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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뷰 미술관을 가진 경주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5-04-15 20:18 게재일 2025-04-1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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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서동 고분군 공원에 1600㎡ 규모 ‘오아르미술관’ 개관
김문호 관장, 20여 년간 수집한 현대미술 600여 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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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한 쪽이 능을 보기 위해 통창이다. 전시된 그림과 잘 어울렸다.

손님을 부르는 카페라면 커피 맛도 중요하지만, 뷰맛이 더 좋아야 한다. 경주라면 어디서나 능이 보인다. 특히나 능이 코앞에 있다면 최고의 뷰라고 할 수 있다. ‘어린왕자별’이라는 별명이 붙은 봉황대 부근에 금관총, 금령총, 서봉총 등등 능 사이로 산책을 할 수 있게 고즈넉하다. 드라마 ‘아름다운 시절’이 이곳에서 촬영했다. 주말마다 이름난 가수의 공연이 있어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 모은다.

 

가장 경주스러운 동네에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노서동 고분군 공원 부지에 지상 2층, 지하 1층으로 연면적 1594.06㎡ 규모로 지어진 오아르미술관은 일본에서 광고 사업을 하는 김문호 관장이 20여 년 동안 수집한 현대미술 600여 점을 바탕으로 건립되었다. 미술관은 유현준 건축가가 설계했다. 

 

4년 전 예술의 전당에서 건축에 관한 강연을 왔을 때, 경주다운 미술관은 능과 비슷한 모양의 겉모습을 하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올라 볼 수 있는 디자인의 건물이 들어서면 가장 경주다운 건축이라고 들려주었다. 공감 가는 이야기라 기대하며 미술관에 들어섰다. 

 

‘오아르’는 ‘오늘 만나는 아름다움’이란다. 이번 개관전은 일본 작가 에가미 에츠(Egami Etsu)의 신작과, 문경원 & 전준호 듀오 작품, 그리고 미술관 대표 소장품 컬렉션 으로 선보이고 있다. 세 가지 다른 주제를 가진 전시는 경주의 지역적 특성인 전통과 대비되는 다양한 글로벌 작품을 선보여 관람객들에게 참신한 경험과 영감을 줄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고 한다.

 

먼저 1층 제1전시실에서는 김문호 관장이 20년간 수집해 온 소장품을 선별한 ‘오아르 컬렉션(OAR Collection)’ 전으로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수집한 10여 점의 현대 미술 작품으로 구성, ‘열린 미술관’이라는 미술관의 미션에 따라 일반인도 쉽게 즐길 수 있는 팝 아트와 스트리트 아트 위주의 작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너른 창으로 들어오는 능을 바라보며 앉아 그림 이야기 삼매경이다. 그 모습이 큰 화폭의 그림 같다. 카페이자 열린 전시 공간으로 만든 건축주의 선택에 박수를 보냈다.

 

표를 예매하고 2층으로 오르는 하얀 계단을 오르자 핑크빛 벽이 보인다. 벽에는 전시 소개 글이 붙었다. ‘지구의 울림(Echoes of the Earth)’의 주제로 떠오르는 글로벌 작가의 신작 17점을 국내 최초 공개했다. 에가미 에츠는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2020년과 2021년 ‘세상을 바꾸고 있는 30세 이하의 젊은 리더 30인’에 뽑힐 만큼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전 세계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던 과거의 스타 - 마이클 잭슨, 비틀즈, K-POP 가수 등의 초상을 추상적인 화법으로 풀어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가까이 가면 붓 터치만 보이나 몇 걸음 떨어져 보면 누가 봐도 마이클 잭슨이다. 그림과 2층 높이의 능이 성큼 창안으로 들어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미술관 뷰가 만들어진다.

 

3층으로 오르니 지붕이다. 계단이자 앉아서 경주 시내를 관망할 수 있는 의자이기도 하다. 멀리 기와들이 붙은 동네, 낮게 엎드린 남산, 노서동 고분군까지 삼박자가 딱 맞았다. 

시원한 봄바람이 불어 경치까지 미술관이 주는 선물이라 조용히 즐겼다. 지하의 제3전시실까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팬텀 가든(Phantom Garden)’을 주제로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문경원 & 전준호 듀오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였다. 

 

미술관을 나오면 자연스럽게 고분군으로 길이 이어진다. 봄빛이 능과 나무에 물을 올려 연두연두하다. 능 주위를 한 바퀴 거닐며 능에서 미술관을 바라보았다. 비스듬한 모습이 능과 닮았다. 경주와 잘 어울렸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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