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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눈으로 다시 본 뮤지컬 ‘빨래’

김소라 시민기자
등록일 2024-12-05 18:42 게재일 2024-12-0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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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빨래’ 무대 인사.

지난 11월 23일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뮤지컬 ‘빨래’ 공연을 보았다. 뮤지컬 ‘빨래’는 강원도에서 서울로 올라와 직장 생활을 하는 나영을 중심으로 서울살이의 힘든 일상을 담은 이야기이다.

주인공 나영은 두 번의 연애 실패와 여러 번의 이직으로 몸도 마음도 지쳐있을 때, 옥탑방으로 이사 오게 된다. 이사 온 동네에서 나영은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웃들을 만나게 된다.

조용할 날 없는 옆집 아줌마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주인집 아줌마, 건넛집 몽골 출신 이주 노동자 솔롱고까지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비슷한 환경에서 함께 지낸다.

새로운 동네가 낯설고 어색한 나영은 좀처럼 이웃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그들을 이해하게 된 나영은 점차 마음의 문을 열고 그들과 소통한다. 어느 날 나영이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났을 때, 옆집 아줌마와 주인아줌마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위로와 위안을 받고 그들과 더욱 가까워진다. 그리고 솔롱고와 마음이 맞은 나영은 그와 결혼하여 함께 살게 된다.

시민기자는 20살 때, 뮤지컬 ‘빨래’를 처음 보았다. 그 당시 뮤지컬 ‘빨래’에서는 나영의 직장 이야기, 솔롱고와 그의 친구의 어려운 타국 생활과 임금 체불 등의 직장 내 갈등 이야기, 이웃 사람들의 삶에 대해 자세하게 다루기보다는 나영과 솔롱고의 심리를 더 깊게 다루었다. 때문에 나영과 솔롱고의 결혼까지의 러브스토리가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그려졌다.

하지만 이번에 보았던 뮤지컬 ‘빨래’는 나영과 솔롱고의 러브스토리보다 힘든 서울살이를 등장인물 각자의 시각으로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때문에 좀 더 현실감 있고 나영이라는 캐릭터가 생동감 있어 보이고 극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아쉬웠던 점은 솔롱고와의 관계가 갑작스럽게 가까워지고 나영이 솔롱고에게 느끼는 심리적 변화도 급작스러워 결혼까지 이어진 그들의 관계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했다.

사회 경험이 없었던 20살 때의 시민기자는 나영의 서울살이의 힘듦과 직장 생활에서 느끼는 고단함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가난한 20대의 이야기라 생각했고, 나와는 거리가 먼 드라마 속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30대가 되어 다시 본 뮤지컬 ‘빨래’는 고향을 떠나 홀로 외롭고 고된 서울 생활을 하는 나영의 모습, 직장에서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는 나영의 모습, 직장을 잃어버린 나영의 모습과 그와 비슷하게 살아가는 이웃 사람들의 모습까지 나와 가까운 누군가의 이야기 어쩌면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져 마음이 찡하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쩌면 마주하기 힘들고 외면하고 싶을지 모르는 우리네 삶을 다룬 이야기라 극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여운이 많이 남았다.

하지만 그저 외면하고 피하기 바빴던 일상을 직접 마주하므로써 내 마음을 이해하고 내 삶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나영을 통해 위안을 얻고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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