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은 귀는 천년이요 말한 입은 사흘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세상 모든 원한과 고통은 대부분 말에서 생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남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독설은 치명적이다. 말 그대로 ‘독설’이다. 말에 독이 있어 듣는 이의 몸, 마음, 영혼까지 상하게 한다. ‘산산이 가슴 찌르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야수’는 아이러니 하게도 가까운 사람에게서 출현하기 마련이다. 친밀하게 지내며 정을 나누던 사람이 뜻이 맞지 않으면 불현듯 칼을 들이대 가슴을 저미는 독설을 퍼붓는다. 가까이 하지 않았으면 이런 일도 없었으련만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법이란 오묘한 것이어서 아둔한 인간의 머리로는 다 알 수 없는 법이다. 기대감이 있었기에 독설은 더욱 상처가 되어 도무지 삼켜지지 않는 바늘로 목구멍에 걸려 넘어가지를 않는다.
“수십 년 낮과 밤이 쌓은 단단한 철벽 단숨에 뚫고 나타났다 산산한 가슴 찌르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날렵한 야수// 놈이 어디에 사는지는 아무도 몰라// 몸통도 얼굴도 색깔도 정년도 없는 유령, 날이 갈수록 혈기왕성 기세 등등 단언컨데 놈의 가슴에 불로초 이파리 무성한 게 틀림없어// 예고 없이 들이닥쳐 순식간에 번쩍이는 면도날 가슴팍에 들이대 한 점 한 점 포 떠 접시에 담아 놓고 유유히 사라졌다 핏기 가실 만하면 다시 나타나 칼날 들이대// 덧난 상처 딛고 올라가는 가풀막 그 끝이 어딘지 나는 몰라// 남몰래 소리 죽여 울던 시간이 만든 꼬부랑길 돌고 돌아가다 한숨 돌리려 들면 또다시 코앞 가로막는// 거듭거듭 곱씹어 봐도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 뼈아픈 바늘들// 삼키지 못한 말에는 불생불멸의 날개가 있어// 시공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날아다니다 오늘도 내 등뼈에 불시착해 도끼눈 부릅뜨고 작업 시작하려 식칼 빼 들어”(조옥엽 시 ‘독설’)
어느 선지자는 이런 주장을 한다. 암도 어쩌면 말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독설을 많이 한 사람은 결국 그 영향으로 자신이 암에 걸린다고 했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말이 얼마나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지는 여러 실험에서 이미 밝혀진 바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말이 소통 수단이다. 말을 통해서 서로의 정보를 주고받고 마음을 주고받는다. 독설이란 남도 죽이고 나도 죽이는 법이다. 시인이 간파한 ‘불생불멸의 날개’를 단 이 야수를 우리 더는 뱉어내지 말자. 여름이 절정을 지나 이제 밤이면 조금씩 가을의 기운이 느껴진다. 조금만 견디면 더위는 물러가고 시원한 가을이 올 것이다. 못된 야수 같은 말로 서로를 괴롭히지 말고 긍정적인 말, 사랑이 담긴 말로 이 팍팍한 삶을 윤택하게 해보자. /엄다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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