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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겨울 녹이고 봄 부르는 걸쭉한 칼국수 한 그릇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길목임에도 아직 바람이 차갑다. “이런 날은 들깨칼국수 한 그릇이 제격인데…” 누군가 꺼낸 한마디에 친절함으로 소문난 네이버에게 맛집을 물었더니 ‘경산시 강변서로 홍두깨 들깨손칼국수’를 알려준다.남천강변에 위치해 있어 산책을 하면서 자주 봤던 칼국수집이라 찾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식당으로 들어서니 ‘홍두깨 칼국수집’이란 이름을 증명하려는 듯 커다란 홍두깨를 이용해 열심히 면을 밀고 있는 주인이 보였다.마치 장인이 혼을 불어넣듯 면을 밀고 있는 모습이 엄숙하기까지 했다. 가만 앉아 보고 있으려니 어릴적 추억이 떠올랐다. 할머니는 자주 홍두깨로 직접 면을 밀어 칼국수를 만들어주셨다.잘 주무른 반죽을 둥글넓적하게 만든 다음 보자기를 펴고 홍두깨를 이용해 면을 밀고 있는 할머니의 팔에 매달려 “할머니 또 칼국수야?”라고 묻곤 했다.“그려. 칼국수가 얼마나 좋은 음식인데.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돈 많은 양반들만 먹었어. 안 그러면 결혼식 같은 잔치 때나 먹던가. 그래서 혼기 찬 사람에게 국수 언제 먹여 줄 거냐고 물어보잖아. 국수가 그만치 귀한 거야”라는 할머니의 대답이 돌아왔다.할머니 이야기는 듣는 둥 마는 둥, 염불엔 관심 없고 잿밥에 관심 있는 손녀는 칼국수 면을 자르고 난 후 남는 끄트머리 낚아챌 일만 관심사였다. 삭정이 불에 구워 먹으면 얼마나 맛있었던가. 갑자기 홍두깨 칼국수집 주인에게 “끄트머리는 다 자르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4인분을 주문하고 기다리자 재빠르게 밀고 썰어 만든 면과 들깨가루를 넣어 만든 걸쭉한 칼국수가 커다란 그릇에 가득 담겨 나왔다.기대 이상으로 양이 많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갓 담은 겉절이를 척척 얹어 얼마나 먹었던지. 보통 때 같으면 국물을 남겨야 하는데 고소한 들깨 맛에 결국 남김없이 다 먹었고, 움직이기조차 힘들만큼 배가 불렸다.손님이 뜸한 시간에 “홍두깨로 밀고 칼로 썰어 들깨가루를 넣어 끓인 국수라 상호를 홍두깨 들깨칼국수라 지었다”는 황만호(55) 대표에게 국수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봤다.“일반 칼국수가 아닌 들깨칼국수를 고집하는 이유는 드시는 분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들깨는 신진대사와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면역력을 증진시키고 혈관 건강에도 탁월합니다. 감마 토코페롤 성분이 함유돼 피부 노화도 막아주죠”라며 웃는 황 대표.겉모습처럼 속마음도 깊고 따뜻해 보였다. 20년 가까이 요식업에 종사한 그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손님들이 살림 걱정을 하면 제가 겪었던 힘든 시간들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더군요. 그래서 창업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비법 전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잘 되도록 함께 연구해 사이드 메뉴 개발에도 최선을 다 할겁니다.”혼자가 아닌 모두가 잘사는 세상을 위해 음식 한 그릇을 팔더라도 건강을 생각해야 한다는 게 황 대표의 마음가짐이다. 지역의 어르신들을 위해 작게나마 나눔의 기회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고, 머지않아 실행에 옮길 예정이라고 했다.황 대표가 끓여낸 칼국수에는 그의 철학이 녹아들었고, 그래서 맛이 남달랐던 것 같다. 경기가 어려운 요즈음. ‘황만호표 홍두깨 들깨칼국수’ 한 그릇에 담긴 따뜻한 사랑이 겨울이 녹아 봄이 오듯 세상 속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해본다. /민향심 시민기자

2023-02-19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다

다리위에서 다리를 바라본다. 시냇물 뒤로 경치가 멋지다. 불국사, 첨성대, 동궁과 월지의 야경, 세 곳 모두 보았다면 이제 이곳에 가보자. 젊은 연인들의 인증샷 장소로 이곳만큼 유명한 곳이 있을까? 외나무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주말이면 길게 줄을 서는 곳이다.주말 오전 안개가 걷히기 전에 찾은 경북산림환경연구원은 경상북도 지방 정원으로 ‘경북 천 년 숲 정원’이란 이름으로 방문객을 맞았다. 경주에 봄은 아직 일러서 꽃은 기대하지 않고 잠시 산책 삼아 둘러볼 목적으로 찾았다. 정원은 이전과 비교하여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으나 숲은 변하지 않고 여전히 포근함을 느끼게 했다.늘씬하게 뻗은 메타세쿼이아가 제일 먼저 일행들의 발길을 끌어당겼다. 가을에 떨어진 누런 잎이 그대로 쌓여 폭신하게 만들었다. 뽀얀 안개와 숲이 만들어내는 합작품에 절로 탄성이 쏟아졌다. 아직은 봄이 이른 2월의 서늘한 기운이 기분 좋게 얼굴에 닿았다. 우리가 첫 손님인지 숲이 깨어나는 향기가 그윽했다.오래 문을 닫았던 곳의 다리 위에 섰다. 개울이 낮은 움직임이지만 흐르고 있다. 그 위를 외나무다리가 그대로 놓였다. 연인들이 줄을 길게 서던 그 다리. 여전한 모습에 안심했다. 천년의 숲으로 새 단장을 해도 좋았던 모습은 그대로 남겨두는 게 좋다. 일행들도 한 사람씩 다리에 올라 인증샷을 남겼다.몇 년 가는 곳마다 조금씩 변화를 주어 천년고도 신라의 향기를 더 느낄 수 있었다.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원은 산림환경에 대한 조사, 병해충 방제, 임산물 연구, 산림 경영을 수행하는 산림 전문연구기관이다. 연구 목적으로 연구원 구역 내에 다양한 산림자원을 식재해 관리하고 있다. 이를 일반에 개방하고 있어 매년 많은 관람객이 이곳을 많이 찾는 것이다.숲 해설 프로그램과 유아 숲 체험원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도로 통일로를 기준으로 동쪽 영역과 서쪽 영역으로 나뉘는데 동쪽 영역에는 산목련나무길, 칠엽수길, 야생화단지, 메타세쿼이아길이 조성되어 있어 인기이다. 특히 실개천 위의 통나무다리는 유명한 포토존이다. 그 유명한 외나무다리.연구원 본관이 있는 서쪽 영역에는 피크닉 테이블과 정자, 숲길이 조성되어 있다. 쉬어가기 좋은 포인트이다. 입구에서 바라보면 멀리 기와 건물이 의젓하게 자리했다. 그 모습이 청와대를 연상케 하는지 이곳에서 대통령을 소재로 한 드라마도 찍었다.이곳은 1907년 묘목장으로 시작하여 1993년 경북 산림환경연구소, 2008년 경북 산림환경연구원으로 명칭을 변경해 지금에 이르고 있으며 2023년 경상북도 지방 정원으로 ‘경북 천 년 숲 정원’으로 새로 태어났다./김순희 시민기자

2023-02-14

튀르키예 지진, 남의 일 아냐“포항·경주, 철저한 점검 필요”

“지금 뉴스를 보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다. 5.4도 악몽이었는데 7.8은 상상만 해도 무섭다. 지진을 겪어봤기에 남의 일이 아닌 것 같고 얼마나 막막하고 힘들까 싶다” (포항시민 A씨)지난 6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터키) 남부와 시리아 북부 접경 지역에서 규모 7.8의 대형 지진이 일어났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1939년 이후 튀르키예에서 기록된 지진 중 가장 강력하며 최악의 강진으로 손꼽혔다. 지진 발생 7일째인 13일(현지시간)에는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사망자만 3만1천643명을 넘어섰다. 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사망자 수(1만8천500명)를 이미 넘어선 숫자다. 인명 구조 골든타임(72시간)이 지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실종자와 지진 피해 추산은 집계 불가능하고 시시각각 사망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또 최초 지진과 맞먹는 강진을 포함한 규모 4.0 이상 여진은 100회 이상 이어지고 있고 가장 피해가 큰 곳은 접근조차 어려워 현장은 공포와 충격 그 자체로 생지옥을 방불케 하고 있다.튀르키예·시리아 지진을 보며 지난 2017년 포항에서 일어난 지진을 생각해본다. 규모 5.4로 국내에서 역대 두 번째 규모의 지진이었다. 포항지진은 진원의 깊이가 경주지진(2016년 9월 규모 5.8)보다 지표면에 가까워 피해는 더욱 컸다. 118명이 다쳐 치료를 받았고 집이나 도로가 부서져 845억7천500만 원의 재산 피해를 냈으며 도시 이미지뿐 아니라 경제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고 수많은 시민들이 꽤 오랜 기간 트라우마를 겪었을 정도로 파장이 컸다.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지진은 76회다. 해마다 지진 횟수가 연이어 증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3.0 이상 지진이 매년 10.8회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9일 새벽에는 인천 강화도 서쪽 해역에서 지진이 발생해 이 일대 주민들은 밤잠을 설쳐야 했다. 지난해 10월 충북 괴산에서 규모 4.1의 지진이 발생한 지 70여 일 만이다. 이는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뜻이다.특히 경북은 경주와 포항에서 규모 5 이상이 지진이 발생했고 지진 발생 횟수도 461회로 나타났다. 이는 두 번째로 높은 전남(81회)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로 경북이 전국 어느 지역보다 지진 발생 위험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반도 동남권에 활성단층 14개가 확인되어 과거에도 지각 변동이나 변형이 있었으며 이는 경북이 지진 최전선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경북의 건축물 내진설계율(면적기준)은 42.7%로 전국 최하위다. 경상북도는 경주와 포항지진 이후 건물 내진율공공 부문 70%, 민간 부문 5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 이번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을 계기로 다시 한번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전문가에 따르면 “국내에 튀르키예 같은 지진이 발생하면 남아나는 게 없는 수준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저층 건물이 지진에 더 취약한데 2017년 포항지진 때도 피해가 집중됐던 곳은 연립주택이나 다세대 주택이 모여 있는 지역이었다. 1층에 기둥을 세워 주차공간을 활용하는 ‘필로티’ 건물이 지진에 가장 취약한 건물인데 이는 내진 보강을 해야 한다”며 “또 같은 규모의 지진이라도 발생하는 지진의 깊이에 따라 그 위력이 달라진다. 해당 지역별로 지진 위험 계산이 먼저 제대로 돼야 내진 성능 보강도 그에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허명화 시민기자

2023-02-14

“포항해파랑길, 꼭 걷고 싶은 길 되려면 인위적 길 아닌 자연 그대로 길 살려야”

포항의 핫 플레이스는 어디일까? 한국관광공사가 2월 추천 여행지로 선정한 한류 명소 6곳에도 이름을 올린 곳이 ‘갯마을 차차차’와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인 청하시장과 구룡포다.그리고 포항을 가장 많이 찾는 곳이 ‘스페이스워크’로 전국적인 핫 플레이스로 급부상했다.포항시는 이 같은 풍부한 관광자원들을 토대로 올해도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개발해 1천만 관광객들이 발걸음하는 환동해 관광거점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힘찬 날갯짓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포항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도시로 엔데믹 시대 여행 트렌드인 ‘웰니스 여행’을 생각해야 한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호미반도 둘레길인 해파랑길이다.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의 해변길, 숲길, 마을길 등을 이어 구축한 총 50개 코스로 이루어진 750km의 걷기 여행길이다. 포항은 해파랑길 13코스에서 18코스가 있으며 특화된 음식문화의 즐거움과 색다른 문화체험으로 설명하고 있다. 해파랑길 구간 안내에 대한 설명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민간에서 주도한 제주올레길과 포항해파랑길을 비교하고 분석하여 볼 필요가 있다. 27코스로 437km에 달하는 제주올레는 청년, 여성, 지역경제까지 상생 효과를 이끌면서 이젠 몽골, 일본까지 올레길을 연결하고 있다.포항해파랑길을 꼭 걷고 싶은 길로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인위적인 길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길이어야 한다. 자연환경을 그대로 살린 길을 걸으며 과거와 현재를 통해 그곳에서 나의 삶을 반추해볼 수 있어야 한다.지자체가 적극성을 갖는다면 제주올레와 포항해파랑길의 상생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상생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특히 문화관광은 더욱더 상생이 중요하다.거대한 조형물로 돋보이는 도시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연환경으로 포항만의 ‘모멘트(M.O.M.E.N.T)’를 가진 환동해 관광 거점도시로 도약할 것을 기대한다./서종숙 시민기자

2023-02-14

경주박물관의 ‘특별한 숲’을 여행하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같은 도시에 다시 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출발 전 계획을 세울 때 기간이 넉넉한 경우라던가 특별히 추억이 남은 곳이 아니라면 지난번과 다른 코스를 정하기 마련이다. 경주는 관광도시답게 방문시 꼭 찾아 볼 핫 플레이스가 많은 편이다. 국립 경주박물관이 그 중 한 곳이다. 방문한 적이 있더라도 다시 찾아도 좋을 곳이기도 하다. 특별전을 통해 새로운 유물들이 전시되기도 하고, 기존 유물들이 배치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 이번에 박물관을 찾게 된 건 후자의 이유다.작년 12월 박물관 실내에 숲이 생겼다. 다른 곳도 아니고 박물관 안에 숲이라니.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숲이 조성되었다는 신라역사관으로 향했다. 들어서자 우측에 작고 귀여운 조각상이 놓여있다. 실물의 5분의 1크기인 모형은 직접 만져볼 수 있으며 그 옆엔 유물을 만든 실제 재료가 놓여있다.이날도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여래상을 신기한 듯 만지고 있었다. 그리고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지판이 보였다. 청각자료는 안내소에서 제공하고 있다. 고개를 드니 석굴암에서 보았던 제석천, 문수보살, 십일면관음보살, 보현보살, 범천이 한쪽 벽에 자리를 잡고 있다.환한 입구를 지나 어두운 전시실로 들어서니 드디어 숲이 나타났다. 불교 조각들로 이루어진 숲이다. 부처의 숲 아니, 신라의 숲이 맞겠다. 전시장은 3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첫 번째 숲은 이차돈 순교비를 필두로 팔부중, 친근한 모습의 금강역사로 이어졌다. 금강역사 뒤로 영상이 흐른다. 소나무숲, 날아가는 새 등 다양한 모습의 영상이 공간을 좀 더 ‘숲’답게 만들어주고 있었다.두 번째 공간으로 이동하자 개인의 소망이 담겼을 작은 불상과 보살상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불상 앞에서 마음을 닦던 신라인과 현재 나의 마음은 같을까 다를까. 잠시 그날의 신라인이 되어 조각상들을 둘러보았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는데 부처님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세 번째 숲에서 만난 백률사 약사여래상은 조명과 공간의 영향인지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미소에 빠져 넋을 놓고 한참동안 바라봤다. 두 손은 가져갈 수 있었으나 부처의 마음은 가져갈 수 없었나 보다. 이번 전시는 조각품과 영상이 함께 하고 있다. 불상과 보살상 들이 있던 남산 등을 촬영한 영상들은 현장감을 더해줬다. 실재하는 것 실재하지 않는 것, 두 개의 조합은 시너지 효과를 줘 전시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됐다.끝으로 여래상에 이어 남산에서 발견된 미륵삼존불이 전시장 한쪽에 자리 잡고 있다. 아기 부처를 양쪽에 세운 미륵여래삼존불은 그 귀여움에 절로 미소 짓게 된다.학부 시절 공모전 준비를 위해 불상을 그린 적이 있다. 당시 다들 공감했던 부분이 불상들이 그린 이의 얼굴을 닮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신라인들도 이곳의 부처 보살들을 닮지 않았을까? 상상에 머무를 뿐이지만 적어도 모가 난 얼굴은 아니었을 듯하다. 곧 다가올 봄, 경주를 아는 모든 이에게 특별한 숲으로의 산책을 추천한다./박선유 시민기자

2023-02-12

향기로운 옛 모습 간직한 억지춘양시장

“봉화군 춘양면”이라 하면 모르는 이들이 많아도 ‘억지춘양’은 많은 사람들이 들어봤을 터. 1950~70년대 춘양은 지역 상권의 중심이었다. 춘양장은 십이령을 오가던 봉화 보부상들의 가장 큰 장시였고, 영암선 철도 개통으로 1955년 춘양역이 생겼다.춘양역을 통해 전국으로 우수한 목재가 운송되면서 ‘춘양목’이라는 명칭이 널리 퍼졌다. 원래 억지춘양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을 억지로 겨우 이루어 내는 비유격에 이르는 말’이다.억지춘양이란 말이 생겨난 유래를 춘양역에서 찾아보자. 춘양면 읍내는 철로가 오메가(Ω) 형태로 돌아나가고 있다. 철길은 휘는 법이 없다. 법전역에서 녹동역으로 바로 이어져야 할 철길이 오메가 형태로 휘어져 들어오게 만들어 ‘억지’라는 말이 생겨났다는 설이 있다.춘양역과 춘양장은 전성기 때 장날이면 하루에 소 300마리가 거래됐던 큰 시장이었다. 지금은 예전보다는 못 하지만 면 단위 시장으로는 가장 큰 시장으로 불린다.춘양목을 나르는 목도꾼들의 거친 목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춘양역 앞 골목에는 예전의 흔적이 곳곳에 눈에 띈다. 오래된 다방, 여인숙 간판부터 후미진 골목길이 옛 향기를 느끼기에 충분하다.춘양역 역사는 새 단장을 한 지 오래다. 극장이 있던 자리엔 현대식 건물이 자리를 잡았지만, 100년이 넘은 방앗간, 일본식 주택 그리고 싸전이 있던 주변과 시장 안 골목으로 번성했던 시기의 주막집들이 아직 남아 있다.춘양 읍내엔 용마루를 길게 늘어뜨리고 추녀마루는 창공을 걷어차듯 하늘 높이 솟은 성암고택과 만산고택이 깊은 역사를 간직하며 과거와 오늘을 연결하고 있다. 국가보물 한수정 연못에는 붕어가 놀고, 느티나무는 근엄한 자태로 수백 년을 당당하게 서있다.기존 춘양공용버스터미널이 올해 사라지고 현재는 임시 정류소에서 동서울, 대구, 대전, 안동, 태백행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십이령을 넘나들던 보부상도 보이지 않고, 싸전과 우시장도 사라졌지만 억지춘양시장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 지원사업인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돼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해 새로운 명성을 쌓아가는 중이다. /류중천 시민기자

2023-02-12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사랑의 피자’를 만들다

가족은 사회를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다. 사회가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가족의 형태와 역할도 변했다. 이에 따라 현재는 부부+자녀의 전통적가족과 한부모가족, 재혼가족, 조손가족, 다문화가족 등 그 형태가 다양화했다. 지난 주말 경산시에 거주하는 새터민가족, 한부모가족 등이 같은 장소에 모였다. ‘커피 한잔 사랑 한모금 봉사단’은 남천면 밀크하우스에서 피자 만들기 체험을 가졌다. 테이블별로 엄마나 아빠, 또는 봉사자들과 조를 이뤄 앉은 아이들의 얼굴엔 밝은 미소와 따뜻한 눈빛이 가득했다.피자의 기초가 되는 도우를 늘리고 밀어 모양을 내니 그 위에 얹는 토마토소스, 스트링치즈, 올리브, 옥수수, 양파, 피망 등의 재료가 기다리고 있다.“토핑 재료를 자를 때 어떻게 잘라야 하나요? 동그랗게? 아니면 길쭉하게? 아는 사람 손 들어봐요”라는 질문에 유치원생 아이가 벌떡 일어나 큰소리로 외쳤다.“저는 제가 자르고 싶은 대로 자를 거에요.” 이에 선생님이 답했다.“네 맞아요. 여러분이 원하는 모양으로 자르면 됩니다. 각자 생각대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나만의 피자를 만들어 보세요.”세모, 네모, 길쭉한 모양 가지각색으로 토핑 재료들이 만들어졌고, 피자가 구워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모두는 ‘나만의 피자 상자 꾸미기 시간’을 가졌다. 금방이라도 30개의 명품 피자가 탄생할 것처럼 진지해졌다.피자 만들기를 마친 가족들은 요거트, 치즈를 비롯한 각종 유제품의 원료가 되는 우유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살펴보기 위해 목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송아지에게는 우유를 먹이고 어미 소에게는 건초를 먹이기도 했다. 젖소의 젖을 짜는 모습을 본 아이들은 탄성을 터뜨렸다.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 ‘커피 한잔 사랑 한모금 봉사단’은 지역사회 아동·청소년들과 체험캠프를 자주 열었다. 지난 3년간 코로나 사태로 인해 멈췄다가 다시 열게된 첫 번째 체험캠프는 성공적이었다.봉사단은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던 봉사자들이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창단됐다. 매달 커피 한잔 값(5천원)을 회비로 내고 있으며, 회원들은 경산시뿐만 아니라 서울, 경기, 충청, 대구, 경북 등에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제대로 된 봉사자가 되려고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의미 있는 프로그램으로 활동해 왔기에 ‘커피 한잔 사랑 한모금 봉사단’은 여러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아동 대상 활동에 어르신들이 함께하면서 세대간 통합에도 도움을 주고 있고, 비장애인 행사에 장애인이 도우미가 되는 경우도 있다. 입장을 바꿔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아픔에 공감하려는 목적이다.비영리 민간봉사단체 ‘커피 한잔 사랑 한모금’이 자원봉사의 고정 관념을 깨고 만들어내는 따스한 나눔의 그림을 기대한다. /민향심 시민기자

2023-02-12

400살에게 길을 묻다

연휴 끝날에 절을 찾았다. 추운 날씨에도 가족들과 함께 온 사람들로 주차장부터 붐볐다. 포항 시내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고, 오래전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보물도 여러 개 간직한 곳이라 늘 찾는 사람이 많은 절 보경사이다.대한불교조계종 제11교구 본사인 불국사의 말사이다. 602년(진평왕 24) 진나라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대덕(大德) 지명(智明)에 의하여 창건되었다. 지명은 왕에게 동해안 명산에서 명당을 찾아 진나라에서 유학하고 있을 때 어떤 도인으로부터 받은 팔면보경(八面寶鏡)을 묻고 그 위에 불당을 세우면 왜구의 침입을 막고 이웃 나라의 침략을 받지 않으며 삼국을 통일할 수 있으리라고 하였다. 왕이 기뻐하며 그와 함께 동해안 북쪽 해안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해아현(海阿縣) 내연산 아래 있는 큰 못 속에 팔면경을 묻고 못을 메워 금당(金堂)을 건립한 뒤 보경사라 하였다.보경사를 품은 포항의 내연산은 산림청 100대 명산이요. 블랙야크와 한국의 산하 100대 명산이기도 하다. 산림청, 블랙야크, 한국 산하의 100대 명산을 모두 차지한 트리플크라운을 가진 산은 전국에 70개가 있다. 특히 산의 조회 수로 순위를 매겨주는 ‘한국의 산하’에서 내연산은 여름 산 순위 8등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유명세로 보경사 앞에는 늘 등산복 차림의 일행들이 어슬렁거린다.이름처럼 보물을 여럿 간직하고 있다. 중요문화재로는 1963년 보물로 지정된 원진국사비와 1965년 보물로 지정된 승탑이 있으며, 조선 시대 숙종이 이곳의 12폭포를 유람하고 그 풍경의 아름다움에 시를 지어 남겼다는 어필의 각판이 있다. 그 밖에 1985년 경상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오층석탑, 1974년 경상북도 기념물로 지정된 탱자나무가 있다.오늘은 특별히 보경사가 키운 나무를 보려고 갔다. 무려 나이가 400살이 넘어서 보호수로 지정해 나라에서 특별히 돌보고 있는 나무가 여러 그루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승탑을 보려고 뒷산 오솔길을 오르다 보면 아름드리 소나무가 빽빽하게 향을 내뿜는다. 소나무 향은 걷는 이의 발걸음을 느리게 만들고 가슴을 열게 한다. 이 숲을 보호하려고 불이 날 경우를 대비해 급수탑이 나무 색깔로 소나무 키만큼 솟아 있다.승탑에서 내려다보이는 스님들이 정진하는 건물이 따로 있다. 그 뒷마당에 품 넓은 느티나무 한그루가 하늘 향해 가지를 드리우고 섰다. 2017년에 보호수로 지정했다고 표지석을 세웠다. 400년 동안 한자리에서 보경사의 내력을 다 줄기에 새겨넣었다고 칭찬하는 듯하다. 겨울이라 가지만 남았는데도 파란 하늘 가득 품이 넓다. 여름 무성한 잎으로 그늘을 만들 옷매무새를 상상하며 한참 그 밑에서 기운을 느꼈다.그다음은 적광전 옆에서 금빛 잎을 가득 달고선 반송이다. 300년 이상 한 자세로 앉은 좌불이다. 몸통은 울퉁불퉁 남성미가 느껴지지만, 전체 모습은 아담하고 참한 여인의 모습이다. 둘레에 사람들이 소원을 써서 매달아 놓은 황금 잎새가 반짝이며 반송의 300년을 또 400년까지를 응원하는 듯하다.옆 마당 장독이 줄 맞춰 앉은 곳에 선 400년 된 어르신 나무가 한 그루 더 있다. 탱자나무이다. 된장 고추장 간장의 맛을 400년이나 돋으려 꽃가루를 첨가하고 가을엔 노란 탱자의 향까지 보태며 터줏대감 역할을 해왔다.400살 나무 발치에서 한나절 가만히 옛날이야기를 들었다. 서두르지 말고 한껏 웃으라고 덕담을 건넨다. 2023년 행운의 기를 받고 싶은 사람들은 보경사를 찾아 나무들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여보길 바란다. /김순희 시민기자

2023-02-07

겨울 여행의 별미, 청송 자작나무숲

청송은 겨울 여행의 비경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있는 청송 얼음골이 그렇고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청송 무포산 자작나무숲이 또 한곳이다.흔히 자작나무 숲을 생각하면 설국에 온 것처럼 영화 ‘겨울왕국’이 떠올려진다. 눈처럼 하얀 껍질과 시원스럽고 곧게 뻗은 자작나무는 서양에서는 그 아름다움을 두고 ‘숲속의 여왕’이라고 부른다. 봄과 가을뿐만 아니라 겨울 산의 멋을 느끼려 꼭 가봐야 할 숲으로 자작나무 숲이 인기 있는 이유이다.청송군 부남면 화장리 산 11-1에 자리 잡은 자작나무숲은 1996년에 조성되어 올해 27년째 그 수려함을 자랑하고 있다. 얼음골을 지나 914면 지방도를 따라 청송읍 방향으로 10여 분 가다가 만나는 무포산 ‘피나무재’에서 임도를 따라 4km 더 들어가면 ‘청송 자작나무 명품 숲’이 있다는 안내판이 나온다. 가는 길은 자동차나 도보로 가다 보면 만날 수 있다. 차 한 대 땅에 코를 박고 포장길과 비포장길을 함께 해야 하지만 그렇게 어려운 길은 아니라 여유가 있다면 걸어서 갈 수도 있다.전체 면적은 8.5ha이며 숲길을 거니는 코스는 A코스(2.06km), B코스(1.15km) 총 3km가 조금 넘는 둘레길 조성이 잘 되어 있다. 2시간 정도 쉬엄쉬엄 걸으며 겨울의 오롯한 맛을 느낄 수 있다. 2만5천의 나무가 그리 작지 않은 면적에 겨울을 두르고 있는 모습은 마치 원시의 신비로움을 한껏 뽐내고 있는 것 같다. 숲속에 들어서면 길을 잃을 것 같지만 눈부시게 파랗고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과 대비되어 북유럽의 어느 나라에 온 듯한 착각도 불러일으킨다.자작나무는 나무껍질 자체가 하얗고 기름 성분이 있어 나무를 태울 때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 해서 자작나무라 이름 붙였다. 신비로운 경관만큼 쓰임새도 다양해서 줄기의 껍질이 매끄럽고 잘 벗겨져서 종이가 없던 시절에는 불경을 적는 용도로도 쓰였다 전해진다. 또 흔히 혼례를 ‘화촉을 밝힌다’고 말하는데 화촉은 혼례 때 사용하는 빛깔을 들인 밀초로 화촉의 재료가 바로 자작나무였다고 한다. 한의약에서는 황달, 설사, 신장염과 같이 다양한 치료에도 탁월한 효과를 내고 있어 아낌없이 주는 나무인 셈이다.청송에 자작나무 숲이 있는 줄 최근에 알았다는 박재영(30) 씨는 “아직 나만이 알고 있는 숨은 명소로 제격이다. 흔히 자작나무숲이라면 강원도 인제를 떠올리는데 포항에서 가까운 청송에 있다니 반갑다. 자작나무 숲은 겨울의 매력을 볼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는데 조만간 다녀올 예정이다. 겨울 여행의 별미를 찾는다면 청송 자작나무숲으로 떠나보길 권한다”고 말했다./허명화 시민기자

2023-02-07

학교도서관, 전문인력 확충 시급

‘도서관’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빠질 수 없는 장소다. 그곳이 학교도서관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현실은 전문인력 부족으로 주인 없는 집처럼 방치된 듯한 느낌이다. 학교도서관진흥법에서 학교도서관에 1명 이상의 사서교사나 사서를 배치하도록 의무하고 있지만, 인력 문제는 여전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경북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관내 959개(초등학교 507개교, 중등 267개교, 고등 185개교) 초·중·고등학교 가운데 약 97%인 926개교에서 도서관을 운영 중이다. 이들 학교도서관 전담 인력은 모두 합해 188명으로 나타났고 배치율은 교육부의 권고 기준인 30%에도 못 미치는 19.6%였다. 포항권역(포항·영덕·울진·울릉) 지역에서도 초·중·고 특수학교 191곳 중 113곳이 전담 인력 부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학교도서관을 이용하지 않는 학생들이 그 이유로 제시한 것도 학교도서관의 위치가 좋지 않아 접근성이 나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신간 서적의 부족과 함께 아이들을 반겨주며 책의 세계로 안내하는 선생님이 없다는 점이었다. 학교도서관 담당자를 보면 60% 가까이가 일반교사로 이루어져 있는데, 수업과 행정사무·담임 업무에 바쁜 교과 담당 교사가 도서관 운영까지 제대로 해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서울과 경기권은 전담 인력이 배치된 학교도서관이 90% 이상인 데 반해 경북은 고작 10%대로 전담 인력의 양극화가 심각하다. 그렇다면 학교도서관의 전문인력인 사서교사가 왜 중요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첫째, 사서교사는 전문사서임과 동시에 교사다. 사서교사는 교과교사와 협력하여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교수학습 활동과 자원을 통합하며 학생을 가르친다. 학교 교육과정의 운영에 학교도서관의 역할이 더욱 깊어지기 위해서는 사서교사가 교육적 역할에 전면에 배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학년이나 교과에 필요한 자료나 정보의 활용에 대하여 학년이나 교과교사가 사서교사와 활발하게 소통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또 언어교육에 있어서 책을 활용한 언어교육의 방법에 대한 경험을 나눌 수 있다.둘째, 학교에서 출처를 밝히는 방법이나 학문적 정직성에 대한 안내 등 저작권과 관련한 교육도 서서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학교도서관에 미디어 교육과의 연계성을 높이는 역할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대부분은 정보교육을 도서관과 다소 멀게 여기고 있는데 사서교사야말로 전자 자료와 도구를 선정하고 평가하며 이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정보 활용 교육의 전문가다. 법적으로도 학교도서관의 역할에 시청각 자료의 개발, 제작, 이용이나 매체 이용 교육 등의 내용도 수행하도록 명시되어 있어 그 역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학교도서관 자원봉사를 수년간 해온 학부모 박모(43) 씨는 “처음 자원봉사를 했을 때와 비교하면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으로 인해 도서관 리모델링 등 많은 것이 바뀌었다. 외형적으로는 달라졌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학교도서관에 사서 선생님이 계시는 학교가 늘 부러웠다. 독서교육은 학교도서관에서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데, ‘책의 날’이라던가 학교행사를 할 때 도서관에서도 뭔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이후 학교의 역할이 중요해졌는데 그 중요한 학교도서관이 지금은 학교 도서관 지원센터를 통해 지원되는 게 다인 것 같아서 아쉽다”고 말했다./허명화 시민기자

2023-02-07

‘대동세상’ 소망 되살리는 청도 달집태우기

정월대보름은 우리의 전통 명절로 음력 1월 15일이다. 설날 이후 처음 맞는 보름날로 상원, 혹은 오기일(烏忌日)이라 한다. 어찌 보면 조상들은 설날보다 더 성대하게 지냈던 명절로 보통 그 전날인 14일부터 여러 가지 풍속들이 행해졌다. 설날부터 대보름까지가 축제일이라고 여겨도 될 중요한 시기였고 오곡밥, 약밥, 귀밝이술, 묵은 나물과 제철 생선을 먹으며 한 해의 건강과 소원을 빈다. 또한 갖가지 민속놀이를 즐겼는데 마을 제사 지내기, 달맞이 소원 빌기, 더위 팔기, 다리 밟기, 달집태우기 등을 꼽을 수 있다.지난 주말 전국에서 최고라는 청도군 달집태우기 행사를 스케치하러 갔다. 청도군은 코로나19로 4년간 행사를 열지 못한 만큼 올해 달집태우기의 성공을 위해 정성을 기울여 철저한 기획을 했다고 한다.솔가지 250t과 지주목 130개, 볏짚 200단, 새끼 30타래로 높이 15mE1BF폭 10m의 거대한 달집을 만들었으니 그 웅대함이 짐작될 터. 정월대보름 달이 떠오를 때 생솔가지 등을 쌓아 올린 무더기에 불을 질러 안녕과 화합을 비는 세시풍속이 바로 달집태우기다.청도군 9개 읍면 주민이 짚단으로 줄을 만들어 동군과 서군으로 나눠 진행하는 경북도 무형문화재 제38호 ‘도주 줄다리기’도 펼쳐졌다.도주 줄다리기는 3만여 단의 볏짚과 새끼 30타래 등으로 1천여 명의 인력이 투입돼 80m의 줄을 제작한다. 줄다리기는 2천여 명의 군민 및 관광객이 참가해 줄을 당기는 모습 자체로 장관을 이룬다. 도주 줄다리기는 격년제로 열리며 볼 만한 전통문화 행사로 인정받고 있다.달이 떠오르고 거대한 달집에 불이 붙자 행사에 참가한 군민과 관광객들은 저마다 한 해의 소원을 빌며 건강을 기원했다. 한편에선 농산물 직판행사와 소원문 써주기, 민속예술단 공연, 널뛰기, 팽이치기 등 우리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마당이 펼쳐져 모두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행사장에서 열리는 쥐불놀이를 보니 횃불싸움과 쥐불놀이를 하던 필자의 어릴 때 추억이 떠올랐다. 횃불싸움은 밤에 아이들이 마을 논두렁을 태우는 쥐불놀이에서 시작된다. 쥐불이 한창 무르익으면 이웃 마을과의 경계에서 하게 되는데 이때 서로 경쟁하다가 횃불싸움으로 발전한다. 횃불을 뺏기거나 후퇴하는 편이 지게 된다. 싸늘한 날씨에 손이 얼어도 잘 마른 소똥과 삭정이로 쏘시개와 광솔(불이 잘 붙는 소나무)을 깡통에 넣고 빙글빙글 돌리는 재미를 막지 못했다.“정월대보름날 쥐불이요~” 달나라까지 닿을 것 같던 친구들의 목소리가 퍼져나갔고 다른 무리는 가가호호 방문하며 밥을 얻으러 나섰다. 대문을 두드리며 “밥 좀 줘요”라고 외치면 어느 집 할 것 없이 맛난 음식을 내어줘 금새 오곡밥, 나물, 찰떡과 과일이 가득 쌓였다. 그걸 나눠 먹으며 느꼈던 행복감을 잊을 수 없다.이런 풍속들을 돌아보면 우리 조상들은 ‘내가 아닌 우리’가 먼저였던 대동세상(大同世上)을 만들어가려 했던 것 같다. “보름달은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라 하니 심각한 인구 감소는 다산으로 해소되도록 해주시고,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웃음을 잃어가는 국민들의 시름도 모두 거두어 걱정 없는 한 해가 되도록 해주세요”라는 소원을 빌어본다. /민향심 시민기자

2023-02-05

‘떠드니까 아이다’ 출간한 34년 베테랑 선생님

우리 사회는 초등학교 선생님에게 축구로 치면 ‘박지성’ 선수가 되길 원한다. 공격도 해야 하고 수비도 해야 하고 볼도 공급해줘야 하고 국가대표 주장도 해야 하고 시합이 끝나면 인터뷰도 해야 하고 시합결과에 책임도 져야 한다. 혹자는 안정적인 직업에 방학도 있는 교사의 삶이 뭐 그리 힘드냐고 한다. 하지만 한두 명의 자녀와도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들이라면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과 한 공간에서 수업하고 교감해야 하는 선생님이란 직업은 보통 체력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 아님을 알 것이다. 이런 ‘극한직업’ 초등 선생님을 위한 34년 경력 베테랑 선생님의 에세이가 나왔다. 의성의 시골 초등학교 교사인 백설아 씨는 초등학교 교육 현장 경험을 녹여낸 에세이를 통해 이 땅의 K-선생님을 위로하는 마음을 담아냈다. 선생님의 나이도 가늠하지 못하는 초등생들과 매일 치열한 하루를 보내며 ‘떠드니까 아이’인 인격을 존중해준다. 뛰는 아이들에게 뛰지말라 소리치는 대신 뛰다가 다칠까봐 걱정이라는 말, 실내화 벗어 던지기를 하는 아이들을 야단치는 대신 방향을 틀어 안전한 곳으로 던져보라고 말해주는 여유, 선생님과 학생 중 인사는 먼저 본 사람이 하면 된다고 하는 배려가 돋보인다.‘떠드니까 아이다’(걷는사람)는 선생님은 물론이고 학부모에게도 아이와 선생님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에피소드와 따듯한 메시지로 가득하다. 또한 에세이 중간에는 선생님들이 현장에서 응용할 수 있는 꿀팁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이주영 어린이문화연대 대표는 “34년 경험을 담아 새내기 교사들에게 보내는 양분이 풍부한 복을 담은 편지, 교사와 부모가 어린이와 함께 행복한 삶에 도전할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주는 편지”라고 소개했다.‘죽겠구나 싶을 때 방학이 찾아온다’는 저자의 생활밀착형 스토리로 에세이는 긴 여운을 남긴다. 동료 교사들의 수업 컨설팅을 담당하는 수석교사로 있는 저자는 “새 학기면 그 옛날 제가 느꼈던 막막함이 새내기 선생님에게서도 고스란히 느껴졌다”며 낯선 곳에 발령받아 막막하고 불안한 새내기 선생님을 위한 ‘연서’를 쓰게 된 계기를 밝혔다.많은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 초등교사는 튼튼한 체력이 기본이다. 얼마 전 덩치 큰 6학년 학생과 씨름에서도 이겨 뿌듯한 베테랑 선생님이 들려주는 포근한 에세이다. ‘아기같이 귀여운 1학년이 어른인 척 귀여운 6학년이 되는 놀라운 광경을 고스란히 지켜보는 행운의 삶을 산다’고 말하는 저자에게서 직업으로서의 교사 이상의 마음이 전해졌다.“아이들을 사랑하고 수업에 진심인 많은 선생님을 만나며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여전히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고 그러기 위해 행복한 교육 현장을 만들고 싶어요.”/백소애 시민기자

2023-02-05

울진 과학체험관에서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설 연휴가 끝난 주말. 아이의 코딩로봇 수업을 받으러 울진읍에 위치한 과학체험관으로 향했다. 주말을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해 지난달에 과학체험교실에 수강신청을 했다. 과학체험교실은 실험과학, 지능로봇, 코딩로봇, 3D융합, 블록로봇 5가지 강좌가 있는데 대상 나이에 맞게 과정을 신청할 수 있다. 접수가 선착순이라 홈페이지가 열리는 시간에 컴퓨터 앞에서 초조하게 클릭했던 기억이 난다. 관람료가 저렴해서 비가 오거나 추워서 놀이터에서 놀지 못할 때는 과학체험관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아이가 여러 가지 과학적 원리를 체험하고 있으면 시간은 금방 흘러간다. 입구에 들어서면 거대한 한국형 발사체가 전시돼 있다. 1층에서 3층으로 가는 슬로프에서는 4계절 별자리에 대한 설명이 있어 별자리 공부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 2층에는 오르기, 매달려 이동하기 등 다양한 신체운동을 할 수 있는 어린이 체력장과 다양한 블록교구를 이용하는 놀이방이 있다. 아이가 어려서 대부분 여기서 시간을 보내는데 방문한 날 시설 점검을 했기에 체력장을 이용할 수 없어 아쉬웠다.자이로스코프에 탑승해 여러 방향으로 회전하여 균형감각을 알아보는 체험은 꼭 해보고 싶었으나 키가 130㎝ 이상, 50㎏ 미만만 이용할 수 있어서 아쉬웠다. 벽쪽에는 높이 뛰어올라 버튼을 터치하는 점프력 테스트, 두더지 잡기처럼 정해진 시간에 불이 들어오면 버튼을 누르는 순발력 테스트 체험도 있다.암벽등반은 120㎝이상, 30㎏이하만 체험할 수 있었는데 엄마와 같이 온 아이가 몸무게가 많이 나갔는지 배를 쏙 넣는 행동이 너무 귀여웠다. 과학체험 수업이 이루어지는 체험학습실, 그 옆에는 수유실이 있다. 아기를 데려온 엄마들을 배려하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좋았다.3층에는 VR 영상관과 4D 영상관이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학 영상을 4D로 체험할 수 있었다. 드론 시뮬레이터에서는 어른도 체험이 가능했다. 70초 동안 가상 드론을 타고 울진의 유명한 관광지를 돌아볼 수 있었다. 과학상식 퀴즈 배틀, 미러 룸, 마찰력을 이용한 하키 게임, 페러 글라이딩 시뮬레이터 등 다양한 체험활동이 있어 어린이들에게 유익한 시간이 될 듯하다.야외전시장을 돌아 전망대에 올라가면 과학체험관 주변의 전망과 연호정이라는 저수지를 볼 수 있다. 체험관 바깥에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도 마련돼 있다. 추운 겨울 움츠리지 말고 다양한 과학 체험을 통해 과학적 원리에 흥미를 가져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공은 시민기자

2023-02-05

진심으로 경주를 사랑한 윤경렬의 흔적을 찾아

수막새. 신라인의 미소를 닮은 사람이 있다. 고청 윤경렬(1916~1999) 선생. 타지에서 태어났으나 경주 사람보다 경주를 사랑하고 아꼈던 선생의 기념관이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생전 선생의 인왕동 자택 옆에 위치해 있다. 경주국립박물관 뒤편으로 가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10여 년 전 지인들과 방문했을 때 보았던 큰 감나무는 여전히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문을 열자 해설사께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내부에는 선생의 유품인 작품들과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예전 큰 물난리로 자택에 보관 중이던 자료가 많이 소실되었다고 한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 아닌 다음에야 대부분의 자료들은 시간이 생명이다. 공적으로 보존 관리 될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입구에는 기증을 받아 판매 중인 윤경렬 선생 자서전부터 선생이 쓴 남산 관련 책들이 자리하고 있다. 대부분 절판된 서적들로 판매금액은 기념관 운영 기금으로 쓰인다고 한다. 내부로 들어서자 한국의 산천에서 보이는 강렬하면서도 알록달록한 색의 인형들이 눈길을 끌었다. 곱게 땋은 머리 아래 놓인 빨간 댕기, 독을 머리에 인 여인이 입고 있는 여름 나뭇잎 색 치마, 금방이라도 돌아설 듯 춤을 추는 무희의 옷, 그 옆에 선 처녀의 새파란 물빛 치마까지. ‘색이 참 곱다’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이는 것이리라.일제강점기, 선생이 본 일본인 작가의 조선인 인형들은 잘 만들어졌으나 표정이 어둡고 힘들어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밝고 행복한 모습의 조선인 인형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인형 장인에게 제작 기술을 배워왔다. 귀국 후 1943년 개성에서 고려인형사를 열었다. 이 시기 고유섭, 오지호 선생들과 교류했으며 같은 때 만난 고유섭 개성박물관장의 권유로 경주에 자리 잡은 1949년 경주에서 한국 풍속 인형 연구소 고청사를 설립한다.이후 1953년 경주 출신 중장년층들의 추억 속 어린이 박물관도 문을 열게 된다. 곱고 귀여운 인형들을 사이로 반가사유상이 보인다. 윤경렬 선생을 기리는 고청상에 반가사유상 모형이 주어진다고 하니 더 특별해 보였다. 작품들과 글로 된 자료들 사이로 선생과 가족들의 사진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사진 속 선생은 어린아이가 오매불망 원하던 사탕을 갓 얻었을 때 표정 마냥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 함께 자리한 여인. ‘순이’로 부르며 평생의 지기로 여긴 아내 마순금 여사. 그 이야기를 전해 듣자마자 선생은 큰 복을 가진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업적에 비해 많지 않게 느껴지는 자료들을 지나니 출구 쪽에 보살좌상이 놓여있다. 조명 탓일까.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는 보살상의 새하얀 피부는 마치 빛을 뿜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신비로움에 발걸음이 쉬 떨어지지 않았다.윤경렬 선생의 경주에 대한 사랑과 업적이야 짧은 글로 표현할 수 없겠으나 그의 인생이 담긴 전시관을 관람하는 내내 따라다니던 생각이 있다. 선생이 다녀간 신라에서의 소풍은 행복했으리라. 참 부럽고 고마운 ‘경주’사람이다./박선유 시민기자

2023-01-29

봉화 홍제사와 도솔암의 매력

세월은 왜 이리 빠른지 2022년 임인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은 지도 오래다. 찬바람이 목덜미를 파고들고 코끝이 아리는 날씨에 새해 맛이라도 느낄 요량으로 길을 나선다.봉화읍에서 36번국도를 따라 울진 방향으로 가다 노루재 터널을 지나 37번국도 태백 방향으로 향했다. 홍제사 방향이다. 홍제사가 있는 비룡산에서 내려오는 황평천은 어느 때라도 자연이 주는 편안함에 마음이 상쾌해지는 길이다.홍제사까지는 약 3km, 황평천을 따라 가다보면 황평분교 자리에 조성된 ‘솔향 가득 서울캠핑장’을 지난다. 곧 나타나는 홍점은 오지마을이다. 인적 없는 적적함 속에 홍제사라는 오래된 푯말이 홀로 서있다. 여기서부터 걷기로 한다. 겨울 진객은 산야를 새하얗게 뒤덮는 눈이다. 도란도란 자연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걷기에 좋지만 혼자 걷기 아까운 산길이다. 겨울 추위가 매섭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혹한. 계곡물이 얼어붙고, 청아하게 들리는 바위 틈새 물소리를 들으며 오르니 아담하고 정갈한 홍제사에 닿았다. 비경의 골짜기들을 품은 심산유곡, 한국 불교계의 빛나는 선승들이 수도하기 위해 머문 절이었다는 홍제사와 도솔암이다. 작은 절집은 적적함이 배어난다. 신라 진평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 전설도 있고,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설도 있다. 일주문도 없고 천왕문도 없다, 석탑도 석등도, 천년고찰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소박한 법당에 숨이 막힐 듯이 고요한 정적만이 흐르는 절집을 에워 두른 금강송의 송림 수백 그루가 세월을 말없이 지키고 섰다. 작은 법당에 요사체, 그리고 해우소가 전부다. 그러나 이곳은 사명대사가 중창불사를 했으며, 임진왜란 때 공을 세운 사명대사에게 선조가 ‘홍제존자’라는 시호를 내렸고 홍제라는 사찰 이름은 호에서 따온 것이다. 만공스님과 성철스님도 홍제사의 암자 도솔암에서 수도했다. 조계종 종정에 올랐던 성철, 서암, 법전스님과 다른 분들도 대종사의 지위에 오른 선승이 되었으니 홍제사와 도솔암은 큰스님들을 배출한 조용한 수행처다. 허전하고 쓸쓸하게 다가오는 움막 같은 도솔암. 세월의 무게가 버거워서일까? 낡은 채로 깊은 역사를 담고 있다.이정표도, 제대로 된 길도 없는 외딴 암자 도솔암은 선승들로부터 금강산 마하연, 오대산 적멸보궁과 함께 참선과 기도의 3대 도량으로 꼽혔다. 고승들이 구도의 길을 찾아 올랐을 홍제사와 도솔암. 금강송에 둘러싸여 계곡 사이로 확 트인 풍경이 시원하게 들어온다. /류중천 시민기자

2023-01-29

청도 남산에서 향 좋은 미나리와 만나다

남산(南山)이란 이름은 경북 청도는 물론이고 경주, 충주, 개성, 서울 등 크고 작은 도시에서 만날 수 있다. 심지어 애국가에도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이란 구절이 등장할 정도로 친근하다.우리 선조들은 태양의 기운을 받는 양력보다 지구와 가까운 달의 기운을 받는 음력 위주로 24절기를 나누었고 일 년을 시작하는 첫 달인 정월에는 몸과 맘을 정갈하게 하고 좋은 기운을 받으려는 여러 가지 행사도 열었다.필자 역시 명산 정상에 올라 한 해 좋은 기운을 받으러 청도 남산을 찾았다. 정상을 오르는 코스는 3가지인데, 낙대폭포 얼음벽이 유명하다고 해서 그쪽으로 가려다가 왕복 3시간 정도면 충분한 밤티재 코스를 선택하기로 했다.밤티재 전원주택단지에서 널따란바위, 삼면봉을 지나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는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이 완만하고 흙길이 주는 편안함이 좋다.아무리 낮은 산이라 해도 정상은 쉽게 도달하지 못한다. 오를수록 길이 가팔랐지만, 넓은 바위에 도착하니 화악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절경이다. 이윽고 정상에 도착해 870m 남산 정상석을 만날 수 있었다.겨울바람이 어찌나 차갑던지 잠시 올해의 안녕을 기원하고 원점 회귀를 서둘렀다. 산행을 마무리하니 푸른 잎이 싱싱한 미나리가 장관을 이룬 한재미나리 단지가 보였다.청도읍 한재 지역에선 오래전부터 자투리 논에서 미나리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1985년경부터 생산물의 일부를 청도시장에 출하한 것이 경제적 재배의 시초다. 이후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1996~2001년까지 비닐하우스 설치와 암반 지하수 관정 설치 등으로 한재미나리는 현재의 명성을 얻게 된다. 긴 역사와 흥미로운 사연이다.1월 말부터 4월 초까지가 미나리의 제철이라 하니 내친김에 하산주(下山酒)는 미나리와 삼겹살로 결정하고 식당에 들어섰다. 주인은 ‘미나리 자랑’을 멈추지 않았다.“어서 오이소. 조금만 늦었으면 미나리 없었심다. 마지막 남은 한 단 드시고 가는 건 가능합니다. 미나리는 노화를 지연시키고, 성인병의 예방에도 좋습니다. 비타민도 풍부하게 들었지요. 국내 최초 무농약 인증 받은 무공해 청정 채소니까 마음 놓고 드셔보세요.”주인의 조언대로 삼겹살을 굽고 미나리를 돌돌 말아 된장에 찍어 한입 베어 물었더니 근사한 미나리 향기가 입 안 가득 퍼졌다. 한재미나리는 줄기 아래쪽, 뿌리 가까운 부분이 붉은 자줏빛을 띤다. 그 부분을 잘라보니 일반 미나리와 다르게 속이 꽉 차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일반적인 미나리의 경우 물속에서 자라기에 줄기를 잘라보면 속이 비어있지만. 고인 물이 아닌 해발 933m의 화악산에서 흘러내리는 자연수와 지하암반수를 이용해 자연배수 해주는 농법으로 재배하는 한재미나리는 뿌리에 공기 공급이 수월해 줄기 속이 꽉 찬게 된다. 그로 인해 특유의 식감과 맛, 향을 지니는 것이다.미나리의 향과 맛에 취하고, 막걸리 한잔에 겨울 산행의 노곤함이 녹아내렸다. 2023년 첫 산행지의 선택이 탁월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했다.예부터 겨울을 이겨내고 잘 자란 미나리는 왕에게 진상한 귀한 식품이었다. 봄을 품고 나온 한재미나리도 맛보고, 산행도 즐길 수 있는 청도 남산을 여러분들께 추천한다. /민향심 시민기자

2023-01-29

꿈키움 작은 학교, 마을도 함께 살린다

저출산 고령화와 도시 집중화 사회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곳 학교. 해마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학교 통폐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경북교육청(교육감 임종식) 관내 초·중학교의 40%가 학생 수 60명이 안되는 농촌 작은 학교다. (2020년 기준)경북교육청에서 2020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꿈키움 작은 학교 인증제’는 기존의 작은 학교 통폐합 기조에서 ‘살리기’로 정책을 전환해 교육공동체의 만족도를 높이고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우수학교를 발굴해 인증하는 제도다. 자유 학구제를 통해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 학생들의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작은 학교의 장점을 극대화해 ‘작지만 강한 학교’를 육성한다. 작은 학교 살리기 프로그램으로 포항에서도 여러 학교가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놓였던 포항시 남구 장기면 소재지의 장기초등학교는 2019년 학생 수가 39명이었으나 2023년 현재 54명으로 늘어났고 2020년 ‘작은 학교 자유 학구제’를 통해 인근 학구에서 찾아오는 학교로서 높은 점수를 받아 우수학교로 지정됐다. 장기초등학교는 특히 기본에 충실한 탄탄한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미래형 선비 육성학교, 기초학력 연구학교, 1수업 2교사제, 창의융합형 과학실 구축, 미국 해병대와 함께하는 English Festival(영어 축제), 학업성취 인증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지역사회의 인식 변화도 이끌어냈다.또한 포항 유일의 ‘장기 Berry Good 전교생 합창단’을 조직해 ‘나이스! 포항 행복 페스티벌’ 참가를 시작으로 매년 지역행사인 ‘장기 산딸기 축제’ 공연 지원, ‘총동창회 한마음 마당’ 참가 공연, ‘할배·할매의 날’ 축하공연 등으로 학교 교육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을 개선하고 있다. 이 학교는 글로벌 시대에 발맞추어 미국 해병대와 MOU 체결을 통한 영어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해 시골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English Festival(영어 축제) 영어 특색 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1수업 2교사제를 시행하고 학생들의 학력까지도 꼼꼼하고 꾸준하게 관리해 1:1학생 맞춤형 학력 지원으로 학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탄탄한 정규교육은 물론이고 골프, 영어, 미술, 피아노, 우쿨렐레, 승마체험 등 전교생 개인 맞춤형으로 예술적 감성까지 키우고 있다.2022년에 작은 학교로 선정된 포항시 북구 청하면 청하중학교는 음악적 체험을 통한 문화예술교육으로 1인 1악기 교육과 연계한 관송오케스트라단을 운영해 조화로운 인성 함양과 학교 교육 만족도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또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려 농촌학교에 맞는 맞춤형 학생활동과 꿈과 끼를 키우는 다양한 특색교육 프로그램으로 도시에서 찾아오게 하는 농어촌 작은 학교의 성공모델을 창출하고 있다.학부모 박모 씨는 “도시에 살다가 시골에 일부러 이사를 왔다. 우선 동네가 마음에 들고 학교도 좋다. 우수한 선생님들과 여러 가지 지원이 있고 규모가 작아서 아이들이 스스로 해볼 기회가 많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의 자립심이 저절로 강해지는 것 같다. 아이들이 서로를 챙기는 모습은 큰 학교에서는 경험해 볼 수 없었는데 아이도 집에 오면 학교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작은 학교의 성공모델을 보며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는 지역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담당한다. 작은 학교 교육과정의 특성화 및 다양화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하고 스스로 찾아오는 작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허명화 시민기자

2023-01-24

이번 설날에 뭐했어?… 가족·친구들과 윷놀이 했지!

해마다 퇴색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 민족에게 설날은 가장 큰 명절이다. 음력으로 정월 초하룻날, 설날에는 한해의 시작이라는 의미로 연시제(年始祭)를 지내고 웃어른께 세배를 드린다. 세배 온 손님에게 술·고기·떡국을 대접하고 친척과 친지를 만나면 ‘덕담(德談)’을 주고받는다. 남녀노소가 윷놀이를 하고, 부녀자들은 널뛰기, 남자들은 연날리기를 한다. 이른 아침에 복조리를 벽에 걸거나 토정비결(土亭秘訣)을 보기도 한다.2023년 설은 지난 추석에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두 번째로 맞는 명절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고향방문길도 지난해보다 정체가 심했다. 자녀들과 떨어져 사는 어르신들은 물론 직장과 학업 때문에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설 명절은 손꼽아 기다렸던 날이다. 명절 음식을 나누고 먹고 재미난 시간을 보내면서 따뜻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은 어디서나 훈훈한 광경이었다.고향에 갔다가 동창동기들을 만났다. 한동안 안부를 묻고 나서 몇 년 전에 혼자 사시던 모친마저 별세한 친구의 고향집에 모여 앉았다. 고향 생각, 부모님 생각에 설날에는 꼭 고향을 찾는다는 말에 모두 숙연해졌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었는지 친구가 모처럼 만났으니 예전처럼 윷놀이 한 판이나 놀자며 윷 도구를 꺼내왔다.윷가락을 한 손에 모아 쥐고 공중에 던진다. 하나만 배를 보이면 된다. 펼친 담요 위에 세 개가 엎드렸고 마지막 하나가 옆으로 서버렸다. “이건 모로 봐야 해. 아니, 도다. 서로 원하는 괘를 외치는 사이 모로 서있던 윷가락이 그만 항복하듯 엎어져버렸다. 석동사니로 뭉쳐 있던 말들이 다섯 밭을 달리다가 ‘퐁당’이라고 써놓은 동그라미 속으로 쏙 빠져버렸다. 던진 팀의 외마디 탄식은 상대편과 구경꾼의 왁자한 함성과 웃음소리에 묻혀버렸다.아내들은 도르리로 음식을 내어오고 남편들은 짬짬이 술잔을 비웠다. 술기운에 붉어진 친구들의 얼굴에는 놀이의 흥으로 후끈 달아올랐고 창밖에는 매서운 겨울바람이 막 몽우리를 피운 매화 가지를 흔들었다. 한데추위와 아랑곳없이 땀방울이 콧잔등에 송송 맺혔던 얼굴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떠오른다. 설 연휴의 한 때가 흑백사진으로 남겨졌다.고려말 ‘목은집(牧隱集)’에서 이색(李穡)은 저포를 세시풍속이라 했다. 윷판과 윷말을 써 가며 저포놀이를 하는데, 변화가 무궁하고 강약을 가릴 수 없는 이변도 생겨 턱이 떨어질 지경으로 우습다고 했다. 남녀노소가 어울려 윷놀이하는 광경을 그린 시(詩)도 있는 걸 보면 윷놀이는 꽤 오래된 우리 민중의 놀이인 듯하다. /윤종희 시민기자

2023-01-24

경주에서 미술관 즐기기

멀리서 경주 여행을 오며 하루만 계획하는 이는 드물다. 2박 3일은 시간을 내서 온다고 한다. 첫날에 불국사와 석굴암을 오르고, 첨성대를 서성이다 밤늦게 교촌마을을 거쳐 월정교 야경까지 눈에 담는다. 다음 날에 대릉원을 비롯한 능 투어를 한다. 그래도 시간이 모자라지 볼 것이 모자라지 않는 도시가 경주이다. 천년고도의 품위가 그런 것이다. 하지만 경주가 전시회 또한 많이 열린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이름난 미술관만도 여러 개이다. 창 하나가 멋진 액자인 솔거미술관에서 줄 서서 인증샷을 찍고, 박물관 별관에서 열리는 때때로의 전시는 여행객에게 안기는 선물 같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혼자수미술관에서 명화감상을 할 수 있던 날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최고는 경주 시내를 관통하는 형산강 옆에 자리한 예술의전당이다. 1년 내내 쉼 없이 좋은 전시회를 마련해 놓았다. 현재도 네 개의 전시회가 열려 있어 보는 재미를 한껏 선사한다.아직은 매서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봄소식이 머잖은 곳에 당도했다. 우리의 봄을 더 풍성하게 하라고 경주문화재단에서 세계적인 거장 앙리 마티스의 작품 세계를 모셔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앙리 마티스 : 라이프 앤 조이’라는 제목으로 아트북 ‘재즈’ 오리지널 작품을 소개한다. 190여 점의 드로잉, 판화, 일러스트 등 마티스의 주옥같은 색채의 마술을 눈으로 확인하도록 해 준다. 이번 전시가 다른 전시와 다른 독특한 점은 재즈의 선율이 전시장을 거니는 내내 들려온다는 사실이다. 가수이면서 작곡가인 정재형은 이번 전시회를 위해 새롭게 곡을 작곡했다. 인트로 영상에서는 서정적인 피아노 멜로디를 더했고 메인 곡 등에서는 마티스가 있던 시절로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정재형은 앙리 마티스와 그의 작품을 소개하는 오디오 도슨트로도 참여했다. 소속사는 “낭만적인 목소리로 전하는 전시 해설은 이번 전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대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듣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음악과 함께 상상하는 즐거움까지 선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1월 10일부터 4월 16일까지 진행된다.앙리 마티스 그림을 보고 나오면, 경주예술의전당은 하나의 전시를 더 보라고 한다. 마티스전 티켓 하나로 ‘경주 연대기’라는 미디어아트 전시까지 볼 수 있다. 경주의 문화가 태동하는 장면을 숲을 거니는 느낌을 받도록 만들었다. 영상 속에 들어가서 아이들 손을 잡고 그림의 숲을 뛰어다니다가 호랑이와 새를 그려 입력하면 내가 그린 동물이 영상에 등장하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마티스의 그림은 촬영하지 말란 표시가 많았지만, 경주 연대기는 얼마든지 인증샷을 찍어도 된다.알천미술관 전시관에서 미술관 소장품 전시까지 보고 나와서 또 하나의 전시를 더 볼 수 있다. 2021년 겨울에 문을 닫은 경주역사에서 빛과 색채의 마술사 모네의 작품을 전시한다. 이제는 경주문화관1918이라는 새로운 이름표를 달고 개관 기념으로 클로드 모네의 그림을 보고 체험도 하는 전시회를 3월 5일까지 무료로 마련했다. ‘경주문화관1918’이라는 이름은 경주시와 (재)경주문화재단이 1918년 첫 개통된 경주역의 역사를 기리고 지역민의 문화의 힘을 고취 시키기 위한 문화플랫폼으로 거듭난다는 의미를 가지고 공모를 통해 명명했다. 경주문화관1918은 공유 오피스, 3D프린터 워크 스페이스, 교육실, 스튜디오 등의 문화창작 공간이 조성되어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며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 된다. 도시 전체가 미술관인 경주로 그림 여행을 떠나보길 바란다./김순희 시민기자

2023-01-24

‘워라밸’ 전국 꼴찌 경북, 적극적인 노력 필요

경북이 지난 1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시도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2021년 지역별 일·생활 균형 지수’에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최근 고용부의 위탁을 받아 지역별 근로시간, 휴가 기간, 남성 가사노동 비중, 육아 휴직제도 등 4개 영역 24개 지표를 측정해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평균 54.7점으로 17개 시도 가운데 부산(64.1점)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나타났고 경북(47.3점)은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부산, 서울, 세종이 상위권을 차지한 가운데 전반적인 수준이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자체의 관심도가 높게 나타난 부산, 서울은 국공립 보육시설 설치 비율과 육아 휴직 사용 사업장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사용 사업장 비율이 높았다. 세종시는 초등돌봄교실 이용과 지역사회 가족문화 관련 시설 현황 등에서 높은 성과를 보였다.반면 워라밸 총점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한 경북은 지자체의 일과 생활의 균형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조례나 조직유무 등 ‘지자체의 관심도’ 분야에서 고작 4점대를 받아 전국 평균 (8.8점)과 큰 점수 차를 보였다.경북 지역의 한 공무원인 A씨는 “주위의 직장 동료들을 보면 아직 전반적으로 직장생활의 만족도가 낮은 편인 것 같다. 예전보다 갑질 문화는 많이 없어졌지만, 조직문화에서는 아직 만족도가 높지 않다. 주말에도 잦은 비상근무와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쉽게 받고 업무 시간 외 업무 목적으로 연락하거나 출근을 한 경우도 다반사다. 권위주의 문화도 여전하다. 공직 사회가 민간 기업 수준처럼 되기는 어렵겠지만 워라밸이 중요한 시대인 만큼 공직 사회에서도 ‘워라밸’ 문화가 확산하기를 기대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워라밸을 찾기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많은 직장인이 3년간의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면서 삶의 우선순위를 바꿨고 이에 따른 일과 생활의 균형인 워라밸을 추구하는 흐름이 분명해졌다. 워라밸이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에 경북도청에서도 조금씩 유연근무제가 확대되고 있다.지난해 경북도청에서는 직원들에게 유연근무제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나섰다. 눈치 보기와 육아 및 주말 부부, 원거리 출퇴근으로 인한 직원들의 부담감소가 일의 능률향상으로 이어질 거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도청 직원들의 연가 및 유연근무를 10명 중 8명 이상이 사용하는 등 사용률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워킹맘 정 모(41·포항시 북구 장성동) 씨는 “코로나19 때 격주로 등교하는 아이로 인해 그동안 직장생활을 관둬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다행히 회사에서는 퇴사가 아닌 단축근무를 할 수 있게 해주셔서 속으로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처음에는 갈팡질팡 정신없었지만, 점점 안정됐다. 단축 근무제도가 워라밸을 지켜주고 업무의 집중도와 책임감을 높여준다더니, 정말로 일의 성과도 높아지고 애사심 또한 저절로 올라갔다. 경북이 워라밸 꼴찌로 나왔는데 내가 사는 포항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이라는 문화가 확산되면 젊은 사람들도 많이 찾는 도시가 될 것 같다. 시민들의 워라밸에 대한 지자체의 조금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허명화 시민기자

2023-01-17

보은원을 아시나요?

청하에서 경상북도수목원 가는 길에 주변풍광이 수려한 유계리를 지나게 된다. 신광과 수목원 갈림길에서 우회전하면 장수마을 유계리 입구 못 미쳐 다리가 하나 있다. 이 유계교를 건너기 전, 오른쪽 시멘트 포장 길가에 보은원(報恩苑)이란 입간판이 보인다. 그 길로 쭉 2km 가서 유계저수지 북쪽 끝에 이르면 주택 두 채 뒤편으로 작은 공원이 있으니 바로 보은원이다. 마치 전원주택의 뒷마당 같은 공원은 약 천 평의 대지에 절간처럼 고요하게 앉았다. 작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관목 사이로 굽은 오솔길을 걸어가면 높이 5미터가 넘는 커다란 보름달 모양의 자연석 기념비와 절 마당에나 있을 법한 석탑이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자그마한 정자가 있어 앉아서 새소리 듣기에도 좋다. 이 심플하기 그지없는 공원은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곳으로 한국불교 최고의 학승이라 일컬어지는 가산 지관 스님과 연관이 있다.지관 스님은 꼭 불교인이 아니라도 이름 정도는 들어봤음직한 분으로 불교계에서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최연소로 해인사의 강사(27세)가 되었고, 또한 최연소 해인사 주지(38세)를 지냈으며,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제32대)과 동국대 총장(제11대)을 역임하고 2012년 80세로 입적하였다.스님은 1932년 포항시 북구 청하면 유계리 경주이씨 집성촌에서 태어났다. 집이 가난해 겨우 간이학교에 다녀야 했다. 어린 시절 병을 앓던 중에 불교 진언을 외우며 치료하고 불문에 들어서 평생 불학에 정진했다. ‘한국불교소의경전 연구’, ‘교감역주’, ‘역대 고승비문연구’등을 저술하였고 불교대백과사전인 ‘가산불교대사림’ 편찬에 힘썼던 공으로 만해대상을 비롯하여 은관,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2010년, 60여 년 만에야 고향 유계리를 찾았던 지관 스님은 서울로 돌아가서 고향방문기를 썼다. 유계저수지 조성으로 스님의 생가터가 수몰된다는 사연에 문도들이 나서서 저수지 북쪽에 기념공원을 만들어 남기고자 했다. 스님도 이 계획을 반겨 생전에 여러 번 다녀가며 기념비제작에 의욕을 보탰다.한편, 현대 불교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 이 고장에서 배출되었음은 지역의 자랑이라 생각한 이들이 많았다. 기념비 뒤편에는 지관 스님 문도들의 이름과 당시 포항시장, 국회의원, 시의회의장, 지역 유지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있어 보은원 조성에 기여했음을 알 수 있다.보은원 기념비 전면에는 스님이 직접 쓴 고향방문기가 한글·한자 혼용으로 새겨져 있다. 스님의 어린 시절 고향 유계리의 정경은 물론 청하를 중심으로 한 포항 인근의 산과 바다를 묘사했고 지역의 인문, 지리, 역사 등을 담고 있어 종교와 관계없이 읽어볼만하다.지관 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장이 되었을 때, 유계리와 청하면 주민들까지 경사스런 일이라며 축하 현수막을 내걸고 기뻐했다. 보은원은 맑고 아름다운 고장에서 큰 인물이 났다는 자긍심을 일깨운다. “우리를 있게 한 산하대지(山河大地)와 선조(先朝)들의 은혜를 잊지 말라”는 뜻에서 보은원이라 부르게 된 이 기념공원을 한번쯤 찾아가 의미를 새겨보는 것도 지역사랑을 실천하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윤종희 시민기자

2023-01-17

생각이 깊은 나무

며칠 비가 서성거렸다. 지독한 감기로 건물 안에만 갇혀 지내서 잠시라도 산책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산을 오르거나 숲을 거니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남편이 실내에서 자연을 즐기는 건 어떠냐고 했다. 춥지도 않고 습도도 적당해서 지금의 내게 딱인 곳이 있다고 했다. 동궁원이었다.밤 풍경이 절경인 월지와 동궁의 치미가 유리 지붕 위에 얹혔다. 옛 안압지였던 동궁과 월지에 우리 조상들이 최초로 화초와 진금이수 즉 진귀하고 기이한 새와 짐승을 길렀다는 문무왕 14년 삼국사기 기록과 신라의 관직명에 새 이름을 사용했다는 등 경주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역사적 콘텐츠를 스토리텔링해, 우리나라 최초의 동·식물원이었던 동궁과 월지를 지금 이곳 경주 동궁원에 현대적으로 재현했다. 보문관광단지 입구에 자리한다.동궁(東宮)은 신라왕궁의 별궁으로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연회를 베풀었던 곳으로 ‘경주 동궁원’이라는 이름은 신라의 찬란했던 영광을 다시 이곳에서 재현하고자 시민 공모를 통해 결정됐다. 경주의 역사적 배경을 스토리텔링해 ‘동궁식물원’과 새전문 동물원인 ‘경주버드파크’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게 만들었다.우리 조상들은 예전부터 딱 떨어진 이름짓기에 능한 민족이다. 배고픈 사람들 눈에 고슬고슬한 밥이 수북하게 떠 있는 듯한 이팝나무가 그렇고, 가지를 꺾으면 노오란 진액이 나는 풀꽃에는 갓난아기의 기저귀에 노오랗게 젖 내음이 나는 똥을 누는 아기를 떠올려 애기똥풀이란 이름을 만들어줬다.식물원 입구에 들어서니 겨울인데도 푸른 잎으로 가득했다. 모두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미인수, 여인초 같이 여성성을 부여한 나무들이 많았다. 미인수는 이름답게 쭉 뻗은 수형에 줄기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병 모양으로 변하며 원뿔 모양의 가시로 덮인다. 꽃은 분홍빛으로 매우 화려하고, 씨앗은 쿠션을 만드는 명주 솜 같은 털로 감싸고 있다. 씨는 오일(식용, 산업용), 줄기는 카누, 종이, 로프를 만드는데 쓰이니 가족에게 꼭 필요한 우리네 어머니 같은 역할을 한다. 소시지 모양의 열매를 맺는 소시지나무, 미키마우스 얼굴모양의 열매를 달아서 미키마우스트리, 잘린 자리에서 용의 피같은 액이 나온다 해서 용혈수, 몸피가 곤봉처럼 생겨 곤봉야자, 주병야자, 박쥐처럼 나무에 붙어 자라는 박쥐란까지 세계 여러 곳에서 사람들에게 이름을 부여받은 식물들이 한 곳에 모였다.물소리가 졸졸 나는가 싶은 곳에 수생식물과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다. 그 옆에 폭포까지 시원하게 쏟아진다. 산책로가 조금씩 경사가 지더니 잎이 큰 식물들을 위에서 전망하며 보라고 공중산책로까지 만들어놓았다. 밑에서 올려다볼 때 보이지 않던 모습까지 관찰하게 만든다.사람보다 이 지구에 먼저 태어났을 나무, 그래서인지 생각이 깊다. 건조한 땅에 자라기 위해 뿌리를 항아리처럼 넓게 만들어 물을 저장한 덕구리란, 큰 꽃에 시체 냄새를 풍겨 곤충을 유인하는 시체꽃, 파리 같은 녀석들을 잎을 닫아 천천히 소화 시키고 남은 뼈는 잎을 열어 날려 보내는 파리지옥, 현명한 나무나 풀을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사람은 자신들이 먹기 위해 벼와 보리를 키운다고 생각하지만, 유목민이었던 사람들을 정착하게 만든 건 정작 벼와 보리였다. 우리가 식물에게 길들여진 것이다. 생각 깊은 식물에게서 살아가는 지혜를 배워보는 건 어떨까./김순희 시민기자

2023-01-17

골목길에서 만난 반가운 눈사람

안동 운흥동 골목길에서 만난 눈사람을 보며 유년을 추억했다. 올겨울, 우리 지역 안동엔 적지 않은 눈이 내렸다. 자이언티의 노래 ‘눈’이 어울리는 계절이 되어버린 것이다.최근 눈이 흩뿌린 세상은 뮤직비디오처럼 새하얀 풍경을 만들어냈다. 안동에도 눈이 제법 내려 눈사람을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즐겁고도 흥미로운 일이었다.어린 시절엔 꽁꽁 언 손이 시린 줄도 모르고 집 마당에서 혹은 골목길에서 눈사람을 만들었었다. 낮은 담장 위에 쌓인 눈을 뭉치고, 옥상 기와지붕에 내린 눈을 뭉치고, 이웃과 왁자하게 떠들던 들마루에 쌓인 눈을 뭉치기도 했다. 이제는 모두 흘러간 애틋한 추억들이다. 고드름이 달린 추위에도 털모자에 털장갑, 솜파카를 입고 눈밭을 뒹굴었다. 지금 같은 롱패딩이 있었다면 하루 종일 밖에서 놀았을지도 모른다.이젠 그런 낭만이 없어졌나 싶었던 찰나, 얼마전 안동시 운흥동 골목길에서 눈사람을 만났다. 흐트러진 헤어와 선명한 눈코입, 승리의 브이(V)자를 그린 손까지….눈사람을 만들어본 어린 시절을 보낸 어른들 몇이 그 옛날을 추억하며 만들어냈다. 이 추억의 눈사람을 지나가는 이들 모두가 흐뭇한 미소로 지켜보곤 했다.익살스런 표정의 눈사람은 한동안 골목을 지키다가 녹아 없어지거나 주차하는 옆집 아저씨 트럭 꽁무니에 치여 운명을 달리할지도 모른다.새해에도 눈은 한동안 녹지 않을 것이다. 응달진 골목길에선 빙판이 되고 그늘진 산등성이에 생크림처럼 얹혀 이 겨울을 날 것이다.눈 내린 아침이면 삽을 들고 골목길을 치우던 아빠와 빗자루로 그 뒤를 쓸어내던 엄마, 아랫목에 누워 늦잠을 자다 뛰쳐나와 눈싸움에 열중하던 유년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 옛날을 행복으로 추억하게 하는 눈이, 왔다./백소애 시민기자

2023-01-15

유도 꿈나무들, 영양에 모이다

영양군이 유도 챔피언을 꿈꾸는 아이들의 함성으로 가득하다. 그 이유가 궁금한 분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영양군체육회는 지난 2일부터 오는 20일까지 ‘2023 동계 유도전지훈련’을 영양군민회관에서 개최하고 있다. 19일간 이어지는 유도 꿈나무들의 흥겨운 축제로 보인다.영양군체육회가 주최하고 영양군유도회가 주관하며, 영양군이 후원하는 이번 동계전지훈련은 대한체육회에서 관리하고 있는 꿈나무 유도 대표팀(감독 임희대) 지도자 9명과 선수 38명이 참여한다. 여기에 전국에 있는 60여 개 초중고 유도팀 700여 명도 함께 전지훈련을 진행하게 된다. 참여한 지도자는 모두 100명, 선수 600여 명이다.올 겨울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라 훈련장 입장 시 발열 체크, 손 소독 후 입장, 주기적 환기와 방역수칙 준수는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전지훈련에 모인 어린 학생들을 위한 배려다.영양군에 따르면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약 5억 원의 경제 파급효과를 내 설 명절을 앞두고 지역 내 소상공인들에게 큰 명절 선물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참여한 선수와 영양군의 동시에 발전하는 모습으로 느껴진다.전지훈련에 참여한 관계자 중 한 사람은 “영양군은 훈련장 바로 옆에 119 안전센터가 있어 안전사고 발생 시 즉시 대응이 가능하고, 주변에 운동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적합하게 갖추어져 있어 전지훈련 장소로 최적”이라고 높게 평가했다.이와 관련해 박재서 영양군체육회장은 “전지훈련 방문 팀은 관내 숙박업소 장기 체류, 식당과 목욕탕 등을 이용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며, “전지훈련이 일회성 방문행사에 그치지 않고, 내년에도 다시 찾는 영양군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지금 영양군에선 한국 유도 미래 유망주들의 꿈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지역민들은 그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김성주 시민기자

2023-01-15

숨겨진 문화 유적을 찾아… 고령 대평리 석조여래입상

한국 어느 지역을 가도 그곳엔 숨겨진 보물 같은 문화재들이 적지 않다. 지역을 대표하는 이름난 유물이나 유적도 있지만, 숨겨진 문화유적도 많은 것이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나라 한국의 특징이기도 하다.시간을 내 이런 문화 유적을 찾아보는 것은 유구한 우리의 전통문화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애정을 마음속에 품는 행위이기에 많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어진다. 이는 또 다른 방식의 나라 사랑이기도 할 것이라는 게 필자의 변함없는 견해다.필자는 고령에서 살고 있다. 고령에도 적지 않은 귀한 문화유적과 유물이 지역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을 기다리며 조용히 숨 쉬고 있다. 그런 유적과 유물을 소개하는 것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이들의 책무 중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고령군 운수면 대평리에 위치한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359호 석조여래입상은 상당 부분이 땅에 묻혀 있어 전체의 형태나 규모를 자세히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모습 또한 약간의 신비로움을 선사하고 있다.석조여래입상의 높이는 1m 내외로 추정된다.타원형의 광배(光背·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진리의 빛을 형상화한 것)와 부처의 몸을 같은 돌에 새긴 것이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여래입상의 머리는 둥근 편으로 왼쪽부터 앞이마까지가 다소 깎여 평평한데, 이는 조각할 당시의 모습으로 보인다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대체적인 해석이다.눈 부위는 얕게 조각하였으며, 입가는 미소가 뚜렷하고 두 볼은 풍만하다. 몸에 걸친 법복은 통견(通肩·앞가슴을 둘러 양어깨를 덮어 입는 부처의 옷차림)으로 겨드랑이 안쪽을 가로지르는 옷이 있다.석조여래입상의 두 손은 가슴 앞에서 모은 형식이다. 이 불상은 고려시대 일반적인 불상 양식과 비슷하다는 것이 학계의 평가다. 그러나, 광배 앞뒷면에 조각이 없고 목 부분이 없는 것이 이 석조여래입상만의 특징이라고 해석되고 있다.이 석불은 고목 한 그루에 의지하며 서 있는 것으로 보아 원 위치에서 옮겨진 듯하다는 것이 역사학계의 이야기다. 관련된 뒷이야기도 궁금해진다.석불이 위치한 곳은 예전의 노온사(盧溫寺) 절터라는 이야기가 전해지나 근거는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다만 주변에서 연꽃무늬가 새겨진 고려시대의 기와 조각이 발견되어 근처가 절터였음을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필자가 찾아갔을 때도 석조여래입상은 오랜 세월 간직한 고고하고 평안한 모습을 숨김 없이 드러내며 보는 이의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잘 찾아왔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석불과 관련해 고령군 운수면 대평2리 김종태 이장은 “이 석조여래입상은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이야기가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어, 연초에는 방문객들이 평소보다 많다”는 설명을 전하며 환하게 웃었다.많은 여행자들이 그곳까지 가는 방법을 궁금해 할 것 같다. 석조여래상을 찾아가려면 고령군 운수면 소재지 봉평리에서 대평리 방면으로 6.5km가량 차를 몰면 된다.여러분도 무엇이건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고령 대평리 석조여래입상을 만나 2023년 계묘년에 이루고 싶은 꿈과 희망을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이경근 시민기자

2023-01-15

‘반짝 반짝’ 문화반딧불 모니터단

지난해 12월 6일 오후 7시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예술감독 겸 지휘자 임헌정의 지휘로 포항시립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가 있었다. 연주된 곡은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과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이었다.그 시각, 관객석에는 포항시 ‘문화반딧불 모니터단’ 단원들이 곳곳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그들은 음악을 감상하면서도 무대와 연주자들, 청중들의 반응까지 꼼꼼히 살펴보느라 더욱 집중하고 있었다. 문화반딧불 모니터단은 공연장 주변과 공연 내용, 객석의 분위기를 모니터링하고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부분을 포항시청 홈페이지 온라인 설문 게시판에 의견을 올려야하기 때문이다.2016년에 발족된 문화반딧불 모니터단은 2년 주기로 약 20~40명의 단원들을 모집하여 포항시립교향악단을 비롯해 시립합창단, 시립연극단 공연에 참여하고 모니터링 해왔다. 단원들은 각 분야의 문화예술관련 종사자, 대학생, 일반시민으로 구성되어 있다.이제 거의 7년의 시간이 흐른 만큼 이 곳을 거쳐 간 사람들이 많지만 아직도 남아서 여전히 단원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꽤 된다. 기수가 거듭되면서 젊은 층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들어오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코로나로 활동이 부진했던 3기, 4기는 단원들의 단합모임조차 힘들었다. 그러나 1기와 2기 때는 보경사 일원과 오어지 둘레 걷기도 하고 단합모임을 여러 차례 하며 우의를 다지기도 했다.현재 제4기 문화반딧불 모니터들은 2022년에만 해도 총 21회의 문화예술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포항시는 문화반딧불이들의 생생한 모니터링 결과와 의견을 소중하게 취합한다. 이것은 더 나은 문화행사와 수준 높은 공연을 하도록 반영되어 포항시민들이 좀 더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일조한다.단원들은 모든 공연에 2매 또는 1매의 표를 미리 신청하여 무료관람 할 수 있다. 또 활동한 시간만큼 1365봉사센터에 자원봉사 점수를 올릴 수 있고, 2022년부터는 공연을 보거나 듣고 나서 설문에 답하고 의견을 올린 횟수만큼 연말에 시청에서 소정의 교통비도 지원해준다.2023년 새해가 밝았다. 코로나도 엔데믹으로 가고 있다. 비대면으로 하던 행사들이 속속 기재개를 켜며 대면 행사로 바뀌는 중이다. 지난해부터 행사장엔 시민들이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새해 새로운 계획을 세운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시에서 준비한 다양한 문화공연을 자주 챙기고 즐겨보기를 올해의 계획에 포함시키길 적극 추천한다.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수준 높은 연주와 공연들이 올해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시민들의 발걸음을 기다린다.문화반딧불 모니터단은 내년 2024년 2월에 제5기 신입 단원을 다시 모집한다. 관심이 있다면 메모해두어도 좋겠다. 문화를 사랑하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한다./윤종희 시민기자

2023-01-10

2022 경북연극인 한마당대회

(사)한국연극협회 경북지회가 최근 경북 연극인이 1년에 함께하는 장(場)을 포항에서 마련했다. ‘2022 경북 연극인 한마당대회’는 지금까지 경북 연극인들의 화합과 소통, 연극발전을 위한 열린 대화의 장이었다. 매년 진행해오다 코로나19 동안 정지되었다 올해 새롭게 부활되었으며, 이 행사를 통해 단절된 경북 연극인들의 교류의 시간이 되었다.기존에 ‘경북 연극대상’만 수상하다 추가하여 ‘자랑스런 경북 연극인상’과 ‘젊은 연극인상’을 신설하여 경북 연극인들을 격려하였다.이날 포항을 비롯하여 경주, 영주, 상주, 김천, 청도, 구미, 안동, 영천 등 9개 지부의 87명의 경북 연극인들이 모였다. 2022년 경과 보고를 하면서 힘든 여건 중에도 각 지부는 활발한 활동을 보였으며, 경북도민들에게 많은 공연을 보여주었다. 특히 상주지부는 상주 곶감과 호랑이의 스토리로 다양한 공연을 하였으며, 경주지부는 신라 천년 문화를 알리는 다양한 스토리텔링의 공연을 보여주었다. 각 지부의 연극의 방향성과 특징이 두드러졌으며, 경북 곳곳 지역이 가진 문화의 다양성이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오랜만에 만난 지부 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안동지부 황영준 배우의 재밌는 이벤트와 게임으로 각지부의 유쾌한 대결과 맘껏 웃는 시간으로 화합의 장이 되었다.경북연극협회 백진기 지회장은 “오랜간만에 경북 연극인 한마당대회를 열게 되었다. 이번처럼 함께 웃고 화합하는 만남의 장이 없었는데 이런 유쾌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통해 경북 연극인들이 하나가 되는 장이 되었고, 특히 젊은 연극인상을 신설하여 코로나로 공연예술계의 슬럼프가 빠진 상황에 용기를 북돋워주고 사기 진작의 기회가 되었다. 앞으로 이런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 경북 연극의 발전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2023년 한해도 경북 연극인들의 세대 간 융합과 새로운 시도로 경북연극의 발전을 기대해본다./서종숙 시민기자

2023-01-10

50만 무너진 포항, 저출산 문제 해결해야

전국적으로 저출산이 화두다. 2021년에는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0.86명이라는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기록적인 수치를 보였다. 이런 현상에 발맞추듯 경북 제1의 도시, 포항도 저출산으로 인해 인구 50만이 무너졌다.저출산이 인구감소로 이어지자 포항시도 인구 50만을 지키고자 안간힘을 썼다. 50만을 지키고자 당면한 위기감을 갖고 2021년부터 혈세를 투입했지만 결국 1년 6개월 만에 무너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포항시 인구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49만9천854명으로 50만 아래로 떨어졌으며 다시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12월 말에는 49만6천650명으로 집계됐다. 포항시 인구는 지난 2015년 11월 52만160명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으나 그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이어오다가 2020년 12월 말 50만2916명으로 내려왔다. 이에 포항시에서는 2021년부터 ‘포항사랑 주소갖기’ 운동을 펼치며 주소이전 전입지원금 30만원을 투입했고 50만명 지키기에 안간힘을 썼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물론 실질적인 저출산 정책도 아니어서 56억원의 혈세만 낭비한 샘이다.저출산으로 출생수가 감소하니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미취학 아동과 학령인구의 감소가 가속화되는 현상이다. 지난해 경북의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2만529명이었고 2026년에는 6천845명으로 예상되고 있다. 포항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0세에서 6세까지의 아동이 2만1천61명으로 전체인구의 4.2%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앞으로 3년 뒤에는 초등학생 수가 3천500명가량 예측되고 있는데 이는 한 학년이 사라지는 수치다.포항 시민 A씨는 “동네 산책길에서 유모차나 아기띠를 두른 것을 보면 아이가 탔나 싶어 가까이 가면 강아지가 타고 있는 경우를 자주 본다. 최근 어린이집도 많이 없어진다는데 저출산이라는 현실이 심각하다 느낀다”고 말했다.한 결혼정보회사에서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출산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남녀 모두 저출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고 전체 응답자 4명 중 3명이 심각하다고 답변했다. 저출산의 주요 원인은 경제적 부담(남성 36.2%, 여성 32.2%)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여성은 ‘일과 미래에 대한 막막함과 두려움’(21.4%)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저출산에 가장 도움이 되는 정책은 남성은 ‘주거 지원’(36.2%), ‘보육 지원’(23.8%), ‘출산 지원’(15.6%)이고 여성은 ‘보육 지원’(29.6%), ‘경력 단절 예방 지원’(29.4%), ‘주거 지원’(22%)로 답을 했다.저출산에 관한 한 전문가는 “성평등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했다. 기혼 여성은 출산으로 멈췄던 고용률(68.1%)을 회복하기까지 21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고 이는 기혼 여성이 취업을 유지하기 가장 어려운 요인은 출산인 것을 보여준다. 결혼으로 인한 고용률 영향을 보면 미취업 남성은 자녀가 1명 있으면 24.1%가 증가하나 직장에 다니는 여성은 다른 요인이 일정하다는 전제하에 자녀가 1명 있으면 7.2%, 2명 있으면 17.2%나 취업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이 가급적 자녀 출산은 안하는 것이 좋다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지난해 아이를 출산한 주부 B씨는 “아이를 낳고도 경력단절이 지속되지 않고 당당하게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아이도 부모님이 아니라 내가 사는 가까이 맘 편히 맡길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 아파트 단지에서도 은퇴한 고급인력들을 활용한 아이 돌봄 같을 정책적으로 녹여내면 좋을 것 같은데, 포항시의 저출산에 대한 통합된 부서와 실질적인 정책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3-01-10

겨울별미 곰치 맛보러 울진으로 오세요

정신없이 살다보니 일 년이 훅 지나간 느낌이 든다. 바쁘게 산 평일을 보상받고자 최근 주말에 인근 지역 축제의 장을 찾았다. 얼마 전에는 죽변항에서 수산물 축제가 열렸다. 애초 지난해 12월 23일부터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한파가 지속되면서 축제일이 하루 단축돼 아쉬웠다. 광장에는 큰 크리스마스 트리가 자리 잡아 성탄절임을 알 수 있었다.성탄 전날엔 ‘죽변 해변 건강 걷기대회’가 진행돼 군민들에게 경품을 제공했다. 성탄절을 맞이해 어린 아이들에게 울진군수가 빵을 직접 나누어 주기도 했다. 개막식 식전 공연으로 맨손 활어잡기 체험 및 대방어 해체 쇼가 진행됐다. 깜짝 경매와 유랑극단의 공연 및 댄스 경연대회도 있었다.초청가수의 공연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도 하였다. 한 쪽 부스에는 어선이 가득차기를 바라는 굿도 볼 수 있었다.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어 방문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죽변 작은 도서관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해 책갈피, 디퓨저, 우드 손거울 만들기 체험, ‘책찾아 빙고’ 부스도 운영했다. 추운 날 차 한 잔과 함께 기부의 손길도 모아졌다. 먹거리장터도 운영됐는데 대게의 진한 맛이 우러난 따끈한 어묵 국물이 찬 몸을 녹여주기도 했다.열기, 가자미, 오징어 등 건어물 판매 장터도 눈길을 끌었다. 도민체전 추진단, 울진군 도시 재생지원센터, 울진 체험관광 사진전시회 등 여러 개의 부스가 운영됐다. 부스 반대편에는 문어, 대방어, 울진대게 등 여러 가지 수산물을 구매할 수도 있었고 겨울철 별미로 곰치국도 맛볼 수 있었다.2022년 마지막 날에는 해돋이를 보기 위해 많은 방문객들이 울진을 찾았다. 우리 가족도 죽변항을 찾았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겨울철 별미인 곰치국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몇 년을 울진에서 살았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음식점 여러 곳을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자리를 찾아보았지만, 사람들이 많은 탓에 일찍 점심 영업을 마감한 음식점들도 있었다. 곰치가 없어서 팔지 못하는 상인들도, 멀리서 곰치국을 먹기 위해서 몰려든 방문객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 수심이 깊은 곳에 서식하고 있는 곰치는 11~1월이 산란기인데 이때 얕은 곳으로 올라와서 어획량이 많다고 한다. 지금 제철이라고 하니 한 번 맛보시길 추천해본다./사공은 시민기자

2023-01-08

청도의 즐거움 ‘얼음썰매장’과 ‘소금빵’

“딩동!” 손전화가 울려 확인해보니 ‘추위 조심하라’는 안내문자다. 진짜로 추울까? 눈은 언제 오는 거지? 눈을 기다리는 마음이 어린 시절 추억의 소환으로 이어졌다.밤새 눈이 내린 뒤 아침이 오고 발목까지 푹푹 빠지도록 쌓이면 미리 준비한 굵고 큰 대나무를 잘라 옹이를 갈아내고 앞부분을 구부려 만든 스키와 비료포대(눈썰매 대용품)를 들고 경사진 언덕길을 찾아 겨울을 즐겼다. 지나는 사람들이 넘어지기라도 하면 들리던 장난꾸러기들의 웃음이 귀에 쟁쟁하다. 지금 같은 예쁜 썰매가 아닌 송판으로 만든 투박한 모양이었지만 씽씽 달리기에 손색이 없었다.환경오염으로 지구 온도가 상승한 탓인지 연일 ‘강추위를 조심하라’는 방송을 하고 안전문자가 오지만, 그에 무색하게 놀이를 할 만큼의 눈도 오지 않고 얼음도 얼지 않아 섭섭했는데, 청도 지인의 “천연 얼음썰매장에 놀러 오라”는 전화를 받고 한달음에 달려가 보았다.지번을 딴 ‘73카페’에서 날씨와 얼음 상태를 체크해 장비를 대여해주고 있었고, 썰매를 타다 힘이 들 때는 카페에서 맛좋은 빵과 음료를 마시며 겨울 풍경을 감상하는 낭만적인 휴식이 가능하다.그곳에서 만난 젊은이는 “대구에서 왔는데 청도군민들의 지역 사랑이 대단하네요. 유명한 청도 미나리와 반시로 만든 소금빵이 맛있어요. 키즈 존을 운영하는 것도 장점이라 생각해요. 아쉬움이 있다면 주차시설이 좀 부족하네요”라고 말했다.추우니 스케이트를 그만 타는 게 어떻겠냐고 하자 한 초등학생은 “너무 재밌어서 계속 타고 싶어요. 방학이 끝날 때까지 얼음이 녹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썰매를 끌어주는 아빠와 연신 사진기 셔터를 누르는 엄마의 모습도 보였고, 데이트 중인 젊은이들의 모습도 흐뭇했다. 이 지역에선 보기 드문 겨울 풍경이라 그럴까? 귀하고 따뜻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국민에게 자연이 준 특별한 선물 가운데 하나인 겨울 즐기기. 하지만, 추울 때 춥고 더울 때 더웠던 한반도에도 여기저기 이상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어 겨울 풍경을 머지않아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걱정도 생긴다.환경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아파하는 지구를 살릴 처방이 내려진다면 모두가 동참해 “엄마 아빠와 함께 다시 올 수 있도록 청도천이 꽁꽁 얼어붙은 상태로 남아있어 줬으면 좋겠다”는 아이의 꿈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민향심 시민기자

2023-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