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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토끼를 찾아 경주를 돌아보다

경주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토끼 조각상과 만날 수 있다.2023년 검은 토끼해를 맞이해 경주의 특별한 토끼들을 찾아 나섰다. 비교적 접근성이 좋은 곳에 사는 다섯 마리의 토끼를 잡기로 했다.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외동읍 괘릉리에 위치한 원성왕릉. 시내에서 불국사 방면으로 대략 20분 남짓 차를 달리면 도착할 수 있다. 울창한 소나무 사이로 능이 보인다. 넓은 주차장을 비롯 주변 환경이 확 트여있어 평소 가족 나들이객이 많은 곳이다. 자축인묘…. 속으로 순서를 외워가며 능을 지키고 있는 십이지신상 속에서 토끼를 찾았다. 긴 세월에도 형태가 잘 보존돼 있어 첫 번째 토끼 잡기는 쉽게 성공했다.다음 목적지는 괘릉과 경주 시내 중간 지점에 위치한 성덕왕릉. 성덕왕은 토지개혁을 통한 정전제 실시, 구휼 정책 등으로 정치를 안정시켜 신라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신라 천년의 역사 속 태평성대의 시기로 남아 있는 것. 네비게이션에 등록돼 있지만 큰 길에서 벗어난 다음은 길이 좁은 편이라 긴장이 되었다. 성덕왕릉은 동네 뒤편 산 쪽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 첫 난관에 봉착했다. 원숭이와 닭을 제외한 나머지 십이지신상은 머리 부분이 남아 있지 않다. 순간적으로 닥친 난감함을 뒤로 하고 검색을 통해 일치하는 몸통을 찾았다. 특이한 점은 지대석 사이에 석상 형태로 세워져 있다. 그렇게 두 번째 토끼를 찾아내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세 번째로 찾아간 곳은 동천동 80번지에 위치한 헌덕왕릉. 헌덕왕의 비극적 스토리 탓일까. 관리가 잘 되어 있음에도 쓸쓸한 기운이 맴돌았다. 십이지신상 중 물에 쓸려가고 남은 건 다섯 점. 그 중 하나가 토끼상이다. 큰 귀 덕분에 쉽게 찾아냈다.네 번째로 찾은 곳은 신라 35대 경덕왕의 능. 이상하게 네비게이션에 나오지 않았다. 차선책으로 부지 2리 마을회관을 검색했다. 내남초교를 지나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알림이 뜰 때쯤 오른쪽에 경덕왕릉 표지판이 보였다. 우측으로 차를 돌려 잠시 올라가니 공터가 나왔다. 차를 세우고 시계 한 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우거진 나무 사이로 경덕왕릉이 보였다. 불국사, 석굴암, 월정교 등 지금 경주를 상징하는 꽤 많은 문화재들이 경덕왕 재위 기간에 만들어졌다. 그리고 지금 한자어로 된 많은 지명들 또한 경덕왕 때 변경돼 고려와 조선을 거쳐 완성됐다. 능을 돌며 토끼상을 찾는데 익숙한 형태가 나오지 않는다. 두 바퀴를 돌고서야 찾은 토끼상은 다른 부조 형태의 토끼상들과 다르게 얼굴이 정면을 향하고 있었다. 찾을 곳이 하나 더 남아 있어 다른 조각상들은 살펴보지 못하고 서둘러 내려 와야 했다.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터미널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김유신 장군묘. 십이지신상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곳이다. 등산로가 이어져 있다보니 평일에도 찾는 사람이 많았다. 여느 왕릉들보다 더 화려하고 관리가 잘 돼 있다. 특히 벚꽃 피는 계절에 경주를 방문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장소다. 시계 방향으로 십이지신상들이 순서대로 새겨져 있다.다섯 마리의 토끼들을 찾는데는 대략 4~5시간 정도가 걸렸다. 이외에도 진덕여왕릉, 흥덕왕릉, 낭산 일원 등에서도 토끼를 찾을 수 있다. 새해를 맞이해 아이들과 경주의 토끼를 찾아나서 보는 건 어떨까? 토끼를 찾다 보면 역사 공부는 자연스레 덤으로 주어질 것이다./박선유 시민기자

2023-01-08

‘중국발’ 코로나19 급증, 실내 마스크 해제 아직은…

최근 중국발 코로나19가 급증하고 있다. ‘제로 코로나’ 종료를 선언한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점점 거세지자 2020년 코로나19 초기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현지의 감염병 전문가는 경제수도 상하이의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1천만 명이 넘는다고 추산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국들도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규제를 하고 나섰고 중국인 관광객 절반이 양성 반응을 보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음성 결과를 요구하고 있다.우리나라도 이에 발맞추며 중국발 모든 입국자에 대해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새해 2일부터 한 달간 중국 내 공관에서 외교나 공무 목적이 아닐 경우 우리나라로의 단기 여행 등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단기비자발급이 제한되고 코로나19 유행상황에 따라 발급제한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입국 전후에도 PCR 검사 등을 의무화한다. 중국발 항공편 편수도 추가하지 않고 현 수준을 유지하며 효율적인 입국자 검역 관리를 위해 중국발 항공편의 도착 공항도 인천, 김해, 제주, 대구에서 인천공항으로 일원화했다. 5일부터는 중국에서 국내로 출발하는 항공기에 탑승하는 모든 내·외국인은 입국 전 48시간 이내 한 PCR 검사 또는 24시간 이내 한 전문가 신속항원검사(RAT)의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정부는 이번 방역 강화 조치가 BF.7 등 중국발 신규 변이가 국내에 유입,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1월 말이나 2월 초 실내 마스크 해제에 대한 시기도 예상보다 늦어질 전망이다.이에 대해 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7차 유행이 정점을 지나고, 그래서 안정적으로 유지가 되면서 우리가 이에 대한 의료대응 역량이 충분하게 구비되어 있는지가 판단기준”이라며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에서의 코로나 유행상황 등이 국내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파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서 실내 마스크 해제 조정 시점은 그에 따라서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포항 시민 정 모(35·포항시 북구 두호동) 씨는 “마스크 의무 착용 때문에 큰아이가 말 배울 때 고생해서 새해에는 실내 착용이 해제되기를 기다렸다. 둘째가 말 배울 때는 좀 낫겠다 싶었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더 열심히 마스크를 껴야 할 것 같다. 독감도 유행이고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여행 많이 온다는 기사를 봤는데 변이가 확산될까 더 걱정된다. 주변 지인들도 아직 코로나 확진자도 생각보다 줄지 않아 불안하고 일상이 되어버린 마스크를 계속 쓰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한참 말 배울 나이인 아이 생각하면 벗고 싶지만 새해에 건강이 우선이라 생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3-01-03

포항으로 노을 보러 오이소

“22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는 친구가 있어요. 포항에 이틀 머물 건데, 볼거리 좀 추천해주셔요.” 옆 교실에 근무하는 캘리그라피 선생님은 여수가 고향이라 포항에 대해 잘 모른다며 여행 코스를 짜 달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가끔 물어오는 지인들이 있다. 포항에 대해 글을 쓰기 전에는 어디라고 콕 집어 말하기 힘들어 우물쭈물했었다. 5년간 포항 곳곳을 찾아다니며 글을 쓰다 보니 이제는 소개할 곳이 많아서 어디부터 알려주나 하며 망설이게 되었다.한겨울에 포항에 온다니 유채꽃 가득한 광장을 배경으로 한 호미곶은 보여주기 힘들고, 고슬고슬하게 핀 이팝나무 군락지도 사진으로만 소개할 뿐이다. 최근 블로거들에게 인기 있는 곳으로는 파도가 다릿발을 흔드는 짜릿함을 맛보는 이가리 닻 전망대, 근처의 곤륜산으로 가파르게 오르면 초록으로 덮인 활공장과 멀리 파란 수평선을 동그랗게 안고 있는 항구마을을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어서 더 인기다.두 개의 노을 코스를 알려주었다. 첫 번째는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을 출발지로 잡고 거닐다 바다를 향해 자리를 잡은 카페 아무 곳이나 들어가 바다멍을 때린다. 구불구불 드라이브 삼아 해파랑길을 따라가다 해질 무렵 대동배 2리에서 일몰을 맞는다. 해파랑길 15코스는 일출 명소인 포항에서 일몰을 볼 수 있는 멋진 곳이다. 모아이상바위, 용바위를 찾아 해파랑길을 걸으면 속살거리는 파도 소리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러다 문득 서쪽 하늘을 보면 뉘엿뉘엿 지는 해가 구름 사이로 빛을 쏟아 내릴 때 감동이란 환상 그 자체이다.어스름이 내려앉을 즈음,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였던 구룡포 근대 문화 역사 거리로 운전대를 잡는다. 이곳은 드라마가 인기를 얻은 후로 늘 사람이 붐비는 곳이다. 하지만 저녁 무렵엔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 거리가 조용해진다. 오롯이 우리들만의 거리가 된다. 낮은 조명이 켜진 거리를 걸으면 옛사람이 된듯한 기분을 느낀다. 그러다 이 분위기에 어울리는 ‘여든여덟 밤’이란 전통 찻집 앞에 발길을 멈춘다. 마지막 손님으로 들어가 첫물로 따서 만든 우전을 주문한다. 은은한 차향이 주위를 맴돈다.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게 두런거리다 거리를 빠져나오면 하루가 저문다.두 번째 날에는 포항의 중앙상가로 나간다. 50년 넘은 빵 가게 ‘시민제과’에서 사라다빵과 밀크쉐이크로 새참을 먹는다. 포항에서 처음 로스팅을 한 나이든 신사가 내려주는 커피가 있는 아라비카에서 커피나무에 빨갛게 열매가 익어가는 것을 보다 보면 오후가 깊어진다.그때는 해맞이공원 정상에 자리 잡은 스페이스워크에 오른다. 자연스럽게 흔들리도록 디자인한 구조물을 설레듯 걷다가 서쪽으로 지는 해를 보는 건 포항이 방문객에게 안겨주는 선물이다. 넋 놓고 바라보며 인증샷도 한껏 찍어라. 내려오기엔 아쉬운 마음을 갖고 산을 내려와 여남 바닷가로 간다. 자연산 물회 전문점 대화회집에서 바삭바삭한 가자미구이로 입가심을 하고 물회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운다. 바다를 한 그릇 마시는 기분이 들 것이다.한껏 부른 배를 소화 시키려면 조금 걸어보자. 가까이에 해상스카이워크가 밤에는 화려하게 조명을 밝힌다. 가까이 가면 파도 소리가 먼저 반긴다. 어두운 밤바다라 보이는 게 없어서 섭섭할까 봐 파도가 쏴아쏴아 존재감을 과시한다. 소리멍을 때릴 차례다. 한참 듣다 보면 마음 깊은 곳까지 시원해진다. 스카이워크의 불빛 따라 거닐면 금방 소화가 다 된다. 돌아 나오며 북부 바다에 영일대 누각의 야경을 덤으로 보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포항은 일출과 노을을 함께 감상하기에 안성맞춤한 곳이다. /김순희 시민기자

2023-01-03

내 마음의 성형인 셀프 이미지(self image)

자녀를 양육하면서 자주 갖게 되는 생각이 쟤는 나랑 닮았다, 배우자와 닮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의 심리를 알기 위해서 심리검사를 하거나 전문가에게 자문하거나 자녀 양육에 관한 책을 구입해 읽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작 부모 자신이 자신에 대해 알려고 하는 면은 약하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모습을 중요시하며 살아간다. 호감을 주는 외모를 통하여 남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내면의 실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성형외과 의사였던 맥스웰 몰츠는 “모든 사람은 셀프이미지(self image)를 갖고 있는데, 그것은 내부에 있는 정신적 청사진이나 그림을 말한다”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서 나는 어떤 사람이라고 스스로 정의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사람의 성공과 실패가 전적으로 셀프이미지에 좌우된다는 사실이다. 즉 외부적으로 보이고자 하는 셀프이미지가 아니라 내면적으로 갖고 있는 각자의 긍정적인 셀프이미지라는 것이다.자신의 감정, 행동, 능력, 활동은 셀프이미지와 정확하게 일치된다고 한다. 셀프이미지에 없는 행동이나 생각, 성과는 이루기 힘들며, 셀프이미지와 반대되는 행동을 하기는 더더욱 어렵다고 한다.한 가지 놀라운 것은 우리의 셀프이미지가 주로 어린 시절에 완성된다는 점이다. 스스로 만들어온 것이 아니고 부모나 선생님, 친구들의 영향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즉 타인으로부터 주어진다는 얘기다. 다른 사람에 의해 주어진 자기 이미지를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여 생긴 것이 지금 우리의 셀프이미지인 셈이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말 중에 ‘내 마음 나도 몰라’라고 하며 은연중에 나도 모르는 나의 모습을 볼 때가 있다. 특히 자녀가 부모를 닮아가고 부모와 똑같은 말투와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그러면 셀프이미지는 변화될 수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잘못 형성된 것은 노력에 의해 얼마든지 교정될 수 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아들러가 개인심리학 이론에서 말하는 습관화된 생활양식을 변화시키는 것일 것이다. 즉 자신이 오랫동안 습관화된 행동을 변화하기 위해서 자신을 조금씩 고쳐가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이미지를 서서히 개선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자신의 습관화된 생활양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자신의 멘토를 정해서 닮아가는 노력도 아주 좋은 셀프이미지의 개선 방법이라고 한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자신의 모델을 만들어 닮아가고자 그 사람이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을 모방하지 않나 여겨진다.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외부에 비치는 모습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외모지상주의의 탓도 있겠지만 자신보다 주변에 보이는 모습에 너무 집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외모가 변함으로써 자신감을 주기도 하고 밝은 성격으로 변화되는 효과도 있지만, 지속적인 효과는 뭐니 뭐니해도 내면의 변화일 것이다. 즉 자신의 내면을 멋지게 표현할 수 있고 드러낼 수 있는 자신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이런 셀프이미지를 미술치료 작업으로 한다면 어떨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을 그려 보라’고 했을 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물이든, 자연물이든, 아니면 어떠한 추상적인 형태로 표현해보고 이에 대한 느낌이 나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탐색해 봐도 좋을 것이다.여기서 필요한 것은 자기 탐색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그림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뿐만 아니라 그림 속에 숨겨진 의도도 알고 있어야 하는데, 특히 중요한 것은 그림은 현재상을 표현하기도 하고 자신이 바라는 미래상을 표현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어느 쪽인지는 그림을 그린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에 대한 파악뿐만 아니라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자신의 삶에서 만족감이나 정서적 충족감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성찰이 중요하다. 시간이 된다면 공감과 감사함으로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성형하기 위한 과정으로 셀프이미지를 작업해보는 것은 어떨까?2023년을 시작하는 이때, 이제까지 나도 모르게 습관화된 자신을 더 건강한 마음으로 성형할 수 있는 셀프이미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서종숙 시민기자

2023-01-03

내년 전기세·가스요금 대폭 오른다

올 한해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코로나 장기화 등으로 인해 서민 생활과 맞닿아 있는 공공물가가 줄줄이 인상되어 대부분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내년에도 전기세와 가스비 등이 대폭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한국전력공사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내년 기준연료비를 포함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kWh(킬로와트시)당 51.6원으로 산정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연료비 조정요금으로 구성돼 있다.올해 전기료는 세 차례(4·7·10)에 걸쳐 kWh당 전력량요금 2.5원, 기준연료비 9.8원, 기후환경요금, 2.0원, 연료비조정요금 5.0원씩 올라 총 19.3원 인상됐다. 내년에 인상 압력을 받는 전기요금 규모는 항목별로 kWh당 기준연료비 45.3원, 기후환경요금 1.3원, 연료비 조정단가 5.0원이다. 이는 연료비 조정요금 연간 상한을 kWh당 10원으로 확대한 것을 가정한 수치다. 내년에 인상 압력을 받는 전기료(kWh당 51.6원)가 올해 인상분 (kWh당 19.3원)의 2.7배에 달하는 셈이다.산업부와 한전은 올해 요금을 약 20% 인상했음에도 3분기까지 21조8천억원의 적자가 발생했으며 올해 말 별도 기준으로 적자 규모가 약 3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와 함께 한국가스공사도 경영 정상화를 위해 누적된 미수금을 조기에 회수할 필요가 있다며 인상을 추진중이다. 산업부와 가스공사는 가스요금을 내년 메가줄(MJ)당 최소 8.4원(2.1원씩 네 분기) 혹은 최대 10.4원(2.6원씩 네 분기) 인상하는 방안을 국회 산중위에 제출했다.올해 가스요금은 주택용을 기준으로 네 차례(4·5·7·10월)에 걸쳐 5.47원 올랐다. 내년에는 가스요금이 올해 인상분의 최소 1.5배에서 최대 1.9배로 오르는 셈이다. 산업부와 한국가스공사는 내년 요금을 메가줄당 8.4원 올리면 2027년부터, 10,4원 올리면 2026년부터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격히 증가한 미수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최근 추워진 날씨에 3인 가족 가스비가 10만원이 훌쩍 넘어 어질어질하다는 주부 박 모(39·포항시 북구 양덕동) 씨는 “집안에서 왠만하면 온수를 적게 사용하고 내복 후리스 입고 지내려고 하는데 내년에 가스비뿐 아니라 전기세도 오른다하니 걱정이다. 전기세와 가스비가 2배 안팎으로 인상될 전망이지만 체감적으로는 10배 가까이 오른다는 느낌이다. 계속된 금리 인상으로 이미 오른 물가로 지금도 힘든데 내년에는 공공요금의 인상이 줄줄이 예고된다하니 내년이 다가오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2-12-27

횡계구곡 따라 모고헌과 옥간정에 빠지다

보현산 자락 깊숙이 맑게 흐르는 계곡 횡계, 이곳은 횡계구곡으로 유명하다. 영천시 화북면 횡계리에 있는 횡계구곡은 주자(朱子·중국 송나라의 유학자)가 계곡의 절경지에 구곡을 지었듯이 보현산 자락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횡계리에서 만나 아름다운 구곡(九曲)을 이루었다하여 이름 붙여졌다. 이 계곡을 지은 사람은 조선 숙종 때 남다른 우애를 보였던 성리학자 훈수 정만양(1664~1730)과 동생인 지수 정규양(1667~1732)으로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은거하며 제자들을 가르치며 길러내던 곳이다.횡계구곡 중 가장 뛰어난 곳은 3곡 모고헌과 4곡 옥간정이다. 겹겹이 쌓인 세월의 흔적과 고결함이 스스로 한 폭의 동양화처럼 서 있다. 낭떠러지 위에 멋진 누각인 모고헌(경상북도 유형문화재)은 횡계천 암반 위에 지은 정면 2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이다. 아름다운 곡선미를 자랑하며 북쪽으로 횡계 서당이 있고 건물 아래는 횡계천을 내려다보며 당장이라도 날아갈 듯하다. 옥간정에서 하류로 50m 떨어져 있고 옥간정보다 15년 앞선 1701년에 지어졌다. 처음 지었을 때는 태고와라고 불렀으며 훗날 문인들이 개축과 수리를 거쳐 모고헌이라 다시 고쳐 불렀다. 모고헌은 성리가 구현되는 꿈을 이루려던 형제의 뜻을 헤아려 지수 정규양의 제자들이 지은 이름으로 ‘옛날을 사모하는 사람이 모이는 집’으로 스승을 그리워하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모고헌은 횡계 서당의 부속 건물로 서당을 엿보며 그 옛날의 학동들이 글 읽는 소리도 상상으로 느낄 수 있다. 정자 바로 뒤의 300년 된 향나무는 두 형제처럼 모고헌과 잘 어울린다.옥간정은 1716년에 지어진 정자로 가까운 곳의 모고헌과 함께 정만양, 정규양 두 형제의 강학 공간으로 건축된 건물이다. 모고헌에서 횡계천을 따라오다 보면 옥간이 위치해 있는데 잘 정비된 입구의 나무들이 오래된 정자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다. 옥간정이 자리한 계곡은 소와 바위들의 별천지로 두 형제는 이곳을 ‘물은 조금 팬 곳이라도 가득찬 다음에야 다른 곳으로 흐른다’는 뜻의 영과담이라고 했다. 또 담장이 높지 않아서 위아래로 엿볼 수 있고 대지의 높낮이로 전면은 다락집으로 뒤쪽은 아담한 단층으로 되어있는데 자연환경에 순응한 구조다. 옥간정은 횡계천 암반 사이로 흐르는 물빛의 맑기가 옥과 같다는 의미인데 깨끗하고 아름다움을 말한다.영천으로 드라이브하다가 모고헌과 옥간정을 만난 김채연(42·포항시 북구 장성동) 씨는 “보현산은 천문대만 있는 줄 알았는데 남들이 잘 가지 않은 정자를 보아서 기쁘고 횡계구곡의 명성을 느끼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2-12-27

영웅을 만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김구와 안중근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분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묻는다면 선뜻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학창시절 국사책을 달달 외운 실력으로 백범 하면 바로 김구가 떠오르는 정도로 그분을 안다고 할 순 없다. 안중근의 호가 왜 도마인지 모르니 자서전을 통해서 그의 삶에 다가가 보고자 한다.2023년 독서토론 목록에 안중근 자서전을 넣었다. 함께 하는 회원 중에 한 분이 요즘 소설과 영화로 뜨는 소재라 선택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수년 전부터 토론 모임을 하면서 외국 고전과 스테디셀러 위주로 목록을 짠 거 같아 지난해는 백석 평전을, 올해엔 ‘백범일지’를 넣었다. 그다음 순서로 안중근을 알아보기로 한 것이다.안중근의 이야기가 책, 영화, 뮤지컬 등속의 다양한 장르로 우리 곁에 와있다.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면 책만큼 감동을 주는 영화가 드물었다. 우리의 상상력을 영화가 뛰어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책을 보면 두 가지 다 만족할 수 있어서 좋았다.그래서 먼저 안중근 삶의 마지막 2년을 그린 영화 ‘영웅’을 만났다. 서른 살의 그를 길에서 우연히 만나도 나는 알아챌 것이다. 교과서에서 신문에서 사형당하기 전 찍은 그의 모습을 여러 번 보았고 그 눈빛이 잊어버리기엔 너무나 결연하여서다. 동지들과 독립투쟁의 의지를 다지며 스스로 자른, 짧은 네 번째 손가락이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릿하게 만든다.안중근은 태어날 때 등에 검은 점이 7개가 있어서 북두칠성의 기운을 응하여 태어났다고 하여 어릴 적에는 ‘응칠(應七)’이라 불렀다. 영화 속에서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일본 법정의 사형 선고에 항소하지 말라고 편지를 보내고는 응칠이라 수 놓인 배냇저고리를 안고 흐느낄 때 관객들도 따라 울었다. 안중근은 이름값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아버지 안태훈과 친분이 있었던 김구는 ‘백범일지’에서 안중근을 ‘안 씨 집안의 총 잘 쏘는 청년’으로 묘사하였다. 하얼빈 역 플랫폼에 이토히로부미가 하차했을 때 세 발을 저격했고 모두 급소를 맞혔다고 한다. 이렇게 안중근은 타고난 투사였지만 우리에게 글씨와 책을 남길 만큼 글솜씨도 남달랐다. ‘동양평화론’은 그가 사형을 기다리며 뤼순감옥에서 저술한 미완의 저서이다. 서론과 목차만 쓴 상태에서 사형이 집행되었기 때문에 완성하지 못했다.1910년 2월 14일에 일본은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초콜릿을 주고받는 밸런타인데이로만 알았는데 이제부터는 안중근 의사의 이름을 되뇌는 날로 달력에 기록 해야겠다. 사형 선고에 그는 항소하지 않는 대신 ‘동양평화론’의 집필을 위한 시간을 허락해 달라고 판사에게 요청했고, 판사도 이에 동의했다. 안중근은 이 말을 믿고서, 자신의 자서전인 ‘안응칠 역사’를 먼저 옥중에서 쓰고서, 이후에야 ‘동양평화론’ 저술을 시작했다.그러나 일본은 안중근을 오래 살려둘수록 한반도 내부의 항일 여론과 세계적인 동정 여론이 고조될 가능성을 의식하여, 최대한 빨리 그의 사형 집행을 앞당기려 했다. 결국, 안중근은 사형이 선고된 지 40여 일 후인 3월 26일에 처형되었고, ‘동양평화론’은 초반 일부분(서론과 전감 초반)만 우리에게 남겨졌다.뮤지컬 영화의 마지막 장면, 죽음을 앞둔 안중근 의사는 어머니가 만들어준 수의를 입고 빨리 뛰는 자신의 심장 소리가 일본인들에게 들릴까 봐 걱정한다. 인간적이다. 영웅은 신처럼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자기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 떨며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 말하는 듯하다. /김순희 시민기자

2022-12-27

이장 남편과 드론강사 아내의 가족 이야기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위탁 가정 등을 이제 ‘다양한 가족’이라 통칭하게 됐다.경산시 용성면 미산리에 구관서(50)씨와 김성은(50)씨 가정도 다양한 가족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젊은 이장 남편과 드론강사 아내가 5명(3남2녀)의 아이와 재밌게 그려내는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찾아 그곳에 갔다.“자녀가 다섯이라니 나라에 큰 기여를 했네요”는 기자의 물음에 부인 김성은씨는 “우리는 두 가족이 하나가 된 특별한 가족”이라며 환하게 웃었다.남편과 아내는 각각 두 아이와 세 아이를 기르다가 지인의 소개로 만나 혼자 아이들을 기르는 일에 관한 어려움을 나누며 친해졌다. 이후 불완전한 가족을 완전한 가족으로 만들고, 서로 기대고 돌보면서 살아가기로 결정했다.다행히 아이들도 갈등 없이 금방 가까워졌고, 2019년 부부가 된 두 사람은 요즘 보기 드문 대가족을 이루게 됐다고 한다.김씨는 “맏이(23)부터 막내(11)까지 겹치는 나이가 없이 누나와 형, 동생의 서열에도 문제가 전혀 없었다”는 말을 덧붙였다.하지만, 특별한 가족이기에 그에 따르는 어려움도 없지 않았다. 아이들은 사춘기나 진학 문제, 교우 관계 등에서 힘겨움을 겪기 마련이다. 구씨와 김씨의 자녀들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부부에게 편견의 틀을 깨는데 도움을 준 신앙이었다. 자신들의 신앙 속에서 참고 견디는 방법을 서로 배워나간 것. 이를 통해 쓸데없는 감정의 부스러기들을 다 걷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용성면민은 물론 경산시민이 다 알만큼 호탕한 성격인 남편 구관서씨는 “혼자 아들 둘을 키울 때보다 아내의 가족과 더해지니 행복이 몇 배로 커졌다”고 말한다. 일곱이나 되는 집안 구성원이 넉넉하고 여유롭게 느껴진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생각 같아선 셋을 더 낳아 10명의 가족을 이루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했다.걱정 없는 가정은 세상에 없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해주려는 자세와 마음가짐만 있다면 그들이 가족이 되고 서로에게 평안을 주는 일은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는 걸 느낀 시간이었다.올해부터 남편 구씨는 이장을 맡아 마을에 새로운 사업을 유치하고 주민들의 숙원사업을 이루려 노력 중이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시청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해가고 있다.아내 김씨 또한 남편의 일을 돕는 것에 그치지 않고 드론 강사 자격증을 취득해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다양한 교육생들을 지도하고 있기에 마을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부부는 ‘아이들은 부모의 그림자를 따라 자란다’는 속담을 마음에 새기고 산다. 물론 자신들에게 맡겨진 마을 일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때로는 마을 어르신 집의 담장을 쌓고, 무거운 짐을 옮겨주기도 한다. 면과 시에 서류를 신청하는 것도 이장 몫이다. 이에 이장 부인인 김성은씨도 덩달아 바쁘다. 쓰레기봉투 배달부터 마을 실버합창단 창단 준비, 마을 신문 제작을 위한 모임 개최까지.두 사람에겐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작은 농촌카페를 만드는 것이다. 용성은 공기가 맑고,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지역. 청정 미나리의 주산지이기도 하다. 이런 장점을 살려 열린 문화공간을 만들고,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다고 했다.2022년 마지막 길목에서 만난 특별한 가족과 부부 이야기. “우리가 받은 사랑을 사회에 나눠주고 싶다”는 그들의 사연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고 있다. /민향심 시민기자

2022-12-25

안동의 한 해를 돌아보는 ‘2022 뉴스사진전’

안동 언론인 모임인 안동언론문화연구회(회장 피현진)의 ‘2022 뉴스사진전’이 최근 열렸다. 안동언론문화연구회는 지난 2013년 지역밀착형 보도를 위해 활동해 온 일간지, 주간지, 인터넷뉴스 기자들이 공정보도와 뉴스연대를 도모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한 단체다.‘뉴스사진전’은 2015년 시작해 매년 지역 언론에서 보도된 사진을 엄선해 한자리에 모아 지역민에게 선보이는 전시회다. 올해는 12월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안동시 운흥동 문화광장에서 열렸으며 기자들이 1년간 지역의 현장을 누비며 보도한 사진 60여 점을 전시했다.3년간 지속된 코로나19, 뜨거운 이슈였던 6·2지방선거, 문화재청의 무형문화유산 발굴·육성 사업 대상에 선정된 하회선유줄불놀이, 원도심에서 처음 진행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등 우리 지역 곳곳의 행사장과 지역민의 희로애락을 담아낸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안동언론문화연구회는 “그간 풀뿌리 언론 활동을 지향해 왔으며 이번 전시가 올 한 해 안동의 역사를 돌아보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언론 활동도 함께 위축된 점이 아쉽고 지역의 많은 부분을 다양하게 담아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고 소회를 밝혔다.사진은 기록이자 역사다. 앨범을 훑어보며 한 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기쁜 소식과 안타까운 사건, 감동적인 사연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 지역의 소식을 숨 가쁘게 전해온 기자들의 열정이 돋보이는 ‘2022 뉴스사진전’을 통해 지역의 한 해 앨범을 잘 갈무리하는 시간이 됐다./백소애 시민기자

2022-12-25

기찻길 따라 떠나는 봉화 겨울여행

‘겨울 명소’라 하면 태백산이나 설악산, 대관령 설경이 떠오른다. 칼바람 속 겨울의 설경을 즐기기에 엄두가 나지 않을 때, 가볍게 겨울 풍경과 정취를 즐기기 좋은 봉화 기찻길 여행을 권한다.봉화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기차역이 있다. 그래서 기찻길마다 사연도 많다. 겨울 대표 여행지로 각광받는 분천역 산타마을은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된 곳이다. 영화 ‘기적’의 실제 사연을 간직한 양원역과 눈 쌓인 풍경이 환상적인 승부역도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12월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크리스마스. 분천역 산타마을이 코로나19로 주춤했다가 3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지난 17일부터 2월 12일까지 58일간 열리는 산타마을 축제는 ‘한겨울의 레드화이트 크리스마스 파티’라는 주제로 진행된다.잘 갖추어진 프로그램 운영으로 아이에서 어른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다양함이 특색이다.산과 산이 만나는 곳, 협곡을 가로질러 놓인 철길, 기차가 아니면 갈 수 없는 곳에 광물수송용으로 만들어진 철로와 오지 기차역이 여행객을 유혹한다.자연환경이 너무나 아름다운 봉화 승부역, 비동역, 분천역, 양원역을 매일 운행하는 백두대간 협곡열차는 달리는 차창 밖으로 펼쳐진 색다른 정취를 자랑한다. 인고의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굵은 소나무, 억겁의 세월에 쓸리고 닳은 계곡에는 기암괴석이 어우러지고, 기찻길처럼 굽이굽이 넘어온 오지의 삶들이 눅진하게 다가온다.눈 내린 풍경이 환상적인 겨울 눈꽃 명소. “하늘도 세평, 땅도 세평”이라는 시에 나오는 조그마한 간이역인 승부역, 분천 산타마을로 더 유명한 분천역, 국내에서 가장 작은 양원역은 저마다 눈꽃과 설경으로 가득하다.지난해 9월 개봉한 영화 ‘기적’은 1988년 마을 주민들 손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민자 역사 이자 가장 작은 역으로 분천역과 승부역 사이에 있는 양원역을 모티브로 제작됐다.산골 마을에 역 하나 생기는 게 염원인 주인공과 마을 주민들이 그려낸 실화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가파른 협곡을 적시던 계곡은 바위와 얼음 속으로 물길을 만들었고, 화전으로 일궈낸 비탈진 밭들도 하얀 겨울옷으로 갈아입고 가끔 오가는 기차 소리와 함께 낭만적인 겨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백두대간 협곡열차는 분천역-비동역-양원역-승부역-석포역-철암을 왕복 운행한다. 하루 두 차례 오가는 관광열차로 비동역과 양원역, 승부역 등에서 쉬어가며 편도 1시간 5분 정도 소요된다.마음까지 훈훈해지는 산골 간이역과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이 사람들의 감탄사를 부르는 곳이 바로 봉화다.기차는 복고적인 목탄난로로 난방을 한다. 터널을 지날 때마다 천장의 별처럼 빛나는 야광은 또 다른 묘미를 준다. 분천에서 강릉을 하루 한 번 오가는 동해산타열차는 2시간 40분이 소요된다.하늘과 땅에 하얗게 설국이 펼쳐지면 세상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승부역은 말 그대로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겨울 낭만여행지다. 기찻길 따라 펼쳐지는 봉화의 겨울 풍경이 더없이 근사하다. /류중천 시민기자

2022-12-25

어린 영혼의 껴묻거리

금방울 두 개가 공중에 떠 있다. 가는 줄을 팽팽하게 당겨 전시해 반짝이는 방울이 첫눈에 들어오게 만든다. 전시 동선을 디자인한 큐레이터가 누군지 몰라도 입구에서부터 관람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금령, 어린 영혼의 길동무’.옛사람들은 주검을 묻을 때 죽은 이를 장식하거나, 사후세계에서도 살아 있을 때와 같이 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물건들을 함께 묻었다. 이를 ‘껴묻거리’라고 하는데, 옷을 입히거나 장신구를 달아주고, 살아 있을 때 사용했던 것, 또는 죽은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는 물품들을 따로 만들어 묻었다.유물들을 돌아보다 눈길을 오래 머물게 한 것이 있다. 분홍빛 배경에 황금빛 금관과 허리띠가 조명에 빛을 발하니 눈이 부셨다. 함께 간 친구를 맞은 편에 서게 하고 사진을 찍으니 영락없이 왕관을 쓴 모습이다. 목걸이며 장식품들이 지금 당장 사용하기에도 충분한 디자인이었다. 넋을 놓고 들여다보는데 딸랑딸랑 방울 소리가 들렸다. 한쪽 벽에 금령총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보여주며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전시실에 나무를 켜켜이 세워 벽을 따라 두르고 조명을 발아래에만 켜 놓아서 마치 관람객이 신라 시대의 무덤에 들어온 느낌이 들게 만든다. 신라 고분에서 유물이 다량으로 출토되는 이유는 돌무지덧널무덤이라는 구조 자체가 도굴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고분에서 발굴된 유물들은 보물로 지정된 금령총 금관, 금제허리띠, 감옥팔찌 같은 장신구와 국보로 지정된 도기 기마 인물형 뿔잔, 채화칠기, 유리 용기 등 많은 유물이 있는데, 장신구가 대체로 소형인 점으로 보아 무덤의 주인은 나이 어린 왕족이라 상상한다.어린 자식을 떠나 보내는 부모의 슬픔이 고스란히 유물에서 드러난다. 먼 길 떠나는 자식의 허리춤에 부모가 마지막으로 채워준 금방울 두 개가 ‘금령총’이라 부르게 했다. 금령총은 경주시 노동동 봉황대 앞에 있다. 1924년 일본인들이 유물을 그냥 쓸어 담는 수준으로 20여 일만에 졸속으로 발굴 조사를 끝냈다고 한다. 2018년~2020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재발굴했다. 재발굴이지만 기간은 3년으로 정성을 다해 무덤과 호석 주변에서 새로운 것들을 찾아냈다.그것을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실에 전시 중이다. 바로 옆에 어린이 박물관에서 같은 주제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딸랑딸랑, 금령총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시간별로 예약을 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니, 지역의 어린이를 둔 부모님들이라면 방문해봐도 좋을 것 같다.특별전시실을 나오며 안내데스크에 가서 기념품을 사고 싶다고 하니 도록뿐이라며 박물관 입구 기념품 가게에 들러보라고 했다. 거기에도 이번 특별전의 기념품은 없었다. 지난주에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으로 ‘합스부르크가 600년’ 전시를 보았다. 많은 굿즈가 있어서 한참을 둘러보고 기꺼운 마음으로 지갑을 열었다. 이젠 경주를 찾는 외국인들도 기념품 가게에 들어와 금령총의 방울 귀걸이를 사서 기마 인물형 뿔잔이 새겨진 에코백에 담아 박물관을 나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김순희 시민기자

2022-12-20

내년부터 차 보험료 내리고 실손보험료 크게 오른다

올해는 대내외의 불확실성 확대로 고물가, 고금리 등 서민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 자동차보험료를 소폭 내리고 실손보험료는 크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연말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료의 경우 손해율이 낮아졌음에도 인하율을 1%~2% 내로 추진하고 있다. 상위 4개(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에서 3981억 원의 흑자를 내자 정부에서 올 초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요청했다. 실손보험료는 과잉 진료(3년간 80% 증가)는 물론 진료비 증가 등 원가 상승 요인도 여전해 적자 누진으로 10%대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보험연구원은 최근 세미나를 열고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올해도 130%에 육박하고 있어 실손보험 정상화를 위해 향후 5년간 21% 이상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지난 5년간 실손 위험손실액은 11조 원 이상이고 이렇게 계속된다면 향후 5년간은 위험손실액만 약 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실손 보험료를 매년 13.4%씩 올려도 향후 5년(2022~2031년)간 보험사의 누적 적자는 100조 원에 이른다. 이에 손보사들은 내년 실손보험료를 10%대 중후반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2021년 10~12%, 2022년 14.2% 인상에 이어 3년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이 된다.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은 2조8천6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전년(2조500억 원) 대비 3천600억 원이 늘었다. 지난해 손해율도 113.1%를 기록했다. 보험료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113.1원을 지급한 셈이다.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은 국민의 대부분인 2천400만과 3천900만이 가입되어 있어 그 영향이 크다. 정부에서도 인상 분위기는 허용하고 있지만 올해(14.2%)보다 낮은 10% 안팎에서 보험업계와 논의를 하는 중이다.하지만 보험업계는 정부의 요율 개입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보험업 관계자는 “당장에 보험료가 적게 오르면 소비자들에게 이로워 보일 수 있겠지만 적자 폭이 커지면 실손 가입 장벽이 높아지거나 실손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 기존 30여 개에 달했던 실손 판매사가 현재는 절반가량만 남은 상태이고 일부 보험사에서든 건강 검사를 통해 이상 유무를 판단 후 가입을 결정하는 등 사실상 신규 가입이 제한이 확대되고 있다. 보험사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해 상품과 구조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2세대 실손보험을 유지 중인 직장인 최모(41·포항시 북구 양덕동) 씨는 “이번에 실비보험 인상이 너무 많아 슬슬 부담이 된다. 가입 당시는 1만 원이었는데 5만 원으로 올랐다. 갈아탈까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2-12-20

칼바람 녹인 제자들의 따스한 커피차

본격적인 겨울 한파가 찾아왔던 최근 포항 중앙고등학교 정문에 이런 배너가 걸렸다. “따뜻한 차 드시러 오세요^^ 강00, 조00이 쏜다.” 등교시간, 교문 안쪽에 낯선 커피차가 있어 교문을 들어서던 교사들과 학생들 모두 어리둥절했다. 그때 40대 초중반쯤으로 보이는 세 남자가 커피차 앞에 나와서 상황을 설명했다.그들은 강상균, 조재익 두 교사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었다. 세 제자는 평소 두 은사님에 대한 감사함을 전달할 색다른 방법을 찾던 중 커피차를 떠올렸다. 두 교사의 이름으로 다른 선생님들과 교직원들에게 따뜻한 커피를 대접하여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했던 것이다.세 제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특별한 모닝커피를 받아든 150여 명의 선생님들과 교직원들의 얼굴엔 밝은 웃음꽃이 번져나갔고 그 이야기는 종일 교내를 훈훈하게 떠돌았다. 제자들의 마음이 기특한 한편, 두 교사가 부러웠다고 그 자리에 있었던 몇몇 선생님들은 전했다.강 교사와 조 교사는 “이런 건 연예인들에게만 있는 행사인 줄 알았지요. 제자들의 정성이 고맙기는 하지만 올해는 특히 물가상승으로 다들 어려운 때라 즐거운 마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간혹 졸업한 제자들이 좋은 일이 있어 밥을 한 끼 사거나 술 한 잔 대접하겠다고 해도 망설일 때가 있는데…. 다른 오해가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습니다”라며 웃었다.마침 이날은 수능성적 통지가 있었다. 수시에 합격한 다수의 고3 학생들이 느긋한 한편 일부가 정시원서를 준비 중인 인문계 고등학교의 12월은 마지막 수확의 긴장감이 남아있다. 2학기말 시험을 앞둔 고1, 고2 학생들과 교사들은 겨울방학을 앞두고 막바지 과정을 숨차게 달리는 때이기도 하다. 제자들의 커피가 잠시나마 긴장을 푸는 시간이 되었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교권이 무너진 지 오래되었다. 심지어 교권상실의 시대라고 한다. 얼마 전, 훈계하는 담임교사의 뺨을 때린 초등학생의 뉴스는 전국의 교사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던 선인들의 가르침은 오래전에 박제되어 박물관으로 들어가 버린 것 같다고 자조하는 교사들도 많다.이런 때에 세 제자의 ‘커피차 보은’미담은 그 고등학교의 울타리를 넘어서 겨울 한파를 녹이는 훈훈한 이야기로 소리 없이 퍼져나가고 있다./윤종희 시민기자

2022-12-20

동아시아 문화도시 벳부에서의 8박9일

경주에서 하시즈메상 일행을 만난 건 우연이자 운명 같았다. 그 흐름에 이끌려 필자는 최근 8박 9일간 벳부에 위치한 레지던스에 체류하며 전시와 워크샵을 진행했다. 일정은 준비에 매우 촉박했다. 평균 하루 5시간의 수면을 취하며 벳부를 화폭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그중 인상적인 기억들을 아래 기록해 보았다. 벳부는 2차대전의 피해가 없었던 곳으로 옛 건물들과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편이다.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다. 그중 대표적인 건물이 다케가라와 온천, 1879년에 만들어진 공공목욕탕이다.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보존이 쉽지 않았을 터.그것을 지켜낸 건 벳부시의 시민들이었다. 콘크리트로 변경될 뻔 했을 때 시민들의 한 목소리로 반대했고, 결국 원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근대 건물을 거의 보기 힘들어진 경주와 타 도시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라 더 기억에 남는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 동아시아문화도시 관련 지원금으로 많은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기츠키시 야마카 마을에서 열린 카타스미카이카이 예술제였다.사실 이 예술제는 동아시아문화도시 지원금을 받긴 했으나, 대부분 예술가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국 소도시의 인구소멸 문제가 심각하듯 이곳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해결책이자 방안으로 준비된 예술제이기도 했다.이 마을 출신의 작가가 기획한 전시로 작가들의 작품이 마을 곳곳을 채우고 있었다. 시골마을 상점 등을 그대로 활용해 전시를 했는데, 예술이 일상이 된 모습이었다. 손으로 그려진 지도를 보며 걷다보면 뜻밖에 장소에 작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건물 내 전시장은 작품을 위해 구조나 위치를 변경하지 않고 생활하던 모습 그대로에 작품만 추가된 형태였다. 기교 없이 담백한 요리를 맛본 기분이었다.기획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기획자 역시 작가인데 그의 작품이 없는 이유를 물었다. 돌아온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야구나 축구에서 감독이 선수로 뛰는 경우가 있을까? 할 수는 있겠지만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이다.”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답변이었다.장애인 예술문화지원센터 방문도 기억에 남는다. 오이타는 일본 내에서도 장애인 관련 시설 역사가 긴 곳이다. 담당자인 타찌바나씨가 안내를 해줬다.장애예술가들의 다양한 작품들 중 시각장애인과 예술가의 콜라보로 탄생한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시각장애인이 느낀 점과 생각나는 부분을 설명하면 예술가가 표현하는 형식이었는데, 몽환적이며 이색적이었다. 그간 생각해보지 못한 영역에 대한 당혹감이 함께 들었다. 비 시각장애인인 필자는 그간 그들이 상상하는 세상 또한 내가 아는 세상과 별 다를 게 없다 여겼다. 어쩌면 인식조차 해오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겠다. 함께 사는 사회의 중요성을 말하면서도 말이다.귀국 전날엔 벳부 시내에 위치한 신비로운 가게에 초대를 받았다. 이곳엔 프랑스에서 유학하고 요리를 하는 주인장이 살고 있다. 매주 화요일 벳부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모인다고 했다. 벳부에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로 해외뿐만 아니라 일본 내 여러 지역 작가들이 찾아와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가게는 작가들의 놀이터인 셈이다. 전시 어시스턴트였던 미사키씨가 사전에 알려준 정보에 의하면 거장 살바도르 달리의 진품도 있다고 했다.필자는 긴장하고 들어섰다. 전시장에서 만났던 작가들이 꽤 보였다. 그리고 들었던 대로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이 걸려있었다. 다행인 건 분위기 메이커 야마모토씨와 한류의 영향으로 드라마라던가 연예인에 관해 대화를 걸어주는 일본 작가들 덕분에 어색함의 시간이 길지 않았단 사실이다. TV에선 방탄소년단이 입대한다는 NHK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경주에도 이런 공간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벳부에서 경주와 닮은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인구소멸 문제, 외국인 학생이 50퍼센트를 차지한다는 벳부 내 대학, 보존과 개발의 문제, 그리고 예술의 활용과 역할 등 많은 숙제를 안고 돌아온 기분이다. /박선유 시민기자

2022-12-18

자립 통해 보다 나은 삶 꿈꾸는 북한이탈주민들

경산시 동부동 아파트 한쪽에 세워진 승용차 옆에서 추위도 잊은 채 사각 스티로폼 박스를 싣느라 여념이 없는 우리새싹회 윤광남 회장. 인사를 건네며 무얼 하는지 묻자 “새터민 가족들 나눠줄 김장을 옮기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회원들 다수가 고령층이거나 여성이라 힘든 일을 혼자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호탕하게 웃는 윤 회장을 보니 영락없는 ‘착한 봉사자’다.함경남도 함흥에 살던 윤 회장이 대한민국 국민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먹고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굶어 죽는 사람까지 나왔습니다. 그런 상황이니 북한을 떠날 결심을 했죠, 그게 아니면 왜 목숨을 걸고 압록강을 건너 불법체류자로 중국이나 캄보디아, 베트남 등을 오랜 시간 떠돌겠습니까. 사람답게 살려고 북한을 탈출하는 겁니다.”윤 회장은 가난을 견디지 못해 1997년 1월 여동생과 함께 압록강을 건넜다. 이후 신분을 숨기고 13년을 살다가 2010년에야 한국행을 선택했다. 지금은 동생과 부모님 모두 한국으로 왔다고 한다. 보험회사 등을 거쳐 현재는 영천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윤 회장은 “자식을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시키고, 무엇보다 통일을 바란다”고 말했다.한국에 정착한 후 그는 자신만 잘살려고 하지 않았다. 북한이탈주민들을 열심히 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사회복지관 봉사 프로그램에서 독거노인을 만나 ‘사회 곳곳에 소외되고 아픈 사람들이 많으니, 그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2013년 1월엔 우리새싹회 봉사단을 만들어 회장을 맡았고 지금까지 나눔과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그렇다면 북한이탈주민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었고, 어떤 희망을 가지고 있을까?첫째는 적응 문제다. 새터민들은 외국어와 외래어 사용에 서툴러 언어장벽을 느낀다고 한다. “아름다운 우리말로 소통하고 싶다”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다.북한이탈주민들은 지나친 사교육 과열 문제도 지적한다. 어렵게 생활하면서 사교육에 투자할 형편이 안 되니 공교육 강화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들 스스로 설 수 있도록 하는 자립 문제도 있다. 윤 회장은 북한 이탈주민에 대한 무조건적 지원보다는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보다 중요한 것이라는 견해를 이야기했다.2023년 1월엔 대한민국 국민이 돼 누군가를 위한 봉사를 시작한 단체 우리새싹회의 10주년이 되는 날이 있다. 그날은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준 새싹회 10년의 이야기를 기록해 함께 보고 더 나은 내일을 설계할 것이라고 한다. 북한이탈주민들이 꿈꾸는 온전한 자립이 실현돼 그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길 진심으로 응원한다./민향심 시민기자

2022-12-18

울진 해양과학관으로 초대합니다

2년 전. 울진군 죽변면 후정리에 대한민국 최초의 해양 전문과학관이 개장했다. 이런 곳이 내가 사는 곳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 설레었다. 개장 당시 코로나가 유행하고 있던 터라 시간대별로 적정 인원만 예약제로 무료로 신청할 수 있었다. 예약한 당일 엄청난 비가 내려 주차장에서 과학관 입구까지 우산을 쓰고 가는데 옷이 흠뻑 젖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예약을 하지 않고 방문할 수 있다.워드마크의 의미가 무엇일까? 상공에서 본 해양과학관을 모티브로 해양과학의 발전적인 미래상을 제시하고 해류 순환시스템을 표현하여 공존의 바다를 지향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음을 얼마 전 알게 되었다.해양과학관은 전시장이 10개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해양과학을 연구하는 이유, 해양 생물들이 살아 숨 쉬는 바다, 다양한 해류들의 물리적 환경 원인과 해수의 화학적 성질, 다양한 생명체의 모습, 해저 바다 탐사, 바다의 오염원인 해저 쓰레기, 실시간 관측되는 바다, 지구 생태계의 탄소 순환, 지구의 변화 모습, 혹한의 극지환경에 대한 연구 등이다.특히 해류의 흐름이나 해수의 염분 등을 알아볼 수 있는 실험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해저 쓰레기의 전시를 보면 지구 환경에 대한 심각성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기도 한다.전시관 옆에는 교육연구동이 있다. 해중전망대 주변 바닷물을 직접 채취해 플랑크톤과 같은 다양한 해저생물을 관찰해보기도 하고, 전시장에 있는 전시물 연계 교육, 북극과 남극의 차이점, 극지의 가치와 미래를 알아보는 교육 등의 단체 교육도 이루어지고 있었다.책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익히는 교육의 장이 되었다. 외부에는 놀이터가 있어 아이들도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최근에는 2주년을 맞아 체험부스, 프리마켓, 버스킹 공연, 푸드트럭, 천체 관측 등 다양한 체험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해양과학에 관심 있는 성인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으니 울진을 여행할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방문해보길 바란다. /사공은 시민기자

2022-12-18

퇴직연금, 디폴드옵션으로 수익률 높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295조6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15.7% 증가했다. 하지만 우리의 퇴직연금 최근 5년간 평균 수익률은 1.94%로 2%에도 미치지 못한다.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0) 수익률인 셈이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대부분 실제 운용을 하지 않거나 안정성을 고려해 연금자산 대부분(지난해 말 86.4%)을 예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에 맡기기 때문이다. 사실상 시중금리를 뛰어넘는 수익률을 올리는 투자가 쉽지 않은 구조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정부에서도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드옵션) 상품에 대한 정부 승인이 이끌었다. 관련 시장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증권·금융업계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총 38개 퇴직연금 가입자가 신청한 디폴드옵션 상품 220개 중 165개(75%)를 승인했다. 디폴드옵션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제도로 원리금 보장 상품에 편중된 퇴직연금 운용에 변화를 주어 노후 생활을 보장해 줄 정도의 수익률을 높여주려는 목적이 크다. 그리고 운용사가 가입자의 투자 성향 등에 맞춰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데 가입자의 의사를 확실하게 확인해 주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디폴드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 가운데 DB형을 제외한 DC(확정기여)형과 개인퇴직연금(IRP) 가입자가 적용 대상이다. DB형은 적립금을 회사가 운용하고 운용 수익도 모두 회사에 귀속되기 때문이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반드시 가입해야 하고 IRP 가입자는 원하면 가입할 수 있다.디폴드옵션에서 퇴직금의 상당수가 타깃데이트펀드(TDF)에 투자될 것으로 보고 있다. TDF가 투자자가 정한 은퇴 시점에 맞춰 전문가가 투자 자산 비중을 알아서 조절해 주는 펀드다. TDF에 퇴직연금이 유입되는 비중도 2016년 25%에서 작년에는 70%까지 상승했다. 앞으로 TDF에 추가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전문가에 따르면 “다폴드옵션이 원리금 보장 상품이 다양한 위험 분류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안정성과 수익성의 상충이 발생하지만 디폴드옵션의 도입 취지를 고려한 후 다양한 펀드 상품의 편입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직장인 신모(37·포항시 북구 두호동) 씨는 “2013년부터 근무하는 회사에서 DB형으로 가입 중인데 개인이 관리하는 DC형으로 전환하는 게 좋을지 고민했는데 원금 손실을 감안해야 하지만 내가 투자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DC형으로 노후자금도 마련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허명화 시민기자

2022-12-13

잘 알려지지 않은 천연기념물, 달전 주상절리

포항에서 바다가 아닌 곳에서 볼거리를 찾는다면 그중 하나가 달전리 주상절리(柱狀節理·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다. ‘달전리 주상절리’라는 표지판을 보며 마을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태고의 신비로움을 엿보듯 마주하는 우뚝 선 기둥들은 내륙의 산악지대에 있는 주상절리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달전 주상절리는 포항시 남구 연일읍 달전리 산19-3번지에 위치하며 높이 20m, 너비 100m, 전체면적 3만2천651㎡의 큰 규모를 자랑한다. 서로를 붙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기둥들은 수직에 가까운 80도의 경사에서 거의 수평에 가깝게 휘어져 특이한 양상을 보여주고 상태도 양호해서 절리의 방향이 특별하고 지형·지질학적 가치가 높다.이곳에 분포하는 현무암은 신생대 3기말에 분출한 현무암으로 과거에 채석장으로 사용되다가 우연히 주상절리가 드러나면서 2000년 4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 제415호로 지정되었다. 국내 다른 지역의 주상절리는 신생대 제4기인 30만년 전에 형성된 것을 생각하면 국내에서 엄청나게 귀한 지질구조라 여겨진다. 하지만 포항 시민들에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조형적으로도 아름답고 신비로운 육각 돌기둥인 주상절리. ‘주상’(柱狀)은 기둥 모양을 말하고 ‘절리’(節理)는 암석에 나란한 결이다. 다시 말하면 주상절리는 현무암과 같은 화산암에서 형성되는 육각기둥 모양의 돌기둥을 말하는데 달전 주상절리는 5각형 내지 6각형의 감람석 현무암으로 현무암질의 용암이 흘러내리는 과정에서 빠르게 냉각되어 부피가 감소해 쪼개진 지질구조이다.걷기를 좋아한다는 박민주(44·포항시 남구 대잠동) 씨는 “며칠 전 운동 삼아 ‘포항의 걷기 좋은 길’ 지도에서 보았던 달전리 주상절리에 갔다. 유강 풋살장 뒤로 길에서 철길숲길이 새로 나면서 그 길이 자명까지 연결되어 있어 주상절리 가기에 좋았다. 주상절리는 드라이브겸해서 경주 양남 주상절리로 자주 다녔었는데 그동안 집 가까이 있어도 있는 줄 몰랐다. 포항에 주상절리가 있다는 게 반가운 일인데 한적한 시골길에 아직 안내판만 덩그러니 있는 것 같아 아쉽다. 가끔씩 자전거 타고 오가는 사람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계속 찾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포항의 오랜 내력을 알 수 있는 장소가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서종숙 시민기자

2022-12-13

김장, 따뜻한 사랑이 되다

이달 초 겨울비가 내린 후 한파경보까지 내려지며 본격 겨울 추위가 찾아왔다. 11월이 다가도록 이상 고온을 보이더니 갑작스런 추위는 사람들의 마음부터 움츠리게 했다. 이맘때 김장철 추위는 겨울준비로 바쁜 사람들을 더 종종걸음 치게 한다. 재래시장은 김장거리를 사러 나온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두 달 전만 해도 금배추라 불리던 김장 주재료는 12월이 넘어가면서 값이 많이 떨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갖가지 양념과 부재료가 들어가기에 노인가구와 독거노인들은 언감생심 김장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김장의 노동도 감당하기 힘들지만 노후 생활비가 빠듯한 탓이 더 커서다.김장을 하지 않는 어르신들은 자녀들이나 친척, 이웃들로부터 몇 포기 얻어먹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도움마저 받을 수 없는 경우는 시장이나 마트에서 조금씩 사먹게 된다. 대부분의 물가가 부담스럽게 오른 올해는 김치값도 만만찮게 올라 부담이 더 커졌다.포항 좋은이웃노인재가통합지원센터(소장 김한나)는 노인맞춤돌봄을 시작한 2020년 이후 매년 독거노인을 위한 김장나누기 행사를 실시해오고 있다. 올해도 이 행사에 사회복지사, 생활지원사 수십 명이 직접 소매를 걷고 김장을 담았다. 김한나 소장은 “직원들이 직접 담근 김치로 어르신들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고 넉넉하게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정성스레 담근 김치는 흥해, 청하, 송라 지역의 김장을 못하는 약 130여 명의 독거노인들에게 전해졌다. 독거노인들을 돌봄하는 생활지원사들은 김장을 전달하고 영양교육도 했다. 김장을 전달받은 어르신들은 “겨울식탁에 빠질 수 없는 김치를 줘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없이 살던 시절에는 겨울 밥상에 김치가 유일한 반찬이기도 했다”며 “올해도 반찬 걱정 없이 겨울을 잘 보낼 수 있겠다”고 밝게 웃었다.김장김치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따뜻한 사랑이 되어 추위와 소외로 웅크려지는 독거노인들의 마음을 겨우내 훈훈하게 덥혀줄 것이다. /윤종희 시민기자

2022-12-13

할아버지의 첫사랑

1952년, 전쟁이 끝나지 않은 그때 청송군 진보면에 살던 박상완 할아버지는 진보중학교에 재학 중이었다. 교복을 입은 젊은 날 박상완 옆에는 단아한 한복을 입은 여인이 있다. 바로 할아버지의 동네 ‘여사친’이다. 상급학교로 진학을 못한 경우가 다반사였던 시절, 교복을 입은 할아버지와 달리 친구는 일상복을 입고 있다. 중학교에 가지 못한 것이다.앙상한 겨울 나뭇가지를 붙잡고 아련한 눈빛을 한 소년과 소녀는 이후 헤어져 서로의 안부조차 모르는 시간이 흘렀다.70년 세월이 지난 2022년에도 할아버지는 지갑 속에 그 옛날 추억의 사진을 간직하며 지낸다. 사랑과 우정 사이를 의심하고 난 후 할아버지가 내린 결론은 요즘 말로 ‘썸’을 탔던 사이로, 그녀가 자신의 첫사랑이라는 거다.옛 사진을 여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비단 그녀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의 모든 것을 그리워해서다. 어려웠던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과 젊은 날의 부모님, 정이 오갔던 이웃과 해맑은 친구들까지, 그 모두를 그리워하는 것이리라.누군가의 어머니, 할머니가 되어 있을 그녀를 만난다면 세월이 무상하지만 찬란했던 젊은 날의 추억의 아름다웠노라고 말하고 싶다고 한다. 황혼의 나이에 청춘의 한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이 흠 될 것은 없다지만, 그래도 쉿! 할아버지의 가족에겐 비밀이다. /백소애 시민기자

2022-12-11

태백오현 절의 간직한 봉화 ‘버제이 마을’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봉화엔 선비문화가 변질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전통마을이 많다. 골 깊고 물 맑은 첩첩산중이라 벼슬을 등지고 숨어 살기 위해 병자호란 같은 치욕과 시대적 현실을 피해 운둔의 길을 택한 선비들이 봉화를 찾아들었다.이들의 은거지인 봉화엔 전국에서 가장 많은 103개의 정자가 있다. 그중 태백오현의 절의가 살아 숨 쉬는 법전강씨 집성촌 버제이마을은 개천을 중심으로 음지마을과 양지마을로 나뉘어져 있는데, 두 형제는 중 강흡이 개천 서쪽에 자리를 잡았고, 아우 강각은 동쪽에 살았다.음지마을에 기헌고택, 경체정, 송월재종택 등이 있고 양지마을에 법전강씨 종택, 해은구택 등이 있으며 도로 건너엔 이오당이라는 정자가 있다.봉화읍에서 36번 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법전면 소재지에 이르고 이곳이 태백오현의 절의와인물의 보고 버제이마을이다.진주강씨가 법전에 들어와 살기 시작한 것은 강흡(1602~1671) 때이며, 병자호란의 치욕에 통분해 태백산 아래 법전촌(버제이)에 은거하였던 절의의 태백오현 중 한사람이다. 태백오현은 홍우정, 강흡, 심장세, 정양, 홍석이다. 이들 다섯 명은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학문을 연마해 후학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버제이마을엔 우애와 덕행을 기리고, 조상의 정신을 배우고 익히기 위해 지었다는 경체정이 있다. 오랜 세월이 깃든 정자가 단아하고 포근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 아름드리 개화나무와 비자나무가 경체정을 지키는 파수꾼처럼 당당하게 서있다.경체정엔 추사 김정희가 쓴 현판이 걸려 있다. 또 다른 특별한 것도 보인다. 마루 밑에 정2품 이상이 탈 수 있었던 초헌((8EFA軒)이라는 수레가 그 당시 고위 관리의 위세를 상징처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기와 한 장에도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고택과 담장을 따라 우아하고 위엄을 갖춘 선비의 삶이 엿보이는 기헌고택을 들어설 땐 발걸음도 조심스러워진다. 기헌 강두환은 강완의 손자로 세자인 헌종을 가르친 스승이었다.기헌고택을 지키고 있는 후손 강석우 부부는 손수 채취한 약초와 꽃잎을 말려 손님에게 대접하고 있으며, 부부의 손길이 고택 구석구석을 깨끗이 관리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기헌고택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국내 유일의 급제공원이 나온다. 법전강씨 집성촌 버제이마을에서는 그 어렵다는 대과 급제자가 무려 25명이 나왔다. 대과는 소과에 합격해야 응시할 수 있었고, 소과에 합격한 뒤에는 초시와 복시를 거쳐야 했다.급제자가 나올 때마다 솟대를 세우다 보니 솟대가 너무 많아 농사짓기가 힘들 정도였다는 말이 있다.현대에 와서는 13명의 사법고시 합격자를 배출하기도 한 것이 법전강씨 버제이마을.현자와 과거 급제자가 많이 나온 법전강씨 버제이마을에 솟대를 세웠던 전통과 역사를 알리는 곳이 급제공원이다.예로부터 봉화는 산이 깊고 물이 풍부해 세상을 등지고 숨어 살기 좋은 고을이라 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여유롭게 쉬어가는 봉화에서 선비의 절의와 살아있는 역사를 느껴보면 어떨까? /류중천 시민기자

2022-12-11

‘맛있는 추억’ 만들어 가는 청도 와인터널

경북 청도군 화양읍에 자리한 청도 와인터널은 옛 경부선 철로를 정비해 청도 반시 와인을 저장하는 숙성터널로 활용하면서 관광지가 됐다. 와인 숙성에 적합한 섭씨 15도의 온도와 60~70% 습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다.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입장할 수 있고, 3천원의 입장료가 있었으나 코로나 시기의 어려움을 감안해 현재는 한시적으로 무료 운영되고 있다.청도는 오염원이 없어 공기가 맑고, 일교차가 뚜렷해 질 좋은 과일 생산지로 유명하다. 청도를 대표하는 반시를 생과 판매에 그치지 않고 우수한 와인으로 만들어내 관광객을 유치한 청도군의 발상이 돋보이는 와인터널을 최근 찾았다.터널에 들어서자 쌀쌀한 기운이 가시며 따뜻하고 포근했다. 코로나 이전엔 방문객이 많아 북적였는데 이곳 역시 코로나 사태를 피해갈 수 없었는지 한산한 편이었다. 하지만, 꼼꼼하게 보고 즐길 수 있는 장점도 있어 이전 방문 때는 발견하지 못한 기념 와인들이 눈에 들어왔다.‘결혼 기념’ ‘회갑 기념’ 등의 글자가 적힌 각기 다른 크기의 병들은 주문이 가능한 와인으로 원하는 시기에 찾아갈 수 있다.보통 와인이라고 하면 외국산 포도주를 연상시키는데, 감으로 와인을 만들고 꾸준한 노력과 연구로 품질을 높인 청도 감와인은 어떻게 태어났을까?2003년 풍각농공단지 안에 자리한 (주)청도와인의 연구소가 과즙이 풍부한 청도 반시로 연구개발을 시작한지 5년 만에 와인 ‘감그린’을 개발했다. 쉽게 식초로 변해버리는 감즙을 와인 단계에서 숙성이 멈추도록 함으로써 세계 최초의 감와인을 만드는데 성공한 것.터널에서 만난 안내원은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담 만찬주로 사용되면서 이름을 알렸어요. 미국에도 수출했죠. 2012년 대통령 취임식 건배주로 사용될 정도로 유명합니다”라는 설명을 들려줬다.1km 길이에 높이 5.3m, 폭 4.5m 규모의 터널엔 반시(감)를 이용해 만든 15만 병이 넘는 와인이 저장·숙성되고 있다.“감의 씨에는 약간의 독성이 있어요. 그런데, 청도 반시는 씨가 없잖아요. 당도도 높아 와인을 만드는데 좋은 원료가 되죠. 포도보다 떫은맛을 내는 탄닌(Tannin) 성분이 20% 더 많다고 해요. 탄닌은 혈관을 튼튼하게 해주고 뇌졸중, 심장병, 치매예방에도 효과가 있답니다”라는 게 안내원의 부연이다.낮에는 터널 관광을 할 수 있고, 밤에는 불빛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청도 와인터널. 가까운 곳에 물 좋기로 유명한 용암온천에서 온천욕도 즐길 수 있다.젊은이들은 인근 남성현역에서 와인터널로 오는 경우가 흔하다. 남성현역은 평일 7회 운행, 주말은 5회 운행하므로 미리 기차 시간표를 확인하는 게 좋다.접근성이 뛰어나고 추위와 관계없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청도 와인터널엔 포토 존도 곳곳에 마련돼 있어 관광객들이 이른바 ‘인생사진’을 촬영하기도 한다.천장에 매달린 초대형 황금박쥐는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복을 준다는데, 거기엔 수많은 소원지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청도 와인터널을 찾아 소원을 빌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여행을 권한다. /민향심 시민기자

2022-12-11

금리인상·집값 하락에 경매시장도 찬바람 분다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으로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경매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연이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책에도 매수심리를 살리는 데는 역부족인지 매매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거래도 살아나질 않고 있다. 사진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9.4로 70선 아래로 떨어졌다. 지방도 크게 다르지 않아 지방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9.1로 80선이 깨졌다. 이는 한국부동산원 조사가 시작된 2012년 7월 이후 10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2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은 14.2%까지 곤두박질치고 있고 인천, 경기지역의 아파트도 낙찰률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두 차례 유찰된 경매물건은 최저 입찰가격이 감정가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저가 매수를 노린 응찰자들이 수십 명씩 몰리고 있다.지난해 감정가 7억7천500만 원에 책정된 서울의 아파트가 앞서 1차 유찰돼 이날 감정가의 80%인 6억2천만 원에 입찰이 진행되었지만 아무도 응찰하지 않았다. 주택매매 시장 장기침체로 집값은 떨어지는데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경매시장에도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감정가가 시세보다 높다 보니 한두 번 유찰은 기본이고 3회차도 입지가 좋거나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물건만 제한적으로 낙찰된다고 전문가는 보고 있다.타지역으로 이사를 가기 위해 집을 내놓은 정모(43·포항시 북구 양덕동) 씨는 “사정이 있어서 지난해 최고가에 사서 3천만 원 주고 리모델링까지 한 아파트를 4천만 원 손해 보고 내놓아도 집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 앞으로 매매가격은 더 내릴 것 같다. 2024년까지 하락장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더 내리기 전에 매도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전세라도 내놓는 게 좋은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포항시 북구 용흥동에 사는 박모(39) 씨는 “내년에 집값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사려고 하는데 문제는 내 집도 떨어진다는 거다. 빚이 없어도 물가가 올라서 힘든데 지금 시기에 대출을 많이 받는 건 무리인 것 같기도 해서 기다리는 게 좋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부동산 전문가에 따르면 “매매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한 경매시장에 물건은 계속 쌓일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 기조로 고금리가 유지되면서 경매시장에서도 매수세가 줄어든 상황이기 때문에 낙찰률, 낙찰가율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2-12-06

취미가 주는 즐거움과 안정감

갑자기 찾아와 어느덧 일상이 돼버린 코로나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외출과 만남이 제약되고 ‘코로나 블루’라는 신종용어가 생겨나고 외부보다는 집안에서 생활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집은 잠자고 쉬는 공간이 아니라 공부와 일을 병행하는 등 복합공간으로 바뀌기도 했으며 베란다 발코니는 홈캠핑장으로 변했다. 그러나 다들 외롭다.최근 축제로 인한 대형 사고라는 갑작스런 재난으로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게 되면서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에 관한 관심이 한층 늘어나고 있다.우리는 눈을 뜨면서부터 무수한 색채의 삶 속에 살아간다. 운동 삼아 다니는 길에 ‘희경미술교습소’ 간판이 눈에 자주 들어온다. 초등학생들이 그림 수업을 하는 곳이구나 생각만 하다가 그림의 색이 주는 막연한 궁금증에 교습소의 문을 두드려보니 능숙하게 솜씨를 뽐내는 다수의 성인이 그림그리기 삼매경에 빠져있었다.특히 아침이면 옷장을 뒤적이며 그날 기분에 맞는 색깔의 옷을 골라 입으며 삶에 녹아들던 직장생활의 기억이 추억이 된 은퇴자들도 열심이다. 수채화나 유화로 그림을 그리면서 취미생활로 인한 즐거움을 흠뻑 느끼고 있었다.포항시 남구 효자동에 위치한 희경미술교습소(원장 남희경)에는 유아부터 어르신까지 그림그리기에 한창이고 수업을 마친 초·중등 학생은 물론 입시 준비를 위한 고등학생도 적지 않다고 한다.4B연필 한 자루와 스케치북 한 권으로 시작하는 소묘에서부터 수채화 유화를 통해 색과 그림을 그리기에 취미를 가진 사람들은 나름대로 안정감 회복과 자신감을 가진 일상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특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받는 스트레스 해소와 자기 발전을 위하여 저녁 시간과 휴일에는 직장인들이 많아 취미가 주는 안정감에 한층 여유로워 보였다.평생학습의 역할에 진심인 기자도 그림그리기 기초 수업에 참여해보기로 하고 선 긋기와 원 그리기를 비롯해 수채화물감을 붓에 찍어 여러 가지 색깔을 조합해 표현해보니 생각보다 즐거웠다. 비록 마스크는 꼈지만, 취미를 공유한 사람들과의 새로운 만남도 색이 작품이 되는 그림그리기만큼 새롭고 신선했다.러시아 생리학자 S.W클라코보의 색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색을 활용한 그림그리기는 우울한 마음 회복과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붉은색은 자율신경의 교감신경을 촉진하고 푸른색은 부교감신경을 촉진하여 심리적 균형감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부모의 이혼으로 갈팡질팡 흔들리던 초등학생의 마음을 안정시켜 중·고등학생으로 성장해나가도록 한 경우가 있다. 사춘기 우울증으로 부모의 손에 끌려 연필을 손에 잡고 힘겨워하던 여중학생도 역시 아름다운 청년으로 성장했다. 인생 중후반기를 힘겨워하던 성인 취미생은 “누구를 만나서 풀기보다 혼자서 삭이던 지난 시간이 힘들었는데 취미를 가지면서 이야기를 해서 풀어나가는 여유를 가지게 됐다”고 말한다.외로움과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면 그 누구든지 취미의 즐거움이 심적 안정감을 주는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고 그게 무엇이든 취미에 빠져볼 만하겠다는 생각이다.희경미술교습소 남희경 원장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심리 안에 내재한 스트레스를 색감으로 표현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고, 또 아름다운 자연의 색을 통해 위로를 받을 수도 있어서 수강희망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마음을 채우는 취미 활동으로 그림그리기를 권한다”고 전했다. /이정숙 시민기자

2022-12-06

청송 지질공원에서 만나는 공룡 발자국

공기 좋고 물 좋은 신비한 자연과의 특별한 만남이 가능한 경북 청송, 숨겨진 자연의 이야기를 맘껏 누릴 수 있게 해준다. 또 지오투어리즘(Geo-tourism)을 할 수 있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국가지질공원과 공룡 발자국으로 조금 더 특별해진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과학적 중요성, 희귀성, 시각적인 아름다움, 교육적 가치 등을 지닌 지질 유산 지역으로 지질학적 중요성 외에 생태학, 고고학, 역사, 문화적 가치도 함께 지닌 특정 지역으로 보전, 교육 및 관광을 통해 지역 경제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청송 국가지질공원은 지질학적으로 단일한 지형 내에서 많은 고고학적 가치, 역사적 가치, 교육적 가치들이 묻어 있고 다양한 지질의 모양을 관찰할 수 있는 이곳을 명소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유네스코가 지정한 곳이다. 국가지질공원 내에는 신성리 공룡 발자국 명소가 있는데 이곳에서 약 1억 년 전 공룡의 발자취를 느껴볼 수 있다.청송에 누가 공룡 발자국이 있다고 상상이나 했을까? 공룡 발자국 지층은 단일 지층면에서 발견되는 국내 최대의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다. 약 1억 년 전 호수였던 이곳은 중생대 백악기의 퇴적암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목마른 공룡들이 물을 먹기 위해 찾아오는 길이었다.이때 퇴적물에 발자국이 찍히게 되고 가뭄이 이어지면서 발자국이 굳어지게 되었다. 퇴적물이 계속 쌓이면서 땅속으로 묻혔는데 신생대 초 한반도 지각 융기로 인해 지표면이 상승했다. 2003년 태풍 매미로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발자국이 있는 면이 노출되었고 2004년에 발견되었다.공룡 발자국은 총 400여 점이다. 발견된 공룡 발자국은 초식공룡인 용각류는 나무나 풀을 먹으며 네 발로 걸어다녔고 몸집이 크고 목도 길었다. 수각류인 육식공룡은 다른 공룡이나 곤충 등을 잡아먹었고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백악기를 누비던 공룡, 거대한 발자국으로 만나볼 수 있다. 신성리 공룡 발자국은 입구에서 과수원을 따라 한참 올라가면 나오는 절벽 사면에 자리하고 있다.청송 지질공원을 아이들과 함께 찾은 김모 (41·포항시 북구 장량동) 씨는 “‘신성계곡 지질 탐방로 지도’를 받고 가다가 공룡 발자국 안내판을 보고 반가웠다. 가까운 곳에서 백악기를 누비던 거대한 공룡의 발자국을 보며 아이들의 공룡 사랑을 채워줄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허명화 시민기자

2022-12-06

겨울철 볼거리 가득한 ‘울진’으로 오세요

울진군은 2022~2023년을 울진방문의 해로 정했다.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울진군에서는 ‘울진愛 GO BACK’ 이벤트를 진행해 많은 사람들이 울진을 찾도록 홍보하고 있다. ‘울진愛 GO BACK’은 “울진으로 GO!, 선물이 BACK!”이란 의미로 울진군 관광 안내책자를 신청해서 울진관내를 다양하게 즐기고 울진군에서 사용한 영수증과 관광책자에 동봉된 설문지를 울진군청으로 다시 보내면 지출 금액의 일정 부분을 특산품으로 돌려주는 이벤트다.관광책자는 울진군 문화관광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여행가이드-관광안내책자신청 탭에서 개인정보 입력 후 신청 완료하면 7일 이내에 우편물로 받아볼 수 있다.책자에는 선별된 관광지, 숙박, 음식점과 카페 정보까지 자세하게 기재돼 있어 울진을 좀 더 쉽게 여행할 수 있다.울진에서는 구수곡자연휴양림, 왕피천생태탐방로, 금강소나무숲길 등과 같은 힐링 장소, 성류굴, 덕구온천, 백암온천과 신선계곡 등의 명소 찾아 삼만리, 울진 대게와 붉은 대게 축제, 죽변항 수산물 축제, 울진금강송이 축제 등 색다른 축제, 하트해변과 죽변등대, 후포등대와 벽화마을, 등기산 공원과 스카이워크 등을 테마별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이벤트는 12월 말까지 진행된다고 하니 울진 여행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서둘러 신청하면 좋을 듯하다.울진에는 대나무가 많이 자생해 붙여진 죽변이라는 곳이 있다. 울창한 대나무 숲으로 우거진 이곳에 등대가 우뚝 솟아있다.최근에 가족과 함께 2004년 종료된 드라마 ‘폭풍속으로’ 세트장과 죽변 등대를 방문했다.하늘과 바다 사이에 붉은 지붕을 보며 TV 속 기억을 더듬어보게 된다. 등탑의 높이는 16m로 백색의 8각형 콘크리트 구조로 되어 있으며 2005년 경상북도 지방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되었다.등대 앞은 잘 꾸며진 외관 때문인지 죽변 인근 학생들의 졸업사진 촬영지로 많이 이용되기도 한다.모노레일인 죽변 해안스카이레일을 타고 가다보면 세트장 뒤편 하트 모양의 해변과 죽변 등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죽변 스카이레일을 탈 수 있는 정거장은 죽변 승하차장과 후정 승하차장이 있다. 하지만 죽변 승차장을 출발해 봉수항 정차장을 왕복하는 2.8㎞구간만 운행하는 듯하다.모노레일 내부에는 작은 선풍기와 창문이 있어 더운 여름에는 승차하기가 조금 꺼려지기도 할 것 같았다.주말에 긴 줄을 기다리는 것이 다소 지루하긴 했지만, 발아래 넓게 펼쳐진 바다를 보며 일주일의 빡빡함을 털어낼 수 있었으니 지루함보다 즐거움이 더 컸다./사공은 시민기자

2022-12-04

경산에 나눔문화 전파하는 ‘짹짹이 봉사자들’

사무실 한쪽에 김장매트를 깔고 노란 유니폼을 입은 ‘짹짹이 봉사자들’이 모여 김치를 버무리고 있었다. 봉사단의 공식 이름은 ‘MKYU 김장위원회’. 최근 그들을 만나 MKYU와 김장 나눔의 동기에 대해 묻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MKYU(MKYOU Universty·김미경과 당신의 대학)에서 자격증 취득과 스몰 비즈니스, 라이프머니 재테크와 자기계발 패키지 등을 함께 하는 사람들로 ‘다시 만나는 꿈 당신의 열정을 기원한다’는 뜻을 공유하고 있습니다”라는 설명이 돌아왔다.희망과 꿈을 모토로 온라인 강의를 주로 듣는 이들은 경산 지역 커뮤니티 공간에서 만나 친해졌고, 11~12월은 김장 시즌이라 학교에서 김장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김장 나눔 봉사가 진행됐다고 한다지난 5월 5일. 31명의 회원을 구성한 후 쓰레기 줍기, 스마트 스토어 등 재능기부 강의를 이어왔고, 미혼맘 단체 후원과 미혼맘 회원 아이들 무료 영어 수업 등의 봉사활동을 진행해왔다. 그 횟수가 더해질수록 보람 또한 커졌다.때마침 김장프로젝트가 진행되니 장소와 대상자 선정 등의 문제가 생겼다. 그러나 MKYU 학생들의 긍정적 마인드가 있어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됐다.들어온 지 한 달도 안 된 신윤서 신입회원이 중산동에서 운영하는 밀키트 전문점 동복리 제주갈치조림을 장소로 선뜻 내주었고, 김장 나눔 대상자 선정은 지역에서 봉사·나눔활동을 먼저 실천해온 선배에게 도움을 청했다.이렇게 그들은 김장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고, 그들이 담근 소중한 100포기 54통의 김치는 경산시 관내 독거노인, 한부모가정, 시각장애인, 신체장애인 등 꼭 필요한 곳에 전달됐다. 김장 나눔에 참여한 한 회원은 이런 소감을 전했다. “몸이 불편한 홀몸 어르신 댁에 배달을 갔는데 고맙다고 제 손을 잡고 우시는 거예요.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시작한 봉사활동이 이렇게 큰 의미로 다가올 줄 몰랐습니다. 이번 선택은 정말 잘한 일 같았요.”그 회원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서로 공감하는 내 편이 생긴 것 같다”며 “좋은 일을 하다 보니 봉사와 나눔의 길을 먼저 걸어온 선배님들도 만나 뭉쳐진 작은 힘이 큰일을 해낼 수 있다는 걸 배웠다”고 덧붙였다.경산에 거주하는 30~40대 젊은 회원들은 대부분 집에서 하는 김장에 익숙지 않다. 그럼에도 배추 한 잎, 한 잎에 양념을 바르는 그들의 정성은 경산 지역 나눔문화의 새로운 싹을 틔우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은 그들의 신념이 됐다. 나이를 잊고 모든 세대가 함께 꿈을 꾸고, 이룰 수 있다는 용기를 얻어낸 것이다.“젊은 희망으로 인생을 시작하는 중”이라며 밝게 웃는 짹짹이들의 모습에선 희망과 순수가 넘쳐났다.본인들의 꿈이 꼭 이루어질 것이라 믿으며 이타심으로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설레는 일이 분명하다. 경산 짹짹이 봉사단의 에너지와 선한 영향력이 경산 전역에 넘쳐나길 소망해본다./민향심 시민기자

2022-12-04

‘설공찬전’을 아시나요?

오랜만에 함창읍 거리가 떠들썩하다. 최근 열린 ‘제1회 설공찬전 문화제’ 퍼레이드를 구경하는 주민들의 눈빛도 분주했다. 최초의 한글 소설로 알려진 ‘설공찬전’은 상주시 이안면 쾌재정에서 채수가 지은 책이다.당시 조정에서는 사회 질서를 문란하게 한다는 이유로 금서로 지정되고 소각되는 수모를 당한다.‘설공찬전’은 “녜 슌창의셔 사던 셜충란…(옛날 순창에서 살던 설충란…)”으로 시작한다. 순창이라는 두 글자와 설씨 집안 사람들이 등장인물로 나온다는 이유로 전라도 순창에서는 ‘설공찬전 테마관’을 짓고 뮤지컬, 음악제, 연극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있다.반면 ‘설공찬전’이 지어지고 지은이가 살았던 곳에서는 이를 주제로 한 문화행사가 없는 실정이었다.“채수 선생은 조선 최고의 문장가요, 선비요, 경세가입니다. ‘설공찬전’은 당시 유교 질서에 반하는 윤회화복 사상과 남녀평등 사상을 담고 있는 문제작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채수와 ‘설공찬전’을 대하는 태도는...”이번 행사를 주관한 낙동강문학관 박찬선 관장은 지금부터라도 지역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문화 창달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인사말을 전했다.이번 행사는 낙동강문학관과 상주예총이 함께 기획 운영한 것으로 ‘채수가 꿈꾼 세상을 만나다’란 주제로 개최됐다.함창초등학교, 함창중앙초등학교, 함창중고등학교, 상지여자중학교 학생들이 모두 참가했고, 생활예술공동체 ‘모과’와 함창풍물단, 바투카다 연주팀, 함창예술인 등 500 여명이 함께했다.이에 앞서 ‘찾아가는 설공찬전 수업’을 각 학교에서 진행했고,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채수와 ‘설공찬전’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또한 예술인과 학생들이 함께 퍼레이드 용품을 만들어 거리 행진을 하는 등 내실을 다지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퍼레이드는 함창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집결해 함창역까지 진행됐고, 함창역을 무대로 문화제가 이루어졌다.특히 ‘설공찬전’을 새롭게 쓴 ‘신 설공찬전’ 그림동화가 선보였고, 라이브 드로잉 김민우 작가의 퍼포먼스, 그리고 세계 최초로 설공찬전 판소리 공연도 동시에 열렸다.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학생들의 열기와 지역 어르신들의 따뜻한 온기가 어울러져 만들어낸 ‘제1회 설공찬전 문화제’가 앞으로 100회를 거듭하길 기원해본다./김동수 시민기자

2022-12-04

부동산 비규제지역과 LTV완화… 내 집 마련 가능할까

얼어붙은 주택 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 완화 발표가 잇따르면서 청약, 대출 등 달라지는 요건들에 부동산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0일 국토교통부는 서울과 경기 성남(분당, 수정), 과천, 하남, 광명 등 경기 4곳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을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불과 두 달 전인 9월 세종을 제외한 지방 전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한 데 이은 추가 규제 완화 조치다.이번 규제 해제로 묶여 있던 지역들은 주택 매수에서 숨통이 트고 있다. 첫 번째가 주택담보대출(LTV)이 최대 70%로 확대되고 유주택자 역시 대출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주택총부채상환비율(DTI)은 60%로 상향되며, 대출 시 전입 조건이나 처분 조건 등도 적용받지 않게 된다. 따라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가 사라지고 주택을 보유하는 한 장기보유 특별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게 된다.정부의 이번 규제지역 해제 조치 결정에는 올들어 지속되고 있는 주택 가격 하락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주택매매가격지수는 올 6월 하락세로 전환된 이후 9월까지 4개월 연속 하락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변동률 역시 7월 ·0.08%에서 8월 -0.29%와 9월 ·0.49% 등으로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 이번 조치가 침체한 부동산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을 올려서 대출을 완화했지만, 소득을 기준으로 상환 능력을 평가해 대출 원리금을 계산해 대출을 해주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아직 그대로라는 점이 지적된다. 대출 이자는 올랐는데 소득은 그대로여서 오히려 대출 금액은 줄어들게 된다. 금리도 계속 오르고 있어서 수입이 일정한 직장인들의 대출 한도는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대출 금리가 올라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4억 원(30년 원리금균등상환)을 3%에 빌렸다면 월 원리금은 168만 원이지만 변동금리가 적용돼서 7%를 적용하면 매월 부담하는 원리금은 266만원으로 100만 원가량 더 내야 한다.40대 직장인 조모(43·포항시 북구 두호동) 씨는 “시세보다 1~2천가량 저렴하게 나와 매수하려고 한다. 하지만 여유자금이 없어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대출 한도도 줄고 금리가 너무 높아 고민”이라고 말했다.전문가들 또한 냉정한 평가다. 먼저 고금리로 인해 청약시장이 지난해만큼 활기를 띄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 유도는 좋지만 맞는 방향이라고 선뜻 동의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허명화 시민기자

2022-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