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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바다를 그린 시(詩)

김순희 시민기자
등록일 2024-11-12 19:28 게재일 2024-11-1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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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수 작가 포항 소재 추상화<br/>‘LINE ART’展 15~28일 선봬<br/>
포항의 바다를 함축해 시(詩)로 그린 김은수 작가의 대표작이다.

내게 포항 바다는 늘 수필이었다. 해안선이 어느 도시보다 길어서 구불구불할 이야기도 많은 곳, 영일만이 있어서 바다에서 해가 뜨는 것, 바다에 해넘이가 비치는 것도 다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런 포항 바다를 소재로 시를 쓰는 작가가 있다.

김은수 작가는 이번 전시회는 포항을 소재로 추상화를 그렸다. 추상화는 사물을 눈에 보이는 것처럼 자연적,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점, 선, 형, 면, 색 등 순수 조형 요소만으로 작가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반대 개념은 구상화이다. 보통 부드러운/회화적 필치로 이루어진 것은 뜨거운 추상, 직선/기하학적으로 간단명료하게 구성된 것은 차가운 추상이라고 부른다. 앞의 예로는 칸딘스키가 있고, 뒤의 예로는 몬드리안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민화가 그 역할을 자처했다. 19~20세기 조선에 침략했던 일본, 프랑스에선 “조선의 추상미”라며 싼값에 대량으로 민화를 방출해갔다. 일본에는 야나기 무네요시란 사람이 그 가치를 보고 잔뜩 사 갔으며 민화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이후 교토 일본 문예관을 세워서 전시 중이다.

작가는 자신이 그리는 추상화가 문학에서 시와 같다고 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서 진정성을 추구하는 것이 수필이라면 자연을 선과 면 색으로 압축해서 표현했으니 시에 비유한 것은 적절하다. 대표작 ‘Starry Starry Night’을 보았을 때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에’가 떠올랐다. 소용돌이치는 푸른색의 일렁거림에서 고흐가 그린 밤하늘이 느껴졌다. 작가는 포항이 고향이 아니지만 리스트 연구소에 근무하는 남편을 따라 삶의 터를 옮겨왔다. 이젠 고향이나 다름없다는 포항의 바다가 작품의 소재가 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포항은 바다가 늘 가까이 있다. 출근길에는 아침 햇살에 비친 바다의 윤슬을 마주하고, 불꽃축제 또한 바다를 배경으로 쏘아 올린다. 김은수 작가에게도 많은 영감을 던지게 되었다.

작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고 한다. 작가를 가장 사랑한 한 사람을 말하라면 단연코 아버지라 말할 거라며 흐믓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서 세상 살면서 헛헛함 없이 안정감을 가지고 살 수 있었고, 처음 미대를 준비했을 때 반대하시던 부모님도 대학 합격하니 누구보다 기뻐하셨던 분이 아버지셨다. 지금은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항상 작가의 보호자이며 작품활동에 영향을 준다고 전했다.

김은수 작가는 인공적인 것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한다. 특히 나무가 많은 숲과 산을 좋아한다. 그림의 모티브가 되는 부분 또한 자연이 주는 감성과 이야기를 추상적으로 표현한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한 것들을 표현하는 것을 즐기는데, 예를 들면 사랑, 진리, 현상, 감성, 시절의 느낌 등 말하고 싶은 것을 선과 색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포항은 바다뿐만 아니라 산과 숲까지 있어서 김은수 작가에게 안성맞춤인 도시이다.

작가는 삶을, 그림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또 다른 요소로 여행을 꼽았다. 매년 시간을 따로 내어 긴 여행을 떠나 작품의 영감을 받으려고 했다. 프랑스 파리의 모네의 정원을 거닐고는 집으로 돌아와 그 느낌을 그림에 고스란히 담아냈다고 한다. 이렇게 ‘물빛 편지’, ‘불꽃 자수 놓은 도시’, ‘NODE’ 등의 추상화가 그려졌다.

오는 11월 15일부터 28일까지 ‘LINE ART’라는 제목으로 상생갤러리에서 그림 전시회를 연다. 포항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은 이번 전시가 네 번째이다. 전시를 찾는 관람객을 생각하며 오래 밤을 새우며 김은수 작가가 붓으로 그려낸 시가 포항의 가을을 풍성하게 채울 것이다. 월요일은 휴관이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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