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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시골 사는 재미 ‘국화꽃 차 만들기’

시골에 귀농·귀촌을 하면 즐겁고 재미난 일이 많다. 그중에서도 나는 자연에 지천으로 널린 각종 꽃과 식물들로 차 만들어 마시는 재미를 즐기는 중이다, 그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도회지 태생으로 시골 생활을 몰랐던 아내도 나를 따라 귀촌 10년 차가 되었다.어느덧 산과 들에서 얻은 각종 재료로 차 만드는데 재미를 익혀서 차 만든 데는 거의 달인이 다 된 아내다.차 만들기를 위해 꽃을 채취하느라 여기저기 산과 들로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운동도 되고 다이어트도 되어 건강에도 좋다. 그럴 뿐만 아니라 만드는 즐거움과 마시는 즐거움도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차 만들어 마시는 재료는 제비꽃, 달맞이꽃, 칡꽃, 국화꽃 등의 꽃들도 있지만, 표고, 무, 비트, 방아, 허브 등등 자연과 논밭에서 얻을 수 있는 온갖 식물과 꽃들이 거의 다 해당이 되니까, 재료를 얻는 데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지천으로 널렸다. 이렇게 많은 각각의 재료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색과 향과 맛을 지니고 있어서, 색다른 풍미를 즐길 수가 있으니 더없이 좋다.오늘은 가을이 저물고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이 계절에 쉽게 구할 수 있는 국화꽃으로 차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동의보감에는 “가장 좋은 물이 새벽에 긷는 우물의 정화수이고 두 번째로는 찬 샘물인 한천수를 꼽으며 세 번째 좋은 물이 국화수라고 하였는데 그 성질이 온순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는 물”이라고 하였다.본초강목에서는 국화차를 오래 계속 마시면 혈기에 좋고, 몸을 가볍게 하여 쉽게 늙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국화차가 몸에 좋다고 하고 있으며 그 밖에도 혈액순환, 노화 예방, 숙취 해소, 어지럼증과 두통 해소 등 아주 좋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한다. 국화차 재료로는 대국이 아닌 꽃이 작은 잔잔한 국화로 만들며 산이나 들에 피는 산국이나 감국 등 야생 국화로 해도 좋다.모두가 그 나름대로 맛과 향이 있으니까 취향대로 해도 좋겠지만, 같은 국화 종류라고 해서 여러 가지 꽃들을 한꺼번에 섞어서 하게 되면, 각각의 오묘한 풍미를 느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맛도 이상야릇하게 되니까 삼가야 할 주의사항이다.시골에서는 마당 한쪽에 꽃차 만드는 국화를 심어놓으면 해마다 수확할 수 있으니까 크게 신경을 쓸 것도 없으니, 이것도 재료를 손쉽게 얻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우리 집에도 아내가 국화차를 좋아해서 화단에 국화를 심어놓았더니 해마다 아주 샛노랗고 탐스럽게 피어나니까 관상용으로도 정말 좋아서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도 하지만, 국화차 만들어서 마시는 즐거움도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이렇게 핀 국화는 너무 확 펴서 꽃잎이 뒤로 젖혀지기 전에 깨끗하게 하나하나 정성들여 딴 다음 깨끗한 물에 살짝 헹궈서 그늘에다 하루 정도 두고 물기가 없이 약간 시들할 정도로 말려준다.이걸 말리지 않고 곧바로 하게 되면 차를 만들었을 때 꽃의 색이 검게 변하게 되니까 반드시 말렸다가 하는 게 좋다. 하루를 그늘에서 말린 국화는 감초를 조금(한두 쪽) 넣고 끓인 물에 살짝만 데쳐서 건져낸다.이때, 감초를 많이 넣게 되면 국화 향도 없어지고, 맛도 이상하게 되니까 감초는 조금만 넣어서 끓여야 한다.데쳐서는 건진 국화는 물기가 많은데, 이때 물기를 짜지 말고 그대로 자연스레 물기가 빠지도록 한 다음 가정용 건조기나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약한 온도로 하룻밤을 건조 시킨 다음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완전하게 말려서 적당한 용기에 담아두고 1년 내내 그윽한 국화 향이 나는 국화차를 즐길 수 있다.이렇게 만든 국화차는 손님이 왔을 때 다과용으로 내놓아도 아주 운치 있는 대접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능하면 부부가 그윽한 국화 향이 나는 차 한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도란도란 대화도 나눈다면 부부 금실 또한 좋아지고 시골살이에 또 다른 멋이 아닐까 한다./이동주 시민기자

2023-12-07

포항시립포은오천도서관에 가 보셨나요

도서관의 넓은 창으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여 보던 책을 주섬주섬 챙겨 나서다 나도 모르게 가슴 뭉클함을 느낀다. 도서관 책장 사이로 한 엄마가 책상 양쪽에 두 아이를 앉혀놓고 공부하는 모습이 언뜻 보인 것이다. 그 장면이 얼마나 좋은지 한참을 서서 그렇게 바라보다 방해될까 조용히 도서관을 나섰다.포항시립포은오천도서관 인근 오천에는 젊은 부부가 많이 살고 있어 어린이가 많다.포항시는 그런 지역 특성을 고려하여 오천 지역에 기존에 있던 도서관을 뼈대만 남긴 채 단장하고 그 옆에 신축한 신관과 두 건물을 연결하여 어린이 특화 도서관으로 지난 10월에 재개관했다. 기말시험을 앞둔 만학도로서 가까이 대잠도서관을 두고도 멀리 포은오천도서관을 찾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넓고 편안한 그 분위기가 너무 좋기 때문이었다. 1층은 유아와 어린이를 위한 전용 공간으로 6세에서 초등 2학년까지 사용 가능한데 어린이 클라이밍이 앙증맞고 예쁘게 자리하고 있다.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 형 독서공간인 해오름마루는 종일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은 아늑함과 편안함을 준다. 층층이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 또한 다양한 모습으로 넓게 구비되어 있다.어린이와 청소년은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로 가치관과 정체성이 형성됨에 사회적 환경은 절대적이다. 좋은 문화를 접하게 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포은오천도서관은 어린이 특화 도서관답게 이들을 위한 다양하고 질 좋은 문화프로그램을 짜임새 있게 빈틈없이 진행하고 있다.엄마들이 조금만 관심을 갖고 포항시립도서관 홈페이지를 살핀다면 포은오천도서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좋은 문화프로그램을 자녀들이 양껏 누리게 해 줄 수 있다.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이 대한제국을 두려워했던 것은 다른 지배국에 비해 뿌리 깊은 우리의 정신문화였다. 그 힘이 많은 국민을 독립투사로 만들었다. 서슬 퍼런 일제시기 소중하고 소중한 훈민정음 해례본을 목숨 걸고 지켜낸 간송 전형필 선생도 결국 그런 정신문화가 바탕 된 것이다.포은오천도서관 1층과 2층에 전시 되어 있는 포항이 낳은 동화작가 손춘익 선생과 포은 정몽주 선생을 알아가는 것도 아이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이다.지난달 18일에는 지역 문화 예술 발전에 기여한 고(故) 한흑구 선생을 기리기 위해 ‘한흑구의 밤’ 음악과 낭독이 함께하는 인문학 콘서트도 진행되었다. 도서관을 나서다 가슴 뭉클하게 했던 아이들에게 다가가 너희들은 좋은 사람이 될 거라고 속삭여 주고 싶었지만 방해하고 싶지 않아 조용히 도서관을 나왔다.한 나라의 미래는 아이들에게 달려있다. 한번가 보면 자꾸 가고 싶어지는 포항시립포은오천도서관이 지역사회에서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사회적, 정서적 발달과 지식적인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그 역할을 톡톡히 해주길 기대해 본다./박귀상 시민기자

2023-12-07

포항 청포도공원의 빈 의자

포항시 남구 청림동에는 이육사의 ‘청포도 문학공원’ 이 있다. 어느 날 그곳을 들렀더니 한 시민은 ‘청포도 문학공원이 빈 의자 같다’는 말을 했다.시설이라곤 동네 주민만을 위한 근린공원뿐인데 왜 문학공원 이름을 붙였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불만스런 표정이었다. 시민기자가 봐도 그랬다. 이 문학공원에는 일제에 맞서던 이육사 시인의 저항 정신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고, 운동기구와 쉼터가 간혹 오는 방문객을 맞이할 뿐이었다.이 문학공원은 이육사 시인을 기리기 위해 20여 년 전 지역의 뜻있는 문학인들과 포항시가 힘을 합쳐 조성했다.그러나 그동안 관리 부실 등으로 포항시민들도 이곳에 문학 공원이 있는 줄조차 잘 모르고 있다. 그곳에서 만난 시민도 문학을 하는 지인이 소개해서 와봤는데 실망 그 자체라고 투덜거렸다.이육사 시인은 일제강점기 민족의 독립을 위해 갖은 고초를 겪으며 17번이나 감옥을 드나들었던 독립운동가다. 그리고 유명한 ‘청포도’시를 썼고, 민족의 독립과 해방을 열망한 작품들 ‘광야’‘절정’‘꽃’등을 연작 발표했다. 그의 뜨거운 마음은 국민들 누구나 다 알고 있다.이육사는 일제의 탐욕과 폭압과 무질서를 온 몸과 마음으로 받아내다 지치고 피폐해진 육신을 추스르기 위해 일월지 언덕에 앉아 눈앞에 펼쳐지는 포도밭과 동해면 도구 바다의 부서지는 하얀 파도를 보며 ‘청포도’ 시를 썼을 터.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울분을 달래며 시상을 떠올린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그러나 이제는 이육사가 앉았던 의자도 그 언덕도 없다. 포도밭은 주택지로 변하였고 일월지 언덕은 군부대 안에 있어서 일반인 접근도 불가능하다.지금 우리나라는 한류라는 문화를 온 세계에서 꽃 피우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포항은 어떨까. 시민기자 느낌으로는 포항문학 문화를 위한 노력들은 소외 받고 있다고 본다. 이제부터라도 포항의 문학 문화정책이 달라졌으면 한다.청포도 문학공원에 이육사 시인이 앉았던 문학 향기 나는 의자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더 욕심낸다면 이육사 시인의 정신이 살아 있는 문학관이 위용을 갖추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수건을 마련해 두렴’ 시구처럼 지역의 문인들과 포항시가 힘을 합쳐 문학이 시민 속으로 스미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 본다.이곳은 호미곶 둘레길 1~4 코스 중 제1코스의 출발점이다.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둘레길을 찾는다.이육사 시인을 기리는 시그니처 하나쯤 있으면 문학공원이 더욱 빛을 발하지 않을까. 아무도 다녀가지 않은 빈 의자 같은 문학공원을 보면서 이육사 시인을 욕되게 하지는 않는지 고개가 숙여졌다.이육사 문학의 뜻을 기리고 이곳을 다녀가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주소를 올린다.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안로 5824번길 4이다./박효조 시민기자

2023-12-07

침산초등학교 아이돌은 나

이른 아침,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수업종소리보다 앞서 대구 침산초등학교를 깨운다. 매서운 추위도 아이들의 끼와 열정을 얼릴 수 없는 이곳은 침산초등학교 ‘아침을 이끄는 돌메 버스킹’ 현장이다. 사진지난 2022년 2월, 대구 침산초등학교는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뽐낼 수 있도록 실외학습공간인 ‘돌메체빛마루’를 완공하였다. 이후 2022학년도부터 ‘아침을 이끄는 돌메 버스킹(이하 아이돌 버스킹)’ 프로그램이 학생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참여를 원하는 학생은 개인 혹은 팀을 구성하여 직접 공연을 기획하고 음원, 악기, 악보 등을 준비하여 무대에서면 된다.공연 순서 추첨, 음원관리, 무대 준비 및 사회도 이 학교 학생회 임원들이 직접 맡아 추진한다.아이돌 버스킹은 1년에 총 14회의 행사를 1학기와 2학기로 나누어 진행한다. 2023학년도는 1학기 8회, 2학기 6회 진행하였고, 참여 팀은 70여 개로 총 150여 명의 인원이 참여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아이돌 버스킹이 이루어지는 현장에는 참여자뿐만 아니라 관람하는 학생과 학부모들도 앞자리를 차지하려 공연 시작 전부터 모이는 등 ‘인기짱’이다. 공연이 시작되면 한바탕 잔치가 벌어진다. 아이들은 자신이 아는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춤을 추기도하며 함께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침산초등학교는 아이돌 버스킹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계획하고 준비함으로써 자신의 장점을 살려 자기 계발을 도와주고자 이 행사를 기획했다고 한다. 자기 효능감을 증진시켜 긍정적 자아개념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올해는 지난 11월 17일 2023학년도의 마지막 아이돌 버스킹이 끝났다.아쉬운 마음보다 오는 2024학년도에는 더 새롭고 멋진 무대로 가득차길 희망한다. /김소라 시민기자

2023-12-07

겨울의 입구, 김장하는 날 풍경

지난 일요일 오전 10시. 삼형제가 모두 모였다. 올해도 최서방네 김장이 시작되었다. 결혼 이듬해부터 시작되어 8번째 김장이다. 시골집에 도착하자 시어머니가 미리 준비해두신 절임 배추들이 처마 아래 쌓여 남은 물기를 마저 빼고 있다. 올해는 몸에 좋은 배추라 하여 예년 구입하던 씨앗의 두 배를 주고 구입 했다며 서문을 여셨다. 뿌리 색의 차이를 들어 설명하시며 다시금 강조하셨다. 노란빛이 강하다 못해 붉어 보이는 게 달라 보이긴 했다. 다른 집들처럼 건강을 이유로 자식들이 김장을 말린 연유로 갈수록 배추 수가 줄어간다.결혼하던 해엔 예비 새 가족 분량을 포함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100포기의 김장을 했다고 했다. 그해 김장은 손위 두 형님께는 잊지 못할 기억이 되었다. 올해는 65포기. 처음 전해 들은 수량보다 다섯 포기가 늘었다. 배추 크기가 작아서라는 부연 설명이 붙었다. 작년까지 있는 힘껏 말리던 아들들은 이제 어머니가 원하시는 대로 두기로 했다. 어쩌면 그것이 도리어 어머니의 큰 낙을 앗아버리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다. 허리는 여전히 불편해 보이셨고 힘든 기색이셨으나 김장 내내 어머니의 얼굴은 밝으셨다. 자식들에게 먹일 요량으로 한해 내내 마음 졸여 키운 배추로 함께 모이는 시간이 좋으셨을 테다.시어머니의 텃밭은 그리 크지 않다. 어른의 큰 걸음으로 열 걸음 남짓 정도다. 하지만 수확량만큼은 어느 농부 못지않게 풍성하다. 크지 않은 그 밭 안에선 배추, 무, 파, 양파, 쑥갓, 고추, 들깨 등 어지간한 건 다 자라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품질과 맛이 좋다. 대농이 농작물에 기울이는 마음과 비교해 부족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해마다 최소한의 조건으로 최대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신다.어느 어르신께서 그러셨다고 했다. 자식들은 말리지만 자식들한테 도움을 받으면서 마땅히 줄게 없으니 농사라도 지어 나눠주고 싶다고. 내리사랑이 온몸에 박힌 부모의 마음으로 짐작해본다. 명절과 특별한 일 이외에 삼형제가 한 번에 모이는 일이 잦지는 않다 보니 김장이라는 행사는 식구들이 모일 좋은 핑계거리다.마당 가운데 판이 차려지고 앞치마와 고무장갑을 장착한 식구들이 빨간 고춧가루를 입혀나갔다. 새파란 바구니에 담겨있던 배추 한 더미가 작업대 위에 쌓였다. 올해는 텃밭 작물 중 갓이 늘어나 갓김치가 추가되었다. 저마다 취향대로 붉은 양념을 입혀나갔다. 배추 속을 가득 채우는 집, 없이 하는 집, 고춧가루를 적게 발라 희멀건 한 배추, 보기만 해도 매워 보일 정도로 붉은 배추. 저마다 제각각이다.10시 조금 넘어 시작된 김장은 1시 즈음 종료되었다. 그리고 세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각각 그간의 사정들이 흘러나왔다. 올해 입시를 치를 큰조카 이야기부터 그간 쌓아뒀던 남편들에 대한 가벼운 투정까지 이야기는 쉬지 않고 이어졌다.배추 무더기가 쌓이고 사라지기를 몇 차례 반복하자 마침내 김장이 끝났다. 보쌈 대신 중화요리가 배달되었다. 대체 가능한 부분들은 점점 간편해져 간다. 한두 해 전부터 달라진 문화다. 삼형제가 모이는 최서방네 김장의 유효기간은 어머니께서 농사를 짓는 동안엔 아마 계속 유효할 것이다. /박선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2-05

봄에는 노란 꽃 겨울엔 빨간 꽃을 즐기는 의성

의성군 사곡면 화전리로 꽃을 찾아 나섰다. 오전은 영하였고 낮 최고 기온이 영상 7도에 머무는 전형적인 12월 날씨에 꽃이라니 무슨 말인가 싶을 것이다. 하지만 동네로 들어서자 붉은 꽃을 영롱하게 가지에 달고 선 나무들이 줄지어 우리를 반겼다. 오후의 햇살을 조명처럼 받으니 더 빛났다. 오전 해가 뜰 무렵에 가면 더 눈부시다고 하니 이른 아침에 방문도 추천한다.화전리 1·2·3리 일대에 4킬로미터 넘게 산수유나무가 골고루 흩어져, 특히 화전2리(숲실)가 더 붉다. 숲실(禾谷)은 약 300년 전 최 씨와 조 씨가 정착해 사방이 산으로 쌓여 있고 다래 넝쿨로 덮여 있는 골짝을 개척하였다고 숲실이라 칭하였다고 한다. 또한, 화전 3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조선조 선조 13년(1580) 호조참의 노덕래가 이 마을에 정착했으며, 풍병에 효과가 있는 산수유나무가 많고, 산과 물이 좋아 계속 풍년이 든다하여 전풍(全豊)이라고 칭하였다 한다.생활이 어려웠던 시절 약재로 팔기 위해 산비탈에 드문드문 심어 놓았던 산수유가 마을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어 우리를 겨울에도 이곳으로 오게 한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배경이 된 곳이 이 동네이다. 주인공이 자전거를 타고 노란 산수유가 흐드러진 길을 달린다. 원경으로 보이는 산과 들이 모두 노란 물결인 골짜기가 지금은 알알이 붉은 열매로 변신하여 반짝인다.노란 산수유가 한창일 때는 이 골짜기기에 사람들로 붐볐다. 사람을 피해 사진 한 장 찍기가 힘들고 곳곳에 줄지어 서서 더 멋진 풍경을 담으려고 꽃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붉은 열매 밑에는 우리 일행뿐이다. 며칠 추위에 살얼음이 낀 계곡에 낮게 흐르는 물소리만 우리를 반겼다.동네가 산 깊은 곳에 자리잡아서 오후 3시인데도 햇살 그림자가 산을 기어오른다. 이마가 서늘해지는 겨울 기온이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의 추위다. 빨간 산수유 열매가 가득한 산책로를 따라 더 깊숙이 들어갔다.의성은 마늘 파종이 한창이다. 산수유 열매가 다 익어 냇물에 붉은 알을 떨구어도 밭에는 마늘을 심고 또 비닐을 덮어 은빛으로 반짝인다. 사곡면 화전리는 의성읍의 동남쪽에 자리한 골짜기 마을이다. 북서쪽에 오토산, 서남쪽에 금성산과 비봉산, 동북쪽에 늑두산이 솟아 앉은 전형적인 산골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긴 골에 화전2·3리가 숨은 형세다.산수유 열매는 신선이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옛날에 효심 깊은 소녀가 병든 아버지를 위해 기도하자 탄복한 신령님이 산수유 열매를 내려 주어 병을 낫게 했다고 전한다. 지금은 차와 술, 한약재로 쓴다. 씨앗에는 독성이 있어 과육만 쓴다. 요즘은 기계로 열매의 씨앗을 분리하지만, 옛날에는 사람의 이로 하나하나 씨를 꺼냈다. 그래서 산수유와 오래 동고동락한 어르신들의 치아는 다 닳아 있다. 또 붉은 열매가 떨어진 계곡에는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고 한다. 이 또한 씨앗의 독성 때문이라니 살살 언 얼음 밑에 송사리나 겨울잠 자는 개구리는 보지 못할 것 같다.꽃으로 눈과 마음이 배불렀다면 이제는 허기를 달랠 시간이다. 의성에는 붉은 게 또 하나 있으니 닭발이다. 의성 전통시장에서 50년 장사하신 분의 솜씨가 젊잖다. 차림표부터 시골 냄새 물씬 풍겨와 할머니 집에 온 기분이다. 주문하면 바로 숯불에 구워주는 닭발이라 더 특별한 맛이다. 비빔밥과 묵사발과 함께 후룩 마시면 속까지 붉어지는 하루 일 것이다.다만 아쉬운 점은 겨울에 산수유 마을을 찾는 이가 적어서인지, 주차장에 화장실이 잠겼다. 빨간 산수유 열매를 좀 더 알리려면 이런 소소한 부분부터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2-05

옛 풍경 고스란히… 안동댐 수몰 마을 기록한 권영목 작가

최근 안동시 와룡면 산야리에 안동댐 망향공원이 준공됐다. 1976년 안동댐 건설로 고향이 물에 잠긴 이들에게 고향을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이다. 이를 기념해 한국수자원공사 안동권지사가 주최한 권영목 작가 초대전 ‘안동 옛 모습 사진전’이 세계물포럼센터 기획전시실에서 열렸다.권영목 작가는 안동댐 본댐이 있는 엄달골(성곡동)이 고향으로, 안동댐 착공 당시 측량기사에게 사진 찍는 것을 배운 후 펜탁스 카메라를 들고 1972년부터 수몰을 앞둔 마을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1980년 한국수자원공사 안동권관리단에 입사해 2017년 조경과장으로 퇴직했다. 안동의 명소가 된 낙강물길공원(일명 비밀의 숲)도 그의 손을 통해 탄생한 공간이다.고향의 곳곳을 누비며 찍은 사진으로 총 47회의 사진전을 가졌으며 안동댐 수몰 마을 기록사진을 비롯한 방대한 양의 사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사진전을 위해 필름사진을 디지털 작업화 하였으며 1973년 전후 수몰 마을의 생생한 풍경을 담아낸 사진 25점을 선보였다.특히 지금은 사라진 임청각 앞 회화나무가 있는 안동댐 진입로 풍경, 안동댐 건설 초기의 모습을 담은 진모래 풍경, 물속에 잠긴 월곡면 도목동 전경, 부포리 계상고택의 옛 모습, 예안 영락정, 선성산과 예안장터 풍경까지 안동 현대사의 중요한 기록사진을 공개했다.아직 공개하지 않은 귀한 사진은 디지털 작업을 거친 후 향후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시점에 공개할 예정이다.드론 촬영이 가능한 요즘과 달리 동네 커다란 나무에 올라가 위험천만하게 찍었던 소중한 안동의 옛 모습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많은 이들에게 각인될 것이다. 이번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계속된다. /백소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2-05

생활밀착형 ‘여성 안심 귀갓길’ 조성,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여성을 상대로 한 흉악범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여성 안전 귀갓길이 문구만 내세우는게 아니라 어두운 골목길을 언제라도 안심하고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포항시민 이 모 씨(38·포항시 북구 장성동).각종 사고와 사건으로 안전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이다. 특히 대부분의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야간 보행에 있어 더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여성 안전 귀갓길이 조금 더 생활밀착형 ‘안심 귀갓길’ 조성에 지속적이고 적극적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이런 시민들의 안전 공간에 대한 요구를 수렴해 안전을 확보하고 시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 최근 포항시에서는 ‘시민 안전 안심 거리’를 조성해 지역 주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포항시 북구의 용흥동 쌍용아파트와 서산터널 사이의 지하도, 남구 연일읍 유강리 골목길이 그곳이다. 이중 서산터널은 학생들의 통학로와 주민들의 주 진·출입 도로로 활용되고 있지만 내부도색의 노후화로 주변이 삭막해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았던 곳이었다. 주민 친화형 캐릭터와 조도 개선, 도색, 포토존 설치로 누구나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안전 공간으로 만들었다.또 연말까지 천마산 둘레길, 효자교회 앞, 동빈 큰다리 등 4개소를 대상으로 시민안전 CCTV 6대를 설치할 계획이다.영주에서도 지난 10월 여성 아동 안심 귀갓길 조성 사업의 하나로 동양대학교 운낌봉사단과 영주경찰서 직원들이 가흥 서부초등학교 인근 옹벽에서 벽화 그리기 봉사활동을 펼쳤다. 벽화 그리기에 참여한 대학교 봉사단은 ‘주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동안 경로당, 골목길, 옹벽 등에서 벽화 그리기 봉사활동을 2018년부터 6년째 꾸준히 해오고 있다.경주에서는 노서동 여성안심귀갓길 조성에 동화 ‘토끼와 거북이’를 주제로 하여 공모전에서 당선된 편안토끼길, 안심거북길을 셉테드(CPTED·환경개선을 통한 범죄예방)로 설치하여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또 칠곡에서는 야간 귀가 시에 안심할 수 있도록 다세대, 원룸 단지 주변에 솔라지병을 설치했다.이처럼 경북에서 추진하고 있는 안심 귀갓길 조성 사업이 도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도민의 92.4%가 이 사업에 만족하고 있으며 시설물 만족도 93.5%, 불안감 해소 92.4%, 안전감 변화 91.8% 등의 만족감을 보였다.‘안심 귀갓길 조성 사업’은 경상북도, 경북도의회, 경북경찰청, 경북교육청이 2014년부터 업무체결 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도내 범죄 사고와 취약지역에 벽화거리를 조성하고 방범 CCTV·보안등·바닥등·비상벨 등을 설치하고 있다.특히 이 사업에서 도민들은 여성과 아동 안전에 큰 효과를 느끼고 있다.저녁을 먹고 근처의 철길 숲을 자주 이용한다는 정 모 (51·포항시 북구 양학동)씨는 “철길 숲을 내 집 앞이라 생각하며 자주 산책길에 나선다. 하지만 저녁이면 어둠 때문에 불안한 마음도 든다. 위급한 상황이면 당황하기 마련인데 비상벨이 음성 인식이 되거나 손에 닿을 수 있는 위치에서 평소에도 잘 눈에 띄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또 포항시민 김 모(45·포항시 북구 용흥동) 씨는 “얼마 전 서산터널 안이 밝게 바뀌어서 여성들이 다니기가 훨씬 안전해졌다. 하지만 쌍용사거리 같은 곳은 밤길이 무서운데 더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곳이 많았으면 좋겠다. 여성 1인 가구도 점점 늘어나는데 공포의 귀갓길이 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2-05

눈물 글썽이며 뮤지컬 ‘알사탕’을 보다

지난 18일, 울진군 후포면에 위치한 울진문화예술회관에 뮤지컬 ‘알사탕’ 공연이 있었다. 14일부터 네이버에서 예매가 시작되었는데,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얼마 후 바로 매진이 되었다. 뮤지컬 ‘알사탕’은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인 ‘알사탕’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것이다.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릴 만큼 유명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시민기자는 이 공연을 보기 전까지 그 내용을 잘 알지 못했다. 당일 예술회관을 방문했을 때, 12개월 이상의 어린 아이들뿐만 아니라,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한 가족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울진은 지역적 특성상 공연을 보기 위해 도시까지 나가기 힘든 편이어서 이런 기회를 그냥 놓칠 수는 없었다.주인공 동동이는 혼자서 구슬치기 놀이를 즐긴다. 새 구슬을 사기 위해 들른 문방구의 주인은 연기가 일품이다. 재치 있는 말솜씨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관객들은 배우의 연기에 동화되어 함께 뮤지컬을 즐기고 있었다. 동동이가 문방구에서 구입하게 된 구슬처럼 생긴 알사탕 한 봉지. 사탕을 먹으면 원래 들을 수 없었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집에 있는 소파의 목소리, 동동이가 키우고 있는 늙은 개 구슬이, 아빠의 속마음, 동동이가 그리워하는 할머니의 목소리, 친구에게 내미는 동동이의 목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특히 아빠가 동동이에게 하는 잔소리는 랩처럼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이 장면에서 ‘아이에 대한 나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다. ‘ㅅㄹㅅㄹㅅㄹㅎ’라는 아빠의 마음이 자막으로 무대에 퍼져나간다. 동동이가 아빠 뒤에서 껴안아 주는 장면에서는 뭉클한 마음에 눈물이 맺히기도 하였다.아이를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은 비슷한 터이다. 할머니의 목소리 부분에서는 유년 시절을 함께했던 외할머니가 생각나기도 했다. 주인공들의 디테일한 연기력에 1시간의 러닝타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다.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특별한 감동을 주는 뮤지컬로 유명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 공연을 볼 수 있어서 더 특별한 하루였다. 다음에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획공연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사공은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1-28

수려한 자연 환경 속 봉화에서 제2의 인생을!

지방시대를 열어가는 봉화군이 살고 싶은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소중히 지켜온 봉화는 청량산, 백두대간 수목원, 산타 마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정자의 고장으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며 조선시대부터 휴양과 풍류, 학문의 고장이었다.봉화로 귀농·귀촌해 제2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모임인 봉화군 귀농·귀촌 연합회는 이웃과 함께 따뜻한 정을 나누는 행복한 바자회를 최근 열었다. 멋진 인생, 활기찬 마을공동체를 주제로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판매하고, 다양한 먹을거리를 준비해 지역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교류의 장을 만든 것이다.따뜻한 서로의 이웃이 되어 전원생활을 하고 있는 봉화의 귀농·귀촌인들이 앞장서 지역민들과 소통하고 봉화군민으로서 나눔과 봉사, 만남의 시간을 실천했다. 또한, 봉화군도 ‘2023년 전원 생활포럼’을 개최해 귀농·귀촌 실태와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보다 행복한 전원생활이 되도록 힘쓰고 있다.봉화군으로 귀농·귀촌한 인구는 1만여 명에 이르고 이들에게 귀농·귀촌의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전원생활과 자연환경이 좋아서”가 가장 많은 대답으로 돌아온다. 도시생활에 회의를 느껴서, 가족·친지의 고향을 찾아서, 본인이나 가족의 건강 때문이라고 응답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귀농자의 경우 봉화에서 농업의 비전을 갖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 은퇴한 후 수려한 자연환경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제2의 인생을 보내려는 사람들이 봉화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봉화군은 문화와 레저 환경 조성, 교육 추진체계를 점검하고 데이터베이스 구축해 맞춤형 지원과 체계적인 사후 관리에 힘쓰고 있기도 하다. 또 봉화군은 귀농과 귀촌에 관심이 있는 도시민들에게 선도 농가 방문, 농가 일자리 체험, 영농 체험, 지역탐방 등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월 30만원 연수비를 지원함으로써 3개월간 봉화에 머무르며 귀농·귀촌을 돕고 있다.봉화군은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을 위한 정돈된 전원주택단지도 조성해 기본 생활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도 하다. 봉화군 물야면 북지리에 이어 춘양면 소로리 전원주택단지를 분양했고, 백두대간수목원 인근 도심지구, 봉화읍 삼계지구도 이어 분양할 예정이다.봉화군은 전입지원금, 이사 비용 및 정착장려금 등의 지원과 귀농인 정착지원사업을 시행해 농기계 구매, 하우스 설치 등 영농기반 확충자금도 지원한다. 이는 도시민들의 빠른 정착과 행복한 전원생활을 돕고 있다는 평가다.쾌적한 농촌에서 여유 있는 삶을 추구할 수 있는 봉화로의 귀농·귀촌이 주목받고 있다. 봉화군 농촌활력과, 인구정책과, 봉화를 찾는 사람들(다음 카페), 봉화군 귀농·귀촌 연합회 등이 귀농·귀촌인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류중천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1-28

햇살 좋은 곳에서 맨발 걷기

겨울의 문턱에서 맨발 걷기 100일을 완성했다. 여름에 시작한 걸음이었다. 지인이 맨발 걷기를 1년간 빠짐없이 걸었더니 당뇨와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며 자신의 경험을 나눠주었다. 그렇잖아도 신체검사에서 당뇨 전 단계라는 진단을 받고 어디서부터 무얼 바꿔야 하나 고민하던 참이다.포항에는 맨발 걷기 할 수 있는 곳이 다양하다. 송도 소나무 숲은 벗은 신발을 보관하는 신발장과 바로 옆에 발을 씻을 수 있는 시설까지 곳곳에 만들어 놔서 가장 편리한 숲이다. 그래서 늘 걷는 사람으로 붐빈다. 영일대 모래밭은 낮에는 땡볕이라 밤에 주로 많이들 걷는다. 그중 한여름에 걷기 좋은 장소는 집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흥해 북송리 북천수이다.매일 열대야인 날이 이어지던 중에도 거의 매일 걷기가 가능했던 이유는 북천수 덕분이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빽빽한 숲에 들어가면 체감 온도가 5도나 내려간다. 가끔 산들바람이 땀을 식혀주고 여름 철새 후투티가 발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리로 땅속에 먹이를 파먹는다. 매미가 매일 다른 노래로 주위를 따라다녔다. 산책로는 모두 흙길이라 맨발로 걷기에 딱이다. 발이 아프면 통나무를 반으로 잘라 만든 벤치에 앉아 쉬었다 걸을 수 있다.이제 겨울이 찾아오니 그늘에서 걷기가 힘들다. 차가운 날씨에 맨발로 걸으니 냉기가 올라와 으스스하다. 그래서 햇살이 바닥을 데워놓은 흙길로 골라 걸었다. 하루 종일 그늘이 드리우지 않는 공원도 여러 곳이다. 법원 옆 나무은행은 키가 큰 나무가 없어서 겨울에 걷기 맞춤맞다. 대신에 쌀쌀한 바람에도 장미가 피었고, 어린 모과나무인데도 노랗게 익은 열매를 여럿 달았다. 쨍쨍한 햇살 때문에 여름에는 한산하던 곳이 추워지니 걷는 사람이 많다. 집 가까운 곳에 또 하나의 공원이 두호동산이다.두호동산은 새마을공동체공원이라고도 부르는데 여러 기관 이름이 붙은 꽃밭이 있다. 겨울이라 꽃은 모두 누런 빛깔로 변했지만, 다음 봄이 되면 다시 색색깔로 피어날 것이다. 곳곳에 쉼터와 앉아 쉴 자리가 있어 나이 드신 분들이 두런두런 운동하다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둘레길을 걷다 보니 운동기구가 산밑에 있어서 근육 운동하기에 좋았고 산으로 난 길로 오르면 근처 산으로 이어져 더 긴 산책로가 완성된다.포토존도 여럿이다. 하트모양, 뽀로로, 토끼가 절구질하는 동상이 꽃밭 사이사이 심심찮게 놓였다. 아이들과 함께 와도 좋은 곳이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들도 보인다. 테마정원 그사이의 흙길이 따뜻한 햇살이 비춰 온종일 따끈하다. 그래서인지 옷을 두툼하게 입은 동네 주민 여럿이 여전히 맨발 걷기에 열심이다.100일 걷기 후 병원에 가서 검사를 다시 받았다. 당뇨 수치가 경계선 아래로 내려왔다. 혈압은 더 올라가지 않아 그것만으로도 기뻤다. 사실 맨발 걷기 시작하고 한 달쯤, 무심코 손가락의 마디가 욱신거렸던 것이 아프지 않다는 걸 알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스멀스멀 나아지고 있었다. 20대처럼 완전하게 통증이 없는 건 아니지만 가만히 있어도 아프던 손가락이 맞나 싶어 웃음이 절로 났다.매일 걸음 수를 측정해 일기를 썼다. 5000보 이상 걸으려고 애쓰며 조금씩 그 걸음 수를 더해가는 중이다. 백 일 챌린지가 끝났지만, 겨울에도 꾸준히 걸을 것이다. 다만 온도가 내려간 만큼 햇살 가득한 곳을 찾아다니며 걸을 작정이다. 형산강변, 철길숲 중에 효자교회에서 유강 가는 길, 양학 체육 운동장, 동네마다 사람들 가까이에 흙길을 골라 자신에게 맞는 걷기를 하면 좋겠다. /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1-28

고금리에 인기 있는 생활 속 재테크 방법

최근 고금리 장기화가 이어지면서 금융소비자들은 인기 있고 안전한 투자처를 찾으려 바쁜 걸음을 하고 있다.이에 은행의 예·적금 비중의 증가는 물론이고 보험사들의 고금리 저축성보험 상품이 출시되고 있어 더 높은 금리를 찾아 떠나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먼저 은행은 자본금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은행 이자가 물가상승률보다 낮지만 불안한 경제 상황 속에서 리스크를 가지는 것보다 종잣돈을 유지한다는 개념으로 높은 이율의 예금으로 넣어두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 된다. 하지만 확실하게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보는 것도 필요하며 시장경제가 활성화될 때를 기다려 신중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다음은 최근 소비자들이 많이 갈아타기를 하는 ‘고금리 저축성 보험’이다. 연초 금리 인하를 기대했지만 고금리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는 저축성 보험으로 옮기고 있다. 이는 새로 출시하는 저축성 보험 대부분이 완판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저축성 보험은 은행의 예·적금과 비슷하지만 질병과 상해 등의 보험기능을 가지고 있고 만기 전에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납부한 적립금에 추가 보상까지 가능하다. 5년 이상 납입하고 10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생명보험회사들의 출시 상품들을 보면, 대부분 이자율은 5%대가 넘고 있다. 소비자들이 이렇게 저축성 보험으로 많이 몰리는 이유는 보험사들의 자금유동성 확보를 위해 저축보험 판매로 나섰기 때문이다.또 종신보험도 살펴볼 수 있다. 종신보험은 맞벌이 가정의 보편화와 비출산, 비혼 가정이 늘면서 종신보험의 인기가 예전 같지는 않다. 하지만 상속세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종신보험의 수요는 여전하다고 본다. 근래에는 집값이 폭등하면서 중산층도 상속세에 대한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그 대상도 증가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고액의 보험료 부담을 이유로 꺼리던 종신보험이 피보험자가 언제 사망하든지 관계없이 사전에 약속된 보험금을 미리 지급받을 수 있어 상속세 납부에 유리하게 된 것이다. 젊을수록 보험료가 저렴해 일찍 가입할수록 좋다.마지막으로 연금보험을 들 수 있다. 연금은 개인연금, 퇴직연금, 국민연금이 있는데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위해 공적연금을 보완할 수 있는 ‘사적 연금’에도 관심이 높은 편이다.연금은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만 연금 수령시 세금을 내는 세제적격 상품(연금저축, 개인형 퇴직연금)과 세액공제 혜택은 없지만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비과세 혜택을 누리는 세제비적격 상품(연금보험)이 있다. 연금저축은 올해부터 납입액 600만원, 개인형 퇴직금 포함 시에는 900만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연금 수령 시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연금보험을 이용하는 게 좋다. 5, 10년 이상 납부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이자소득이 비과세이다. 은퇴 후 건강보험료의 부담을 줄이고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고 싶다면 세제비적격 상품에 미리 가입하는 것도 좋다. 소득이 높지 않은 청년이라면 세제적격 상품에 가입해 소액이라도 적립하는 것을 추천하며 소득이 높은 중장년층이라면 세제비적격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높은 소득세율을 적용받는 경우 납입 시 세액공제 효과와 연금 수령 시 과세를 고려했을 때 비과세 상품에 가입하는 게 은퇴 후 노후 자산 형성 및 절세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1-28

안동 골목길의 정겨운 월동 준비

입동이 지났다. 찬바람이 불고 겨울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올해엔 무값이 하락해 밭에는 뽑다만 무가 즐비하다. 인건비도 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입동 무렵에는 배추와 무를 뽑아 김장을 하기 시작한다. 채소가 어는 본격적인 겨울이 오기 전에 겨우내 저장할 김장을 준비하는 것이다. 겨울이 가까이 왔다는 걸 알 수 있는 풍경 몇 가지가 있다. 이제는 잊혀져 가는 풍경이지만 주택가 골목 담벼락, 대문 사이로 보이는 시래기가 달린 풍경이다. 시퍼런 무청과 배춧잎을 새끼줄이나 노끈으로 엮어 볕 좋은 곳에 바짝 말린 시래기는 삶은 후 볶아 먹거나 된장국에 넣어 먹기도 한다.시래기와 함께 납작하게 썰린 무도 실에 꿰어 빨랫줄이나 처마 밑, 옥상이나 된장독 위에 한자리를 차지하곤 했다. 그러고 보면 배추와 무는 배추김치, 총각김치, 깍두기, 섞박지 혹은 무말랭이로 쓰이고 마지막 남는 부분까지도 시래기로 변신해 밥상 위에 올라 알뜰히 쓰임을 다하는 채소다.안동시 목성동 주택가 골목길을 거닐다 열린 대문 사이로 보이는 겨울 초입의 풍경에 발걸음을 멈춘다. 무청을 엮어 만든 시래기와 양파망에 넣어져 대롱대롱 매달려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메주가 정겹게만 보인다. 김장 김치와 말린 시래기로 긴 겨울 부식거리 걱정을 덜었던 노부부는 지금도 여전히 직접 담근 김치와 된장으로 타지 생활하는 자식들의 밥상을 든든하게 책임지고 있다.아파트와 달리 주택가의 월동 준비는 더욱 분주하다. 수도 계량기 동파 방지를 위해 커버를 씌우거나 모포로 감싸고 외풍 차단을 위해 문풍지를 바르고 유리창엔 단열 뽁뽁이를 부착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어떤 월동 준비보다도, 무청이 있어도 말릴 곳이 마땅히 없는 아파트와 달리 이웃집 담벼락 혹은 이웃집 옥상 빨랫줄에 걸리기 시작하는 시래기를 볼 때면 골목길의 월동 준비가 시작됐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백소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1-21

가을 단풍 대표 은행나무

올 단풍은 많이 아쉽다. 산이 붉어지는 때 핑계 삼아 어른들도 아이처럼 소풍을 가는데 초록이 지치기도 전에 후루룩 잎을 떨군 가로수와 누렇게 말라버린 참나무로 인해 산의 빛깔도 가을을 건너 바로 겨울로 향했다. 그나마 노란 은행잎에 기대를 걸고 경주 천북의 운곡서원으로 향했다. 서늘한 기운이 가득한 계곡에 자리한 은행나무라 11월 중순이 지나야 노란빛으로 물드는데 계단을 올라가 본 결과는 아직 물들지 못한 푸른 잎이 반이었다. 경북에는 오래된 은행나무가 많다. 칠곡군 기산면 각산리 417번지에도 커다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산다. 1018년에 심은 것으로 1993년에 보호수로 지정됐고, 수령이 950년이라니, 보호수 지정년도에서 30년이 지나서 ‘1000년 은행나무’라고 부른다. 이 은행나무가 있는 곳은 옛 대흥사 터이다. 대흥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됐다고 알려졌고 지금도 옛 절터에 주춧돌과 부도가 남아있다. 아랫마을의 옛 이름이 퉁지미 마을이다. 대흥사가 번창할 때 절에서 사용하는 놋그릇을 만들던 마을이었다고 한다. 이 나무는 농사가 천하의 근본이었던 시절에 한 해 농사의 풍흉을 점쳤던 나무이기도 하다. 옛사람들이 어떤 방법으로 농사의 풍흉을 점쳤는지는 전해지지 않지만, 무엇에라도 기대어 풍년을 기원했던 사람들의 간절함이 느껴진다.1000년 은행나무 앞에 ‘말하는 은행나무’라는 안내판이 붙었다. 퉁지미 마을로 시집온 새색시가 몇 년이 지나도 아기가 생기지 않아 대흥사 절터의 은행나무를 찾아가 기도했다. 어느 날 밤 은행나무가 친정어머니로 변해 “보름달이 뜨는 날 은행나무에 가서 떨어지는 은행잎을 잡아라.”라는 말을 남기고 다시 은행나무로 변했다. 새색시는 꿈에 나타난 친정어머니 말대로 했고, 아이를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그 후 많은 사람이 나무 아래에 와서 소원을 말하면 가족의 모습으로 변해 기도를 들어주어서 말하는 은행나무라고 불린다.은행나무는 지구에서 1억5천만 년 전에 터 잡은 식물로 수종이나 형태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45억 년 전에 지구가 생성되었고 다시 10억 년 전에 생명체가 살 수 있었다고 하며 인류가 살기 시작한 것이 불과 수천만 년 전이라고 할 때 은행나무는 인류에 비해 대단히 고참인 셈이다. 찰스 다윈은 은행나무를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렀다는 이유도 알 것 같다.은행나무는 중국의 성인 공자(BC 551-479)를 연상케 한다. 공자가 고향에서 은행나무 아래 그늘에서 단(壇)을 만들어 놓고 제자들을 가르쳤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공자의 말씀을 가르치는 곳을 행단(杏壇)이라고 부른다. 공자와 관련되는 교육기관에는 모두 은행나무를 심는 것도 행단과 관련된다. 공손수(公孫樹)·행자목(杏子木)이라 하며 잎의 모양이 오리발을 닮았다 하여 압각수(鴨脚樹)라고도 한다. 은행나무는 암수의 구분이 있다. 암나무는 수나무에서 날아온 꽃가루가 있어야만 열매를 맺는다.열매가 살구 비슷하게 생겼다 하여 살구 행(杏)자와 중과피가 하얘 은빛의 은(銀)자를 더하여 은행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은행나무는 전통적으로 나무에 열매가 열리는 지로 암수를 감별해 왔는데, 은행나무는 30년 이상 일정 기간 이상 자라야 열매를 맺을 수 있어 어린 묘목의 암수 감별이 어려웠다. 그러나 2011년 6월 산림과학원이 수나무에만 있는 유전자인 SCAR-GBM을 발견했고, 1년 이하의 묘목의 암수 구별한다.은행잎은 바닥에 떨어져도 아름답다. 반은 나무에 반은 바닥에 뒹굴 때가 가장 아름답기에 아직은 찾는 이의 발길을 이끌만하다. 남은 은행잎이 마저 노래지길 말하는 은행나무에게 빌어본다. /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1-21

경북창작미술협회의 40년세월을 돌아보다

올해 40주년을 맞이하는 경북창작미술협회는 1983년 경주에 기반을 두고 영천, 포항, 영덕 등 당시 경북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로 조직되어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지역의 대표적 비영리 미술 단체다. 창작활동을 통해 미술문화 발전을 도모하고 미술가로서의 자기 성장과 권익을 위해 노력하고 지역민들의 문화예술 향유와 의식을 고취하는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매년 2차례 전시를 진행한다.현재도 다양한 장르의 작가 38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매년 진행하는 정기전과 테마전을 통해 작가들에게는 새로운 작품의 전시 기회를 제공하고, 경주 시민들과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미술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왔다.지난 11월 7일부터 19일까지 경주예술의 전당 3층 갤러리 스페이스2에서 40돌을 축하하는 특별기획전시가 열렸다.특별기획전 ‘불혹(不惑)-예술가로 산다는 것’이란 주제로 40주년을 맞이하는 협회를 기념하고, ‘불혹(不惑)-미혹되지 않는다’를 통해 ‘예술가로 산다는 것’에 대한 작가 스스로의 물음을 던지며 예술의 의미를 다시금 성찰해볼 수 있는 전시다. 이주희 회장은 “관람자들은 작가들에게 삶의 이유가 되어준 ‘작품’과 ‘사유’를 들여다보며 자신들 삶의 원동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40년을 지나오는 동안 많은 작가들이 흔적을 남겼다. 새로운 싹이 트면 지는 꽃도 있는 법이다. 해마다 신입회원들이 들어오지만 초창기 멤버들 중엔 작고한 작가들도 있다. 이번 전시에는 2대째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이소명 작가와 그의 부모인 고 이재건, 조성희 부부 작가의 작품도 함께 전시됐다. 2대가 하나의 단체에 함께 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오랜만의 친정나들이가 반갑다. 그외에도 역대 회장단 작품들도 함께해 37점의 작품이 시민들을 맞이했다.이번 전시엔 특별히 작가들이 작품과 함께 예술가로 산다는 것에 대해 글을 남겼는데 문구들이 인상적이다, 김정자 회원은 ‘자연의 아름다움, 세상의 아름다운 빛과 색상으로 맘껏 사색하고 즐기고 표현함으로 행복, 사랑, 생동감을 느끼고 살지만 고독과 고통을 동반한 끝없는 항해를 하는 것이다’라고 남겼다.회원들은 경북창작미술협회의 장점 중 편안함과 따뜻함을 꼽았다. 언제나 돌아갈 수 있는 고향처럼 푸근한 곳. 그것이 40년의 긴 시간을 지탱해온 힘이 아닐까 한다. 젊은 시절을 함께 공유하고 중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작가들. 그들이 함께 만들어낸 불혹의 시간. 10년 뒤 보여줄 지천명의 시간을 앞서 기대해 본다. /박선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1-21

늘어나는 생계형 범죄, 취약계층 맞춤형 지원 절실

어느덧 겨울이 찾아왔다. 올해는 평년보다 일찍 찾아온 겨울에 취약계층의 겨우살이가 한층 더 어려워지고 있다. 고물가와 불경기가 겹치면서 생계형 범죄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힘든 겨울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이들을 위한 좀 더 세심한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대구· 경북에서도 생계형 범죄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5월 포항에서는 심야 시간대의 오락실과 빨래방 등 무인으로 운영되는 점포만을 골라 현금을 훔친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또 30대 남성은 8차례나 상가나 주택에 침입해 1천 원이 넘는 금품을 훔쳤는데 조사 결과 모두 생활비 마련이 이유였다. 지난해에는 정박 중이던 어선에서 보관하고 있던 식료품도 훔쳐 달아난 절도범이 붙잡히기도 했다.생계유지에 막막함을 느껴 저지르는 ‘생계형 범죄’는 대부분이 소액으로 나타났다. 지난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10만원 이하 소액 절도 사건 건수는 2018년 5만9천402건 수준에서 지난해는 8만건을 훌쩍 넘겼다. 특히 1만원 이하 절도 사건은 2018년 1만3천341건에서 지난해 2만3천788건으로 약 75%(1만447건) 늘었다.고령화 시대에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노인 생계형 범죄도 늘고 있다. 대구·경북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데 최근 5년(2018~2022년)간 절도는 특히 더 증가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 기간 대구에서는 노인 절도 피의자가 2018년 643명에서 지난해(2022년)는 1천4명으로 56%로 늘었으며 경북은 483명에서 920명으로 2배(90.5% 증가)로 높게 나타났다. 사건들을 보면 편의점에서 라면 한 봉지, 빵 몇 개에서부터 몇 해 전 포항에서는 A(당시 77세)씨가 주차금지용 쇠파이프, 고철, 기계 등을 훔치는 일도 발생했다. 이처럼 부양받지 못하는 노인들까지 생계형 범죄로 내몰리고 있다.포항시에서는 취약계층의 생활비 부담 완화와 지역공동체 기능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푸드 사업이다. 2003년부터 사업이 시작되었는데 시에서는 현재 4개소(오천읍, 중앙동, 장성동, 흥해읍)의 푸드 뱅크와 1개소(장성동)의 푸드 마켓이 취약계층의 안전망 역할을 하며 운영되고 있다. 푸드 뱅크는 기부받은 식품과 생활용품을 취약계층에게 직접 전달하는 사업이며, 푸드 마켓은 사업장에 기부받은 물품을 진열하면 취약계층이 방문해 직접 필요한 물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으로 이용자의 만족을 높이고 있다. 포항시에서 운영하는 푸드 사업은 지난해 기업과 개인에게서 약 11억원 상당의 물품을 기부받아 이용 대상자인 7천253명에게 전달되었다.포항시 복지 정책 관계자는 “이용자들에게 쌀, 라면, 즉석식품, 건강기능 식품, 화장품 등은 인기가 많다.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해지도록 시민들도 꾸준한 기부로 나눔에 관심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전했다.에너지 바우처도 동절기 뿐만 아니라 하절기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동절기 바우처는 10월 11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신청 기간은 다음달 12월 29일까지이다.포항 남구에 거주하는 시민 B(58)씨는 “날씨가 추워지니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더 표가 난다, 안 오르는 물가는 없는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고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1-21

“시민과 함께 지역 현안 발굴하고 해결해 가는 역할 수행”

경북매일신문 스마트시민기자단 감마팀은 15일 경북매일신문사 대강당에서 정기회의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최윤채 경북매일신문 대표이사는 스마트시민기자단 발족 배경과 활동사항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시민기자단 감마팀의 운영 계획과 향후 역할 등을 설명했다. 최윤채 대표이사는 인사말에서 “경북매일신문은 그동안 공공의 삶이 향상되도록 노력하는데 의의를 두고 대구경북 지역의 공동체가 안고 있는 당면한 문제를 시민과 함께 발굴해 내고 시민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자 스마트시민기자단을 발족했다”면서 “오늘 이렇게 함께 해준 감마팀 시민기자 여러분들에게 감사하고 스마트시민기자단의 활동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최 대표이사는 “시민기자들은 직업 기자들과 다른 관점으로 사안에 접근해 새로운 뉴스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고 각자의 전문직종에서 얻은 가치판단이나 건전한 상식, 전문지식 등 다양한 삶의 경륜이 녹아있는 뉴스를 생산할 수 있다”며 “신문사의 특별한 규제나 조정 없이 시민기자들이 마음껏 자신의 견해를 표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감마팀 시민기자들은 “지역의 다양한 이슈를 밀착 취재해 기사를 통해 지역공동체 구성원이 지역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 노력하겠다”며 “우리 이웃의 휴먼스토리와 어려운 사정을 시민들에게 잘 전달하는, 시민기자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해 경북매일의 주민 속으로 따뜻하게 스며드는 일에 힘을 보탤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정기회의에서 최윤채 대표이사는 박효조, 서영희, 김현숙, 박귀상, 김영주, 엄다경, 정근식, 김상영, 이동주, 손정희, 김소라, 최유정 등 12명의 스마트시민기자를 위촉했으며, 이들과 함께 시민기자단 운영규칙 등에 대해 토의했다.경북매일신문 시민기자단 감마팀 12人 포부 /강준혁기자 kang87@kbmaeil.com

2023-11-15

가을이 가득 찬 만추의 용계정 눈 가는 곳 마다 절경에 탄성이…

가을이 온 세상에 가득 찬다는 만추이다. 포항시 기계면에서 기북면으로 차가 들어서자 너른 들판과 그 배경인 파란 하늘이 더 넓게 펼쳐졌다. 함께 간 일행이 화면에 보호필름을 벗겨낸 듯 환해졌다며 눈이 시원하다고 했다. 노란빛은 더 샛노랗게 하늘은 더 맑게 보였다. 덕동마을까지 가는 길은 사과 따는 향기와 들깨 떠는 냄새로 가슴 속까지 풍성해졌다. 다리를 건너 마을로 들어가니 당도했음을 알리는 도하송(到下松)이 반긴다.솔숲과 활엽수가 가득한 마을 입구의 청소년수련관은 폐교(덕동초교)를 활용한 공간이다. 교적비에 1961년 개교 후 1천394명의 졸업생을 내고 1992년에 폐교되었다고 씌어 있다. 30년 동안 마을 어린이들을 키워 번듯한 어른으로 사회에 내보냈을 것이다. 그러다 아이들이 줄자 타 지역 아이들까지 받아들이는 수련관으로 변했다.덕동민속전시관 앞에 차를 세웠다. 곧바로 덕동마을의 상징인 용계정(龍溪亭)으로 내려가니 정자방에서 마을 어른들이 둘러앉았다. 가끔 용계정으로 나들이를 오면 잠겨서 마루에 오르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오늘은 열려있어서 댓돌 아래 어르신들 신발 옆에 구두를 벗고 정자에 올랐다. 댓돌이 사람들의 온기 때문인지 반들반들하다. 쌀쌀한 날씨에도 방안에서 두런두런 따뜻한 소리가 흘러나왔다.정자 마루 기둥에서 내다보자 계곡 건너편 암반에 연어대(鳶漁臺)란 글씨가 선명하다. 골짜기를 따라 냇물이 흐르는 소리가 참 듣기 좋아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눈 돌릴 때마다 보이는 풍경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 소리에 방문이 열리며 어르신 한 분이 구경하러 왔냐고 물으셨다. 늘 닫혀있어 섭섭했는데 오늘은 문이 열려있어서 반가운 마음이라고 하자 잘 보고 가라며 방문을 닫으셨다.이 건물은 조선 명종 원년(1546)에 건립하였고 숙종 12년(1686)에 증축하였다. 정조 이후에는 세덕사(世德祠)의 부속건물인 강당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는데, 고종 5년(1868) 서원 철폐 때에 용계정을 세덕사지와 분리하기 위해 밤새도록 담을 쌓아 세덕사만 철폐되고 용계정은 화를 면하였다고 한다. 건물 규모는 정면 5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을 한 목조기와집이다. 부연의 처리와 난간 천장마루의 기법이 훌륭하다. 건물 뒤편은 후원으로 연결되는데 수백 년 전에 심었다는 은행나무가 우뚝 섰다. 갈바람에 떨어진 노란 잎이 동네를 모두 노랗게 물들이려고 작정한 모양이다. 향나무, 백일홍 등이 용계정을 둘러싸고 계절마다 붉게 푸르게 빛난다. 1989년 5월 29일 경상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용계천이 흐르는 정자 주변은 푸른 이끼와 석벽이 병풍 같고, 솔숲이 수려하다. 소나무에 이름표가 희미하다. 이곳의 솔숲은 2003년 마을 숲 복원 대상지였으며, 마을 숲은 입구의 송계숲, 용계정 위쪽의 섬솔(도송)밭과 용계천 석벽 너머의 정계숲을 포함한다. 연못은 마을에서 나온 물을 정화해서 내보낸다. 학교의 운동장으로도 20년간 사용되다 다시 연못의 역할을 하는 중이다.마을은 여강이씨 집성촌인데, 사의당(四宜堂) 이강 선생이 안강의 양동마을에서 거처를 옮겨 왔다. 입향조 사의당의 호가 용계정 전에 씌었음을 알 수 있다. 민속전시관에 130년간 보관되었다는 마을 방명록인 첨배록(瞻拜錄)과 함께 나온 옥수숫대로 만든 효자손은 옛사람의 체취로 뭉클하다. 내용인즉 ‘아침에 다녀간다. 말 한 필과 노비 몇몇이 함께 다녀 간다’ 등 단순하지만 일상의 삶을 소홀히 여기지 않는 기록이다. 나무로 만든 커다란 항아리 채독도 특이한 물건이다. 그 외에도 마을의 이야기가 담긴 물건이 가득하니 마을의 고택과 함께 찬찬히 둘러봐도 좋다. /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1-14

한울에너지팜에서 ‘타임머신 미션투어’ 해볼까요?

지난 주말 울진 바지게시장에서는 ‘제2회 울진바지게 포GO 페스티벌’이 열렸다. 포GO는 지르GO, 먹GO, 즐기GO, 담GO를 의미한다. 전날 많은 비로 참가하는 사람들의 수는 적었지만, 상인들의 분주함으로 많은 준비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 쪽에선 흥겨운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지고, 한쪽에서는 페이스페인팅과 캘리그라피 등 체험을 할 수 있는 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아이와 함께 나온 가족들은 이른 점심을 위해 먹을 음식을 고르고 있었다.아이를 위한 소떡소떡, 튀김, 김밥, 어른들을 위한 족발, 해물전, 순대 등을 사서 북면에 있는 한울에너지팜을 찾았다.한울본부 홍보관인 한울에너지팜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타임머신 미션투어’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윷놀이, 활쏘기, 제기차기, 딱지치기, 투호 5가지 전통놀이의 개별 미션을 수행하면 엽전을 받을 수 있다. 이 엽전으로 번호 뽑기 게임에 참가하면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4개의 윷은 아이들이 몸이 다 가려질 정도로 커서 두 개씩 따로 던졌다. 3번 던져서 윷이나 모가 나와야 하는데 어렵기만 하다.초등학생들은 제기 차기가 가능했지만, 7세 미만 아이들은 난생 처음 보는 제기에 신기해했다. 한 아이의 엄마는 아이가 안쓰러웠던지 한 번에 한 개씩, 세 번이라고 우겨본다. 옆에 아이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낀 스태프도 웃으며 흔쾌히 응한다.한참을 기다려 체험한 활쏘기는 보는 것과 달리 활이 잘 날아가지 않았다. 5개의 스티커를 모두 얻은 아이들은 운영본부에서 천에 색칠을 할 수 있는 연, 지비츠, 배지 중에 원하는 상품을 고를 수 있었다. 운영본부 옆에서는 바람개비를 만들 수 있도록 사인펜과 색연필도 준비돼 있었다. 같은 시각 외부에서는 마술쇼도 진행되었다. 미션에 참가한 아이들과 마술쇼를 즐기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하루 종일 웃음이 가득했다.신나게 즐기던 아이들은 마감 안내 방송이 나오자 아쉬운 듯 자리를 떠났다. 아이와 함께 한 즐거운 가을 하루였다. /사공은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1-14

가을과 겨울이 모두 아름다운 봉화 한수정

태백산의 남쪽 끝으로 물길과 조화를 이룬 한수정 마루에 앉아 소리없이 흘러간 시간과 떠나가는 가을에 마음을 맡긴다. 고운 단풍잎 떨구는 고목 사이로 햇빛이 부드럽게 정자를 비추고 푹신하게 내려앉은 낙엽이 늦가을 정취를 만들어낸다. 옛이야기들이 들릴 듯이 시간이 멈춘 모습 그대로라 정겹고 빛바랜 기와지붕의 용머리들이 붓끝으로 그린 듯이 부드러운 한수정,전국의 산재해 있는 정자는 풍광을 내려다보는 언덕, 기암절벽이나 낙랑장송이 있는 깊은 계곡 등 풍광이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정자는 빼어난 경치와 함께 자연 속에 녹아든 정자 자체의 아름다움이 하나가 돼 독특한 풍광을 만든다.한수정은 삼면이 연못으로 조성돼 있고 300년 거목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풍성하던 여름날의 푸른 잎은 혹독한 겨울을 견디기 위해 이파리들을 떨구고 있다. 한수정은 정자각처럼 ㅡ자형 중간에서 앞으로 돌출된 T형으로 북쪽 온돌방 양 옆으로 중앙에 마루를 두고 남쪽 돌출부에 온돌방이 하나 더 있다.정자의 전면과 옆면, 뒷면의 일부가 계자난간으로 돼있고 팔작지붕과 맞배지붕이 만난 독특한 구조다. 정자의 3면은 막돌로 축대를 쌓아 만든 와룡연이라는 연못이 있으며, 물은 끊임없이 들어갔다 나가고 있어 언제나 맑은 물속에 비단잉어를 비롯한 물고기의 움직임이 여유롭다.와룡연 주변으로 오래된 나무들이 정자와 연못을 보호하듯 서 있고 보호수로 지정된 속 다 비워낸 느티나무는 세월 앞에 힘겨움을 보여준다. 형형색색 물들었던 단풍은 정자의 주변을 덮듯이 쌓여 있어 만추를 호젓하게 즐기기 그만이다.한수정은 경북 봉화군 춘양면 의양리 134번지에 자리한 정자로 1608년 석천 권래가 조부인 충재 권벌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세운 정자다. 후손 권만이 1742년 지금 모습으로 고쳐 지면서 쓴 상량문에 “상하좌우로 전망이 트이고 춥고 더울 때 알맞도록 집이 꾸며져 일가와 손님과 벗이 그치지 않고 찾아오고, 못물은 거울처럼 맑아 하늘빛과 구름 그림자를 볼 수 있다”고 썼다.조선시대 시문학을 풍성하게 하는데 이바지한 한수정은 올해 ‘한수정에서 책 읽기’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정자음악회 등이 열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서로 소통하며 대화하는 장소로 거듭나고 있다.“찬물과 같이 맑은 정신으로 공부하라”는 뜻을 가진 한수정(寒水亭)은 풍류형 정자라기보다는 학문형 정자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정자는 그 지역 학문과 문화활동의 거점이었다.한수정은 후손들의 정성 어린 보살핌으로 언제나 열려 있으며, 약 800m 거리에 후손이 사는 권진사 댁(성암 고택)에서는 고택체험 숙박도 가능하다. /류중천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1-14

포항블루밸리국가산단, 신산업 메카로 부상

최근 이차전지의 신산업이 포항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로 자리잡으면서 포항의 새로운 먹거리로 우뚝 섰다. 전통적인 산업인 동해 바다의 먹거리와 철에서 새로운 산업인 이차전지가 부상하면서 신산업의 동력으로 날개를 달고 있다.포항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는 경제협력과 동해권 경제개발계획 대상이며 환동해권, 동남부권 산업의 핵심이다. 대구, 구미, 울산, 창원 국가산업단지로 한 시간 내에 이동도 가능하다. 포스코, 포항경제자유구역, 영일만항 배후 산업단지에 인접해 있어 공항, 항만, 도로, 철도, 모든 교통망이 발달 되어 입체적 교통망도 형성하고 있다.지난 2009년부터 조성을 시작해 포항시 남구 동해면, 장기면, 구룡포읍 일원에 조성 중이며 전체 규모는 607만8천938㎡(약 183만8천879평)이다. 총 7천360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LH)가 공사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1단계 공사(125만3천66㎡)는 마무리되었고 2단계(224만734㎥)는 2025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유치업종은 이차전지, 수소연료전지, 첨단신소재, 철강 등의 기업 입주로 경제효과는 물론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새로운 먹거리인 이차전지는 외부의 전기 에너지를 화학 에너지 형태로 바꾸어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전기를 만들어 내는 장치를 말한다. 4차 산업혁명과 탄소제로 시대를 이끌어 가는 핵심 수단으로 전기차는 물론 스마트폰, 드론 등 수많은 전자기기가 이차전지를 통해 구동되고 있다.또 7월에는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되면서 그동안 분양 실적이 저조했던 문제가 이차전지 산업이 부상하면서 사실상 해결되었다. 산업단지 내 공장부지가 분양이 완판되면서 이미 분양된 단지 내 주거용지와 상업용지 등의 부대사업도 뒤따를 것이라 예상되는데 이차전지의 후속 효과로 지역 개발 또한 견인할 것으로도 보인다.경북도와 포항시에서도 기업들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자 인허가는 물론 각종 세제 혜택이 주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시에서는 이런 노력을 발판으로 2030년까지 이차전지 소재 전체 매출액 100조원 이상, 고용 창출 1만5천명을 목표로 지속 가능한 특화단지 인프라를 구축하여 초격차 기술개발과 포스텍을 통한 전문인력 양성, 이차전지의 원료와 소재 내재화 등 세계 1위 양극재 생산 도시로 도약하고자 한다.이차전지의 위력은 블루밸리단지의 사업 기간도 2026년에서 2025년 12월 완공으로 단축하게 만들었다. 정부에서도 수출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내년 차세대 이차전지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이차전지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포항시 관계자는 “포항은 이차전지 산업에 올해만 5조5천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포항이 제철보국에서 전지보국으로 다시 한번 대한민국 혁신성장을 이끌어 갈 것으로 확신한다. 앞으로 이차전지는 철강 산업을 뛰어넘는 우리 지역의 가장 중요한 산업이 될 것이고 관련 생태계를 잘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포항시민 장 모(50·포항시 남구 동해면)씨는 “최근 이차전지가 떠오르면서 이차전지융합 인력양성과정 교육도 많이 생기고 있다. 인구도 늘어나고 주택 경기도 살아나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면 개발 측면에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1-14

서경주역서 선물같이 만난 아주 특별한 공연

10시 20분 기차가 떠나가자 연주가 시작되었다. 역내를 가득 채운 음악에 사람들은 집중했다. 일요일 아침 누군가는 떠나고 또 누군가는 찾아드는 역에서 특별한 전시와 공연이 펼쳐졌다. 보통 전시회는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동안 열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날은 단 하루,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단 5시간 동안 팝업 스타일의 전시가 이뤄졌다.경주시와 (재)경주문화재단 문화도시사업단 주최, 예술로 주관, 공간창조IN아트의 후원으로 이루어진 ‘2023 예술로 놀go 전시회 in 콘서트’가 지난 5일 서경주역 로비에서 진행되었다. 다양한 장르의 작가 11명의 33점 작품이 전시되었다. 서양화, 한국화, 사진, 도예, 족자 작품 등이 역사 로비에 자연스레 녹아있었다.특별히 배정옥 작가의 대형 병풍으로 무대를 장식해 전시와 콘서트의 경계를 허물었다. 화려한 공작봉황도를 뒤로 한 채 콘서트가 이뤄졌다. 퓨전국악 연주팀 새라온, 플루트 연주가 변예슬, 팝페라 솔라즈의 연주가 차례로 이어졌다. 이른 시간이라 조용하던 역사에 음악 소리가 울려퍼지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전시를 위해 방문한 가족 단위 관람객부터 기차를 타기 위해 들른 사람들까지. 하나둘 무대 근처로 다가와 함께 즐겼다. 새라온은 경주의 바람의 언덕을 테마로 한 곡을 통해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회색 날씨 속 아쟁 소리는 더 없이 매력적이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그리고 알고 있는 장소를 함께 떠올리며 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멋진 경험이다. 그리고 이어진 관객의 눈높이를 맞춘 변예슬 씨의 플루트 연주는 사람들의 박수를 절로 이끌어내었다. 조금씩 흩날리던 비에 맞춰 선곡한 ‘비오는 거리’가 울려퍼지자 음에 맞춰 함께 관람객들의 박수가 함께 이어졌다. 아이도 어른도 어렵지 않게 클래식 악기를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마지막으로 재치 있는 입담으로 관객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팝페라 솔라즈의 순서가 이어졌다. 두 소프라노를 닮은 진한 장밋빛 향기가 온 역사를 감싸 안았다. 행사가 끝나고 이번 전시와 공연을 준비한 예술로의 박미영 씨와 고선옥 씨에게 기획 의도에 대해 간단히 질문하자 세 가지로 답했다.첫째 중심2권역(선도, 성건, 황성, 현곡)에 거주하는 작가들을 발굴하는 게 목표였고 최대한 많은 작가들에게 혜택을 드리고 싶었다. 둘째 가급적 좋은 환경에서 전시와 공연을 할 수 있게 하고 싶었기에 작가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게 노력했다. 셋째 많은 시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쉽게 좋은 문화를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이번 행사는 잠시 방문하는 ‘기차역’과 더없이 잘 어울리는 전시와 공연이었다. 노력하는 사람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하루를 선물 받게 되었다. /박선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1-07

가을밤 만끽하는 경주 불국사의 사물 음악회

어슬녘에 불국사로 간다. 경주에 오는 관광객이라면 대부분 찾는 곳이라 항상 붐비지만, 저녁 무렵에는 서산의 햇살처럼 스멀스멀 빠져나가는 시간이다. 어둠이 내려앉을수록 경내는 조용해진다. 불국사가 우리만의 것이 된다.불국사의 가을은 아기단풍이 담당한다. 올해는 유독 단풍이 느리게 찾아와서 토함산으로 오르는 길도 아직 푸른 잎이 더 많다. 열흘은 더 기다려야 할 거 같다. 아쉬운 마음으로 다보탑 앞에 섰다. 함께 간 지인은 불교를 마음으로 받아들인 분이라 탑돌이부터 하자고 했다. 시계방향으로 세 바퀴 돌고 탑 설명이 붙은 곳이 앞면이라며 그곳에서 합장했다. 다음은 석가탑 주위를 돌았다. 종교가 다른 기자도 숙연해져 함께 돌았다. 불국사는 신라인이 그리던 불국(佛國), 이상적인 피안의 세계를 옮겨놓은 것이라고 한다. 불국을 향한 신라인의 염원은 세 가지로 이곳에 나타냈다. 하나는 ‘법화경’에 근거한 석가모니불의 사바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무량수경’에 근거한 아미타불의 극락세계이며, 또 다른 하나는 ‘화엄경’에 근거한 비로자나불의 연화장세계이다. 이 셋은 대웅전, 극락전, 비로전을 통해 그 특징을 살려 표현했다.지금도 다른 절에 비하면 큰 규모지만 통일신라 시대에는 한 동네가 다 불국의 영토였을 것이다. 사람이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 하는 속담이 있다. 신라인들은 그 시대의 서울인 경주로 경주로 모여들었다. 특히 불국사에서 공부하려는 사람들로 줄을 이었다고 한다. 신라 때 불국사와 모화리의 원원사 사이에 작은 절 78개가 있었는데, 절과 절 사이가 마치 복도와 같았다고 한다. 현재 불국사 경내에 회랑으로 다니면 비가 와도 옷이 젖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울산과 경주 사이에 모화리와 입실리가 있다. 둘 다 경주시 외동읍에 속한다. 외동은 경주의 동쪽에서 제일 바깥쪽이라는 뜻이다. 입실과 모화는 모두 불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명이다. 불국사에 들어갈 사람은 미리 이곳의 작은 절에 들어와서 삭발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는데 모화는 이때 불가에 귀의하기 위해서 삭발하고 머리털을 불태운(毛火) 다음 불국사 안으로 들어갔다고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그러고는 불도를 닦으러 오는 사람들이 실내로 들어오는 문이라 하여 붙여진 지명이 입실(入室)이다. 입실 전에 마음이 약해 고향으로 돌아가기도 하지만 이미 불국에 발을 들여놓은 곳인 만큼 회랑을 따라 불국사로 향해 나아갔다고 한다.이야기가 깊어질수록 하늘빛이 불국사의 기와색에 가까워졌다. 스님 두 분이 법고를 향해 걸어오셨다. 두둥~번갈아 치니 가까이에 선 우리들의 몸에 울림이 전해진다. 모든 길짐승을 포함한 중생들을 위해 치는 소리이다. 다음으로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위한 범종이 울렸다. (범종 다음 법고 순이지만 그날은 좀 달랐다.) 종이 울리는 동안 스님이 반대편에 자리한 운판을 향해 걷기에 따라가며 이야기를 들었다. 승가대학에 갓 들어온 젊은 스님이셨다. 모든 물속에 사는 것들을 위한 목어가 떨리고 모든 나는 중생들을 위한 운판이 소리를 끝내자 대웅전의 작은 종소리가 화답했다. 저녁 예불이 시작된 것이다. 불국사에 밤이 드리웠다. 대웅전에서 들리는 예불 소리가 석가탑과 다보탑을 돌아 하늘로 오른다. 목탁 소리가 끝나자 붉게 물들었던 대웅전 격자무늬 문살의 빛이 옅어졌다. 불국사도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한다. 사물 음악회의 감흥을 느낄 관광객은 오후 5시 30분까지 입장하면 가능하다. 들어갈 때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다른 문화재와 달리 나오는 시간은 따로 없으니 교교한 달빛과 함께 일주문을 나오길 바란다. /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1-07

가슴 ‘두근두근’ 추억의 가을운동회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각 학교마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가을 운동회가 열리는 계절이다. 개선문을 세워두고 아이들은 청군, 백군으로 나뉘어 비장하게 출정식을 가졌다. 청군, 백군으로 팀을 갈라 경기가 진행되었고 경기에 이길 때마다 커다란 점수판에는 시시각각 점수가 올라가 열띤 응원이 이어지곤 했다.1980년대에는 가을 운동회를 위하여 학생들이 몇 달 전부터 부채춤, 강강술래, 차전놀이, 곤봉 돌리기 등의 장기자랑을 준비했다. 만국기가 펄럭이는 운동장에는 학생과 가족들로 북적였고 장난감, 음료수, 대형 거북선 모형을 걸어둔 뽑기 장수들이 미리 진을 치고 있었다.달리기를 할 때면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출발선에 서 선생님의 총소리나 호루라기에 맞춰 달려나갔다. 손등에 찍힌 달리기 등수는 저녁에 집에 가서도 잘 지워지지 않아 다음날 서로의 등수를 한 번 더 확인해볼 수 있었다.박 터트리기 게임이 나오면 점심시간이 임박했음을 알려준다. 콩이나 팥을 넣은 오자미를 던져 박을 먼저 터트리는 팀이 승리를 하는데 박에서는 ‘즐거운 점심시간’을 알리는 현수막이 펼쳐 나왔다. 운동장 그늘에서 돗자리나 신문지를 깔고 가족, 친구와 함께 김밥을 먹은 후 오후 시간에 줄다리기, 남녀 계주를 거치며 운동회는 끝이 났다.교단 옆에 설치한 천막에는 경기 입상자나 참여자를 위한 공책, 연필 등의 학용품 선물이 가득했는데 요즘은 참여한 학부모를 위한 두루마리 휴지며 각종 생필품도 준비되어 있다. 운동회는 마을 잔치나 다름없었다. 부모, 조부모, 동네 사람 모두가 모이는 큰 행사였고 아이들이 한둘밖에 없는 요즘도 마찬가지다.안동 길주초등학교에서도 지난 10월 26일, 27일 이틀간 저학년, 고학년으로 나누어 운동회를 개최했다. ‘한마음 체육대회’란 이름으로 열려 개인 달리기, 색판 뒤집기, 박 터트리기, 줄다리기, 청백계주 등의 프로그램과 협동 돼지몰이, 제기차기, 줄다리기 등 학부모가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함께 구성되었다.운동장에는 손뼉 치고 즐거워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흙먼지에도 신이 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아이들에게는 수업을 하지 않고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즐거운 하루였겠지만 어른들에게도 그 옛날의 학창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신나는 가을 운동회였다. /백소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1-07

반려견 기르기 전 ‘잠깐만!’ 동물등록은 선택 아닌 필수

바야흐로 반려동물 1천500만 시대이다. 반려 인구가 늘어날수록 버려지거나 잃어버리는 유기견도 함께 늘고 있다. 이 유기견들이 사람 손을 떠나 야생화되면서 가축이나 다른 동물뿐 아니라 사람을 위협하는 일도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 반려견을 기르기 전 동물등록과 중성화수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전국적으로 유기 동물이 증가하는 가운데 경북지역에서도 야생화된 유기견으로 인한 개 물림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 시민이 포항시 북구의 한 인도에서 지나다니던 개를 피하려다 차도로 가는 바람에 차와 부딪칠뻔한 일도 발생했다. 가축의 피해 또한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는데 2020년에는 포항시 북구의 한 농가에 들개가 침입해 기르던 닭 50여 마리가 한꺼번에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같은 해 포항 호미곶면의 한 마을에서도 들개 무리로 인해 가축과 농작물을 헤친다는 신고로 소방서에서 출동하기도 했다. 수년 전 청도에서도 들개 떼가 염소를 공격해 재산상 피해를 입기도 했으며 2021년에는 안동에서 중형 견이 어린아이를 덮쳐 다치는 일 또한 일어나기도 했다.경북지역에서 개 관련 신고가 한 달 평균 50~60건이 접수되고 있는데 지자체에서는 유기견을 포획하고 있으나 무분별한 번식으로 인해 개체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경북소방본부의 유기견 포획 수 자료에 따르면 2018년 6천479마리에서 2019년 8천208 마리, 2020년 8천479 마리, 2021년 8천91 마리로 2019년부터 매년 8천마리 이상 포획하고 있다. 2021년에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경기와 경남에 이은 3번째로 많은 수치였다. 도내에서는 포항이 2019년부터 연간 1천마리 이상을 포획해오고 있어 가장 많은 수치를 보였다.유기견들은 대부분 유기됐거나 유실된 이후 야생화된 반려견인데 반려견의 중성화율을 높이고 동물등록을 통해 유기와 유실을 막아야 들개 개체 수를 줄일 수 있다. 2014년부터 유기 반려동물 등록제 의무화가 시행돼 2개월령 이상인 반려견인 경우 등록을 하지 않을 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농촌 지역은 도심에 비해 실외인 마당에서 기르는 ‘마당개’ 들이 많은데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은 개들이 많아 무분별한 번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마당개들이 유기·유실되면 야생견으로 변해 가축은 물로 사람에게 위협을 준다. 이 야생화된 개들은 야생동물이 아닌 유기견으로 분류돼 함부로 죽일 수도 없어 현재는 포획만 가능하다. 또 전문가들은 현재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는 동물등록제를 활성화하고 중성화수술로 유기견 수를 점차 줄여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포항에서는 동물등록 의무 대상인 개는 2023년 3월 기준 2만5천303마리가 등록되어 있다. 읍면지역에서는 버려지는 개를 줄이기 위해 실외사육견에 대하여 무료로 중성화수술과 동물등록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동물등록은 대부분 동물병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포항시민 박 모(38·포항시 북구 장성동)씨는 “뉴스를 보니 포항에서 매년 유기되는 동물만 1천여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이중 얼마는 야생견이 되지 않을까 하는데 산책길에 목줄 풀린 개들만 봐도 겁먹는다. 어린아이들이나 어르신들이 마주치면 더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을까 한다. 시골에서는 중성화 사업이니 동물등록이 잘 이뤄지지 않은 것 같은데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1-07

‘형형색색’ 물든 봉화 백천계곡

비단결 같이 흐르는 물은 청정옥수에 떨어져 작은 소가 된다. 크고 작은 은구슬을 튕기며 청아하게 흐르는 백천계곡. 그곳은 지금 빛깔 고운 단풍과 어우러져 황홀경을 이룬다.백천계곡에서 단풍 축제가 열린다. 태백산 국립공원인 봉화 백천계곡은 열목어 서식지로 사계절 내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지만, 특히 가을 단풍이 아름다워 봉화 8경 중 4경에 지정됐다.천지사방이 형형색색 나뭇잎으로 소란스럽고 아낌도 숨김도 없이 저마다의 색깔을 드러내며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북적인다. 태백산 백천계곡은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에 자리했다.지척에 백천 명품마을이 있으며 주차장에서 계곡 길을 걷다 보면 재미있는 문패들이 있다. 나무다리 건너로 당집이 있다는 친절한 안내판도 보이고, 산책로를 따라 띄엄띄엄 6가구 집마다 ‘투망집’ ‘사과부자집’ ‘나무다리집’ 등 독특한 이름이 붙었다. 문패를 살펴보는 것도 걷는 재미를 더해준다.달콤하게 익어가는 사과밭과 군데군데 삶이 이어지는 산골의 풍경들과도 마주하는 호젓한 길이다. ‘계곡 깊은 길’이라는 안내판이 나오면서 오염되지 않은 백천계곡 산책길이라는 안내와 함께 백천 명품단풍길이 시작된다.단풍길은 계곡을 끼고 완만하게 조성된 흙길로 두 사람이 손잡고 걸어도 넉넉하다. 아기자기하고 편안하게 눈에 안기는 곳, 산세가 화폭처럼 고아하면서도 산자락마다 세월의 바위를 품고 있는 백천계곡은 자연의 품에서 하루쯤 노닐기 좋은 곳이다.편안한 흙길이라 발에 닿는 느낌이 푹신하고 부드러워 포근한 산책길이다. 열목어 서식지로 눈으로만 감상하는 계곡이라 손때가 전혀 묻지 않은 원시자연 그대로 간직한 조화와 질서 속에 그 아름다움을 아끼지 않는다.계곡의 물소리 여유롭고 햇빛을 받은 나뭇잎은 한결 고운 빛으로 반짝이고, 자연의 소리 어우러진 단풍길은 잘 익은 햇살 따라 부드럽게 휘어져 길손들의 마음을 빼앗을 만하다. 태백산 국립공원 탐방로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한적한 코스로 트레킹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봉화에는 단풍 명소가 많다. ‘소금강’이라 불리는 청량산과 아시아에서 가장 큰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단풍도 많은 사람의 발길을 부르고, 정자가 많은 봉화는 단풍과 어우러진 청암정 한수정 등으로 많은 사진작가들이 찾아온다. /류중천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0-31

울진군 가족문화축제서 추억을 새기다

지난달 21일 울진군 연호공원에서 ‘제2회 울진군 가족문화축제’가 열렸다. 아이와 함께 주말을 즐기고자 연호공원을 찾았다. 오후 1시부터 행사가 시작되어서 조금 일찍 도착했다. 밴드 가입자만 보물찾기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서 본부석에서 밴드 가입을 확인하고 손목 밴드를 받았다. 가운데는 행사장이, 가장자리 쪽은 체험부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떡볶이 어묵, 추억의 달고나, 비즈공예, 캐리커처, 솜사탕과 팝콘 커피, 네일, 인생 사진, 낚시체험, 제로페이스트 부스 등이 있었다. 식전행사로 10월에 어울리는 노래를 불러준 성악가의 노래와 색소폰 공연이 이어졌다. 아이는 노래에 관심이 없어 제로페이스트 부스를 찾았다.커피박은 커피를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를 의미한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만들기 위해 약 15g의 커피 원두가 사용되는데, 이 중 14.97g의 원두가 커피박이 되어 버려진다고 한다.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는 커피 찌꺼기를 커피 점토로 만들어 키링이나 마그넷을 만들어 재활용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원하는 캐릭터에 색을 칠해 예쁘게 완성했다.자석을 이용한 낚시는 어린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연호정을 배경으로 한 곳에는 함께 방문한 가족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선글래스, 우스꽝스러운 가발 등의 소품도 준비되어 있어서 아이와 함께 4가지 표정으로 추억을 남겼다.곧이어 아이는 비즈공예와 석고 방향제를 만드는 체험 부스를 돌아다니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체험을 즐기고 있었다. 샌드위치를 직접 만들어 간식을 해결하기도 하였다. 바람이 조금 차서 걱정했는데 뜨거운 어묵 국물이 차가워진 몸을 녹여 주었다.어른들은 피곤할 때면 커피 부스로 가서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카페인을 충전하기도 하였다. 개막행사가 끝나자 버블쇼가 이어졌으며 선착순 60명 보물을 찾은 사람들은 청소기, 에어프라이어 등 다양한 선물이 준비되어 있었다. 60명 안에 들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세제와 라면 등 생필품을 나누어주기도 하였다.모든 부스가 무료로 운영되었으며, 각 부스에 있던 자원 봉사자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참여한 아이들 모두에게 즐거운 추억이 되었기를. /사공은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0-31

범죄 등 국민 체감안전도 전분야 하락

강도, 살인, 성폭력 등 범죄와 관련된 국민 안전 체감도가 떨어져 치안 활동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지난달 24일 국정감사에서 경찰청으로부터 넘겨받은 ‘2022년 국민 안전 체감도’ 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의 범죄 체감 안전도는 83점으로 전년(2021년)보다 0.4점 내려갔다.평가 문항은 전반적인 안전도를 비롯해 범죄 안전, 교통사고 안전, 법질서 준수 등 분야별 안전도다. 비(非) 평가 문항은 우범지역 순찰을 비롯해 교통안전 활동, 법질서 유지, 공동체 치안, 야간보행 안전도, 치안 수준 국제 비교, 범죄 취약장소 등 전반적인 경찰의 활동을 포함하고 있다. 세부 분야별로 보면 여성 상대 범죄는 81.4점(0.3점 하락), 절도·폭력은 82.9점(0.1점 하락), 강도·살인 84.6점(0.6점 하락) 등 범죄 관련 전 분야에서 체감 안전도가 낮아졌다. 성별로는 여성이 느끼는 범죄 안전도가 81.4점으로 남성 84.5점보다 낮은 점수를 보였다.전국 18개 시·도 지방경찰청별로 살펴보면 ‘종합 체감안전도’에서 전남경찰청이 1위(86.4점)로 나타났고 경북경찰청은 2위(81.2점)로 우수한 반면 대구는 전반적으로 낮은 평가점수를 받아 14위(77.0점)를 기록했다.경북경찰청이 종합 체감 안전도에서 평균 대비 우수한 결과를 보인 것은 최근 맞춤형 여성 안전 대책을 추진 중인 가운데 경북 지역 여성 대상 범죄가 전년(2022년) 대비 9.2%로 감소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는 올해 4~9월까지 6개월간 추진한 맞춤형 여성 안전 대책의 성과이기도 하다.구체적인 활동을 살펴보면 범죄 취약지역 환경 개선·순찰 강화 등 여성 의견 115건을 반영하고 가해자 77명을 구속하는 등 여성 범죄에 엄정 대응하고 있으며 피해자 보호·지원을 위한 통합솔루션 101회도 진행했다. 또 농촌·산간 지역을 대상으로 직접 찾아가는 이동상담소를 운영해 59명을 상담한 결과 가정폭력 등 범죄 피해자 3명을 확인해 수사를 진행하고 피해자를 보호·지원했다.6년 만에 최저 순위를 보인 대구를 보면 전반적인 안전도는 78.6점, 분야별 안전도는 76.3점, 범죄 안전도는 78.7점으로 조사됐다.대구에서도 시민의 안전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묻지마 범죄’ 등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안전 대책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또 ‘스토킹 범죄’,‘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신변보호 요청도 매년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더 강력한 치안 대책이 요구된다.대구경찰청의 스토킹 신고 현황을 보면 2022년은 1천268건이었으며 올해는 8월 기준 1천55건의 스토킹 신고가 접수됐다. 스토킹 범죄가 신변 보호 대상에 포함되면서 전담 경찰관 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지난해 1인당 전국 평균 89건의 사건을 담당한 것에 비해 대구는 112건의 사건을 맡았다. 이는 피해자 지원에도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고 대책 마련이 서둘러 이루어져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최근에는 마약류 관련한 범죄도 급증하고 있으며 피싱 사기도 증가 추세에 있다.대구 시민 A(42·대구시 북구)씨는 “대구의 체감 안전도가 낮다니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불안하다. 얼마 전에도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강도 전과자 소식을 듣고 신경이 쓰인다. 데이트 폭력 등 여성 관련 범죄도 심심찮게 들리고 일상이 편하지 않은데, 이번을 계기로 시민이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좀 더 강하고 정밀한 치안 대책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0-31

눈 돌리는 곳마다 사과단풍 붉은 물결 ‘넘실’

푸르름을 노래하는 청송으로 달렸다. 파란 가을 하늘에 뭉게구름이 쓰윽 지나가는 좋은 날씨다. 경북 지자체 중 가장 많은 7개 시·군과 접하고 있는 청송이지만 지형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인 탓에 교통 요지로 발전하지 못했었다. 국내 3대 오지 중 한 곳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서산영덕고속도로 건설로 교통 사정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포항에서 찾아가기도 수월하다.전 지역이 산으로 둘러싸여 자연환경이 수려하다는 것은 청송의 장점이다. 1976년 주왕산이 국립공원으로, 2014년에는 주왕산 등 군내 주요 지질명소를 평가하여 환경부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2017년에는 군 전역이 청송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했다.도시브랜드는 산소 카페 청송군인데 실제 전체 면적의 80% 이상이 산림지역이며 굴뚝에 연기나는 공장이 한 곳도 없는 청정지역이다. 환경관리청의 대기오염도 측정 결과 전국에서 가장 맑은 공기를 가진 곳이라 한다.잘 익은 사과의 색이 붉어서 단풍처럼 고운 걸 사과 단풍이라 한다. 이맘때 청송은 눈 돌리는 곳 어디나 붉다. 울긋불긋한 산과 누런 들판, 그 사이로 과수원의 사과가 어울려 청송의 가을은 눈이 부시다. 모든 것이 무르익었다. 이때다 싶게 사과 축제가 11월 1일부터 5일까지 열린다. 장소는 청송읍 용전천 일원(현비암 앞)이다. 하늘에서 풍선을 떨어뜨려 황금사과를 찾는 ‘만유인력-황금사과를 찾아라’, 만보기가 달린 방망이로 지퍼백 속의 사과를 두드려 잼을 만드는 ‘꿀잼-사과 난타’ 등 재치 있는 체험도 준비되어 있다.사과 축제와 더불어 청송에 가면 찾아볼 것이 많다. 먼저 넓게 펼쳐진 억새의 물결이다. 파천면 신기리에 오래된 느티나무가 섰다. 그 아래 쉼터도 있고 효부각이 있어 찾기 쉽다. 근처에 차를 세우고 하얗게 머리를 풀어 헤친 억새밭을 거닐면 키 큰 억새 사이에 묻혀버릴 지경이다. 소문이 나지 않아서인지 찾는 사람이 없어서 그 넓은 밭이 온통 우리 차지다. 걸을 때마다 놀란 메뚜기가 달아난다. 우리 발소리와 바람에 스삭거리는 으악새 소리뿐이다.바로 근처에 청송정원이 있다. 13만6천㎡의 어마어마한 넓이에 백일홍이 가득 찼다. 주말이라 많은 사람이 찾았는데도 주차장이 넓어 복잡하지 않았다. 입구에 서서 정원을 내려다보니 색색의 꽃이 저 멀리까지 펴서 다 둘러보려면 한참 걸어야 했다. 파라솔 아래 노란색 빨간색 우산을 놔두고 골라 가져가도록 배려한다. 오늘처럼 햇살이 눈부시면 양산으로 쓰고, 비가 올 때는 우산으로 사용하면 좋겠다. 물론 사진 찍을 때 소품으로 쓰면 더 좋을 것이다. 꽃밭 사이로 관람객이 많아서 백일홍보다 ‘사람꽃’이 더 이뻐 보였다.곳곳에 사진을 찍으라고 조형물이 놓여서 다양한 포즈로 인증샷을 찍는다. 사과 모형 속으로 쏙 들어가 김치를 외치고, 단체 여행객들은 갖가지 형태로 찍느라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워낙 넓어서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 꽃밭 사이로 난 길은 마사토라 맨발 걷기에 딱이다. 신발을 손에 들고 걸어 다녔다.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위해 입구에 먼지떨이와 씻을 공간까지 마련했다. 세심한 청송군이다.다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 넓은 꽃밭을 한참 걸으니 목이 말라서 입구 편의점에 들어갔다.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 사야지 했지만 팔지 않았다. 산소 카페 청송이라 맑은 공기 속에서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고 싶은 이들이 많을 텐데 주민들이 운영하는 카페 하나 정도는 마련해도 좋았을 것이다. 커피와 함께 특산물 사과를 넣은 여러 간식도 팔면 금상첨화일 텐데 말이다. /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0-31

안동 봉정사 가을 운치

깊은 산속의 절 봉정사(鳳停寺)로 향했다. 절 입구 안내소에서 인원이 몇 명인지 확인하고 차를 그대로 타고 올라가도 좋다고 했다. 이곳은 안내소 앞, 일주문, 그리고 절 바로 앞 세 개의 주차장이 있다. 편하기는 맨 위 주차장이겠지만 봉정사로 오르는 소나무 오솔길이 그저 그만이라 맨 아래에 차를 두고 천천히 여유를 부리며 걸어 오르는 것을 추천한다. 봄에는 나무마다 새순이 오르는 것에 취하고 가을은 나무를 올려다보다가 그 사이로 파란 하늘이 쏟아져 눈이 부시다. 향긋한 꿀밤나무 냄새는 덤이다.동행 중에 다리가 불편한 친구가 있어서 일주문 앞에 차를 세웠다. 사찰의 일주문은 각기 다른 모습의 중생들이 부처님 진리의 말씀이라는 큰 수레를 타고 한맛을 느끼기 위하여 첫발을 옮기는 일심의 문이다. 그래서 옛 조상들은 일주문에서 말에서 내려 걸어가라는 뜻으로 하마비(下馬碑)를 세우고 내려 걸어감으로써 신앙심을 더욱 고취 시켰다.봉정사가 세상의 주목을 받은 것은 1972년 극락전을 해체·수리하는 과정에서, 1363년에 지붕을 중수했던 사실을 담은 묵서(墨書)가 발견되면서부터이다. 목조건물은 대략 150년마다 중수한다고 한다. 그런 계산이면 극락전은 적어도 1200년대 초반에 건립된 건물이라고 짐작한다. 그때부터 부석사 무량수전이 가지고 있던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이라는 트로피를 봉정사 극락전으로 옮기게 되었다.오른쪽으로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 지은 영산암은 특히 아름다워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촬영 장소로 나와 더 유명해졌다. 그 후에 여러 드라마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비 오는 날에 가면 더 좋은 암자이다. 오르는 계단의 아기단풍이 빗물을 받았다가 떨어뜨리는 소리가 운치가 있고 계곡의 물소리가 더해져 걷는 이의 발소리가 저절로 숙연하게 만든다. 입구에 꽃비가 내린다는 뜻의 우화루에 빗물이 흘러가는 모습도 재밌다. 몇 개의 단층을 둔 영산암에서 흘러내린 빗물이 우화루를 따라 흘러간다. 사람이 드나드는 문을 빗물도 지나간다.통일신라부터 지금껏 살아남은 절이라 건물뿐만 아니라 나무도 수령이 만만찮다. 입구에 소나무는 200살이 훨씬 넘었다. 생긴 모양이 허리를 굽혀 이곳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자세다. 또 한 그루의 소나무는 영산암 가운데 마당에 앉았다. 이 소나무 주변을 시계방향으로 돌며 소원을 빌면 들어준다는 설이 있으니 한 번쯤 차분하게 걸어보면 좋겠다. 소나무 아래 이끼 가득한 석등이 놓였다. 사방으로 뚫린 창으로 밤이면 은은한 불빛이 스님들의 발을 비추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가을에 봉정사에 간다면 10월 마지막 주가 좋을 듯하다. 가파르게 계단을 올라 대웅전 마당으로 들어갔다면 내려올 때는 은행나무 두 그루가 지키는 완만한 길로 휘돌아 나오길 바란다. 400년이 넘도록 그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눈여겨본 어르신이다. 비탈에 서 있느라 뿌리를 한껏 뻗어 산을 움켜잡았다. 가지는 오랜 세월을 버티느라 잘리고 꺾인 자국이 뚜렷하다. 올려다보려니 목을 한껏 뒤로 젖혔다. 노랗게 물들었다 만추에 화라락 잎을 떨구며 봉정사의 화석이 됐다.봉정사는 스탬프투어에 포함된 곳이다. 안동은 고택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전탑과 서원 등 찾아볼 문화재가 많아 며칠을 두고 돌아보면 좋은 곳이다. 그래서 시에서 앱을 만들어 6개 방문할 때마다 기념품을 준다. 관광지 반경 50미터 이내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획득할 수 있다. 수령장소는 하회마을, 도산서원, 봉정사, 월영교이다. 동선을 잘 짜서 안내소 직원이 퇴근하기 전에 받으면 좋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