의 목곽 구조물을 실크기로 응용 설계했다. 여러모로 관람객을 위한 구경거리 많은 알뜰한 배려가 보이는 전시장이다. 천천히 관람하면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관람시간은 월요일에서 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현재 별도의 휴관일은 없으며 무료 관람이다. 뜨거운 여름 도심 속 모두의 오아시스가 될 듯하다. /박선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7-04

“늘어나는 ‘5060 新중년’, 일자리 확대 정책 필요”

우리 사회는 고령화 속도가 빨라져 2025년이면 내국인 대비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이에 인생 2막을 준비하며 늘어나고 있는 ‘5060 신중년’들의 재취업과 창업을 위한 일자리가 정책적으로 중요해졌다.신중년은 보통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고 재취업을 준비하며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과도기 세대를 말한다. 경북 지역 중장년층은 12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49%(2023년 3월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경북 도내 인구는 2016년을 기준으로 전체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대신 40세 이상은 순 유입이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이들의 퇴직 시기 또한 평균 49.3세로 빨라지고 있어 일자리 지원정책을 한충 더 확대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그동안 청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들을 위한 일자리 정책은 소외되어 있었다. 이들에게는 이전 일에서 얻은 전문성과 경험을 살려 재취업, 이직, 전직 등에서 특화된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교육 수준이 높고 업무수행과 건강에도 문제가 없어 경제활동 지속이 가능하며 일에 대한 의미도 남다르기 때문이다. 또 부모부양과 자녀의 취업 시기가 늦어져 이중부담이 늘어나면서 경제활동의 필요가 절실한 때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 일자리 설문조사에 따르면 50대에서는 89.3%가 현재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한 것으로 나타났다.경북 지역을 살펴보면 제조업의 비중이 47.6%로 다른 지역의 29.6%보다 1.6배 높다. 이에 따른 재취업 지원사업이 경북 서부권을 중심으로 퇴직 기술 인력과 전자산업 고용위기 기업을 매칭해 기업의 기술고도화 및 사업 다각화를 위한 지원을 먼저 시작했다. 올해는 경북 전역으로 확대해 포항이 속한 동남부권을 중심으로 보면 경기 침체와 이차전지와 미래 차 산업으로의 전환에 따른 퇴직자가 발생하게 될 것인데 이들의 경력과 특화된 기술, 일에서의 노하우를 살려 재취업을 지원한다.특히 포항은 기존 철강산업 중심의 고용형태에서 벗어나 새롭게 급부상 중인 이차전지와 소재산업으로의 사업 다각화와 기술 역량을 강화할 전문 인력 양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중소기업과 파트타임 일자리 지원, 로컬 소셜 스타트업 지원, 생애 설계 프로그램을 비롯해 교육과 일자리 찾기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북에서는 지역 콘텐츠 중심으로 신중년 채용 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포항시에서는 포항형 중장년 취업드림(dream)지원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신중년 중소기업 파트타임 지원을 위한 참여업체를 매년 모집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월 70만원, 소상공인은 월 5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경북도청 경제정책 관계자는 “신중년의 경제활동 비율이 점점 커지고 있고 우리 모두가 나이가 들고 신중년에 속하는 시기가 오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신중년과 함께 일하는 시기가 온다. 이들에겐 자아실현, 사회공헌, 삶의 보람 등 다양한 이유로 경제활동을 하고자 하기 때문에 일자리의 선택을 넓혀 줘야 한다. 일자리를 통해 노후는 물론 경제적, 사회적으로 윤택해지면 지역을 떠나지 않을 것이고 인구 유입에도 도움이 된다. 지역의 대학에서의 맞춤형 직업교육프로그램과 신중년을 위한 일자리 박람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일회적이고 단순한 생계형 일자리가 아닌 그간의 경력을 살릴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6-27

‘여름꽃’ 능소화… 포항·경산·대구서 만발

차를 타고 달리다 우현사거리에서 신호에 걸렸다. 옆에 타고 가던 지인이 저게 뭐냐고 묻는다. 포항시 철길숲에 주황빛 탑이 우뚝 섰다. 이맘때 즈음 늘 피는 능소화 기둥이다. 원래 심은 나무는 말라 죽고 그 나무를 휘감아 올라간 능소화의 집이 되었다. 담쟁이덩굴처럼 줄기의 마디에 생기는 흡착 뿌리(흡반)를 건물의 벽이나 다른 물체에 지지하여 타고 오르며 자란다. 가지 끝에서 나팔처럼 벌어진 주황색의 꽃이 여름 내내 핀다.금등화(金藤花)라고도 한다. 중국이 원산지이다. 옛날에는 능소화를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어, 양반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추나무처럼 다른 목본류보다 좀 늦게 싹이 나오는데, 이것이 양반들의 느긋한 모습에 착안해 양반나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하지만 이 이름 때문에 평민들은 능소화를 함부로 기르지 못했다고 한다. 만약 기르다가 적발되면 즉시 관아로 끌려가서 매를 맞았다는 이야기가 있다.꽃이 한 번에 흐드러지게 피는 게 아니라 계속 꽃이 지고 나면 또 피고, 또 피기 때문에 개화기간 내내 싱싱하게 핀 꽃을 감상할 수 있다. 꽃은 질 때 꽃송이 그대로 툭 떨어져서 비 온 다음 날 담장 밑이 능소화 빛으로 물든다. 그 또한 아름답다. 꽃의 전설 속 소화처럼.옛날옛날, 복사빛 뺨에 자태가 고운 ‘소화’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다.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 사이에 빈의 자리에 앉아 궁궐의 어느 곳에 처소가 마련되었으나 어찌 된 일인지 임금은 그 이후로 빈의 처소에 한 번도 찾아오지를 않았다고 한다. 혹시나 임금이 자기 처소에 가까이 왔는데 발소리라도 나지 않을까 그림자라도 비치지 않을까 담장을 넘어 쳐다보며 안타까이 기다림의 세월이 흘러갔다.어느 여름날 기다림에 지친 불행한 여인은 상사병으로 세상을 떴다. 권세를 누렸던 빈이었다면 초상도 거창했겠지만 잊혀진 구중궁궐의 한 여인은 초상조차도 치러지지 않은 채 담장 밑에 묻혀 ‘내일이라도 오실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 한 그녀의 유언을 시녀들은 그대로 시행 했다. 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온갖 새들이 꽃을 찾아 모여드는 때 빈의 처소 담장에는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꽃잎을 넓게 벌린 꽃이 피었으니 그것이 능소화이다.꿀에 독성이 있다. 갓 채취된 꿀은 괜찮은데 48시간 이후부터 독성이 생긴다고 한다. 오래된 꿀을 먹거나 장시간 피부 노출이 되는 건 피해야 한다.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실명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오래된 적산가옥과 주황색 능소화가 어우러져 사진 찍기 명소로 알려졌던 경산 자인 능소화가 지난해 누군가에 의해 절단됐다가 올해 4월 30여 년 된 능소화로 보식 공사를 시행한 나무에 꽃이 피었다. 능소화 앞을 지나던 한 시민은 “꽃을 다시 볼 수 있어 기쁘다. 예전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능소화 절단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아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김광석 거리에 여름이면 김광석보다 더 인기인 것은 능소화 폭포이다. 대구시 중구 대봉1동 행정복지센터 옆의 건물(경일빌딩) 동쪽 벽을 타고 올라 폭포를 만들어내는 능소화 두 그루가 유명하다. 최근 ‘대봉동 능소화 폭포’라는 이름을 지어 명패까지 달았다. 능소화 폭포 아래서 망중한을 즐길 여름이다./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6-27

전통과 젊음이 있는 ‘하양 꿈바우시장’

내게는 장날에 대한 기억이 특별하다.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엄마 손 잡고 빽빽한 시골버스에 끼어 한참을 달리는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도착하면 백화점보다 더 많은 상품들과 먹을거리가 넘쳐났고 모처럼 만난 지인은 웃음꽃을 피워냈다,이랬던 5일장이 세태에 따라 쇠락해간다는 이야기에 아쉬움 가득하다. 다행히 경산은 아직 하양장(4, 9일)과 자인장(3, 8일)이 열리고 있다. 옛 추억을 되살려 푸짐하고 인심 좋은 하양장을 찾았다.아직도 시골장은 북적거렸다. 물건을 흥정하는데 서너 명이 한 조가 돼 시장을 구석구석 살피는 분들을 보게 됐고, 궁금증에 다가가 무슨 일인지 살펴보니 하양 꿈바우시장상인회장과 관계자들이었다. 꿈바우시장은 공설시장이고 5일장과는 무관함에도 적극적인 상인협회의 행보에 관심이 갔다.경북상인협회 사무국장을 지내고, 꿈바우시장상인회장으로 일하는 이대희(61)씨는 “꿈바우시장은 현대화 1호 시장이다. 디지털 사업으로 연매출 5억원을 올리고 있지만, 교육에 가보니 앞으로는 전통시장의 85%가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길 들었다”고 했다.이에 손 놓고 있을 수 없어 시장을 구석구석을 살피고, 카카오그룹이 전통시장 중 전국 5개를 선정하는 발굴사업에 경북 대표로 선정돼 온라인을 통한 홍보와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노력 덕분에 하양 꿈바우시장은 경산시민은 물론 전국에서도 이름을 높이고 있다.이 회장은 “시장 안에 정원을 조성하고, 공연장을 만들어 성인과 학생들의 버스킹도 유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꿈바우시장은 대학과 손잡고 하양을 대표하는 상품 개발도 진행 중이다./민향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