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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겨울, 축서사를 거닐다

류중천 시민기자
등록일 2025-02-06 18:18 게재일 2025-02-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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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송 에워싸인 문수산 자락<br/>오층사리탑·대웅전 등 터잡아<br/>설원 속 비경, 멋과 정취 물씬<br/>황홀한 석양은 ‘봉화 7경’ 자랑
축서사의 아름다운 겨울 풍경.

그야말로 숨 가쁘게 내달리던 갑진년 청룡은 저녁노을 붉게 타는 축서사 석등을 비추며 떠나갔다. 새해 평온을 바라는 마음으로 봉화군 물야면 개단리 문수산 자락 축서사를 찾았다.

좁다란 들판을 지나고 산모롱이를 돌 때마다 작은 마을들이 겨울을 품고 있다. 산기슭 어귀에는 눈과 얼어붙은 계곡 사이로 또랑또랑 물소리 청아하고, 호젓한 산길에 눈이 내려 여유로운 분위기다.

가파르지 않은 산길과 일주문을 지나면 웅장한 축서사까지 자동차로 갈 수 있어 불편함이 없다. 주차장 앞에 보탑성전 계단을 오르면 금강송으로 에워싸인 문수산(1206m) 자락이다. 날개를 펼친 한가운데 자리 잡은 오층 사리탑과 대웅전이 잘 정돈된 전형적인 절집. 장엄한 산세와 대웅전의 화려한 단청, 자태도 근엄하고 엄숙하지만 눈이 내려 나지막이 엎드린 마음에 포근하고 정겹다. 겨울에 묻힌 듯 고즈넉한 대웅전 앞을 지키는 오층 사리탑은 정교하고 섬세하게 서있다. 대웅전 맞은편으로는 보탑성전과 법고, 범종이 자리했다.

축서사는 천년심산 고찰로 흔히들 영주 부석사의 모절, 또는 큰집이라고 이야기한다.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축서사를 먼저 짓고, 3년 후 부석사를 지어 그렇게 부른다. 축서사는 신라 문무왕 13년(673년)에 의상대사가 지었으며, 창건 설화에 의하면 봉화 물야면 북지리에 있는 지림사에서 빛이 나오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 축서사를 지었다고 한다.

눈이 내리는 날이라서 오늘은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축서사에서 바라보는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소백산맥의 아름다운 풍경은 아무리 봐도 물리지 않는 경이로움이다. 봉화 8경중 축서사의 석양이 제7경일 정도로 황홀한 석양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겨울 산사는 쌀쌀한 추위로 삭막하지만, 소나무 숲으로부터 다가오는 공기는 더없이 부드러움이 있어 포근함을 준다. 낙락장송 금강송과 포근한 숲,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축서사는 7일간의 참선 프로그램인 템플스테이을 운영하고 있다.

탁 트인 시야에 그림처럼 펼쳐진 높고 낮은 소백산맥 능선은 자연이 그린 경이로운 풍경이다. 앉아 있기만 해도 마음과 몸이 편안해지고, 정지된 설원 속 비경은 넋을 빼앗아간다. 겨울은 기암괴석들이 적나라하게 알몸을 드러내고 금강송에 내려앉은 흰 눈은 기기묘묘한 자태를 뽐낸다. 그 풍광의 멋과 정취에 절집과 사리탑이 어우러져 축서사의 겨울을 만들어 내고 있다.

경북 문화재자료 제158호 고려의 석등 위로 살포시 하얀 눈이 내려앉았고 시원스런 풍광은 이리 봐도 비경이요, 저리 봐도 절경이다.

아담하고 정갈한 석등에서 바라다보는 축서사의 석양은 그야말로 으뜸이다. 삶의 여정을 잠시 내려놓고 호젓하게 겨울 산사의 풍경을 찾는 사람이 있다면 축서사의 겨울 여행을 권한다.

/류중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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