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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 힌디기

김순희 시민기자
등록일 2024-08-20 19:04 게재일 2024-08-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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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동해안 지질공원 힌디기에서 바라본 영일만.
먹바우에서 선바우까지 걸었다. 뜨거운 해가 살짝 기울어 햇발이 약해진 늦은 오후가 좋을 것 같았다. 호미곶반도둘레길은 경사가 평탄해 걷기에 편하고, 파도 소리와 함께 걸을 수 있어서 더 좋다. 특히 해 질 무렵에 가면 영일만 저 너머로 붉은 노을이 질 때면 발걸음이 저절로 느려진다.

검은 빛 먹바우 앞에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먹바우는 검은 바위로 연오랑세오녀를 태워준 배라고 한다. 데크로 가는 길은 모래보다 발밑에 뽀지락 소리가 들리는 몽돌이 가득해 걷는 맛이 남달랐다. 바로 하선대가 보였다. 동해면 입암리와 마산리 경계 지점인 황옥포에 있는 작은 바위에 선녀가 내려와서 놀았다 하여 하선대 또는 하잇돌이라고도 한다.


옛날 동해의 용왕이 매년 칠석에 선녀들을 이곳으로 초청하여 춤과 노래를 즐기곤 하였는데, 용왕은 그 선녀 중에서 얼굴이 빼어나고 마음씨 착한 한 선녀에게 마음이 끌리어 왕비로 삼고 싶었으나 옥황상제가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용왕은 황제의 환심을 사기 위해 바다를 고요하게 하고 태풍을 없애는 등 인간을 위하는 일을 하자 황제가 감복하여 선녀와의 혼인을 허락하게 되었다고 하며 용왕과 선녀는 자주 이곳으로 내려와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제일 궁금한 장소가 힌디기였다. 옛날 노씨가 처음 정착하여 살 때 좀 더 흥하게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흥덕이라 하였는데, 음이 변하여 힌덕, 힌디기로 불렀다고 알려져 있으나, 흰 바위가 많아 흰 언덕, 흰덕으로 불렀고 힌디기로 변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사람들이 외국에서 찍었냐고 묻는다. 하얀색의 바위가 파도에 깎인 모양이 터키의 카파도키아 같기도 하다.


바위에 납작하게 향나무가 엎드렸다. 눈향나무 군락지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자생지라고 한다. 눈향나무는 원래 높은 산의 바위틈이나 해안 벼랑에서 자란다. 호미 반도의 척박한 퇴적층 벼랑에서 나무의 높이가 최저치에 해당할 만큼 나지막한 높이로 밀집돼 자라고 있는 모습이 마치 거북처럼 엉금엉금 기어가는 형상이다. 원대가 하늘로 향하지 않고 지표면을 따라 누워서 자라는 특징이 있어 누운향나무라고 불린다. 세계자연보존연맹 멸종위기식물 명단에 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법적으로 보호하는 식물이다.


걸어가다 보면 왕관을 쓴 모양이라 여왕 바위도 만나고, 안중근 의사 손바위라는 이름도 눈에 들어온다. 왜일까 하고 바위를 자세히 보니 손가락 하나가 잘린 게 특징이었다. 단지로 독립 의지를 다진 손을 닮아 가슴이 아렸다. 바로 근처에 소원바위가 있다. 먹바위 앞에서 작은 돌 하나를 들고 와 던져 볼 걸. 폭포 바위는 비가 오면 물길이 쏟아질 거 같아 비가 온 후에 다시 와 보고 싶었다. 곳곳에 안내판이 붙어 있어 보는 재미를 더 했다.


남근 바위와 선바우가 마을 앞에 섰다. 높이가 6m나 되고, 평택임씨가 처음 이 마을을 개척하였다 한다. 입암이란 지명은 ‘선바우’를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전형적인 화산활동에 의한 지형으로 백토가 들어나 있는 바위다. 벼락을 맞아 형태가 변형되어 규모가 작아졌다.


화장실 앞에 여기는 ‘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 힌디기’라고 팻말에 크게 써놨다. 이곳을 반환점으로 갔던 길을 되짚어 왔다. 서서히 반대편으로 해가 지기 시작했다. 건너편 포항시 너머로 해가 기운다. 발을 물에 담그고 오래 서서 낚시하는 사람을 화면에 담았다. 남미의 우유니 사막 분위기가 풍겨 한참 더 바라보았다. 연오랑세오녀의 전설이 파도 소리에 섞여 들려왔다. 무덥던 8월의 더위가 바다로 흘러가길 바라며 오래 노을을 바라봤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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