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2일 ‘김치의 날’ 공동체 협력 강화<br/>한국의 건강한 음식문화 세계로 확산
지난 11월 22일은 김치의 날이었다. 기념일로 정해진 ‘11월 22일’이 가진 의미는 무, 배추, 젓갈, 마늘 등 하나하나(11)의 재료가 모여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김치가 되어 항산화, 항암, 비만, 노화방지, 면역 증강 등 22가지의 효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대한민국 법정기념일에 음식이 주인공인 것은 김치가 유일하다. 김치의 영양적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20년 2월 김치산업진흥법이 개정되면서 제정되었다. 김치는 문화다.
‘품앗이’로 겨울을 준비하는 김장의 최적기는 최저기온이 섭씨 0℃ 이하인 날이 지속되거나 하루 평균 기온이 4℃ 이하를 유지할 때이다. 대체로 11월 중순에서 12월 중순까지가 된다. 10℃ 이하의 기온에서 자란 배추가 제일 맛있다. 소금으로 절인 배추에 각종 젓갈과 고추, 마늘 등 갖가지 양념으로 겨울을 준비하는 ‘김치 담그기’의 행위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김치의 날’이 담고 있는 의미와 서로 도움을 주는 김장의 품앗이 정은 세계인의 마음도 움직인다. 미국, 아르헨티나 등 여러 국가의 지역에서 한인회를 중심으로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제정·선포 했다. 이들이 다른 나라의 특정 음식문화를 자신들의 법정기념일로 제정한 이유가 뭘까?
여러 사람의 협력이 필요한 김장 품앗이는 공동체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다문화 공동체의 융화는 주요한 과제로 세계 속 김치의 인기와 더불어 ‘품앗이’라는 한국 고유의 문화가 빛을 발한 것이다. 유네스코에서도 공동체 사회에서 품앗이로 김치를 담그는 행위가 인류를 보존할 가치가 있는 유산이라고 판단해 대한민국의 ‘김장문화’를 2013년 12월 5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김장이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시작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고려시대에 채소가공품을 저장하는 요물고(料物庫)가 있었고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순무 담근 장아찌는 여름에 먹기 좋고 소금에 절인 김치 겨울 내내 반찬 되네.’라는 기록이 문헌에 보인다. 그리고 조선 후기 여성 실학자 빙허각 이씨가 저술한 가정백과사전 ‘규합총서(閨閤叢書)’에 고춧가루와 각종 젓갈류가 동시에 김치재료로 쓰였음이 기록되어 있다.
이웃끼리 서로 일을 돕던 품앗이가 있던 조선시대에는 이집 저집 다니며 함께 김장을 했다. 조선 왕실에서도 왕세자빈이 동원될 정도로 정성을 쏟았던 김장은 1970년대까지도 마을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연중 큰 행사였다.
그러나 김장도 시류(時流)를 탄다. 여전히 식탁에 김치가 오르지만 요즘은 직접 담근 김치보다 다양한 맛으로 다가오는 시판 김치를 더 많이 선호한다. 김장을 하더라도 절임배추를 사거나 양념까지 준비된 김장 키트를 이용하여 지인들과 모여 즐거운 놀이처럼 김장을 하기도 한다. 올해는 ‘김장체험여행’이 인기다.
배추를 자르고 절이고 건지고 물 빼고, 갖은 재료가 들어간 양념을 만드는 번거롭고 힘든 과정은 체험장에 맡기고 체험비와 김치통만 준비해 가서 다른 체험자들과 함께 즐기며 할당된 절인배추에 양념만 버무려 담아온다.
이런저런 변화에도 여전히 가족이 모이거나 이웃과 품앗이로 김장을 하는 이들도 아직은 적지 않다. 어떤 식으로 변모해 가든 ‘함께하는 김장문화’는 우리가 지켜가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박귀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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