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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파도 넘실·시원한 바닷바람… 가을 감포해변 산책 어때요?

박선유 시민기자
등록일 2024-11-14 18:18 게재일 2024-11-1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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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포항·해국길 벽화 등 볼거리·즐길거리 널려
짙푸른 감포 바다가 반기는 가을이다.

경주의 매력 중 하나를 꼽자면 1시간 내로 산이든 바다든 갈 수 있다는 점이다. 가을 바다를 보러 가는 길은 옛길이 좋다. 가을볕을 온통 쏟아 부은 듯 단풍이 곱게 물든 산이 창 위로 비쳤다. 좀 더디게 걸려도 굳이 돌아가는 이유다. 예년보다 늦은 느낌이지만 가을을 느끼기엔 충분하리만치 보기 좋게 물들었다.

바다가 모습을 드러낼 쯤 말린 가자미들이 함께 눈에 들어온다. 바람이 부는대로 이쪽저쪽 흔들리며 얇은 몸이 더 얇아져 가고 있다. 빨간 양념에 물엿이 더해져 윤기가 반지르르한 가자미 한 점을 갓지은 밥에 올리면 그야말로 밥도둑이다. 매콤짭짤한 맛에 고소함이 배어나온다. 그 맛을 아는 사람들이 고향을 찾을 때면 꼭 사들고 가는 것이 말린 가자미다. 이 근방에서만 잡힌다는 참가자미회는 경주에 오면 꼭 먹어야 할 음식 중 하나다.

가자미에 정신이 팔린 사이 달 ‘감(甘)’자를 쓰는 감포항에 도착했다. 감포항은 경주 최대 어항으로 내년이면 개항 100주년을 맞는다. 감은사지 3층 석탑을 음각화한 등대 쪽엔 나들이 나온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항 근처엔 많은 강태공들이 자릴 잡고 있었다. 몇몇은 조금 위험해 보이는 위치에서도 개의치 않은 듯 낚시에 열중하고 있다. 점심을 먹지 않고 넘어온 터라 어묵과 컵라면으로 배를 채우고 어슬렁어슬렁 낚시꾼들의 바구니들을 기웃거려보았다. 자잘한 고등어 정도는 제법 잡히는 모양이다. 예년엔 7월부터 숭어가 잡혔는데 올해는 구경도 못하고 있단다. 기후 탓일까?

한 무리의 비둘기떼가 방파제에 가득 올라앉아 있다. 바닷가에 갈매기가 아닌 비둘기라니. 회색 장화의 밀착력이 생각보다 좋은지 둥근 테트라포드 위에서 꽤 안정적으로 위치해 있었다. 예전부터 유난히 비둘기를 귀여워하던 아이는 비둘기들이 균형을 못잡고 바다에 빠지면 어쩌나 걱정이 한가득이다.

숭어도 비둘기도 뒤로 한 채 바닷가로 쭉 이어진 데크를 걸었다. 날이 좋아 그런지 유난히도 반짝거리는 윤슬에 눈이 아플 정도다. 바닷바람을 한참 맞은 후 시장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시민기자는 10여 년 전쯤 해국길 벽화 사업에 참여했었다. 야외 작업이라 차가운 바닷바람과 따가운 볕을 생으로 온전히 받아내야 했다. 한 달 남짓 골목을 해국으로 채워나가는 동안 주민들은 많은 관심과 정을 내어주셨다.

오래된 가옥들, 좁은 골목길, 아기자기한 벽화들이 어우러져 동화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판자로 가려져 있던 목욕탕은 카페가 되어있다. 지금은 덧칠과 수정으로 많이 달라진 모습이지만 예전 그 기억이 좋아 감포에 가게 되면 해국길을 꼭 들르게 된다. 꼬맹이는 요즘은 보기 힘든 좁은 골목길을 신기해했다. 그리고 간간이 그대로 살아남은 엄마의 꽃 그림을 발견하게 되면 굉장히 뿌듯해했다. 자랑스런 엄마의 흔적들 앞에서 몇 차례 기념촬영을 마치고 가을 바다 산책은 마무리 되었다. 가을은 산도 바다도 모두 좋은 계절이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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