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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주 오릉서 풍욕으로 묵은 껍질 날려 보내세요”

삼림욕 하기 좋은 계절이다. 수목이 울창한 산속을 걸으면 누구나 상쾌한 기분이 되는데, 그 원인의 하나는 ‘피톤치드’라고 하는 방향성 물질이 수목에서 발산돼 인체에 건강한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숲을 통과한 바람이 몸에 와 닿으면 사람 또한 나무처럼 푸르러진다. 나무에서 태어난 종이도 이렇게 바람을 쏘여야 한다. 일명 포쇄라고 하는데, 책이나 옷 등의 습기를 햇볕과 바람에 말리는 것이다. 포쇄는 고도서에 한한 문제인데 책을 거풍(擧風·바람을 쐬는 것)시켜서 습기를 제거해 부식 및 충해를 방지시킴으로써 서적을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한 것이다. 조선지나 중국지는 충해나 부식이 심해 포쇄가 필요하지만, 양지로 된 도서는 필요 없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 정기적으로 거풍시켜줘야 건강해진다. 특히 겨울을 지나며 햇살을 덜 받아 약해진 피부에 탄력을 주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경주 오릉이 그런 장소로 적당하다. 신라 시조인 박혁거세왕과 왕비 알영부인, 제2대 남해왕, 제3대 유리왕, 제5대 파사왕을 한 자리에 모셨다고 해 오릉이라 한다. 너른 뜰 안에 소나무 숲이 있어서 산책로 따라 걸으면 피톤치드 가득한 바람이 솔솔 불고, 대나무 숲길도 있어서 바람이 지날 때면 그 소리가 산책객을 편안하게 만든다.아름드리 소나무가 능 주변을 둘러쌌다. 능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능의 주인을 기리는 모양새다. 소나무는 햇볕을 더 많이 받기 위해 능 쪽으로 굽게 됐다. 이리저리 굽은 소나무 사이를 바람을 느끼며 걷다 보면 오릉이 세 개였다가 네 개로 보이다가 한다.바람으로 목욕하는 것을 풍욕이라 한다. 즉, 피부가 자연의 바람으로 몸의 안팎을 씻어내듯이 호흡하고, 바람의 작용으로 몸속의 노폐물과 독소를 몸 밖으로 발산하는 것을 말한다. 풍욕은 아토피나 피부 질환이 있는 환자들이 꾸준히 실행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걷기에 적당한 기온과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계절이다. 이 봄에 몸을 맡기고 겨울의 묵은 껍질을 날려 보내길 바란다. /김순희 시민기자

2023-03-28

‘독립운동 산실’ 성주 백세각 입구엔 ‘항일의적비’ 세워져

백세각은 야성 송씨 집성촌인 성주군 초전면 고산리에 있는 고택이다. 조선 전기 문신인 야계 송희규가 사헌부 집의로 있을 때 명종의 외삼촌인 당시 영의정 윤원영과 이기를 탄핵하다가 전라도 고산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돌아와 명종16년(1561년)에 지은 집이다.전면 7칸, 측면 6칸의 ㅁ자형 가옥으로 동향이며, 사랑마루와 안대청 상부가구는 3량가에 제형 판대공을 세워 종도리를 얹은 구조로 홑처마 맞배집이다건물 중문칸 남쪽으로 사랑방 2칸, 사랑대청 2칸을 두고, 사랑방과 대청 앞으로 툇마루를 놓았다. 북쪽은 헛간과 마구간이 각 1칸 있다.본채 남쪽으로 사당이 있는데 단청이 곱고, 단청 속에 특이하게 사군자와 목련 그림이 있는데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63호로 지정·관리되고 있다.1차 파리장서 또는, 유림 독립선언으로 알려져 있는 파리장서(독립청원서)는 1919년 3.1독립선언에 참여치 못해 아쉬워하던 유림 송준필, 김창숙, 곽종석, 장석영 등이 백세각에서 파리 만국평화회의에 보낼 독립청원서 작성을 위한 발기 회의를 한 장소다. 이 청원서에 유림 137명이 서명했는데, 성주 사람 15인이 참여했다.또한 4월 2일 성주 장날 만세운동에 사용할 태극기를 제작·보관하고, 인근에 있는 봉강서당의 마루판 한 장을 떼내 송준필이 독립운동에 유림의 참여를 독려하는 격문인 ‘통고국내문’ 목판을 제작·인쇄해 일본 경찰의 눈을 피해 성주 전역에 살포했다.백세각이 있는 고산정 마을에 들어서면 무궁화와 태극기를 들고 만세운동을 벌이는 벽화가 사람들을 맞이한다. 백세각 입구엔 ‘항일의적비’가 세워져 있다. 이는 송준필, 송홍래, 송회근 등 11인의 애국지사를 기리기 위해 2004년 건립됐다. /정순오 시민기자

2023-03-26

목련과 함께 찾아온 경주 ‘오릉의 봄’

목련이 먼저 봄을 알렸다. 사계절 내내 조용한 오릉이 가장 분주한 때다. 사람들은 갓 피어난 하얀 봄을 찍기 위해 여기저기서 셔터를 눌러댄다. 덩달아 담벼락을 보호색 삼아 쉬고 있던 고라니들도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바빠졌다. 오릉의 봄은 능 주인을 찾아 전국에서 온 후손들이 준비한 ‘춘향대제’로 대표된다. 대제는 성대하게 치르는 큰 제사를 일컫는다. 이날 경주를 뿌리로 둔 성씨들인 김, 석, 박씨가 모시는 숭혜전, 숭신전, 숭덕전 세 군데서 함께 춘향대제가 열렸다.필자는 그중 숭덕전(문화재 자료 제254호)을 방문했다. 숭덕전은 신라 시조왕인 박혁거세의 위패를 봉안한 국전이다. 숭덕전의 ‘숭(崇)’과 ‘전(殿)’이 왕을 모시는 곳이란 점을 알려준다. 세종 11년(1492년)에 건립되었으나 선조 25년(1592년)에 임진왜란으로 소실됐다. 이후 수차례 다시 지어져 현재의 숭덕전은 영조 11년(1735년)의 모습이다. 가을에 열리는 ‘추향대제’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40여 대가 넘는 대형 관광버스로 주차장은 만석이다. 그리고, 평소 볼 수 없던 노점상까지 가세해 완전한 축제 분위기다.오전 10시쯤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대형스크린으로 행사가 생중계 되고 있었다. 내부에서는 전참봉, 초헌관, 집례관, 진행참봉 등이 엄숙한 분위기로 대제를 봉행했다. 춘향대제 봉행 일정은 아침 6시 축문집필(사축·寫祝), 대축관 개복, 정전(신위전), 7시 조반, 9시 20분 오집사 예복 개복 후 예빈관 앞 집결, 9시 30분 상견례, 오집사(초헌관, 아헌관, 종헌관, 대축, 집례 등 다섯 제관)및 참제원, 9시 40분 숭덕문, 조흥문, 홍살문 경유 숭덕전 입전, 10시 춘향대제 봉행(숭덕전), 11시 10분 음복 후 해산으로 이루어진다.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 중 일부는 입구에 서서 소원을 빌었다. 먼 길을 왔으니 조상 덕 바라는 마음이 무리는 아닐 터. 그분이 존재했던 시간과 지금의 시간 사이 틈이 길다 보니 조상이라는 느낌보다 신앙에 가까운 느낌이다. 하지만 분명 피를 물려받은 사이니 어느 신앙보다 가까운 존재다.한 시간여 행사가 끝나자 붉은 깃발을 든 선두를 따라 사람들이 이동했다. 여느 때 같으면 금지구역인 능 바로 앞까지 갈 수 있는 특별한 날이다. 유독 눈에 띄는 팀이 보였다. 맞춰 입은 붉은 조끼가 초록 잔디와 만나 시선을 끈다. 그 팀을 선두로 여러 무리의 자손들이 자리를 바꿔가며 능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그리고 몇몇은 소풍 나온 가족처럼 돗자리를 깔고 앉아 여유를 즐겼다.대부분 고령자들이다 보니 걸음이 느리다. 그럼에도 한 뼘 짜리 얕은 울타리를 넘어 들어가지 않는다. “양반이 담장을 넘어서야 되겠는가? 출입구로 가세. 허허...” 일흔 이상으로 보이는 한 분이 울타리 앞에서 망설이는 일행에게 농담처럼 말씀하신다. 숨을 한차례 고르시더니 느린 걸음으로 한참을 둘러 출입구까지 걸어가셨다.왕을 지키는 사람들이 남아있는 곳, 또한 세계 희귀종인 고라니를 바로 앞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곳 오릉. 이보다 특별할 수 있겠는가?/박선유 시민기자

2023-03-26

‘봄의 향연’ 펼쳐지는 봉화 띠띠미 마을

꽃들이 짙어진 향기에 묻어 봄갈이한 논밭의 흙냄새와 새움 돋은 풀냄새가 상큼한 완연한 봄날이다. 햇살을 포근하게 껴안고 고향집 같은 고택 마을에서 봄의 전령사 산수유를 만나고 향수에 젖어보는 봄나들이는 어떨까? 매년 이맘때면 노란 산수유꽃이 뒤덮는 봉화 띠띠미 마을. 띠띠미 마을은 봉화 읍내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했다. 들어가는 길은 2차선인데 중앙선에 춘양목 군락이 있다. 멋스러운 전통마을 입구를 지키는 수십 그루 노송이 군락을 이뤄 선비처럼 고고한 자태로 손님을 맞는다.봉화의 어느 곳을 가도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늘씬한 자태의 춘양목이다. 노란 물결이 봄을 알리는 띠띠미 마을의 고가와 토담 너머로 가지를 늘어뜨린 산수유꽃은 조선의 청빈과 결의의 향기인양 충만하다.문수산 아래 산수유가 고택을 품고 대명절의가 만들어낸 400년이나 된 원조 산수유 군락지가 있다. 조상 대대로 재배하던 수령 100년이 넘은 산수유 꽃들이 고즈넉한 고택들 사이로 장관을 이루고, 토담 기와 너머로 우아하고 위엄을 갖춘 한옥 풍경이 선비의 모습을 닮은 듯하다. 산수유꽃 풍경에 취해 토담길을 걷다 보면 역사와 세월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조선조 병자호란의 굴욕적인 화의에 통분해 조선의 신하로 청나라를 섬길 수 없다는 ‘대명절의’로 황색 짧은 옷에 삿갓을 쓰고, 앉을 때도 북쪽을 향하지 않았다는 ‘태백오현’의 한 사람인 두곡 홍우정(1595~1656)이 이곳에 은거해 후손들에게 산수유 농사를 지으며 살라고 했다. 경기도 이천에서 산수유 두 그루를 가져와 심은 것이 지금 온 들녘에 퍼져 산수유 마을이 됐다.집 곁에 냉천이 있는데 옥같이 맑은 물이 떨어져 흐른다는 뜻으로 옥류암이라 한다. 옥류암은 깨끗함이 머물러 사는 초당이라는 의미. 홍우정의 은거에는 청나라에 항복해 순결함을 잃은 조선에 대한 설움이 담겨 있다. 비슷한 시기에 봉화로 은거한 강흡, 심장세, 정양, 홍석 등 이른바 대명절의의 ‘태백오현’ 등과 교유한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그 누가 어여쁜 마을 띠띠미를 이 산골에 숨겨 놓았나? 고풍스런 한옥과 흙담이 어우러진 400년 된 띠띠미 마을. 그곳에 가면 머리 위로 내려앉는 노란 산수유를 만날 수 있다. 오는 4월 2일엔 ‘시와 음악과 봄꽃 향기’라는 주제로 행사도 이어진다.봉화 띠띠미 마을의 산수유꽃은 3월 말부터 4월 초가 절정이다. 역사의 향기 그윽한 세월의 흔적과 함께 지천에 핀 산수유꽃을 만날 수 있다./류중천 시민기자

2023-03-26

근로시간 개편, 다양한 현장 목소리 반영돼야

최근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주 52시간(기본 40시간+연장 12시간)에서 주 최대 69시간(기본 40시간+연장 29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해지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노동계나 MZ세대 노조 등은 개편안을 두고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탁상행정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한국리서치, 케이스탯리서치 등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천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응답이 40%, ‘반대한다’는 응답이 54%로 나타났다. 특히 핵심 경제활동 인구인 40대는 부정 평가가 78%, 30대와 50대도 부정 평가가 각각 67%에 달했다. 이유는 불규칙하고 장시간의 노동으로 삶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거다.현재의 주 52시간제는 획일적이고 경직적인 주 단위 상한 규제방식이어서 다양하고 고도화되고 있는 노사의 수요를 담는다는 차원에서 고용노동부는 근로자의 선택권·건강권·휴식권 보장을 위한 근로시간 개편안을 마련했다. 연장근로 단위를 ‘주’에서 ‘월·분기(3개월)·반기(6개월)·연(1년)’으로 확대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이다. ‘바쁠 때는 일을 많이 하고, 좀 한가할 때는 최대한 휴식을 즐기자’라는 취지가 담겨 있다. ‘반기’는 현행 312시간에서 250시간(80%),‘연’은 현행 624시간에서 440시간(70%)만 연장근로가 가능하다.정부에서는 연장근로를 휴가처럼 적립한 뒤 기존 연차휴가에 더해 안식월처럼 장기 휴가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저축계좌’를 도입하기로 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이론은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연장근로를 2시간 한 근로자에게는 연장근로 수당 비율인 1.5를 곱해 3시간의 휴가를 준다. 바쁠 때는 연장근로를 한 뒤 한 달짜리 장기 휴가도 갈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직장인이 체감하듯 실제 장기 휴가를 즐기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포항시민 김모(48) 씨는 “장단점이 있겠지만 지금 52시간제도 잘 안 지켜지고 연차나 휴가도 못 쓰는 직장인들이 많다. 노동시간 감축이 세계적인 추세인데 개편안이 MZ세대뿐 아니라 노동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19~59세 2만2천명을 조사한 결과, 2021년 근로자가 부여받은 연차휴가는 평균 17일이지만 사용한 휴가는 11.6일에 그쳤다.하지만 이번 개편안에 대해 한 노동계 전문가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라고 하는 전문가 집단이 수개월 여론 수렴과 토론을 통해 마련한 안인데 대통령의 한 마디가 연구 결과를 뒤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3-03-21

‘운동하기 딱 좋은’ 봄날엔 포스코 한마당체육관으로

매서운 바람이 사라지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 따뜻한 봄 햇살이 봄기운을 북돋우는 요즘이다. 움츠렸던 몸을 다시 활짝 펴고 바지런히 생기있게 움직여 몸에도 봄을 알려주듯 운동을 할 수 있는 좋은 날씨가 이어진다. 포항시에는 쉽게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있다.스트레스도 날리고 다이어트에도 일조하는 운동을 할 수 있는 곳,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 않은 요즘 생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장소다. 포항시 남구 지곡로 212번길 33에 자리한 포스코 한마당체육관이 바로 그곳이다.포스코 한마당 체육관에는 배드민턴, 탁구장, 당구장이 마련되어 있다. 지하 1층과 지상 3층까지 체육관과 휴게시설, 샤워장까지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잘 꾸며져 운동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생활공간 가까운 곳에서 시민들이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 큰 장점이다.친구, 동료, 가족 등과 함께 친목도 도모하고 신나게 땀 흘릴 수 있는 한마당체육관에서 한 시간 동안 뛰고 나서 시원하게 샤워하고 로비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하면 그야말로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대관해서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이 시설은 포스코 직원이 우선이기는 하지만, 주말 공휴일에 비어 있는 시간에는 누구든지 현장예약 형식으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시간당으로 코트를 빌려 사용할 수 있는 배드민턴장은 두 시간 전 현장예약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데,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빈 코트가 많아서 수월하게 배드민턴을 즐길 기회를 얻을 수 있다.사용료는 코트 하나에 한 시간 당 2천 원이다. 물론 여건에 따라 연장해서 이용할 수도 있다. 샤워장에 락커룸과 드라이기, 선풍기는 기본으로 구비돼있으므로 본인의 비품만 챙겨가면 된다. 이 모든 것이 2천 원에 가능하다. 포스코 한마당체육관은 매월 첫째, 셋째 월요일과 명절 연휴는 휴관이다. /허지은 시민기자

2023-03-21

경주 ‘신라천년서고’서 특별한 힐링

여행을 계획하고 부지런히 다니다 보면, 다리도 눈도 지칠 때가 있다. 특히 경주 여행은 보고 즐길 것이 많아서 여러 장소를 다니게 된다. 그런 여행객들을 위해 국립경주박물관이 누워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박물관 도서관인 ‘신라천년서고’를 2022년 12월 15일 문을 열었다. 수장고로 이용했던 건물을 새롭게 꾸며 관람객에게 친화적인 도서관으로 탈바꿈했다. 푸근한 소파에 누워 ‘눕독’을 하며 쉬어가라고 말한다.국립경주박물관은 오전 10시에 문을 연다. 너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입장하기 위해 표를 끊으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드넓은 박물관이 모두 무료라는 게 더 매력적이다.신라 천 년의 역사를 전시한 상설전시관과 때마다 다른 전시를 여는 특별전시관을 보고, 신라미술관에 올라 잘 가꿔진 정원을 내려다보면 경주 일대의 절터나 궁궐터에서 발견된 석탑과 석등 같은 석물이 가득하다. 멀리 경주의 부드러운 능선까지 한눈에 들어오니 이렇게 너른 정원이 다시 없다.두루 살피다 보면 한소끔 앉아 쉬고 싶어진다. 그럴 때 연못을 한 바퀴 돌면 건축가 김수근이 전통 창고에서 모티브를 얻어 지은 월지관이 나온다. 월지관은 동궁과 월지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전시한다.벽돌 타일을 촘촘하게 붙여 만든 월지관 옆에 신라천년서고가 있다문을 열고 들어서면 높은 천장부터 보인다. 서까래와 기둥 보가 가로세로 잘 맞춰져 웅장함을 드러낸다. 도서관이라 하기엔 서가 사이가 넓고, 책도 여유 있게 꽂혀 있어 더 편안하게 만든다. 서가 사이에 다양한 형태의 앉을 자리가 있어서 각자 편한 자리를 선택할 수 있어서 좋다. 이 도서관을 만들 때, 도서관이 지니고 있어야 할 성격과 기능은 유지하면서 박물관을 방문하는 관람객에게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 싶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고 하니 그 뜻이 충분히 느껴졌다.이 도서관이 다른 도서관과 다른 점이 많지만, 더 특별한 것은 내부에 석등이 자리했다는 것이다. 고선사 탑 옆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가 신라천년서고의 얼굴이 되었다. 석등 뒤로 난 창은 대숲을 담아낸다. 김대환 학예사와 운영자인 사서, 그리고 건축가가 기획 단계부터 서로 제안하고 수용하며 발전시키며 협업한 결과이다.소파에 앉으면 커다란 창을 통해 박물관 마당의 산수유와 목련이 만발한 풍경이 빛과 함께 들어온다. 1970년대 지어진 수장고는 차고 어두운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설계를 맡은 이화여대 건축가 김현대 교수는 일부러 창을 더 많이 내서 채광이 잘 드는 장소로 완성했다고 한다. 이렇게 완성한 신라천년서고는 한국실내건축가협회(KOSID)가 주관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2022년 골든 스케일 베스트 어워드 협회상’을 받았다.함순섭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신라천년서고는 신라의 역사문화 전문 도서관으로서 이용자들에게 차별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앞으로 북 토크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도서관 이용시간은 월~금요일 오전 10시~ 오후 6시까지이며 낮 12시~오후 1시까지 점심시간 동안 문을 닫는다. 서가에 책은 열람과 복사만 가능하고 관외 대출이 안 된다. 복사용지도 개인이 가져와야 한다. 이런 좋은 쉼 공간이 토, 일요일 및 공휴일은 열지 않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김순희 시민기자

2023-03-21

신라 화랑들의 달빛 힐링공간 ‘울진 월송정’

울진군 평해읍에 위치한 월송정은 고려시대에 처음 지어진 오래된 누각으로 바닷가 위 소나무숲에 지어졌다. 관동팔경 중 하나인 월송정의 명칭은 ‘달빛과 어울리는 솔숲’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는 설과 ‘신선이 솔숲을 날아 넘는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따뜻한 봄바람을 맞으며 월송정으로 들어가는 길은 울창한 솔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흙길 위에 멍석이 깔려 있는 길도 있고 깔끔하게 정리된 산책로도 있다. 입구에는 월송정 무장애나눔길 표지판이 있다. 무장애나눔길은 전체 길이 600m로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등 보행약자층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산림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조성한 사업에 의해 만들어졌다. 산책로를 지나는 동안 솔향이 짙게 퍼져 나오며 미세먼지로 가득한 내 몸에 깨끗한 공기가 들어차는 듯하다. 오랫동안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어본다. 이 솔숲을 따라 산책로를 걷다 보면 월송정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보인다. 계단을 하나씩 오를 때마다 바다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면서 답답한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 든다. 정자 위에 올라가 보니 아래에서 보던 풍경과 달리 더 멋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신라시대 때 화랑들이 머물며 아름다운 경치를 칭하던 월송정은 일제강점기 때 철거되었다고 한다.현재의 월송정은 원래의 흔적을 찾아 1980년에 새롭게 지은 누각이다. 월송정을 지나 바닷가까지 가는 산책로가 연결돼 있어 해안가로 갈 수 있었다.해변으로 내려와 모래 위에 발자국을 남기기도 하고 낙서도 해본다. 밀려오는 바닷물이 낙서를 지워버리면 어린아이처럼 깔깔거리며 다시 무언가를 남긴다. 여러분도 신라시대 때 달빛 아래에서 즐겼던 화랑들처럼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월송정을 찾아보면 어떨까? /사공은 시민기자

2023-03-19

‘든든한 한끼’ 돼지국밥 어때예

며칠 전 역사와 전통이 숨 쉬는 경산시 서상동 돼지국밥 골목을 찾았다. 경산역에서 경산교를 지나 경산공설시장 방면으로 가다보면 우측에 ‘경산의 명물 돼지골목’이라 적혀 있는 간판이 나온다. 간판 뒤로 형성된 중앙로와 서상길 일대가 바로 돼지골목이다.골목을 중심으로 양쪽에 주재료가 돼지고기인 요리(국밥을 비롯한 각종 음식)를 만드는 식당들이 들어서 있다.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경산의 명물 ‘돼지국밥 거리’다.오후 2시. 점심시간이 지나서일까? 손님의 발길이 뜸했다. 마침 입구 안쪽에 위치한 영천식당 앞에서 주인인 듯한 어른이 국솥을 살피고 있어 그곳을 택했다.“안녕하세요. 국밥 한 그릇 주세요.”50년 동안 국밥을 만들어온 주인 임위자(80)씨는 “어서 오세요”라는 인사에 이어 푸짐한 밥상을 차려주신다. 진한 국물과 고기가 가득한 섞어국밥에 총총 썰어 놓은 파를 한 큰 술 듬뿍 넣은 뒤, 새우젓으로 간을 한 국밥이다.뜨끈한 국물을 먹어보니 꽃샘추위로 얼었던 속이 따뜻해진다. 잘 익은 깍두기는 또 얼마나 맛있던지. 게 눈 감추듯 먹고 나니 갑자기 돼지 골목의 이야기들이 궁금해졌다. 이것저것 질문을 하자 “서서 그러지 말고 이리로 올라오라”며 친정엄마의 아랫목 같은 따뜻한 평상을 내어주고 담요까지 덮어주신다. 고운 얼굴만큼이나 마음도 예쁘고 정이 넘치는 임 대표에게 인터뷰를 부탁했다. “내 나이가 팔십이야. 이제 지나간 이야기들이 잘 생각나지 않는데...”라면서 사양하다가 결국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여기 온지 50년쯤 됐어요. 국밥 한 그릇에 2천원일 때 시작했는데 이제 8천원을 받네. 금방 시간이 흘렀어”라고 입을 뗀 임 대표가 말을 이어갔다.해방 이후 경산군청과 경찰서, 등기소와 읍사무소가 생기고, 시외버스정류장도 만들어지면서 이 일대가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고, 한둘씩 돼지국밥을 판매하는 식당이 생기며 형성된 것이 돼지골목이라고 한다. 그때가 1970년대 무렵이다.1980년대엔 손님들이 늘면서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다. 하지만, 공공기관과 경산시장의 중심지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서 문을 닫는 식당이 늘었다. 2010년 즈음엔 새롭게 건물과 거리를 단장했지만, 현재는 예전에 비해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이라고 했다.“돼지국밥 한 그릇을 먹으려고 줄을 서던 때도 있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급격히 손님이 줄었다”며 임 대표는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러던 중 기다리던 반가운 손님이 들어오자 인심 넉넉하게 또 한상을 차려낸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식사를 끝낸 사람은 MZ세대 전지헌(28)씨. “젊은 사람이 어떻게 알고 여기를 찾았냐”는 질문에 “어제 늦은 시간까지 과음을 해서 해장하려고 왔습니다”라며 웃는다.“일주일에 두 번은 영천식당 돼지국밥을 먹어요. 저는 이곳 국밥이 제일 맛있더라고요. 할아버지 할머니랑 어릴 때부터 자주 왔어요. 국밥과 수육은 물론, 편육과 족발도 맛있고요”라는 게 전씨의 이야기였다. 전씨는 전통시장을 살리는 나름의 활성화 방안도 내놓았다.“돼지골목 식당들이 만드는 음식의 우수성을 적극 홍보하면 좋겠어요. 역에서 가까우니 홍보만 잘되면 역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모이겠죠. 젊은이들도 돼지국밥을 좋아해요. 이곳에 대해 젊은이들이 알지 못하고 식당 주인들이 나이가 많으셔서 홍보가 약한데, 그 점을 바꿔야 할 것 같아요.”여기에 더해 전씨는 편리한 주차 공간 확보와 젊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돼지국밥의 변신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 대표는 말을 이어가는 손자 같은 전씨의 손을 오래 잡고 있었다.뼈를 6시간 우려낸 국물에 야들야들한 식감의 고기를 듬뿍 넣은 돼지국밥은 피로회복과 빈혈 예방에도 좋다니, 봄이 가기 전 경산 돼지골목으로 국밥 먹으러 한 번 더 가야겠다. /민향심 시민기자

2023-03-19

안동 묵계서원서 만나는 봄의 전령사 ‘홍매’

묵계서원은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에 있다. 조선 초기 문신 보백당(寶白堂) 김계행(金係行· 1431~1517)과 응계(凝溪) 옥고(玉沽·1382~1436)의 덕행과 청백 정신을 기리기 위해 숙종13년(1687)에 창건되었다.“오가무보물 보물유청백(吾家無寶物 寶物惟淸白)”.‘내 집에 보물은 없다. 보물이 있다면 오로지 맑고 깨끗함 뿐’이라는 유훈으로 유명한 청백리 김계행은 성균관 대사성과 사간원 대사간을 지낸 인물로 연산군의 폭압에도 굴하지 않고 직언하는 선비였다. 낙향해 고향인 안동에서 자연과 벗하고 후학을 양성하며 지냈는데, 묵계서원에는 그를 닮아 고고하게 피어난 홍매가 있다.홍매의 꽃말은 고결, 정조, 인내, 깨끗한 마음 등이라고 한다. 청백리 선비의 서원에 알맞게 앞마당에 딱 한그루 피어나 미리 봄맞이를 하고 있다. 봄 정취에 반해 서원을 방문하는 시민, 관광객을 위해 홍매가 만개하는 4월 6일까지 ‘묵계서원 홍매화 사진공모전’도 열리고 있다. 묵계서원 홍매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후 SNS에 업로드하면 당선작을 발표해 보백당 숙박권 등의 경품을 증정하고 있다. 서원 마당에는 윷놀이,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를 할 수 있는 도구와 멍석이 깔려 있어 홍매도 감상하고 놀이도 함께 즐길 수 있다.가까이에 묵계종택과 김계행이 말년을 보내기 위해 건립한 정자이며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유명한 만휴정이 있다. 짧은 봄이 가기 전 묵계서원 홍매 향과 고즈넉한 만휴정의 정취에 취해보기를 권한다. /백소애 시민기자

2023-03-19

올해 ‘꿈틀로 298놀장’도 즐길거리 풍성

포항 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는 문화적 도시재생과 함께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지원으로 시작된 2017년 1기를 시작으로 원도심 활성화의 목표 아래 현재까지 4기 수의 작가들이 작가공동체를 이루며 개성적인 작업을 하고 있다. 문화적 도시재생에서 나아가 문화도시 사업에 중심적인 역할을 해오던 곳, 꿈틀로. 하지만 올해부터 꿈틀로 작가 1, 2기들은 기존에 받던 임대료 지원없이 개인적으로 임대료를 지불하며 작가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이는 기존의 지원체제에서 벗어나 작가로서 생활예술적인 역량을 발휘해야 하며, 2023년은 더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그래서 ‘2023 꿈틀로 298놀장’은 작가는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야 하며, 시민들은 작가에게 더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2023년도 꿈틀로 운영 방향은 꿈틀로 작가 외 생활예술인들의 마켓 장으로 확대하고 예술, 놀이, 전시, 체험, 예술교육 등 다양한 마켓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리고 주민협력 프로그램을 공동 진행하며 상가 및 꿈틀로 거리 활성화와 마켓 외 거리공연과 시민 영역 확대로 문화공판장을 활성화할 계획이다.또한 꿈틀로만의 아트마켓 특화를 위해 월마다 테마색과 콘셉트로 운영할 예정이다. 4월 29일 올해 첫 시작되는 꿈틀로 298놀장의 테마색은 초록이고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선물’같은 298놀장 아트마켓을 계획하고 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초록의 싱그러움이 일어나는 꿈틀로 298놀장으로 소중하고 감사한 분들에게 선물을 준비하면 어떨까? 온 마음을 담은 작가의 작품으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선물이 될 것이다.5월 27일은 6월 5일 환경의 날 맞이 ‘업사이클링’ 298놀장을 준비한다. 재활용품을 활용한 놀이 체험 프로그램과 꿈틀로 플로깅을 통해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지각하며 예술로 승화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에 벼룩시장도 함께 진행할 계획으로 함께 참여할 시민과 가족들은 미리 준비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6, 9, 10, 11월에도 새로운 콘셉트와 그 달의 테마색으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계획돼 있다. /서종숙 시민기자

2023-03-14

건축가 승효상의 역작 ‘수졸당’서 ‘가문비나무의 지혜’를 반추하다

하양 무학로 교회 전경. 저지대에서 몇 년이면 자라는 크기를 고지대에 사는 가문비나무는 200~300년 넘는 세월 동안 천천히 자란다. 어두운 산중에 자라면서 위쪽 가지들은 햇빛을 향해 나아가고 아래쪽 가지들은 떨어뜨리며 커 나간다. 그래서 울림이 좋은 바이올린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승효상의 건축은 영성의 풍경이라고 할 수 있는 솔스케이프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우리 옛집에 항상 그런 부류의 영성에 관련된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집 하나에도 성주신이 산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우리가 착공식도 하고 상량식도 하고 준공식 하는 게 전부 다 그 집과 더불어 살게 되는 신에 대한 어떤 감사와 소원이란 것이다.성경에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을 칭찬한다. 그 말씀대로 가문비나무 같은 사람이 지은 교회가 가까이 있었다. 하양의 무학로 교회이다. 유명한 건축가 승효상이 지은 15평짜리 자그마한 건물이다. 그의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이자 전 문화재청장인 유홍준의 자택인 수졸당이다. 수졸당의 의미는 “졸렬함을 지키는 집”이다.이 수졸당이 그의 대표작인 이유는 그의 건축 철학인 “빈자의 미학”을 구현한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빈자의 미학은 “호화로운 건축에서 허황되고 거짓스러운 삶이 만들어지기 쉽고, 초라한 건축에서 바르고 올곧은 심성이 길러지기가 더 쉽다”라는 것이다. 그의 선생 김수근의 사후에 김수근 건축이 아닌 자신의 건축을 하기 위해서 고민하다가 금호동 달동네에 갔을때 가난한 사람들끼리 서로의 소유가 아닌 공동의 공간에서 발생하는 건축적 아이디어에서 영향을 받아 빈자의 미학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내비게이션이 인도하는 대로 길을 따라 골목에 들어서니 골목 끝에 붉은 나지막하게 엎드린 건물이 보였다. 동행한 친구에게 교회가 보인다고 해도 금방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른 교회는 키가 작아도 멀리서 금방 눈에 뜨인다. 십자가 때문이다. 그 십자가가 무학로 교회에는 보이지 않아서 알아차리지 못했다.빈자의 미학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붉은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 만든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도 수줍게 숨겼다. 하양, 우리말로 ‘물볕’이라는 뜻처럼 마당에 물을 담아 놓아 하늘을 들어 앉혔다. 화려한 정원수나 장식돌은 보이지 않는다. 그 물길 따라 좁은 통로를 걸어 입구를 찾았다.찾아야만 보이는 문이다. 힘껏 몸을 써서 밀자 내부가 희미하게 보였다.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빛이 들어와 신의 은총이 내려오는 듯한 그런 분위기는 없다. 어둑어둑한 실내, 설교단 쪽의 천장에서 바깥의 빛이 들어온다. 천창 하나가 창문의 전부다. 그 분위기에 우리 일행은 저절로 숙연해졌다.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게 만든다.실내 장식은 보일 듯 말듯 가느다란 십자가 하나뿐이다. 어릴 적 시골 동네 작은 예배당은 늘 열려 있었다. 교회 안에 값나가는 물건은 오르간 하나뿐이었다. 친구들과 거기 앉아 젓가락 행진곡을 서툴게 연주하며 놀았다. 야단치는 어른도 없어서 늘 우리들의 놀이터였다. 요즘의 교회들은 대부분 잠겨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무학로 교회는 어린 시절 그 교회처럼 마음을 내려놓게 한다.이 교회 맞은편에는 승효상 건축가의 아들이 설계해 지은 문화시설까지 들어서면서 현대인들의 영성을 회복할 수 있는 문화거리로 탈바꿈했다. 다방물볕과 책방과 강의실과 전시실이 함께 있다. ‘승승 로드’라는 이름으로 입소문을 타고 기독교인뿐 아니라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과 건축 전공자, 여행자 등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이 찾아와 기도하고 위안을 얻는 성소가 됐다. 아무때나 찾아가 위로받길 바란다. /김순희 시민기자

2023-03-14

양대 노총 건물 무상사용 이대로 좋은가

포항 양대 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동조합총연맹)지부가 그동안 포항시 소유의 사무실을 공짜로 사용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총 포항지부는 포항 철강 국가산단 내 근로자복지관(호동관)에 1996년부터 입주해 지금까지 27년을 사용해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뱃머리 평생학습관 옆 덕업관도 민주노총 포항지부가 2014년부터 무상으로 사용해오고 있다.전국적으로도 양대 노총 지역본부 32개 가운데 18개가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 건물을 공짜로 써온 사실이 밝혀졌다. 임대료와 인건비, 시설 보수를 핑계로 지원한 금액만 지난해 최소 50억 원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양대 노총은 지자체에서 ‘복지관’의 사용권을 넘겨받는 방식으로 사무실을 빌렸다. 위탁 기간이 정해져 있었지만, 연장을 통해 무상 임대 기간을 늘렸다. 전기료와 수도료, 시설 유지비 등의 운영비도 별도로 받았다. 또 민간 사무실을 빌려 쓸 경우에는 지자체에서 지원 명목으로 임대료 일부를 대신 내주기도 했다. 한국노총 경북본부만 해도 매달 약 583만 원(연간 약 7천만 원)을 지자체에서 받는다.고용노동부 집계(2018년 기준)에 따르면 전국에 72개 노동자(근로자) 복지관이 있는데, 대부분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양대 노총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감사원은 2020년 고용부를 상대로 “근로자 복지관 건립 취지와 달리 특정 노조 사무실로 상당 부분 사용되고 있다”면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고 일반 근로자를 위한 복지 시설로 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 등을 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에 서울시의회에서 시 소유인 노동자(근로자) 복지관을 노동단체가 위탁 운영하면서 임의로 사무실로 전용해 쓰던 관행에 ‘노동자복지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켜 제동을 걸었다. 개정안의 핵심은 노동자 복지관을 단체가 아닌 노동자와 시민의 공간으로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의회에서 이번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앞으로 사실상 공짜로 노조 사무실로 쓰이고 있는 전국 노동자 복지관 운영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포항 시민 김모(51·남구 송도동) 씨는 “평소에 양대 노총이 본연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데 노조가 그들만의 특권인 양 공공의 건물을 오랜 시간 무상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불편하다. 보아하니 지자체가 지원하는 비용도 엄청나고 노동자의 해외여행 비용은 물론 노동자 자녀의 학자금을 지원하는 등 여러 곳에서 시민들이 혈세가 펑펑 쓰였을 것인데 앞으로 서울처럼 포항도 사용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례개정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한 경제학 전문가는 “외피만 노동자 복지관일 뿐 실제는 양대 노총 사옥”이라며 “시민의 동의 없이 방만하게 세금이 쓰이고 있지 않은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3-03-14

친구라는 이름으로… 봉순씨와 계순씨의 사랑법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랑은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오늘은 30년을 넘어선 이봉순씨와 최계순씨의 우정이 꽃피는 경산시 자인면 동부길 원조막창(대표 이봉순)을 찾았다. 문밖까지 들리는 웃음소리와 삼겹살에 미나리를 굽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서 와요. 여기가 원조막창집입니다.”우렁찬 목소리로 봉순씨가 등장했다.“손님들, 오늘은 특별한 날입니다. 내 친구 계순이가 와서요. 날 자꾸 부르지 마세요. 모자란 것들은 자율적으로 가져다 드시면 됩니다. 죄송합니다.”그러고 보니 한쪽 테이블에 봉순씨 친구 계순(경산시 시각장애인협회장)씨가 보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만나 친구가 되고, 30년 넘는 세월을 함께 해온 친구를 위해 미나리와 삼겹살로 몸보신을 시켜주고자 마련된 자리였던 것이다.최 회장은 친구에 대한 고마움을 이렇게 표현했다.“봉순이는 여러 면에서 장점이 많은 친구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 식당을 차렸지만 돈에 앞서 사람을 먼저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손님들의 건강을 위할 것인가를 생각하죠.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음식 공부를 합니다. 그렇게 탄생시킨 보양식 장어탕, 유황을 먹여 키운 오리 등을 한번 먹어보세요. 그리고, 인터넷에 자인 원조막창을 검색해 봐요. 거짓말이 아니니까요.”실제로 인터넷으로 확인해보니 넉넉한 성격과 푸짐한 인심의 소유자인 봉순씨의 가게 칭잔이 적지 않게 보였다.이에 봉순씨는 “그만해라. 부끄럽다. 삼겹살이 맛나게 구워졌네. 따뜻할 때 먹어. 대궁은 된장에 찍어 먹고, 이파리는 고기랑 구웠다. 어서 먹어라”고 화답했다.1급 시각장애를 가진 탓에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친구를 살뜰히 챙기는 봉순씨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혈연과 지연, 학연 등이 없는데도 두 사람이 긴 시간 동안 우정을 이어 온 사연이 궁금했다.이봉순 대표는 “힘들 때 도와준 친구를 어떻게 버립니까? 저도 친구도 가슴에 묻어놓은 동병상련의 아픔이 있어서 서로를 이해합니다. 저는 친구를 존경해요. 1급 장애인이면서 부모 없는 아이를 셋이나 당당히 키워 결혼시켰고요. 친구는 장애를 핑계로 누군가에게 기대서 살지 않아요. 그렇게 자립적인 모습와 행동이 언제나 멋져 보입니다. 늘 자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죠. 그러니 앞으로는 자신을 위한 삶도 살면 좋겠어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고기를 굽고 그 위에 향긋한 미나리를 얹어 자존심 강한 친구가 스스로 먹을 수 있도록 집기 좋게 놓아주는 봉순씨와 친구의 깊은 배려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맛있게 먹는 정겨운 계순씨. 둘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 까지 영원히 변치 않을 겁니다.”두 사람이 친구라는 이름으로 그려내는 아름다운 우정은 오늘날 각박한 사회 속으로 잔잔하고 따뜻한 사랑이 돼 전해질 듯했다./민향심 시민기자

2023-03-12

‘오르락내리락’ 걷기 불편했지만… 발 아래 추억으로 남은 ‘경고 지하도’

쭉 뻗은 대로. 언제 그랬냐는 듯 이전의 풍경은 벌써 잊혀진 듯하다. 지하도 평면화 작업으로 사람들은 더 이상 불편함을 감수하며 오르락내리락 하지 않는다. 경주역이 폐역이 되고부터 정해진 수순이었다. 1978년에 개통되어 시내와 경계처럼 자리하던 그곳은 통상 경고 지하도라 불리는데 익숙했다.누군가 길을 물으면 그 곳이 기준점이 되었다. 경고 지하도에서 오른쪽, 왼쪽, 건너편. 그렇게 설명하면 자연스레 대화가 통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해야 하는 불편함의 대상이면서 안내자의 역할도 해냈다.그리고 조금 더 우측에 위치한 곳은 경주역이 이정표 역할을 대신했다. 지하도는 시내에서 황오동 안쪽으로 진입하기 위한 가장 큰 진입로였기에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황오동에 위치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겐 교문 같은 등굣길이었다.꽤 가파른 경사로 교복차림의 까까머리 무리들이 자전거를 타고 오갈 때 지하도는 난코스 중에 난코스였다. 자전거와 자동차, 혹은 오토바이 간의 위험천만한 접촉사고도 간혹 일어났다. 사고 당사자는 자전거를 가족에게 뺏긴 채 걸어 다니게 되었지만 다른 일행들은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두 바퀴로 달려 내려갔다. 지금보다 겁 없던 시절이었다.지하도가 그곳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던 오랜 시간. 지나다닌 사람들이 달라지는 만큼 주변 가게들도 변화해갔다. 하굣길 학생들을 꼬치구이 냄새로 유혹하던 분식집. 초여름 문을 연 것으로 기억하는 음반 할인점. 그 당시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 했던 B612 테잎은 앨범 가게가 문을 닫은 이후에도 한참 동안 함께 했었다.코너에 위치했던 약국. 의약분업화가 이루어지기 전이었을 것이다.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 연예인 사진을 살 수 있었던 팬시점. 지금보다 문구류 가치가 높았던 시절 아기자기한 학용품에 소품까지 사춘기 소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좁았지만 있을 건 다 있던 길 건너 작은 문구점. 어두컴컴하고 매캐한 냄새로 가득 차 있던 오락실. 주인이 몇 차례 바뀌더니 사라진 중국집. 그 사이 굳건히 살아남아 아직도 유명세를 떨치는 찐빵집. 모두 경고 지하도로 설명할 수 있던 장소들이다. 한동안은 발 아래로 추억이 계속 묻어날 것이다.경고 지하도, 황오 지하도. 또 한 차례 한 시대의 막이 내리고 익숙한 풍경 하나가 사라졌다. /박선유 시민기자

2023-03-12

돌배 막걸리·가양주 익어가는 봉화 춘양면 소로1리 방전마을

백두대간 옥석산과 구룡산에서 발원한 운곡천은 계곡 길 따라 굽이치며 삶이 어우러진 풍경으로 봉화군 춘양의 운곡천을 만들었다. 면 소재지를 지나 작은 마을 소로1리 방전마을이 운곡천 좌우로 자리 잡고 있다.맑은 물이 흐르고 선비의 숨결이 살아있는 연주정이라는 정자와 천혜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이루어진 춘양구곡 중 6곡으로 경치 또한 빼어난 이 마을은 젊은 사람은 찾아볼 수 없고 노인들만 사는 마을이지만 축제를 만들고, 운곡천 둑길에 돌배나무와 토종 살구나무를 심는 어르신들이 있다.7월에는 작은 민물고기 잡기 축제를 마을 주민들이 기획하고 운영하는 마을이다. 마을을 지나는 운곡천을 보존하고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어 가는 방전마을은 주민의 단합이 잘되는 농촌 마을이다.돌배가 열리고 살구가 익어가는 계절은 달콤한 살구의 유혹과 유유히 흐르는 운곡천 물길이 편안함을 주는 아름다운 산골 농촌마을이 됐다. 물장구치며 족대로 물고기 잡고 돌멩이를 모아 아궁이 만들고 수제비 끓여 먹던 추억을 살리고자 시작한 마을 민물고기 체험 축제는 일곱 해를 이어져 오고 있다.마을 주민 대부분인 노인들은 작년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전통주 제조기술을 발굴, 수확한 돌배로 돌배 막걸리와 가양주를 만들어 체험행사를 하고 있고, 마을 소득사업으로 연계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지난겨울에는 운곡천에 빙벽을 만들어 오가는 사람들에게 멋진 겨울 풍경을 선물하고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는 소로1리 엄우섭 이장의 헌신적인 노력과 마을 어르신들이 솔선수범, 한결같은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정도 많고 화합이 잘되어 무탈하게 지내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로 일흔이 넘은 고령의 주민이 대다수다. 함께 일하고 정을 나누는 모습이 많이 사라진 지금. 함께 살아가는 마을,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어 가는 어르신들의 손길이 존경스럽다. /류중천 시민기자

2023-03-12

‘관광이 살길’ 포항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인구절벽시대가 오면서 지자체마다 다양한 인구증가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인구절벽이란 소비와 노동, 투자의 주체인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급속하게 줄어드는 현상을 의미한다. 포항도 예외는 아니다. 포항시 차원에서 인구증가정책을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현실을 다각도로 판단해보면, 정주 인구뿐만 아니라 관계인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계인구를 늘이는 방법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관광이다. 관광객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기 때문이다.포항시는 2016년부터 ‘글로벌 해양관광도시 포항’으로 재도약하겠다고 선언하고 호미반도 해양정원 조성을 사업의 핵심으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2018년에는 “해양도시 포항, 이제는 ‘바다’가 경쟁력”이라며 역사와 스토리가 있는 해양관광 인프라 확충으로 ‘해양관광 허브도시 포항’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하였다. 2019년에는 영일만관광특구 지정을 하고 관광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였고, 2022년에는 해양관광도시 ‘포항’을 위해 국제전시컨벤션센터의 건립과 특급호텔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2023년 포항시가 내세운 어젠다는 철강도시에서 해양관광·역사문화도시로 변모하며 역사·예술이 융합된 ‘글로벌 문화관광 도시’로 도약할 것을 선언했다. 또 포항시는 풍부한 관광자원들을 토대로 2023년에도 다양한 관광콘텐츠를 개발해 1천만 관광객들이 발걸음하는 환동해 관광거점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힘찬 날갯짓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포항시에서 내세운 연도별 관광정책의 방향성을 보면, 전체적인 관광비즈니스 모델이 분명하지 않다. 해양이든 역사든 예술이든 관광거점도시를 위한 수요자에 대한 융합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2020년 대한민국 4대 관광거점도시로 5개 지자체(부산, 강릉, 목포, 전주, 안동)가 선정되었다. 기준은 세계적인 경쟁력과 발전 잠재력, 교통·재정·인적 자원 등 관광기반의 우수성, 관광산업발전 기여도, 문화도시 등과의 관련 사업 협력 가능성 등을 평가하고 특히 도시의 경쟁력과 발전 잠재력을 중심으로 우수 지역을 선정했다고 한다.관광거점도시로 나가기 위한 거시적인 하드웨어도 필요하지만, 미시적으로 2023년 유망 여행 테마인 ‘MOMENT’에 대한 세부적인 준비도 필요하다. 이는 관광수요자의 니즈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 레저관광팀 담당자는 “관광거점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선 한두 해 준비가 아닌 오랜 시간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포항은 어떠한가? 수요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하드웨어는 잘되어있지만 체류할 수 있는 다양한 숙박시설과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 사람이 많이 오면 그때 숙박시설을 짓는다 생각하는데 그러면 늦다.올해 최초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반려동물 동반여행 환경 조성을 위한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를 공모한다. 이는 반려가족들의 관광 수요가 많다는 것을 증명한다. 펫코노미시대에 맞춘 관광수요자에 대한 발 빠른 시대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포항의 관광거점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성은 무엇인지 지자체에 묻고 싶다. /서종숙 시민기자

2023-03-07

늘 태극기가 펄럭이는 곳, 3월엔 만세시장에 가자

만세시장엔 늘 태극기가 펄럭인다. 3·1절이 지난주였다. 어릴 적 3월의 첫날이면 어김없이 불렀던 노래가 떠오른다. 학교에 가서 기념식을 했기 때문이다. ‘기미년 3월 1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 독립 만세~태극기 곳곳마다 3천만이 하나로 이날은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지금은 학교에서 3·1절 기념식을 하지 않나 보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이 노래를 모른다고 하니 말이다. 그저 하루 쉬는 휴일이 된 것 같아 아쉽다.휴일이면 오일장 나들이를 가곤 한다. 여러 시장 중에 영해 오일장을 자주 가는 이유는 시장 이름이 특이해서다. 만세시장. 1919년 이곳에서도 만세 소리가 크게 울렸다고 해서 장터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 장날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때문이고, 장이 서는 곳이라 터가 넓기도 했을 것이다. 만세시장 장터에 늘어선 가게 간판도 ‘만세 ○○○’이라고 붙은 집이 여럿이다. 아예 ‘3月 18日’이란 카페도 있다. 이렇게라도 그날을 기리는 것은 큰 의미가 있어 보기 좋은 현상이다.3·1운동은 서울 탑골공원에서 시작해 입소문을 따라 지역으로 퍼졌고, 포항은 3월 11일 포항면 여천장터 현 육거리에서 만세 시위운동을 벌였다. 그렇게 9회의 만세운동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사망자 40명, 300여 명이 감옥에 갇혔다고 한다. 3월 22일 장날에는 청하장터에서 23인의 애국지사께서 선봉에 선 만세운동이 있었다. 기념탑은 보경사 입구에 세워졌다. 북구 송라면 대전리에 ‘대전 3·1의거 기념관’은 항일 운동의 유품, 판결문, 영정 등 후손들이 소중히 간직해온 102점이 전시되어 있다.3월 18일에 일어선 영해 만세운동에 대해서는 영해면사무소 앞에 입간판으로 세워 놓았다. 처음에는 비폭력 평화적 시위로 시작했으나 일본인 경찰의 자세 때문에 점차 서로 폭력적으로 변하게 되었다고 하며 많은 희생자가 생겼다고 한다. 맞은편에 조선 시대 영해부의 관아를 복원한 건물이 섰다. 이곳은 경상북도 동북부지역의 중심지였고 수많은 관아건물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1910년 일본에게 나라의 국권을 빼앗기고 난 뒤에 우리 민족의 정기를 누르는 목적하에 일본이 영해 읍성과 관아건물을 모조리 파괴했다. 그래서 지금은 그 웅장했던 모습이 남아 있지 않다. 나중에 영덕군에서 건물의 형태가 그나마 남아 있는 책방 관사를 복원시켜서 지금과 같은 형태를 유지했다고 한다. 책방은 지금 기준으로 기초 단체장의 비서실장이라고 한다.바로 근처에 일제강점기 때 금융조합 건물이 있다. 1935년에 세워졌는데 바로 앞 영해파출소와 더불어서 만세운동이 가장 치열했던 곳으로 당시 유행하였던 모더니즘 양식으로 건축했다. 입구 계단과 창문을 콘크리트로 막아놔서 내부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군산에 갔을 때 비슷한 건물이 전시관이나 카페로 꾸며져 사람들이 많이 찾도록 해서 보기 좋았었다. 복원돼 더 많은 사람이 찾아와 한적한 이 거리가 북적거렸으면 하는 바람이다.그 외에도 거리 곳곳에 일제강점기 때에 세운 건물이 많이 남아 있다. 앞은 상가이고 뒤쪽은 살림집으로 쓰던, 말하자면 주상복합 건물이다. 영해 3·18 만세운동 기념 사업소가 있고 시장 로터리에 기념탑도 있어서 차를 타고 탑 주위를 돌아 나가야 한다.조선 후기까지 영덕과 영해는 각각 별개의 군이었다. 1914년 일제는 영해를 영덕군에 통합해버렸다고 한다. 번성했던 영해가 영덕군에 통합된 이유는 이곳에 퍼져있던 항일투쟁 의식을 꺾기 위해 면으로 격하시켰다고 한다. 영해라는 말은 ‘잔잔한 바다’라는 뜻이다. 이 잔잔한 곳이 3월이면 만세 소리로 가득하다 하니 가까운 날에 찾아가서 함께 태극기를 흔들어 보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김순희 시민기자

2023-03-07

환경오염 넘어 안전 위협하는 담배꽁초

포항시 거리 곳곳이 담배꽁초 천지다. 큰 대로변은 물론 주택가 골목길, 산책로, 심지어 아이들의 놀이터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쉽게 볼 수 있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 또 주택가 골목에서 다른 쓰레기들과 섞여 뒹굴고 있는 담배꽁초를 보노라면 사람들의 눈살을 저절로 찌푸리게 한다. 최근 여러 지자체에서도 깨끗한 도시 만들기의 하나로 길거리 환경오염과 안전을 위협하는 담배꽁초를 수거 보상하는 정책이 강화되고 있어 인기다. 포항시에서도 지난해부터 깨끗한 도시 만들기를 위해 불법 투기 신고 보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담배꽁초 불법 투기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신고를 하면 투기자는 5만 원의 범칙금을 납부해야 하고 신고자는 한 건당 5천 원의 신고 포상금을 받는다.시민기자가 아침 산책길에 아이와 함께 꽁초를 주워보니 5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임에도 수북이 쌓인다. 인도의 가장자리에 널브러진 것 하며 빗물받이 덮개까지 막고 있어 여름철 폭우에 빗물이 역류하는 사고가 나지 않을까 안전까지 위협해 보였다. 무심코 버린 꽁초로 인한 화재 사고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봄철에 대형화재가 집중되는데 원인의 하나로 담배꽁초를 꼽고 있다.대부분의 담배꽁초는 필터가 ‘셀롤로스 아세테이트’라는 합성 플라스틱 성분으로 되어 있는데 국산 담배의 90%는 플라스틱 필터를 쓰고 있다. 이 플라스틱 성분은 외부 노출 시 물리적 광화학적 요인에 의해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되어 수질 오염은 물론 하천이나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양생물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조개류나 어류가 삼킨 미세플라스틱은 다시 식탁에 올라와 우리 몸으로 되돌아온다.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담배꽁초는 하루에 1천200만 개비로 추정된다. 보통 플라스틱은 수거해 재활용으로 이어지지만 담배꽁초는 플라스틱으로 분리가 어려워 매립이나 소각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얼마나 수거되고 무단으로 버려지는 양이 어느 정도인지 통계로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하루 평균 담배 판매량이 1억7천만 개비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전체 생산량의 7% 정도가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하루 평균 최대 0.7t이 비와 바람에 의해 하수구나 빗물받이로 유입돼 우리의 바다로 흘러간다. 담배의 플라스틱 필터 감축을 위해 친환경 필터 개발이 생산자에게 요구되고 있지만 대체물질이 없다는 답변이다. 제조사와 담배꽁초 수거·재활용도 주장되고 있지만 쉽지 않다.포항 시민 A(57)씨는 “담배를 끊은 지 올해로 12년째다. 지인들에게 건강은 물론 환경오염 시키는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고 있지만 이건 개인의 기호 문제이다. 그러면 버릴 때라도 제대로 버려야 한다. 전자담배가 나와도 궐련의 무단투기는 여전한데 포항시에서 하는 신고 포상제는 단순히 담배꽁초 무단 투기자를 신고한다는 거에만 맞춰져 있는데 사실 동영상 촬영이 쉽지 않을 때가 많다. 흡연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먼저 요구되지만 개인적으로 흡연자들의 무단투기를 근절하려면 포항시에서 거리 곳곳에 담배꽁초 버리는 쓰레기통이 많이 만들어지도록 좀 더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3-03-07

아이의 썰매를 끌어주던 겨울의 추억

겨울하면 생각나는 건 스키, 스노우 보드, 스케이트, 썰매일 것이다. 요즘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스키나 스노우보드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어릴 적 언덕에서 눈썰매를 타고 내려왔던 기억이 아련하다. 울진 왕피천 공원에는 지난 1월 실내 빙상장인 ‘아름관’이 문을 열었다. 운영기간은 1월 20일에서 3월 1일까지였으며, 5회에 걸쳐 1시간 30분 운영하고 30분 정빙 및 방역을 실시했다.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음에도 코로나19 상황으로 회당 스케이트 100명, 썰매 20명으로 제한해 운영됐다. 스케이트, 썰매 및 헬멧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대여가 가능하고, 울진군민이면 50% 할인도 받을 수 있었다. 스케이트장 입구에는 휴게실이 마련돼 있어 저렴한 가격으로 매점을 이용할 수 있고, 앉아서 쉴 수도 있었다.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날카로운 날에 손이 베이지 않도록 안전모와 장갑이 없으면 스케이트장에 입장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평일에는 겨울방학을 맞이한 학생들이 주로 참여했으며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온 어른들과 인근 관광객들도 많이 이용했다. 부모님 손을 잡고 타는 아이, 펜스를 잡고 걸음마 하는 사람, 멋지게 코너를 도는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이 겨울을 즐겼다.강사가 트랙을 돌면서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워주기도 하고, 스케이트 타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같이 간 아이가 어린 관계로 썰매를 타기로 했다. 관리자가 체인을 주면서 착용 방법을 알려준다. 아이가 직접 타는 썰매가 아니라 썰매 위에 아이를 태우고 어른이 썰매를 끌어주는 것이었다.재미있어 하는 아이와 달리 어른의 체력이 요구되는 썰매였다. 체인을 주는 이유를 그때야 깨달았다. 10분 정도 달리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느슨하게 채워진 체인이 벗겨져 빙판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눈물이 찔끔 나고 머리가 흔들리긴 했지만, 아이의 얼굴을 보니 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운영기간이 끝난 이제는 썰매를 끌고 싶어도 끌 수 없다. 8세 이상은 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고 하니 내년에는 멋지게 스케이트 타기를 기약해본다./사공은 시민기자

2023-03-05

낭만 가득한 카페 ‘글로리아’ 주민-외지인 가교

경산시 용성면 미산2길에는 외촌지에서 내려오는 물과 고죽에서 내려오는 물이 합쳐져 흐르는 오목천이 있다. 천변둑에는 잘 자란 왕버들, 회화나무, 느티나무와 군데군데 정자가 마련돼 있어 편안한 쉼터가 되고 있다. 세태에 따라 주민들이 하나둘 외지로 나가면서 적막했던 그곳에 토끼의 기운을 받은 계묘년 드디어 기쁜 반란이 시작됐다. 예쁜 카페 ‘글로리아’가 탄생한 것이다. 주인 김성은 씨에게 카페를 열게 된 동기를 물었다.“용성주민 3년차에요. 도시에 살다 들어오니 밖에서 볼 때보다 더 많은 문제들이 보였어요. 특히 주민이 줄어드는 문제가 심각하더군요. 주민 이탈을 막고 떠난 분들을 다시 불러 모을 방도를 생각해봤어요. 무엇보다 ‘재미있고 행복한 분위기 조성’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중장년층의 소통 장소로 카페를 만들었습니다.”김씨는 글로리아 카페를 도시의 카페들과는 다르게 운영하려 한다.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닌 주민과 주민, 주민과 외지인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앞으로는 관청, 특히 농업기술센터의 자문을 구해 농촌자원을 활용해 도농 상생프로그램도 만들어볼 예정이다. 또한, 아동과 청소년의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개발해 지역민의 ‘희망 메카’가 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지역민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려는 김성은 씨가 존경스러웠다.카페 이름 ‘글로리아’는 기독교에선 ‘영광’을 뜻한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김씨는 행복의 통로를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나눔을 실천하기로 했다.일요일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카페를 열어 ‘커피로 봉사하기’를 진행한다. 그때는 주민은 물론 방문한 모든 손님에게 아메리카노에 한정해 매장 내에서는(포장 커피는 제외) 무료로 제공한다.또한 평일엔 시골 아줌마들의 소모임 활성화 장소로 활용해 이웃과 함께 성장하는 역할에도 일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꿈을 꾸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미산리는 마을길이 좁아 차량 진입이 어렵고 주차가 불편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이장을 중심으로 마을 주민들이 노력해 경산시의 ‘마을 만들기 사업-경산시 공모’에 선정돼 예산을 확보했고, 머지않아 희망의 첫 삽을 뜨게 되었다.마을의 복은 그뿐만이 아니다. 경북도에 ‘소규모 마을 디자인단’ 사업에도 계획서를 제출해 최종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이는 마을 커뮤니티 공간 조성과 환경 정비를 목적으로 골목 미니정원, 테마 꽃길, 겨울엔 LED 꽃길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요즘 김씨와 아줌마부대는 마을환경 정비사업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손님으로 글로리아에 온 한 주민은 “서울에 20년 넘게 살다가 귀농했어요. 낯설어서 힘들었는데 성은씨가 우리 마을에 오면서 마을이 달라지네요. 이렇게 예쁜 카페가 생기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중장년층들이 갈 곳이 없었는데 커피도 즐기고, 이웃도 만날 수 있으니 너무 좋습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자연스런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장소가 생겼고, 거기서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미산리의 특색을 살리는 테마는 무엇으로 정할 것인지, 꽃은 어떤 종류로 심어야 할지, LED 빛이 만들어 내는 꽃의 문양과 색깔은 무엇으로 할지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글로리아 카페 주변에 현재 심어진 맥문동 군락을 늘리고, 상사초를 비롯한 갖가지 예쁜 꽃을 심어 사진 촬영 명소로 만들고, 방문객을 위해 따뜻한 물과 의자를 내어줄 계획까지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넉넉함이 넘쳐나는 김성은 씨와 아줌마부대의 얼굴엔 이미 화사한 미산리 정원이 자라고 있는 듯 향기가 났다./민향심 시민기자

2023-03-05

포토갤러리에서 ‘아버지의 청춘앨범’과 만나다

안동 원도심 음식의 거리에 자리한 포토갤러리 ‘유안사랑(遊安寫廊)’이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유안사랑 임세권 관장은 안동대 사학과를 정년퇴직한 후 2013년 안동시 동부동 골목에 작은 갤러리를 열고 사진 전시와 강의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지난 3월 4일 막을 내린 10주년 기획전시 ‘아버지의 청춘앨범’은 ‘청명 임창순의 대구시대(1946-1949)’라는 부제가 붙었다. 청명(靑溟) 임창순(任昌淳·1914~1999) 선생은 임세권 관장의 부친으로, 우리나라 한학계와 금석학의 거두이자 서예가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타계 전까지 태동고전연구소(지곡서당)에서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한문학자다. 그의 30대 대구 교사 시절의 ‘청춘앨범’이 아들의 손을 통해 재탄생한 것이다.“1946년 대륜중학을 시작으로 1949년까지 4년 동안 경북중학과 경북사범, 경북여자중학 등의 교사를 거쳤다. 이 시기는 아버지 인생의 황금기였다. 내가 태어난 1948년은 그 황금기의 한복판이다. 이 4년간의 교사생활이 한 권의 앨범에 남아 있다. 이 사진들은 아버지 인생의 가장 오래된 사진들이다.”청명 임창순의 흑백앨범에는 빛났던 청년시절의 추억과 시대상, 후진 양성에 진심이었던 젊은 교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웅변대회를 마친 학생들, 불국사역 앞에서의 단체사진, 강변 야유회, 경북중학 개교기념일 교문 앞에서, 연극을 마치고 난 후의 한 컷 등 한 개인의 기록물을 통해 역사와 문화의 한 시대를 엿볼 수 있다.임세권 관장은 빛바랜 흑백사진을 복원해 그 시절의 풍경과 건물, 인물을 생생한 사진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획·전시했다. 특히 이 앨범은 1914년 조선총독부 철도국에서 발행한 경원선 철도 개통 기념 사진첩의 뒷면을 이용해 만들었다. 각 페이지에 담긴 역사적 의미와 서사를 통해 ‘일상적 기록사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백소애 시민기자

2023-03-05

김두종 이장이 사는 ‘행복마을 육동’

경산시 왕재산 자락의 용천리. “경산의 새벽은 용성에서 부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4남 2녀의 막내로 태어나 고향을 지키며 가업을 이어가는 자타공인 ‘찐 농사꾼’ 김두종 이장이다. 그는 논농사, 과일농사, 미나리농사 모두에 능한 만능 농사꾼. 요즘은 제철을 맞은 미나리 출하로 분주하다. 삼삼오오 모여 미나리를 다듬는 농장은 노래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취재차 들어선 필자에게 미나리부터 한 대궁 건넸다.“밑둥이 연하면서 똑똑 부러지고, 향이 확 번지는 육동 미나리 품질이 전국 1등이라예”라며 환히 웃는다. 언제 봐도 긍정의 아이콘인 김 이장의 말투와 순박함에서 믿음이 묻어난다. 2007년부터 미나리와 함께한 그는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고집쟁이 농사꾼이다.100% 지하수를 이용해 기생충 등이 없도록 하고, 최고의 향과 식감을 유지하는 관건이라 할 수 있는 적정 온도 유지를 위해 자식 돌보듯 수시로 하우스 개폐 시간을 조절한다. 그 때문에 오랜 시간의 외출도 하지 않는다. 이제 ‘김두종표 미나리’는 경산을 넘어 전국에 명성을 떨치고 있다.김 이장은 농업을 천직이라 여겼고, 고향에 살면서 혼자만의 욕심을 챙겨본 적이 없다. 경산에서 최고 오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육동마을을 모두가 잘사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성과 중 하나가 ‘육동마을 행복센터’다.“2012년부터 2017년까지 육동권역 종합정비사업으로 구 용강초등학교와 경북학생야영장을 리모델링해 2018년 문을 열었다. 펜션 1동과 방갈로 5동, 1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미나실과 식당, 운동장, 사무실 등을 갖췄다. 주민들이 조합을 구성해 위탁 관리·운영 중이며 센터 내에서는 육동미나리 관련 제품 등을 판매하고,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는 것이 김 이장의 설명.이어 “아직 소득이 크게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공기 좋고 인심 좋은 육동마을을 많이 찾아오시면 좋겠습니다. 오시기 전에 행복센터 홈페이지에서의 예약은 필수입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김두종 씨는 마을 이장과 영농조합법인 이사직을 맡고 있어 육동마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 김 이장의 꿈은 가족과 고향 사람들이 소소한 행복을 이루는 것이다. 육동마을 영농조합원들이 구심점이 된 행복센터에 봄꽃 같은 웃음이 가득하길 기대해본다. /민향심 시민기자

2023-02-26

황리단길 ‘갤러리 란’을 찾아가다

황리단길에 무료 관람이 가능한 갤러리가 있다. 그곳에서 김정란 대표를 만났다. 그녀를 처음 본 건 모 협회 단체 전시에서였다. 시종일관 밝은 미소와 긍정의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조금 늦게 그림을 시작한 서양화가. 이 정도가 그녀에 대한 첫인상이었다.그러던 어느 날 황리단길에서 갤러리를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협회 전시나 행사에서 간간히 인사 정도를 나누는 사이었는데 10년이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처음 본 그날과 다름이 없었다.은은한 빛이 나는 사람. 바닷가 조약돌처럼 오래 세월을 통해야 만들어지는 빛. 그녀에겐 그런 빛이 있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인생 2회차를 멋지게 살고 있는 특별함. 궁금해졌다. 그래서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이른 시간임에도 황리단길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초인종을 누르자 김 작가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따듯한 차를 마시며 일상 담화를 나누듯 이야기를 이어갔다.올해 71세로 부산에서 나고 자란 김 작가는 이화여대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동국대 의과대학에서 교수로 재임하다 정년을 마치고 현재 명예교수 신분. 그런 그녀가 어떻게 서양화가가 되었을까?교육 공무원이셨던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필요한 도움은 주시되 간섭이나 ‘먼저’가 없는 분이셨다. 맏딸인 김 작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어느 날 형제들을 불러 모으시더니 장래를 정해주셨다. 뜻밖이었다. 그 중 김 작가에게는 의사가 되라 하셨다.그렇게 김 작가의 첫 번째 인생진로가 정해졌다. 그녀는 별 거부감 없이 부모님의 뜻을 따라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입학 후 학업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취미활동을 찾아야 했다. 음악과 글엔 재능이 없었던 터라 그림이 남았다. 학교 앞 입시학원에 등록 후 틈틈이 취미 생활을 즐겼다.그렇게 시작된 취미 생활은 전공 수업도 종종 빼먹을 만큼 재미 있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할 게 늘어나다 보니 취미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수는 없었다. 다시 그림 생활이 시작 된 건 한참이 지나서였다. 교수로 재직 중이던 무렵 지인의 소개로 지역문화센터에 다니게 되었다. 몇 년이 지나 수업이 사라지고 뜻이 맞는 몇몇 사람들과 다시 시작한 수업에서 뿌리를 내려 지금 자리에까지 오게 되었다.물 흐르듯 자연스런 흐름이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았다면 작가로서의 자신은 없었을 거라 했다. 단, 경험의 중요성은 강조했다. 자신 또한 학창 시절 그림에 대한 경험이 있었기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정년퇴직 후 아파트 생활을 벗어나 마당 있는 집에서의 생활을 꿈꾸던 그녀에게 누군가 말했다. 황남동엔 경주 사람은 없고 왜 외지 사람들만 가득하지? 당시 황남동 땅값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었는데 대부분 외지인들이 매입 중이었다. 그 이야기에 자극을 받은 김 작가는 지금 갤러리 란이 위치한 건물을 매입하게 된다.시간이 좀 지났을 무렵 김 작가의 남편이 뜻밖의 제안을 했다. 관광객들의 왕래가 많은 좋은 위치에 있는데 이 공간을 사람들과 나누는 건 어떨까? 그냥 두긴 아깝지 않냐는 의견에 갤러리 란이 생겨났다. 실제 갤러리 란은 대부분 초대전이며 대관을 하더라도 전기세 정도의 무료에 가까운 대관료로 운영 중이다. 방문한 날에도 젊은 작가들의 단체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시작하는 작가에게 첫 개인전은 매우 중요하다. 종자씨를 만드는 단계라고 할까. 이후 많은 작가들이 종자씨를 만들어 떠나갔다.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꿈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가능한 꿈인가, 가치가 있는가? 사회적 기준에서 한차례 걸러진다. 이후 삶이라는 좁고 험한 터널을 통과하기에 앞서 함께 갈 수 없는 많은 꿈들이 터널 입구에 버려진다.100세 시대는 더 이상 낯선 말이 아니며 그 긴 세월 동안 꿈은 어린 시절의 전유물이 아니다. 꿈이 하나일 필요도 없다. 유년 시절의 꿈을 놓쳤는가? 언젠가 우연히 내 옆으로 지나가는 꿈을 다시 만난다면 이번엔 놓치지 말고 꼭 잡을 수 있길 바란다./박선유 시민기자

2023-02-26

봄이 오는 봉화 창마마을

어느새 바람결이 한결 부드러워져 양지쪽의 따사로움이 돌담과 고택이 어우러진 창마마을이 정겹게 다가온다. 마을 뒤쪽엔 갈봉산이 솟아 있고 앞쪽으로는 만석산, 천석산이 둘러싸고 있으며 마을 입구에서부터 울창한 소나무 숲이 형성돼있다. 고색창연한 고택과 정자, 사당이 돌담과 어우러져 마치 조선시대에 온 듯한 풍경이다. 우수가 지나자 산야의 빛깔이 달라졌다. 흙 냄새가 향긋하고 물소리 또랑또랑 하여 귀가 맑아지는 봄 기운 감도는 고택의 돌담길이다.창마마을은 장암정과 망외고택, 노봉정사 등이 있는 봉화 전통마을이다. 돌담 너머로 옛이야기들이 들릴 듯 시간이 멈춰버린 옛 모습 그대로다. 노봉 김정(1670~1737) 선생이 입향조이며 풍산 김씨 집성촌이다.노봉은 1735년 재주목사로 부임해 선정을 베풀어 300년이란 세월이 흘렀어도 제주민에게 기억되고 있다. 노봉의 죽음을 슬퍼하던 제주민들이 그의 장례에 참석하면서 기념하고 오래 남을 수 있도록 창마마을에 제주 솔씨를 가져와서 뿌린 것게 지금의 창마마을 입구에 송림이 됐다.창마마을엔 세월에 빛바랜 기와지붕의 용머리들이 붓끝으로 그린 듯 돌담 너머 겹겹이 즐비한 고택들이 많다.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150호인 장암정과 한석봉이 쓴 글씨로 유명한 노봉정사 편액 등이 볼거리다.정원이 잘 가꾸어진 고택들이 많으며 특히 망와고택에서는 한옥 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는데, 고택과 농촌마을의 운치를 그대로 담고 있어 많은 사람이 다녀간다.해방 전만 해도 120여 가구가 넘는 부촌이었으나 현재는 40여 가구 70여 명이 살고 있다. 창마마을의 기와지붕 너머로 다가오는 부드러운 바람 사이로 봄이 오는 기운이 완연하다./류중천 시민기자

2023-02-26

실효성 있는 물가안정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 7일 포항시에서는 최근 난방비 인상으로 시민들의 생활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자 ‘민생경제와 물가안정을 위한 범시민대책회의’을 마련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을 필요로 하고 있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2% 올랐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4월 이후 24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보여주고 있다.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8.3% 오른 수치이고 가정용 전기요금은 올해만 kwh당 13.1원(9.5%) 상승했다. 실제 가정에서는 가스요금이 최소 5만에서부터 10만 원이 훌쩍 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최근의 소비자물가 상승은 공공요금 인상이 주도하고 있는데 떨어질 줄 모르고 치솟는 공공요금 인상으로 인한 물가 고공행진과 고금리의 장기화로 시민들의 고통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이날 회의는 포항상공회의소와 소상공진흥회 등 유관기관 60여 명이 참석해 시민 생활과 직결된 지방 공공요금 인상으로 인한 고물가 상황에 대해 시민들의 경각심을 고취시키고자 했다. 가스요금 인상으로 인한 서민들의 부담 줄이기를 우선으로 하는 민·관이 협력하는 물가안정 분위기를 조성하고 각 부서와 네트워크를 활용한 홍보활동 전개와 소비자 단체가 참여하는 캠페인을 통해 소비 분위기를 촉진한다는 내용이다. 또 방역 완화에 따른 대규모 소비 촉진 프로젝트도 추진된다. 이를 통해 다양한 할인 및 사은행사를 펼쳐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소비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는 성장 기회를 제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해나가고자 한다. 생활물가 상시 모니터링으로 부당요금과 가격 표시 등 불공정 거래를 단속하고 지난해 151개소가 지정된 ‘착한가격업소’도 올해 더 늘릴 예정이다. 또 시민 생활과 직결된 지방 공공요금 6종(상수도, 하수도, 쓰레기봉투, 시내버스, 택시, 도시가스비) 인상 억제 논의를 통해 시민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한다.하지만 이런 민생대책들이 무엇보다 시민 생활과 직결되어야 한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시민 최모(42·포항시 남구 오천읍) 씨는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시에 전기며 수도며 제대로 된 건 하나도 없었다. 집에서 식사도 해결이 안 되는 비정상적인 생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2주가 지나자 복구 지원이 끊어졌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시에 실망했고 주위에는 해병대에서 지원 나온 군인들만 열심히 일했다”며 “이번 민생안정 대책이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포항시 북구 송라면 보경사 입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모(54) 씨는 “평소에도 난방비 100만 원은 어렵지 않게 나온다. 가게가 크지 않아 괜찮을 줄 알았지만 30만 원 가까이 더 나오고 있다. 난방비 폭탄을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이다. 올해는 공공요금으로 인한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 정부에서 공공요금을 긴급 동결하고 포항시에서는 물가안정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코로나의 긴 터널을 거쳐온 소상공인으로서 선뜻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 서민은 난방비 폭탄인데 한전과 가스공사에서 억대 연봉이 5천 명 나오는 현실에서 혜택이 누구에게 어떻게 가는지 궁금하다. 물가안정 대책은 반갑지만 말 뿐인 대책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지적했다./허명화 시민기자

2023-02-21

아름다운 고택들이 모인 곳, 영천 선원마을

산 좋고 물 좋은 별의 도시 영천에는 고택들이 즐비한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전통 마을이 있다. 바로 영천시 임고면의 선원(仙原)마을이다. 마을의 동쪽과 남쪽으로 자호천이 흐르고, 북으로는 덕연리와 서로 맞닿아 있으며 서쪽으로는 화북면과 접하고 있다. 마을에는 함계정사를 시작으로 송원재, 학파정, 가장 안쪽에 자리 잡은 연정 고택(국가 민속 문화재) 등 많은 고택이 모여있다. 2009년 농촌진흥청에서 ‘살고 싶고 가보고 싶은 농촌 마을’로 지정된 선원 마을은 산수의 경치가 무척 아름답고 해발 200m의 학산이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명당으로도 손색이 없다. 이를 도연명의 무릉도원에 비유해 신선들이 사는 곳이라 선원마을이라 부른 것이 마을의 이름이 되었다.실제로 사람들이 거주를 하고 있는 마을은 한국 전쟁 때 폭격으로 많은 집들이 파손되어 과수원이나 밭으로 변했고 수년 전의 태풍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어 지금은 70호 정도만 사람이 살고 있다.신원마을은 세 개의 마을로 나뉘는데 함계정사부터 연정 고택까지가 ‘선원리 큰 마을’로 불린다. 마을 안에 들어서면 배롱나무와 서로 떨어지지 않는 사랑을 나눈다는 나무인 연리지가 방문하는 이를 반긴다. 이정표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함계정사는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었던 정세아의 후손이 지은 집이다. 언덕길을 내려오면 지은 지 100년이 넘은 ‘도곡요’라는 고택을 마주한다. 그러다 쉬고 싶을 때쯤 보이는 정자 동연정을 마주한다. 관광지가 아니어서 언제 방문해도 사람이 거의 없어 산책하듯 조용한 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 마을을 걷다 보면 방문하는 이의 발걸음만으로도 가득 찬다. 돌담길과 낮은 담장에서 풍기는 정겨움에 저절로 힐링이다.마을의 가장 중심이 되는 연정 고택(국가 민속문화재 제107호)은 1725년 조선 시대 영조 원년에 건축되었다. 본채와 정자로 이루어진 고택은 예전의 마을의 위상을 알려준 집이다. 바깥에 있는 정자까지 포함한 고택은 마당이 넓고 담장 너머로 후손이 거주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과거에 멈춰져 있지 않고 항상 열려 있는 모습이다. 본채는 안채, 곳간, 아래채, 사랑채가 일자형으로 독립되어 전체적으로 북방식 구조인 ㅁ자 구조를 보여준다. 정자는 연정인데 연못을 만들자 저절로 연꽃이 피었다고 한다.영천 선원마을은 하회마을이나 양동마을보다 더 날것의 아름다움이 배여있다. 임고서윈과도 가까워 아이와 같이 가기에도 좋다. /서종숙 시민기자

2023-02-21

마음 담은 박스

몇시간 만에 모인 구호품을 담은 박스. TV 화면 오른쪽 구석에 전화번호가 떠 있다. 튀르키예, 시리아 지진 피해 성금 모금 안내이다. 한 통화에 만원, 문자 한 건 2천원이라고 파랗게 불을 켜고 알린다. TV 보며 가장 쉽게 기부하는 방법이다.2023년 2월 6일 튀르키예 중남부 시리아 접경지역에 강도 7.5의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계속된 여진으로 사망자 수는 튀르키예에서만 약 4만 명에 이르고, 아직도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도 200만 명에 달한다.뉴스가 전해지고 이틀 후, 독서회 단톡방에 구호물품 보내자는 글이 올라왔다. 현지의 어려운 상황과 필요한 물품이 길게 적혔고, 택배 포장해서 인천까지 보내기만 하면 튀르키예 항공이 무료로 실어 보낸다는 소식이었다. 소식이 올라오자, 또 누군가는 포항 효자에 위치한 튀르키에 음식점 사장님이 직접 주말에 트럭을 몰고 튀르키예 대사관까지 물품을 전달하러 갈 거라는 소식을 전했다. 가게로 보내면 함께 전달하겠다는 말이었다.몇 시간이 지나자 톡방에 사진들이 올라왔다. 거실에 텐트, 패딩, 장갑, 이불 같은 물건들을 쌓아 놓거나 택배 박스 포장한 모습이었다. 다들 지진 뉴스를 보고 가슴 아팠는데 그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는 소식에 박스 가득 물건을 채웠다고 한다. 고 모씨(50)는 구호 물품 보낸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6학년 아들이 입고 있던 겨울 패딩을 바로 벗어주더라고 해서 뭉클했다. 곱게 세탁해서 박스에 함께 포장했다고 한다.이 모씨(43)는 집에 있는 박스가 작아서 우체국에 가서 제일 큰 것으로 몇 개 사 와서 비가 올 때를 대비해 큰 비닐로 한 번 더 포장해서 박스에 넣었다고 했다. 박스를 싣고 튀르키예 음식점에 갔더니 벌써 가게 앞이 물건들로 가득했다. 이 모든 것이 한나절 만에 일어난 일이다. 모두가 지진이 난 곳으로 눈길을 모으고 마음을 모아 뜻을 보내고 있었다. 교회에서도 일주일 동안 보내온 구호물품 150박스와 헌금을 사마리안 퍼스를 통해 1차로 전달하였고, 2월 19일에도 구호 물품과 헌금을 모아 2차로 전달한다고 했다.기부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첫 번째로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에 현금 후원을 원하는 분들께서는 하나은행 계좌로 기부하면 된다. (하나은행 920- 910004-89105) 이외에도 유니세프, 국경 없는 의사회, 세이브더칠드런 등의 단체에도 기부가 가능하다.두 번째로 구호 물품 보내기는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 공식계정 피셜에 따르면 겨울용 텐트, 이불, 침낭, 발전기, 이동식 화장실이 가장 필요하다고 한다. 입던 옷가지보다는 위 품목이나 생리대, 핫팩 등이 더 도움 될 듯 하다고 하니 참고해도 좋을 듯하다. (주소 : 이글종합물류, 인천시 중구 자유무역로 107번길 20, 304-306호/박찬영 전무 010-8146-5291)돈을 쓰지 않고도 튀르키예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카카오 같이가치의 지진 구호기금 댓글을 다는 것. 카카오에서 댓글 1개당 천 원 구호기금 기부한다고 한다. 하트 누르기는 100원 추가. 그다음은 네이버를 통한 해피빈 기부이다. 블로그를 하는 분들은 하루에 글 하나 발행하면 100원에 해당하는 해피빈이 나도 모르게 쌓인다. 이걸 기부에 쓸 수 있다.튀르키예 지진 구호 물품 기부를 희망하시는 분들은 물품을 상자 포장한 후, 포장된 물품의 종류와 “Aid Material/ Türkiye”를 기재하여 위 주소로 보내면 된다. 트위터를 좀 더 검색해보니 식품은 돼지고기가 들어있지 않은 보존식품으로, 핫팩 등은 사용방법을 적어서 넣어주면 도움이 될 거라고 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김순희 시민기자

2023-02-21

겨울 가기 전 ‘울진 캠핑’ 오세요!

취미가 다양해지고 울진에 캠핑장이 늘어난 것을 보면 과거에 비해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울진군에는 동해를 따라 여러 개의 해수욕장이 있다. 추억을 남기기 위해 겨울이 끝나기 전에 가족과 함께 기성면에 있는 구산해수욕장을 방문했다.넓은 백사장과 맑은 바닷물이 있어 여름 휴가철에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그러나 많이 붐비지는 않아 아이를 데리고 놀기는 안성맞춤이었다. 해수욕장 내에 있는 구산캠핑장은 카라반, 글램핑, 오토캠핑장으로 이루어져 있다.오토캠핑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공용개수대와 공용화장실, 샤워장도 제공되었다. 최근 TV에 구산캠핑장이 소개되면서 방문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날씨가 차서 바다에서 물놀이는 할 수 없었지만, 모래놀이 기구를 들고 백사장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추위를 잊은 듯하다.우리 가족은 캠핑을 즐기나 캠핑 도구가 없는 탓에 글램핑을 예약해 방문했다. 관리실 앞쪽에서 사장님을 찾았더니 빨간 전화 부스로 자리를 옮겨 예약을 확인해주었다. 노란 이층버스, 여객선, 길게 늘어선 조명 등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시설물들이 시선을 끌었다.소나무가 우거진 글램핑들 사이에는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트램펄린과 그네가 설치되어 있다.집집마다 글랭핑장 입구에 펼쳐진 탁 트인 겨울 바다를 바라보면서 캠핑 화로에 불을 지피고 고기를 굽는다. 호일에 감싸진 고구마가 익을 때까지 가족들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고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멍하니 쳐다보면서 그 순간을 즐긴다.찬바람을 맞고 놀다가 들어간 내부는 온기가 느껴진다. 침대마다 전기장판이 있진 않아서 새벽에 추웠던 것은 조금 아쉬웠다. 다음 날 아침.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해변을 거닐면서 멋진 구산 오토캠핑장에서의 추억을 가슴에 새겼다. /사공은 시민기자

2023-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