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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숲이 주는 즐거움에 ‘푹’

지난 휴일. 울진 유아숲체험원 ‘수피조아’는 울진에 거주하는 유아를 둔 가족을 초청해 ‘가족생태문화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산림청 주관으로 수피조아에서 주최했으며 금강소나무숲길 가족탐방로에 열렸다. 4~7세 아이들과 가족 15팀이 참여했고 참가비는 없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으로 점심 식사도 제공해주었다. 필자의 가족도 유치원 알림을 통해 신청해 참가했다. 가족탐방로 입구에 도착하니 예약한 다른 팀들을 만날 수 있었다.금강소나무숲길은 예약에 의해서만 방문할 수 있다. 아카데미 신청자들의 인원 체크 후, 수피조아에서 제공한 물을 들고 숲전문가 다람쥐 선생님의 행사 취지를 들을 수 있었다. 단순히 등산만 하는 것에 대한 단조로움을 없애기 위해 이벤트도 제안해주었다.다람쥐 선생님은 국수나무, 고로쇠나무, 단풍나무, 당단풍나무 등 가족탐방로에 서식하고 있는 나무들의 잎을 잘라 설명을 적어놓은 종이를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 산을 오르는 재미도 있지만, 본인이 받은 잎과 같은 모양의 나무를 찾아보고 수피를 만져볼 수 있는 재미도 주었다.수피는 나무의 껍질을 의미한다. 이 이벤트는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아카데미가 진행되는 동안 하나의 나무 이름과 특징을 알고 갈 수 있도록 한 깊은 뜻이 숨어 있었다. 사실 필자도 나무와 꽃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데 이번 기회에 국수나무의 잎과 수피의 특징에 대해 알게 되는 뜻 깊은 시간이 되었다.탐방로를 걷는 내내 다람쥐 선생님은 나무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으며, 민들레 선생님은 잎을 보고 나무의 이름도 알려주었다. 아이들이 어려서 보폭이 좁은데다가 잎까지 찾아보느라 천천히 올라가게 되었다.더운 날씨에 햇빛은 숲에 가려졌지만 땀이 줄줄 흐른다. 한 번씩 바람이 불 때면 시원함이 배가 된다. 숲에서 나는 흙과 피톤치드 향이 머리를 맑게 해주는 듯하다. 1시간쯤 등산하고 나서 이른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다람쥐 선생님은 아이들을 한 명씩 호명하며 나무의 잎을 확인했다.간단한 설명과 함께 나무로 만든 걱정인형을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오후 등산이 시작되자 아이들이 점점 피곤해한다. 한 명씩 업히고 안기고 하더니 몽키클라이밍을 할 때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땅에서 보기에는 높이가 아찔해 보이는데 아이들은 씩씩하게 올라갔다가 내려온다. 이 행사를 통해 아이들은 숲을 직접 만져보고 뛰어봤고, 어른들은 숲이 주는 고마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다.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사공은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6-27

울진 평해읍 오면 가을 분위기 ‘물씬’

울진군 평해읍 월송리 8-2라고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달려가자. 월송사거리에서 너른 들로 길을 잡으면 보리와 밀이 누렇게 익어가고, 방금 모내기한 논에 푸른 하늘이 전세를 들어 푸릇푸릇하다. 길 끝에 강이 보이고 둔치에 서면 끝이 안 보일 정도로 펼쳐진 꽃밭이 우리를 맞이한다. 가을의 전령사 코스모스가 초여름에 가득 폈다. 눈이 환해진다.이른 아침에 찾아갔는데, 우리보다 먼저 온 새들이 노래하느라 색색깔의 코스모스만큼 아름다운 화음이 울려 퍼진다. 가을 코스모스가 키가 큰 것에 비해 6월 코스모스는 키가 낮다. 한들한들 흔들리는 꽃밭에 서서 하늘하늘한 하늘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으면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주차장이 넓어서 좋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장소라 붐비지 않아 우리들만의 공간이라 캠핑 의자 꺼내 차 한 잔 마시며 꽃멍을 때려도 좋다.바로 근처에 관동팔경 중 하나인 월송정이 있다. 모래 언덕 위에 있는 월송정은 우거진 곰솔 숲을 지나면 보인다. 숲 너머로 하얀 모래의 바닷가와 대비를 이룬다. 그래서 어떤 이는 ‘월송’이라는 말을 ‘소나무 너머’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정자에서 바라보는 동해 풍경이 일품이다.이 솔숲은 평해 황씨 종중 숲인데 키가 20m도 더 되는 늘씬한 소나무가 천 그루가 넘는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서 풍류를 즐기는 듯한 선비의 모습이다. 하늘로 솟아오른 줄기 형태를 가만히 보면 춤을 추는 듯하다. 나무들을 하나하나 보며 숲속으로 걸어가면서 솔향을 들이마시면 1년은 폐가 신선해진다.숲에서 나와 월송정에 오른다. 관동팔경 중 제일 남쪽에 있는 월송정은 신라 시대 영랑·술랑·남속·안양이라고 하는 네 명의 화랑이 울창한 솔숲에서 심신을 단련하고 달을 즐겼다고 해서 월송정(月松亭)이라고도 하고, 중국의 월국(越國)에서 묘목을 가져다 심었다 해서 월송정(越松亭)이라고도 한다. 고려 충숙왕 13년(1326년)에 창건되었다가 몇 차례 고쳤으며 현재의 것은 1980년에 만든 것으로 현판은 최규하 전 대통령의 친필이다.나무 계단을 따라 정자에 오르면, 멀지 않은 바다가 푸르게 더 가까이 다가온다. 파도 소리마저 푸르르 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말의 모습이다. 소나무와 누각과 바다의 삼중주는 한참 들어도 좋다. 기둥과 기둥 사일로 풍경이 걸렸다. 자연이 그려 놓은 명작을 감상하다가 우리도 그림의 한 장면으로 스며들어도 좋다.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평해사구습지 생태공원이 조성됐다. 빼어난 해안선과 배후습지를 활용하여 만든 생태공원으로 축구장 12개를 합쳐 놓은 규모다. 사구열이 잘 보전되어 사구와 배후습지를 관찰하는 장소로 적합하다.공원 어디든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이곳에는 해안전망대, 기수역 관찰대, 생태 관찰대, 조류관찰대, 사구전망대, 광장, 쉼터 등의 시설들이 마련되어 있고 이 시설들은 탐방객이 사구습지 생태공원 곳곳을 다니며 안전하게 생태탐방을 할 수 있도록 조성된 탐방 데크와 탐방로로 이어져 있다. 이곳은 76종류의 식물들과 289종의 야생생물들이 살고 있다. 다만 야생동물이 대부분이다 보니 사람만 보면 숨기 때문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걷다 보면 소나무 숲길이 나타나고, 그 숲을 따라가면 바다를 보는 전망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바다에는 작은 섬이 드문드문 앉았고, 갈매기들이 자신들의 터전인 듯 모여 한 방향을 바라본다. 이 모든 풍경이 물 흐르듯 이어진다.세 곳 모두 주차가 편하고 아직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자연 그대로 모습이다. 조용히 힐링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안성맞춤 한 장소로 추천한다./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6-20

불법촬영·성매매서 디지털성폭력까지 갈수록 심각해지는 ‘여성범죄’ 예방 절실

최근 여성을 위협하는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부산 돌려차기, JMS 사건과 같이 성폭력 범죄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여성을 향한 범죄에 대한 우려가 20년 전보다 훨씬 높아진 가운데 주거침입, 불법촬영, 데이트폭력, 스토킹 범죄가 성희롱, 성매매, 성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디지털성범죄로까지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또 여성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혹시나 있을 범죄 발생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이로 인한 성범죄도 꾸준히 늘어나 해마다 300건 가까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의 여성 1인 가구는 2021년 기준 358만여 가구에 이르고, 2016년부터 5년 사이 여성이 피해를 입은 주거침입 범죄는 60% 넘게 증가했다.지난달 대구에서는 20대 여성을 뒤따라가 원룸에 침입해 성폭행하려다 상해를 가하고 이를 제지하려던 지인까지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20대 배달기사가 재판에 넘겨진 사건도 발생했다.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2년 여성폭력통계’에 따르면 여성 10명 가운데 4명은 평생 한번 이상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고 2019년 기준으로 평생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여성 비율은 38.6%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해 경찰에 신고, 고소 등을 통해 보고되거나 경찰이 직접 인지하여 형사입건된 성폭력 범죄 사건은 총 3만9천509건으로 전년(2021년) 3만8천629건 대비 2.3%로 증가했다. 2014년부터 성폭력 범죄 중 해마다 가장 높은 비율(지난해 51.3%)을 차지하는 범죄는 강간·강제추행으로 나타났다.디지털성범죄의 피해자도 꾸준히 늘어나 2022년(7천979명)에는 2021년(6천952명) 대비 14.7% 증가했다. 여성 피해자가 6천7명(75.3%)으로 남성의 3배가 넘는다. 연령을 밝히지 않은 피해자(53.3%)를 제외하면 전체 디지털성범죄 피해자(3천725명)의 61.85%(2천304명)가 10~20대 여성이다. 이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나이 어린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피해 유형을 살펴보면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에 접수된 1만2천726건 중 유포 불안이 3천836건(30.1%)으로 가장 많았고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디지털성범죄 예방교육을 하는 한 강사는 “나에 대한 정보를 드러내는 게 곧 범죄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믿을 수 있는 사이라 해도 함부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피해 발생 후에는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피해자 잘못이 아니라는 인식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강조했다.포항시민 A 씨는 “최근 혼자 사는 여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언론에서 보도되는 여성 범죄자들을 보면 그 정도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성폭력 범죄자들 중 재판에 넘겨진 이는 절반도 안 되는 것 같고 처벌 수위도 낮다. 포항시를 비롯한 지자체에서 하고 있는 여성범죄에 대한 예방활동이 시민들에게 홍보는 물론 안전한 환경 조성에 있어서도 지속적이어야 하고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절실해야 여성범죄가 근절에 조금 더 가까워 질 것이라 생각한다” 고 말했다./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6-20

‘솔뫼마을 시인’ 조영일의 삶과 문학

안동시 용상동에서 동쪽으로, 신선이 고기를 낚았다는 선어대를 지나면 송천동이 나온다. 송천동에는 가장 큰 촌락을 형성하고 있는 솔뫼마을이 있다. 반변천이 마을 앞을 지나는 솔뫼의 명물로는 국립안동대학교, 안동향교, 역동서원, 안동 흥해배씨 임연재종택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솔뫼에서 나고 자라 지난 6월 10일 훌쩍 세상을 떠나버린 조영일 시인이 있다.조영일 시인은 제2회 이호우시조문학상, 경북문학상, 경북문화상, 경북예술대상 등을 수상하고 한국문협 이사, 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 경상북도 문인협회장을 역임했다. 그중 이육사문학관 초대관장을 맡아 이육사문학관이 이육사의 민족정신과 문학정신을 길이 전하고 널리 알리는 공간이 되는데 힘을 보태었다.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 및 ‘시조문학’ 추천으로 등단한 시인은 활동 경력에 비해 많은 시집을 내지는 않았다. 문단경력은 40년을 넘겼건만 그는 생전에 “시집을 내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었다. 전국의 많은 문인들에게 하루에 3권의 책을 받는다 치면 1년에 천 권 정도의 책을 받게 되는데 “다음 시집이 언제 나오냐는 말을 지겹게 듣게 될 즈음 시집을 한 권씩 내어 인사치레는 할 수 있었다”며 껄껄 웃던 그였다. 1992년 첫 시집 ‘바람 길’ 이후 ‘솔뫼리 사람들’, ‘마른 강’, ‘시간의 무늬’를 거쳐 마지막 시집이 되어버린 다섯 번째 시집 ‘설산’이 2020년 가을에 나왔다.고향에서 삶을 마감한다는 것이 문학인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나와 가족, 이웃과 지인, 자신의 모든 것을 고향 말로 담아내고 고향 말로 그려내고 사랑하는 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그렇게 떠난 조영일 시인. 어느 지역 어디 시인으로 불릴 수 있는 문학적 호칭은 사실 아무나 얻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어느새 자연스레 그의 이름 앞에 붙은 안동 시인, 송천동 시인, 솔뫼리 시인은 그의 문학 행보를 가늠할 수 있는 호칭이 아닐 수 없다.‘사는 게 무엇인지 무심할 수가 없(조영일 시 ’봄날‘ 중)’는 초여름 그가 고향을 떠났다. 바람 길을 걸어 솔뫼리 사람들을 만나고 마른 강을 건너 시간의 무늬를 엮고는 펄럭이는 설산 속으로 영원히. /백소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6-20

“봉화 유록마을로 별 보러 오세요”

봉화군 봉화읍 유록마을에서는 지난 17일 ‘아기사슴 별별 이야기 별밤’ 행사가 열렸다. 별을 주제로 시 낭송과 이야기 마당, 별 관측과 별자리 이야기 등으로 꾸며진 행사였다. 유록마을엔 조선시대 천문학자 괴담 배상열(1760~1789) 선생이 하늘을 관측하던 직방당이라는 연못과 녹동리사가 있다. 해시계와 혼천의(선기옥형)라는 천문 관측기구도 있으며 서계쇄록, 기삼백해 기해제도 등 천문과학 자료도 남아 있다.유록마을은 400년을 이어온 흥해 배씨 집성촌으로 유산서당, 임연재 신도비, 추원사 등도 자리해 있다,배상열 선생은 10세에 천문을 살피고, 15세 혼천의를 제작하고, 21세 이후 성리학에 집중해 천문학과 성리학에 관련된 방대한 자료를 남겼다. 유림에서는 그의 학문과 덕행을 본받고자 녹동리사를 1831년 세웠다.현재 남아있는 건물은 전국 서원 철폐 시 녹동서당으로 사용하던 건물이며, 거기엔 고서 319점과 고문서 241점, 간찰 420여 점이 남아 있다. 직방당은 천체를 관측하던 연못으로 남북에 위치하고 동서로 트여 천체 현상을 관측하기 좋은 장소다.직방당은 삼각법을 이용, 고도를 측정해 전답 면적 계산을 하는데 이용됐다. 또 낮에는 해시계로 시간을 측정하고 밤이면 별자리를 관측한 장소로 전해지고 있다. 직방당은 녹동리사의 남쪽에 위치하고 거의 원형에 가깝게 보존돼 있다. 가로세로 8m이며 석축으로 쌓았다. 혼천의는 조선시대 천체의 위치와 운행을 통해 시간과 절기를 측정하는 관측기구로 일명 선기옥형이라 한다. 십자 받침 바닥면에 ‘기해초을사중이재악수용유미정복당사선수량재경조’라는 23자의 묵서 기록이 있다. 묵서 기록은 다른 혼천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라 역사적인 가치가 높다.유록마을에는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전사한 배인길(1571~15920)의 충렬과 부인 월성 이씨의 절개를 기리는 정려문이 있는 쌍절려 여각도 있다.‘아기별별 유록마을’은 문화유산을 돌아볼 수 있는 청렴의 길, 충렬의 길, 천문의 길을 조성했으며, 보존된 천문기구와 절기 관련 자료를 통해 조상들이 자연을 활용한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체험 행사로 아기사슴 별별 이야기 체험, 유록마을 아기사슴 별별 이야기길 투어, 별밤 관측 행사 등을 연중 진행하고 있으며, 행사 참여를 원한다면 ‘유록마을 아기사슴 별별 추진회(010-7277-8789)로 연락하면 된다./류중천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6-20

청년 떠나는 포항, 일자리 정책 다변화 ‘절실’

일자리를 찾아 점점 수도권으로 떠나는 청년들, 이를 방지하기 위한 포항시의 실전 경험을 제공하는 일자리 창출 등 일자리 정책에도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포항시의 2023년 청년 일자리 정책을 살펴보면 청년 취업 역량 강화 지원, 신성장산업 등 지역 산업 기반 맞춤형 직업훈련, 산·학 협력을 통한 맞춤형 기술 인력 양성, 청년 일자리 체험 제공 등을 펼치고 있다.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하반기 주요 고용지표에 따르면 포항지역 고용률(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은 58.8%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 향상됐으며 경제활동참가율은 0.7% 상승하는 등 기타 고용지표도 지난해 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청년고용률을 보면 지난 2021년보다 3.8% 향상된 38.8%로, 코로나 이후 30% 초·중반에 머물던 수치에서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2021년 포항시가 전입금까지 지원하며 대학생들에게 포항사랑 주소갖기 운동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250여 명의 학생들만 주소를 옮겼다. 이는 실제 대학생 대다수가 지역에 머물기보다는 졸업을 하면 일자리를 찾아 포항을 떠나기 때문에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대학생 박 모(25) 씨는 “제가 전공이 콘텐츠융합디자인인데 취업은 서울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디자인 업계는 대부분 회사가 서울 쪽에 있기 때문에 포항에서 취업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정 모(22) 씨는 “포항은 뭔가 분야가 확실한 일자리 밖에 없는 것 같다. 그 일자리마저 조금 수가 적다고 생각하는데 포항에서는 취업이 쉽지 않아보인다”고 했다.2021년 기준 포항의 청년인구는 7만9천여 명으로 전체의 15.8%를 차지하고 있고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다. 청년을 위한 정책도 취업과 창업 또는 수당 지원 등 미스 매치(불일치) 해소에 편중되어 있다. 예산이 부족하면 중단될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 1인당 100만 원을 지원하던 포항의 청년복지수단카드 사업은 규모가 줄다 아예 폐지가 되기도 했다.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로 청년들에게 일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모 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고용시장 대부분이 경력직 위주로 채용되고 있기 때문에 직접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재취업을 하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한 어르신은 청년 일자리에 대해서 “농촌마을회관에 나라에서 월급을 받는 정규직 청년이 있었으면 좋겠다. 고령화된 농촌에서 갑자기 몸이 아프거나 다치면 보건소나 119에 연락도 하고, 혼자 사시는 분들도 방문하고 농한기에는 문화생활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한글 모르는 어르신에게 한글도 가르쳐 주고 친환경 농업, 제철 농산물 판매, 새로운 정보와 공동체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수 있다. 그러면 마을 회관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게 된다. 농촌에서는 이런 게 필요하다. 또 청년 일자리 정책의 다변화가 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청년들의 일자리를 담당하고 있는 포항시 일자리 경제과의 한 관계자는 “시에서도 청년들의 취·창업에 관한 여러 가지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는데 우선 기업과 청년들과의 매칭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경북에서는 청년e끌림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는데 23개 시군 청년들의 일자리부터 교육, 문화, 복지 등 카테고리별로 확인할 수 있다. 경북 청년의회의 초대 회장도 포항에서 나왔다. 포항시청년창업LAB, 창의카페, 포항청춘센터청년창업폴랫폼의 청년공간도 있다.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누리집에 있는 담당자에게로 전화하면 된다”고 전했다. /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6-13

이상기온 피해 ‘직격탄’ 경산 포도농가, 희망은…

경산시 남천면의 샤인머스켓과 머루포도는 품질이 우수해 생과는 물론, 와인을 비롯한 여러 가지 가공식품으로도 만들어진다. 올해 포도농가에 비상등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남천면 현장을 찾았다.과일 작황이 좋지 않다는 건 미리 알고 있었지만 현장은 훨씬 더 심각했다. 비가림이나 노지에서 재배하는 샤인머스켓과 머루포도 모두 남아있는 알맹이가 평년 대비 20~30%에 불과했다.포도밭에는 농민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열매를 떨어뜨린 포도나무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밭 한쪽에 망연자실 앉아있는 샤인머스켓 재배 농민을 만날 수 있었다. 표정이 심각했다. 작황에 대해 물었다.“보다시피 올해 농사는 포기 상태죠. 지난해에 비해 정상적인 송이가 20%밖에 안 됩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는데, 개화기와 생육기 기상 문제가 가장 크지요. 포도 재배지역은 낮에는 따뜻하고 일조량이 풍부하며, 밤에는 온도가 내려가야 하는데…”인터뷰에 응한 농민은 “샤인머스켓, 머루포도 할 것 없이 너무 피해가 커요, 일 년 농사를 망쳤으니 생계가 막막합니다”라며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갑작스럽게 닥친 재난의 원인은 무얼까? 농민의 말대로 낮에는 한여름처럼 더웠다가 아침저녁으론 급속도로 차가워지는 기상 상황이 가장 큰 문제일 것 같았다. 물론 이런 현상이 처음은 아니다. 그렇기에 농민들은 기상 변화에 강한 포도 품종을 선택하거나, 적절한 관리와 재배 기술로 온도 변화에 대비하거나, 포도밭 보호를 위해 보온시설과 토양 관리를 신중하게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산 지역도 하우스 재배 농가는 일정한 온도 유지로 이번 재난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한숨을 쉬던 농민은 이런 말을 덧붙였다. “만약 이번 달에도 일조량이 부족하면 남은 포도까지 낙과가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기상변화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지도가 필요했다는 아쉬움이 남네요. 농민들의 잘못이 아닌 자연재해가 분명하니 관계 기관에서도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합니다.”이런 사례는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주고 있는 게 아닐까? 기후변화는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과일을 포함한 다양한 식물과 동물의 생태적 상호작용에 영향을 주고, 생산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적절한 조치와 농업 기술의 개발로 피해를 줄이는 동시에 근본적인 대책 수립과 환경보호를 위한 생활 속 실천이 필요한 시기다.남아있는 20~30%의 포도라도 제대로 자라 농민들의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민향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6-13

‘책’으로 마음 치유하는 청보리밭을 닮은 한의사 경주 ‘사랑방 한의원’ 이상우 원장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 속 소녀를 살린 건 ‘마음’이었다. 살리고자 했던 화가의 마음, 그리고 살고자 결심한 소녀의 마음. 마음을 치유하는 한의사. 평범하지 않은 이상우 한의사를 만나보았다.그가 경주에 정착한 건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주는 그를 매료시키기 충분했다. 특히 분황사 앞 뻥 뚫린 풍경. 어릴 적부터 자연 속에서 어울리기 좋아했기에 논밭이 어우러진 그곳이 좋았다.소년기엔 충남 홍성에 위치한 외가에서 방학을 보냈다. 개구리, 사슴벌레 등 곤충들과 함께였던 시간은 한의대 진학에 앞서 서울대학교 응용생물화학과를 택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전공과목은 생각했던 것과 달랐고 졸업을 1년 앞두고 한의대로 진로를 바꾸게 된다. 한의학을 택한 이유는 원하는 책을 맘껏 읽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인연은 꼬리를 물고 물어 현재 자리 잡고 있는 황오동으로 이주하게 된다. 바쁘게 달리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경주에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삶의 모토인 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지키는 행보의 출발점이기도 하다.‘사랑방 한의원’. 이름처럼 이곳은 동네 사랑방이 됐다. 진료를 시작하기 전부터 환자들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다. 이야기 속 등장한 농작물이 한의원 한편을 채웠다 순식간에 빠져나간다. 오는 이들의 지역이 다양하다보니 품목도 하늘, 바다, 땅을 가리지 않는다. 주거니 받거니 장터가 되기도 하는 재밌는 곳이다.이곳이 특별한 것은 이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한약과 함께 ‘책’을 처방해준다. 몸은 약이 치료한다지만 마음은? 그가 선택한 것은 책이었다. 진료 시간 안에 모든 걸 이야기하기에는 시간적 제한이 있다.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에게 필요한 책을 소개한다. 그를 지금의 길로 이끌게 만들었던 것이 책이었고 흥미를 갖게 한 것도 스승의 책이었다. 책은 그 글을 쓴 사람과 같았다. 즉 책을 소개한다는 것은 책을 쓴 ‘사람’을 안내하는 것이다.그리고 마음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한국의 경우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서양과 달리 관계주의 성격을 띤다. 관계 유지를 위해 서로의 눈치를 보고 참아내야 하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크다. 그러다 보니 마음의 병도 생겨난다. 이를테면 ‘화병’이다. 한, 중, 일 동아시아 지역에서 특히 많이 발견된다는 ‘화병’. 분노와 억울함이 쌓여 만들어낸 병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몸은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 마음의 건강 정도에 따라 몸의 치유력도 달라지는 걸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그렇기에 몸을 치료 할 때 ‘마음의 치유’ 또한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한의대에 가서 만난 스승은 흔히 전문직에서 사용되는 ‘사’라는 글자에 대해 설명했다. 판사, 검사는 일 사(事), 그리고 박사는 선비 사(士)를 쓴다. 반면 의사는 스승 사(師)를 사용한다. 모범을 보이라는 뜻이다.그렇기에 늘 노력 중이라고 했다. 그를 처음 만난 건 ‘7080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였다. 강연 중간중간 쏟아지는 질문들 속에서도 질문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보였다. 그가 말한 마음이 통한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그래서인지 짧은 시간 내 대답이 가능할까 싶은 질문에도 곤란한 표정 한번 없이 명쾌한 답이 나왔다. 당연히 질문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마음을 통하게 한다는 건 더운 날 바람길을 만드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그는 분황사 청보리밭을 닮아있었다./박선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6-13

“항일순국 ‘산남의진’ 무명 3人 의병의사 넋 기립니다”

(사)최세윤의병대장기념사업회(이사장 이상준)는 지난 6일 제68회 현충일을 맞아 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옥리 1467-3 산남의진 항일순국 무명삼의사총(無名三義士51A2)에서 일충회 회원 및 지역민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제를 지냈다. 산남의진 제2대 정환직 대장은 이곳에서 체포되어 대구형무소로 끌려가던 중 영천 조양각 맞은편에서 총살당하여 순국했다. 정 대장이 체포될 당시 함께 있었던 의병 세 사람도 일제의 도륙으로 희생되었다. 왜군들이 완전히 떠난 후 3일 만에 마을주민들이 심하게 훼손된 주검을 수습하여 3기의 무덤을 만들어 두었으나 광복이 되어도 돌보는 사람이 없었다. 마을 청년들이 가시덤불에 방치되다시피 한 무덤을 보살피기 시작했는데, 1995년 도로 확장공사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에 당시 청년 손용익옹(88) 외 4인이 현재의 자리로 이전하면서 3인 합장묘를 만들고 작은 비석도 세우고 벌초를 하는 등 관리를 해오고 있다.마을주민 박두수(83) 옹은 “해마다 관심을 가지고 현충일에 이곳에 와서 참배해주신 최세윤의병대장기념사업회와 일충회에 감사드린다”면서 “무덤을 처음부터 관리해 왔지만 나이가 있으니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을에 관리할 만한 젊은 사람들이 없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손무호(83) 옹은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이름도 알 수 없는 이분들의 숭고한 정신과 그 뜨거운 애국심을 본받고, 그 넋을 오래오래 기렸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한편 최세윤의병대장기념사업회는 앞으로도 추모제를 이어갈 것을 약속하면서 국가보훈처로부터 독립유공자로 포상은 받았으나 후손을 찾지 못해 전달하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까워했다. 박동림 의병(애국장 추서, 포항시 북구 신광면)과 정래의 의병(건국포장 추서,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후손들을 찾기 위해 거리에 현수막을 설치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두 분에 관해 아시는 분은 꼭 연락해달라고(연락처 010-8577-8292) 부탁했다./이순영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6-13

대구·경북의 미래는 ‘청년 인재’ 정착부터

대한민국의 미래는 지방에 달려있다. 하지만 지금의 지방은 인구와 경제 등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인구소멸로 인한 일자리 부족, 저출생, 고령화 등의 여러 가지 문제를 겪고 있다. 대구 경북 또한 수도권과의 교육 격차는 물론 진학과 취업으로 청년들의 수도권 이동이 심각하다. 지역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이 떠난다면 당연히 지역의 미래도 담보할 수 없고 지방대학들은 급속한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를 맞은 지 오래다. 지역의 산업단지와 공장들은 노동력을 확보하지 못해 외국인 의존도를 높이거나 사업을 접는 경우도 많다.이에 지역의 주력산업 육성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인한 청년인구의 유출 방지가 무엇보다 우선이 되어야 한다.통계청 지역 소득 자료에 따르면 대구의 산업구조는 3차 산업의 부가가치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해 서비스업 중심의 특성을 띠고 있고 경북은 농림어업 분야인 1차 산업의 부가가치가 총부가가치에서 가장 높았다.두 번째 산업인 제조업은 지역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전국 대비 감소 추세로 쇠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대구는 지역 내 총생산(GRDP)인 1인당 총소득은 6대 광역시 중 꼴찌이며 1인당 민간 소비는 한 명이 대구 경북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높지 않은데 씀씀이는 타 광역시보다 크게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 경북의 지역 청년 인재를 정착시키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자 지역의 대학과 기관들이 협력해 다양한 정책들을 실시하고 있다.첫 번째는 휴스타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대구 경북에 있는 고급인재의 역외 유출을 방지하고 청년들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산업분야 5개를 선정해 현장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업이다. 대구가톨릭대학교 4차 산업연구소, 영남대학교 정보통신연구소, (재)경북 IT융합산업기술원 3개 기관이 협력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ICT산업의 혁신인재 배출과 대구 경북 중점 추진사업인 메타버스 시티 구축지원 사업에 대응해 웹 서비스 프로그래밍, 메타버스 교육, 빅데이터 머신러닝 강좌를 운영한다. 대구가톨릭대학에서 4년간 교육생의 90% 이상이 취업에 성공하면서 ICT지역인재양성의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두 번째는 대구 경북지역혁신 플랫폼이다. 2022년 교육부 공모에 선정되어 경북대와 영남대를 비롯한 23개 대학, 14개 지역혁신기관, 200개 기업이 뜻을 모아 함께 출범했다.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미래차 전환에 대한 수요와 혁신기술에 대한 요구가 많아짐에 따라 미래성장산업 미래차전환 부품사업을 핵심 분야로 선정했는데 경북은 미래차전환부품을 대구는 전자정보기기를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와 협력한 이 플랫폼은 양질의 일자리와 청년의 지역 내 정착율을 높이는 선순환 구축을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지역의 청년 인재 정착 및 고용에 고심하는 한 교수는 “수도권 인구 집중은 인구뿐만 아니라 경제적 집중도 같이 일어난다. 보통 20대 초반에 좋은 교육의 기회를 위해 수도권으로 가고 20대 후반부터는 좋은 일자리를 가지기 위해 지역을 떠난다. 교수로 있으면서 졸업생들의 진로와 지역발전 이슈가 학생들에게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대구 경북의 미래를 위해 청년 인재 정착을 위한 정책들이 꾸준한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6-06

국악·사생대회서 가요제까지… ‘울진예술제’

울진에서는 매년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울진지회 주관으로 울진예술제가 열린다. 올해도 변함없이 12회째를 맞이하여, 6월 1일부터 4일간 연호공원 및 울진문화센터 일대에서 다양한 행사들이 있었다.1일 저녁 연호공원 야외무대에서의 동아리페스티벌을 시작으로 2일 저녁에는 예술제 개막식 및 축하공연으로 울진 읍내가 떠들썩했다. 3일에는 어린이 사생대회가 있어 아이와 함께 연호공원을 찾았다.유치부 및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린이 사생대회가 열렸다. 참가 신청을 하고 몇 가지 주제 중에 ‘바닷 속 이야기’를 주제로 선택한 아이는 그림에 집중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아이와 같이 온 부모님들은 돗자리와 캠핑용품을 챙겨 맛있는 점심을 먹으며 여유 있는 오후 시간을 보냈다.다양한 먹을거리와 체험 부스가 마련돼 지나가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며, 발길을 돌리기도 하였다. 옆에서는 울진금강송 전국국악대회가 열렸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한국인의 정서 때문인지 국악의 울림이 심장을 울릴 만큼 감명 깊었다.곱게 화장을 하고 한복을 차려입은 국악인들의 모습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았다. 국악을 각색한 밴드의 공연은 참가자들과 관객들을 신명나게 만들었다.울진연호문화센터에서는 4일간 그림, 사진, 서예, 공예 등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기도 하였다. 행사 기간 동안 가족 참여행사인 스마트폰 촬영대회도 있었는데, 해당 사진을 담당자에게 보내면 선정해서 상품을 주기도 하였다.마지막 날에는 금강송 가요제가 마련돼 군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었다. 주말 내내 풍성한 행사 덕분으로 눈과 귀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앞으로도 울진예술제와 같은 문화공연이 더욱 많아져 군민 모두가 이런 축제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사공은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6-06

‘안동 청보리밭 축제’… 초록빛 물결에 반하다

‘2023 안동 청보리밭 축제’가 6월 2일부터 4일까지 도산면 의촌리 시사단 일대에서 3일간 열렸다. 지난 2018년 처음 개최된 이후 2019년에 두 번째로 열리고 이후 ‘코로나19 사태’와 강 수위 변화로 인해 열리지 못하다가 4년 만에 재개됐다.1976년 안동댐이 준공되면서 물에 잠긴 도산면 의촌리에는 낙동강 물이 두 갈래로 흘러 마을이 섬 같이 보인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섬촌마을, 어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 하여 이름 붙여진 의인마을 등의 자연마을이 있다. 섬촌 북쪽에 있는 시사단(試士壇)은 정조 때 과거시험이 열리기도 했던 곳으로 강을 두고 도산서원과 마주하고 있다. 청보리밭과 더불어 강 수위가 낮아져 멀리서 바라만 보던 시사단을 직접 방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청보리밭은 약 30만㎡ 즉 축구장 100개 정도의 면적에 조성돼 하늘만큼 푸른 청보리밭의 청아한 풍경이 장관을 이루었다.의촌리 주민들과 안동시, 한국수자원공사 안동권지사 등의 노력으로 낙동강 상류 수변 지역에 친환경 경관단지를 조성해 청보리밭 축제로 거듭나게 되었다. 축제에는 전국사진촬영대회를 비롯해 포토존, 허수아비 만들기 등 체험과 전시, 먹거리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다.마을공동체가 축제공간을 조성하고 운영해 자생력 있는 문화공간 창출을 이루고 있는 만큼 해를 거듭해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사랑받길 기대해 본다.다만 행사장까지의 길 정비, 이동식 화장실 정비, 힐링 축제에 어울리는 분위기 조성, 도산서원 등 인근 관광지와 연계한 프로그램 운영, 고온에 야외에서 축제를 즐기는 관광객들을 위한 공용 우산 증정 등 좀 더 세심한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더욱 사랑받는 축제가 될 것이다.청보리밭이 주는 운치 하나로도 힐링 관광명소로 거듭날 수 있는 만큼 기존 축제가 가지는 야시장 같은 떠들썩한 분위기가 아닌 힐링 축제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아름다운 축제로 브랜드화 되기를 소망해본다.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6-06

포항 ‘맨발로(路)’ 30선서 함께 맨발걷기 하실래요

숲길을 맨발로 걸었다.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H와 신체검사에서 혈압과 고지혈증이 걱정할 단계라는 K가 지인의 추천으로 송도 솔밭에 조성된 흙길을 걷는다고 해 동행했다. 한 사람은 처음이라 발바닥에 온 신경이 쏠린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조금씩 걸은 사람은 처음보다 고통이 훨씬 줄었다고 했다.솔숲에는 맨발로 걷는 이들이 많았다. 방풍림으로 오래전부터 마을을 지켜온 소나무가 그늘을 드리워서 뜨거운 햇살을, 겨울엔 바람도 막아줘서 숲속을 걸으면 안온해진다. 걷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재미와 운동 효과를 위해 황토 볼을 채워 놓은 코너도 있다. 황토는 사람에게 좋은 기운을 주는 물질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조약돌도 크기에 따라 박힌 길을 지나면 지압 효과가 더 있다. 송도 솔숲은 계절 따라 장미, 맥문동, 꽃무릇이 피어서 걷는 이의 발뿐만 아니라 눈도 즐겁게 만드는 곳이다.포항시는 ‘포항 그린웨이 프로젝트’의 하나로 ‘맨발로(路)’ 30선을 조성 중이다. 소식을 들은 전국의 맨발 걷기 동호인들이 꾸준히 포항을 찾고 있다. 지난달 31일은 장수군청 공무원들이 송도 솔밭 도시숲을 방문했다. 올해 안산시청과 인천시시설관리공단, 경산·경주 맨발 걷기 동호회, 대구 카네기 모임 등 여러 기관·단체에서 송도 솔밭, 해도 도시 숲 등 ‘맨발로’를 다녀갔다. ‘맨발로(路)’는 우리가 사는 곳과 가까운 도시숲, 수변공간 등 자연에 조성된 맨발 걷기가 가능한 산책로를 말한다. 마사토, 황토와 같은 자연소재 포장을 최대한 도입하고, 맨발로 안내판과 걷고 난 뒤 발을 씻을 수 있는 세족 시설과 먼지 털어주는 기계, 신발장 등 편의·안내시설을 늘려가며 걷기를 즐기려는 시민 모두에게 좋은 쉼터가 되어 준다.맨발로(路)로 선정된 30곳 중에 먼저 맨발로 걷기 좋은 생활권 도시숲으로는 포항시를 관통하는 철길을 숲으로 만든 곳이다. 중간중간, 사이사이에 흙길을 만들어 맨발로 걷도록 했다. 그중에 효자교회에서 유강까지 가는 코스가 인기다. 은목서가 양쪽으로 늘어서서 향기로울 뿐만 아니라 댕그랑 풍경소리까지 더해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흙길이다. 또한 아름드리 소나무 숲인 기계서숲, 북천수 길을 자주 걸었고, 인덕산 자연마당 등이 조성되었다고 하니 곧 들러서 걸어보기로 했다. 수변공간 중에는 오어지 둘레길은 몇 번을 걸어도 좋은 곳이었다. 조박지, 천마지 둘레길과 송도해수욕장, 영일대해수욕장 등 물이 함께 있어 경치 보는 재미가 더해진다. 그 외에도 장량동 장미거리와 나무은행, 양학생활체육공원, 등 도심 주변의 접근성이 좋은 곳곳에도 맨발로를 만들어 맨발 걷기에 관심 있는 시민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호미곶을 따라 만들어진 해파랑길도 유명하다. 아름다운 해안선 215㎞를 따라 절경이 펼쳐지는 둘레길과 여러 드라마를 통해 전국적인 핫플로 떠오르고 있는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며 걷기를 동시에 할 수 있어서 좋다. 다만, 북천수 앞에 길을 만든다고 수십 년 자란 나무를 마구 자르고 공사를 하는 모습은 아쉬운 풍경이다. 자연도 사람도 다 귀한 존재이다.맨발로 걸으면 몸의 염증이 사라지고, 밤에 잠이 잘 온다. 지구에 가까이 닿는다는 의미로 접지라고 하는데 자연적으로 발 마사지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꾸준히 맨발로 흙을 접하면 생리통이 완화된다고 한다. 걸으며 나무에 사는 새소리와 바람 소리, 특히 포항은 파도 소리까지 덤으로 들려주니 스트레스가 사라져 머리가 맑아진다. 면역력을 높여주어 항암효과도 있다. 2023년은 맨발로 30선을 하나씩 찾아다니며 스탬프 찍듯 맨발로 걷기에 도전해보기로 하자.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6-06

에어컨 화재 예방, 실외기 점검부터

무더워지는 날씨로 인해 에어컨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어 여름철 주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에어컨 실외기 화재 위험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이달 초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올해는 엘리뇨가 찾아와 지역에 따라 폭염과 홍수, 가뭄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 30도가 넘는 날이 잦아질 것이라 예보된 가운데 에어컨과 냉방기기 사용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안전한 여름을 나기 위한 에어컨 실외기 점검은 필수다.소방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이후 경북에서는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기기로 166건의 화재가 발생해 인명피해 8명(부상 8명), 6억8천 만여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화재 발생 추이를 보면 2012년 12건 발생 이후 2018년 23건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해 16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장소별로는 주택이 50건(30%)으로 가장 많았고 공장·창고 등의 산업시설과 음식점·소매점 등의 생활시설에서 각 25건(15.1%)씩 발생했다. 특히, 냉방기기 화재 중 에어컨으로 인한 화재는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에서(64.3%), 선풍기 화재는 단독주택에서(86,4%) 대부분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화재 발생 원인으로는 전기적 요인이 83건(50%), 기계적 요인이 56건(33.7%), 미상 19건(11.4%) 순으로 나타났다.월별로는 무더위가 절정인 8월에 45건(27.1%), 7월 40건(24.1%), 6월 17건(10.2%) 순이며, 시간대 별로는 오후 4~6시 25건(15.1%), 오후 6~8시 24건(14.5%), 낮 12~오후 2시 19건(11.4%)으로 오후에서 저녁 시간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냉방기는 오랜 시간 사용하면 몸체 부분에 쌓인 먼지로 트레킹 현상이 생기고, 반복된 진동으로 체결 부위가 느슨해져 접촉 불량이 원인이 돼 화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점검과 청소가 중요하다. 또 에어컨 실외기는 야외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아 쓰레기와 담배꽁초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으니 주변을 깨끗이 해야 화재 위험을 줄일 수 있다.소방청에서 알려주는 예방법은 평소에 에어컨 점검이 중요한데 전선이 낡거나 벗겨지면 전문가를 통해 전선을 교체하고 실외기 소음과 진동이 평소보다 크면 즉시 제조업체의 점검 받기, 통풍이 잘되는 곳에 벽과 10m 이상 거리를 두고 설치하기, 실외기에 먼지가 쌓였다면 닦아주고 주변에 탈 수 있는 물질 치우기 등이다.포항지역에서 20여 년간 에어컨 설치와 수리 업무를 해온 A(54) 씨는 “실외기를 실내에 설치하는 매립 배관 형태의 경우 짐을 쌓아놓거나 갤러리(환기창)를 닫아 놓는 것이 큰 위험 요소”라고 강조했다. 또 “겨울에 갤러리를 닫아 놓는 데 비 맞을까 봐서 더 닫아놓는 분들이 많다. 실외기는 비를 맞아도 괜찮도록 설계되어 있다. 가정집이나 설치 현장을 다니다 보면 10곳 중에 7곳은 짐을 많이 쌓아두는데 보통 전문가 점검 시 가스만 넣으면 되는 줄 알고 짐을 치우지 않을 경우 발화성 물질이 많아 위험할 수 있다. 멀티탭 사용도 위험하다. 스위치형은 특히 선이 얇아 에어컨에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요즘 인버터 방식도 순간 전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실외기에 따로 전선이 들어가 멀티탭에 같이 꽂아 사용하면 똑같다. 여름철 에어컨 화재 예방을 위해 실외기 점검은 필수이고 불의의 사고를 피하는 길”이라고 말했다./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5-30

등짐 지고 고개 넘던 보부상의 흔적을 따라 가다

잊혀져가는 조선시대의 봉화 상무사의 문화 유적을 찾아 ‘봉화 보부상 보존연구회’ 회원들이 지난 11일 열두 고갯길(십이령)을 찾았다. 십이령은 봉화-울진간 열두 고갯길을 말한다. 봉화에서 다섯 고개, 울진 일곱 고개를 일컫는 말이다. 봉화 보부상은 봉화와 울진시장의 상권을 관리했던 단체로 1860년대부터 내성행상단으로 활동하다가 1899년에는 봉화 상무사로 활동했다.1866년 보부청을 설치해 전국의 보부상들을 통합했고, 1883년 혜상공국을 설치해 행상 또는 보부상으로 칭하게 되었다. 이는 각 도의 관찰사가 관리했다. 이 시기까지는 봉화의 옛 지명 내성 행상단이었으며, 1899년 중앙에서 상무사로 개칭이 된다. 이때 내성행상단이 봉화 상무사로 봉화 보부상은 봉화군과 울진군 2개 군의 권역 시장을 관할·관리했다.잊혀져 가는 보부상들의 흔적은 충청남도와 경상도 일부 지방에서만 유적이 남아 보존의 가치가 높다. 봉화 보부상의 유적은 십이령 샛재 조령 성황사와 성황사 내 중수기 시재기 등 현판에서 찾을 수 있다.울진 북면 두천리 ‘내성행상접장정한조불망비’와 ‘내성행상반수권재만불망비’가 있으며, 봉화 물야면 오전리 보부상촌과 위령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십이령 샛재 조령 성황사는 봉화 행상이 세운 성황당으로 선대 보부상들의 제소 역할을 했고, 봉화 보부상들이 모이는 장소였다.울진 지역은 봉화로 넘어오는 길목으로 봉화 보부상들이 먹고 잘 수 있는 20여 곳의 주막이 있던 곳이다. 울진에서 미역 생선 등 어물을 구입해 모이는 장소였으며, 이곳에서 잠을 자고 아침 일찍 봉화 지역으로 출발하는 기점이기도 했다.조령 성황사 현판에서 보듯 반수 권재만은 1878년 시재기에 이름이 있으며, 1878년 반수로 1919년 이전 현판에 전공사원으로 기록돼 있다. 또한 1903년 공사원 권재만이 강영원에게 발행한 임명장이 남아 있다.봉화 춘양장에서 출발해 울진 흥부장까지 십이령 모래재-살피재-막지고개-곧은재-꼬치비재-한나무재-넓재-저진터재-너삼밭재-샛재-바릿재-쇠치재가 이어졌고, 이 길은 160리를 3박4일 동안 등짐을 지고 걸어야 하는 험난한 고갯길이다.봉화에서 대마·담배·곡물을 울진 해안 지방에 팔고 돌아 올 때는 미역, 소금 생선 등을 구입해 내성장, 장동장, 후평장, 춘양장, 소천장 등에서 판매했다. 십이령을 넘을 때 100여 명, 적을 때는 30여 명이 무리를 지어 다녔고, 십이령 샛재, 두천리, 봉화 소천 자마리, 부내, 곧은재 초입 등에는 주막이 있었다.봉화 분천역 앞 덕달베리(벼랑길)에는 강으로 추락하지 않도록 쇠말뚝을 심어 잡고 다녔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이번 봉화 상무사 문화유적 답사는 봉화 고유 전통문화를 지키고 보존하는 봉화 보부상 보존연구회의 4번째 답사길이었다. /류중천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5-30

‘자인 한 장군 행렬’의 주인공 김영규씨를 만나다

최근 열린 ‘2023년 파워풀 대구축제’는 활기 넘치는 분위기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시민과 방문객들에게 즐거운 볼거리를 선사했다. 세대를 넘어 많은 참가자들은 열광에 빠져들었고 축제 분위기는 한층 더 빛을 발했다, 대구의 매력과 다양성을 알리는 기회가 제공됐고, 각종 경연과 퍼레이드도 다양하게 펼쳐졌다.경산자인단오제보존회는 경산시 자인면의 단오제를 보존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로 지역민과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단오제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며 단오제의 역사와 전통을 연구하고 기록하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그들은 전통음악, 무용, ‘한 장군 놀이’ 등의 원형을 보존하고 전수하기 위한 일들을 해왔는데, 이번 파워풀대구축제 거리 퍼레이드에 ‘자인 한 장군 행렬’로 참여해 동상을 수상했다.한 장군 호장행렬에 참여한 인원은 125명. 퍼레이드를 특색 있는 볼거리로 꾸미는 등 많은 정성을 들였다. 그런 노력은 구경꾼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결과로 이어졌고, 더불어 자인단오제의 역사적 가치와 아름다움을 대구 시민들과 방문객들에게 알렸다. 더불어 오는 6월 22일 열리는 ‘2023 경산자인단오제’ 홍보에도 큰 도움을 줬다.이날 호장행렬에서 한 장군역을 맡은 김영규(70)씨를 만났다.그는 “호장행렬은 제게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50년 전인 1969년 17세의 나이로 ‘제10회 전국민속예술 경연대회’에 한 장군 놀이 제관(祭官)으로 출전해 국무총리상을 받았습니다. 자인농업고등학교 시절엔 학교 옆에서 한 장군 묘가 발굴돼 현장을 지켜보기도 했죠. 한 장군 묘를 복원하는 데도 자인농업고등학교 학생들이 많은 역할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또 김씨는 “자인단오보존회의 호장행렬이 동상을 수상한 것은 기쁜 일이며, 모든 참여자와 함께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덧붙였다.김영규씨는 지난 수년간 한 장군역, 자인팔광대 본처 역 등을 수행하며 보존회를 지켜왔고, 경산자인단오제보존회 사무국장으로 일하기도 했다.마지막으로 그는 “내 삶이 다하는 날까지 문화의 힘이 지역민의 단합과 화합을 이루고, 보존회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은 경산시의 협력으로 통 큰 발전을 이뤄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문화를 보존하는 일을 개인의 영달보다는 지역과 이웃을 위한 일로 승화시키며 50년 넘는 세월을 자인단오보존회와 함께 살아온 ‘한 장군 김영규’씨의 눈빛에서 지역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묻어나왔다.한편, 오는 6월 22일부터 24일까지 경산시 자인면 계정숲에선 자인단오제가 열린다. 제44호 국가무형문화제인 자인단오제가 평범한 지역 축제에 그치지 않고 문화의 역사적 가치를 널리 알리는 격조 높은 행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민향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5-30

오층석탑이 지키는 마을 탑리리

탑리여중, 탑리역, 탑리교회같이 의성 탑리리는 명찰처럼 탑을 가슴에 달았다. 오래전부터 이곳에 탑이 있어서 동네 이름이 탑리리(塔里里)라고 한다. 원래 이름은 탑리였는데, 행정구역 개편으로 탑리동으로 바뀌었다가 1988년에 있던 지명 변경으로 탑리리로 개칭되었다고 한다.탑을 찾아가려고 탑리 오층탑을 내비게이션에 입력하니 없었다.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이 정확한 이름이다. 탑리여중 운동장에 세를 들었다. 아니 탑이 통일신라 시대부터 그 자리에 있었으니 탑리여중이 세를 든 거라고 해야 맞는 말이다. 많은 이들이 여중 교문으로 들어가는 실수를 하니, 세월이 멈춘 것 같은 모습의 서울세탁소나 논산칼국수를 찾아가면 높이 솟은 탑의 상륜부가 쑤욱 고개를 내밀어서 찾기 쉽다.의성 탑리리 오층석탑은 응회암과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높이 9.6m의 큰 석탑으로, 통일신라 전기에 만들어진 탑일 것으로 추정되는 아주 오래된 탑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형태가 상당히 온전하게 전해지고 있다. 소나무가 사방에 한 그루씩 서 있는 폼이 경주 능의 둘레솔 보다는 호위무사들이 경계를 서는 느낌이다. 둘레를 천천히 한 바퀴 돌면서 탑의 면면을 찬찬히 살피다 보면 저절로 우러르게 된다. 탑리리 오층석탑은 그 자체도 꽤 높은데다가, 위치도 넓은 평야에 있는 언덕 꼭대기에 자리 잡아 더욱 치솟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각 층의 지붕돌은 장대한 편이라 무게감까지도 상당한데, 배흘림 기법을 적절하게 이용해서 시각적인 안정감을 준다.탑이 서 있는 자리에 관해서는 현재 아무런 기록도 전하지 않고 탑 주변에 남아 있는 변변한 유구도 거의 없어서 본래 절터의 이름조차 알 수 없으며, 탑이 위치한 지명을 따서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탑이 있는 동네의 오층 짜리 돌로 만든 탑이라는 뜻이다. 자기 이름을 자기가 붙인 꼴이다.1962년에 국보 제77호로 지정되었다. 한반도 모전석탑 가운데 가장 초기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과는 형태를 달리하는데, 탑신을 벽돌형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지붕돌을 층층이 쌓은 형태로 다듬고 짜 맞추어서 처마와 지붕이 층단을 이룬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놨다. 다만 4층과 5층의 지붕돌은 다른 돌들로 짜 맞춘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돌을 깎아 만든 것이다.감실 외에 탑리리 오층석탑의 백미는 탑을 지탱하는 1층 모서리 기둥이다. 윗변이 좁고 아랫변이 넓은 배흘림기둥의 형태고, 2층부터 높이가 급격히 줄어들어서 석탑이 하늘 위로 치맛단을 들어 올린 듯하다. 배흘림기둥은 주로 목조건축에 많이 쓰였기에, 학자들은 탑리리 오층석탑을 벽돌로 만든 전탑의 축조 방법을 따르면서 목조건축 양식이 반영된 석탑이라고 말한다. 즉 초기 목탑의 형태에서 석탑의 형태로 바뀌어 가는 과도기의 형태라서 가치를 높이 인정받았다. 의성군에 있는 유일한 국보다.2012년 10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탑을 보수했다. 보수공사 내용 중 주요한 사실은 일제강점기의 탑 수리에서 탑신에 이름을 새기는 안타까운 일과 광복 이후 보수 시에 기단부 일부를 탑신의 재질이 아닌 화강암을 사용했기에 이번 상층부 해체 보수 시 탑과 재질이 같은 응회암으로 기단 일부를 교체하고 탑의 보수 및 보존공사를 마무리했다. 교체한 석탑 부재들을 보존 처리해서 마당 한쪽에 전시했다. 이 낡고 부서진 돌들이 통일신라 시대의 석공들이 어루만진 탑의 일부였다가 이제는 탑에서 내려와 휴면에 들었다는 사실을 되새기면 세월의 무게가 느껴져 가슴이 뭉클하다. 그 외 의성군에 보물은 관덕리 삼층석탑, 빙산사지 오층석탑 등 7점이 있다. 함께 찾아보면 좋은 여행 코스이다. /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5-30

갈수록 떨어지는 포항시 재정자립도, 적극적 세원 발굴해야

경북도 내 23개 시군 대부분의 재정자립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지역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포항시의 경우 지난 10년간 재정자립도도 계속 내리막길을 보여 지난 2010년 41.4%였고 2012년 42.6%로 최고점을 찍었으나 2020년부터 20%대로 추락했다. 이에 적극적인 세원 발굴 노력이 필요하다.재정자립도란 지방정부가 재정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어느 정도나 조달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세입만 따지고 세출은 고려하지 않으며 외부 의존 재원인 지방채 수입이 포함되어 있어 정확한 재정자립의 수준을 파악하는 데는 다소 문제점이 있지만 재정자립도가 높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재정자립도와 지역경제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 지방정부가 재정자립도를 스스로 확보할 수 있을 때 지역경제는 더욱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를 수 있다.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2022년) 전국 재정자립도는 45.3%다. 10년 전인 2012년(52.3%)보다 7%나 감소한 수치다. 지역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서울(76.3%), 경기도(61.6%), 인천(52.8%) 등 수도권과 계획도시 세종(56.9%)을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 전부 50% 미만으로 조사됐다. 경북(25.6%)은 30%도 못 넘고 전북(23.8%), 전남(24.2%), 강원(24.7%)에 이어 가장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에 속했다.통상적으로 재정자립도가 50% 이상인 지자체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정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재정자립도 50% 이상은 지자체가 중앙정부로부터 세입 절반 미만을 지원받는 구조라는 의미다. 반면 재정자립도가 30% 이하로 떨어질 경우에는 그만큼 중앙정부 지원을 많이 받아야 해 지방소멸 위험이 늘어난다.재정자립도가 낮아지면 지자체가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워진다. 이는 지역민 일자리 창출 및 생활 개선에 대한 기대를 저하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 중앙정부 지원에 의존하게 되어 자율성 제한, 자체 정책 추진능력이 줄어들고 결국 인구 감소로 이어진다.23개 시군이 속한 경북은 지난해 기준으로 2개의 시와 8개의 군이 재정자립도가 10% 미만을 기록했다. 경북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구감소 심각지역으로 꼽혔는데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북 제1의 도시 포항은 2020년(24.6%), 2021년(19.6%), 2022년(27%), 올해는 25.4%로 조사됐다. 20%대의 재정자립도를 가진 포항은 80% 수준의 국비지원 등이 없으면 살림살이를 해나갈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2021년 기준 인구 50만이 무너지기 전 전국 50만 도시, 경남 김해시(32.90%)와 비교를 해도 10% 이상 차이를 보여주었다. 또 재정자주도(전체세입에서 용처를 자율적으로 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재원의 비율)도 경북도 내 울릉도를 제외하고 22개 시군 가운데서 가장 낮았다.지방자치 전문가는 “지자체의 재정부족은 해마다 늘어나는 복지수요에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감당할만큼 세수구조가 풍족하지 않다”며 “지자체장과 의회가 머리를 맞대고 세원 발굴 등 재정자립을 높일 수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 결국은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인구를 늘리는 것이 지방재정을 탄탄히 만드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그러면서 “2000년대 초반 50%가 넘던 재정자립도, 재정자주도가 낮아진 것은 그만큼 세원 발굴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결과이다. 철강도시 포항은 지금이라도 철강산업과 병행할 수 있는 포항시만의 먹거리를 찾아야 재정자립도가 높은 탄탄한 지자체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5-23

형형색색 빛… 여행자 유혹하는 경주 대릉원의 밤

사람들이 잠이 들면 장난감이나 인형들이 살아나 움직인다. 혹은 신비로운 존재가 등장한다. 이 같은 형식의 영화나 이야기는 익숙하면서도 흥미로운 소재다. 지금 경주에는 저녁이 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곳이 있다. 대릉원에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면 하나둘 불이 켜지고 고분은 무대가 된다. 낮 시간 박물관에서 보았던 유물들이 자신이 잠들어있던 고분을 찾아 밤의 야상곡을 연주한다.천마총 발굴 50주년을 맞이해 준비된 미디어파사드로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 정도로 성황중이다.대형건물 한쪽 벽면에 연출되는 미디어파사드는 이미 국내에도 많이 소개되었으며 사람들에게도 익숙해졌다. 그러나 고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것은 국내 최초이다. 마치 접근 불가 신성구역의 경계가 열린 느낌이 들었다.목련이 피는 때가 되면 줄을 서서 촬영하는 포토존. 무덤 주인은 봄이 지나도 조용할 틈없이 또 한번 잠을 설치게 되었다. 이곳에선 멀티미디어 인터랙티브 설치 작가인 김희선 씨의 작품 ‘환생(Rebirth)’이 보여지고 있다. 순식간에 두 개의 고분이 두 개의 눈으로 변신한다. 커다란 두 눈이 깜빡거리는 신기한 모습에 많은 이들이 사진 촬영 하느라 여념이 없다.불국사에서 녹음한 법고 사운드가 현장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 내고 있다. 다음으로 듀오 작가인 뮌(김민선, 최문선)의 ‘도착하는 시간’에서는 색색의 둥근 공들이 능을 가득 채웠다. 단순한 형태의 이미지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어 소리나 내면 감정을 시각적으로 그려내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석 작가의 작품 ‘ENTER’가 등장한다.고분들 위로 하얀 선들이 겹쳐져 마치 다음 차원으로 넘어갈 수 있을 듯한 문 같은 느낌을 가지게 한다. 네 번째 ‘30번째 조우’는 전통회화나 고대 동양 신화에서 빌려온 이미지를 독특한 디지털 코드와 혼용해서 실재/가상이 혼재하는 특별한 시공간을 창출하는 이예승 작가의 작품이다.디지털 아트 중 작가와 관람객의 참여로 함께 작품을 만들어내는 인터랙티브 아트. 관람객의 참여가 필요한 만큼 흥미를 유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릉원 동문 쪽 외벽에 긴 줄을 서서 촬영 중인 관람객을 보니 충분히 성공한 듯하다.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인공지능센터 교수로 재직 중인 정성문 작가의 작품으로 관람객들이 사진을 촬영하면 저장된 이미지 위로 오버랩 된다. 금관과 신라인면 구슬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사람들은 금관이나 구슬과 합성되어 벽위로 흘러가는 자신들의 얼굴을 보고 꽤나 즐거워하며 실소를 터뜨렸다.빛으로 연결된 길을 따라 천마총으로 넘어가면 임대호, 석정민 작가의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내외부에서 각각 출토된 유물들의 형상으로 이루어진 작품들이 출력되고 있다.또 하나 이준·윤지현 작가의 작품도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유물들이 화려한 꽃배경 위로 춤을 추듯 등장한다. ‘유물군무’는 관람객들이 기상측정용 바람개비를 돌리는 방식으로 참여가 이루어진다. 출토된 다양한 유물은 물론 그날의 날씨를 그래픽 한 이미지들이 나타난다.라이트아트 예술가 그룹 TEAM NODE의 작품도 눈여겨 볼만하다. 연꽃 모양으로 설치된 무빙 레이저빔에서 쏘아져 올린 빛은 어두운 대기를 캔버스 삼아 이미지를 만들어낸다.그리고 움직이는 조형물을 말하는 키네틱 아트에 빛과 기술이 더해진 ‘죽엽군을 기억하다’. 신라 제13대 미추왕이 죽어서도 위험에 처한 나라를 구했다는 구국 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원형 그림통이 빙빙 돌아가며 그림자 연극 형태로 보여준다. 사운드 효과까지 더해져 몰입도를 더해준다.이 외에도 중간중간 빛과 스모그 효과, 별자리 등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미디어 아트쇼는 지난 4일 시작돼 6월 4일 종료될 예정. 관람료는 무료이며 시간은 저녁 7시에서 밤 10시까지로 9시 30분에 입장이 마감된다. 산책하기 더 없이 좋은 계절. 신비로운 경주의 밤으로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5-23

찔레꽃 장미로 피어나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 한 구절만 들어봐도 다 아는 국민가요다. 하지만 찔레꽃은 붉게 피지 않는다는 것이다. 5월 산과 들에 하얗게 피는 찔레꽃, 남쪽 나라는 남해안을 가리킨다. 바닷가 모래밭에는 붉게 꽃이 피는 해당화가 잘 자란다. 해당화를 지방에서 찔레라고 불렀다고 한다.찔레꽃은 들장미라고도 한다. 장미과이다. 햇살을 좋아해서 숲 가장자리의 양지바른 돌무더기에 자리를 잡고 영역을 넓힌다. 찔레꽃이 필 무렵은 모내기가 한창인 계절이고 이 시기에는 가뭄이 잘 들곤 한다. 그래서 이때 가뭄을 찔레꽃가뭄이라고 한다. 배고픔과 고통을 예견하는 꽃이어서 꽃잎을 따서 먹으면 배고픔을 잠시나마 잊고, 새순은 아이들이 꺾어서 간식으로 먹었다.하지만 노래 속에 그 꽃을 해당화라고 단정할 수만 없다는 설도 있다. 노래를 부른 백난아의 ‘찔레꽃’은 요즘 2절까지만 불리지만 원래는 3절이 있었다. ‘연분홍 봄바람이 돌아드는 북간도/아름다운 찔레꽃이 피었습니다/꾀꼬리는 중천에서 슬피 울고(중략)’ 이 노래를 작사·작곡한 김영일-김교성 콤비가 북간도 순회공연을 다녀온 뒤 일제 치하에서 고생하다 고향을 떠나 뿔뿔이 흩어져 살았던 동포의 애환을 담아 노래를 만들었음을 뒷받침하는 가사다.바닷가에 피는 해당화가 북간도 산골에도 피었다고 보긴 힘들다. 드물긴 하지만 붉은색 찔레꽃도 존재한다. 한국의 식물명과 분류는 일제강점기에 본격화됐다. 따라서 1942년 무렵 찔레꽃과 해당화, 장미에 대한 분류가 명확했을 리 없다. 가시 달린 꽃은 그냥 찔레꽃으로 통칭했을 가능성이 크다. 분명한 것은 그 꽃이 장미는 아니었을 거라는 점이다.찔레꽃(학명 Rosa multiflora)은 장미과 꽃이다. 영어명이 야생장미를 뜻하는 ‘wild rose’다. 찔레꽃이라는 말 자체가 ‘가시(찔레) 달린 꽃’을 뜻한다. 우리가 아는 장미는 유럽과 아시아에 피는 이런 찔레꽃을 모아 18세기 말 개량한 꽃이다. 장미과 학명에 들어가는 Rosa는 라틴어로 장미를 뜻한다. 한국적 관점에서는 장미도 찔레꽃 가운데 하나라고 봐야 한다.노랫말처럼 찔레꽃 붉게 피는 영일대 장미원을 찾았다. 붉은 장미뿐만 아니라 노랗게, 분홍빛으로, 또 하얗게 나라별로 무더기 지어 폈다. 5~6월에는 여름 장미, 9~10월에는 가을 장미가 나눠 핀다. 2017년 5월부터 포항시가 본격적으로 조성한 장미원은 장미 터널, 꽃탑, 마차와 같이 장미를 활용한 포토스팟은 사진을 찍지 않고 그냥 지나치기 힘들 만큼 정성스럽게 조성돼 있다.포항의 시화가 바로 ‘장미’여서 형산강 장미원, 철길 숲 등 포항의 대표 명소에서 장미 정원을 만나볼 수 있다. 한겨울에는 LED 장미를 설치해 사계절형 장미원으로 운영한다. 천만 송이 장미 도시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서 앞으로 포항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파란 바다와 빨간 장미의 싱그러운 조합이 떠오를 것이다. 장미꽃 붉게 피는 동쪽 나라 포항시라는 노래가 떠오를지도 모른다.지난해까지 장미 마차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면 바다와 영일대 누각이 배경으로 나와서 다른 시의 장미 정원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낭만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올해는 그런 풍경을 만날 수 없다. 공사 가림막 때문에 마차만 덩그러니 따로 논다. 또 아쉬운 점은 행사용 천막이 있어서 바다 풍경을 잡아먹었다. 거기에다 정치인의 플래카드가 도로 쪽에 붙어 있어서 화려한 장미가 보이지 않게 만든다. 장미가 만개한 5월부터 6월까지 영일대 주변은 장미와 바다만 보이도록 배려해야 관람객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5-23

‘빛공해’ 없는 밤하늘 보고 싶으시다면…

시골의 밤하늘은 도시보다 별이 밝게 빛난다. 빛공해가 없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빛공해’라는 단어가 생소하다. 빛공해란, 가로등이나 광고, 주거용 조명과 같은 인간의 활동에 의해 생성되는 과도한 인공적인 빛이 인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을 의미한다.대기가 투명해서 우주에서 인공위성을 통해 촬영한 영상을 보면 지구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이때 엄청 밝게 보이는 빛이 대부분 가로등이라고 한다. 별자리에 관심이 많은 아이와 함께 최근 영양군 수비면에 위치한 ‘반딧불이 천문대’를 찾았다.밤하늘 보호공원은 국제밤하늘협회가 전 세계에서 별빛이 밝은 밤하늘을 선정해 지정하는 공원이다. 2015년 아시아 최초, 세계에서 6번째로 영양군 반딧불이생태공원 일대를 밤하늘보호공원으로 선정하고 실버 등급을 부여했다.밤하늘보호공원 지정등급은 골드, 실버, 브론즈 3등급이 있다. 골드는 오염되지 않는 천연 자연에 가까운 밤하늘로 사막지대, 실버는 빛공해 및 타 인공조명으로부터 영향이 적은 양질의 밤하늘, 브론즈는 그외 필요 신청지대를 의미한다.반딧불이 천문대는 망원경을 이용한 천체관측 및 별자리 교육을 통해 직접 망원경을 조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었다. 그 외에도 일상에 가까이 있는 곤충이야기와 곤충액세서리 만들기와 같은 파브로곤충캠프, 여름밤 가족과 함께 떠나는 1박 2일 반딧불이 탐사 캠프 등이 운영되고 있다.낮에 방문하면 태양을 관측할 수 있는데, 시민기자가 방문한 날은 날씨가 흐려 구름이 태양을 가리고 있어서 망원경을 통해 태양을 관측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하늘 위에 떠 있는 태양과 예쁜 밤하늘을 보고 싶다면 한 번 방문해보길 추천해본다. /사공은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5-23

경주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경주 시내를 멀리서 바라볼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집들 사이로 우뚝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고분들이다. 지금부터 천년도 더 넘는 시절에 살았던 사람들과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터전이 한데 어울려 있기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신비감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꽃 구경을 하다 밤이 되면 능을 향해 조명이 켜진다. 낮에 보던 웅장함에 따스한 불빛이 더해 천 년 전 그 신라의 밤거리를 거니는 착각에 빠진다.그 가운데 약 3만8천평의 평지에 23기의 능이 솟아 있는 황남동의 대릉원은 고분군의 조명이 눈에 뜨인다. 경주에서 가장 큰 것이다. 경주 시내 한가운데에 있어 찾기도 무척 쉽다. 큰 나무 없이 잔디가 잘 입혀져 있어 동산같이 여겨지기도 한다. 1970년대에 엄청난 예산을 들여 공원화하기 전에는 멀리서도 황남대총의 우람하고 아름다운 능선이 한눈에 들어왔으나, 담장을 둘러치고 무덤 앞까지 주차시설을 만들고 무덤 안 길을 닦는 바람에 옛 정취는 사라지고 말았다.대릉원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은 내부가 공개된 천마총과 이곳에 대릉원이라는 이름을 짓게 한 사연이 있는 미추왕릉, 그리고 그 규모가 경주에 있는 고분 중에서 가장 큰 황남대총 등이다. 남아 있는 23기의 능 말고도 무덤 자리들이 수없이 많았지만, 봉분이 있는 무덤들만 남겨두고 모두 지워버렸다고 한다.대릉원의 각종 고분에서 출토된 대표적 유물들은 모두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천마총 발굴 50년 기념으로 박물관에서 여러 행사를 준비했다. 천마도 실물도 특별 전시실에 전시해놨다. 5월 4∼7월 16일까지 ‘천마, 다시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공개한다. 빛에 약한 그림이라 지금까지 단 세 차례만 공개됐다.발굴 당시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말다래는 두 장이 겹쳐진 채 출토됐다. 위에 있던 한 점은 손상이 심했고, 아래에 있던 것은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천마도는 아래쪽 말다래다. 이번 전시에선 두 점이 교체 전시된다. 아래쪽 말다래는 6월 11일까지, 위쪽 말다래는 6월 12일부터 7월 16일까지 전시된다. 박물관은 두 마리 천마를 번갈아 가며 만날 수 있고 유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그리고 ‘2023년 대릉원 미디어아트 대릉원 녹턴’이라는 제목으로 5월 4~6월 4일까지 밤마다 빛의 향연을 펼친다. 관람 시간은 오후 7시~밤 10시까지며, 오후 9시 30분 입장 마감이다. ‘신라의 혼, 빛의 예술로 밝히다’라는 주제로 테마가 있는 미디어아트가 능을 향해 쏟아진다. 5월 4일부터 대릉원은 무료입장이다. 경주시민 신분증이 있어야 무료였던 것이 모든 관람객으로 확대되었다.사월 초파일 즈음의 경주는 가로등보다 등불이 밝다. 길 곳곳에 색색의 등이 켜져서 모든 곳이 사찰인가 싶을 정도이다. 특히 금장대 야경이 압권이다. 기와 건물 전체에 조명이 밝혀지고 금장대 아래 산이 온통 불빛으로 감쌌다. 그 아래 강을 따라 등의 행렬이 길게 이어져 낮처럼 환하다. 이런 황홀한 풍경이 유유히 흐르는 형산강에 반영되어 지나는 이의 발길을 잡는다. 서서 넋을 잃다가 문득 카메라를 켜게 된다. 찰칵! 눈으로 한 번, 번쩍! 휴대폰으로 또 한 번 추억을 담는다. 5월 내내 경주의 밤을 밝힐 것이다.경주의 또 다른 야경을 꼽자면 교촌마을과 월정교, 동궁과 월지, 공연까지 열리는 봉황대, 경주 읍성 주변, 불국사에 밝혀진 등, 조명따라 색이 바뀌는 첨성대가 사진 명소이다. 이 곳을 편안히 해설사와 함께 보려면 경주 야경 투어버스도 운행한다. 시티투어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가능하다. /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5-16

하회탈 명장이 쓴 하회탈의 모든 것

‘하회탈, 표정의 미학’을 집필한 목공예명장 김완배 씨. 하회탈은 국보 제121호로 지정된 고려 중엽(추정)에 제작된 나무탈이다. 안동 하회마을의 허도령이 제작했다는 전설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회탈은 상하 좌우의 움직임에 따라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인간의 희로애락이 표현된 제작기법으로 뛰어난 작품성을 보여주고 있다.다양한 계층, 인간군상을 대표하는 14개의 탈로 제작됐으나 3개는 분실되고 현재 10종 11개의 탈이 전해지고 있다. 1964년 국보로 지정된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위탁 보관하다가 지난 2017년 12월 27일 고향 안동으로 돌아와 현재는 안동시립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다.하회탈 귀향 5주년을 넘기며 의미 있는 하회탈 연구서적이 나왔다. 국가무형문화재 목조각상 이수자이자 대한민국 목공예명장 김완배씨가 집필한 ‘하회탈, 표정의 미학’(안동시립박물관 발행)이 바로 그것.그간의 하회탈 연구가 학자들에 의한 연구였다면 오랜 세월 하회탈을 직접 깎아온 목공예명장이 전해주는 하회탈 이야기가 주목받고 있다. 그는 “하회탈을 깎는 과정에서 전통적 기법을 찾아가고 탈의 원형에 접근해가면서 받은 느낌과 감동을 기록해서 남겨야 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용기를 냈다”며 집필의 계기를 밝혔다. 일과 집필을 병행하다 보니 꼬박 5년의 시간이 흘렀다.“탈 깎는 일에 익숙하지 글 쓰는 일에는 영 서투르지요. 그래도 기존 연구자들의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있었고 그걸 내가 정리를 해야겠다는 마음은 항상 있었어요. 일을 하는 사람이니까 일하는 중간에도 한 구절 두 구절 생각나는 부분이 있으면 메모해놨다가, 일 마치고 저녁에 집에 가서 독수리 타법으로 타자를 쳤어요.”그는 ‘하회탈은 밝혀진 사실보다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 훨씬 많은 신비로운 탈’이며 연구자가 아닌 현장에서 하회탈을 깎아온 장인의 마음으로 하회탈의 실체에 다가서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특히 ‘하회탈의 구성과 성격’, ‘하회탈 제작과정’, ‘하회별신굿탈놀이와 예능탈놀이의 비교’를 통해 기존 연구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부분에 대한 연구와 분석이 돋보인다.하회탈은 각시, 양반, 선비, 이매, 할미, 초랭이, 중, 부네, 백정, 주지탈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 감정을 사회적 신분과 연결해 표현해낸 것이라 한다. 반세기에 걸쳐 하회탈을 직접 깎아오면서 그 원형에 다가가고자 시행착오를 거듭한 장인의 비밀노트가 공개된 것이다.후일, 어느 학자가 하회탈의 모든 신비를 밝혀주길 바라며 오늘도 작업실에서 그는 양반과 이매, 초랭이를 만나고 있다./백소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5-16

청도 읍성, 작약꽃길 걷다가 꽃자리정원으로…

청도군 화양읍 동상리와 서상리 일대에 위치한 청도 읍성은 본래 토성이었다가 1590년 조선 선조 때 석성으로 고쳐 쌓았다. 이 읍성은 조선 후기 읍성의 구조를 잘 보여주는 성곽으로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훼손되었다가 2005년부터 진행된 복원사업 덕분으로 현재는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소중한 청도의 자산으로 변모했다.읍성은 오래전부터 작약 야생화 수련 등이 유명했고, 올해도 5월을 맞아 붉은 작약을 신호탄으로 꽃들이 앞다퉈 피어나고 있다. 읍성을 따라 걷다가 출사 나온 어떤 사람의 설명을 듣게 되었다.“저쪽 동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읍성 뒤편에 식재된 붉은 작약을 감상하고 원두막을 따라 태극무늬로 만들어진 해자의 수련과 담담한 대화를 나눠보세요. 그런 다음 북문 공북루에 올라 성을 감상하고 정자에서 휴식 후 서문인 무회루까지 걸어보세요. 조선시대 객사인 도주관을 관람하고, 보물로 지정된 우리나라 최대 석빙고의 우수성을 확인한 뒤엔 향교에 들러 마음을 가다듬으시면 됩니다.”읍성 걷기를 마무리하고 석빙고와 향교 쪽으로 가던 중 정갈한 한옥을 발견했다. 2천 평 정도의 넓은 땅 곳곳에 진귀한 나무와 꽃들, 의미를 지닌 소품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찾는 이들을 위한 의자가 놓여 편안한 휴식을 즐기고, 석빙고와 향교로 향하던 중 건물 앞에 놓인 간판을 봤다.‘카페 꽃자리’. 이런! 개인 소유의 카페 정원에 허락도 없이 1시간을 머물다니. 미안함에 카페 안에 들어갔더니 오픈 시간이 한 시간이나 남았음에도 주인 이태호(70)씨 부부의 다정한 환대와 인터뷰를 할 수 있는 행운까지 얻었다.이씨는 “제가 이 집을 지은 건 20년 전쯤입니다. 소중한 문화재 읍성과 맞닿은 곳이라 집을 짓기 전에 많은 고민을 했어요. 현대식 건축양식은 읍성과 어울리지 않기에 한옥에 대해 공부를 한 뒤 직접 집을 지었지요. 식물을 좋아해서 하나둘 가꾸다보니 남들이 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정원을 통한 힐링으로 하게 됐네요”라며 웃었다.이곳에선 1년에 5회 음악회가 열린다. 비용은 이태호씨가 부담한다. 청도군민과 읍성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한 의미 있는 문화행사다. 가족이나 그룹(20명 이하)이 읍성을 찾고 꽃자리에 체험을 요청하면 야생화나 바위솔 심기 등의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무료 강의도 해준다. 이씨의 정원은 365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개방형 정원’인 셈이다.이씨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동화에서 읽었던 ‘거인의 정원’이 떠올랐다. 거인의 심술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쳤던 정원이 폐쇄되자 그곳에 봄이 오지 않았고, 춥고 어두운 겨울만 지속된다. 심술쟁이 거인이 마음을 고쳐먹고 정원을 다시 개방하자 아이들이 정원을 찾았고, 다시 새싹이 돋고 꽃이 피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꽃자리정원 이태호 씨의 염원처럼 한국에도 개방형 정원이 널리 알려져 걸어 잠근 사람들의 마음속 빗장이 열리고, 모두 함께 행복한 세상을 꿈꾸게 되길 소망해본다. 더불어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청도 읍성 방문과 ‘꽃자리정원 체험’을 권한다. /민향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5-16

어린이집·유치원 통합시스템 일원화가 먼저

“올해 아이가 다섯 살인데 어린이집에 다니다가 유치원으로 옮겼다. 그동안 어린이집도 좋았지만 교육을 생각했을 때 다양한 방과 후 수업 등 교육 프로그램이나 경제적인 지원 측면에서 어린이집보다 유치원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이 더 많아 좋을 것 같다 생각했다”(포항시 남구 대잠동에 거주하는 유치원 학부모 A씨)정부는 2025년부터 저출생 위기를 극복하고 가정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는 영·유아 중심의 질 높은 새로운 교육 돌봄 체계를 목표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통합할 예정이다.하지만 두 곳 모두 유아 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소관부처가 각각 달라 예산편성과 교육 지원에 있어 격차가 발생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부모와 아이에게 돌아가고 있다. 어린이집은 보육에 유치원은 보육보다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는 교사들의 전문성 격차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평등한 영유아 교육이 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적인 시스템의 일원화가 먼저인 이유다.교사의 자격을 보면 유치원에서는 2~4년제 대학에서 유아교육학과를 졸업한 자이거나 관련 교직 학점을 취득한 자를 채용하고 어린이집 교사들은 대부분 학점은행제를 통해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자이다. 이런 교사 양성 과정의 차이가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지원 시스템에서는 어린이집의 경우 보건복지부에서 보육료를 산정하며 해마다 광역단체장이 어린이집의 유형 및 지역적 여건을 고려하여 연도별 수납 한정액을 산정·결정한다. 반면 유치원의 교육비는 기본적으로 원장에게 자율권이 있지만 교육청에서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인상률이 과도하게 높지 않도록 점검하거나 동결 시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통제하고 있다.어린이집에 대한 지원은 보육료, 인건비, 운영비의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중 인건비를 지원하는 시설에는 영아반 교사 인건비의 80%, 유아반은 30%로 지원하고 있다. 운영비 지원은 영아 1인당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어 정원이 차지 않는 어린이집은 교사의 인건비 지급이 어렵다. 반면 유치원에서는 인건비는 교사에 대한 지원으로 교사에게 직접 비용이 지원되고 공립 유치원 교사일 경우 급여 100%가 지원되고 있다.경상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기준 지역 어린이집 1천463곳(6천599학급)에 3만9천226명의 0~5세 영유아가, 유치원 677곳(1천818학급)에 2만9천194명의 3~5세 유아가 다닌다. 각 시설의 정규 교육 돌봄 시간과 보육료, 식비 등에 편차가 있다 보니 맞벌이 부부들은 저마다 출퇴근 시간과 소득 등 여건에 맞는 시설을 찾아 보내기에 바쁘다.도는 현재 지급하는 어린이집 처우 개선비(1인 월 최대 46만원)를 유치원·어린이집 교사 인건비 격차 해소 목적으로 확대하고 국공립 어린이집도 21곳까지 늘린다. 민간어린이집의 법인 전환, 국공립 및 민간어린이집에 회계정보시스템 도입도 할 예정이다.영유아 전문가들은 “진정한 유·보통합은 교사의 자격 기준 등 시스템의 일원화가 먼저이다. 또 지역적 특성에 따라 영유아의 교육 관점이 달라지는 점 등을 고려해 경북형 유·보통합이 단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시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선정해 유보통합이 긍정적 효과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5-16

포항시, 여름철 집중호우 철저히 대비해야

포항시는 다가오는 여름철, 집중호우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포항지역에서는 태풍 ‘힌남노’로 인해 소중한 생명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태풍으로 인해 시간당 101mm, 4시간 강수량 기준 354.5mm의 폭우가 내렸다. 짧은 시간에 뿌린 양은 기상청에서 4시간 기준으로 205.9mm만 비가 와도 500년 만의 양이라고 평가하는데 포항에서는 약 2배 수준으로 쏟아졌다. 폭우로 인해 근처의 냉천이 범람했고 흙탕물이 포항제철소를 덮쳤다. 이 영향으로 제철소의 핵심인 고로 3기도 멈췄다. 제철소의 모든 고로가 멈춘 것은 1973년 쇳물을 뽑아내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었다. 이에 6월 준공을 목표로 높이 2m의 차수벽 공사도 서두르고 있다.또 포항시 남구 오천읍 일대 신광천 및 냉천 일대는 많은 피해가 발생했던 곳인데 2012년에도 이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어 근본적인 수해 예방 대책 및 관리가 필요했지만 정부의 정책 변화로 댐 건설이 안타깝게도 지연되었다. 2017년 3월에도 ‘항사댐 댐 희망지 신청’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협의회가 무산되었다. 올해 1월 수자원 공사에서는 포항시와 항사댐 건설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냉천·신광천 유역 수자원의 합리적인 이용 개발관리를 위한 업무협력 협약’을 체결해 태풍 및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실무협의회를 구성하고 상반기에 타당성 조사와 전략환경영향평가 등 댐 건설을 위한 후속 절차도 추진할 예정에 있다.항사댐 건설 사업은 총저수량 476만㎡로 높이 50m, 길이 140m의 홍수조절용 댐으로 건설된다.포항시민 이모(35·포항시 남구 오천읍)씨는 “오천은 항사댐이 필요하다. 매번 태풍 때마다 냉천 휩쓸려가는 거 보고 해야된다 생각하는데 홍수 때 뿐만 아니라 갈수록 가뭄도 심한데 수원 확보 때문이라도 필요하다. 지난해 오어사 상황을 보니 처참해서 할 말이 안 나오는데 댐이 없으면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될 것 같다. 아파트 건설보다 항사댐 건설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고 힘주어 말했다.2022년 하수도 정비 중점 관리 지역으로 환경부의 평가를 거쳐 포항시의 상습 침수지역인 4곳이 선정되었는데 대송면, 송도동, 연일읍, 철강 공단, 구룡포읍 등은 빗물펌프장은 증설될 예정으로 기존 펌프장 배수 능력을 20~30년 빈도에서 50년 빈도로 상향해 대형 태풍 등 기상이변에 대비할 계획이다. 2024년부터 정비사업을 착공해 2028년까지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에 있다.포항시민 장모(45·포항시 남구 오천읍)씨는 “최근에는 기후변화 때문에 국지성 호우와 태풍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해수면 온도가 높고 수증기도 많아진 상태여서 국지성 호우도 자주 더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특히 여름철 우수기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종숙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5-09

젊은 여성 떠나는 포항, 특단 대책 필요

포항의 젊은 여성들이 떠나고 있어 여성인구 유출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 도시인 포항은 경북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이다. 하지만 지난해 인구 50만이 무너진 후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 5년간 1만8천797명의 인구 유출이 있었는데 경북도 내에서 안동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수 관련 통계에서도 노령인구는 늘어나는데 전체 인구는 줄어 젊은 층 인구 유출이 심각한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포항은 남자 비율이 높은 도시로 20~30대 청년 여성의 인구가 많이 감소해 대책을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남자 인구는 25만3천278명이며 여자 인구는 24만6천576명으로 여성인구의 감소세가 수치로 뚜렷하게 뒷받침하고 있다.포항시는 인구 50만명을 유지하기 위해 2021년도에 인구정책 기본 조례를 만들고 주소를 이전한 주민들에게 정착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5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했지만 끝내 인구 감소를 막지는 못했다. 도시의 유출 인구는 사회 전반적인 저출산 현상과 맞물려 일시적인 지원금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젊은 여성인구 유출은 공업도시가 갖는 공통점이자 일자리가 제조업에서 지식산업으로 넘어가는 시대적 과도기에 겪는 문제점이기도 하다.대학생 A씨(22·포항시 남구 해도동)는 “요즘 인기가 많은 미디어 관련한 영상 제작을 공부하고 있다. 나와 비슷하게 방송인이나 언론인이 되고 싶은 친구들은 ‘큰물에서 놀고 싶다’, ‘포항은 너무 작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까 친구들도 그렇고 다들 서을로 올라가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주부 강모(36·포항시 남구 대이동)씨는 “제가 일할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아이를 키우면서는 더 그렇다.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나 서비스직이 많아 단기간에 소모적으로 일하고 경력과 계약이 종료되어 지속성이 없는 일이 많다. 이런 일자리가 장기적으로 경력에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대도시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결혼 후 포항으로 온 친구도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여성 친화도시로 재지정 되었는데 여성을 위한 정책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일자리 정책은 대부분 제조업에 머물러 있고 여성 정책은 주로 보육과 돌봄 제공에 머물러 있다. 이런 정책들은 청년 여성의 이탈을 막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청년 여성 인구의 감소는 인구 소멸과 직결되는 만큼 여성 일자리에 특화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인구 정책 전문가는 “좋은 일자리와 좋은 학교가 있다 하더라도 실제 정주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여성의 인구가 중요하다.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에 정책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5-09

의성 고운사의 불두화

절마다 하얀 꽃이 피기 시작했다. 꽃은 주먹만한 크기로 가지마다 복스럽고 탐스럽게 달렸다. 무거울 정도로 풍성하게 펴 빗물을 머금어서 가지가 휠 정도이다. 5월에 들며 자주 봄비가 내려 꽃을 피우려고 준비한 불두화에게 영양분을 넣어주는 듯하다. 처음 꽃을 피울 때는 연둣빛이다가 점점 하얀빛으로 변한다. 6월 꽃이 질 무렵엔 누런빛이 되어 떨어진다. 꽃을 오래 볼 수 있어서 좋다.의성 고운사 가까이 가면서부터 가로수가 하얀 불두화이다. 은행나무 가로수 그늘에 키 낮은 불두화가 앉아 잘 어울린다. 가로수 좌측에 최치원 문학관 건물이 있고 그곳에서 시 쓰기 행사가 있다고 플래카드가 걸렸다. 최치원의 호가 ‘고운’이다. 그러니 고운사가 최치원과 깊은 사연으로 엮여있을 것이다. 궁금해하며 다다른 주차장 둘레에도 빙 둘러 몽싯한 꽃들의 향연이다.차를 세우고 절까지 걷기로 한다. 걷기 명상을 하라고 그 옛날 최치원이 걸었던 흙길을 걸어 보라고 안내판이 걸렸다. 키다리 소나무와 아기단풍나무가 길 양옆으로 줄지어 서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다. 덕분에 시원한 그늘이 만들어져 걷기에 더 좋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 맨발로 걸으며 최치원의 향기를 느껴보아도 좋겠다.최치원은 12세에 당나라로 유학 갔을 정도로 뛰어난 인재였지만, 6두품이라는 신분이라 신라에서 성골 진골과 겨루기는 힘들었을 터이니, 당나라에서 공부하기로 했을 것이다. 유학 6년 만에 당의 빈공과에 장원으로 급제하였다.귀국 직후 당에서 쓴 글을 모아 헌강왕에게 바쳤던 ‘계원필경(桂苑筆耕)’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개인 문집으로 꼽히며, ‘삼국사기’에 실려 있는 ‘난랑비서(鸞郎碑序)’는 신라 화랑도의 사상적 기반을 말해주는 자료로 주목받는다. 경주 최씨의 시조로 모셔지고 있다.신라 신문왕 원년(681년)에 의상조사가 창건한 사찰로 창건 당시는 고운사(高雲寺)라 하였으나 200여 년 뒤, 고운(孤雲) 최치원이 이곳에서 수도하면서 가운루와 우화루를 지은 후 그의 호를 따서 고운사(孤雲寺)라 하였다.백당나무를 개량한 불두화가 연수전 앞에 만발했다. 꽃의 모양이 부처의 머리처럼 곱슬곱슬하고 부처가 태어난 4월 초파일을 전후해 꽃이 만발하므로 불두화라고 부르고 절에서 정원수로 많이 심는다. 무성화이므로 열매를 맺지 않아 그 의미로 절의 정원수로 많이 심다가 탐스런 꽃에 반해 요즘엔 집 정원에도 많이 눈에 뜨인다.꽃 모양이 수국과 비슷해서 많이들 수국이려니 한다. 잎의 모양으로 구분한다. 수국의 잎은 깻잎 모양이고 불두화는 세갈래로 나뉘었다. 한방에서는 팔선화라고 부른다. 잎과 꽃 뿌리는 약재로 쓰이며 상처를 치료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 진통의 효능이 좋고 잘 놀라는 사람에게 처방한다. 잎과 꽃과 뿌리를 달여 마시도록 한다.남다른 능력을 지녔으면서 자기 뜻을 다 펼치지 못하고 은둔하며 여생을 보낸 최치원이 열매를 맺지 못하는 불두화와 닮았다. 그래서인지 고운사 곳곳에 하얀 꽃 무더기들이 놓여 깊은 골짜기를 환하게 밝힌다.5월의 경북 의성은 고운사와 더불어 볼거리가 다양하다. 조문국 박물관 앞에 조성된 작약꽃밭에서 인생샷을 찍고, 사촌 전통마을의 가로숲에서 힐링도 하고, 빙계계곡에 가서 더위를 식혀봐도 좋다. /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5-09

봉화 ‘효자각’서 효심을 되새기다

봄 햇살 가득한 들녘을 지나 많은 사연을 실어 나른 철길이 가로지르는 마을 봉화 법전면 엉고개길 아현. 철길 밑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면 네댓 가구가 살아가는 작은 마을이 보인다. 속이 빈 느티나무 한그루, 그간 풍상이 오죽했으면 원목은 검게 삭았는데 봄과 함께 소생하여 금홍달의 효행을 후대에 전하려는 듯 안간힘을 다해 견디는 모습이 가상하다. 효자 금홍달이 부모 봉양을 위해 지은 애일당과 물고기를 기르던 연못 주변은 야생화와 철쭉의 도란거림, 바람 소리, 새 소리로 가득했다.봉화군 법전면 풍전2리 엉고개 아현마을, 효자 애일당 금홍달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다. 1808년 순조 8년에 정려비가 내려진 마을이기도 하다. 돌담이 지형 따라 정자 삼면을 감싸고 정면 앞으로 커다란 연못이 자리 잡고 있다.이 집의 연못, 연꽃과 돌 하나에도 부모를 모시는 애틋한 마음이 깃들어 있어 고운 향기로 다가온다. 금홍달은 본관이 봉화로 ‘망안가’와 ‘금씨수친곡’이 전해질 정도로 효성이 지극했던 사람.부친상을 당했을 땐 몸이 쇠약해졌는데도 모친 봉양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삼형제가 한 방에서 기거하며 좋은 날과 절기에 음식을 장만해 잔을 올렸으며, 어린애처럼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춰 부모를 기쁘게 했다.모친이 입맛을 잃을까 걱정해 연못을 만들고 물고기를 길러 날마다 구워 드렸고, 나이가 많아지고 병치레가 잦아 침상에 누워 있자 밤낮으로 음식 시중에 잠자리까지 살폈다고 전한다.이어진 철길 너머로 한적한 들녘. 양지 바른 산기슭에 넓게 잔디를 깔고 봄 햇살 한가득 안은 금홍달 효자각 안에는 ‘효자 금홍달 지각(孝子 琴弘達 之閣)’이라 적힌 비문이 현재를 돌아보게 한다.‘효’는 인간의 근본이며, 이어가야 할 정신이다. 정려각을 찾은 시간은 오늘을 사는 우리를 돌아보고, 또한, 나를 돌아본 귀한 시간이었다./류중천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5-07

‘참봉’ 박효길 씨를 아시나요?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이 있다. 아주 특이한 직업부터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직업군까지. 이번에 소개할 직업은 첫 번째 경우다. 매우 드물고 사극에서나 들어본 참봉. 5월 6일 이도임식을 끝으로 3년간의 참봉 생활을 마친 박효길 전참봉을 만나보았다. 올해는 참봉제도가 도입된 지 300년이 되는 해로 좀 더 특별함을 가진다. 홍살문을 지나 숭덕전에 들어서 시조인 박혁거세 왕의 65대손인 박효길 전참봉을 만날 수 있었다. 오래된 가구와 장식품들에서 시간의 흐름이 느껴졌다. 시간이 흘러 낡긴 했지만 정성으로 다룬 흔적들이 곳곳에 보였다.파란색 의복을 갖춰 입은 채 마주한 전참봉의 얼굴에선 온화한 미소 속에서 숭덕전을 지키는 이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전 건강보험관리공단(경주-포항-울릉) 지사장을 지낸 그로부터 건네받은 명함에는 참봉 이전 삶을 보여주는 이력이 가득하다.그중 송정문중이란 글자가 보인다. 울산 송정은 독립운동가 박상진 의사가 태어난 곳이다. 송정 문중 회장을 역임하는 동안 함께한 의사의 사업에 대해서도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통 전참봉의 임기는 2년이지만 불가피한 사정에 의해 3년째 봉직 중이다.가장 먼저 한 질문은 어떻게 참봉이 되는 것인가였다. 참봉이 되기 위해서는 종친 사업에서 쌓아온 활동들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 활동들을 토대로 중앙의 상임위원회(신라오릉보전회)에서 토의를 통해 추대된다. 결정된 사항을 경상북도에 알리면 도지사의 임명장이 수여된다. 그리고 통상 2년의 임기 동안 숭덕전에 머무르며 생활하게 된다. 이를 수직봉심이라 하는데 이는 숭덕전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 2년이란 긴 시간 동안 한 곳에서 머무르며 지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남한 유일의 국전이라는 자긍심으로 지켜왔다.다음으로 일반인에게 생소한 참봉을 역임하게 된 이유를 질문했다.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조부였다. 조부께서 선대 전참봉을 역임하셨다. 그 영향으로 본인 또한 오랜 기간 동안 문중일과 신라오능본존회 경주직할본부 회장 등으로 참여하다보니 어느덧 242대 전참봉이 되었다.그렇다면 그곳에서의 일과는? 전참봉 개인의 일과는 새벽 5시 기상으로 시작된다. 날씨 변화에 상관없이 매일 새벽 5시 일어나 6시부터 능을 돌며 네 번의 절을 하며 살피는 것을 임기 동안 행한다. 절을 할 때 왕은 네 번, 부처는 세 번, 일반 조상은 두 번인데 이는 왕의 위치를 알려주는 대목이다.개인 일정 이외에 숭덕전 행사는 크게 춘분대제와 춘추대제가 있다. 이전에는 청명대제도 있었지만 춘분대제 이후 곧이어 이루어지는 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다시 동원되기가 쉽지 않아 지금은 앞의 두 대제만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그리고 매월 초하루와 보름이 되면 전날 10개의 각 능을 돌보는 10명의 능참봉들이 찾아와 추보원에서 머무른다. 다음날 새벽 3시가 되면 준비를 시작해 숭덕전에 가서 인사를 드린다. 이후 각각 능에 예를 올린 다음 파손된 부위나 변화가 없는지 등을 점검한다. 전참봉은 이들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인 셈이다.끝으로 숭덕전에서 3년의 시간을 보낸 소감을 청했다. 팔십이 넘은 나이에 이곳으로 와서 당시 건강했던 모습으로 다시 나갈 수 있는 것은 이곳에 계신 왕들과 조상들의 은덕이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과거가 아닌 지금이라 밝힌 박 참봉. 그에게 숭덕전이 어떤 존재인가를 더 이상의 부연 설명 없이도 알 수 있게 하는 답변이었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기 마련인데 그의 소감은 이색적이며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 /박선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