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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사람 대신 키오스크의 시대

허명화 시민기자
등록일 2025-01-30 18:18 게재일 2025-01-3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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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키오스크에서 버스표를 예매하고 있다.

사람 대신 키오스크의 시대가 되고 있다. 키오스크(Kiosk)는 매장결제 무인 시스템으로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기기다. 마트와 음식점에서의 식사 주문과 계산은 물론이고 영화관, 공항, 병원, 은행, 등의 공공시설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고 점점 그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얼마 전, 한 지인은 경기도에 있는 친척 결혼식에 갔다가 ‘축의금 키오스크’라는 기계와 마주했다. 축의금을 받는 접수대가 아닌 기계가 자리를 잡고 있으니 조금 낯설고 당황스러운 마음이었다고 한다. 기계에 축의금을 내려니 어색함이 가득해서였을 것이다. 그래도 평소에 키오스크를 접해온 터라 축의금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데는 많이 어렵지 않았다. 기계에서 신부 쪽을 터치해 축의금을 넣으니 식권이 나왔다. 편하기는 했다. 하지만 사람을 보고 인사를 하고 얼굴을 봐야 하는 곳에서 기계라니. 한껏 차려입은 마음이 확 떨어지는 느낌이었을 거다.

키오스크는 사람이 사라진 버스터미널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제 매표는 당연히 키오스크로 대체되었다. 환불과 취소도 기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종종 포항에서 버스를 타고 순천으로 갈 일이 있는 이모(53)씨는 “순천에서는 키오스크 4대만으로 매표를 하고 있다. 이제는 얼마 전까지 계시던 도우미도 없어진 것 같다. 아직 키오스크를 불편해하며 예매를 부탁하시는 어르신들이 계신다. 이분들은 취소와 환불은 더 어려워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을 키오스크는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빠르게 늘어났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대면이 아닌 비대면의 대표적인 트렌드가 되었다. 이 때문에 무인 점포, 무인 계산대 등 무인화를 한 발 더 일찍 당기는 매개체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예로 동네 골목마다 늘어나고 있는 무인 편의점, 스터디 카페, 무인 카페, 문구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최근에는 무인 스포츠시설까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스포츠 시설에서는 스마트 기기와 AI로 혼자서도 체계적인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듯 키오스크를 반기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절약한다는 큰 이점이 있다. 또 한가지는 24시간 운영이 가능해 고객은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에도 편리한 시간에 이용을 할 수 있다. 당연히 점주 입장에서는 매출을 높일 수 있어 좋다.

이토록 편리하기도 한 키오스크는 디지털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뿐 아니라 디지털이 익숙한 젊은 사람들에게도 한편으로는 아직도 조금은 불편하다는 데에 뜻을 같이한다. 그건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는 아쉬움이 아닐까.

결혼식에 갔던 지인도 축의금은 하객의 마음이 담긴 성의인데 사람이 있던 자리에 기계가 대신하니 ‘축하의 의미’가 조금 퇴색되는 것 같다. 내 가족 결혼식이라면 반대할 것 같다고 전했다.

바쁜 일상에 키오스크가 대신하니 좋긴 하지만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친척들이나 이웃과 함께 웃고 우는 곳에선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은 게 더 크기 때문일 거다. 붓펜으로 경조사 봉투에 마음을 담아 적어 내려가는 글을 쓰던 때가 떠올라서다.

곱창집을 자주 가는 한 직장인은 “요즘 기계가 대세이긴 하지만 즐겨 가는 곱창집이 이모님을 대신해 기계로 만들어져 손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키오스크도 로봇서빙도 그렇고 단골집인데 진정한 맛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허명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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