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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포항 반려동물 동반 여행 전문인력 양성

저출산과 고령화로 1인 가구, 자녀 없이 부부만 사는 가구의 증가 등 인구구조의 변화가 급변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까지 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604만 가구, 총 1천448만 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수가 약 5천만 명인 것을 고려하면, 4명 중 1명이 반려인인 셈이다.이처럼 반려인 수가 증가하면서 현재 반려동물 산업은 반려동물 돌봄, 건강, 의료, 교육, IT서비스 등 관련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특히 MZ세대가 반려동물 관련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고 소통하면서 소비증가의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pet+family)’의 증가로 반려동물용품이나 서비스 고급화를 추구하는 소비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다.이에 따라 반려동물산업도 더 전문화, 세분화하는 추세다.이렇게 반려견에 대한 인식이 아직 체계화되지 않은 척박한 지방 현실에, 포항에서 최초로 반려인과 반려견이 함께 할 수 있는 여행을 담은 투어를 위해 관광가이드인 ‘펫가이더’라는 전문인력을 교육 양성하는 커리큘럼이 마련돼 호응을 얻었다.문화기획사 (주)문화밥이 주관하고 (주)펫츠고 트래블에서 협력해 다양한 분야의 강사들을 초빙해 펫투어에 필요한 교육을 최근 이틀간 실시했다.포항에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인 숲길과 해파랑길, 관광지들을 예술과 함께 융합하는 스토리 텔링의 펫투어를 지향하며 사랑하는 반려견과 함께 즐기길 바라는 펫투어에 도전장을 내민 (주)문화밥의 야심찬 기획이다.펫투어의 가능성을 엿보며 포항의 관광을 알리고자 (주)펫츠고 트래블 대표와 강사들의 교육을 받고 전문적으로 펫가이더를 양성키 위해 하루는 이론 중심으로, 하루는 실기 중심의 실전을 통해 반려동물 중심 여행을 위한 교육이 진행됐다.이론교육에서 반려견의 특성과 교육, 케어를 비롯 반려견과 반려인을 연결하는 중심의 펫가이더와 반려견 동반 여행 플래너까지의 영역으로 실무에 가깝게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수강생에게도 교육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교육을 마친 다음 질의와 토론으로 한 번 더 공고히 교육해 전문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진행됐다.포항에서 앞으로의 미래 펫투어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질문에 이태규 (주)펫츠고트래블 대표는 “오늘 펫가이더의 수업에서의 열정이 대단함을 느꼈다. 이런 열정이면 포항이 가지고 있는 바다, 자연이나 장소들을 반려동물들과 여행할 수 있는 시장이 넓혀질 것이다. 문화밥 또한 반려견을 생각하는 마인드를 가지고 계시니 앞으로 여행과 더불어 함께 발전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지자체에서 많은 관심과 협조 부탁드린다”고 말했다.문화중심 워라벨 추구라는 현시대의 반영을 그대로 재현키 위한 ‘반려동물 전문인력 양성’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포항에 관광산업 붐을 다시 일으켜 새로운 상권 형성과 청년들의 활력을 불어넣는 데 일조하기를 희망한다. /허지은 시민기자

2022-10-25

‘1천원의 행복’ 복권, 건전한 문화로 정착

2002년에 시작된 로또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로또가 출시되면서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복권으로 자리를 잡았다.판매액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복권은 당첨 확률과 당첨금 등을 종합해 계산하면 사는 즉시 손해지만 많은 직장인, 자영업자가 복권을 구매한다.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녀 10명 가운데 6명꼴로 1년에 한 번 이상 복권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또 설문조사 기관인 입소스코리아에서 1천20명을 대상으로 한 면접조사 결과에서도 10명 중 7명이 ‘복권이 있어서 좋다’라고 응답했다.팍팍한 서민의 삶에 그래도 위안을 주는 게 ‘복권’이라고 여겨서다. 소액인 1천원으로 ‘1등 당첨’을 기대하며 고단한 일주일을 즐겁게 보낼 수 있으니 가장 저렴한 여가문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복권은 사행산업이다. 특정한 표를 구입한 다음 정해진 조건에 맞아 당첨되면 당첨금을 당첨자에게 몰아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실제로 2003년 ‘로또’ 열풍이 불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복권 판매액이 6조 원에 육박해 역대 최고액을 갈아치웠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목돈을 노리는 ‘한탕주의’가 확산한 영향으로 분석된다.사행성을 줄이려고 기획재정부 산하 복권위원회의 관리하에 공인하여 운영하고 있다.또 복권 건전문화캠페인도 벌여 시민들의 건전한 복권구매 습관을 전파하고 있다.2008년부터 행복공감봉사단을 만들어 봉사활동을 전개하며 복권의 나눔정신을 알리고 있는데 그 결과로 국민 사이에서 ‘복권은 당첨 안 돼도 좋은 일’‘복권은 나눔 행위’란 긍정적 인식이 높아졌다.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의 조사에서 20대 1천49명 중 ‘복권 수익금이 사회적으로 이롭게 쓰인다’는 응답이 31.2%로 나왔다.복권 판매 수익금은 총판매액에서 약 51%가 당첨금으로 지급되고 판매수수료, 유통비 등을 제외한 41% 정도가 복권기금으로 조성된다.복권기금 41% 중 65%가 복권위원회에서 선정한 소외계층, 여성, 한부모가정 등 사회적 약자에게 더 많이 배분될 수 있도록 해마다 사업을 조정하고 있다.이처럼 복권은 개인의 행운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공익사업에 사용됨으로써 사회적 나눔도 실천하고 있다.재미 삼아 복권을 산다는 주부 오 모(41·포항시 북구 창포동) 씨는 “꼭 일확천금을 꿈꿔서가 아니라도 가끔 복권을 살 때가 있다.주위에도 보면 복권에 대해 대부분은 당첨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소액으로 일주일의 즐거움이 있고 좋은 일에도 쓰인다고 여기니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허명화 시민기자

2022-10-25

그리움 가득한 ‘아람 옛길’을 걷다

봉화 늘미마을을 지나 산길을 지나고 곱게 휘어진 강변 길. 일상의 고됨도 잊고 천천히 걸어보라는 정겨운 고향길 같은 오지 길이다. 화전민들의 삶의 애환이 느껴지는 길을 따라 가을을 만끽한다.낙동강 물소리가 아름다운 오솔길, 세상에 무심한 산천, 이런 고립감도 참으로 여유롭다. 오지는 농도 짙은 외로움과 세상으로부터 해방, 자유로움이 공존하는 곳. 늘미마을에서 아람마을까지의 오지 길은 자연의 청정함을 가지고 있다‘아람 옛길’은 옛날 봉화 명호면 재산면의 주민들이 춘양장을 보러 다니던 길로 늘미마을 아람 옛길 이정표를 시작으로 눌산쉼터-윗마그내-멀골-솔밭쉼터-석문-자라바위-아람솔밭 등으로 이어진다.우물이 두 군데 있고, 샘이 세 군데 있는 옛사람들의 삶이 녹아있는 정겨운 길이기도 하다. 오지의 한두 채 집과 가을걷이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오랜 세월이 깃든 풍경과 현재의 삶이 어우러진 길이 이어진다. 산봉우리가 파도처럼 다가서고 확 트인 시야가 세상에 없는 쉼을 준다.시간이 멈춘 풍경 속에 헛헛한 사람살이의 그림자가 스멀스멀 비친다. 강이 내려다보이는 산마루에 서니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가슴 깊숙이 전해온다. 강물과 길이 만나는 자리에는 솔숲이 쉬어가도록 자리를 내어주고, 흐르는 물 소리 바람 소리 그윽할 때 초록빛 물길이 산자락을 휘감는다.아람솔밭에서 바라보면 지척에 와호정사라는 정자가 빼어난 경치와 함께 자연 속에 들어앉았다. 정자 앞 바위가 거위의 형상을 닮아 이곳 지명을 ‘아람’이라 했고, 한자 표기로 아호라했다고 한다.빛바랜 사진첩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도 보이고, 지금은 폐교가 돼 마을 된장을 만드는 사업체로 운영되는 눌산분교에서 아람 옛길이 시작해 야트막한 고갯길을 넘으면 마그내재다. 여기까지는 포장이 된 도로이며, 이곳을 벗어나면 비포장 산길로 접어든다.멀골 솔밭에서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아람 솔밭까지는 강줄기를 따라간다. 옛사람들이 걸었던 낙동강 강 길에서 또 하나의 옛이야기를 찾는다.옛날 봉화 눌산리 아람마을에 잘생긴 김씨 도령이 살고 있었고, 건넛마을에는 맘씨 고운 낭자가 살았다고 한다. 둘은 서로 사랑했는데 어느 해 마을에 큰 홍수가 나서 헤어지게 된 두 사람이 슬픈 인연을 잊지 못해 서로를 그리워했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다. 아람 옛길은 이처럼 서럽고도 아름다운 설화도 품고 있다.아람 옛길은 옛날 사람들이 장 보러 다녔던 삶의 길이었고, 그 삶의 체취를 그리워하는 이들은 고향 가는 마음으로 다시 길을 걷는다. /류중천 시민기자

2022-10-23

걸으면서 건강도 챙기고, 생활에 활력을

울진도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다. 짧은 티셔츠를 입고 다닌 지가 엊그제 같은데 요즘은 일교차가 커서 자연스레 외투를 챙기게 된다. 우연히 길을 거닐다가 ‘울진군민건강 걷기대회’ 포스터를 보게 됐다. 걷기는 심장과 폐의 기능 강화, 혈압 조절, 지방연소를 촉진해 뱃살을 제거해주는 효과가 있다. 운전을 하고 아이가 생긴 후에는 짧은 거리도 차를 타고 움직이게 돼 운동량이 많이 줄었다.걷기 코스는 연호공원 광장에서 출발하여 남대천산책로, 은어다리를 건너 염전주차장을 반환점으로 왕복하는 것으로 4.8km 정도를 걷게 됐다. 코스를 확인한 후 아이와 함께 신청을 했다.‘울진군민건강 걷기대회’는 울진군에서 일상에 지쳐있는 군민들의 건강관리와 군민들의 화합을 위해 매년 개최하는 대회다. 예년에는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각 1회씩 지역별로 열렸으나 올해는 지난 8월에 울진 남부지역인 후포, 10월에 울진 중부지역인 울진읍, 남은 기간에 울진 북부지역인 북면, 총 3번이 열린다. 식전행사가 끝나면 건강체조를 해서 갑작스러운 운동으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근육을 풀어준다. 징소리와 함께 참가자들이 걷기 시작한다. 친구들과 함께 온 초등학생, 부모님의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걷는 아기들,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온 3대, 웃으며 이야기하는 부부와 가족 등 다양한 참가자들로 가득하다. ‘뚜벅이 어플’을 통해 기부자들의 10억 걸음이 모이면 사회공헌 활동 기업에 의해 울진산불 피해지역에 3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수 있다. 참가자들은 건강함과 기부에 동참하기 위해 기분 좋게 출발했다.출발지점과 반환지점에 물이 준비돼 있으며 안전을 위해 자원 봉사자들이 배치돼 있었다. 초반에는 비슷한 속도로 걷지만 중반부로 갈수록 반환점에 일찍 갔다 오려고 뛰는 초등학생들도 보이고 아이와 함께 속도를 맞춰 가기 위해 천천히 걷는 부모님들도 보인다. 반환점에서는 스크래치 복권을 나눠주고, 완주하면 간식과 소정의 참가품도 받을 수 있었다.모든 참가자들이 완주를 하고 출발지점인 연호광장에 모여 다양한 경품을 받았다. 사회자는 코스를 걷는 동안 가장 많은 걸음을 걸은 참가자에게 깜짝 선물을 주기도 했다.이전엔 딸아이가 가지고 있던 번호가 호명이 돼 서큘레이터를 경품으로 받았는데, 올해는 내 이름이 호명되길 기대해 봤지만 꽝이다. 29일 울진군민체전을 홍보하는 사회자의 말을 끝으로 참가자들은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공은 시민기자

2022-10-23

우리동네 사랑꾼 ‘경산떡집 갱수기’

경산시 중심에는 시민들의 삶과 애환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경산시장이 있다. 그곳에선 경산떡집 ‘떴다 사랑꾼 갱수기’ 이경숙(61) 대표를 만날 수 있다. 올해로 떡 만들기 경력 20년차로 경산시장에 뿌리를 내린 것은 지난 2008년.이 대표의 떡은 다양한 종류에 놀라고 맛에 놀란다는 소비자들의 평가를 듣고 있다. 통팥을 삶아 얹은 팥시루떡, 밤과 콩 등을 넣은 영양떡, 무늬를 새겨 넣은 절편, 감자떡, 바람떡 등 종류도 20여 가지나 된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어디 그뿐인가. 이경숙 대표는 30대 후반에 중방동 자율방범대 초대회장을 맡아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이후 교통봉사, 노인들을 위한 급식봉사 등을 하면서 단체의 총무, 이사, 부회장, 회장을 지내며 종횡무진 뛰는 바람에 ‘떴다 갱수기’란 별명까지 얻게 됐다.“사업이 주업입니까? 봉사가 주업입니까?”라고 물었다.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봉사는 이제 중독이 된 듯합니다. 무엇이 주업이든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이웃들이 어느 날 그러더라구요. ‘떡집 망할 일 있냐’고. 또 아이들 돌보는 건 등한시 한다고 손가락질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주어진 몫과 역할은 다른 것 같습니다. 하려 하면 못할 게 없는 무한대의 힘이 나오나 봐요. 떡집도 그런대로 잘 됐고, 아이들이 바르게 잘 자라 당당한 성인이 됐으니 고마운 일입니다.”역시 봉사로 다져진 내공은 달라 보였다. 떡을 사러 온 단골손님이 있어 이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 소개를 부탁했다.“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대하죠.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대할 때는 본심으로 대하지요. 제가 알기론 떡을 준비할 때 쌀을 몇 되씩 더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예상보다 조금이라도 더해서 이곳저곳에 나눠야 하기 때문이라더군요. 옆집 장애인가정도 이곳 단골인데 몸이 불편해 자주 못 나오는 걸 알고 현관 손잡이에 떡을 걸어놓고 가시는 거예요. 알고 보니 그렇게 나누는 떡이 상당하더라고요. 그건 누가 시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손님의 말이 길게 이어지자 이 대표가 말을 막았다. “아이고 왜 이러세요. 부끄럽게. 하하.”이 대표는 말한다. 봉사가 늘 쉽지만은 않았다고. 특히 가까운 사람들이 “봉사는 무슨 봉사야. 떡 팔려고 하는 거야”라고 말할 때가 그랬다. 단체 임원을 할 때도 욕심이 많다는 비난을 들었지만, 스스로 진정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런 이야기도 아무렇지 않게 들어 넘길 수 있었다고 한다.“저는 앞으로도 그냥 하던 대로 할 겁니다. 나이를 먹었으니 그만한 값도 해야죠”라며 이 대표가 해맑게 웃었다.시대가 변하니 시장도 예전 같지 않아 손님의 발길도 줄었고, 서구식 입맛에 맞는 빵에 밀려 떡의 매출이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그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이 대표 부부는 끊임없이 맛과 영양을 담은 상품을 개발했고, 배달판매와 택배판매, 방문판매 등으로 판로도 넓혀가며 떡집 이름을 알리고 있다.긍정의 아이콘 ‘갱수기 언니’. 하나둘 모여드는 사람들에게 “출출하겠다”며 담아내는 떡 접시에 담긴 사랑은 과연 얼마나 큰 것일까? 훈훈한 인심에 정답게 웃는 시민들 모습이 아름다웠다. /민향심 시민기자

2022-10-23

청년들이 만드는 경주의 문화, 마카모디

친근함과 뭔지 모를 이국적인 세련미를 떠오르게 하는 단어 ‘마카모디’.경주에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아 경주의 환경적, 인문학적,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한 로컬콘텐츠를 만드는 ‘마카모디’가 있다. ‘마카모디’는 모두 모여라는 뜻의 경상도만의 언어라 한다.마카모디는 2022년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감포를 배경으로 한 ‘가자미 마을’을 조성하게 된다. ‘청년마을’ 조성사업은 지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청년들에게 청년 활동공간과 주거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살이 체험, 청년창업 등을 지원하는 행안부 사업이다.특히 마카모디는 감포의 목욕탕을 앵커 공간인 ‘1925감포’로 운영하며 지역민들과 함께 ‘기억을 담는 목욕탕’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들이 만들어가는 감포는 ‘가자 미래로’라는 슬로건에 감포의 특산품인 ‘가자미’를 접목한 ‘가자미 마을’이다. 가자미를 매개로 식당과 영화제작, 마을 여행 등 예능 콘셉트의 관광마을을 만들 예정이다.마카모디는 지난해 7월 17일 경주 산내의 폐교에서 ‘마카모디 생산자 마켓’을 열기도 했다. 자연과 어울려서 좋고 생산자들이 직접 만든 농산물과 제품을 구매해서 좋고…. 다른 곳과 다른 점은 마켓에 입장하는데 입장료가 아닌 ‘입장마카’를 구입하여야 한다는 것이다.이 입장마카는 생산자들에게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해 주기 위해 시작했으며 5천 원, 5마카로 하루 마켓에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생산자들을 위하는 최소한의 대우라고 한다. 제품을 구매하고 야외에서 동네 사람들이 직접 기르고 재배한 농산물을 사서 먹으며, 작은 연주회도 감상하며 함께한다는 여운이 오래도록 남은 마켓이다.시민기자는 마카모디는 ‘모두 모여라’라는 의미를 가지고 최소한의 서로에 대한 배려가 강하다는 이미지를 받았다. 그런 마카모디가 감포에서 오래된 목욕탕을 카페와 함께하는 앵커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SNS로 보며 청년의 신선한 무모함과 함께 열정을 느꼈다.김미나 마카모디 대표에게 마카모디가 그리는 감포의 미래는 어떨 것인지 물어본다. “우선 올해 행안부 청년마을을 ‘가자미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감포에서 시작하게 되었는데, 청년들과 함께 감포의 특산물인 가자미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보려고 해요. 가자미는 경주의 대표적인 지역자원이고 시어(市魚)이며, TV 예능프로그램인 ‘윤식당’처럼 가자미 식당을 열고, 그 이야기를 예능프로그램으로 제작해서 가능하다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처럼 ‘나의 가자미 선생님’ 프로젝트를 통해 바닷마을 영화를 제작하고 싶어요. 차후 영화제도 열고 싶고, 다양한 실험 등을 통해 저희가 가진 생각으로 마을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싶어요. ‘함께 했을 때 더 잘 살 수 있다는 것’, ‘지역에도 기회가 있다는 것’, ‘지역에서도 멋지게 신나게 잘 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함께할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부터 즐거운 지역살이를 실천해가야겠죠. 우리의 활동을 시작으로 로컬에서 함께 살고 싶은 친구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청년들의 꿈들이 마을로 향하고 함께 했을 때 더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카모디의 생각이 모여 작은 어촌마을 감포가 새롭게 넘실거린다.작은 어촌마을 감포에 내재된 메타포(metaphor)로 경주의 인문학적 요소, 차별성, 형태·생태적 상징성, 대표성을 가진 시어(市魚)인 가자미와 연결되어 마카모디가 만들어가는 힘 불끈 솟는 감포 ‘가자미 마을’이 기대된다./서종숙 시민기자

2022-10-18

김천 괘방령에서 옛길의 매력을 느끼다

삶의 길은 눈앞에 보이는 길만이 아니다. 우리 곁의 풍경을 보면서 여기가 오늘이고 저기가 어제라고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다양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길이 더 기억에 남는다. 김천은 영남은 물론 호남과 충청으로 길과 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그중에서 괘방령은 옛길의 매력을 충분히 뿜어내고 있다. 경상북도 김천에서 충청북도 영동군으로 넘어가는 길이 추풍령인데 백두대간에서 가장 낮은 해발 221m라 올라가기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낮은 고개임에도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는 조선시대 영남의 선비들은 과거시험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지지 않을까 하여 이 고개를 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괘방령. 이름처럼 친근하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은 고갯길인 괘방령은 지금은 신작로가 되었지만 과거에는 저마다 꿈을 안고 옛 선비들과 그 가족들이 함께 넘었던 길이었다. 제갈 은희 문화해설사는 “‘괘방’이라는 의미는 ‘합격의 방이 붙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 괘방령으로 가면 합격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다. 지금은 조선시대처럼 과거를 보러 가지는 않지만 수험생들과 그 부모들이 많이 다녀간다”고 전했다. 그래서일까. 괘방령 공원에는 돌탑과 과거를 보러 가는 자식이 합격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조각상 모습도 볼 수 있다. 괘방령 길은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뿐 아니라 보부상 같은 장사하는 사람들도 많이 다녔는데 길 이름이 좋아서 넘어 다녔다고 한다. 이 길 위에는 그 시절 모습을 그대로 복원한 괘방령 주막도 운영 중이다.마을의 이장도 겸하고 있는 주인장 전창섭 씨는 “ 주막을 운영한 지는 2년째인데 할머니가 6·25가 일어나기 전까지 운영하던 것을 다시 이어서 운영하고 있다. 김천시에서 옛길의 의미도 되살리고 마을 수익 사업으로도 연계해 재현해 만들었다. 앞으로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음식도 연구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괘방령이라는 이름이 밝고 즐거운 느낌보다는 괴이한 느낌이 드는 것 인정해야 하지만 그 이름 때문에라도 호기심에 발길이 머문다. 가을이 바짝 다가온 지금 여행의 마음을 부추기는 청명한 기운이 마음을 간질인다. 복잡한 도시의 길에서 한적한 시골길로의 마음이 생김새도 달라지게 하는 옛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김천으로 떠나보자./허명화 시민기자

2022-10-18

무감각해진 우리의 안보 의식 철저히 할 때

북한이 연일 휴전선 인근에서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는 물론이고 포병 사격과 군용기로 위협 비행을 했다. 올해만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스무 번 넘게 쏘고 있는데 9월부터는 2~3일에 한 번씩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북한 군용기가 서부와 동부 내륙, 서해 지역에서 10여 대 위협 비행을 하는 등 심야 시간에 동시다발로 도발했다. 강원도 구읍리 일대서 해상 포격과 동해상 단거리탄도미사일 1발 발사와 함께였다. 포병 사격의 탄착지점이 9·19 군사합의에 따른 사격 금지 구역인 북방한계선(NLL)동·서해 해상완충구역이어서 일측촉발의 상황이었고 합참에서는 이는 분명 9·19 군사위반이며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 또한 ‘유엔안보리결의’에 대한 위반이라고 밝혔다.9·19 군사합의는 2018년 9월 19일 9·19 군사합의는 2018년 9월 19일 발표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로, 군사적 우발 충돌 방지가 목적으로 해상완충구역 내 해상 사격이나 훈련 등을 금지하고 있다.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지켜본 시민 정모(39·포항시 남구 유강) 씨는 “요즘 북한 뉴스를 보면 꼭 전쟁 준비를 하는 것 같다. 뉴스를 접할 때마다 겁이 난다. 우리도 우크라이나처럼 되는 건 아닌가 불안하다. 얼마 전 폭발사고에 강릉 시민들은 얼마나 놀랐을까 싶다. 잊고 살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휴전 중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이전에도 북한은 늘 잊을 만하면 미사일로 우리를 위협했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국민들은 그동안 많이 무감각해져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갈수록 북한의 위협은 날카로워지고 있는데 이 기회에 우리의 무감각한 안보 의식을 철저히 할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포항시 북구 초곡에 사는 이모(47) 씨는 “큰아들은 지금 군대에 있고 내년엔 둘째도 가는데 북한에서 미사일을 빵빵 터뜨리니 요즘 밤마다 생각이 많다.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서도 안되고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정치권은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의 책임 공방과 정쟁에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진정 국민들을 위한 굳건한 안보 의식부터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핵무기를 가질 수 없는 우리나라는 북한의 위협에 다른 나라와의 공조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일어날 비상 상황에서 서로 협조가 잘될 수 있도록 정치인들은 지금부터라도 하나된 모습을 보여 주어야 북한에 단호한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에 대해 맞서다 현무 2C 낙탄사고, 에이태큼스 추적 실패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2-10-18

무언의 탈놀이 ‘예천 청단놀음’을 아시나요

문화와 예술의 고장 예천을 대표하는 탈놀이인 예천 청단놀음이 오는 10월 29일 삼강주막에서 정기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예천에 살면서도 예천 청단놀음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지만, 예천의 청단놀음은 경상북도 무형문화제 제42호로 지정돼 역사적인 가치와 문화적인 가치를 동시에 인정받은 문화재다.청단놀음은 경북예천의 읍치(邑治)에서 전승해온 무언(無言)의 탈놀이로 요약될 수 있다.기원설화에 의하면 청단놀음은 남쪽 지방에 살았던 한 늙은이의 젊은 아내가 가출하면서 겪는 각종 일화를 보여주는 것에서 비롯됐다고 한다.젊은 아내가 가출하자 노인은 몸져누웠고, 이를 보다 못한 아들이 놀이패를 꾸려 각처를 떠돌면서 서모를 찾아 다녔다. 그 아들이 마침내 예천 동본리에서 사라졌던 여인을 찾아 귀가를 종용했으나 거부하자, 아들 일행은 여인을 죽이고 떠나버렸다.그 뒤 여인의 원한 때문에 재앙이 발생했다. 저간의 사정을 듣게 된 고을 수령이 여인에 대한 제사를 실행하고, 아들이 놀던 탈놀이를 재현하게 했더니 재앙이 사라졌다고 한다.이때부터 예천에서는 고을의 안녕과 평안을 위해 해마다 여인에 대한 제사와 청단놀음을 벌여왔다고 전해진다.예천 청단놀음의 전승은 1934년 예천경찰서 낙성식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일제강점기에 중단됐던 청단놀음은 1970년대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강원희 선생을 비롯한 지역 내외의 관계자들이 청단놀음에 관심을 기울이고 조사해 새로운 전승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한다.이를 바탕으로 1981년 제22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경상북도 대표로 참가하게 되면서 복원의 성공에 이르렸고, 이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공연의 구성은 광대북놀음, 양반놀음, 주지놀음, 지연광대놀음, 중놀음, 무등놀음으로 구성됐다.예천 청단놀음은 화회탈춤과 같이 해학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대사가 없는 무언의 탈놀이로 보는 이로 하여금 언어적인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들어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데 특징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2018년 제1회 정기발표회를 시작으로 5회를 맞이하고 있는 예천 청단놀음은 2022년 12월쯤 세계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예정이라고 하니 더욱 더 기대되는 무대가 될 것 같다./박정서 시민기자

2022-10-16

찬란했던 지난날의 추억을 더듬으며…

최근 각 지자체와 마을, 문화단체들이 경쟁하듯 진행하는 사업이 있는데 바로 옛 사진 공모사업이다. 옛 사진만큼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명징하게 담아내는 기록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수많은 사연을 담은 사진 한 장으로 근현대 생활사를 알 수 있기에 옛 사진 수집사업은 그만큼 매력 있는 아이템이다. 그럼에도 사업이 일회성에 그치는 이유는 사진 응모가 생각만큼 이뤄지지 않고 시민 참여도가 저조하기 때문이다.그런 옛 사진 공모전을 매년 개최해 벌써 6년째 진행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경북기록문화연구원이다.경북기록문화연구원(이사장 유경상)은 안동시의 지원으로 6년째 옛 사진 공모전을 개최해 문화재, 명소, 공공기관, 인물, 거리 등 지역의 근현대사를 차곡차곡 축적하고 있다. 매년 개최하고 있음에도 올해에 응모된 사진만 820장에 달한다.특이하게 매해 공모전에 테마를 정하는데 지난해에는 코로나19가 종식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좋은 날’이라는 주제로, 올해에는 찬란했던 지난날을 추억한다는 의미의 ‘그해 우리는’을 주제로 개최됐다.지난 9월 27일부터 10월 1일까지 안동댐 물문화관 광장과 2층 전망대에서 열린 전시회에는 지역민과 관광객을 포함한 관람객 1천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출향인 이정순 씨는 “옛 사진에 너무 감동받았다. 어렸을 때 봤던 거리, 단발머리 학창시절 때 생각도 나고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도 나서 몰래 눈물을 지었다”고 했다.행사 기간엔 수상자에 대한 시상식도 진행됐는데 ‘1960년대 풍산 마애리 나루터’ 사진을 출품한 이명석 씨가 대상인 안동시장상을, ‘1967년 안동 원도심 구강검사’ 사진을 출품한 조안석 씨가 금상인 안동시의회의장상을, ‘1952년 북후초등학교 선생님들’ 사진을 출품한 임영준 씨가 은상인 경북콘텐츠진흥원장상을, ‘1978년 논에 물 나르기’ 사진을 출품한 김옥순 씨가 동상인 경북기록문화연구원이사장상을 수상했다.이날 시상식은 수상자 가족은 물론 관람객들에게도 즐거운 추억을 남겼다. 연로한 할아버지의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학원을 마친 그대로 태권도복을 입고 달려온 귀여운 손자의 꽃다발 증정식이 있었고, 가작 수상을 위해 95세의 출품자가 행사장을 방문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학창시절 사진을 출품한 부인과 총각시절 사진을 출품한 남편, 부부가 각각 수상을 하고 할아버지를 모시고 온 손자는 멀리서 흐뭇하게 바라보는 등 세대를 허무는 감동이 함께 한 기록 잔치의 현장이었다.한편 경북기록문화연구원은 ‘2022 옛 사진 공모전 수상작 작품집’을 발간해 시상식에 참석한 출품자, 관람객 모두에게 무료 배포했다. 옛 사진 공모전에 수집된 사진은 향후 2차 문화콘텐츠로 확대·재생산될 지역의 소중한 문화자산이다.옛 사진 수상작 전시회는 안동댐 전시를 끝내고 다가오는 10월 25일부터 30일까지 하회마을 만송정에서 또 한 번 개최될 예정이다. /백소애 시민기자

2022-10-16

‘신라예술제 드로잉 퍼포먼스’ 거대한 화폭에 펼쳐낸 아름다운 풍경

커다란 화폭에 흥미롭게 그려지는 그림들. 많은 사람들이 “이야~ 정말 멋지네”라며 탄성을 떠뜨렸다.최근 경주 봉화대광장에서 드로잉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경주 예총 미술협회 경주지부 회원 20여 명이 이 행사에 참가했다.드로잉 퍼포먼스는 제49회 신라문화제에 앞서 준비된 신라예술제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미술협회 내 각 분과별 작가들이 경주와 신라를 표현하는 작품을 두 시간 여에 걸쳐 거대한 화폭에 담아냈다.먹으로 이어진 시원시원한 선 작품부터 색색의 풍경화까지 저마다 개성이 넘치는 그림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어가는 걸 보며 참석한 이들은 감탄을 자아냈다.이에 더해 경주 예총 소속 사진협회 작가들은 이 행사가 펼쳐지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내 ‘작품 속 작품’으로 만들어냈다.이번 드로잉 행사를 준비한 경주미술협회 최영조 지부장은 인사말을 통해 “시민들께 평소 보기 힘든 문화 볼거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되어 몇 년 간 격조했던 협회 회원들의 단합과 결속에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이외에도 봉황대 주변 빈 점포에서는 신라예술제 행사의 하나로 미술협회 회원 100명이 참여한 ‘경주를 담다’(9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전시가 함께 진행됐다. /박선유 시민기자

2022-10-16

선비 정신 깃든 입암서원을 가다

포항 도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죽장면은 면 전체가 태백산맥의 등줄기를 이루고 있는 오지다. 상옥리와 하옥계곡도 이 죽장면에 속하는데 대표적인 명소 중 하나가 입암리에 있는 ‘입암서원(경북기념물 제70호)’과 부속시설인 ‘일제당과 입암(선바위)이다. 입암(立巖)이라는 이름은 일제당 옆의 커다란 기암괴석을 서 있는 바위(선바위)라고 부른데서 비롯되었다. 처마가 고운 일제당과 달리 거인처럼 보이기도 하는 바위는 마을 앞의 가사천 개울과 함께 자연의 경이로움을 지척에서 느낄 수 있는 멋진 장소다.항일의병전쟁인 삼남의진이 활동한 이곳은 단순한 서원이 아니라 구한말 영남지방 의병사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가진 전적지인데 지금은 서원 앞을 지키듯 서 있는 300년 된 은행나무와 향나무가 남아 그때를 기억하고 있다. 옆으로 아름드리 소나무와 느티나무들이 아름다운 숲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풍류를 아는 선비들이 찾는 곳이라 여겨진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조선 중기의 무인이면서 말년에 영천으로 귀향한 노계 박인로 선생이 계곡의 비경을 노래한 ‘입암별곡’도 전해지고 있다.입암서원은 조선 효종 8년(1675)에 현재 죽장면 입암리 토월봉 아래에 창건된 것으로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인 여헌 장현광(1544~1637) 선생과 네 벗인 동봉 권극립, 정사상, 정사진, 손우남 선생 등을 배향하고 있다.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돼 위패를 모셨다. 그 후 고종 5년(1868)에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훼철되었고. 순종원년에 묘우(廟宇)가 소실되었다가 서원은 1913년에 복원되었고 1972년에 묘우도 다시 만들었다.여헌 장현광 선생은 1544년 명종 9년~1637년 인조 15년 때의 인물이며 본관은 인동(仁同·지금의 구미)이며 자는 덕회(德晦), 호는 여헌(旅軒)이다. 선산에서 나고 자랐으나 임진왜란으로 집터마저 불타고 없어 47세 때 여헌이라 호를 짓고 여기저기 떠돌다 풍광에 매료되어 ‘입암 28경’이라는 시를 쓰며 이름을 지었다. 이곳에서 정자를 지어 후학을 가르치고 벗들과 시가를 읊으며 40여 년간 고고한 삶을 살다가 만년에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무릎을 꿇자 아예 입암 골짜기에 은거하다 84세에 생을 마감한 곳이다.사계절 내내 절경을 보여주는 입암은 언제 찾아와도 실망시키지 않는 곳이다. 이곳을 지인들과 탐방했다는 최 모(포항시 북구 장성동) 씨는 “포항이 문화도시를 표방하고 있는데 입암 별곡이나 입암 28경 같은 작품은 더 수준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는 것”이라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2-10-11

인지도 낮은 공공 배달앱 적극적인 홍보 필요하다

국내 요식업 자영업자들의 매출 70%가 배달앱 플랫폼에서 발생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평균 2.5개의 배달앱을 통해 주문을 받고 활용 기간은 3.1년으로 나타났다. 여러 배달앱 중에서 소상공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배달앱 순위에서는 최하위였지만 만족도 면에서는 대중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민간 배달앱 ‘배달의민족’(3.04)보다 공공 배달앱(3.33)이 높았다. 하지만 공공 배달앱의 경우 수수료와 광고료 부담이 낮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소상공인들은 고객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낮고 주문 건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에서 아쉬워했다.프랜차이즈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 박모(43·포항시 북구 양덕동) 씨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민간 배달앱 2개를 이용하고 있다. 저녁 시간이 다가오면 주문이 계속 이어지는데 90% 이상이 1위 민간 배달앱을 통해서 온다. 공공 배달앱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경북에서도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으로 지난해 9월 공공 배달앱인 ‘먹깨비’를 출시해 주민·소상공인·경북도가 함께 하며 착한 소비를 유도했다. 먼저 포항을 비롯해 김천·안동·구미·영주·영천·상주·문경 등 11개 시군에서 공식적인 서비스를 진행했다. 올해는 경주와 영양까지 더 추가했다. 민간 배달앱의 중계 수수료가 6.8~12.5% 수준인 데 비해 공공 배달앱 ‘먹깨비’는 1.5%의 수수료로 매우 낮고 요일을 정해 할인 쿠폰을 지급하는 등 여러 가지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의성·청송·울진 등의 지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해 도내의 20개 시·군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지난 8월 22일 기준 누적 주문 건수가 90만5천354건, 거래액은 212억66만9천171원으로 나타나 민간 배달앱과의 경쟁에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공공 배달앱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이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직 서비스 수준도 높지 않고 가맹점도 많지 않아 불편하고 개선할 점이 많아 보인다.공공 배달앱을 자주 이용한다는 주부 이모(34·포항시 북구 흥해읍 초곡리) 씨는 “지금 먹깨비로 주문했는데 가게에서 취소를 했다. 그럴 거면 영업을 하지 말든지. 공공 배달앱으로 커피를 여러 종류 시켰더니 취소시키더라. 민간 배달앱으로 다시 주문하니 배달을 해주었다. 공공 앱에서는 가격 수정이 되지 않아 취소를 시켰다고 한다. 전에는 2번 취소당하고 3번째 주문했는데 배달하는데 1시간 50분이 걸리기도 했다”며 “소상공인이 공공 배달앱 쓰기를 꺼리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용하기가 힘든데 앞으로 꾸준히 이용되려면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허명화 시민기자

2022-10-11

포항의 시어(市魚)를 찾자

세계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대표적인 음식과 상징물이 있다. 그 중에서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는 늘 생선과 어울리는 스페셜 메뉴가 발달하고 있고, 이로 인해 그 도시의 맛을 알리기 위한 관광 마케팅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각 도시별로 시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상징물과 대표하는 시어(市魚)를 선정해 놓고 있으며, 특히 항구도시는 대부분 시어(市魚)를 가지고 있다.우리나라에서 대표적 음식과 해양관련 상징물을 보면, 부산은 고등어, 제주는 옥돔, 울산은 고래, 영덕은 대게, 기장은 미역, 완도는 김을 떠올린다.전국의 시어를 보면 지역과 관련이 있는 해양생물을 연구하여 지정하고 있다.김종화 충남연구원 해양수산연구팀 책임연구원의 ‘충청남도 도어(道漁) 지정을 위한 사례연구(2017)’를 보면, 시어의 선정 기준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시어는 지역의 역사문화, 수산업 등 인문학적 요소와 관련이 깊은 ‘연관성’, 타 지역과의 차별적 요인을 가진 지역 수산물로서의 ‘차별성’, 행태-생태학적 특성 및 상징적 의미가 지자체가 지향하는 방향과 부합하는 수산물로서의 ‘상징성’, 지역을 대표하는 인지도가 대외적으로 높은 수산물로서 ‘대표성’을 가져야 한다.부산은 고등어(2011), 거제도는 대구(2004), 영덕군은 황금은어(2008), 경남은 볼락(1997), 남해군은 감성돔(2011), 대전은 감돌고기(민물, 2014), 충남 보령은 참돔(2005), 금산군은 감돌고기(1999), 전남 부안군은 부안종개, 전남은 참돔, 전남 구례는 은어, 영광군은 참조기(2008), 함평군은 뱀장어(2009) 등을 시어로 하고 있다.부산의 시어 고등어는 “태평양을 누리는 강한 힘으로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도약하는 해양수산도시 부산을 상징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부산 송도해수욕장에서 고등어 축제가 열리고, 고등어빵, 캐릭터 ‘꼬등어’로 도시감성 마케팅을 하고 있다.이런 도시 감성마케팅을 잘 하는 곳이 일본으로, 각 도시마다 고유한 바다생물을 도시 브랜드로 사용하며 축제와 각종 마스코트로 굿즈(goods)를 제작하여 팔기도 한다. 이시노마키시는 멍게가 대표적 예이다.인근 경주의 시어는 가자미(2015)이다. 경주는 감포를 어촌정주 여건 개선 및 해양관광기반 조성을 위한 ‘감포읍 권역 거점개발사업’이 2018년부터 5개년 사업으로 진행중이다. 시어인 가자미를 활용한 풍물거리 조성뿐만 아니라 청년기획자들이 함께 ‘가자미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다.포항은 해양관광도시를 표방하고 대표특산품인 과메기가 있는데도 시어가 아직 없다. 아니 지정을 하지 않고 있다. 시어를 지정하기 위한 포항 지역의 인문학적 요소와의 연관성, 타지역과의 차별성, 형태·생태적 특성 및 상징적 의미로서의 상징성, 포항 지역을 대표하는 대표성을 살릴 수 있는 게 과연 무엇일까? 시민들과 함께 고민하며 시어를 지정하고 이를 해양관광콘텐츠로 이어간다면 어떨까? 시어를 통해 포항이 가진 인문학적 정체성, 상징적 의미로 흩어져있는 자원을 모아서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져 ‘해양관광도시포항’을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종숙 시민기자

2022-10-11

지역화폐 예산 삭감, 긍정적인 측면 고려해야

최근 정부에서 지역사랑 상품권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지역화폐 예산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는 정부에 대해 지역화폐 정책을 시행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 ‘골목 경제 활성화 효과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과 함께 예산 확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지역화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침체된 지역상권을 살리기 위해 여러 지자체에서 발행해 왔는데 지역화페 가맹점이나 소비자 입장에서도 만족도가 꽤 높았다. 지역화페가 생활밀착형이 되면서 지역경제를 살리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는 평가의 이유다.전국 최대 규모로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포항시에서도 2017년 1월 처음 발행된 포항사랑상품권은 해마다 판매와 동시에 완판을 기록하고 있다.시민들의 포항사랑상품권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포항경제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소상공인들은 물론 이를 사용하는 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이에 2020년 9월에는 포항사랑카드로도 출시됐고, 카드 없이도 휴대폰 QR코드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2021년 11월 선보인 ‘모바일형 포항사랑상품권’ 역시 자연스럽게 시민 지갑으로 정착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올해는 삼성페이로도 연결해 간편결제 연계 서비스를 시작했고 티머니와도 제휴해 시민들이 교통카드를 따로 소지하지 않아도 포항사랑카드 한 장만으로 대중교통까지 이용이 가능해졌다.지역화폐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자 노릇을 해오고 있는데, 대구경북연구원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역화폐 1조 원을 발행할 경우 1조4천8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지역 내 총생산 1.47%의 개선효과가 있다고 한다.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서도 2020년 지역사랑상품권의 경제적 효과가 2조 원에 이르고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매출증가는 2.1%에 이른다고 평가했다.포항사랑상품권이 처음 발행될 때부터 꾸준히 잘 이용하고 있다는 주부 황모(41·포항시 남구 효자동) 씨는 “지역화폐 예산 삭감이 지자체 예산만으로 발행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자주 이용하는 입장에서는 많이 아쉽다. 온라인 쇼핑몰 포항 마켓에서도 사용이 가능하고 점점 생활에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많아져서 좋았는데 뉴스를 보니 포항에서는 전국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어 할인율 축소나 금액을 줄이는 묘안으로 이 포항사랑상품권 정책을 이어간다고 하는데 이러다가 사용처마저 줄어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갈수록 쓸모가 없어지는 건 아닌지”라고 우려했다.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침체된 지역 소비 활동을 활성화하고자 확산한 지역화폐는 실제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한몫했다는 사실은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소비자의 선택 폭을 점차 넓혀가고 있는 지역화폐가 가져다준 지역경제 활성화의 긍정적인 영향을 중심으로 예산 삭감에 대해 실(失)은 최소화하고 득(得)은 최대화할 수 있는 정책적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허명화 시민기자

2022-10-04

밥심으로… 쌀밥은 비만 주범 아냐

현대인들의 비만율이 높아짐에 따라 각종 매스컴에서 다이어트 열풍으로 저탄고지(저탄수화물+고지방)식단을 이야기하고 있다.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단백질은 많이 먹는 다이어트의 기본법칙으로 쌀밥을 먹으면 탄수화물을 많이 먹는다는, 쌀밥에 대한 오해가 쌓이면서 갈수록 쌀밥중심의 한식은 뒤로 밀린채 서양식 식단인 단백질 위주의 식단으로 우리 식탁에서 쌀밥이 외면 당하는 현실이다.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1인당 연간 쌀과 기타양곡 소비량은 65.0㎏으로 2020년 66.3㎏보다 1.3㎏(2.0%) 감소했다.1인당 연간 양곡 소비량은 1981년 이후 지속 감소 추세로 30년 전인 1991년 116.3㎏의 절반 수준을 보였다. 밥 빠진 식탁이 늘어나면서 갈수록 주식이 고기 중심 식단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문제는 저탄고지 식으로 쌀밥이 감소하면서 서양식의 고기 위주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으로 비만율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대한의사협회에서 호주 시드니 거주민 70명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실시한 연구를 한 결과 쌀밥 중심 한식을 섭취한 실험군의 허리둘레는 5.7㎝ 감소한 반면 서양식 식단 실험군의 허리둘레는 3.1㎝ 감소하는데 그쳤다.이처럼 비만율을 줄이려면 쌀밥 중심의 식단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 한식이 다이어트에 긍정적인 이유가 ‘식욕 억제’에 탁월하다는 점이다.식욕을 촉진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이 한식보다 서양식이 2배 가량 높게 실험군에서 나타났다. 한식이 같은 열량을 섭취해도 서양식보다 포만감이 높아 식욕억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비만과 대사 질환에 영향을 주는 허리둘레, 체지방률, 공복혈당을 낮추는데도 효과적인 결과를 보인다고 한다.오히려 전문가들은 쌀밥과 국, 김치, 반찬으로 이루어진 쌀밥 위주의 한식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무기질 등 다양한 영양소를 균형있게 섭취할 수 있는 이점이 높다고 말한다.또한 쌀밥을 좀더 거칠게(현미, 보리 등 잡곡) 먹으면 훨씬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쌀 중심 식단은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심리적 안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아침을 쌀밥 위주 식단으로 먹는 청소년이 기억, 학습력, 주의력, 이해력 지표가 가장 많이 나타난다.과거 아침밥을 먹은 학생이 수능성적이 높다는 농촌진흥청 연구 결과가 발표되는 등 쌀중심 한식은 청소년층의 성장과 발달에 긍정적인 도움을 준다고 한다.이처럼 쌀밥의 좋은 점이 너무도 넘쳐난다. 쌀밥이 비만의 주범이 아니란 것이다. 쌀밥이 주식인 우리나라보다 서양인들이 한식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잘못된 쌀밥의 오해를 풀고 쌀밥의 인식을 바꾸고자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각계각층의 기관과 소비자, 농민단체, 정부 관계자들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올바른 식습관 확산과 쌀 소비확대 방안으로 앞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며 도시락과 밀키트 같은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또한 탄수화물을 건강하게 먹기 위해 쌀밥 중심으로 한 한식중심의 우리 전통 식문화를 계승해 한식을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농민을 살리고 우리 주식인 쌀도 지킬 수 있다. /허지은 시민기자

2022-10-04

한국 산토리니를 꿈꾸는 포항 다무포 하얀마을

파란 지붕과 하얀 외벽 그리고 푸른 바다와 하늘은 마치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연상케 하기에 충분하다. 이국적인 풍광을 자아내는 이곳은 바로 호미곶 강사리에 위치한 작은 어촌마을인 다무포 하얀마을. 최근에는 여행 블로거와 SNS를 통해 ‘포항의 아름다운 마을’로 입소문이 났다. 다무포 마을은 구룡포에서 호미곶으로 이어지는 해파랑길 14코스(영일만 남파랑길)를 자박자박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곳이다.다무포(多無浦)라는 이름은 숲만 무성하고 없는 게 많다고 해서 붙여졌다. 마을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화려함은 없지만 맑은 바닷물과 적당한 수온이 고래가 새끼를 낳고 회유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 대형고래들을 쉽게 볼 수 있었고 포경이 금지되기 전인 70년대 까지는 고래잡이로 풍족함을 누렸다. 하지만 상업적인 포경이 금지되고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밀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점점 고령화가 되었고 을씨년스러워졌다. 이런 마을이 2019년 하얀 마을만들기 사업 추진으로 활기가 더해졌다. 하얀 담벼락과 파란 지붕 옷을 입었고 ‘한국의 산토리니’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이나나 다무포 하얀마을 만들기 기획 총괄 위원장은 “다무포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다. 해녀들도 있고 고래 이야기도 있고 이것들을 접목시켜서 콘텐츠를 발굴하고 이걸 통해서 단순한 관광마을이 아니라 문화·예술이 함께 접목된 마을로 정비하고 색을 더하면서 이국적인 면모와 스토리텔링을 갖춰 조용한 어촌마을에 정책적인 관심이 조금 더 가미된다면 지역의 독특한 관광명소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래가 머무는 다무포 하얀마을의 아이콘은 단연 고래와 마을 앞 등대다. 지금은 고래를 보기 쉽지 않지만 보리가 익는 4~5월 해안선을 따라 헤엄치는 돌고래 떼를 목격할 수 있다. 10월에는 마을에 볼거리가 더 풍성해질 전망이다. 인근에는 해파랑길을 비롯해 과메기 문화관과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 국립등대박물관과 해맞이 광장, 한반도 동쪽 땅끝마을 석병리 등이 있어 볼거리가 풍부하다./허명화 시민기자

2022-10-04

신라의 잊혀진 토성, 남미질부성을 찾아서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성리에 위치한 남미질부성(경상북도 지정문화재 96호). 이름도 생소한 이곳은 흥해에서도 꽤나 모퉁이에 있어 한적하다. 겉모습만으로는 성이라는 느낌을 찾기 어렵지만 포항의 가장 오래된 성으로 몇몇 산책하는 사람들과 정자에서 동네 주민들의 담소 장소가 되어준다. 하지만 포항의 영일대해수욕장이나 죽도시장 등 다른 여행지만큼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문화유적지다. 남미질부성은 흥해읍 남쪽 평지 위에 돌출된 천연적인 구릉지를 이용하여 성벽을 축조했고 성벽은 흙을 이겨서 쌓은 토성이며, 성벽 둘레가 약 2km나 되는 대형 성곽이다. 지증왕 5년(504년) 9월에 주민들을 동원하여 파리성, 미실성, 진덕성 등 12개의 성을 쌓았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전해져 온다. 이 남미질부성이 곧 미실성이다. 삼국시대 북미질부성과 함께 신라의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곳이다.성안에는 남성리의 ‘못산(池山) 마을’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 못산 마을의 서편 구릉지에는 성주의 무덤으로 전하는 고분이 7~9기 정도 남아있다. 기록은 1개의 못과 3개의 우물이 있어서 성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이용하였다고 하는데 현재는 1개의 못과 1개의 우물이 남아있다.이 성곽은 흥해지역뿐 아니라 포항지역에 남아있는 성곽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축조된 성곽에 해당되며, 늦어도 고려 시대까지는 흥해지역을 다스리던 행정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6·25 전쟁 때 북한 인민군 등의 습격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주었다는 남미질부성. 연못가를 한 바퀴 돌면 흐드러진 수양버들이 가지를 늘어뜨려 아직 싱싱한 연잎과 대화하는 것 같다. 그 옆에서 나무 데크길에서 그 시대 성안에 살았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상상해본다.동네 주민들의 훌륭한 산책 장소이자 왜가리, 오리, 학, 두루미 등 조류들의 서식지이기도 한 남미질부성에서 가을 바람이 전하는 옛 이야기를 상상해본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2-09-27

해양환경 고민 함께 하다

지난 22일 부산 벡스코에서는 ‘제7차 국제 해양폐기물 콘퍼런스(7IMDC)’와 ‘제1회 반려해변 전국대회’ 등 해양환경을 함께 고민하는 행사가 열렸다.‘제7차 국제 해양폐기물 콘퍼런스’는 해양쓰레기 예방 및 수거, 해양쓰레기 저감 인식 증진 등에 관한 다양한 관리정책 사례와 각국의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전 세계 주요 국가의 해양 전문가와 정책 담당자가 참석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해양쓰레기 관련 국제행사였다. ‘제1회 반려해변 전국대회’는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반려해변 활동 사례를 공유하고 우수사례 포상과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행사였다. 이 두 행사 모두 국내에서 처음 개최되며 해양환경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만들어가는 이벤트라는 공통점을 갖는다.해양쓰레기 감소를 위한 장기적인 대책도 필요하지만, 현재 버려지는 해양쓰레기를 수거하여 깨끗한 바다 환경에 대한 민간 주도 해결책을 찾아가기 위한 것도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다.이번 반려해변 전국대회에서 10개 기관·단체들의 우수사례 발표가 있었으며 최우수상에 보길초등학교, 우수상에 KTG, 장려상에 한정초등학교가 선정돼 표창과 상금이 수여되었다.대회 최고상인 최우수상을 수상한 보길초등학교는 전라남도 완도군 보옥리에 위치한 ‘공룡알 해변’을 입양하여 6학급 93명이 ‘공룡알 특공대’를 결성했다. 그리고 해양·생태환경교육, 반려해변 가꾸기 체험학습, 마을·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해양·생태환경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교과 연계, 지역 연계가 잘 활성화된 사례였다. 특히 교과 연계를 통해 학생들이 수업 시간 내에서 해양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이론 학습과 동시에 실제 활동을 통해 미래세대 환경지킴이 양성에 반려해변 확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호평받았다.이처럼 전국의 해안을 인접한 도시에서 기업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의 단체, 학교에서도 주도적으로 해양 환경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포항은 바다를 끼고 있는 해양도시다. 조금만 걸어가도 바다에서 해양스포츠를 즐기고 차박이나 캠핑도 가능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도시다. 하지만 휴가와 주말을 보내고 나면 방파제 주변이나 테트라포드 사이 사이에 다양한 종류의 온갖 쓰레기를 볼 수 있다.영일대해수욕장에서 플로깅(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운동)을 하는 단체들이 많다. 다양한 행사에 플로깅이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버리는 사람 따로 줍는 사람 따로여야 하나 의문이 든다. 인식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반복적인 행위로 끝날 뿐이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교육기관에서 교과와 연계한 해양환경에 대한 현재와 미래를 다루어야 하며 실제 쓰레기를 줍고 쓰레기양과 종류를 진단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토론하며 해결책을 찾아가는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가족 단위의 반려해변 프로그램 진행과 캠페인으로 우리가 쉽게 접하는 해안가를 누구나 돌보는 대상이 되어야 한다.포항은 교육기관으로 동해중학교가 도구해변을, 대도중학교가 환호해변을 입양했고 특히 대도중학교는 교육복지 교사와 함께 학생들이 해안정화 활동을 하고 있으며 10월엔 해안환경 보호와 반려해변 캠페인을 할 계획이다. 바쁜 학교생활 중에도 주말에 시간을 내어 바다의 쓰레기를 줍고 쓰레기의 종류와 양을 확인하며 누구보다도 해양환경 보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최근 태풍 힌남노로 인해 시민들의 생존뿐만 아니라 바다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천을 따라 수많은 쓰레기가 바다로 떠밀려가고 해안가를 잠식하고 있다. 많은 인력이 치워도 또다시 반복되는 시스템이다. 기후 위기로 매년 반복되는 일상일 수밖에 없다.지난 24일 서울 시청~숭례문을 잇는 대로에서 시민주도로 진행된 ‘924기후정의행진’으로 시민들이 왜 목소리를 내는가를, 기후 위기로 인한 태풍피해, 기후 위기 핫스팟으로 인한 파키스탄의 국토가 3분의1이 물에 잠긴 사례를 통해 체감한다.국가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한 대책뿐만 아니라 지방 도시 자체로 기후 위기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파키스탄의 사례가 어느 순간 나의, 우리의 사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젠 시민이 주도적으로 나설 차례다. /서종숙 시민기자

2022-09-27

철저한 자주 방재로 ‘자연재해 역습’ 막아야

9월 6일 태풍 힌남노로 포항은 직격탄을 맞았다. 현재 공식 집계된 피해 규모는 9명 사망, 1명 실종이라는 인명 피해와 이재민 1천493명 발생, 시설물 피해 8천여 곳, 차량 침수 8천500여 대 등 물적 피해 등 큰 상처를 시민들에게 남겼다. 이번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시민 장모(42·포항시 남구 오천읍) 씨는 “9월 6일 새벽 전기가 나가버렸다. 산 지 1년도 안 된 새 차는 폐차하고, 일주일 전부터 사용할 수 있게 된 임시전력으로 냉장고 하나만 열심히 돌아가고 있다. 일을 마치고 오면 아파트 현관 불이 켜져 있지 않아 무섭다. 식사는 부탄가스로 해결하거나 간단하게 사 먹고 있다. 옆의 아파트는 지하 주차장에 아직 물이 안 빠져 진흙밭이다. 제대로 된 지원도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지역은 같은 태풍에도 선제적 대응으로 피해 정도가 달랐다는데, 그런 부분에서 포항은 많이 아쉽다”며 “대민 지원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해병대가 고마울 뿐”이라고 토로했다. 2017년 지진으로 인한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본 포항시는 재난에 있어서 우리 지역을 위한 강력하고 철저한 자주 방재가 필요하다.지난 20일 이강덕 포항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2035년까지 3조3천억 원을 투입해 재난 기반 시설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포항시민들은 2035년까지 완성된 재난 대비구축을 희망하기보다는 힌남노 다음에 온 태풍 난마돌에도 긴장해야 했다. 특히 바다를 옆에 두고 있는 포항은 태풍은 물론 지진과 해일 등 자연재해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곳이다. 멀리 보다는 가까이에서 하나하나씩 위험 요소를 제거해야 당장 내년에 올 수 있는 자연 재난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할 수 있다.지구 온난화로 인해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는 가뭄과 태풍, 산불, 홍수 등 여러 형태의 자연재해는 우리의 일상을 일순간에 바꾸어 놓고 있다. 기상전문가들은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이 언제든지 벌어지고 피해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망한다. 태평양의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우리가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슈퍼 태풍이 해마다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시민 이모(38) 씨는 “최근 들어 포항에 아파트가 많이 건설되고 있는데 이런 무분별한 개발이 태풍이나 홍수가 오면 산사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많은 인력과 비용을 들여 기후 대책과 재난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무분별한 개발부터 줄이는 게 다음에 올 자연재해에 철저하게 대비하는 자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2-09-27

가을, 조선의 로맨스를 찾아가는 여행

하늘이 파랗고 구름이 아늑한 가을날, 누렇게 변해가는 들녘을 걸으며 사색과 함께 로맨스 주인공 이몽룡의 찾아 계서당으로 향한다.따사로운 햇살과 이따금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춘향이 볼처럼 붉게 익어가는 과수원을 지나 솟을대문이 보인다. 이곳은 봉화 물야면 이몽룡이 살던 곳 계서당이다.조선 광해군 5년(1613년) 계서 성이성(이몽룡) 선생이 살던 곳으로 남원부사를 지낸 부용당 성안의 아들로 문과에 급제한 후 6개 고을의 수령을 지냈고, 네 번이나 암행어사로 등용되었다.소박한 농촌 풍경에 은은하게 다가오는 역사의 향기와 춘양전의 주인공 이몽룡과 성춘향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조선 최고의 로맨스이자 4대 국문소설의 하나로 꼽히는 춘향전의 실존 인물 이몽룡은 남원부사로 부임한 아버지를 따라 남원에 머무르는 동안 기생과 사랑을 나누었고, 수년이 흐른 뒤 암행어사가 돼 호남지방을 순행하다가 남원을 찾게 된다.이몽룡은 옛 연인을 만나려 했지만, 사랑했던 그 기생은 새로 부임한 사또의 수청을 거절해 옥사 또는 처형당했다고 전해진다. 이몽룡은 늙은 기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잠을 못 이루고 소년 시절의 옛 연인을 회상했다는 ‘계서선생일고’ 대목이 있다.성섭(성이성의 4대손)이 쓴 ‘필원산어’에 암행어서 출두사건이 비교적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술독에 아름다운 술은 천 사람의 피요소반 위에 기름진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진다.춘양전의 형성 요소 절반이 역사적인 사실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알 수 대목이다. 소년 시절의 첫사랑을 떠올리며 성이성의 살았던 계서당 마루에 걸터앉아 로맨스를 떠올린다. 계서당 뒤뜰 500년 넘은 소나무는 성이성의 연정을 알고 있는 것일까?넘어질 듯 90도로 휘어진 소나무는 세월에 무게에 휘어진 것인지, 춘향이 그리는 마음에 남원쪽으로 굽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긴 세월을 잘 버티고 있다.계서당은 6칸 규모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마당을 사이에 두고 중문 간채와 연결된 사랑채가 정면에 있는 ㅁ자형이며, 계서당과 춘우재 그리고 부용당, 사당 등이 있다.이몽룡과 춘향이의 로맨스를 들여다보며 아껴둔 유년 첫사랑의 그림자도 밟아보는 가을 여행은 어떨까? 오랜 세월의 멋을 느끼게 하는 계서당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가을 향기 따라 아날로그 감성으로 빚어낸 추억 소환도 좋겠다./류중천 시민기자

2022-09-25

고택에서 만화와 만나다

어린 시절, 차양이 드리워진 그곳에 들어서면 종이 냄새와 책 냄새가 가득했다. 호랑이 주인 할아버지의 눈을 피해 읽은 책을 감쪽같이 친구와 맞바꿔 읽기도 했고, 선 채로 책을 고르는 척하며 앞 권을 읽어버리기도 했다. 무협지를 읽던 아저씨와 대학생 오빠들은 가끔 짜장면을 시켜 먹기도 했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우리는 구석 자리 순정만화 코너에서 만화책을 탐독하곤 했다. 이젠 사라져버린 ‘만화방’의 추억을 들춰본다. 지금은 시간당으로 계산하는 만화카페가 있지만, 웹툰이 아닌 종이 만화책의 추억을 간직한 이들은 시간에 쫓기듯 만화책을 읽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으리라. 여기 만화책은 물론, 동화, 소설, 인문 서적까지 마음껏 읽을 수 있는 멋진 공간이 있다. 바로 안동시 송천동에 자리한 ‘백죽고택 작은도서관’이다.백죽고택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5호 안동 흥해 배씨 임연재종택을 일컫는 말이다. 흥해 배씨 안동 입향조인 백죽당 배상지 가문의 종가로 조선중기 때 문신 배삼익을 불천위로 모시고 있다.이곳은 원래 안동군 월곡면 도목리에 있었으나 안동댐 건설로 인해 1973년 지금의 송천동으로 옮겼다. 안동대학교 가까이 있는 이곳은 호젓한 골목길을 지나 도심 속 힐링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의외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곳이다.푸릇한 잔디밭을 지나 안채로 들어서면 번호가 새겨진 방이 나온다. 댓돌에 신발 벗어놓고 반들반들한 마루에 앉아 책을 읽어도 좋고 몸을 숙이고 들어가는 골방처럼 작은 방에서 책을 읽어도 좋다. 여름엔 서늘하고 겨울엔 아늑하다. 고택에서의 만화 읽기는 레트로한 느낌을 풍겨 어쩐지 옛 추억에 더 젖게 만든다. 비라도 내리면 그 운치는 더한다.조선시대 장서가로 널리 알려져 있던 임연재 배삼익 선생의 뜻을 기려 유서 깊은 공간에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작은도서관이 설립되었다. 책을 사랑하는 이웃을 위해 영리를 취하지 않으며 공개한 도서관이니 유의사항을 잘 지키며 이용하기를 권한다. 매주 화, 수요일은 휴관이다./백소애 시민기자

2022-09-25

달콤한 향기 가득 포도낙원 경산 남천면

경산시의 축제는 아주 다양하다 그 중 하나가 오는 10월 1일 열리는 ‘제8회 남천면 맥반석 포도축제’다. 축제에 앞서 한걸음 빨리 남천을 다녀왔다.남천은 금성산, 병풍산, 동학산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을 뿐 아니라, 맥반석이 널리 분포돼 있어 포도가 자라기 좋은 조건이다. 전국적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지형이 시작되는 곳 협석에 내리니 MBA(머루)포도밭에서 “과일도 음악을 들으면 좋아한다”며 포도 따기에 신이 난 정시혁(60) 이장이 첫눈에 들어온다. 타지에서 사업을 하다가 귀향해 포도농사를 시작한지 어느덧 10년. 지역을 위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성품에다 덕까지 갖춰 마을이장을 맡아 동분서주하는 정 이장은 포도작목반에서도 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그의 귀향에 이어 많은 젊은이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남천이 ‘젊은 고장’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소식이 반가웠다.남천면에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약 50년 전쯤으로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이다. 논농사에 비해 고수익을 낼 수 있었기에, 고향을 떠났던 젊은 세대들이 귀향하기 좋은 조건이었다.“남천포도 자랑 좀 해주시죠”라고 청하자 “남천에서 생산되는 포도는 MBA, 거봉, 샤인머스켓 세 종류입니다 그중 MBA포도는 우리나라에서 남천면 산전리가 가장 먼저 시작했지요. 품질과 당도가 전국에서 최곱니다. 포도송이가 크고 알이 많이 달려있죠. 이곳이 강수량이 적고 일조량이 높아 포도 재배에 최적화된 조건을 갖췄기 때문입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곁에 있던 샤인머스켓 재배농 A씨(54)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추석 전에 출하해야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권유를 듣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돈 싫은 사람은 없겠지만, 돈보다 명품포도를 생산하는 남천의 명예와 농부의 자존심이 더 중요해서죠.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는 농법을 지켜가며 일교차가 크고 찬바람이 불어올 때쯤 샤인머스켓을 본격적으로 출하할 겁니다.”명품을 만들기 위해서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농법을 지키는 남천면 농부들의 진심에 감동이 밀려왔다.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고, 다목적광장을 건립해 열리는 남천맥반석 포도축제가 경산을 넘어 전국에서 인정받는 축제가 되도록 작목반 회의에서 포도농가들은 “최상의 품질을 가진 포도만을 축제에 참가시키고, 관광객들이 시식하는 포도 또한 최상으로 준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과일도, 사람도 설익은 상태로 겉만 화려하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진실의 실체가 들어나 모두에게 외면당하게 될 것이라는 샤인머스켓 재배농 A씨의 신념이 곧 남천면 포도작목반 모두의 생각이리라.경북 우수 농산물로 손꼽히는 이곳 MBA포도는 당도가 높고 산도가 적당해 와인의 재료로도 인기가 높다. ‘신의 물방울’로 불리는 와인은 프랑스나 칠레산이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국내에서 생산된 재료로 만든 국내산 와인도 와인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명품을 생산하는 남천면 포도작목반의 신념과 능력은 무한대라고 느껴졌다. 제8회 남천면 맥반석포도 축제가 성공해 남천포도의 우수성이 전국을 넘어 세계 속으로 달콤하게 퍼져나가기를 기대해본다. /민향심 시민기자

2022-09-25

태풍 피해 복구로 우려되는 행정 공백은 최소화돼야

태풍 ‘힌남노’로 직격탄을 맞은 포항은 추산된 피해액만 2조 원에 달한다. 민관군이 밤낮없이 매달려 태풍 피해 복구에 힘을 쓰고 있다. 해병대의 대민 지원은 물론 119대원들, 경찰들 대부분이 지난 추석 연휴도 반납하고 피해복구 지원에 나서 구슬땀을 흘렸다. 하지만 모두가 피해복구에 매달리는 사이에 행정 공백에 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공무원들의 불친절한 행정에 종일 기분이 안 좋았던 기억이 있다는 한 모(42·포항시 북구 양덕동) 씨는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이 대다수이지만 전화하면 불친절하고 딱딱하게 하는 공무원이 가끔 계셔서 불쾌하다. 그때도 일을 나가야 해서 아이 종일반 신청을 위해 시청에 문의 전화를 걸었었다. 담당자가 없어서 전화를 댕겨 받았다는 공무원이 문의를 다 듣고선 ‘담당자분이 안 계신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며 신경질을 냈다. 그럴 거면 전화를 댕겨 받지나 말지. 담당자는 전화할 때마다 매번 현장 점검이 중이라거나 휴가 중이라고 한다. 한 번도 제대로 통화가 이뤄진 적이 없다. 지금 당연히 태풍 피해 복구가 우선이지만 이로 인한 일반 행정 업무 공백이 우려되는데 이런 일이 더 자주 일어날지도 모르겠다”고 걱정했다.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전남에서는 비대면 영상회의 운영실적이 300%로 증가해 행정 공백을 최소화했다. 영상회의로 대면 수준 이상으로 업무 효율성 증진을 이끌어 신속한 의사결정과 소통 협업체계에 크게 기여했다. 올해 초에는 코로나로 위축된 도민과의 의사소통을 활성화하고 공무원 상호비대면 시대 소통의 시스템을 확충했다. 도청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도 단독영상 시스템을 구축했고, 공무원의 코로나 확진에도 행정 공백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로 인한 출장비용 등 예산 절감 효과가 약 19억 원에 달한다.강원도 횡성군에서는 ‘오미크론 확산 대응 업무 연속성 계획’을 수립해 핵심 민원 업무를 선정하고 공백없이 수행될 수 있도록 인력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팀 전체 격리 상황에서도 대응이 가능하도록 1대1 직무대리가 아닌 확장적 업무 대행 체계를 갖추어 행정 공백을 최소화했다.태풍으로 쑥대밭이 된 포항은 조금씩 복구가 되고는 있지만, 다시 정상화가 되려면 아직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중앙부처에 1조5천507억 원을 건의한 상태다. 태풍 피해를 입은 시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모두가 피해복구에 최선을 다해야 함은 물론 동시에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서비스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비상 상황일 때는 담당자뿐 아니라 확장적 업무도 필요해 보인다. 태풍 피해 복구와 행정 업무 이 두 바퀴가 함께 잘 돌아가도록 해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해야 포항시민들이 겪은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허명화 시민기자

2022-09-20

겸재 정선의 숨결 느낄 수 있는 내연산 소금강 전망대로 떠나자

포항시 북구 송라면에 위치한 내연산은 길게 뻗은 계곡과 나무가 우거진 숲길이 아름다워 언제 가도 어머니의 품처럼 편안하다. 가족과 때론 친구와 정담을 나누며 절집 옆 수로를 따라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산길을 따라가면 첫 번째 폭포가 반긴다. 큰 바위의 양쪽 골을 타고 두 줄기로 떨어지는 ‘상생폭포’,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소리에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하다. 연이어 보현폭포, 잠룡폭포, 무풍폭포 등 골마다 차례로 이어지는 폭포들이 탐방객과 등산객의 발길을 붙잡는다.폭포수에 빼앗겼던 눈길을 길 위로 옮긴다. 길목마다 자세하게 설명된 안내판이 있어 장소마다 사연을 알 수 있고 초행길 등산객에게는 정확한 길잡이가 된다. 산길도 예전과 달리 바들거리며 올라야 했던 가파르고 험한 길은 데크 계단이 놓였다. 물소리 새소리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보현암 앞이다. 오던 길을 따라 직진으로 가면 연산폭포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꺾으면 보현암 뒤쪽 소금강 전망대로 가는 길로 이어진다. 가는 길이 가파르고 험해 보이지만 길은 계속 데크 계단과 데크 로드로 연결되어 운동화를 신고도 충분히 걸을 수 있다.산모퉁이를 돌 때마다 불어오는 바람과 잘 닦여진 길 덕분에 힘든 줄 모르고 오른 소금강 전망대. 사방이 탁 트인 깎아지른 절벽 위에 반달 모양의 전망대에 올라서면 굳이 안내문을 읽어보지 않아도 소금강이라 불리는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다. 겹으로 이어진 부드러운 능선 아래 오랜 세월 깎이고 패이며 꿋꿋하게 계곡의 배경으로 남아 있는 맞은편의 기암절벽과 그 위의 선일대, 물보라를 일으키는 연산폭포는 한 폭의 산수화로 펼쳐진다. 소금강 전망대에서 만나는 내연산의 풍광을 보며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가 여기서 시작됐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소금강 전망대는 청량한 바람을 느끼기에도 충분하다. 붉고 노란 가을이 오면 산도 깊어지고 산을 찾는 이의 품도 넓어질 것이다. 300년 전 겸재 정선이 청하 현감 시절에 그린 내연삼용추도(內延三龍秋圖)를 떠올리며 저 계곡 어딘가에 있을 겸재 선생의 숨결도 느껴보자./허명화 시민기자

2022-09-20

법정문화도시 포항, 예술가는 얼마나 좋아졌나?

포항시는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한 제1차 법정문화도시 조성사업을 3년째 진행 중이다. ‘철의 도시, 문화도시’라는 비전 아래 산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서의 전환을 모색해오며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어찌 보면 포항은 지진이라는 재난으로 인해 문화도시 선정에 혜택을 입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법정문화도시 포항의 타이틀을 가지고 2년 동안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하지만 문화도시로서 예술가들에게는 얼마나 변화가 있는가는 좀 더 생각해볼 문제다.일부 언론에서는 포항문화재단이 포항만의 예술지원시스템을 개발·적용해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의 발전을 도모하고, 창작자의 성장지원을 통해 예술가가 지속적으로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문화적 정주 환경을 개선해 건강한 문화예술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자 노력했다고 전한다. 그리고 철강산업 쇠퇴를 문화로 풀어보자는 취지로 포스텍과 함께 ArtTech Lab을 구성해 그랜드 마리오네트 아시아 거점 구축 사업의 기반을 마련하여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한다.법정문화도시인 타지역의 문화도시사업을 살펴보면, 원주문화도시지원센터와 천안문화도시 홈페이지에는 현재 진행 상황과 사업에 대한 취지가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시민들에게 법정문화도시를 통해 자신의 도시가 어떻게 사업을 진행하는지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제1차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된 도시 중에서 지역자율형인 포항, 청주, 부산영도구, 서귀포의 문화도시사업에서 예술가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분석해 보았다.문화도시 청주는 ‘기록문화창의도시’ 타이틀로 ‘시민을 기록하다, 마을을 기록하다, 예술로 기록하다, 청년을 기록하다’로 이제까지 사업의 방향성을 알려주고 있으며 예술가들과 함께 문화도시를 만들어가고자 함을 알 수 있다.부산시 영도구도 ‘영도문화도시’ 타이틀로 페이스북을 활용하며 문화예술교육 거점 지자체로 나아간다는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있다.서귀포는 ‘문화도시서귀포’ 홈페이지를 만들어 법정문화도시가 무엇인지, 그리고 진행하고 있는 사업의 내용과 기록을 잘 소개하고 있다.포항은 ‘포항문화도시’ 타이틀을 가진 변변한 홈페이지도 없이 페이스북만 활용하고 있으며, 법정문화도시 사업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현재의 방향성은 어떤지 들여다볼 수도 없다. 법정문화도시 사업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문예진흥팀의 포항문화예술지원사업과 생활문화교육팀의 생활문화지원사업 정도가 예술가들에게 지원해주는 사업으로 알고 있다.관련 문화도시 홈페이지나 SNS홍보를 통해 보면 과연 문화도시로 지정된 도시가 이 사업을 통해 예술가들은 얼마나 문화예술이 일상화되었다고 피부로 느낄까 생각해볼 문제다.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예술가는 자신의 삶 영역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전 문재인 정부에서는 코로나로 힘든 시각 예술가들에게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사상 초유의 지원을 해주었고, 이에 예술인복지재단에서도 얼마간의 지원을 해주어 예술 활동과 생활 지원을 받았다. 예술인증명을 받은 예술가들에게 한정된 사업이다.포항에서 예술 활동을 하는 최모(55) 씨는 “포항문화재단에서 예술가들을 위한 지원 방법을 보면 작년 예술가들의 포트폴리오를 산다는 타이틀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하고 이를 연차적으로 활용하는지 모르겠다. 재단에서 하는 문화사업을 보면 보여주기식, 일회성, 단발성에 그치고 있다. 좀 더 지속성을 가지고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함께 문화도시로서의 예술생태계를 만들어갔으면 한다. 타지역에서는 예술가와 일촌맺기를 통해 함께 상생하는 방안도 하던데, 자기들만의 카르텔로 이렇게 진행한다면 2년 후 법정문화도시사업이 끝났을 때 과연 무엇이 남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한국의 ‘브랜드’를 만드는 힘은 문화콘텐츠다. 백범 김구 선생의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는 말처럼 사업의 지속성과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도시포항’을 기대한다. /서종숙 시민기자

2022-09-20

30년 하양 지켜온 ‘淑미용실’ 아시나요?

경산시 하양읍 금락리 꿈바우시장 근처엔 김태숙(61) 원장이 운영하는 淑(숙)미용실이 있다. 이름이 잘 알려진 김 원장을 삼고초려 끝에 찾아가는 길. 어르신께 숙미용실 위치를 물었다.“뭐라 숙미용실? 어디서 왔소? 숙미용실도 모리나. 거기 모르면 간첩인데. 여기 사람 아닌 모양이네.” 어르신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소문대로 오랜 역사를 증명하듯 꾸미지 않은 30년 세월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淑미용실 간판이 보였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당당하고 멋진 분이 빠른 손놀림으로 머리 손질을 하고 있었고, 듣던 대로 의자마다 손님으로 가득 차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파마를 하거나 커트를 하고 있었다. 머리 손질이 아니라 동네 사랑방에 마실 나온 듯한 분과 버스 시간을 기다리는 분, 짐을 맡기고 찾는 분 등도 적지 않게 보였다. 숙미용실은 고민 상담, 자식 자랑 등의 정담이 오가는 휴식처였다.낯선 나를 맞이하는 어르신들은 “빠마하러 왔나? 앉으소”라고 했고, 난 “여기 빠마 잘하나요”라고 물었다.“그럼. 여기 원장 솜씨는 아무도 못 따라 온다. 내가 오죽하면 20년을 여기만 왔을까? 솜씨뿐 아니라 마음씨도 좋다. 20년째 빠마값도 올려본 적 없는 천사 아이가.”여기저기서 김태숙 원장의 팬들이 낯선 이의 혼을 뺀다. 미용을 업으로 하고 있지만 헌신적인 사회공헌 활동가로도 알려진 김 원장은 ‘낙산대 색소폰 봉사 5년’ ‘하양향교 학생간부로 10년 동안 지역 봉사’를 필두로 은해사 무량수봉사단 활동, 청구재활원, 보현요양원, 포근한 집(요양원) 등 불편한 분들이 계신 곳에서 미용봉사를 꾸준히 실천해왔다.예순의 나이에도 30대의 에너지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운동, 특히 등산 마니아였기에 가능했다. 이런 에너지는 김태숙 원장을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1등 봉사자로 자리매김 시켜줬다.미용을 시작한 지 30년, 지금 자리에 숙미용실 간판을 단 지 25년이 됐지만 단 한 번도 요금을 올리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다.“저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좋습니다. 세상 가장 소중한 것이 사랑 아닙니까. 이곳에서 미용실을 시작할 때 결심했습니다. 이곳저곳 알리지 않고 내가 가장 잘하는 일로 지역을 위한 봉사를 실천하겠다고요.”김 원장은 이렇게 말을 이거갔다. “제 손을 거쳐 가는 많은 분들이 ‘젊어졌다’ ‘예뻐졌다’며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최고의 봉사활동 아닐까요?”요양원과 장애인 시설에 가서도 최선을 다해 머리 손질을 해준다는 김 원장은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는 게 가슴 뭉클하다고 했다. 물가가 많이 올라 여러 가지로 어렵지만, 머리 손질 요금을 20년 동안 동결시킨 이유도 자꾸만 손님들의 얼굴이 떠올라서라고 했다. 어떤 마음으로 고민하는 것인지 알기에 마땅한 답변이 생각나지 않았다.하양은 작은 도시다. 때로는 돈이 없다고 찾아와 오천 원을 주고 파마를 부탁하기도 하고, 나중에 곡식으로 갚는다고 커트를 부탁하기도 한다. 김 원장은 한 번도 그런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 김태숙 원장이 “천사의 손을 가졌다”고 칭찬받는 이유다.미용실을 넘어 사랑을 나누는 공간이 된 숙미용실. 인심 사나운 세상이라고 하지만, 곳곳에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 사랑 덕택에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향심 시민기자

2022-09-18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 ‘로만티시’

경주 소티남길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로만티시. 찾아간 첫인상은 소복히 들어앉아 함께 햇살을 쬐고 있는 장독대들이다. 주변 논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편안한 느낌을 준다.웃는 모습이 닮은 주인장 부부가 밝게 맞아준다. 서울남자와 경주여자 억양은 다르지만 천생연분으로 소문난 잉꼬부부다. 건물 내에는 로만티시 주인이자 화가 박미희 씨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벽면 가득 채워진 만다라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편안한 마음으로 먹는 음식은 더 맛있다. 미술치료사, 독서지도사 자격증 외 다양한 분야에 재능을 가진 주인장은 조리사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된장, 순두부, 눈꽃 빙수에 제공되는 단팥 등 직접 만든 재료를 사용하기에 믿고 먹을 수 있는 집이다.복합문화공간을 추구하는 이곳에서는 여러 강의도 준비되는데 그 중 하나가 1년에 여섯 번 정도 열리는 ‘클래식 수다’이다.이 강좌는 남편 이동우 씨 담당이다. 현재 콘텐츠 회사 이지씨씨 대표이면서 경주문화재단 팀장, 국립예술단체연합회 사무국장 등 문화 관련 이력이 풍부하다. 수업은 어렵게 느껴지는 클래식을 재밌고 쉽게 풀어내 인기다. 5강의로 구성된 수업과 함께 제공되는 간단한 음식도 반응이 좋다.그리고 또 하나 경주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파도파도 프로그램에 선정돼 매주 한 번씩 수업이 진행 중이다. 이 수업은 화가인 박미희 씨 담당. 나만의 소품 만들기 수업으로 손수건, 샌드위치 트레이, 에코백, 앞치마 등 매주 다른 재료로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소품 제작이 가능하다.논두렁 옆 복합문화공간은 어떻게 생겨난 걸까? 현대인 중 작은 상처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경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작업을 하던 주인장은 그러한 사람들을 품어주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그렇게 치유센터를 꿈꾸던 그녀는 어릴적 자란 동네에 터를 잡았다. 건강한 식재료에 마음을 담아 몸을 치유하고 그림과 문화생활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 그녀의 희망사항이다.실제 텃밭에서 건강하게 키운 재료들과 직접 담근 장이 모든 요리의 기본 베이스다. 인공적인 맛 대신 자연 그대로의 맛을 추구한다.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지는 공간 로만티시. 주인장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함께 응원한다./박선유 시민기자

2022-09-18

“나이 들수록 운동을 해야죠”

사람은 나이가 들면 늙기 마련이다. 과거에는 병들어 죽었지만, 현재는 의학이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몸에 좋은 음식과 수술 방법이 개발돼 ‘백세시대’라 할 만큼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있다.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듯하다. 나이가 들수록 운동이 좋은 이유는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기도 하기 때문.울진군체육회에서는 어르신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게이트볼, 파크골프, 아침 건강체조 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어르신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고 남녀노소 모두 참여할 수 있다.게이트볼은 유럽에서 유행하던 크로켓 경기에 착안해 일본에서 개발한 경기다. T자형 스틱으로 공을 쳐서 경기장 안에 있는 3개의 게이트를 통과시킨 다음 1개의 말뚝에 맞히면 승리하는 것으로 동호인이 20만 명이 넘는 중장년층 대표 구기종목이다.게이트볼장은 그늘막까지 설치돼 있어 비가 오거나 더운 여름에도 운동이 가능하다. 리더의 전략이 승패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게 때문에 전략을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젊은 지도자들이 심판을 잘못 보거나 점수를 틀리면 어르신들에게 혼나기 일쑤다.이력이 났는지 융통성 있게 상황을 모면한다. 어르신들은 오늘도 경기가 진행되면 언성을 높이고 싸우는 듯 보이지만 경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내일을 기약한다. 파크골프는 공원과 골프의 합성어로 공원에서 골프를 치는 경기다. 일반 골프와 다른 점은 클럽이 공이 뜨는 것이 아니라 굴러가게끔 디자인돼 있으며 아무리 세게 쳐도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 몸에 큰 무리가 가지 않으며 정신 건강에 좋다.실제로 파크골프를 즐기는 어르신들은 병원에 가도 잘 낫지 않는 질병들이 운동을 즐기면서 나아졌다고 하신다. 아침 건강체조 교실은 관내 7개 읍·면 체육관 광장에서 운영하고 있다. 군민들의 건강을 위해 전문강사의 지도로 신나는 음악에 맞춰 몸을 가볍게 풀어주는 동작을 하며 오는 10월까지 월·수·금 오전 6시~7시까지 운영한다.코로나로 인해 미뤄졌던 경북 어르신 생활 체육대회가 3년 만에 9월 27일과 28일 양일간 경산에서 열린다. 울진에서도 각 종목별 선수들이 참가하여 실력을 겨룬다.어르신들이 승부에만 집착하지 않고 기량을 아낌없이 발휘해 친목 도모와 노후 건강증진에 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사공은 시민기자

2022-09-18

“포항 쑥대밭 만든 태풍… 철저한 원인 분석 절실”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지난 6일 새벽 시간당 최대 110mm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포항시 남구 오천읍과 인덕동을 관통하는 냉천이 범람했다. 태풍 때마다 불안했던 냉천이 결국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범람하면서 포항시 오천읍 일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냉천의 범람으로 인근 아파트 지하 주차장 참사, 주택과 시장은 쑥대밭이 되었고 침수 피해를 입은 포항제철소는 49년 만에 가동을 중단했다.반복되는 수해에 결국 인명피해까지 낸 냉천은 그동안 수차례 민원이 제기돼왔다. 2012년부터 냉천 조성사업이 시작되었고 산책로와 공원 조성으로 강폭과 깊이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2016년쯤 공사가 마무리되었는데 그 이후부터는 태풍(2016년 차바, 2018년 콩레이, 2019년 타파) 때마다 범람 위기를 맞았다. 주민피해는 물론 산책로가 쓸려 내려가 매번 보수공사를 벌여야 했다. 2018년 경상북도에서는 재해에 취약한 냉천의 경사면을 보강하라고 지시를 한 바 있다.냉천 바로 옆에 집이 있다는 주부 정 모(43) 씨는 “냉천은 평소에 냇물이 말라 있다. 하지만 조금 큰비가 온다 싶으면 물이 금방 찬다. 이번 태풍처럼 물이 항상 산책로를 모두 덮어 버리면서 돌이며 잔디를 다 쓸어버린다. 매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 시에서는 조경과 산책로 보수공사에만 힘쓰고 있다. 이렇게 몇 년을 반복했으면 진짜 차수벽을 설치하든지 옹벽을 쌓든지 뭐든 조치를 해야 할 텐데 조형물만 늘어나고 있다. 뉴스에서 100mm이상 내린 거라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근처에 사는 사람이면 다 안다. 장미를 심어 경관이 예쁜 것도 좋지만 안전이 보장돼야 심어놓은 장미도 예쁜 거 아닌가?”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제11호 태풍 ‘힌남노’로 큰 재난을 입은 포항과는 달리 몇몇 도시들은 철저한 대비로 피해를 최소화했다. 우리보다 앞서 2003년 ‘매미’ 때 큰 피해를 본 창원은 마산만 일대에 차수벽을 설치해 ‘힌남노’의 영향에도 인명피해가 없었다. 태풍만 오면 상습 침수지역이었던 지역에 수방(水防)시설을 미리 만들고 대비를 한 덕분이다. 태풍의 이동 경로에 있던 울산도 상습 침수지역이었던 태화강에 빗물이 흘러갈 수 있도록 길을 미리 뚫어 놓은 까닭에 큰 피해 없이 지나갔다. 2020년 ‘마이삭’과 ‘하이선’ 때 유리창 파손으로 피해를 입었던 부산도 이번 태풍에는 철저한 원인 분석과 대비를 한 덕에 온전했다. 바다와 바짝 붙은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상가들도 대부분 무사했다.‘힌남노’ 피해 현장을 본 최 모(36·포항시 남구 상도동) 씨는 “지금은 냉천이었지만 다음번엔 형산강일지도 모른다. 이번에 조금만 비가 더 왔더라면 실제로 홍수 경보까지 갔던 형산강이 넘쳤을 수도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해 자연재해는 자주 일어나리라는 예측이 있지 않나. 포항시가 전반적인 점검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허명화 시민기자

2022-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