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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함께 떠나는 기차여행

김순희 시민기자
등록일 2025-01-30 18:18 게재일 2025-01-3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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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선 열차길이 열렸다. 바다를 바라보며 강릉까지 달려가보자.

기차여행을 떠났다. 포항에서 강릉까지 새로운 길이 놓였다는 소식을 듣고 얼른 표를 예매했다. 동해를 친구삼아 달리는 새로운 선로다. 이른 아침 7시 48분에 포항에서 출발해 아침 11시 넘어 강릉에 도착하는 표를 샀다. 아주 작은 역까지 모두 서는 마치 어릴 적 타 보았던 비둘기호 느낌이다. 월포, 장사, 강구를 지나 일행 중 한 명은 영덕역에서 만났다.

영덕에 사는 언니는 살림꾼이라 손이 무겁게 가방을 들고 기차에 올랐다. 이른 아침 나섰을 우리를 위해 따뜻한 커피와 삶을 달걀을 내민다. 얼마나 손이 야무진지 두 개씩 따로 포장해 떨어진 자리에 앉은 지인들까지 쉽게 나눠 먹도록 배려했다. 들고 온 가방은 도라에몽 주머니처럼 백설기, 사탕, 초콜릿, 따뜻한 차에 손 닦으라고 물휴지까지 없는 게 없다. 수십 년 전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니와 완행열차를 타고 온종일 서울로 가며 돌봄을 받던 시절이 떠올라 뭉클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생소한 이름의 역도 보였다. 고래불, 기성, 매화, 심지어 흥부역도 있었다. 놀부역도 있으려나. 웃으며 창밖을 보니 강원도에 가까워질수록 기차는 바다 옆으로 다가섰다. 7번 국도가 드라이브하기 좋은 아름다운 길로 꼽히는 이유는 바다를 보며 달리기 때문이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풍경이다. 그런 풍경이 포항에서 삼척까지는 저 멀리 보여 조금 안타까웠다.

정동진역이 역시 최고였다. 모래사장으로 바로 내려설 수 있는 역이어서 사람들로 가득했다. 레일바이크에 탄 사람들도 신나게 바닷길을 달리고,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 모래시계 소나무까지 기차 안에서 다 보인다. 역사는 작은데 사람들을 사로잡는 매력은 넘쳐나는 역이다.

대설주의보가 내려 강릉에서 눈싸움도 해야지 하며 강릉역을 빠져나왔지만, 눈은 먼 산에 하얗게 쌓였을 뿐 온화하다. 도착시간이 점심때라 맛집을 찾아갔다. 감자옹심이와 막국수를 시켰다. 늘 줄을 서는 집이 역에서 걸어 5분 거리여서 찾기 쉬웠다. 따뜻한 옹심이로 속을 든든히 채우고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오늘은 차를 빌리지 않고 되도록 뚜벅이 여행을 하기로 했다.

설 연휴라서인가 기찻길이 뚫려서인가 중앙시장은 사람들로 붐벼서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 정도였다. 구경을 10분 만에 포기하고 시장을 빠져나왔다. 근처 전집에서 감자전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시계를 보니 서둘러 다시 강릉역으로 돌아가야 했다. 약에서 출발하는 AI버스를 기차를 타고 오는 동안 예약했기 때문이다.

올해로 만 3년 운행한다는 무료 셔틀버스다. A코스, B코스, C코스까지 있어 강릉역에서 안목해변 등을 돌아오는 코스다. 인터넷 예약 필수다.

강릉역에서 나올 때 잘 살펴야 한다. 입구가 여러 곳이라 초행길인 우리는 어디서 타야 하는지 몰라 한참 헤맸다.

결국 오후 2시 승차 시간을 지나버렸다. 할 수 없이 허난설헌 생가터까지 택시를 탔다. 가면서 택시 기사님께 여쭈니, 택시 승강장 맞은편에 보라색으로 표시한 곳에서 기다리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고 자동차 혼자 자율주행이라 급정거 급출발할 때도 있어서 6세 이하 어린이와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탑승이 어렵다고 한다. 곧 운행 코스도 변경된다고 하니 잘 알아보고 경험해보면 좋겠다.

강릉에서 여러 계획이 있었지만, 뚜벅이 여행이 쉽지만은 않아서 다음 일정은 취소하고 따뜻한 카페에서 저녁 먹을 때까지 ‘멍 때리기’로 했다.

다들 이런 시간도 좋다며 두런거리며 쉬었다.

부산에서 강원도를 가려면 자동차로 7번 국도를 달려가는 방법뿐이었는데 이젠 눈길 걱정 없이 기차로 데려다준다. 여행하기에 좋은 코스다.

/김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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