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수익금은 소외이웃에게” 한여름밤의 흐뭇한 호프데이

박귀상 시민기자
등록일 2024-08-29 19:02 게재일 2024-08-30 12면
스크랩버튼
방송통신대 포항시학습관 학생회 주최
일일호프데이 행사에 열정을 쏟은 방송통신대학교 포항시학습관 48대 학생회 학우들.

지난 8월 17일 저녁 포항시 남구 이동 마이웨이 호프에서 일일 호프데이 행사가 있었다.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한 기금 마련으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포항시학습관 48대 학생회에서 주최한 행사였다. 방송대는 일반 대학과 달리 직장인이 많아 종강을 하고 방학을 맞아도 여전히 바쁜 일상이지만 선배들의 맥을 이어 매년 열리는 이 행사에 학우들은 흔쾌히 마음을 모았다. 홍경식 학생회장은 “행사로 얻어진 수익금은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된 이웃을 찾아 도울 것”이라고 했다.

삶의 긴 여정에는 많은 인연이 있다. 그냥 스쳐가는 인연, 시절인연, 평생을 함께하는 인연이 있다. 방송대 인연의 매개는 공부다. 직장생활을 유지하면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대학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다. 직업도 나이도 천차만별이다. 이십대에서 팔십대까지 같은 학번이 될 수 있는 그야말로 나이를 잊고 친구하는 망년지우(忘年之友)들이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1972년 우리나라 최초의 평생교육 기관으로 설립된 서울대학교 부설 한국방송통신대학이 전신이다. 원격교육을 최초로 출범시킨 4년제 국립대학으로 전국의 13개 시·도 지역에 지역 대학을 두고 있다. 설립 목적은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교육의 확대와 발전을 통해 국가가 필요로 하는 분야별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있었다. 1982년 서울대학교로부터 분리되어 1991년 5년제 학사과정이 4년제로 개편되며 1993년 ‘한국방송통신대학’에서 ‘한국방송통신대학교’로 교명을 개칭하였다.

수업은 시간이 정해진 출석수업보다 학생들이 자신의 일정에 맞춰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첨단 교육 매체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인터넷 강의, 방송대학 TV, LOD(Learning On Demand) 시스템, 쌍방향 원격영상강의 등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방송대 한 학기 등록금은 16년째 30만 원대이다.

처음 설립 목적과 달리 지금은 학위보다 학문을 즐기기 위해 등록하는 사람이 많다. 논어 헌문 편에서 공자는 ‘옛날에 배우는 자들은 자신을 위하였는데 지금에 배우는 자들은 남을 위한다(古之學者爲己 今之學者爲人)’라고 하며 제자들에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공부를 하라’고 충고한다. 공자 말에 부응하듯 ‘온전히 나를 찾아가는 학문’을 위해 방송대를 찾는 이들이 많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위인지학(爲人之學)보다 자신의 성찰을 위한 위기지학(爲己之學)’을 하는 것이다. 공자 말을 빌리면 예나 지금이나 ‘남을 의식하는 것’은 본능인 듯하다.

지난 24일 흥해읍 마산리에 있는 포항시학습관에서 2024년 2학기 신·편입생 환영회가 있었다. 이들을 위해 포항시학생회에서는 오낙률 총동문회장과 현 학생회장을 중심으로 포항 학우들이 소외되지 않고 끝까지 공부할 수 있도록 끈끈한 화합을 주도하고 있다.

방송대는 넘치는 의욕과 열정을 가지고도 스스로 해야 하는 공부라 결코 녹록치 않다. 공부의 목적이 어디에 있든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나로 만들어 가는 건 자명하다. 바쁜 일정에도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한 일일호프에 열정을 쏟은 그들은 진정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행사로 얻어진 수익금이 이들의 따뜻한 손길에 담겨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된 이웃에게 작은 행복이 전해지길 바라본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