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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시대의 눈

구미문화예술회관에서 좋은 그림 전시가 있다는 소식을 이제야 들었다. ‘한국근현대명화전-시대의 눈’이라는 제목의 대규모 전시로, 한국 미술의 초석인 작품들로 엄선했다. 고려대학교박물관의 소장품으로 20세기 한국 미술의 변천을 살펴보는 의미를 담았다. 급변하는 근현대사와 발맞추어 성장한 한국 미술은 일제강점기, 6·25 전쟁, 군사정부, 민주화 등의 굵직한 역사 속에서 시대를 느끼고 대중과 소통하며 미래에 메시지를 남겼다.이번 전시는 작가 54명의 작품 61점을 시대별 5개의 키워드 ‘계승, 수용, 혁신, 자립, 융합’으로 구성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화가의 작품이 걸렸다니 늦기 전에 먼 거리라도 단숨에 달려갔다.구미를 여러 번 갔지만 문화예술회관은 처음 방문했다. 주차장을 찾으러 주변을 한 바퀴 돌며 붉은 건물의 앞뒤 풍광을 다 보았다. 포스가 남달랐다. 앉은 폼이 벌써 예술을 담았다고 온몸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누가 지은 것일까 검색해보니 김수근 건축가의 유작이었다.주변 건물들에 가려져 있지만 문화예술회관은 눈길을 끄는 붉은 벽돌의 성처럼 단연 돋보인다. 1989년 완성된 이 건물은 지방 도시 최초의 문화예술회관으로 기록되었다. 타 도시보다 먼저 건립된 것은 그 당시 전자산업도시로서 도시가 빨리 성장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문화예술회관 건물은 장중한 화강석 외장의 건물인데 구미문화예술회관은 오래된 유럽의 성당 같은 분위기다. 공연장 로비 홀 벽면에는 설계 당시 건축가의 콘셉트 스케치가 남아 있다.김환기의 ‘월광’, 노수현의 ‘송하관월도’, 박수근의 ‘복숭아’, 이중섭의 ‘꽃과 노란 어린이’, 장욱진의 ‘나무가 있는 풍경’, 천경자의 ‘전설’, 이숙자의 ‘청맥’, 배찬효의 ‘의상 속 존재-신데렐라’등 주옥같은 명작들을 전시했다.61점의 작품이 모두 눈길을 끌지만, 그중에 더 시선을 사로잡은 작품은 이응노의 ‘등나무’였다. 그의 30대 후반 작품으로 등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대문을 통해 들여다본 한옥의 한 장면이다. 한때는 살림 규모가 제법 컸을 것 같은 기와집에 할머니가 어린 두 손자를 돌보고 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낡은 집에는 어울리지 않게 비현실적으로 화사하게 핀 등꽃과 어울려 가슴이 싸하다. 낡은 대문에 붙은 태평양전쟁 포스터가 아픈 시절을 대신 전해주는 듯하다. 4월이면 초등학교 운동장마다 보랏빛 등꽃이 피어 향기를 흩뿌리고 바람에 홀연히 낙화하여 바닥을 또 물들인다. 등꽃이 마르기 전 전쟁에 나간 아버지가 돌아오길 기도하게 하는 그림이다.또 하나의 작품은 이종구의 ‘명환 아저씨’다. 그림 설명이 궁금해 가까이 가 읽어보니 1987년에 부대 비닐에 유채로 그렸다고 한다. 농부의 주름진 얼굴과 한껏 차려입고 장에 가는 길에 만난 모습, 가슴 부분에 초록색으로 ‘찐 눌린 밀쌀’이라고 상표명이 선명하다. ‘찐 눌린’이라는 글자가 고단한 농부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것 같아서 한동안 그림 앞에 서 있었다.그 외에도 2021년에 작고한 김창렬 화가의 물방울 그림도 보고 2층으로 올라가면 체험 공간을 마련해놨다. 주의 깊게 살펴보기란 제목의 안내장을 펼치고 책상에 앉아 미리 놓아둔 그림 도구로 이종우의 ‘응시’를 보고 느껴진 감정이 무엇인지 낱말을 찾아보았다. 그 아래 박수근의 ‘복숭아’의 화면에 돌의 거친 질감을 느껴보고, 이대원의 ‘농원’은 색색의 점에서 색깔을 찾아내는 경험도 했다.이 모든 전시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전시해설 프로그램은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김순희 시민기자

2024-03-05

대학생들 천원의 아침밥, 초·중·고로 이어지길

대학생들의 든든한 아침 한 끼, ‘천 원의 아침밥’이 올해도 계속된다. 고물가 시대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지 않은 대학생들에게 인기 있던 든든한 아침밥이 예산 부족으로 지난해 2학기부터는 축소 위기를 겪는 등 중단위기에 처했지만 올해는 정부에서 지원 단가를 천 원에서 이천 원으로 인상함으로써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됐다.‘천 원의 아침밥’은 2017년부터 시작되었지만 지난해 초부터 인기가 크게 높아졌다. 처음에는 쌀 소비 촉진을 위한 목적과 청년층의 결식률(2022년 기준 59%)을 낮추기 위해 시작되었는데 고물가에 식비 부담을 느낀 대학생들의 반응도 높아져 오픈런을 하는 등 천 원의 아침밥을 이용하는 학생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이처럼 대학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천 원의 아침밥’이 한편으로는 성장기에 있는 초·중·고 학생들에게도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초·중·고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결식률(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중·고등학생은 2~3명 중 1명꼴로 아침을 거르는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의 청소년 건강 검사 표본 통계와 건강 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 5일 이상 아침을 거르는 청소년이 10명 중 4명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들의 아침 결식률은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온 문제지만 최근에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그 이유를 보니 ‘시간이 없어서’가 가장 많았다. 아침 식사는 어느 시기에 있던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특히 성장기의 학생들에게는 아침 식사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청소년기에는 아침밥을 먹음으로써 음식을 씹는 행위가 뇌 활동을 활성화해 집중력을 높이는데 큰 도움을 주고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또 우울감과 피로감도 줄일 수 있다.대학생들에게 ‘천 원의 아침밥’은 올해도 뜨거운 반응을 보일 거라 예상한다. 하지만 그동안 청소년들의 결식률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간과된 느낌이다. 몇몇 지자체나 교육청에서 청소년들의 아침 식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시간이 없어서’ 아침을 못 먹는다는 청소년들에게 공교육 안에서 건강한 아침 식사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허명화 시민기자

2024-03-05

늘봄학교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

곧 새 학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새 학기의 설렘보다 초등 늘봄학교(늘 봄처럼 따뜻한 학교) 이야기로 뜨겁다. 현재 이 늘봄학교를 두고 각자의 위치에서 이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이 있다. 3월부터 늘봄학교는 2천여 학교가 초등 1학년부터 시작해 2학기 때는 전국으로 전면 시행된다. 2026년에는 초등학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다. 교육부 통계를 보면 올해 1학기 늘봄학교 운영 비율은 전국 평균 44.3%로 나타났다. 대구와 경북에서는 각각 30.2%, 32.1%로 초등학교 222곳에서 운영되는데 전국 평균보다 아래다.늘봄학교는 먼저 학부모의 돌봄 부담을 줄이고 저출생과 여성의 경력단절, 사교육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교에서 하던 기존 돌봄에 방과 후 활동이 더해진 것이다. 또 기존 정규교육 과정 이외의 정해진 시간에 하는 돌봄이 아니라 등교 전 늘봄(오전 7시)을 시작으로 학교 수업 종료 후 늘봄과 저녁 늘봄(오후 8시) 까지 이어진다. 당연히 프로그램 이용비는 무료다. 여기서 돌봄 공백 해소를 희망하는 부모님들은 반기고 있지만 아이들이 늦게까지 학교에 머물러야 해서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늘봄을 할 인력 문제와 늘봄 공간, 기존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나는 등 혼란스럽기만하다.자신의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올해 늘봄학교를 운영한다는 한 학부모는 “아침 7시 반부터 저녁 7시 반까지 늘봄이 이루어지는데 간식과 저녁까지 주니까 괜찮아서 신청하고 싶은데 한편으로는 아이가 너무 학교에 오래 있는 것아 안쓰럽기도하다. 학부모들이 얼마나 신청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는 “근처 지역아동센터에도 오후 5시 되면 아이들이 집에 간다. 아이들이 힘들 것 같은데 늦게까지 운영된다고 해도 그 시간에 아이들이 많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지역의 한 초등교사는 “돌봄이 들어오면 학교가 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이 약화되고 교사의 업무 부담 또한 늘어날 것으로 본다. 또 학교마다 운영하는 프로그램에도 차이가 많다. 도시와 농어촌 지역 등 고려할 게 여러 가지다. 단위 학교가 아닌 늘봄학교 통합센터가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이런 가운데 경북에서는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온종일 돌봄을 위한 ‘우리동네 돌봄마을’을 통해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 어디서든 돌봄이 가능하게 하는 경북형 늘봄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지역의 대학과도 협업해 늘봄학교에 필요한 인적 자원 양성에도 힘쓴다.경북은 교육청의 늘봄학교 운영을 강화하고 중소기업에 다니는 학부모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자녀가 초등학교 2학년까지 아이 돌봄 시간도 지원한다. 등하교 동행 시간 도입, 아이 동반 근무 사무실 별도 운영, 자녀 돌봄 친화 근무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등의 학교와 지역사회를 잇는 거점형 돌봄센터도 갖춘다. 이를 통해 경북형 완전 돌봄이 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한 학부모는 “내 집 가까이서 아이의 늘봄이 이루어진다면 부모의 입장에서 안심할 수 있을 것 같고 정말 좋은 정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 돌봄이 아니라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학교 밖의 지역의 공동체 자원을 활용한다면 수요자 중심의 멋진 늘봄학교가 될 것 같다”고 했다./허명화 시민기자

2024-02-27

봉평 신라비와 냉수리 신라비

울진 여행 중이었다. 죽변의 해안 스카이레일을 타려고 가다가 ‘봉평리 신라비’라는 안내판을 보고 차를 세웠다. 드넓은 주차장에 들어가니 신라비 전시관 건물이 웅장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신라의 비석이라 하니 구석에 돌로 된 비 하나 섰겠지 하는 우리의 예상이 빗나갔다.신라비의 중요성 때문인지 전시관 규모가 상당했다. 주차장에 공중화장실과 도서관이 함께 있었고, 입구에 울진 곳곳에 있던 비석들을 한곳에 모아 놓아 비석거리를 조성하였다. 여기 비석들은 조선시대 강원도 관찰사, 평해 군수, 울진 현령 등을 지낸 지방관들의 공덕을 칭송하여 세운 선정비와 불망비 송덕비였다.제1전시실에서는 울진 봉평 신라비가 발견된 이야기와 1500년 전 신라의 어느 날을 상세히 적어 놓았다. 1988년 1월 죽변면 봉평 2리 118번지 논을 갈기 위해 작업을 하던 중 발견하여 신라 비라고 확인했다. 오래 땅속에 묻혀 있었던 까닭으로 비문의 일부가 마멸되어 정확한 판독이 어려우나 신라 법흥왕 11년(524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신라가 영토확장으로 동해안 지역에 실직주(悉直州)를 설치하고 이곳 거벌모라(居伐牟羅·봉평)지역을 새로 편입함에 따라 주민들의 신라 부속 반대를 위한 항쟁사태가 일어나자 신라가 이를 응징하기 위해 육부회의(六部會議)를 열고 대인(大人)을 파견하여 벌을 주고, 다시 대항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편 및 신라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비를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비는 사각장방형의 자연석 화강암에 한 면을 다듬어 비문을 새겼는데, 규모는 작지만, 형태는 고구려 장수왕 2년(414년)에 세운 광개토대왕비와 유사한 고구려계의 특징을 보인다. 비문은 예서풍의 10행 398자로 완벽한 판독문이 제시되어 있지는 않으나 당시 신라가 동해안 지역에까지 영토를 확장하였으며 노인법, 장형의 기술로 볼 때 법흥왕이 율령을 반포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과 연결된다. 또한 육부회의가 이때에도 행해졌음을 알 수 있고, 법흥왕을 매금왕(寐錦王)이라 했으며 각 부의 신료들과 함께 명령을 내려 당시 신라 왕권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비는 당시의 신라영토, 율령 체제, 왕권의 한계, 관료제도 등을 알 수 있는 자료로 가치가 크다. 국보 제242호로 지정되었다.제2전시실에서는 역사를 엮는 석비가 곧 역사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석비의 종류와 어떻게 만드는지, 한국, 중국, 일본의 것을 비교했다. 6~7세기 신라의 석비 연표체험실은 봉평리 신라비 모형을 만져보며 신라비에 대하여 좀 더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벽에 그려놓은 연표를 보자니, 반가운 ‘포항’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봉평 신라비 보다 더 연대가 빨랐다. 사진은 신광면행정복지센터 마당에 있는 냉수리 신라비였다.냉수리 신라비의 의의는 첫째, 현재까지 발견된 신라시대의 비 중에서 포항 중성리 신라비 다음으로 연대가 빠르다는 점, 둘째, 한 인물의 재산 소유와 상속 문제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이 시기 경제 관계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된다는 점, 셋째, 6부·갈문왕·사라·관등·촌주·도사 등 정치·제도사와 관련된 중요한 내용을 다수 보인다는 점, 넷째, 국어학적으로 이두(吏讀)의 성립 시기와 성립 과정을 추정하게 하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특히, 이 비는 울진 봉평리 신라비와 긴밀한 상보적 관계이다. 이렇게 중요한 국보가 비는 겨우 피하나 바람은 고스란히 맞는 한댓잠을 자는 신세다. 봉평리 신라비는 큰 지붕을 이고 훤한 조명 아래 사진도 함부로 찍지 못하도록 고이 모셔놓았는데 말이다. 포항시에서 번듯한 살림살이를 마련해 이사하도록 애써야 할 중요 문화재임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김순희 시민기자

2024-02-27

“모든 액살 소멸이요”

2024 갑진년 정월대보름 달맞이행사가 최근 안동시 낙동강변 둔치에서 열렸다. 안동문화원 주관으로 지신밟기, 제기차기, 투호놀이, 연날리기, 풍물놀이, 윷놀이, 쥐불놀이 등의 민속놀이체험과 액막이쓰기, 기원제, 달집태우기, 소원빌기 등의 달맞이행사가 열렸다. 또한 명원문화재단 안동지부가 준비한 오곡밥, 약밥, 안동식혜, 전통차, 부럼 깨기, 귀밝이술 등의 음식체험과 복조리 나눠주기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됐다.우리 조상들은 예부터 음력 정월(한 해의 첫째 달) 15일에 액운을 씻고 풍요를 기원하는 세시 풍속을 이어왔다. 정월대보름에는 새벽에 귀밝이술을 마시고 부럼을 깬다. 부럼은 딱딱한 열매류인 땅콩, 호두, 잣, 밤, 은행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부럼을 깨물면 한 해 동안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고 전해온다. 집집마다 약밥, 오곡밥, 찰밥을 만들어 먹었으며 시래기, 가지, 호박고지 등 가을 겨울 내 말려두었던 묵은 나물을 삶아서 기름에 볶아 먹기도 했다.또, 만나는 이들에게 “내 더위 사가소”라고 먼저 말을 해야 그해 더위를 떠넘길 수 있다고 한다. 정월대보름에 누군가 이름을 부르면 모르는 척 하거나 먼저 선수 쳐서 더위를 팔아야 한다.저녁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달맞이를 했는데 짚이나 솔가지 등을 쌓아놓고 불을 지르고 피어오르는 연기와 더불어 보름달을 맞이하는 ‘달집태우기’가 백미다. 또한 그해의 새싹이 잘 자라 전답의 해충이 사라져 한 해 농사가 잘되도록 쥐불을 놓는 ‘쥐불놀이’를 즐겼다. 안동시에서도 이를 재연해 쌓아둔 솔가지에 ‘모든 액살 소멸이오’라는 현수막과 함께 안동시 24개 읍면동의 액막이 문구와 소원 문구를 걸어두고 달집태우기를 했다.정월대보름은 지신밟기, 윷놀이, 쥐불놀이, 달집태우기 등 농경사회 마을사람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축제였다. 한 해의 액운을 물리치고 시민들의 무사 안녕과 행복을 바라는 옛 조상들의 지혜와 한겨울에도 흥겨움을 더하는 전통문화가 돋보인다.‘대보름’의 달빛은 어둠, 질병, 재액을 밀어내는 밝음의 상징이라고 한다. 어둠과 재앙에 맞섰던 선조들의 지혜와 바람대로 갑진년 새해, 독자 여러분의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백소애 시민기자

2024-02-27

‘바람의 언덕’에서 눈과 만나다

재난문자가 연이어 울렸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 많은 눈도 내리니 조심하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언제부터인가 경주엔 눈이 내리지 않았다. 아니 경주 시내권이라고 표현하는 쪽이 맞겠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시내권을 제외하고 제법 큰 눈이 내렸다. 참고로 경주시는 경북에서 안동시에 이어 행정구역 면적이 두 번째로 넓다. 그래서 어느 동은 비가 내리는데 어느 동은 해가 날 때도 있다. 좁은 시내권만 생각한다면 경주가 전국에서 외국인 비율이 두 번째로 높다는 사실만큼 외지인들에겐 낯선 소리일 것이다. 먼 기억에 의하면 겨울 즈음 처마 밑에는 눈밭으로부터 어린 발을 보호하기 위한 부츠가 대롱대롱 매달려 말려지고 있었다. 눈은 용케 작은 부츠 안으로 들어와 매번 양말을 축축하게 만들었다. 장갑도 부츠도 눈에 젖어 제 기능을 못할 땐 아랫목으로 뛰어들어 언 손발을 녹였다. 분명 기억엔 눈이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뜸해지더니 감감무소식이 되었다. 그렇다 보니 먼지처럼 날리는 눈에도 기뻐하게 됐다.아이에게 눈은 새벽녘 갑자기 깨어나 두 손으로 만져본 게 전부였다. 놀이공원 속 인공눈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래서 경험시켜 주고 싶었다. 소복이 쌓인 눈을 밟으며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느낌을.눈 소식이 전해진 날부터 SNS에는 사람들이 올린 눈 사진이 가득했다. 후보지로 두 군데를 선정했다. 첫 번째로 고른 곳은 암곡이었는데 도착했을 때는 이미 거의 다 녹아 맛보기 차원의 경험만 하고 돌아와야 했다.아쉬움에 다음 목적지를 골랐다. 바람의 언덕. 경주 풍력발전 단지다. 친환경 청정에너지 생산을 위해 한국동서발전과 동국SC가 건설한 상업용 풍력발전 단지로 총 7기의 풍력 발전기가 가동 중이다. 이곳은 무료로 개방 중이며 멋진 풍경과 산책로로 인기다. 사계절 내내 인기지만 초록이 가득한 계절에 경풍루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특히나 멋지다. 주차장과 화장실도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단 주변에 상가나 식당이 없다 보니 노약자를 동반할 때는 미리 간단한 요기 거리를 준비하면 좋다. 취사는 불가다. 단점으로는 대중교통으로는 이동이 어렵다는 점이다.평소 장거리 운전을 내켜하지 않지만 눈에 대한 집착으로 내비게이션을 켰다. 대략 40~5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다. 30여분 달리자 본격적인 난코스가 등장했다. 아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묵꼬치 같은 길이다. 구불구불한 길을 다들 서행 중이었다. 긴장 속에 십여 분이 지나자 목적지에 도착했다. 온천지에 눈이다. 서둘러 부츠를 신기고 눈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눈과 찬바람이 만나 코끝이 시리다. 쨍하게 차가운 겨울바람. 그리웠던 느낌이다. 부러 눈이 깊게 쌓인 곳을 골라 밟아보았다. 뽀드득 소리가 난다. 눈이 내린지 이틀이 지나다보니 녹은 부분은 미끄러워 산책은 포기하고 한 곳에서 놀기로 했다.작지만 눈사람을 만들고 모형틀로 이런저런 모양들을 찍어내다보니 시간이 꽤 지났다. 눈싸움을 하고 싶었다는 아이의 말에 눈을 뭉쳐 던져댔다. 내내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들 즐거워보였다.오후가 되자 해가 들기 시작하면서 풍력 발전기를 덮고 있던 뿌연 안개도 걷히기 시작했다. 젖어든 장갑과 옷들이 집으로 갈 시간을 재촉했다. 모처럼 찾아든 하얀 눈 덕분에 아이도 엄마도 모두 만족한 하루였다./박선유 시민기자

2024-02-27

봄의 전령사 변산바람꽃을 만나다

절기상 입춘이 지나면 기온과 상관없이 대지는 이미 봄을 준비한다. 겨우내 대지의 품속에서 부지런히 생명을 잉태한 봄꽃들은 가을꽃과 다르게 대지를 나설 때 꽃망울을 입에 물고 올라온다. 복수초, 변산바람꽃, 노루귀, 깽깽이, 할미꽃 등등 사랑스럽도록 여리고 앙증맞은 우리 풀꽃들은 낙엽 쌓인 마른 산야에 고요하면서도 힘차게 꽃망울을 밀어내며 봄을 알린다.2월 중순 즈음하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올라오는 봄꽃 중 눈 속을 뚫고 올라오는 복수초가 가장 먼저이고 이어 변산바람꽃, 노루귀 등이 올라온다. 입춘이 지나면 포항에서 가까운 금곡사와 오어지 댓골, 보현산 천문대 등지로 봄의 전령사들을 맞으러 간다. 매년 만나지만 여전히 설렌다. 눈에 잘 띄지 않아 혹여 발에 밟힐세라 낙엽 위를 조심조심 거닐다 언뜻 그들과 마주하게 되면 절로 심장이 멎는다. 그 작고 앙증맞은 변산바람꽃의 속이 비좁도록 옹기종기 들앉은 한 무더기 우아한 꽃 수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경이롭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절로 깨우쳐지는 기분이다.이렇게 사랑스런 우리 풀꽃들도 나라 뺏긴 설움을 함께 했다. 일제(日帝)로부터 광복된 지 80년을 바라보지만 여전히 곳곳에 잔재가 남아있고 우리의 작고 앙증맞은 풀꽃들의 이름에서조차 예외는 없었다.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시인 이윤옥님이 쓴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에서는 아직도 일제를 벗어나지 못한 식물용어와 국어사전에서조차 알아듣기 힘든 일본말 그대로의 설명이 많음을 밝히며 앙증맞고 예쁜 우리 풀꽃들의 이름에도 음흉하고 질 낮은 일제 잔재의 흔적이 숨겨져 있음을 개탄했다.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개불알꽃과 며느리밑씻개는 꽃을 보는 순간 이렇게 예쁜 꽃에 누가 이렇게 흉측한 이름을 지었는지 의아해진다. 일본인들이 한반도 식물을 채집, 조사하던 일제강점기 당시는 학자들도 우리 풀꽃에 제대로 된 이름을 붙여주기가 힘들었다. 개불알풀은 앙증맞도록 예쁜 꽃을 두고 굳이 작은 열매가 불알을 닮았다고 개불알로 지었다. 예쁜 우리말 이름인 ‘봄까치꽃’으로 검색을 해도 ‘개불알풀’로 뜬다. 며느리밑씻개의 일본 명칭은 ‘마마코노시리누구이’이다. 마마코(繼子)는 의붓자식, 시리누구이(尻拭い)는 볼일 본 뒤의 밑씻개를 뜻하는 것으로 일본에서도 의붓자식은 작은 가시가 촘촘히 박혀있는 풀로 밑씻개를 해 줄만큼 미웠나본데 그걸 하필 며느리로 번역 했다. 우리 어머니들의 고된 시집살이가 꽃 이름에서도 나타난 것이 더 아프다. ‘개’자가 붙은 식물들 대부분도 일부러 격을 낮춰 부르거나 폄훼한 것들이다. 개나리, 개암나무, 개벚나무 등은 원래 이름 앞에 붙었던 ‘조선’이 ‘개’로 번역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야생화 도감을 비롯하여 넘쳐나는 풀꽃과 들풀의 사진첩 대부분이 아무 문제의식 없이 일제 강점기 때 지어진 유래를 알 수 없는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다.다행히 봄을 알리는 변산바람꽃은 전북대 선병윤 교수가 1993년 변산반도에서 채집하여 처음으로 세상에 알리며 학명을 변산바람꽃이라 명명했다. 한국 특산종인 변산바람꽃은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의하면 일본학자가 먼저 발표한 일본 바람꽃(節分草)과 동일한 것으로 밝혀져 일본학자에게 선취권이 주어진 듯하다. 같은 종이 일본에 있다하더라도 변산바람꽃은 우리 산야에서 그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봄을 알리는 우리의 야생화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에서는 부르기 민망스럽고 욕처럼 들리는 식물명을 순화하여 예쁜 우리말 이름으로 바꾸자는 활동을 하고 있고, ‘창씨개명 된 우리 풀꽃’의 저자 이윤옥 시인은 관계 기관이 유기적으로 일제 잔재가 있는 풀꽃 이름을 대대적으로 정리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는 곧 우리 모두의 바람이기도 하다. /박귀상 시민기자

2024-02-22

‘춤바람’

책을 읽다 한 대목이 눈에 확 들어온다. 춤에 관한 내용이다. 나는 음정도 문제지만 박치다보니 그동안 노래방 가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몸치까지 가졌으니 춤은 내겐 더 요원한 일이다. 그런데 춤이 내 눈에 들어온다. 지금 내 나이도 갱년기를 살아가고 있다. 변화하는 몸, 욕망하는 자아….‘월경 끝’그 이상, 여성 호르몬의 불규칙과 감소로 인한 본인만이 느낄 수 있는 상실감은 더 커졌다. 곧 노화의 길로 급격히 들어서는 길이라 생각하니 우울해진다.나도 치매기가 있는 엄마가 겪었던 기억력 감퇴, 늘어가는 주름, 안면 홍조, 수면 중 등줄기에 흐르는 식은 땀, 불면증이 따라붙는다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이 많아진다. 우울한 마음을 벗기 위해 책을 파고든다. 나이 많은 남녀가 춤을 춘다. 나는 그들의 춤을 들여다보았다.그들의 몸짓에 리듬이 있다. 얼굴 가득 담긴 흥을 보니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누군가가 들려준 콜라텍 이야기들을 들을 때 마다 유치하고 저질스럽고, 일명 날라리, 제비들이 모이는 곳으로만 생각해 왔다. 그런데 그들은 중장년층들의 권리인 양 행복에 겨워하며 춤추는 모습을 보여준다. 샤방샤방한 옷을 입은 여자들과 정장을 차려 입은 신사들이 화려한 조명 불빛 아래에서 춤을 춘다. 내가 그 속에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갑자기 흥분이 되었다. 내 몸이 움찔움찔 기분이 막 좋아짐을 느꼈다. 나도 언제가 한번쯤은 해보리라는 생각만으로 가득찬다.도전해 보기도 전에 생각만으로도 즐거워진다. 나도 그들과 함께 있다면, 음악과 함께 흥이 있는 노년을 보낼 수 있을까? 심장이 붉게 뛰는 것 같다. 특정한 언어형식에 묶이지 않은 몸의 언어에 대한 흥미로운 시사점을 안겨준다. 다시 말하면 몸이 말해주는 소통과 표현을 가능케 해주는 매체임을 알게 해준다. 춤은 도구나 수단이 필요 없는 예술 행위이며, 몸 정체성의 관점에서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파격적인 자기표현이다.늙음이란 혼자가 되는 과정이다. 현실을 똑바로 직면할 용기와 현실 너머를 꿈꿀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고독 속에서 자신을 전면적으로 만나는 삶이다. 외로움이 아니라 ‘외톨이’라는 불안하고 고통스런 고립의 감정은 자기 자신과 대화하며 의미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자신과 전면적으로 만나는 고독의 시간은 공허나 고립, 불안을 동반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라고 하지 않는가. 홀로이면서 함께 한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 필요한 지금, 나는 잠시 춤바람에 마음이 설렌다.친구에게 전화했다. 조금 전 내가 느낀 마음을 얘기하자 그녀가 박장대소를 한다.“니가?” /김영주 시민기자

2024-02-22

버려진 양심

곧 터질듯한 꽃망울과 새순, 경쾌하게 흐르는 물소리에 즐거운 비명이 절로 나온다. 대구에 나온 남편과 아파트 옆 욱수천 산책로를 걸었다. 남북으로 길게 흐르는 천변 산책로 중에 오늘은 남쪽 욱수골로 방향을 잡았다.청송 우리 마을 앞 개천도 이렇게 잘 정비하면 얼마나 좋을까. 차로를 따라 걷는 위험도 없이 즐겁게 산책할 수 있을 거라고 남편과 이야기했다. 욱수골 묵 집에서 두부와 파전에 막걸리를 기분이 좋게 마시고 다시 천변을 걸었다.군데군데 검정 비닐이 나무에 걸려있었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풍경이었다. 좀 더 내려가니 천변의 기울어진 언덕에 여기저기 흩어진 비닐과 휴지, 깡통이 보였다. 왜 저기만 저렇게 쓰레기가 많을까 싶어 자세히 보았다. 그 위로 벤치가 몇 있었다. 사람들이 쉴 수 있도록 시설이 되어있는 곳이었다. 주변을 보니 쓰레기통이 보이지 않았다. 숲이 어우러진 계절에는 숲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쓰레기가 나무들이 앙상한 지금 그대로 노출이 되었다.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는 유독 쓰레기가 넘쳐난다. 쓰레기통이 없어서 양심까지 얹어서 버린 것일까.그 풍경을 보면서 청송 집 마을의 일이 떠올랐다. 집 앞에는 제법 넓은 폭의 잘 정비된 하천이 있고 다리가 있다. 예전에는 하천과 지면의 차이가 크지 않았는데 강바닥에 쌓인 흙을 파내면서 점점 깊어졌다.가끔 동네의 아낙네들이 힐끔힐끔 주변의 눈치를 살피면서 도로를 건너 다리 옆으로 가서 뭔가를 던진다. 못 본 척 있다가 그녀가 가고 나서 그곳으로 가 보았다. 음식물 쓰레기와 나물 다듬은 찌꺼기 등이 버려져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와 오물들을 왜 다리 밑에 가져와 버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흥분한 나에게 남편은 몇 번을 이야기해 봤는데 고쳐지지 않았다고 했다.며칠 전에 다시 확인해 보았다. 여전히 쓰레기 투척은 그대로였다. 남편은 그냥 있으라고 하지만 동네의 깨끗한 하천을 위한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쓰레기 투척 금지라는 팻말을 만들어 붙이거나 벌금을 매기든지 강제적인 방법도 좋을 것 같다.결혼 초기에 하천에서 미꾸라지, 골뱅이를 잡았던 일이 그립다. 지금은 생활하수와 쓰레기로 더러워져 물에 들어갈 생각도 못 한다. 마을 입구 강에서 고기도 잡고 식구들 모두 물놀이하던 때로 이제는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이제라도 동네 앞을 흐르는 하천은 마을 주민이 앞장서서 깨끗하게 관리해야만 한다. 이 하천이 우리 세대의 것만은 아니지 않은가. 지금 우리가 내 자식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뺏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 우리 세대가 자식 세대에게 강도질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 못할 것이다.마을 주민들이여 부디 쓰레기는 자기 집에서 처리하기를 제안한다. 또한 마을마다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봄맞이 하천 대청소는 어떨까. /손정희 시민기자

2024-02-22

등산객 산악사고 응급 대응력 문제없나?

바야흐로 봄철이 시작되었다. 이 비가 그치면 사람들은 봄을 느끼려 산행하기를 고대한다. 그러나 아직은 봄과 겨울이 공존하는 시기이다. 모든 것이 부드러워지는 봄에 비해 움츠렸던 사람들의 신체와 정서는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시기일수록 각 개인은 산행하기 전에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고 등산 설명서를 한 번 더 숙지하고 산행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사전 준비를 한다 해도 예기치 못한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사고에 대비하여 경북소방본부가 포항 내연산과 청송 주왕산에는 안전한 등산을 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산악안전 지킴이 배치와 산악위치 표지판을 설치하여 안전사고 시 대응능력을 예전부터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 효력이 불시에 사고를 당한 시민들에게 대단한 도움이 되고 있기에 고생하시는 소방 안전 관계자분들의 노고에 감사하다.지난해 가을 포항의 한 시민이 내연산 향로봉을 등산하고 내려오다 삼지봉 근처에서 미끄러져 발목이 골절되는 사고를 당했었다. 걸을 수 없는 상태라 주위 나뭇가지와 손수건으로 나름 부목을 만들어 자체 응급조치를 한 후 119에 응급구조 요청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옆 산행 동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소방본부에서 설치한 산악위치표지판에 적혀있는 지번과 안내에 적힌 것을 119에 신속하게 신고한 덕분에 사고 위치를 공유하는 데 엄청나게 도움이 되었다. 사고를 당한 시간은 오후 3시쯤이었는데 구조대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쯤이었다. 신고에서 도착까지 2시간이 소요 되었다. 응급 구조대가 삼지봉 인근까지 올라오는 시간은 아주 잘 훈련된 119구조대원이기에 망정이지 이렇게 빨리 올라오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구조대원들도 개인의 체력 차이도 분명히 있었을 것인데 모두 같이 뛰어온다는 것이 정말 안타까웠고 죄송하였다.사고 후 2시간, 부상한 사고자의 처지에서는 그 시간은 긴 기다림이었다 한다. 한편 온몸이 온통 땀범벅이 되어 올라온 구조대원을 보니 다친 고통보다 미안함이 더 컸다고 한다. 또 한편으로는 날씨는 좋았지만, 오후가 되니 약간의 저체온증도 오고 부상 후 오는 두려움으로 정신은 혼미해지고 그 공포는 엄청났었다고 한다.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리라 싶다.이런 사고자들을 위해 119구조대가 상처를 입은 사람에게 최대한 빨리 접근하여 고통과 두려움의 시간을 최소화하는 방안은 없겠는가? 더구나 사고자 부상을 신속히 조치하여 진행을 멈추어 주거나 나아가 위급한 상황의 황금 시간을 놓치지 않아 귀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좋은 방안은 없을까. 험한 산악 속에서 사고자를 도우려고 출동하는 구급대원들의 안전과 노고를 덜어 주는 방법은 없을까.그날 사고를 당했던 시민은 말한다. 포항의 내연산의 경우 구조대가 더 빨리 오는 방법이 있다. 이는 삼지봉 인근까지 임도가 나 있다. 산악구조 차가 있었다면 이 임도를 따라 구급대원들의 접근성과 기동성이 높아져 앞서 말씀드린 사례처럼 2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위급한 상황에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황금 시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난 해 산이 많은 충청북도소방본부에서는 도내 5개 지역에 산악구조 차를 배치하여 산악사고 조난구조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우리 경북도에서도 그리고 포항시와 의회에서도 충분한 논의를 하여 하루빨리 인근 내연산에서 산악구조 차가 누비고 다니며 인명을 구하는데 역할을 다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박효조 시민기자

2024-02-22

독립운동가 넋 서린 봉화 바래미 마을

봉화군청에서 영주시로 나가는 도로변 우측엔 기와지붕을 눌러쓴 고택들이 준엄하면서도 어진 선비의 모습으로 앉아있다. 마을 앞 내성천 물보다 낮은 곳에 마을이 있다고 ‘바다 밑’이라는 뜻의 바래미라 부르는 의성 김씨 집성촌이다.시간이 멈춰버린 기와집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찾는 이의 몸가짐을 경건하게 해주는 풍경이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전 재산을 독립자금으로 헌납하고 목숨 바쳐 독립을 외쳤던 마을. 우국지사들이 살았던 이곳 바래미마을 전체가 독립운동가들의 고택으로 묵묵히 역사의 무게를 깔고 앉았다.대를 이어 독립운동과 항일투쟁을 했다는 이유로 3대에 걸쳐 36년 옥살이를 한 사람들.‘파리장서’ 초안을 작성한 영남 유림의 요람이 바로 바래미마을이다. 1910년 한일합방이 되자 바래미마을 100여 가구 주민들이 만회고택 명월루에 모여 항일운동을 시작한다.3·1운동이 일어나던 해인 1919년 이 마을 출신 심산 김창숙 선생이 바래미마을을 찾아오고 파리만국평화회의에 보낼 독립청원서(파리장서) 초안이 만회고택 명월루와 혜관구택 사랑채에서 작성됐다. 독립청원서 서명에 앞장선 사실이 발각돼 바래미마을 김건영, 김순영 등 원로들이 끌려가 고초를 겪은 게 ‘제1차 유림단 사건’이다. 이 사건은 3·1운동과 쌍벽을 이룬 중요한 독립운동으로 평가받는다.제1차 유림단 사건 이후 상해로 갔던 김창숙이 6년 뒤 귀국, 바래미마을에 들어와 독립운동 자금을 거둬 전달한 것도 발각돼 모금에 앞장선 김홍기, 김창근 등 8명이 옥살이를 했다. 이것이 ‘2차 유림단 사건’. 이후에도 항일단체인 독서회를 조직해 김중문, 김덕기 등 5명은 구속돼 3대째 수난을 겪었다.이런 사실을 증명하듯 바래미마을에서는 12명이 독립운동유공자 서훈을 받았다. 바래미마을은 300년 전통의 선비 마을답게 옛 모습이 고스란히 간직돼 있다. 개암종택, 팔오헌종택, 학록서당, 추원사, 단사정, 명월루 등이 그 옛날 반촌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것. 이중 대표적인 마을 안쪽 만회고택은 순조 30년(1830) 과거에 급제해 승정원 우부승지를 지낸 만회 김건수의 고택이다.1910년 한일 강제병합으로 나라를 잃은 민족은 좌절감에 빠졌지만, 곧 다시 일어나 독립을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한국의 독립을 호소하는 파리장서를 숙의하고 초안을 작성한 바래미마을은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그리고 독립청원서에 서명한 봉화 출신 9명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기념비를 세웠고, 국가 보훈처는 봉화군에 있는 한국유림파리장서비를 현충 시설로 지정했다.가족과 가문의 안위를 뒤로 하고 독립이라는 대의를 위해 몸과 재산을 바쳐 헌신한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아 호국정신을 계승해야 하는 게 우리의 책무일 것이다. 옛이야기들이 들릴 듯 시간이 멈춰버린 고택 너머로 흐르는 내성천 물줄기엔 바래미마을의 독립정신이 녹아 흐르고 있다. /류중천 시민기자

2024-02-20

웃지기를 굽던 시절을 추억하며

시댁으로 시집와 첫 제삿날, 떡을 사지 않고 만들어서 제사 지내는 경험을 했다. 그것도 한 가지 떡이 아니라 찰떡, 절편, 추석이면 송편까지 빚었다. 찰떡도 고물을 색색으로 만들어야 했다. 검은깨와 흰깨는 거져먹기였고 흰 팥이나 카스텔라를 체 쳐서 만드는 게 손이 많이 갔다. 상에 올릴 때는 절편을 맨 아래 두 켜 포갠다. 그 위에 검은깨찰떡, 흰깨찰떡 순서로 올리고 카스텔라 고물을 묻힌 찰떡을 올린다. 찰떡 속에는 붉은팥을 으깨 넣어 완성했다.높게 쌓은 떡 위에 웃지기를 올려 완성한다. 떡을 보기 좋게 높이 쌓는 일은 쉬워 보여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머님이 척척 해내는 것은 수십 년 동안 설 추석 기제사 합쳐 여덟아홉 번씩 하시며 몸에, 손에 밴 덕분일 것이다. 갓 시집온 새색시가 쌓다가 제사가 끝나기도 전 상에 올리다 무너뜨리는 실수를 하고 말 일이다.첫 제사에 전을 한나절 내내 굽고 나니 어머님이 하얀 찹쌀가루에 소금을 넣고 체에 내려 익반죽한 덩어리를 주시며 웃지기를 구우라고 했다. 웃지기라구요? 그게, 뭐에요? 어떻게 하라는 건지 당최 모를 일이었다. 부엌에서 생선을 손질해 볏짚을 깔고 찜솥에 찌려던 어머님이 손을 깨끗이 씻어 생선 냄새를 없앤 후 나오셔서 시범을 보였다.반죽을 떼서 둥글려서 직경 5cm, 두께 1~2cm 정도로 둥글납작하게 빚는다. 전기 프라이팬 불을 약하게 한 후에 동그란 반죽을 올려 손으로 살살 눌러 동그랗게 편다. 반죽이 마르기 전에 미리 돌려 깎아 놓은 대추를 눌러 꽃잎을, 잔 파로 줄기와 잎을 완성한다. 그러고 뒤집어서 앞면을 구워 완성한다. 다 익은 것은 넓은 쟁반에 펴서 서서히 식힌다. 식히는 사이사이 한 번씩 떡을 떼었다 놔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찰기로 인해 떡이 쟁반에 척 달라붙어 떼어내려다 둥근 모양이 늘어나거나 찢어지고 만다. 여러 번 손이 가야 완성되는 음식이다. 더 고운 웃지기를 만들려면 가루를 4등분하고 분홍, 노랑, 초록 각각의 색을 넣고 쑥갓잎과 대추를 붙이고, 설탕 시럽이나 꿀을 바르기도 한다.포항 장기에서는 웃지기라고 하는 것을 떡 사전에는 웃기라고 나온다. 웃기떡은 그릇에 떡을 담거나 괴고 그 위에 모양을 내려고 얹어 장식하는 떡으로 주악, 화전, 부꾸미, 우찌지, 단자, 산병, 색절편 등 여러 가지가 쓰인다고 한다. 웃기떡 용도로 별도로 만드는 같은 이름의 떡도 있다. 흰 떡에 물을 들여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만든 떡으로, 다른 말로 색떡이라고도 한다. 주로 장식용으로 쓰인다. 색떡이라는 이름답게 여러 가지 색을 내는 재료로 물을 들인다. 깨, 꿀, 계피가루를 섞어 깨소를 만들고, 대추는 돌려깎기하여 다진 다음 꿀과 계피가루를 넣어 대추소를 만들고, 반죽에 소를 넣고 조약돌 크기 정도로 빚어 100℃의 기름에 지져낸 다음 설탕 시럽이나 꿀을 바른다.우찌지는 만드는 방법이 좀 다르다. 달궈진 팬에 기름을 두르고 빚은 반죽을 넣어 한 면이 다 익으면 뒤집어서 준비한 소를 중앙에 놓고, 반을 접어 고명을 얹고 꿀이나 설탕 시럽을 바른다. 모양과 색이 화려하고 고우므로 주로 편의 웃기떡으로 많이 쓰였다. 또한 혼례 때나 사돈댁에 이바지 음식으로 보내기도 하는데, 이러한 풍속은 특히 집안 여인네들의 입막음용으로 시댁 식구들과 친척과의 관계가 원만하게 잘 유지되길 기원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우찌지, 우찍이라고도 불리며 우찍은 별[성진(星辰)]을 나타낸다고 한다.명절마다 제사상에 올리는 것을 줄이느라 웃지기도 없앴다. 이대로 사라질까 두려워 기록으로라도 남긴다./김순희 시민기자

2024-02-20

아이와 함께 스케이트 타볼까요

겨울이 되면 울진 왕피천 공원 내에 있는 빙상장 ‘아름관’이 개장한다. 올해는 지난달 13일을 시작으로 3월 11일까지 운영된다. 평일에는 정빙시간 30분을 포함해 2시간 간격으로 4회 운영이 되고, 주말에는 5회 운영이 된다. 스케이트와 썰매의 입장료가 2000원, 대여료가 1000원으로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군민인 경우는 입장료가 50% 할인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작년에는 아이가 어려 썰매를 이용했다. 아이가 썰매를 직접 타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끈을 잡고 끌어줘야 하는 것이라 30분 이내에 체력이 바닥났던 기억이 있다.올해는 썰매의 종류도 다양해졌고, 아이가 직접 움직일 수 있도록 도구도 준비돼 있었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스케이트의 재미를 느끼게 하기 위해 무작정 스케이트화를 신겼다. 스케이트화는 170mm부터 300mm까지 있고, 8세부터 이용이 가능했다. 나도 스케이트를 타본 지 12년이 지나서 설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지만, 막상 신어보니 몸이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보조기구를 대여하고 있었다. 다소 무모한 도전으로 생전 처음 얼음판에 설 아이를 어떻게 잡아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보조기구가 유용하게 쓰였다. 대여료는 2000원으로 사용 후 반납하면 1000원 환불해준다.처음에는 보조기구를 밀지 못해 제자리에서 발걸음을 동동거렸지만, 스스로 미는 방법을 터득한 탓인지 조금씩 나아간다. 미끄러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스케이트를 타고 앞으로 나가고자 도전하는 마음이 아이의 얼굴에 비쳐지니 대견했다. 아름관을 여러 번 방문하였지만, 점심 먹고 오후 2시에 시작하는 3회차에 사람이 가장 많은 듯 했다. 겨울 방학이라 친구들과 같이 방문한 학생들이 많이 보였고, 자녀와 함께한 부모님, 연인들도 있었다. 그들 모두는 신나하고 있었다.부모님 중 아버지가 대부분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고, 어머니는 밖에서 사진을 찍으며 스케이트를 즐기는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본다. 중심을 잃어 뒤로 넘어질 때면 엉덩이가 깨질 듯 아프다. 오히려 안 넘어지려고 휘청거리다가 앞쪽으로 넘어졌다. 무릎을 얼음 바닥에 찧었는데 고통이 머리까지 전해졌다. 부끄러운 것보다 아픈 것이 먼저일 정도였다. 다음 날 보니 멍이 시퍼렇게 들어 며칠을 고생했다. 타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아이가 쉬어가는 시간도 줄어들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도 자연스러워졌다. 보조기구를 빼고 탈 수 있는 그날을 상상하며 폐장 때까지 남은 기간에도 부지런히 이용해보려 한다./사공은 시민기자

2024-02-20

새로운 경찰 조직 개편 현장 대응력 문제 없나

올해부터 경찰청에서 범죄예방 강화를 목적으로 조직을 개편한다. 이에 조직 개편과 함께 늘어나는 112신고와 범죄에 대해서 시민 안전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실제 현장 대응력에서도 문제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형사기동대와 기동순찰대 운영으로 치안 강화에 나서는 새로운 조직 개편에 대구와 경북은 중요범죄에 대해 전문 수사 또한 강화하기로 했다.먼저 대구경찰청은 시민 중심의 치안력을 강화하기 위해 광역수사대를 반부패경제법죄수사대와 형사기동대로 분리하고 사이버범죄수사대와 안보수사대의 인력도 충원하기로 했다. 경북경찰청은 기동순찰대, 광역정보계 운영 또 형사기동대와 중요경제범죄 전문수사팀을 신설해 수사와 범죄에도 효율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 포항에서 제4기동대 창설로 다중밀집 안전관리와 교통, 범죄예방을 포함한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치안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에서의 112신고 건수는 100만6천199건으로 2022년 87만5천788건보다 14.9%(13만411건)가 증가했다. 교제 폭력, 가정 폭력 등의 범죄는 물론 교통사고 등 전체적으로 증가했음을 보여주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재해재난 신고와 이상동기 범죄, 보이스 피싱, 늘어나는 1인 가구는 물론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마약류도 200% 넘게 증가했다. 이처럼 갈수록 증가하는 흉악 범죄로 인해 당연히 치안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조직 개편으로 인해 동네 가까이서 주민들을 지키며 범죄예방 역할을 한 ‘치안센터’는 대부분 없어져 주민들의 치안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대구 시민 전 모(36) 씨는 “예산과 경찰 인력 부족을 이유로 작년 12월에 200여 곳 넘게 치안센터가 없어졌다. 대구도 앞으로 얼마나 더 없어질지 모르겠다. 그동안 내 가까운 곳에 치안센터가 있어 안심되었는데 이제는 늦은 밤길이 아니라도 괜히 불안해질 것 같다”며 “주민들에게 치안 불안감을 높이는 조직 개편은 반갑지 않다”고 말했다.경북에서도 치안센터가 농촌 지역에 몰려 있는 가운데 폐지 소식에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여기에 대해 포항의 한 농촌 주민(56)은 “농촌은 안 그래도 고령인구가 많다. 대부분 연세가 높아 수확철 농작물 피해라던가 보이스 피싱 등 범죄에도 취약하다. 치안 공백이 생기는 건 불을 보듯 당연해 보이는데 이런 곳에 치안센터가 폐지된다면 말이 안 된다. 보류가 아니라 폐지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시행한 지 3년이 되어가는 자치경찰제도도 경북도민이 전체적으로 만족도를 보이고 있지만 자치경찰 도민체감 인지도 조사(2023년)에 따르면 39.1%만이 알고 있다고 응답해 인지도가 아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역 치안 문제 발굴과 맞춤형 시책 개발, 예산 확보도 아직 낮게 나타났다. 이처럼 새로운 조직 개편에는 현장에서의 주민들의 의견 청취는 물론 지역 특성에 맞는 치안 문제로 맞춤형 치안 수요가 필요하다.범죄는 무엇보다 예방이 우선이다. 하지만 일선 파출소나 지구대에서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 부담에 불만이 나오는데 이번 조직 개편도 신규 인력이 아닌 인력 재배치로 치안 수요가 얼마나 충족될지 의문이다. 분명한 건 늘어나고 있는 112신고나 현장에서 범죄 대응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허명화 시민기자

2024-02-20

정부 보조로 시골 경로당 넉넉한 건 좋은데…

공기청정기 옆에 앉은 포동댁 모습이 정겹다. 거친 손마디가 만만찮은 삶을 대변한다. 잘 사니 못 사니 해도 풍요로운 세월임이 분명하다. 경로회관 운용 품새를 봐도 체감할 수 있다. 청소 당번을 지정하여 나라에서 봉급을 준다. 당번제가 시행되기 전에도 자율적으로 청소하며 멀쩡하게 살았다. 경상도 말마따나 포시랍기도 하지 그래, 우리 마을 경로회관 청소일진대 돈 받고 하는 법이 어디 있나. 흔전만전 나라 정책을 성토하는 어르신도 있다. 허리띠 졸라매고 살아온 촌노들 정서엔 맞지 않은 처사다. 무슨 명목을 달든지 주고 싶어 안달 난 듯싶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그러긴 하지만 우리 마을 입장으로선 고마운 제도이기도 하다.혜택을 보는 포동댁이 있어서다. 이웃 마을 포동(의성군 안평면 창길리 산144)에서 시집온 분으로 외가 쪽 인척이라 사형 간이다. 바지런한 천성이라 팔십 연세에 읍내 병원 청소부로 특채된 전력을 가졌다. 그 병원 부도나서 문 닫고 보니 수입이 똑 끊겼다. 성치 않은 몸을 추스르면서까지 신명을 다한 직장이었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홀로된 포동댁에게 눈에 밟히는 건 역시 자식뿐이다. 대구 사는 아들이 목욕탕을 차려 먹고 사는데 근근이 지탱한단다. 코로나 여파로 단골들이 목욕비조차 아끼는 터라 채산이 맞지 않는가 보다. 목욕 좀 자주 하고 사시라 시민들 등 떠밀 수도 없는 노릇이니 딱하다.때는 한겨울 농한기라 들일마저 없으니 땡전 한 푼 도와주지 못하여 가슴 쓰린 모습이 역력하다. 이러한 때 한 달 27만 원은 적으나마 요긴한 돈이다. 창문틀 묵은 먼지 싹싹 훑어 깔끔하고 현관 깔판 제때 털어 말끔하다. 그뿐이랴, 경로회관 밥과 반찬도 도맡다시피 한다. 약방에 감초 같은 포동댁이 아닐 수 없다. 돌아가며 당번을 맡아야 마땅하지만, 포동댁에게 우선권을 주는 까닭이다.나랏돈이 썩 좋기만 할까, 예산 집행이 헤픈 측면도 있다. 콧구멍만 한 경로회관 방에 공기청정기 두 대는 지나치다. 코웨이 듀얼 파워 AP-1515D와 웰리스 WADU-02가 그것이다. 코웨이는 멀쩡한데 웰리스가 치고 들어온 거다. 코웨이는 초미세먼지를 제거하고, 웰리스는 유해세균을 제거한다고 하는데 그게 그거다. 경로회관을 순회하며 웰리스 돌보는 직원 말로는 장비별로 맡은 바 임무가 다르다는데 빈말 같다. 코웨이나 웰리스는"고가" 다.경로회관 살림살이는 어지간한 가정집보다 그들먹하다. CCTV를 달아야 안심이 될 정도다. 시골 노인네 옹색한 살림에 비하면 호텔급인데, 나라에서 무상으로 갖춰주니 고맙긴 하다. 그러함에도 보는 이마다 혀를 끌끌 차는 경우가 있으니 바로 공기청정기다. 눈먼 나랏돈이라 잡아채는 게 임자라지만 더블 집행이자 과소비만 같아서다. 가정집이라면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백 곳 경로회관에 일괄 보급되었을 테니 쓰인 돈도 가당찮을 거다. 포동댁 청소비야 감사하나, 공기청정기는 아무래도 헛돈 썼지 싶다. /김상영 시민기자

2024-02-15

인터넷에 게시된 시 오류 많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거의 모든 자료를 인터넷에서 얻는다. 인터넷에는 온갖 정보가 넘쳐난다. 누구나 터치 한 번으로 그 자리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참으로 편리한 시대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그런 현상은 더욱 가속되었다. 지식의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일반인도 전문적인 분야의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하지만 이런 편리함 뒤에는 간과 못할 문제점이 있다. 특히 시에 관해서는 더욱 그렇다. 요즘 사람들은 시집을 사지 않는다. 대형서점의 시집 코너는 거의 사라졌다. 시집은 이제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나 시인들이 사서 읽는다. 일반인들은 대부분 검색에 의존한다. 그렇지만 한 편의 시를 검색했을 때 제대로 올려진 원본을 찾기란 정말 어렵다.각종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에 올려진 시들을 보면 게시한 사람 마음대로 연을 나누고 행도 나눠져 있다. 시인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시란 연과 행이 굉장히 중요한 장르이다. 시인은 연과 행을 나눌 때 고민과 고민을 거듭한다. 압축된 언어로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시는 한 글자 한 글자가 모두 중요하다. 행갈이도 고도의 의도를 가지고 한다. 문장에 어울리는 한 글자를 찾기 위해 몇 달을 고민하기도 한다. 문장부호 하나에까지 영혼을 불어넣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인터넷에 올려진 시들은 이런 시인의 노고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읽기 편한 대로 보기 좋은 대로 시를 올린다. 그것이 얼마나 시인에게 결례가 되는 일인지 인식조차 못한다.시낭송을 하기 위해 시 원본을 찾을 때면 더욱 심란하다. 시낭송이란 시인이 문자로 쓴 시를 소리로 독자에게 전달하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목소리와 감정으로 낭송을 했다고 해도 원본 자체가 틀린 것이라면 그 시낭송은 제대로 된 시낭송이 아니다. 시를 쓴 시인의 이름마저 잘못 전파되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가를 잘못 알고 있는 경우까지 있다. 시낭송이 대중에게 크게 확산되고 있는 지금은 더욱 인터넷 정보가 올바른 것인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한번 잘못 전달되면 다른 사람이 그걸 그대로 습득하여 일파만파로 잘못 전달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시를 게시하는 사람은 자신이 올리는 원본이 정확한 것인지 반드시 점검하고 올려야 한다.모든 것을 쉽게 검색하고 쉽게 받아들이는 시대이지만 시만큼은 좀 더 신중하게 읽기를 바라본다. 시집 구입이 용이하지 않다면 도서관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아무리 시가 시인을 떠나면 독자의 몫이라고 해도 그건 감상의 영역이지 시 원본을 훼손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독자들이 누군가가 마음대로 바꾸어버린 불구의 시가 아닌 시집 안에 살아있는 진짜 시를 만나기를 바라본다./엄다경 시민기자

2024-02-15

한민족 고유 설날, 얼마나 아시나요?

갑진년 새해가 밝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주고받은 지 한 달 열흘이 지나 또 다른 새해 ‘설날’을 맞이했다. 설날은 시헌력(時憲歷)에 따라 음력 1월 1일에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며 친척과 이웃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리고 답례로 세뱃돈과 덕담을 듣는 한민족 고유의 풍습이다. 그러나 요즘은 명절 문화가 많이 바뀌어 가족들과 간소하게 설 명절을 보내며 연휴동안 여행을 계획하는가 하면 종교적, 경제적 이유로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정도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러나 설날은 역사 속에서도 적잖은 수난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한민족 고유명절로 자리매김하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설날’은 해(年)의 한 간지가 끝나고 새 간지가 시작되는 날로 ‘설다’ ‘낯설다’ ‘익숙하지 못하다’‘삼가다’등의 의미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측하는데, 서라벌이 ‘서울’로 바뀌었듯 새로운 날이라는 의미로 ‘새라날’‘새로 날’‘서라날’이라고 불리다가 ‘설날’이 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설음식을 ‘세찬(歲饌)’, 술은 세주(歲酒)라고 하며 대표적인 음식은 떡국이다. 차례 상과 손님 대접에 반드시 차린다는 떡국은 흰쌀을 빻아 만든 흰떡으로 새해 첫날의 밝음을 뜻하고 떡국 떡을 둥글게 하는 것은 둥근 태양을 상징하는 것으로 태양 숭배 사상에서 유래된 것이라 보고 있다.농경국가에서 세시풍속(歲時風俗)은 풍요를 기원하는 농경의례가 주를 이루며 만월은 풍요를 상징한다. 그래서 설 명절은 음력 1월 1일 하루에 그치지 않고 15일 대보름까지 이어진다. 농한기인 정월 대보름은 한해가 시작되는 신성한 기간으로 인간의 기원이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있고, 8월 보름은 한해 농사 결실의 수확을 앞둔 추석 명절로서 두 만월은 농경국가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연중 가장 큰 명절이 된다.근대국가에 들어 우리나라는 양력과 음력 두 번의 설을 쇠는 이중과세(二重過歲) 풍습이 생겨난다. 명성왕후가 시해되는 을미사변이 일어나던 해 고종까지 감금된 상태에서 백성의 편의보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의 막강한 제국주의의 영향력 속에서 1895년 11월 17일에 태양력이 수용되어 1896년 1월 1일부터 양력이 시행된다. 일제강점기에는 양력설을 신정(新正)으로 지정하며 음력설은 구습이란 의미로 구정(舊正)이라 칭한다. 구정은 설날을 폄하해 지칭한 것으로 ‘전통문화 말살정책’에 의해 설날과 같은 세시명절을 억압해 설날이 다가오면 떡 방앗간을 폐쇄하고 때때옷 입고 나오는 어린이들 옷에 먹칠을 하는 등 구차스럽게 괴롭히며 일인의 방식대로 양력과세를 강요했다.그렇게 시작된 양력과세는 광복 후에도 계속 이어졌고 우리 전통 명절인 설날까지 되살아나면서 이중과세 풍습이 생겨난 것이다. 국가에서는 산업화시대에 무역통상관계를 들어 세계화에 발맞춰 양력과세를 권장했으며 이중과세의 낭비성을 들어 음력설을 금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음력설을 버릴 수 없었고, 1985년 ‘민속의 날’로 지정되며 1일간 국가적인 공휴일이 되었다가 1989년 음력 정월 초하루부터 마침내 ‘설날’이 공식적으로 복원되며 3일간 공휴일로 지정된다. 3일 연휴였던 신정은 2일로 했다가 1999년 1월 1일부터 하루 휴일로 축소되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공식적으로 새해를 두 번 맞는 나라가 되었다.7~80년 만에 힘겹게 되살아난 설날이지만 외려 명절 증후군과 함께 다양한 세시풍속은 사라지고 있다. “과세 안녕히 하셨습니까?”“과세 편안히 하셨습니까?”라는 설날의 전통 인사말도 잊혀졌다. 500년 전 퇴계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제례 문화도 시류(時流)를 따르라”./박귀상 시민기자

2024-02-15

설 연휴 고생한 아내 스트레스 풀어준 ‘전화 두통’

민족 최대 명절 설을 보내느라 고생한 아내가 전화로 좀 솔직해지라는 잔소리를 한다. 전화기로 잔소리 잘하는 선수가 아내이다. 설 명절 오랜만에 모이는 일가친척들 앞에서 부리는 나의 허세 때문이다. 그런 나를 용서 받는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경주로 소풍을 나선다. 보문호 근방에서 식사 후 호수 물결이 바로 보이는 카페에서 차를 한잔하고 호수 둘레길을 함께 걸었다. 둘레길을 걷는 데 전화가 온다. 확인하니 경주에 사시는 지인의 전화다. 내가 경주에 온 것을 아는듯해서 고맙다. 경주예술의전당에서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라는 주제로 미술 특별전시회를 하고 있는데 표가 있으니 같이 가자는 전화다. 대면할 수 없는 사람과의 소통할 수 있는 편리한 휴대전화가 고맙다. 아내나 나 나 미술에는 문외한이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서양 미술사 대강의 흐름을 알 수 있어 좋았고 이른바 여자들의 명절 증후군 해소와 다소 틀어진 아내 심사를 원만케 해주는 기회여서 좋았다.요즘 들어 걸려 오는 전화가 부쩍 많아졌다. 관람 중인데도 진동으로 둔 전화기가 주머니 속에서 혼자 드르륵드르륵 울고 있다. 짜증이 일어나지만, 모른 체 한다. 주인의 짜증을 알 턱이 없는 전화기는 끝까지 울다가 제풀에 지쳐 만다. 모르는 번호이지만 받아보면 거짓말 잘하는 사람처럼 자기 할 말만 빠르게 하고 끊는 뒤끝을 허심하게 만드는 전화다. 관람 중에도 3통이나 들어와 있다. 국회의원 예비후보자들의 문자이거나 전화다.그래도 제때 못 받은 것을 미안해해 본 적도 있다. 그들은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해보겠다는 선량(選良)을 자처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대개가 녹음된 음성의 일방적 발언이거나 문자들이기는 하나 그런 일방 소통을 그렇게 나쁘게만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들의 그런 일방적인 소통이라도 들어야 하는 현실이니까 말이다.그래도 생각해 보면 선량이라 함은 모름지기 자신이 내세우는 정책공약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인간적인 면과 도덕적인 소양이 검증되고 주위로부터 인정받았느냐가 더 중요해야 한다고 보는데 일면식도 없이 느닷없는 전화는 앞서 생각한 것을 무색게 하여 슬프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서 국민 편익을 위한 입법과 살림을 맡아야 하므로 지지를 부탁하는 몰염치는 또 무엇인가, 우리는 알아야 한다. 공동선을 위한 금전의 유혹에 당당하고 결백할 것인지, 자기보다 센 권력 앞에 비굴해지지 않을 용기는 있는지, 사욕에 변질하지 않을 의지가 있는 선량인지, 그런 분을 기다리며 찾아야 하고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4월이면 국회의원 선거를 한다. 곧 있을 선거에 앞서 멀리 로마 시대의 얘기를 좀 해보자. 그들은 선출직 공직 입후보자들을 라틴어로 칸디다투스(candidatus)라 불렀다고 한다. 그 어원을 따라 요즘도 선출할 입후보자를 캔디디트(candidate)라 부르고 있다. 이 말의 근원은 고대 로마 시대의 공직 선거에 입후보한 사람들의 복장이 깨끗함을 상징하는 흰색의 겉옷(toga)을 입었기 때문이란다. 그 흰색의 의미가 깨끗함과 솔직함과의 궤를 같이하기에 오늘의 우리 선거에도 그런 깨끗하고 솔직한 후보가 나오기를 바라며 선거 홍보 내지 지지 부탁 전화에 대해 유감이 있다.선거철이 되면 홍수처럼 걸려 오는 문자나 전화는 일상생활에서 이미 공해 수준이다.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아 나에게 연락이 올까, 라는 의문이 들지만 견뎌 받아낸다. 왜, 우리는 선량을 뽑아야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선량이 되겠다고 자처하시는 분들께 바란다. 우리 유권자의 전화번호를 이러 이러한 경로로 얻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일언반구의 예의라도 갖추고 난 후 자신을 지지해 달라는 뜻을 전하는 솔직한 후보를 기다린다. 그런 그에게 나의 한 표를 보내고 싶다./박효조 시민기자

2024-02-15

영덕 ‘창포말 등대’ 역사와 기원을 찾아서

창포말 등대로 향했다. 포항에서 출발해 7번 국도를 달리다 화진해수욕장을 지나자 블루로드 표지판이 보였다. 대게공원을 시작으로 포항시가 아니라 영덕군에 접어들었다는 표시다. 시내버스 색깔부터 다르다. 버스 뒤에 우리가 가려는 창포말 등대가 크게 그려져 있다. 강구에서 7번 국도에서 내린다. 그래야 대게 형상을 크게 걸어둔 다리를 건너 블루로드를 따라 달릴 수 있다. 그곳부터 대게를 파는 가게가 줄을 이었다. 대게 삶는 수증기가 하얗게 길까지 마중 나온 거리를 벗어나자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가 바로 옆에 따라붙는다. 오늘따라 일렁이는 높은 파도에 마음까지 쓸려갔다 밀려와서 달리는 기분이 그저 그만이다.저 멀리 창포리의 해안절벽 위에 등대가 나타났다. 영덕의 특산품인 대게의 집게발이 하얀 등대를 감싸 안고 지켜주는 모습이다. 항로표지 기능과 전망대의 기능을 함께 담당한다. 등탑 자체는 흰색인데 대게 조형물은 청동빛이며, 등롱은 동해의 일출을 따라 해 붉은색이다. 밤이면 붉은 조명을 등대 쪽으로 비추어 낮에는 푸르스름하게 보이던 집게발이 붉게 빛난다. 참으로 멋진 발상이다.등대 이름 창포말의 유래는 위치한 마을에서 따왔다. 풍력 발전단지 헬기장을 벗어나면 오른쪽 낮은 곳으로 가는 오솔길이 나타나는데 바로 창포리다. 갯가에 유난히 붓꽃이 많이 피어 ‘붓개’ 혹은 ‘창포’라고 했다고 한다. 창포말 등대는 1984년 6월에 영덕읍 창포리 끝단인 ‘창포말(菖蒲末)’에 세워진 등대로, 42km 떨어진 바다에 6초에 한 번씩 불빛을 비추며 동해안을 항해하는 선박들의 안전을 지킨다.처음에는 보통 등대와 같이 원통형의 흰색 콘크리트 등대였으나, 2006년 해양수산부가 실시한 ‘조형 등대 현상 공모전’에서 통영 도남항의 연필등대, 부산 송도해수욕장의 고래 입표와 함께 당선되어 독특한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특이한 등대로 기장의 젖병 등대, 야구등대도 있어 등대 투어를 다니는 사람들도 늘었다.등대가 선 곳이 해맞이공원이다. 전국 제일의 청정해역과 울창한 해송림으로 둘러싸여 있던 창포리 동해안 일대가 1997년 2월 대형 산불로 폐허가 되어 방치되다 4년간의 노력으로 수려한 해안 절경과 무인 등대를 활용한 공원을 조성하였다. 산불 피해목으로 침목 계단을 만들어 산책로를 조성하였으며, 사진 촬영과 시원한 조망을 위한 전망 데크와 휴식 공간을 위해 파고라를 만들었고, 어류조각품 18종을 실시간 방송되는 음악과 어우러지도록 했다. 야생화와 향토수종으로 자연학습장을 조성하였는데, 수선화·해국·벌개미취 등 야생화 15종 30만 본, 해당화·동백·모감주나무 등 향토수종 8종 7만 본을 심었다.64km 청정해역이 펼쳐지는 도로변에 자리해 주차가 편하며 푸른 바다의 풍경을 볼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1월 1일에는 물론 평일에도 여유로운 휴식을 위해 찾아드는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진다. 길가에 대게 루미나리에 공원이 있다. 이 공원을 일러 빛의 거리라고 한다. 일출 명소인 이곳이 노을 또한 아름답다. 저물녘 찾아가 밤이 찾아오면, 등대의 색깔이 수시로 바뀌고 알록달록한 조명이 만드는 풍경이 눈부시다.블루로드 A 코스 ‘빛과 바람의 길’이 여기서 끝나고 B 코스 ‘푸른 대게의 길’이 시작된다. 부산에서 울산, 포항을 거쳐 영덕을 지나 울진, 강릉으로 향하는 ‘해파랑길’ 중 영덕 구간인 블루로드 반을 지나온 것이다. 영덕을 찾는 이라면 반드시 들러 명소가 된 창포말 등대, 동해 여행을 이곳에서 시작해도 좋겠다. /김순희 시민기자

2024-02-13

주민들이 지방의원 의정활동비 인상을 반대하는 이유

지방의회의원들의 의정 활동비 인상으로 여론이 시끌시끌하다. 이유는 시민들이 생각하는 지방의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이 전문성은 물론 부패와 도덕성 부족 등으로 만족스럽지 않은 상태에서 의정 활동비가 인상되기 때문이다. 거기다 경북은 물론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마다 세수도 줄어들고 있어 의정비 인상에 부정적이다. 지방자치가 시작될 때는 지방의원이 무보수 명예직이었으나 법 개정으로 인해 현재는 기본급 개념인 월정수당과 의정 자료 수집과 연구를 보조하는 의정 활동비 2개 항목으로 나뉘어져 있다. 의정 활동비는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광역의회 의원은 기존 150만 원에서 최대 200만 원, 기초의회 의원은 110만 원에서 150만 원까지 올릴 수 있게 되었다. 경북지역의 경우는 상주와 성주, 울진의 기초의원이 이미 150만 원 인상을 확정했다. 나머지 지역은 공청회와 여론조사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를 본 여러 시민단체에서도 “인구 구조의 변화 등으로 인해 지자체마다 세수 부족을 겪으며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의정 활동비 인상이 가능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지방의회들마다 앞다퉈 인상을 서두르고 있다”며 비난했다.풀뿌리 민주주의를 표방하던 지방자치는 지방의원들의 시·도민 봉사가 그 원점이었다. 지방의원들이 하는 일을 보면 생활밀착형으로 ‘우리 지역’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지역의 주민들이 요구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를 정책으로 수립하며 반영하는 것이 그 첫 번째이다.하지만 현재는 인사권 독립 등 슬금슬금 본래의 뜻과는 다르게 의원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고 있다. 지방의원들의 급여를 보면 지역마다 천차만별이지만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평균 광역의회 의원은 5천700여만 원, 기초의회 의원은 3천900여만 원 가량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자영업이나 전문직 등의 겸직도 가능하다. 그러면서 의원들의 일탈과 자질 논란은 이어지고 있어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경북 포항의 경우는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92개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한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경북 안동과 함께 가장 낮은 등급인 5등급을 받았다. 이는 경북도의회가 청렴도 1등급을 받은 것과도 비교가 된다. 포항시의원들은 정책역량을 강화하고 의정활동을 지원할 정책지원관을 채용하는 등 전문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질적으로 변화하지는 못했다는 의미이다. 공무원들 또한 사적 이익이나 부당 개입, 필요한 예산을 삭감하는 등 의원들의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이에 대해 시민 이 모씨는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처럼 시의원들의 비위행위는 늘 있었다. 시의원은 선거 운동 때나 얼굴 보이지 당선되고 나면 대부분 나 몰라라 한다. 어느 때는 시의원이 누구인지 모를 때가 많다. 포항이 청렴도 꼴찌라니 창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의정 활동비를 인상한다면 시민 누구라도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민 박 모 씨는 “의원들이 자신에게 관대하고 행정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고 지방의회가 존재하는 이유를 증명하는 것이 의정 활동비 인상보다 더 우선이고 중요한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4-02-13

어릴적 설날 가래떡 뽑으러 다녔던 기억, 이젠 추억으로

청명한 날씨의 설 명절이 지났다. 설날 아침 대부분의 가정에는 떡국이 밥상에 오른다. 떡국은 설날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요즘은 간편하게 마트에서 떡국을 구입할 수 있다. 예전에는 전날 물에 불린 쌀을 소쿠리에 걸러 대야에 담아 방앗간에 가는 수고로움을 더해 직접 가래떡을 뽑곤 했다. 어머니들은 새벽같이 일어나 일명 ‘다라이’라 불렸던 무거운 대야를 들고 방앗간으로 향했다.지금도 방앗간에서 직접 가래떡을 뽑기도 하는데 쌀을 무게에 맞춰 들고 가면 된다. 우리 안동 지역은 쌀 한 되에 1.6kg이고 시공비는 7천 원을 받는다. 쌀을 맡기고 하루 뒤쯤 찾으러 가면 떡집 로고가 찍힌 종이상자에 가래떡이 완성돼 나온다. 완성된 가래떡은 굳기 전에 떼어내 소분해 냉동실에 넣거나 알맞게 굳혀 어슷썰기해 떡국으로 만든다.가래떡은 경상도 말로 ‘떡골비’라고도 부른다. 방앗간 문을 열고 “떡골비 뽑으러 왔다”고 하면 주인장은 저울에 무게를 달고 시공비를 알려주고 언제쯤 오라고 한다. 매년 11월 11일을 빼빼로데이라고 하는데 그날이 농업인의 날인 만큼 우리 고유의 농산물인 쌀로 만든 기다란 가래떡을 소비하는 ‘가래떡데이’로 부르자는 붐이 일기도 했다.길게 뽑은 가래떡이 긴 수명과 번영을 의미해 새해 아침 떡국을 먹는 것은 무병장수의 한 해를 기원하는 것이다. 또 엽전과 동전 모양으로 썬 떡국은 부자가 되게 해달라는 희망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떡국을 먹으며 나이도 한 살 더 먹는다.흰자와 노른자를 부친 계란지단과 김가루, 소고기 고명을 올려 완성된 떡국 한 그릇으로 떡국 제사를 지내고 어른들께 세배하고 한 해의 시작을 열었던 우리의 새해 첫날 풍경도 이제 점차 간소해질 것이다.냉동실에 넣어두고 한번씩 꺼내 구워 먹었던 가래떡처럼 가족과의 즐거운 추억도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라는 새해다. /백소애 시민기자

2024-02-13

옛 명절 극장 나들이 하던 추억 ‘새록’

명절 즈음 신문이 도착하면 텔레비전 편성표부터 찾았다. 그즈음엔 설이나 추석 특선영화들을 텔레비전으로 보는 게 꽤 설레는 일이었다. 그 중 보고 싶었던 영화가 있으면 기쁨이 배가 되었다. 가위를 찾아 시간표를 조심스레 오려두고 텔레비전 옆에 보관했다. 텔레비전으로 개봉이 지난 영화를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더 큰 즐거움은 친척들로부터 받은 용돈으로 극장에 가는 것이었다. 어린이 대상 영화 중에선 영화 포스터가 그려진 책받침을 나눠주는 행사도 있어서 다음날 학교에 자랑삼아 가져가기도 했다. 홍콩 느와르 영화에서부터 어린이들의 마음을 벅차게 만들던 히어로물 등 대목을 맞은 극장가는 늘 붐볐다. 영화사들도 앞다퉈 개봉 전쟁을 치렀다.1980~90년대 경주엔 세 개의 영화관이 있었다. 규모가 비슷비슷했던 대왕극장과 아카데미극장, 그리고 앞선 두 영화관에 비해 작은 규모의 명보극장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달라진 풍경처럼 극장들도 운명이 바뀌었다. 대왕극장은 대왕 시네마로 운영되다 현재 메가박스를 위탁 운영 중이다.노동동 원효로 110번지 2층에 위치한 건물 위쪽엔 대왕시네마 로고가 붙어있다. 2020년에 잠시 영업을 종료했다 2022년 12월 10일에 재개점했다. 1관 183석, 2관은 50석으로 컴포트관이다. 그리고 3관은 126석으로 총 3개관으로 운영 중이다. 경주 중심가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보니 아이와 종종 들르는 곳이다. 아이는 품에 가득 안기는 팝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 듯 하지만 이른 시간에 방문하면 조용히 영화 감상하기에 그만인 곳이다.세기말이라 세상이 꽤나 사색적이었던 시기에 그 앞은 많은 이들에게 약속장소로 이용되었다. 2000년 초중반까지 극장 1층에 자리하던 피자집과 오락실은 또 하나의 단골 장소였다. 영화 시간이 조금 남거나 하면 시내를 한두 바퀴 돌다 왔는데 같은 얼굴 두 번쯤 마주치고 나면 영화 시작 시간이 다 되었다. 음악 소리로 떠들썩하던 오락실 자리는 점포 임대 현수막이 꽤 오래 붙어있다.대왕극장과 더불어 인기였던 아카데미극장 자리엔 프리머스 경주점을 거쳐 현재 롯데시네마가 운영되고 있다. 노동동 계림로 83에 위치해 있으며 총 2개관으로 1관 136석, 2관은 143석이다. 아파트 단지가 많이 위치한 황성동에도 롯데시네마가 있다 보니 예매시 주의를 요한다.가장 작은 규모였던 명보극장은 전시장으로 잠시 운영되다 현재 건물마저 사라져버렸다. 좁은 계단을 올라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하고 바로 들어가는 구조였다. 영화상영 본래의 목적에 충실한 곳이었다. 88올림픽이 열리기 한 해 전인 9살 때였다. 엄마 손을 잡고 따라간 그곳은 내가 방문한 생애 첫 영화관이었다. ‘은하에서 온 별똥왕자’라는 영화였는데 당시 아역으로 인기였던 이건주씨가 주인공이었다. 또래 아이들로 영화관은 꽉 차 있었고 겨우 빈자리 한 곳을 찾아 앉을 수 있었다. 좌석과 계단의 구분이 모호했지만 그런 건 중요치 않았다. 아직도 극장을 찾을 때마다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는 걸 보면 어린 마음에 꽤 인상적이었던 듯하다. 한참 시간이 지나 두 차례 더 명보극장을 찾았었다. 더 이상 영화를 보는 것이 특별한 일이 되지 않았을 무렵 극장은 문을 닫았고 기억으로만 떠올릴 뿐이다. 세상은 빨라지고 따라 경험하기조차 버거울 정도로 많은 것들이 생산되고 있다.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선 좋지만 그만큼 ‘특별함’을 느끼는 일이 줄어드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특별한 일 몇 개쯤은 따로 빼두었다 마음이 지친 날 보약으로 써도 좋지 않을까. 아직은 성급한 마음이나 겨울은 이제 떠날 차비를 하는 눈치다. 다가올 봄엔 도심 상권도 살리고 추억의 극장 나들이를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박선유 시민기자

2024-02-13

아사달·아사녀 전설 서린 경주 영지석불좌상 탐방

오랫동안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불국사를 창건한 김대성은 절 안에 불탑을 세우기 위해 백제의 석공을 불렀다. 당시 백제는 돌탑을 만드는 기술이 뛰어났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솜씨가 좋은 아사달을 신라로 데려와 석탑을 만들었다.그런데 아사달이 불탑을 만든다며 신라로 간 지 여러 해가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자, 그의 아내인 아사녀는 남편을 만나기 위해 신라로 향했다. 어렵사리 불국사에 도착한 아사녀는 남편을 찾았지만, 아직 불탑이 완성되지 않아 만날 수 없다며 사람들이 막아섰다. 당시 사람들은 불탑을 만들 때 여자를 만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아사녀는 날마다 불국사 앞을 서성거리며 기다렸다.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하는 아사녀를 가엾게 여긴 한 스님이 그녀에게 귀띔했다. 불국사 가까이에 있는 연못에서 정성껏 기도를 드리면 탑이 완성되었을 때 탑의 그림자가 연못에 비칠 것이라고. 이후 아사녀는 매일매일 연못을 들여다보며 탑의 그림자가 비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림자는 볼 수 없었다.기다림에 지쳐 상심한 아사녀는 결국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연못에 몸을 던져 죽고 말았다. 그녀가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사달이 석가탑을 완성했다. 아내가 그리웠던 그는 서둘러 아사녀를 만나기 위해 나섰지만, 아무리 헤매도 아내를 찾을 수 없었다.결국 그는 홀로 백제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훗날 사람들은 아사녀가 빠져 죽은 연못을 ‘영지’, 석가탑을 그림자가 비치지 않는 ‘무영탑’이라고 불렀다. 아사달은 신라를 떠나기 전 바위에 아내의 모습이 어른거리는 것을 보고 그녀의 모습을 새겼다고 한다. 그런데 완성한 뒤의 모습을 보니 마치 부처와 같았다고 전한다.경주로 영지석불좌상을 만나러 갔다. 영지로를 따라가니 영지초등학교를 지나자 물 위를 오리가 가르며 노니는 영지가 나타났다. 바람 한 점 없어서 물에 산 그림자가 가득 들어앉았다. 둘레에 벚나무 가로수와 산책로가 놓였고, 연못 가까이에는 공원이 조성돼 방문객들이 앉아 쉬기에 좋았다. 길 건너에 영지암 이정표가 우리를 부른다.이곳엔 모든 이름 앞에 영지라는 갓머리를 달았다. 오랜 전설이 살아서 우리 곁에 있다. 이야기의 증거를 만나러 걸어 들어가니 석불 좌상의 옆모습이 보였다. 얼굴 모습을 알아볼 수 없는 불상이다. 빗물에 씻겨나간 것인지 바람결에 쓸린 것인지 마모가 심하다. 하지만 어떤 이는 원래 미완성의 불상이라고 주장했다.얼굴은 알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 건장한 신체와 허리, 양감 있는 무릎 표현 등이 통일신라 석불 양식이다.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것이며, 손 모양과 자세는 석굴암 본존불을 충실히 따랐지만, 광배 일부도 상했다. 같은 자리에서 천 년 넘는 세월을 견디었다는 것만으로도 상을 주고 싶은 마음이다.약간 이지러진 광배 뒤로 불국사가 놓인 토함산이 어디쯤인가 살폈다. 내비게이션으로 확인하니 차를 타고 8분 거리이다. 석가탑이 얼마나 높이 올라야 이곳까지 그림자를 드리울까. 산 그림자라도 길게 늘이면 닿을까, 발돋움해보아도 불국사의 산신각조차 보이지 않는다. 길에 오가는 자동차 소리에 저녁 예불을 알리는 북소리조차 삼켜버렸다. 아사녀의 모습을 닮았다던 석불의 표정이 없어진 것은 가까이 두고도 다가가지 못한 아사녀의 마음이 다 녹아내린 것이 아닐까 싶어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계절마다 불국사를 찾았지만, 영지석불좌상은 처음 찾았다. 불국사를 찾는 관광객들이 이곳도 함께 둘러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두 손을 모아본다. /김순희 시민기자

2024-02-06

딸과 컬링경기 ‘직관’… 멋진 겨울 추억으로

지난 달 19일부터 시작된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대회가 1일에 막을 내렸다. 78개국 7개 스포츠, 15개 종목이 치러진 이 대회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개최된 동계 청소년 올림픽대회이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에게서 컬링 시합을 보러가자는 권유를 받았을 때, 동계 청소년 올림픽대회가 강원도에서 열린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이후 컬링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컬링 경기를 직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었다.컬링은 직사각형 얼음판 위에서 스톤을 브룸이라는 막대를 이용하여 하우스에 밀어 넣는 경기로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강릉컬링센터를 찾아가는 길에 주차장을 잘못 들어서서 1km를 넘는 거리를 걸어서 가게 되었다. 지나가는 길에 주광장에서는 공연도 하고, 간식을 먹을 수 있는 BBQ관에서는 치킨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였다.전날 많은 눈으로 인해 바닥이 질퍽하거나 얼어있는 곳도 있었다. 한참을 걸어 도착한 컬링센터 입구에서는 보안을 위해 반입 금지 물품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아이가 있어 간식을 항상 들고 다니는데 뜯지 않으면 괜찮다는 말에 안심을 했다.공항검색대처럼 소지품 검사도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난생 처음 와보는 탓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우리나라 경기는 오후 2시였으나 조금 늦게 도착해서 좋은 자리는 앉을 수 없었지만, 더 높은 층에서 4경기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기존에 보던 경기랑 달라서 의아해했는데 관람한 경기는 믹스 더블이란다.믹스 더블은 한 앤드당 5개의 스톤을 투구하는데, 한 명이 1,5번째 스톤을 투구하면 다른 선수는 2,3,4번째 스톤을 투구해야 한다. 경기 내내 서로의 수 싸움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고 게임에 져도 얼굴이 굳지 않았다. ‘대~한민국’이라는 응원에 브룸으로 응답하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상대방 팀이 잘했을 때 서로 격려해주는 모습도 너무 보기 좋았다. 이날 경기는 아쉽게 우리나라 선수들이 지긴 했지만, 이 경험이 몇 년 후 좋은 결과를 가져오리라 믿어본다. /사공은 시민기자

2024-02-06

“봉화 문화콘텐츠 융복합, 관광상품 개발”

최근 경북 봉화군 드림가든에서 문화계, 학계, 관광산업 대표자 등 60여 명이 참석해 미래문화관광콘텐츠포럼 영남본부 위원회 발족식과 토론회를 열었다. 다양한 분야의 자산들을 융복합해 양질의 문화콘텐츠와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사회기반 조성을 위해서였다.이날 이정환 위원장은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봉화군은 체류형 관광을 통해 소비인구와 생활인구 증대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소비 확대를 위한 콘텐츠 개발로 체류형 관광이 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김진영(영주시 전 부시장)씨는 “지역 관광자원의 전략적 개발로 지역 소멸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고, 윤희중(울릉크루즈 부사장)씨는 포항에서 울릉도를 오가는 크루즈 운영에 관해 설명했다. 김종문(동해시 전 부시장)씨는 동해권의 미래 지향적인 문화관광과 정책 방향에 대해 부연했다. 참석자 모두는 문화관광 발전 방향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진행했고, 특히 봉화권 지역문화 예술과 지역자원, 문화 특성을 소개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결합해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홍성영 추진위원장은 정부와 국회가 나서 관광여행업에 대한 인식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고, 미래 콘텐츠 발전을 위한 비전과 단체의 사업계획을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가진 문화예술과 유무형의 자산을 양질의 문화콘텐츠 관광 상품화해 국가 경쟁력 함양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들자”고 강조했다.미래문화관광 콘텐츠포럼은 지난 2023년 10월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발기인대회와 창립총회를 열고 출범했다.최영호(연세대 교수), 홍성영, 조경호(한국미디어서비스 대표이사), 권영우(법무법인 전운 고문), 허종미(국회 보좌관), 김재범(한국증권신문 대표이사), 안동범(세무법인 로고스 회장), 윤영용(작가) 등이 준비위원으로 참여했고, 최재혁(연세대 교수) 박태창(영화감독), 정완식(한성대 교수) 등 100여 명이 발기인이 됐다. 이어 지난 1월 26일 영남지역 위원회가 봉화군 물야면 드림가든에서 발족했다. 영남지역 위원회 발족식엔 미래문화관광 콘텐츠포럼 회원들이 다수 참여했고, 봉화에서는 미래포럼 영남본부 위원장을 맡은 이정환 회장과 류중천(봉화보부상보존연구회 회장), 안병주(봉화신협 이사장), 이동희(봄빛부동산 대표) 등 10여 명이 참석자로 이름을 올렸다. /류중천 시민기자

2024-02-06

‘車山車海(차산차해)…’ 포항시 주차난 해결 특단 대책 내놔야

포항시의 주차난이 심각하다. 지난해 전통시장이나 중앙상가 등에 공영주차장이 새로 들어섰지만 아직 주요 시가지나 시민들과 관광객이 많이 이용하는 곳에서는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2023년 3월 기준 포항시의 자동차 등록 대수는 28만여 대로 시민들 대부분이 일상에서 자동차를 이용하며 생활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차시설 부족은 큰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 뿔난 시민들의 주차난 해소를 위한 요구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현재 포항은 노상 5개와 노 외 15개의 공영주차장을 시설관리공단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주차면 수는 2천134면이다. 또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주차난을 해결하고자 공영주차장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시가지나 시민들이나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에서는 아직 불편함이 많다.2021년 11월에 개장한 스페이스 워크 가는 길은 그 인기만큼이나 심각한 주차난을 겪었다. 개장 초기에는 이를 체험하고자 밀려드는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인해 인근의 아파트 도로변에까지 주차를 해야만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특히 환호 공원에는 지금도 주말이나 휴일에 주차 공간 부족으로 혼잡을 빚고 있다. 미술관과 스페이스 워크 체험, 현재 공사 중인 해상케이블카가 완공되면 주차난은 더 심각해질 게 분명하다.새해 첫날 흐린 날임에도 스페이스 워크를 찾은 시민 A씨는 “오후 시간 때였는데도 사람들이 많았고 주차는 몇 바퀴 돌다가 나가는 차를 보고 겨우 주차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꾸준히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포항역도 마찬가지다. 특히 주말이면 더 포항역으로 향하는 도로 진입로부터 차가 밀리기 시작하고 주차를 하기 위해 몇 바퀴 도는 건 기본이다. 다가오는 설 명절에도 주차난으로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느낄 것 같다. 텅 비어 있는 직원주차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평소에 시민들이 가까이서 이용하는 상가 밀집 지역은 더 심각하다. 물건 상하차를 위한 공간과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주변의 주거 공간의 이면도로까지 침투하고 있다. 아파트 앞에 시장이 있는 장성동은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차와 이용객들이 차들이 뒤엉키고 있다. 시장 이용이 많이 이루어지는 오후 시간 때는 안전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아파트 바로 앞에 있어 상가를 자주 이용한다는 주부 조 모(41) 씨는 “아이와 함께 상가를 자주 방문하는데 이용객이 많은 오후 시간 때는 오고 가는 차량은 물론 상가 앞의 주차된 차량이랑 뒤엉킨 느낌인데 학원가도 많이 있어 아이들의 안전에도 위협이 된다고 생각한다. 인구 많은 장성동에도 큰 공영주차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현재 전반적으로 주차시설이 부족해 시민들이 불편한 상황에 대해서 포항시 교통지원과 주차시설 관계자는 “스페이스 워크가 있는 환호공원은 미술관 방향에 있는 주차장에 내년 7월 준공 목표로 주차타워를 건립하고자 계획하고 있다. 또 구룡포나 오천에도 마찬가지로 주차타워를 건립할 예정이다. 또 고속도로에서 포항 진입할 때부터 공영주차장의 주차장 상황을 알 수 있게 전광판 설치를 검토 중”이라며 “실시간 주차장 상황을 알 수 있도록 하는 통합주차정보시스템도 다른 지자체 상황을 보고 있다. 앞으로 예산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설머리 물회지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한 사장님은 “주말이나 휴일에는 시민뿐 아니라 관광객이 많이 방문한다. 가게 앞에서 보면 많이 혼잡한데 주차난 해결을 위한 포항시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허명화 시민기자

2024-02-06

노후는 길고 퇴직자들은 갈 곳이 없다

많은 이들이 안정된 노후를 위해 재취업의 길로 나서지만 나이 든 퇴직자가 일자리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현시대의 가장 큰 위기는 경제 위기도 아니고 기후 위기도 아닌 바로 100세 위기라는 말이 있다. 오래 사는 것은 더 이상 축복이 아닌 위기가 되었다.60세에 정년퇴직을 해도 그 이후로 40년을 더 살아야 한다. 자식에게 기댈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언제까지 건강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이런 이유로 요즘 퇴직자 대부분은 재취업의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청년들도 어려운 취업의 문이 재취업자들에게 쉽게 열릴 리가 없다.주변의 60세 넘은 분들을 보면 하나같이 재취업에 분주하다. 만나면 나누는 대화 주제가 모두 무슨 일하느냐는 질문들이다. 대부분 퇴직 전에는 자녀교육에 몰두하느라 노후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땅이 있는 사람들은 가장 접하기 쉬운 농사일을 한다. 사과나 오미자 등의 과수 농사를 짓기도 하고 작목반을 만들어 특수작물을 재배하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특별한 기술 없이도 시작할 수 있는 택시 운전에 뛰어든다.아파트 경비나 공공기관 경비를 하기도 한다. 자신이 임원으로 근무하던 기관에 퇴직 다음 달 경비로 들어갔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중장비 자격증이나 용접 자격증을 따러 다닌다는 이들도 있다.이만큼 이제는 퇴직 후에도 일이 꼭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예전처럼 예순이라는 나이가 뒷방으로 물러앉을 노인이 아니기도 하고 앞으로 살아내야 할 날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재취업이 필요한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고, 무료히 시간만 보내기에는 사회인으로서 존재감이 없어서라고도 한다. 그 어떤 이유이든지 간에 이제는 퇴직 후에도 다시 일을 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사회는 이런 퇴직자들을 받아줄 마땅한 대책이 없어 보인다. 자영업은 더욱 쉽지 않고 재취업 자리를 찾는 퇴직자들은 가슴이 답답하다.많은 퇴직자가 이리저리 떠밀리며 방황한다. 수명은 점점 길어지는데 할 수 있는 일은 줄어들고 이건 우리에게 닥친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가 100세 위기를 잘 대처하려면 퇴직 이후 무슨 일을 하면서 보낼지 미리 준비해야 한다. 퇴직자들을 위한 사회적인 재취업 프로그램이 좀 더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퇴직을 맞은 사람이든 언젠가 퇴직을 맞이할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노년은 찾아오니 말이다./엄다경 시민기자

2024-02-01

운전면허 기능시험에서 도로주행까지

운전면허 기능시험장에는 운전면허를 취득하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교육 때 배운 내용을 잊지 않으려 기능시험 동영상을 여러 차례 반복 재생하는 응시생, 친구와 함께 각 코스별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서로 점검해주는 응시생, 초조한 마음에 계속 물을 마시는 응시생 등 모두가 시험 전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니터에는 시험 중인 응시생의 점수가 실시간으로 공개되어 관심을 이끌기도 했다. 학원에서 배운 대로 했던 응시생은 기쁜 마음으로 합격도장을 받았다.기능시험에서 합격도장을 받은 응시생은 도로주행만 합격하면 운전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다. 많은 응시생들이 처음으로 도로주행을 나갈 때,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운전하는 ‘나’를 기준으로 상하좌우를 달리는 자동차들이다. 혹시 내가 다른 차를 박거나 다른 차가 나를 위협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으로 가득 차기 때문이다. 이러한 두려움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생의 마음가짐이다. 차는 내가 운전하는 대로 간다는 생각을 잊지 말고, 기능시험에서 배운 대로 액셀, 브레이크, 핸들, 기어 등의 기능에 대해 상기하며 차분히 운전해 나가야 한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액셀을 밟으면 앞으로 가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멈추고 핸들과 기어를 조정하는 대로 차가 나아간다는 간단한 원리만 기억하고 긴장을 푼다. 그리고 교육 시에는 강사와 함께 탑승하기 때문에 위급사항에서 같이 컨트롤 해주시다는 편안한 마음가짐을 가진다.긴장을 푸는 행위는 집중력과 연관된다. 너무 긴장하게 되면 실수가 잦아지고 실수는 집중력을 흩트리기 때문이다. 또, 충분한 휴식을 가지지 못하는 것도 집중력을 흩트리는 원인이 된다. 때문에 도로주행 전 날의 충분한 수면과 휴식으로 피로를 최소화해야한다.준비가 끝나면 도로주행을 하게 되는데, 주행 시에는 속도 표지판을 잘 확인하여 도로에 맞는 속도로 운전하여 과속을 방지하고, 신호를 주시하여 급정거하지 않도록 한다. 또, 다른 차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적정한 안전거리를 유지하여야 한다.자가용 사용이 늘어나는 만큼 교통사고도 늘어나고 있는 오늘날, 모두가 안전하게 운전하여 올 한 해는 모두가 안전하게 보내기를 희망한다. /김소라 시민기자

2024-02-01

갈뫼루의 밤풍경에 젖다

요즘 SNS에서 구미의 야경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 있다. 구미시 신평동에 위치한 ‘갈뫼루’가 바로 그곳이다. SNS에 올라와 있는 야경 사진들은 정말 멋있었고, 구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안 가볼 수가 있겠는가. 무작정 밤에 갈뫼루로 향했다. 집에서 겨우 15분 남짓한 거리였다. 내비게이션이 주택이 늘어져있는 골목길로 안내를 했기에 이런 곳에 정자가 있을까, 그것도 문화유적으로 분류되어 있는 정자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앞에 주차를 하고 올려다 본 갈뫼루는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갈뫼루는 신라시대부터 물물 교역의 요충지 역할을 해온 비산나루터를 계승하고 기념하기 위해 건립이 되었다고 한다. 비산나루는 신라 비산부곡 때부터 근세까지 선산부의 남부지역 관문 역할을 했기에, 물자교역과 각 지역에서 모여드는 사람들의 상거래 중심지로 통하였다. 부산 등의 하도에서 올라온 상선은 소금과 해산물 등을 하역하고, 내륙 지방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수공업, 도자기류 등을 교역하며 자연스레 ‘갈뫼시장’이 형성되었다. 이 시장은 20세기 전반까지 번성하였다. 이곳은 현재 비산동생활체육회의 주관으로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을 통해 소통·화합·이해의 한마당이 되고 있다고 한다.다른 볼거리가 하나 없이 뜬금없는 장소에 세워져 있다고 생각한 갈뫼루는 관리가 굉장히 잘 되고 있었다. 잔디와 돌바닥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올라가는 길 역시 조명이 빛나고 있어 어둡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갈뫼루까지의 길은 높지 않았기에 정말 간단히 밤 산책 하는 느낌으로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정자를 한 바퀴 둘러본 후 그 유명한 야경을 보기 위해 정자 위에 올라섰다. 막힘없이 탁 트여진 전망이 눈앞에 펼쳐졌다. 낙동강과 금오산, 체육공원까지…. 구미시가 한 눈에 들어왔다. 높은 금오산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의 야경이었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눈에 들어온 현판은 한글로 쓰여 있어 읽기도 좋았다.갈뫼루를 한 바퀴 둘러보고 야경을 충분히 즐겼지만, 주변에 뭔가 다른 것이 없는 게 조금 아쉬웠다.벽화마을이 조성되어 있다고는 하나 밤에 가면 그마저도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산책 겸 다니기 좋을 수 있지만, 갈뫼루를 볼 목적 하나로 가기엔 그 이후가 조금 아쉬운 환경이었다. 주변에 다른 다양한 볼거리가 조성되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위치였기에 그저 좋은 야경을 봤다는 것으로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나는 비록 SNS를 통해 접하게 된 장소였지만, 구미시에 사는 사람들은 많이들 알고 있는 야경 명소였나 보다. 추운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야경을 보러 나와 있었고, 밤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다들 어찌 이런 곳을 알고 있나 싶기도 했다. 동시에 구미의 좀 더 많은 명소들을 찾아다녀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이왕이면 의미가 있는 곳으로 말이다.그 시대의 비산나루터는 어땠을지, 그리고 자연스레 형성된 갈뫼시장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혼자 머릿속에 잠시 그려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시끌벅적했겠지…. 이제 집에 들어가라는 듯 뺨을 스치는 찬바람에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아주 천천히, 한걸음씩…./김현숙 시민기자

2024-02-01

옛길을 가다

어제는 일이 있어 영천을 다녀왔다. 도로 위 터널을 통하니 출발한지 얼마 안되어 도착한 느낌이었다. 친구와 여행겸 부산 기장을 다녀온 지난주에는 더 길고 더 많은 터널을 통과했다. 나는 바다뷰를 즐기며 갈 수 있는 해안도로를 좋아하지만, 일단 빠르고 쉬운 길로 목적지에 도착하자는 운전자 친구의 의견에 따랐다.여행을 좋아하고, 특히 옛길 드라이브를 즐기는 나로서는 사실 터널을 통해서 빠르게 이동하는게 그다지 반갑지가 않다. 예전처럼 산길을 돌아서 강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옛길의 운치를 즐기고 싶은 까닭이다. 산허리를 끼고 몇 구비를 돌다보면 어느새 펼쳐지는 숨은 비경에 탄성이 절로 터진다. 그야말로 옛길 여행의 백미다.그 길에서 우리는 엄청난 위용의 바위산도 만날 수 있고 강을 따라 병풍처럼 펼쳐지는 절경도 만날 수 있다.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소개된 경주의 감포가도는 오래 전부터 내가 즐겨 다녔던 옛길이다. 경주 덕동댐을 지나서 계곡을 따라 산길 정취를 만끽하며 추령에 오른다.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산길을 휘돌아 내려와 바다를 향해서 강변길을 달린다. 감은사로 이어지는 너른 들을 지나서 동해바다에 이르면 세찬 파도에도 끄떡없는 문무대왕 암을 마주할 수 있다.내비게이션은 더 이상 그 때의 옛길로 안내하지 않는다. 산을 허물어 터널을 만들고 고가다리를 놓아 생긴 빠른 길로 날 안내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감포가도를 달려서 동해에 간다. 지도를 더듬어 애써 옛길을 찾아다닌다. 그 길에서 만나게 되는 가슴 떨리는 서정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지금의 한반도는 도시의 높은 스카이 라인을 뽐내며 우후죽순처럼 지어놓은 아파트와 빌딩으로 인해 콘크리트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오랫동안 다져온 도로 개발산업의 영향으로 사통팔달 쭉쭉 뻗은 고속도로가 이젠 반나절이면 전국 어디든 가 닿게 한다. 그럼에도 시골 구석까지 자연을 훼손 해서 터널을 만들어야 하는지 우리 모두는 한번쯤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다행히 이제는 생태 축 복원사업으로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옛 흙길을 드러내는 옛길 복원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충주에서 문경으로 이어지는 옛 하늘재 고갯길은 작년에 일부 구간 사업을 마쳤다고 한다. 하늘재는 문헌상 가장 먼저 등장하는 고갯길이다. 그 복원에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고 하지만, 늦게나마 역사와 자연을 보존하겠다는 맥락에서 바람직한 사업인 것 같다. 오랫동안 산업화가 진행 되면서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산을 뚫고 다리를 놓으며 숨가쁘게 달려왔으니, 이제는 개발보다는 보존에 좀 더 무게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이번 주말에는 속도와 성과의 압박에서 잠시 벗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옛길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 그 길에서 당신은 당신이 만난 겨울 강과 겨울나무로부터 삶의 지혜와 여유로움을 배우게 될지도 모르겠다./서영희 시민기자

2024-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