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民畵)는 말 그대로 ‘민초의 그림’이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된 민화는 신석기시대 암벽화의 동물그림, 고구려 벽화의 불로장생을 기원하는 장생도(長生圖), 백제 산수문전의 산수도 등등이 한국 민화의 연원을 밝히고 있다. ‘서민들의 정감이 표현된 대중적인 그림’으로 정의되는 민화는 일상생활과 직결된다. 복을 빌며 나쁜 기운을 쫓고 경사스러운 일을 맞기를 바라는 밝고 화려한 색감으로 고된 민초의 삶을 위로하고 어루만진다.
아트포항운영위원회(위원장 장미화)가 주관하는 한국-튀르키예 국제미술교류전이 올해로 3년째다. 지난 2년은 이스탄불에서 화려하게 전시를 했지만 올해는 지난해 2월 튀르키예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말라티아(Malatya)에서 이재민들을 위로하는 의미를 담아 대중들의 꿈과 희망, 안위를 바라는 ‘한국 민화’를 주된 작품으로 전시했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포항국제아트페어 2024’는 지난 8월 ‘조화의 즐거움’을 주제로 서울을 시작하여 9월은 포항, 10월은 11일~16일 말라티아 문화예술센터에서 한국 정서가 담뿍 담긴 포항 작가들의 현대·전통 민화 작품과 다수의 서양화를 전시하며 성황리에 마무리 했다.
튀르키예에는 지진 피해가 심했던 말라티아와 이스켄데룬 두 지역에 지진 피해 이재민을 돕기 위한 520여동의 임시 컨테이너 주택이 한국인들에 의해 ‘한국마을’이라는 이름으로 건립되어 있다. 아트포항은 전시장에서 가까운 말라티아 한국마을 문화센터에서 지진으로 인한 이재민들의 트라우마에 도움이 되는 미술심리치료 수업도 하며 현지 이재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이정옥 작가의 현대 민화 ‘약속의 땅’이 신념이 강한 현지 젊은이의 종교적 오해로 인해 논쟁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민화의 속성이 종교와 무관하며 현세적인 염원을 주제로 한 한국 선조들의 추상화라고 할 수 있고 대중미술로서 서로의 삶을 위로하고 안위를 바라는 데 있다는 통역으로 오히려 더 좋은 이미지를 얻기도 했다. 또한 아트포항운영위는 전시 개막식 때 참석하기로 예정 했으나 갑자기 악화된 건강으로 참석하지 못한 한국전쟁 참전용사(96세)를 한-튀 교류협회와 함께 찾아뵙고 진심을 담아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말라티야 Sami Er 시장은 한국 최초의 민간교류 전시라고 반가워하며 고맙고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K-문화를 알리는 데 자신감을 얻은 장미화 위원장은 다음 전시 작품으로 한국의 정겨운 모습을 담은 어반스케치를 계획하고 있다. 포항의 아름다운 모습과 한국 정서가 담뿍 담긴 우리 지역 작가의 어반스케치 작품으로 한류의 흐름에 동행할 또 다른 준비를 하고 있다.
2012년 ‘강남스타일’의 대히트를 기점으로, 외부 문화에 관심이 적은 영미·서구문화권에서도 한류 열풍이 일기 시작했고 뒤를 이어 방탄소년단 등 많은 K-POP 그룹이 그 열풍에 불을 지폈다. 지금은, K-문화는 물론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에까지 영향이 미친다. 중국이 한국을 통째 자기네 문화로 엮고 싶어 하는 것을 역으로 보면 문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다.
전시회 마지막 날인 10월 16일, 말라티아에 규모 5.9의 지진이 또다시 일어났다. 더는 이재민이 생기지 않길 간절히 바라며 아트포항이 준비했던 포항작가들의 민화 작품과 미술심리치료 프로그램이 그들에게 많은 위안이 되었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박귀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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